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리하르트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1 - 라인의 황금

일루젼 2022. 12. 13.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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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리하르트 바그너 / 안인희 / 오해수
출판 : 풍월당 
출간 : 2018.07.07 


       

오래도록 미루고 미루다가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마침 하인리히 13세의 일로 독일이 시끄러운 상황이라, 지금 이 영웅 신화를 읽고 리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해야 할지 부적절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인적인, 그리고 초인적인 '이상적 인간'을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다. 그것은 수많은 신과 인간들에 관한 신화를 낳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간적이고 다채로운 면모를 보이는 신화 체계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가 아닌가 한다. 이들은 많은 부분 닮아있지만 개인적으론 제우스가 토성이나 화성에 가까운 목성이라면 보탄(오딘)은 태양과 연결된 목성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총 4부작으로 이어진 대작 <니벨룽의 반지>는 하루 걸러 하루씩 8일에 걸쳐 공연되는 대규모 악극이다. 그 규모와 스토리, 환상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이고 웅장한 음악, 수많은 상징성으로 인해 모체였던 신화보다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악극이지만 장장 16시간이 넘는 전체 극을 한 번에 집중해서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전에 읽었던 아구스테 레히너의 <니벨룽의 노래>가 향수만 자극하고 말아 (나는 '니벨룽의 노래'보다 각색된 '니벨룽의 반지'를 더 좋아한다) 조금 아쉬운 대로 활자로나마 <니벨룽의 반지>를 감상하기로 했다. 이런 귀한 책을 내주신 출판사 풍월당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해석이나 번역에 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각자가 생각하는대로 생각하고 감상할 자유가 있으며, 따라서 '나의 생각은 다르다' 정도면 충분하리라 본다. 내가 바라보는 황금은 '진정한 영원'과 '순수', '변하지 않는 근원적 본질'이다.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재화도, 작은 얼굴도, 권력의 상징도 라인의 황금을 의미하기에는 다소 협소하다. 그것이 자연과 심상의 보호 아래에서 빛날 때, 라인의 황금은 가장 아름답고 본질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꺼내어 반지로 '세공'하는 행위는, 본질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힘'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타인을 지배하고 싶다는 욕망은 타인과 내가 동등한 존재라는 근원적 사랑을 -그 변주인 이성적인 사랑이라도- 놓아야만 행할 수 있다. 황금의 고리는 수많은 순환과 왕관들을 상징한다. 

 

개인적으로는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1부 라인의 황금보다는 이어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이 더 기대가 된다. 


 

- 베토벤이 19세기 전반의 음악을 지배한 인물이었다면 바그너는 19세기 후반기에 웅자 雄姿를 드러낸 인물이었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음악의 행로만 바꾼 게 아니었다. 그 자신은 광기에 가까운 메시아적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전례 없이 예술가로서의 영웅이란 개념을 일깨웠다. 

 

- 19세기를 풍미한 인물로서 머리에는 갖가지 지식과 상상력을, 입에는 온갖 변설을, 양손에는 음악과 문학을 갖추고 적대자에 맞서며, 추종자를 거느린 채 화제와 추문을 몰고 다닌 이는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 그는 예술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킨 음악가로, 사회 경제 분야에 혁신을 일으킨 마르크스, 생물학 분야에 혁신을 일으킨 다윈과 더불어 당대 유럽 문화계에 충격과 논쟁을 불러온 인물이다. 하지만 그들 중 스타로서의 인기를 누렸던 이는 바그너다. 그는 세계 문화사에서 누구보다 이채로운 인물이다. 그는 괴물 같은 천재이며, 신비로운 인간이다. 그보다 이야깃거리가 다채로운 인물도 없었고, 그처럼 장대하고 독창적인 음악을 작곡한 이도 없었으며, 그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격렬한 논쟁을 불러온 음악가도 없었다. 따라서 그를 제외하고 서양 음악을 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 바그너는 서양 음악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그가 창조한 악극은 신화와 전설에서 소재를 빌린 탓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독창적인 기법으로 가득한 관현악은 음악의 표현력을 무한대로 넓혔다. 또 그는 생전에 자기 작품만을 상연하기 위한 전용극장인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가진 유일한 음악가이면서 후손 Wagnerclan들에 의해 자신의 유지가 지금도 계승되고 있는 복 받은 인물이다. 

 

- 바그너의 장래 희망은 문인이었다. 그는 삼촌으로부터 배운 그리스어를 바탕으로 13세에 호머의 <오디세이아> 총 24권 중 첫3권을 번역할 수 있었으며, 15세 때에는 <햄릿>의 구성을 본뜬 <로이발트 Leubald>를 쓸 만큼 문학에 소질이 있었다. 또 다음 해에는 개인 지도로 기악곡 세 편을 지을 만큼 음악에 소질도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1831년 (18세) 라이프치히 대학(음악과, 부전공 철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 실은 개성 없는 미, 자극과 활력이 빠진미는 상상력을 앗아 간다. 전통미의 내용인 형식과 조화, 균일과 질서(아폴론적 요소)는 아름다움의 단면일 뿐으로, 융숭한 미는 감정과 즉흥, 열정과 충동, 자유와 무질서(디오니소스적 요소)한 면이 어우러질 때 드러난다. 그러므로 그 무기는 전통 악전에 얽매이지 않는 작곡가의 실험정신이다. 그가 의도한 것은 '파괴의 미학'으로 그 대가는 가혹한 비판이었으나, 보상은 영구적인 독창성이다. 그가 처음은 아니지만, 가장 큰 규모로 시도한 이는 바그너였다. 

 

- 바그너가 생애 동안 지은 음곡을 바그너 음악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관현악으로 연주한 음향은 바그너 사운드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제외하고는 '누구의 음악'으로 말하긴 해도 굳이 '누구의 사운드'라고 말하진 않는다. 바그너의 것은 그만큼 특징적으로 들리는 까닭이다. 그 특징이란 장중한 선율감과 감흥을 일으키는 화음(임장감의 사운드), 호쾌함과 비장감이 교차하는 음향(질감의 사운드), 악음과 소음의 경계를 허문 음량(양감의 사운드), 극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유도기 Leitmotiv의 곡조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현악 기법을 가장 잘 응용한 것이 주로 대작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배경음악이다.

 

- 그 전제로 그가 택한 방침은 악전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그 방법으로 선율이 줄곧 이어지는 느낌을 받도록, 즉 선율에서 단락감 段落感(끊어지는 느낌)과 종지감 終止感(끝나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주로 반음계를 사용하고, 조성에 얽매이지 않는 전조 轉調의 작곡기법을 고안했다. 그가 <탄호이저>에서 처음 시도한 이러한 기법은 독특한 오페라 형식을 낳는 데까지 진화했다. 최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그 결실이며, 그 비결은 변형된 화음, 즉 트리스탄 코드였다.

 

-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음높이가 F-B-D#-G# 간격으로 이루어진 화성적 음조 Harmonic signature는 현대음악의 문을 열어젖힌 신호음이다. 그것은 음악사상 가장 유명한 음정이고, 4시간에 달하는 악극의 망망대해를 헤쳐 가는 방향타다. 

 

- 즉 바그너 오페라에 묻어 있는 에로티시즘과 세기말적 분위기는 상징주의에 영향을 끼쳤으며, 바그너 음악의 전위적 성격은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조류에 영향을 끼쳤다. 실은 그의 작품만큼 시각적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음악도 드물고, 바그너 오페라의 노랫말처럼 상징과 은유를 품은 대본도 적다. 

- 바그너의 관현악 기법은 다채롭고 풍부한 색감이 특징이다. 여기에 악극이 지닌 뛰어난 표현력을 더하면 그의 음악은 여느 작곡가의 것보다 영상을 떠올리는 데 적합하다. 실제로 루드비히 2세는 <로엔그린>의 전주곡을 들으면 여러 가지 색깔을 떠올릴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음악에서 색채를 느낀 이는 그만이 아니었다. 인상주의와 추상표현주의 화가들도 그러했는데, 그 점에서 바그너 사운드야말로 시각을 자극하는 공감각의 음향이다. 

 

-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세잔,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제임스 휘슬러 등 인상파 화가들은 바그너가 음악에서 이룬 윤택하고 풍부한 음색 효과를 회화에서 거두기 위해 그림 선을 동적으로 표현하거나 색조를 두텁게 묘사하는 등 여러 기법을 고안했다. 그들 중 르누아르는 1882년 1월 15일, 팔레르모에 머물던 바그너를 방문하여 그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는 동안 인상주의란 용어를 음악에 적용하는 것에 공감했다. 세잔은 '<탄호이저>에 붙이는 서곡'으로 이름 붙인 인물화(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젊은 여성이 모델이며 여러 버전이 있다)를 그렸으며, ... 

 

- <니벨룽겐의 노래>는 게르만 민족이 유럽 각 지역을 이동하는 동안 구전된 설화로, 독일 민족문학의 원점이면서 독일의 유일한 신화다. 이 신화는 5세기 중엽 서로마 황제의 누이동생 호노리아가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훈족의 왕 아틸라에게 도움을 청한 역사적 사례를 배경으로 전승되었다. 따라서 필사본 형식으로 보존되어 왔으며, 필사자의 손을 거치면서 더해지고 윤색된 까닭에 30여 종이나 된다. 하지만 대강의 내용은 다르지 않으며, 1862년 프리드리히 헤벨 Friedrich Hebbel이 쓴 버전이 전범으로 알려져 있다.

 

- 니벨룽의 반지의 서사구조는 그것을 만든 유럽의 정신구조에 비추어 볼 수 있다. 서양인의 마음을 지배하는 행동 동기는 모험심과 더불어 전지전능한 인간이 되고 싶은 욕심이다. 그 뿌리인 그리스 신화는 모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양사는 그 자체가 모험사다. 다름 아닌 율리시스의 신화와 파우스트 전설이 생겨난 배경이다. 따지고 보면 서양 문화의 동력이 된 지리상 발견은 전자에서, 문명 이기의 발명은 후자에서 비롯되었다. 그 배경에서 "모험을 하지 않으면 얻을 것이 없다 Nothing Venture, Nothing Gain" 또는 "고통 없이는 영광도 없다 No Pain, No Glory"라는 서양 격언이 생겨났다.  

 

- 이러한 두 욕구는 니벨룽의 신화에서 두 겹의 층을 이루고 있다. 드라마의 중심인물 지그프리트는 황금을 지키는 용을 죽이고 브륀힐데와 부부의 연을 맺은 뒤 기비홍 성을 들른다. 그러고는 구트루네와 결혼을 하는데, 그 연유는 반지에 탐이 난 하겐의 흉계로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에 브륀힐데는 복수심과 질투심에 눈이 멀어 연인의 약점을 하겐에게 일러바치고, 지그프리트는 하겐의 창에 등을 찔려 죽는다. 그는 모험을 통해 반지와 브륀힐데를 얻었으나, 이번에는 불필요한 모험으로 인해 ... 

 

- <니벨룽의 반지>는 여러모로 풀이할 수 있는 탓에 독립된 연구서가 꽤 출간되었다. 이를테면 사회주의 이론을 빌려 해석한 조지 버나드 쇼의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The Perfact Wagnerite>도 있으며, 인문학의 틀로 해석한 <바그너의 반지와 그 상징>도 있다. 또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 이론을 빌려 해석한 <힘의 반지>도 있다.

 

- 사회는 사람들에게 사회화된 행동을 요구함으로써 규범을 지킬 것을 기대한다. 그것은 이성인 자아가 본능인 충동의 욕구를 양심인 초자아Superego 에 비추어 바른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아가 욕구를 이기지 못하면 범죄를 저지르고 자아가 양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신경증 환자가 되기 쉽다. 니벨룽겐의 정점(초자아)에는 라인의 황금이 위치하고 그곳에는 신들의 우두머리 보탄이 존재한다. 여기서 보물은 세 처녀(자아)가 지키고 있다. 황금(충동)은 강한 유혹이지만, 무엇보다 소중히 간직해야 할 양심의 보루다. 유혹은 욕구를 불러일으키지만 억제의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사실, 종말론은 당대의 각박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바꾸고 싶거나 벗어나고픈 염원에서 나온 것으로, 유토피아 사상의 다른 얼굴이다. 요한계시록이 종말에 대한 예언서이기보다 종말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교훈서이듯이. 

- 바그너는 쇼펜하우어의 저술을 통하여 불교의 윤회 사상도 접한 바 있었다. 반지가 없어진 다음 되돌아오기까지의 과정도, 반지의 주인이 되려고 상대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과정도 순환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영겁회귀를 말한 니체의 염세 철학이 니벨룽 신화와 무관하지 않은 배경이다. 악극의 제목을 결정한 반지 Ring는 원형 圓形, Circle이며, 이는 경계는 있으나 끝은 없는 무한궤도를 시사한다. 유한한 결혼 계약을 맺는 신랑이 신부에게 영원한 사랑의 언약을 전하는 징표가 반지이듯이.

 

- 작품에서 운명의 여신들과 발퀴레 여신들은 모조리 에르다의 자궁에서 나온 딸들이다. 이들은 변형된 에르다로서 어느 정도 대지와 자연의 특성을 지닌다. 길고 먼 과거를 속에 품고 있고, 또 앞일을 내다보기도 한다. 보탄과 에르다 사이에서 태어난, 따라서 보탄의 질서에 속하는 딸들은 4부작 마지막에 모조리 죽어도, 에르다의 힘을 대변하는 노른들은 미리 흙으로 돌아갔다.

 

- 오해수 

 

 


 

- 이들 자연의 존재들은 신들의 질서에 속하지 않으며, 따라서 신들의 멸망에 동참하지 않는다. 줄거리 진행에서 보탄과 에르다 사이에 마법을 동원한 일시적인 인연이 맺어지지만, 그런데도 에르다는 보탄의 질서에 속하지 않고, 보탄보다 더 길고 큰 질서를 나타낸다. 곧 자연 질서를 훼손하는 존재들의 멸망 바깥에서 있는 자연 자체인 것이다. 둘의 관계를 굳이 정리하자면 거대하고 영원한 어머니 에르다가 보탄에게도 어머니의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반지 세계 전체의 질서'다. 자연의 힘은 잘 드러나지는 않아도 신들의 운명보다 더 항구적이고 더욱 근원적인 것이다.

 

-  수많은 바그너 팬들로부터 열렬한 비난과 반박을 받을 것 같아 여기서 미리 우리 번역서의 말투에 대해 몇 가지를 밝힌다. 먼저 독일어에서 'du'와 'Sie'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똑 부러지게 '하라체'와 높임말로 나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신에게 기도를 드릴 때는 'du'를 쓰고 있으니, 우리 식으로 말하면 극존칭이 되어야 한다. 조금만 옛날 글로 거슬러 오르면, 늘 그런 것은 아니라도 신하가 왕에게 말할 때는 대개 'du'를, 왕이 신하에게 말할 때는 대개 'Ihr'를 쓴다. 나는 이것을 프리드리히 실러의 사극에서 배웠다. 어쨌든 이 또한 'du'가 극존칭이 되는 경우다. 

 

- 그렇기에 어떤 번역자도 'du'를 단순히 '너'라고 번역하지 못한다. 그게 아니라 번역자는 전체의 상황을 꼼꼼히 살펴서 상황에 맞도록 우리말의 말투를 스스로결정해야 한다. 최고신 보탄에게 함부로 말하는 듯한 번역의 말투에 반감을 느낄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옮긴이는 위에서 밝힌 내용, 곧 작품의 전체 상황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바탕으로 그런 말투를 선택했다. 이는 독일어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 해석의 문제인 것이다. 물론 번역자의 해석에 대해 반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공개적으로 출판된 책에 대한 논의는 늘 열려 있기 때문이다. 

 

- 안인희

 

 


- 라인의 딸들 셋 :  

DIE DREI MÄDCHEN 

 

라인 황금이라고 못 들어 보았니?

깨어났다 잠들었다 번갈아 하는
황금의 눈 眼에 대해
알프가 모른단 말이냐?
고귀한 모습으로 파도를 밝히는
물 속 깊은 곳의
즐거운 별 말이야.
보아라, 우리가 얼마나 즐겁게
광채 속에서 미끄러지는지!

 

dass vom Rheingold nie du gehört?-

Nichts weiss der Alp

von des Foldes Auge,

das wechselnd wacht und schläft?-

Von der Wassertiefe

wonnigem Stern,

der hehr die Wogen durchhellt?-

Sieh, wie selig

im Glanze wir gleiten!

 

 

- 파졸트 :

FASOLT

 

(분노한 놀라움에 잠깐 말없이 있다가)

(vor wüthendem Erstaunen einen Augenblick sprachlos.)

대체 무슨 말이냐, 하!

너 지금 어길 참이냐?

계약을 어겨?

네 창이 감추고 있는 것,

협의된 계약의 룬 문자들,

그게 네겐 장난이냐?

Was sagst du, ha!

Sinnst du Verrath?

Verrath am Vertrag?

Die dein Speer birgt,

sind sie dir Spiel,

des berath'nen Bundes Runen?

 

 

- 파졸트 :

FASOLT


너 빛의 아들아,
가볍게 짜인 너,

듣고 조심해라.

계약을 충실히 지켜라!

지금 너의 존재,
그건 오로지 계약을 통해서만 있는 거지.
너의 권력은
잘 고안된 조건들로 이루어진 것.
우리가 꾀바른 것보다
너는 더 지혜로워서
자유로운 우리를
계약으로 묶어 평화를 지키게 했지.
네가 공개적으로
정직하고 자유롭게,
계약을 지키는 충실함을 외면한다면,
난 너의 모든 지식을 저주하고,
네 평화를 멀리할 것이다!

 

Lichtsohn du,
leicht gefügter,
hör' und hüte dich:
Verträgen halte Treu'!
Was du bist,
bist du nur durch Verträge;
bedungen ist,
wohl bedacht deine Macht.
Bist weiser du
als witzig wir sind,
bandest uns Freie
zum Frieden du:
all deinem Wissen fluch' ich,
fliehe weit deinen Frieden,
weisst du nicht offen,
ehrlich und frei
Verträgen zu wahren die Treu'! –

 

 

- 프로 :

FROH

니 이름 로게 Loge,
하지만 난 너를 뤼게 Lüge [거짓말]라 부를 테다! 

 

Loge heisst du,
doch nenn' ich dich Lüge! 

돈너 :

DONNER

빌어먹을 불, 내가 너를 꺼버리고 말 테다! 

 

Verfluchte Lohe,
dich lösch' ich aus!

 

 

- 보탄 :

(그들을 가로막으며)

(wehrt ihnen.)

그 친구를 내버려 둬라!
너희들은 로게의 기술을 모른다.
망설이며 내놓으면
그럴수록 그의 충고
더욱 가치가 있지. 

 

In Frieden lasst mir den Freund!
Nicht kennt ihr Loge's Kunst:
reicher wiegt
seines Rathes Wert,
zahlt er zögernd ihn aus. 

 

파프너 :

FAFNER


망설이지 말고!

냉큼 지불하라! 


Nichts gezögert!
rasch gezahlt!

 

 

- 알베리히 : 

ALBERICH

 

비열한 술책!

수치스러운 기만이다!

너 이 악당아,

네가 그토록 간절히 소망하는

그 허물을 나한테 비난하느냐?

그걸 반지로 벼리는 기술을
쉽사리 얻을 수만 있었다면,
네 얼마나 기꺼이
손수 라인의 황금을 훔쳤을까?
니벨룽 내가
수치스러운 고통에서
노여움의 강제 속에
그 끔찍한 마법을 얻었는데,
그 걸작품이 이제 네게 즐겁게 웃으니
번쩍이는 넌
얼마나 온전히 행복할까?
두려움에 상처 입은
불운한 자가
저주를 안고 행한
무시무시한 행동,
그것이 즐거운 너의
군주 방식 장난감으로 어울릴까?
내 저주가 너의 기쁨에 이로울까?
조심하라,
교만한 신이여!

내가 모독 행위를 했다면,
멋대로 나 자신을 모독했던 것.

하지만 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것을 모독하면서, 

영원한 놈아, 뻔뻔스럽게도

내게서 반지를 빼앗아 가겠다고!


Schmähliche Tücke!
schändlicher Trug!
Wirfst du Schächer
die Schuld mir vor,
die dir so wonnig erwünscht?
Wie gern raubtest
du selbst dem Rheine das Gold,
war nur so leicht
die Kunst, es zu schmieden, erlangt?
Wie glückt es nun
dir Gleissner zum Heil,
dass der Niblung ich
aus schmählicher Not,
in des Zornes Zwange,
den schrecklichen Zauber gewann,
dess' Werk nun lustig dir lacht?
Des Unseligen,
Angstversehrten
fluchfertige,
furchtbare That,
zu fürstlichem Tand
soll sie fröhlich dir taugen?
zur Freude dir frommen mein Fluch? –
Hüte dich,
herrischer Gott!


Frevelte ich,
so frevelt' ich frei an mir:

 

doch an allem, was war,
ist und wird,
frevelst, Ewiger, du,
entreissest du frech mir den Ring!

 

- 파졸트 :

FASOLT

여자를 그리는 마음,
내게 몹시 괴로우니
그녀가 내 눈에서 사라져야지.
장신구 더미를
높이 쌓아 올려
꽃처럼 피어나는 여인이
내 눈에 안 보이게 완전히 가려 다오!


Das Weib zu missen,
wisse, gemuthet mich weh:
soll aus dem Sinn sie mir schwinden,
des Geschmeides Hort
häufe denn so,
dass meinem Blick
die Blühende ganz er verdeck'!  

보탄 :
WOTAN


그렇다면 보물을
프라이아의 모습대로 쌓아 올려라. 

 

So stellt das Mass
nach Freias Gestalt!

(두 거인이 프라이아를 가운데 세운다. 이어서 프라이아의 양쪽 땅바닥에 막대를 꽂아 그녀의 키와 폭에 맞춘다.)

(Freia wird von den beiden Riesen in die Mitte gestellt. Darauf stossen sie ihre Pfähle zu Freia's  beiden Seiten so in den Boden, dass sie gleiche Höhe und Breite mit ihrer Gestalt messen.)

 
- 로게 :
LOGE

나 좀 도와줘, 프로!

 

Hilf mir, Froh!

 

프로 :

FROH


프라이아의 치욕을
서둘러 끝내자.

 

Freias Schmach
eil' ich zu enden.

(로게와 프로가 두 막대 사이에 서둘러 장신구를 쌓는다.)

(Loge und Froh  häufen hastig zwischen den Pfählen die Geschmeide.)

 

파프너 : 
FAFNER


그렇게 가볍고
느슨하게 쌓으면 안 되지.
단단하고 촘촘하게
속을 채워라!

(사나운 힘으로 보물을 꾹꾹 누른다. 몸을 굽히고 구멍이 있나 살펴본다.)

아직도 여기서 저쪽이 보이는걸.
구멍을 메워라!

 

Nicht so leicht
und locker gefügt:
fest und dicht
füll' er das Mass.

 

(Mit roher Kraft drückt er die Geschmeide dicht zusammen; er beugt sich, um nach Lücken zu spähen.)

 

Hier lug' ich noch durch:
verstopft mir die Lücken!

 

 

- 보탄 :

WOTAN

 

나를 따르시오, 부인.

발할에서 나와 함께 사십시다!

 

(그녀의 손을 잡는다.)

 

Folge mir, Frau:
in Walhall wohne mit mir!


(Er fasst ihre Hand.)

 

프리카 :
FRICKA


그 이름은 대체 무슨 뜻인가요? 

그런 이름 전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Was deutet der Name?
Nie, dünkt mich, hört' ich ihn nennen.

 

보탄 :

WOTAN

두려움을 누른 내 용기가 

무슨 생각을 해냈는지, 

그것이 승리하여 살아남는다면

그 뜻이 당신 앞에 드러나리다! 


Was, mächtig der Furcht,
mein Muth mir erfand,
wenn siegend es lebt –
leg' es den Sinn dir dar!

 

 

- 로게

LOGE

(무대의 전면에 남아 신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저들은 아직도 지들이 존속할 거란 망상을 품고서

지들의 종말을 향해 서둘러 간다. 

저들과 함께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저 눈먼 것들과 함께 

멍청하게 스러지느니 

널름대는 불꽃으로

도로 변해서
그 옛날 나를 길들인

저들을 불살라 버리고 싶다는

유혹적인 욕망을 느낀다.

그러고도 가장 신적인 신들이라니!

그게 멍청하단 생각도 내겐 안 들어!

생각해 봐야지.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

 

(그는 느긋한 태도로 신들에게 합류한다.)

 

(im Vordergrunde verharrend und den Göttern nachblickend.)

 

Ihrem Ende eilen sie zu,
die so stark in Bestehen sich wähnen.
Fast schäm' ich mich,
mit ihnen zu schaffen;
zur leckenden Lohe
mich wieder zu wandeln,
spür' ich lockende Lust,
sie aufzuzehren,
die einst mich gezähmt,
statt mit den Blinden
blöd zu vergeh'n,
und wären's göttlichste Götter! –
Nicht dumm dünkte mich das!
Bedenken will ich's:
wer weiss, was ich thu'!


(Er geht, um sich den Göttern in nachlässiger Haltung anzuschliessen. Aus der Tiefe hört man den Gesang der Rheintöchter heraufschallen.)


 

 

 

     

 

 

 
니벨룽의 반지(풍월당 오페라 총서)(전4권)
바그너의 위대한 성취 바그너는 1850년 ‘총체예술’이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각각의 장점과 한계를 지닌 예술 장르를 한데 통합시켜 예술의 모든 -적어도 가장 완벽에 가까운-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바그너는 기존의 오페라에 비해 시적이고 연극적인 요소를 크게 늘렸고, 이 요소들을 음악 속에서 소화해내기 위해 독창적인 음악 기법을 고안했다. 4부작으로 이루어진 『니벨룽의 반지(이하 ‘반지’)』는 이러한 바그너의 천재적인 야심이 가장 잘 발휘된 그의 대표작이자 19세기 유럽이 인류에게 남긴 가장 거대한 유산 중의 하나다. 19세기 이후의 모든 극음악은 그의 후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지의 제왕」 영화음악을 작곡한 하워드 쇼어는 한 인터뷰에서 바그너 오페라의 유도동기와 악곡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음을 밝힌 바 있다.
저자
오해수 (해설), 리하르트 바그너
출판
풍월당
출판일
20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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