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송경아] 우모리 하늘신발

일루젼 2023. 4. 2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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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송경아
출판 : 알마
출간 : 2020.04.30


주5, 주6, 주6, 주5...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근무하는 스케줄대로 6연당을 하면 단 하루도 '일하지 않는' 요일이 없다는 것. 어떻게 해도 24시간의 휴식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어떻게든 시간을 이어붙여 잠깐의 휴게 시간을 만들어두었다. 얼마나 충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충전보다 잠깐 멈춰서 머리를 비울 시간이 절실하다. 투덜거리고는 있지만 사실은 내가 이런 스케줄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잠깐의 시간이. 무언가 외면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일로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려놓으면 다른 것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걸 믿지 못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당분간은 이 스케줄을 유지해야만 하지만,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지 않은가 싶어 더 나은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건 당장의 이야기는 아니므로, 지금은 <우모리 하늘신발>로 돌아오자.

 

현재까지 읽은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다. 깊고 깊은 산속 마을, 너무도 외진 곳이라 전란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끝난 줄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그런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

 

환상은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을 때 빛을 발하지만, 때때로 적절한 어두움이 없을 때는 스스로의 힘으로 베일을 휘감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모리 하늘신발>의 경우는 수많은 것들과 겹쳐지면서도 독특하게 빛나는 매력을 가진, 후자에 속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어린 여성 화자의 시점에서 전개되지만, 실제 화자는 청자의 할머니로서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는 점도- 그 속에서 풀려나오는 드란댁의 이야기는 그보다 더 과거의 어느 때라는 점도 독자를 몽롱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빠져들 수 없다.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안배된 현실감과 우리네 풍속들은 '어쩐지 그럴 법도 한' 느낌을 버무려낸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거리감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이야기 속으로 훅 끌어들이고 놓아주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에 많이 몰입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부모님과는 맞는 면보다는 맞지 않는 면이 더 많았음에도 지금껏 감사하고 있는 부분이 '딸이지만 공부시키겠다'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에서야 그런 일이 드물다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시간 감각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가끔 생각한다. 내가 얻어낸 것인지 주어진 것인지에 관해 생각한다. 불태워지고 찢겨졌던 내 책들에 대해 생각한다.

 

<우모리 하늘신발>은 어떤 면에서는 LC의 전복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일종의 균형점으로 나아가는 길은, 때로는 그 반대편의 극에 다다르는 것일 수도 있다. 

 

행복하게 읽었다.       

 


   

- 이 이야기는 우리 외할머니가 어렸을 때를 회상하며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우리 동네는 예전에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 우모리 牛毛里 라는 작은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그곳에서 사시다가 열다섯 때 대우읍 大牛邑 여중에 들어가셨습니다. 할머니 또래의 우모리 여자 중에서 여중, 여고를 나와 간호사까지 되신 분은 할머니밖에 없었습니다. 

 

- 역시 드란댁 마님이었다. 어귀 돌에서 드란댁은 머리에 임을 이고 있던 보따리를 내려놓으시더니 구부렸던 허리를 펴고 우모리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나는 홀린 듯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늘 보던 모습이지만 볼 때마다 사람의 혼을 빨아들이는 모습. 제일 먼저, 나이 오십 먹은 노파의 허리가 꼿꼿해지고 키가 석 자는 커진다. 얼굴에 가득했던 주름이 펴지면서 햇빛에 자글자글 탔던 피부가 희어지고 ...

 

- 마님은 든든한 내 뒷배였다. 그걸 싫어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밖에 없었다. 

"아니, 기집애한테 자꾸 무슨 책을 사다 앵긴다요? 씰데없는 장난감은 또 뭐고. 사다 주실 거면 반짇고리나 사다주실 일이지. 아직 쑥국 하나 제대로 못끼리고 바느질도 제대로 못하는 아를 누가 데리갈라나 모르겠네."

 

- "가만 좀 있으소. 마님이 다 생각이 있어서 하시는 일이겠지. 마님이 우리한테 해로운 일 하시는 거 본 적 있수까? 우리 마리를 얼마나 예뻐하시는데."

"이름도 마리가 뭡니꺼, 마리가. 그냥 처음 생각한 대로 귀순이로 짓지, 그걸..."

 

- 어렸을 때 몇 번 아빠의 고향을 물어봤지만 아빠는 그냥 허허 웃기만 했다. 나중에 커서야 우모리에서 고향 이야기는 안 꺼내느니만 못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모리 사람들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바깥을 등지고 이 외딴 동네에 들어와 살게 된 사람들이었다. 

 

- "그때는 하여간 사람을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어디든지 소속이 되고 같이 어울려 다녀야 사람 노릇을 하는 걸로 쳤는데, 내가 십 년 가까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보고 배운 게, 그렇게 어울려 다니고 뭔가 목소리 큰 사람일수록 밤길에 죽어 나가곤 했어. 술집에서, 기생집에서, 자기네 모임 장소에서, 집에 돌아가다가, 목소리를 높이다가, 한잔 더 하러 가다가 칼 맞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아무하고도 인연을 맺지 않고 살았어. 그렇게 죽자고 고향에서 도망쳐서 떠돌아다닌 건 아니었으니까."

 

- 반말이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 반말을 하는 목소리가 위엄 있는 중년 여자 목소리라는 것이 놀라웠다. 아빠가 만나본 여자라고는 참을 이고 나르는 촌색시들과 아주머니들 정도였다. 기생이나 여학생이 출몰할 법한 도회지는 아빠가 알아서 피해 다녔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기생이나 여학생처럼 젊고 여릿여릿한 목소리도 아니었고, 나이 지긋한 사람 목소리라기엔 촌 기색이라곤 하나도 깃들지 않았다. 아빠는 자기도 모르게 어느 대가 댁 마님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대가 댁 마님이 혼자서 산길을 돌아다닐 리가 없었다. 어쨌든 그 순간에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말한다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자라는 존재들로 여겼다. 남자애들은 나이 열 살만 되어도 뱀이나 개구리 때려잡는 놀이를 하러 다녔고, 여자아이들은 일곱 살이면 대충 갓난쟁이 동생을 업고 다니고 기저귀도 갈 줄 알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도 그렇게 분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여우에 홀려 죽었다는 사람 이야기, 전쟁 때 시체 묻힌 곳에서는 풀이 더 푸르게 난다는 이야기, 문둥이가 자기 병 낫겠다고 어린아이 간을 내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죽음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 그러고 보면 우모리에는 이상할 정도로 무속 신앙이 없었다. 

 

- 가장 못 믿을 것이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우모리 사람들은 드란댁 마님 아래에서 서로 믿고 살았다. 

 

- "너희 하나하나가 다 내가 직접 구해낸 목숨들이다. 그렇게 값싸게 팔려나가는 건 나도 싫다. 그러니 정 나가고 싶으면 내게 말을 해라. 그러면 내보내주마. 그렇지만 날 속이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알겠느냐?"

 

- 드란댁 마님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깔렸다. 그러나 즐겁거나 미더운 웃음이 아니라 어딘가 힘이 빠진 웃음이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웃음에 깔릴 수 있다면 바로 그런 웃음이었다. 나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 희한하게도 꿈속에서는 이 선생님이 돌아가신 것을 알고 있었는데 백구가 죽었다는 건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나는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도저히 하늘 같지 않은 색깔들로 가득 차있었다. 맑은 때의 파란색이 아닌 것은 당연했지만 먹구름 아래의 어두운 회색이나 검은색도 아니었다. 오히려 형형히 빛나는 노랑, 빨강, 고동, 녹색 등이 소용돌이치고 서로 충돌하며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어지러운 하늘색이 비에 녹아내려 내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 비를 맞고 싶지 않았지만 뒤를 돌아보자 돌아갈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 "그... 여길 파면 물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압니까?"

"다 알아. 자네는 그냥 파기만 하게."

"파라니까 파기는 합니다만, 물이 안 나와도 제 탓 아닙니다."

 

- "여기 분명히 마을이 있었다니까요. 한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 "더럽군..."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 마님은 피가 더럽다고 하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피는 소중한 것이니까 몸 밖으로 흘려서는 안 된다고,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으면 끓인 물로 얼른 씻고 약을 바르라고 늘 이르셨다. 어른들에게도 틈만 나면 농기구에 베이는 것을 우습게 여기지 말라고, 피를 생명처럼 여기라고 말씀하셨다. 

 

- 나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 께느른한 시간은 마치 요술에 걸린 것 같았다. 마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 진짜 같았고, 또 무슨 말씀을 하시든 꿈속에서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님은 딱히 나를 향해서 말하는 것 같지 않은 말투로 중얼중얼 말씀하셨다. 

 

- "처음 태어났을 때가 언제인지는 나도 잘 몰라. 기억이 생겨났을 때는 이미 일고여덟 살쯤, 그러니까 너 정도 나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 나는 산속을 누비며 자랐고 숲의 엄마들, 무마-퍼두리들이 나를 키웠어. 너희 식으로라면 숲 귀신이라고 말해야겠지만 무마-퍼두리는 귀신과는 다르단다. 숲을 지키고 숲의 질서를 바로잡는... 여자 신령들이라고 하면 될 거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무마-퍼두리가 키울 만한 아이가 아니었단다. 나는 악령인 스트리고이의 아이였으니까."

 

- '저런 저런. 문지방은 밟으면 안 된다오. 바깥과 안, 저 세상과 이 세상을 가르는 경계거든. 그냥 넘어 들어오시오, 밤의 딸이여.'

 

- "고향의 말이었어! 나는 순간 경계심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유르트의 문지방을 넘어 들어갔어. 인간의 거주지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 유르트 한가운데는 돌 위에 화로가 놓여 있었고 그 너머에 한 남자 노인이 앉아 있었어. 유르트 여기저기에는 파란색과 흰색 장식품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어. 그것이 튀르크족이 액을 쫓는 나자르 본주우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지. 노인은 머리에 털모자를 썼고 검은 두루마기 옷단에는 금빛 수가 놓여 있었어."

 

- '스트리고이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한테는 그렇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된 걸까?'

 

- '우리 집안 사람들은 대대로 흑해를 오가면서 무역을 했고 나는 어려서부터 말 배우는 재주가 조금 있었지. 그래서 튀르크 말과 루마니아 말, 여기저기 말을 조금씩은 할 줄 안다오. 내 이름은 아슈타드, 내가 태어났을 때 기쁨이라는 의미로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오. 그대의 이름은?'

 

- '그대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이름이 없으면 불편해한다오. 다행히도 당신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으니 카탈리나라고 부릅시다. 아직 죄를 짓지 않은 순수함을 가리키는 말이지.'

 

- "융단에도 종류가 참 많단다. 보풀이 있어서 발에 보들보들하게 느껴지는 할르, 씨실과 날실을 교차시켜 천처럼 짜는 킬림, 거기에 손으로 수를 놓는 제짐, 킬림처럼 짜지만 처음부터 머릿속에 무늬를 넣고 색실을 교차시켜 짜야하는 수막... 무늬가 많고 크고 잘 짜인 수막은 숙련된 여인들 몇 사람이 달려들어 몇 달 동안 짜야 하지만, 대신 커다란 금덩이만 한 가치가 있어. 서툰 솜씨로나마 처음 조그만 수막을 짜서 가져갔을 때 아슈타드는 '이걸 제대로 배우려면 몇 년이 걸리는데!' 하면서 진심으로 기뻐해주었어. 하지만 그걸 배울 때는 내가 삼백 년 넘게 그 재주로 돈을 모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단다."

 

- '밤의 딸이 이렇게 마음이 여려서 어쩐담... 얘야, 인간에게 너무 정을 주지는 마라. 인간은 혼자서는 연약하지만 여럿이 덤벼들면 너를 해칠 수 있단다. 늘 조심하고, 될 수 있으면 평화롭게 살아가고, 가끔 시간이 나면 아슈타드라는 늙은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 다오.'

나는 훌쩍거리며 대답했어.

'절대로 잊지 않아요, 아슈타드. 나는 어둠의 딸이지만 아슈타드의 딸이기도 해요.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날 축복해 주세요.'

'알라와 모든 예언자들이 너를 지켜주시기를. 메카를 향해 기도할 때마다 너를 생각하마.'

 

- "사람들 사이에서 티를 내지 않고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아슈타드에게 배웠거든. 오가는 상인들에게 정보를 얻어 카펫 잘 짜는 여자들이 있다는 마을이나 부족마다 들렀어. 덕분에 양털뿐 아니라 비단에 무늬를 넣어 짜는 법도 익히게 되었지. 그런 마을에 가게 되면 그곳 무당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몇 달 동안 머물러도 되느냐고 허락을 구했어. 어떤 무당은 나를 알아보았고 어떤 무당은 그냥 지나가는 여자 나그네로 보았어. 나를 알아보는 무당들은 대부분 그 부족에서 섬기는 신령의 핏줄이 섞여 있는 사람들이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슈타드에게도 무마-퍼두리나 다른 정령의 피가 어느 정도 섞여 있지 않았을까 싶어."

 

- "기억해 두렴. 인간이 어느 한 집단을 업신여기기 시작하면 그 집단의 여자들은 두 배로 업신여긴단다. 그때는 성장기도 다 끝나가서 피를 탐하는 마음도 줄어들었고 카펫을 짜면서 무던한 인내심도 배웠지만 사람들이 나를 자극하면 어떻게 될지 몰랐으니까."

 

- "그때 처음으로 무마-퍼두리들과 아슈타드의 가르침에 회의가 들었어. 나는 이렇게 인간을 죽이지 않기 위해 적당히 먹으며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는데, 저들은 같은 사람끼리 서로 수백 수천 명씩 죽여댄다면 내가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를 숨기고 지키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물론 인간은 사랑스럽지. 적어도 몇백 년 동안 곁에서 지켜본 내게는 그랬어. ... 하지만 순박한 처녀와 청년들만큼이나 들판의 풀꽃들도 싱그럽고, 떼로 다니는 늑대들도 인간 못지않게 다정하고 생명력이 넘친단다. 결국 인간이 인간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데 인간의 포식자인 내가 인간을 소중하게 여길 이유는 없는 거였어."

 

- "하지만 인간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내가 키우고 내 말을 듣는 인간들이 갖고 싶어졌어.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로 만들었듯이 나도 인간들을 길들여 ... "

 

-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데 나를 막을 것이 무에 있겠니? 무마-퍼두리들도 아슈타드도 이제 죽음 저편으로 가버린 지 오래일 텐데."

 

- 마님은 나를 돌아보셨다. 새하얗고 선이 또렷한 마님의 얼굴이 반쯤 내린 어둠 속에서 문득 낯설어 보였다. 마님의 눈이 이렇게 깊었던가? 입술이 이렇게 붉었던가? 마님은 한참 홀릴 듯이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생긋 웃으셨다.

"다 옛날이야기란다. 이만 리 밖에 사람이 어떻게 살겠으며 사백 년이 넘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우리 지방에 내려오던 옛날이야기를 내가 조금 고쳐서 말해보았단다. 재미있었니?"

 

- "마님은 그 나라 말도 할 줄 아세요?"

내가 놀라서 묻자 마님이 웃었다.

"아니, 대신 저 사람 중에 내 고향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섞여 있었단다. 민속학인가 뭔가를 하려면 여러 나라 말을 알아야 한다는구나. 제법이야."

 

- "여긴 웬일로 다 오셨수?"

"알면서 그러네. 할멈 몸주가 얼마나 센가?"

마님이 다짜고짜 묻자 장씨 할머니는 별소리를 다 듣는다는 듯이 허허, 웃었다.

"내가 오방신장님을 모시기는 하지만, 신들끼리는 세고 약하고 그런 걸 따지는 게 아니라오. 천지간에 조화를 지키고 잡귀가 범접하지 못하게 하시는 거지. 다 같이 옥황상제 아래에서 인간 세상을 지키시는 분인데 서로 싸울 일이 뭐가 있겠소?"

"그 잡귀를 몰아내는 힘이 얼마나 센가 말이야."

장씨 할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장님이야 강하시지만 그릇이 버텨낼지 모르겠소. 내가 낼모레면 여든이라 신장님이 내려와 주실지도 모르겠고, 내려오신들 지금 내 그릇으로 온전히 받을 수 있을까."

"그러면 굿으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설령 굿을 한다 해도 무슨 굿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푸닥거리를 해야 하나, 살풀이를 해야 하나. 그러기엔 저쪽 기운이 너무 크단 말이지. 자칫하면 부정 씻는 부정거리도 파투가 나게 생겼소. 죽은 사람 영이 들러붙은 것이 아니니 지노귀굿을 해봤자 헛수고이고." 

 

- "그러면 어쩌면 좋겠는가."

이번에는 장씨 할머니가 한참 침묵하더니 담배를 다시 한 모금 빨고 말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나는 나대로 신당에서 신장님께 치성을 드려 공수를 빌어보겠소. 드란댁은 예전에 했던 대로 해보시구려."

 

- 모두 아는 얼굴인데도 코며 얼굴 윤곽이 횃불 그림자에 일그러져 생판 낯선 사람들처럼 보였다. 잔바람이라도 불면 그림자가 펄럭여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처럼 보이기도 했다. 

 

- "왜 따라왔니?"

왜 따라왔을까. 나도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만 하늘에서 커다란 돌이 날아와 산에 박힌 후부터 마을을 채우고 있는 분위기, 계속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어렸지만 어렸기 때문에 마을의 변화에 가장 영향을 받을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세상, 내가 아는 우모리가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무슨 일이 생기든 최대한 많이 보고 그것을 마음속에 새겨놓아야 한다는 결심 같은 것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나는 지켜보고 귀담아듣고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이 사건이 지나간 후에 우모리가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어렴풋한 예감을 남에게 조리 있게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그 모든 느낌이 언어로 변하지 않은 채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 "다시 한번 자네들 힘을 빌리겠네. 자네들의 힘, 자네들의 생명, 자네들의 피를 빌려 자네들을 지키겠네."

징징 징지징. 징 소리가 연속으로 울려 퍼졌다.

 

- 엄마의 얼굴은 맛있는 반찬거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든 작품을 내놓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농사는 먹고 살기 위한 일이지만 텃밭은 엄마의 생활이고, 취미이고, 자랑이었다. 엄마뿐만이 아니라 텃밭을 가꾸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다 비슷했다. 나는 마님의 텃밭에 심긴 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언제까지나 별 탈 없이 마님의 텃밭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마을 어귀를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며 생각했다.  

 

- 나갈 때보다 더 커진 보따리를 임을 이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마님은 한눈에도 엄청나게 피곤해 보이셨다. 내가 뛰어가자 마님의 눈이 놀란 듯이 커졌다. 마님은 마치 말리려는 듯이, 가라는 듯이 엉거주춤 손을 젓다 말고 팔을 내리셨다. 나는 놀라서 마님 앞으로 더 빠르게 달음박질했다. 

"마님, 왜요? 저 마리잖아요. 왜 오지 말라고 하셔요?"

나는 영문을 모르고 마님을 쳐다보았다. 저녁 햇빛의 장난으로 마님의 눈에 놀이 비쳐 한순간 눈이 붉은색으로 빛나는 것같이 보였다. 긴 한숨을 쉬며 마님은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만지는 것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마리야, 넌 어려서 큰일에 끼우기 싫었는데..."

"마님?"

"동해의 물귀신들이 그랬지. 마을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마중 나오는 것을 데리고 가라고. 그래야 승산이 있다고... 그게 마리 너일 거라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 장씨 할머니는 마치 우리가 올 줄 알았던 사람처럼 대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늘 닫혀 있던 작은방의 여닫이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 "오늘 아니면 내일 올 것 같더니만."

마님은 이고 온 커다란 보따리를 마루에 내려놓고 우두둑 소리를 내며 목과 어깨를 풀었다.

"할멈이 내일이 좋다지 않았나. 서둘러서 왔지."

"그야 칠석날이니까. 견우직녀 님이 일 년에 한 번 만나시는 길한 기운을 받아야지."

"그래, 이쪽에 길한 게 있으면 다 갖다 써야지. 물건은 맡겨뒀다가 내일 가져가겠네."

"그러시우. 이 늙은이가 치성을 드려 놓으리다."

 

- "장씨 할멈 몸주신이 마리를 데리고 가라고 했어."

"네?"

아빠가 눈에 불을 켜고 고개를 홱 쳐들었다. 늘 마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말을 듣던 아빠가 그러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하지만 마님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네. 당연히 딸 걱정이 되겠지. 그러나 어떻게 보면 마리도 내 옆에 있는 게 제일 안전할 거야."

"아니, 하지만 마님, 이 어린애를..."

 

- "윤 서방, 정신 차리게. 마리가 내 옆에서 무사하지 못하면 자네 옆에서는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자네 부부는 아들 둘 건사하면서 도망치기도 정신없을걸."

 

- "내일 내가 그걸 막지 못하면 마을 전체가 끝장이야. 마을뿐인가. 이 나라도 완전히 작살날지 몰라. 사람이 보기만 해도 미치거나 죽는 어마어마한 괴물이 세상에 나오는 거야. 그런 괴물에게는 사람이 쓰는 총이나 대포 같은 것도 소용없지. 그리고 동방청제가 직접 마리를 데리고 가라고 공수를 내렸네. 신장의 말을 어겼다가 마리가 평생 무병으로 골골거리는 걸 보고 싶은가?"

"마리가... 무당이 되어야 하는 겁니까?"

아빠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마님이 설핏 웃으셨다.

"그건 아니야. 마리는 내일 나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네."

 

- "이 돈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마을 사람들에게 고루 나눠주고 모두 도망가야 해. 마을에서 최대한 멀리. 세간살이 챙길 생각 같은 것 하지 말고. 목숨이 붙어 있으면 나머지야 돈으로 살 수 있는 거니까."

 

-마님이 혀를 쯧 차셨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방법이 틀려먹었어."

"네?"

"저것들은 내려온 다음에 없앨 생각을 하고 있나 본데, 내려온 다음엔 늦어. 내려오기 전에 보내버려야 하는데."

 

- 방금까지 칠흑처럼 까맣던 하늘이 아까 내가 내려다보던 돌덩이처럼 이리저리 소용돌이치고 파도처럼 울렁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돌을 여러 개 넣은 얇은 보자기가 걸을 때마다 이리저리 눌리듯 하늘이 여기저기 눌리고 움직이며... 찢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이 찢어지려는 순간, 나는 비명을 질렀다. 

 

- 그때까지는 무서운 줄 몰랐던 것 같다. 빈 마을에 마님과 장씨 할머니와 함께 남아 있는 것은 괜찮았다. 오히려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으쓱하기까지 했다. 밤에 산길을 오르는 것은 매우 힘들었지만 마님이 이끌어주셔서 무섭지 않았다. 우주에서 왔다는 돌덩이를 쳐다보는 건 어지럽고 속이 뒤집어지는 일이었지만 무섭지 않았다. 모든 것을 빨아먹는다는 괴물 이야기를 들어도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하늘이 찢어지려고 하고 거기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건 무서웠다.

 

- 그 순간 생각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마님에게 외쳤다.

 

- 이 빗소리 속에서 내 말이 들릴까? 아니, 들으셨다! 그 증거로 마님이 생전 처음 보는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 얼굴을 보자 웃을 때가 아닌데 웃음이 나왔다. 나는 웃으며 소리쳤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웃는 것.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기뻤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무력한 눈동자가 아니었다. 

 

- "장씨 할멈이 가르쳐준 대로 했지. 동해안 물귀신들에게 부탁해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모아 그물을 짜고, 복숭아씨 기름을 발라 길을 내고, 고를 튼 곳 하나하나마다 짚신을 묶었단다."

"짚신이요? 아, 그 흰 게 짚신이었구나."

"장씨 할멈 말이, 다리가 많은 놈은 신발을 신겨서 보내버리면 다시 안 온다더구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었던 것 같다. 그다음에 마님이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고맙다. 역시 너를 데려오길 잘했어. 나한테 지킬 것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구나."

그 말을 끝으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혼곤하게 잠들어버렸다. 

 

- "그전까지는 솔직히 무서웠다. 늙는 것도 무섭고, 병드는 것도 무섭고, 죽는 것도 무섭고. 하지만 신장님이 나를 지켜주시고, 이 마을을 지키고, 세상을 지켜주신다는 걸 그때 알았다. 알고 나니 무섭지가 않더구나. 저세상으로 건너가도 다들 나를 지켜주실 게야. 드란댁과 네가 그걸 알도록 도와줬지. 그게 고맙다는 거다. 그걸 아니까 이제는... 무섭지 않아. 그러니 내 걱정은 할 것 없다."

 

- "노인네 보기보다 담이 작았구먼. 자기 몸주신 자랑을 그렇게 해댔으면서 죽어서 안 지켜줄까 봐 겁났었다니. 진작 말했으면 내가 편안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앞으로 백 년은 지켜준다고 했을 텐데."

 

- 사람들은 변화 하나하나에는 웃고 박수를 쳤지만 전체 변화에는 놀랄 정도로 무감했다. 몇 년이 지나면서 동네 대소사에 마님을 찾는 횟수가 확 줄어들었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약간 분한 마음으로 마님께 행사 일을 미주알고주알 말씀드렸지만 마님은 웃기만 하고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나중에는 나조차도 별일 없으면 마님 댁 앞을 무심히 지나치다 흠칫 놀랄 정도였다.  

 

- 마님이 돌아오신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았다. 돌아오실 거면 서류며 돈이며 그렇게 나눠주실 필요가 없었다. 

 

- "여행 가기 전에 당부 하나 하지. 아들이 둘이라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마리는 꼭 자기 하고 싶은 만큼 공부를 시켜주게. 이 선생 있을 때 한글과 숫자는 얼추 떼었으니 조금 더 공부시켜서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꼭 보내야 하네."

"말씀은 감사하지만 계집애가 공부는 무슨요. 이제 나이도 열 살이 훌쩍 넘었으니 집에서 집안일 몇 년 돕다가 시집가야죠..."

극구 사양하던 아빠가 마님의 눈길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마님의 눈이 불같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마님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계셨다.

"시집, 좋지. 좋은 짝 만나서 평생 같이 아껴주고 살면 좋겠지. 하지만 기억하게. 나랑 우모리 전체는 마리에게 빚을 졌어. 마리는 하고 싶은 만큼 공부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가고 싶을 때 시집가야 해. 내 말을 어기면 자네도 곱게 죽지는 못할 걸세. 알겠나?"

천둥 같은 마님의 기세에 아빠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마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면 됐어. 오늘은 내가 마리를 데리고 잘 테니 이제 자네들은 가보게."

 

- "기억하고 있었구나. 지금쯤은 잊어버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 "순간 참 희한한 경험을 했어. 내가 아는 시간과 모르는 시간이 접혀 있던 부채처럼 머릿속에 펼쳐지면서 여러 가지가 보였지.리 떨어진 나라에서 공같이 생긴 인공 별을 쏘아 올리는 모습도 보였고, 내 고향이 전쟁에 휩싸이는 모습도 있었어."

 

- "하지만 우모리는 내가 없다고 망가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흩어지기는 했을지언정 잘 살아가고 있었어. 반대로 내가 계속해서 가꿔가는 우모리의 모습도 보였다. 먹고사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만 계속 변하지 않고, 점점 세상에서 물러나고, 백 년쯤 후에는 바깥세상 사람들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말조차 통하지 않는 우모리가."

 

- "선택은 내 몫이었단다. 나는 천천히 우모리를 놓을 준비를 했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내 기억을 지웠다. 이제 전기까지 들어왔으니 내가 할 일은 다 한 듯 싶다."

 

- "하지만 너한테만은 기억되고 싶은 욕심도 있구나."

 

- "윤 서방이 뭐든 못하게 하면 이걸 쓰거라. 잘 지내렴."

 

- 그다음부터는 예서 너도 다 아는 이야기란다. 우모리에도 동사무소와 국민학교가 생기고 나는 나이보다 늦게 중학교에 들어갔어. 아버지, 어머니는 내가 고등학교까지만 다니고 시집가기를 바랐지만 나는 간호전문대에 들어가서 간호사가 되었고, 네 할아버지를 만나고, 네 엄마를 낳고 이렇게 살았지. 어려울 때에도 마님이 주신 금은 끝까지 팔지 않았어. 어떨 때는 그게 모두 어린 시절의 꿈이나 상상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단다. 그럴 때면 나는 그 금덩어리를 꺼내보면서 다시 되새기는 거야. 아무도 믿지 않을 존재를."

 


 

- 공포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꽂히는' 지점은 각자 다르다. 

 

-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유령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내 경우는 뱀파이어다. 창백한 얼굴에 키가 크고 검은 옷을 두르고 다니는, 전설과 미신의 고장 트란실바니아에서 그 시대 최첨단 도시 런던으로 온 구시대의 귀족. 피를 탐하는 야만성과 탐미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모순적인 존재. 

 

- 나는 오히려 러브크래프트의 여성혐오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단편 <현관 앞에 있는 것>을 다시 쓰려고 했다. 원작에서는 마술사 에프라임이 영생을 얻기 위해 딸 아세나스의 몸을 탈취했다가, 여성보다 더 우월하고 마력이 강한 남성의 몸을 다시 얻기 위해 사위 에드워드 더비의 몸을 차지하려다 죽는다.

 

- 그렇지만 문화사나 문학사에서 미지의 것, 두려운 것, 광기와 달과 마법과 더 맞닿아 있는 존재는 당연히 여성 아닌가? 에프라임이 더 많은 마력을 얻고 싶었다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가지려고 했을 것이다. 

 

- 그런데 아무리 작은 공동체라도 통치자는 피지배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 않을까? 그 동의는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될까? 공동체 내부성원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우모리 하늘신발(Project LC.RC)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들이 공포문학의 거장 러브크래프트를 재창조하는 프로젝트. 인간의 깊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공포와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모호한 세계관, 기괴하고 음산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오마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종차별적이며 남성 중심적이기도 한 그의 낡은 관념은 전복적 시각으로 다시 썼다.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한 작품들은 오늘날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공포의 실체가 무엇인지 날카롭게 묻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저자
송경아
출판
알마
출판일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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