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장희 / 주호민
출판 : 위즈덤하우스
출간 : 2018.12.10
저자 : 장희 / 주호민
출판 : 위즈덤하우스
출간 : 2021.03.31
저자 : 장희 / 주호민
출판 : 위즈덤하우스
출간 : 2022.08.31
4월에 이어 5월도 가벼운 것들 위주로 읽으며 지나가게 될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머리는 비우고 몸은 고되게 보내는 중이다. 잠시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현실에 매몰되어 흘러가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빙탕후루>는 책들을 정리하다가 일부가 발견되어 읽게 되었는데, 스토리 작가의 설정에 따르면 송나라 때 즈음의 가상의 중국 국가가 배경이라고 한다. 선협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도교와 산해경, 요재지이가 뒤섞여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감사드리며 읽었다. 기담으로도, 따스한 이야기로도, 모험담으로도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지점들이 있다.
첫 번째로는 전체 스토리가 처음부터 구상되어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조금 다른 순서로 인물들이 등장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나타나면서도 모두 과거부터 연이 있음을 설명하며 풀어나가는 전개였기에, 기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인 귀안을 중심으로 엮였다고 보자면 그렇게 볼 수는 있겠지만...
두 번째로는 방적과 하 선인의 가치관과 이념에 대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개혁을 위해 강경한 모습을 유지하는 편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파천은 '절대적'으로 응집된 자신만의 가치와 선악으로 겨우 이루어낼까 말까 한 일이다. 그 외의 캐릭터들에서도 다면적 인물상을 보여주고자 했음은 알겠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지나치게 단시간에 핵심적 가치관이 변화하는 인물은 정체성이 옅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더 길게 이야기하면 지나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흥미가 생기시는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세 번째는 크게 보면 위의 두 가지에서 파생되는 지점인데... 배경과 설정상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차용되어 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서유기, 이 부분은 두자춘전, 이 부분은 계시록(혹은 멋진 징조들), 왕의 남자, 오르페우스 또... 이런 느낌에 두 번째에서 제기한 감각이 더해지면 전체 이야기의 통일감이 약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인물의 흔들림이나 양면성, 혹은 그만의 가치관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려면 조금은 더 긴 호흡과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녹여냈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최초의 구성은 이렇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연재 호흡이나 분량에 관한 이슈가 있었던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만약 그런 이슈들로 다소 급한 전개가 된 것이라면 상당히 아쉽다.
좀 더 긴 작품이 되었더라면 주요 인물들이 더 풍성하고 복합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즉, 짧아서 아쉬웠다, 이 말이다.
끝.
- "저 노인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보아하니 인간은 아닌 게 분명하고..."
"조거(藻居)다."
"조거라면... 혹시 나무의 정령이 아닙니까?"
"그렇다."
- "호오! 이 아이는 나와 같이 신통력이 있는 아이로군!"
"맞습니다. 예지몽을 꾸는 아이옵니다. 저를 따라 조금씩 도술도 익히고 있고요."
"허허... 이 아이에게 도술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을 게야. 그것은 먼 훗날 이 꼬마가 결정하겠지. 자신의 능력으로 피바람을 불게 할 것인지... 꽃바람이 불게 할 것인지."
- "나와 운의 도력은 무언가를 없애거나 또는 태우거나 자를 때 쓰이거늘, 너희들은 곤경을 처한 이를 도와주고 배고픈 이를 배부르게 하는구나. 그 의도가 순수하고 바른 것이 때 묻지 않은 너희와 똑 닮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 꼬마 도사들에게 신세를 좀 져야겠다."
- "곤륜산의 하 선인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아! 생각났다. 용고기를 먹은 자 아니더냐?"
"어라? 하 선인을 아시옵니까?"
"모를 리가 없지 않느냐! 무려 용고기를 먹은 인간이다. 아주 오래전 내가 곤륜산에 있을 때 목숨을 걸고 용토(龍土)로 가 용의 무덤을 파내고 용고기를 꺼내 먹은 자가 있다 들었다. 그가 먹은 용이 규룡이라는 것도 들었지!"
"규룡이라면... 하 선인 다 자라지 못하고 죽은 새끼 용을 먹었단 말입니까?"
"그래. 분명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 "그것을 먹은 자가 예지록의 저자 하 선인이라면... 허허... 하늘이 그 책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구나!!"
- "세상에 열 번째 일식이 오는 날 '사흉'이 해방된다. '부혜'가 북쪽에 나타나 전쟁이 일어난다. 서쪽에 '기종'이 나타나 역병이 돈다."
- "분명 네놈은 신이 되고 싶다 하였다. 헌데 어찌하여 인간에게 해가 되는 요괴들을 되살리는 것이더냐?"
"당신처럼 날 때부터 신이 된 자가 아닌 고작 신선 나부랭이인 내가 신이 되려면 과정이 필요하지. 요괴가 출몰해 인간들이 수라에 빠지는 그때 내가 나타나 요괴를 퇴치하고 모두를 구해내는 것. 바로 이것이 그 과정이다."
- "이 과정을 인간들이 본다면 분명 날 신에 필적하는 존재로 인정할 것이며 당신이 아닌 날 숭배하겠지. 신이란 피조물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당신의 존재는 기억에서 천천히 잊혀져버리겠지."
- "적호여. 이 자를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책으로 만들어 상자 안에 가두거라."
- "이 죗값을 치르고 현세로 나온 원이 혹여 다시 죄를 짓지는 않을까 지켜보기 위해 관직을 주고 가까이 둔 것이겠지요. 저는 이런 원시천존님의 조금은 과한 자비로움이 옳다고 생각되옵니다."
"원에게 당했던 여인들의 비통함과 억울함이 백 년의 죗값으로 풀리리라 생각하는 것인가?"
"저 또한 그들의 비통함을 생각하면, 원의 죄를 무기한으로 물어야 한다 생각하옵니다. 허나 갱생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독사지옥에서 인간과 신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고 결국 귀신절 귀문을 통해 현세로 나와 또다시 악행을 저지를 것이옵니다."
"너도 타락한 신과 같은 생각이로구나. 어째서 너희들은 희생당한 사람들이 아닌 악행을 저지른 쪽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더냐?"
- "임안에는 도시를 수호하는 성황신을 보낼 것이니, 흑호 네가 가거라."
"명 받잡겠나이다."
"필가산에는 후토신을 보낼 것이니 백호와 청호는 필가산으로 가거라!"
"감히 여쭙겠나이다. 어찌하여 촌락이나 교외를 관리하는 토지야가 아닌 묘지의 수호신인 후토신을 보내시는지요."
- "나는 후토신. 내가 땅이고 물이며 나무고 꽃이로다. 이제부터 너희들과 한 몸이 될 것이니 내 명을 따르라."
- "무릇 도사란 덕을 쌓아 신선에 이르는 과정을 수행하는 자. 그대는 신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신 알고 있는 얕은 지식을 말해보겠나이다. 신선이란 하늘의 천선, 육지의 지선, 그리고 사해선으로 분류되며 이 사해선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신선으로서 선택받은 인간만이 될 수 있는 신선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신선이 되는 과정 중 제일 중요한 공덕에 대해서도 아는가?"
"천선이 되려는 자 많은 이의 목숨을 살리고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한을 풀어주며, 지선이 되려는 자 자연재해를 막아 하늘과 땅 그리고 생물의 흐트러진 흐름을 바로잡는 것. 마지막으로 사해선이 되려는 자는 이미 정해진 운명 자체가 큰 덕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 "그렇다. 그 증거로 자격을 부여받은 자를 신선의 운명으로 이끄는 예언의 아이가 곁에 있지 않은가?"
- "소신 조금 전 가까운 곳에서 살기를 느꼈사옵나이다. 천존님께서도 분명 알고 계실 터. 어째서 그 살기를 막지 않으시나이까?"
"운의 소생으로 틀어져버린 삼라만상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예?"
"억지로 소생된 것이 있다면... 억지로 죽어야 하는 것도 있어야 균형이 맞는 법."
- "하지만 신통력을 가진 정괴이기에 정령에 숲에 가면 유체는 자유로워질 수 있지."
- "허나 유체의 몸으론 인간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없을 테지. 허니... 운. 신선이 되거라."
- "신은 말일세. 인간의 편도 요괴의 편도 아닐세. 삼라만상을 창조하고 균형을 잡는 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허니 신께서 행하시는 모든 일이 선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게."
- "모두 신의 계획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
- "청하옵건대 제 고향인 임안에 갈 수 있게 윤허해주시옵소서."
"임안이라... 그리하게. 천계에 온 뒤로 그곳에 간 적이 없으니 그리울 테지... 헌데 말이네."
- "허니 이제 그들에게 돌아가 작별을 고하는 것이 어떻겠나? 자네의 그 그리움과 걱정들은 이제 모두 사사로운 것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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