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최재훈] 친구의 부름

일루젼 2023. 4. 2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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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재훈
출판 : 알마
출간 : 2020.05.30 


       

Project LC.RC를 읽어나가는 중이다. <역병의 바다>는 재독이 되겠지만 이 블로그에 리뷰를 쓴 적은 없으니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때때로 종이책과 전자책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종이책을 처분하고 전자책으로 읽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게 가장 큰 것은 '편의성'이다. 짧은 짬에도 손쉽게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로 읽을 수 있고, 또 중단할 수 있다.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를 간단하게 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종이책만이 가지는 무게, 질감, 특유의 잉크 냄새와 종이 소리 같은 것들은 전자책으로 완전히 대체되지 않는 만족감을 준다. 진짜 '소장하고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 구매하게 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 값으로써의 책이란- 물질에 가까운 것일까 로직에 가까운 것일까. 내가 원하는 글씨체와 크기, 간격으로 편집해도 '동일한 활자'를 제공하는 정보체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누군가가 결정한 '최선의 형태'가 아닌 '나만의 최선'으로 재배열된 활자들은 여전히 같은 순서로 같은 문자를 제공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책'이라는 형태를 지닌 어떤 것일까, 읽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에, 일종의 고정된 틀이라 할 수 있는 그림을 접하니 잡생각들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저자가 어떤 형태로 작업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수작업처럼 보이는 펜선들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이 시리즈 전체의 표지와, 한 권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의 부름>을 작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가 표현하고 싶어 한 익명 속의 죄, 인지하지 못한 부채감과 죄의식, 순간의 가벼움 등이 깊게 다가오는 단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표현을 검열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타인에 관한 이슈에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는 성향에 더 주목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식'이란 누구나 알게 되면 그것으로 끝인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정보 접근성이 좋은 시대에, 남이 모르는 것을 조금 더 알고 있다는 것이 큰 자랑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같은 '지혜'의 영역이 훨씬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타인의 잘 정제된 생각이 흥미로운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들은 정보를 틀어쥐려 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자신의 앎을 나눌 수 있다. 같은 재료로도 자신만의 무엇을 남길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을 지향한다. 

 

끝.      

 


   

 

MANHWA SALON_ YOUR MANA

인터뷰 <조형의 과정> 최재훈 작가"개성있는 작가들과 어떤 '씬'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글 선우훈사진 전수만 출판 만화의 시대를 지나 웹툰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 전에도,

www.your-mana.com

      

 

-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거나 한밤중에 외진 시골길을 걸으며 설명하기 힘든 공포나 불안을 마주할 때가 있다.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감정이라거나 유전자에 각인된 생물학적 반응이라는 등 공포는 다양한 학술적 이론들로 설명되고 있지만, 우리는 불시에 공포를 체험함으로써 그 존재를 인식한다. 우리가 맞닥뜨리는 온갖 유형의 공포들. 그중에서도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공포는 무엇일까?

 

- 우리는 계급, 세대, 젠더 등 복합적인 갈등이 뒤엉킨 과도기에 있다. 이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각자의 말은 크든 작든 하나하나 파장을 갖는다. 

 

- 죄를 짓는다는 것. 그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죄의 무게에 따라 개인의 행동과 말도 달라진다. 누군가는 마구 욕을 하며 다니고, 누군가는 가벼운 속어도 조심한다. 평생 폭력을 행사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바닥의 벌레도 밟지 않으려 살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죄의 무게와 종류에 관계없이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인식하는 순간 공포를 느낀다. 

 

- 이건 벌이나 형벌을 무서워하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누군가를 해쳤을 때, 나로 인해 누군가가 불행해질 때, 자신이 그것을 인지했을 때 죄는 공포로서 체감된다. 그 공포의 정도에 따라 우리는 죄의식에 자유롭거나 얽매이게 된다. 

 

- 설명되지 않는 공포의 근원을 탐구해 온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지금의 우리를 다시 보는 작업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긴 밤의 상념들 속에서 우리가 해온 말들, 갈등, 죄의식. 그로 인한 죽음과 공포를 떠올렸고, 깊이 눌러 그렸다.  

 

 

 

 

 

 
친구의 부름(Project LC.RC)
한국의 대표 SF 작가들이 오마주와 전복으로 다시 창조하는 H. P. 러브크래프트의 세계 김보영, 김성일, 박성환, 송경아, 은림, 이서영, 이수현, 홍지운 그리고 최재훈 9인의 작가가 호러문학의 거장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오마주하며 2020년 우리의 현실 속 공포와 경이를 그려냅니다.
저자
최재훈
출판
알마
출판일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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