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탈 벤 샤하르] 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일루젼 2023. 7. 3.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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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탈 벤 샤하르 / 서유라
출판 : 청림출판
출간 : 2019.12.20


       

자주 들르던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돌아서던 길이었다. 이 책이 도서 반납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걱정을 잘라드립니다>라고? 얼핏 소설 같기도 한 제목과 표지에 호기심을 느껴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저자 '탈 벤 샤하르'가 단골 이발소의 이발사 '아비 페레츠'와 나눈 이야기와 그 대화를 통해 자신이 느낀 바들을 정리한 책이다. 하버드에서 '긍정심리'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저자에게 일상 속의 소소함 속에서도 깨달음과 평온함을 얻는 아비와의 시간은 '꼭 기록해서 타인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소중한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었던 다른 책들과 연결되는 지점은 '내게 남은 시간이 일주일이라면?'과 '묘지 명상'인데, 문득 정말 그렇다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아쉬운 점들도 있지만 그런대로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제 좀 쉬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 정리할 것들과 사후 처분을 부탁할만한 사람을 떠올려보다가 멈췄는데, 여기서 멈춰도 괜찮겠다 싶다니 나름 잘 살고 싶어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전에 흑관상을 잠시 배워본 적이 있는데 묘지 명상과 유사한 지점들이 꽤 있었다. 스스로가 썩어서 흡수되고 잠겨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도 서글픔도 모두 공(空)하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고 죽고 스러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느낀다. 그때 당시에는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방식이라 생각했었는데, 조만간 다시 한번 시도해보려 한다.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고, 그럼에도 남는 바가 많은 책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 기준으로는 적절한 때에 만났다고 느낀다. 

즐거웠다.  

 


   

- 우리는 변화를 위해 미용실이나 이발소를 찾는다. 그곳에서 우리는 섬세한 손질부터 과감한 커트까지, 은은한 염색부터 눈에 확 띄는 컬러 변화까지 모든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손님 중 상당수는 외모의 변화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원한다. 때로는 은밀히, 때로는 대놓고, 그들은 겉으로 보이는 헤어스타일 이상의 변화를 얻고자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내면의 변화다. 우리는 머릿속에 들어 있던 생각이 슬쩍, 혹은 과감하게 바뀌길 희망한다.

 

- 이 책은 텔아비브 Tel Aviv 교외 지역인 라마트 하샤론 Ramat Hasharon의 조그마한 동네에서 거의 20년 동안 작은 이발소를 운영해 온 내 단골 이발사 아비 페레츠 Avi Peretz가 전해준 지혜를 담고 있다.

 

- 2014년 3월 14일, 나는 인생의 '큰 그림'에 대한 질문을 놓고 실존적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이다음엔 뭘 해야 하지?'

'나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 걸까?'

'나는 진정한 변화를 경험하는 중일까?'

'이 가운데 진짜 중요한 문제가 있기는 할까?' 

 

- 그는 싸우고 다치고 쓰러졌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인생을 헤쳐나갈 준비를 했다. 그는 말했다.
"만약 손님이 그 험한 상황을 겪고도 무사히 빠져나왔다면, 도전을 덜 두려워하게 될 거예요."
나는 우리 앞에 놓인 거울을 통해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반항적인 얼굴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 우리는 지금 우리 곁에서 평화롭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경험할 수 있었던 생생한 현실 교육을 접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오해하진 마세요. 저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저보다 더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어 기뻐요.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아이를 과보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거예요. 고난과 투쟁에도 분명히 가치가 있거든요." 

 

- 세계적인 경영학자이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Clayton Christensen은 아이들이 이럴 때 마주하는 도전이 일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은 도전을 통해 평생의 성공을 이루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기르고 발전시킵니다. 잘 맞지 않는 선생님에게 적응하거나, 운동 시합에서 실패를 맛보거나, 또래 무리의 복잡한 사회적 구조를 탐색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경험의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수업들과도 같죠."

 

-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요. 직접 만나서든, 인터넷을 통해서든,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결국 자기 자신을 더럽힌다고요." 

 

- "저는 아이들에게 가끔씩 아빠도 남을 상처 입히며 후회한다고 솔직히 말해요. 하지만 언제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이죠."

 

- 일단 그는 남을 괴롭히는 행동이 자기 자신의 오염이라는 개인적인 대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은 수많은 철학 책과 심리학 책에 나오는 주장으로, 인간의 선천적 도덕성에 대한 통찰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이야기였다. 사이코패스를 포함한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에는 보통 심각한 감정의 대가가 따른다. 아비는 스스로 아이들이 본받을 만한 롤 모델 역할을 한다고도 말했다.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모델이 아니라, 때론 실수도 하지만 언제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아이들은 이런 형태의 롤모델을 필요로 한다. 사실은 어른들도 그렇다.

 

- "손님 중 한 분이 선물해 준 훌륭한 책이에요. 그리스인 이발사가 쓴 책인데, 오랜 세월 손님들을 대하며 일한 경험이 담겨 있죠. 저자의 이야기에 상당히 공감이 되더군요." 
"어떤 부분이 공감되던가요?" 
나는 호기심을 느꼈다. 아비는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를 때면 그 손님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경직된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손님은 제가 머리에 손을 대면 저와 함께, 때로는 저보다 먼저 필요한 방향으로 움직여주죠. 하지만 어떤 손님은 몸이 완전히 굳어 있어서 제가 일일이 움직여야 해요."

 

- "뻣뻣했던 고개가 풀리고 제 손길을 따라 머리가 움직이는 순간, 손님의 다른 부분도 유연해지거든요. 경직되어 있던 마음이 풀리면서 말도 더 많이 하고요. 마치 몸이 긴장을 풀면서 마음에게 따라오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 나는 마사지와 포옹, 따스한 어루만짐을 포함하여 손길을 통한 접촉이 우리에게 미치는 육체적, 심리적 영향을 분석한 마이애미 대학교 티파니 필드 Tiffany Field 교수의 연구를 떠올렸다. 부드러운 손길은 우리 몸의 고통을 줄이고 평온함을 유도하는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 허리를 쭉 펴면서, 나는 자세가 정신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심리학자 파블로 브리뇰 Pablo Brinch 박사의 연구를 새삼 되짚어보았다. 가령 허리를 곧추세우고 가슴을 쭉 내밀어 앉는 자세는 자신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브리뇰 외에도 구부정한 자세가 슬픔과 불안과 피로를 유발하고, 곧은 자세가 긍정적이고 편안하며 영민한 정신 상태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자들은 여럿 있다. 

 

- 심리학은 생리학과 연결된다. 인간의 내면은 외면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굳게 맞잡은 악수는 상대에게 자신감을 전달하고, 실제로 자신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반면 힘없이 흔드는 악수는 불안감을 자아낸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표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미소는 짓는 이에게도 보는 이에게도 즐거운 기분을 전해주지만, 찡그린 얼굴은 슬픔을 유발한다. 

 

- 아비의 너그러운 성품이 그 자신의 행복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우리 뇌의 행복 중추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경과학 연구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너그러움이 주는 혜택은 단지 행복감을 느끼는 것 이상이다. 

 

- 몇 주 전, 아비와 나는 사업의 성공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관대함이야말로 물질적, 감정적 풍요의 열쇠라고 말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Émile Durkheim은 사회적 사실을 객관적인 법칙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아비는 우리의 삶을 일상적인 것과 영적인 것, 세속적인 것과 성스러운 것으로 자로 잰 듯 구분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는 라마트 하샤론 유대 교회당에서 대축제일 예배를 볼 때와 똑같이 경건한 마음으로 개인적인 문제를 털어놓는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 아비와 나는 히브리어로 '주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 '나탄 Natan'의 어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단어는 앞에서 뒤로 읽으나 뒤에서 앞으로 읽으나 똑같이 읽힌다. 무언가를 주는 행위의 상호성을 생각하면, 이런 원리는 아마 우연이 아닐 것이다.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 호의는 대개 이자까지 붙어서 곧바로 돌아온다. 그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탐욕에는 비싼 대가가 따라요. 탐욕스러운 사람은 대부분 궁핍해집니다. 물질적인 부도 줄어들고, 친구도 줄어들고 말지요."

 

- 생각을 놓으면, 다시 말해 뇌로 생각하는 일을 일시적으로나마 멈추면 마음속에 영혼과 감정을 한층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겨난다. 이때 우리는 생각의 방해를 받지 않고 세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불교의 선종 수행자는 이러한 상태를 '무념'이라고 부른다. 무념이란 이따금 찾아오는 마음 상태로, 그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의식하지 않고 현재의 순간에 오롯이 반응하며 세계의 일부가 된다. 
  

- 자신의 존재와 감정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려면 여유를 가지고, 속도를 늦추고, 현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호흡을 찬찬히 느끼거나 사랑하는 이의 눈을 들여다볼 때, 느긋이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들을 때도 이런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 사람의 존재를 수치로만 재는 비인간적 통계 대신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선택할 수는 없을까? 적어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비즈니스로 사람들을 모을 수도 있는데, 어째서 우리는 시장을 분리하는 데만 집착할까? 이런 접근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때로는 큰 이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상대가 고객이든 직원이든, 진짜 인간관계는 감정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중요한 이익을 가져다준다. 이를테면, 리서치 회사 갤럽 Gallup은 기업의 성공을 예측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직원들 사이에 형성되는 깊은 동료애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 "빨리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울타리에 기대어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요. 기다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때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죠.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에요." 
아비의 말을 듣던 나는 문득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들었던 조지프 바다라코 Joseph Badaracco 교수의 수업을 떠올렸다. 바다라코 교수는 여러 개의 옳은 선택지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강조했다. 

 

-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의 유명한 시처럼, 우리는 길을 걷다가 각각의 장점이 있는 갈림길을 만나곤 한다.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우리는 모든 선택지를 동시에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분명한 것은, 제가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최선인지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그러니 지금은 기다릴 때예요. 그러다 보면 정답을 알게 될 수도 있고, 정답을 몰라도 적어도 주어진 시간 동안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릴 수 있겠죠."  

 

-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진리를 모른다'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런 자신이야말로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아비는 스스로 라마트하샤론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정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뿐이다. 

 

- 그 다음번에 이발소에 들렀을 때, 나는 아비에게 왜 <난 어때?>라는 영화를 추천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 영화 안에 미래보다 현재를 충실히 사는 방법과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강렬한 신념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생의 초점을 '나' 중심에서 '타인' 중심으로 옮겨가는 이야기였어요."
그는 계속해서 우리가 전체의 일부분이며, 우리 모두의 행동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진리를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풀어냈는지 설명했다.
"세상이 정말 그렇게 이뤄져 있다면, 우리 각자가 하나의 거대한 모자이크를 구성하는 조각이라면, 우리가 좁은 시야를 넓히고 개인의 자아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 "타인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돕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돕는 것과 같아요.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라는 개인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체에서 아주 작은 부분밖에 보지 못하고, 그 작은 부분을 아무리 정성스럽게 돌본다 하더라도 본인이 실제로 지닌 잠재력의 극히 일부분밖에 실현하지 못하는 거죠." 


-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는 사회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 "하지만 자신에게 집중하는 태도도 중요해요. 내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면 남에게 나눠줄 것도 없을 테니까요."
내가 덧붙였다.
"물론이죠. 나 또한 전체 모자이크의 일부인데, 그 조각을 소홀히 해선 안 돼요. 문제는 초점의 전체 혹은 대부분을 자기 자신에게만 맞추는 태도예요. 그건 전체와의 연결을 포기하는 행동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행복마저 포기하는 셈이니까요." 

 

- 그는 10시간 가까이 서서 일한 상태라 말할 필요도 없이 무척 피곤해 보였다.
"힘든 하루였죠?"
나는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렇네요."
아비답지 않게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퇴근하면 식사를 하고 TV를 보며 쉬다가 잠자리에 들 수 있겠네요?" 
"아, 그건 아니에요. 6시 반까지 가게를 정리하고 학교에 가야 하거든요."
"학교라니요?"
"지난달부터 비즈니스 영어 수업을 듣고 있거든요. 이번 주말에 11급 진급시험이 있는데, 아직 공부할게 산더미예요. 내년까지는 30급이 되는 게 목표랍니다."
나는 자기 계발과 개인 성장을 향한 아비의 열정에 새삼 놀랐다. 무엇보다, 나는 그의 지혜가 학문에 대한 강렬한 열망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 성인 교육 전문가 낸시 메르츠 노드스트롬 Nancy Merz Nordstrom 은 이렇게 말했다.
"평생 학습은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지혜를 더욱 깊이 있게 해 준다."

 

- 아비와 같이 나이 든 후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뇌를 활발하게 사용함으로써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호기심과 매력을 갈고닦음으로써 인간관계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움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심리적으로 행복해지고,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며, 신체적으로도 튼튼해진다. 

- 나는 학자로서, 학문에 일생을 바친 동료 학자들에게 둘러싸여 살아왔다. 그러나 특정한 연구 방법론을 활용하여 특정한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교수들과 달리, 아비는 이발사로 일하며 얻은 경험을 포함하여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배워나갔다. 영어 선생님부터 이발소 손님까지, 영화부터 노래까지, 교과서부터 직접 체험까지, 그에게는 모든 것이 학습 교재였다.

 

- "전 원래 성미가 불같았지만, 친구에게 배운 기술 덕분에 분노를 조절할 수 있게 됐어요."

 

- 그는 우리에게 주차장에서 차를 대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당신은 회의에 늦었고, 빈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몇 분이나 빙빙 돌았다. 마침내 차를 빼려는 운전자가 보였고, 당신은 그가 차에 올라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런데 당신이 그 빈 자리를 향해 움직이려는 찰나, 커다란 SUV가 나타나 겨우 생긴 주차 공간을 가로채버렸다!
"제 입장에서 그 운전자의 행동은 싸움을 거는 거나 다름없어요. 최소한 창문을 열고 욕이라도 한바탕 퍼부어줘야 속이 시원할 일이죠."

 

- "하지만 당장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해도, 그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행동은 결국 제게 상처를 입힐 뿐이에요. 제가 싸움이나 논쟁에서 이기더라도 결국은 분노가 안에서부터 저를 잡아먹게 되거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방금 내 자리를 가로챈 것이 대형 SUV가 아니라 커다란 젖소였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여자 손님과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거 봐요! 효과가 있죠? 만약 주차 공간을 가로챈 것이 젖소였다면, 자리를 뺏긴 사람도 싸움을 걸기 보다 한번 크게 웃고 말 거예요.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남은 하루를 씩씩대며 보낼 필요가 없어져요. 우리는 진짜 싸움을 벌여야 할 때가 언제인지 선택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살다 보면 반드시 화를 터뜨리고 싸워야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거든요."

 

- "무슨 일 있었어요?"
"손님에게 내 사업에 대해 얘기했거든요. 왜 있잖아요. 염색약이요. 그런데 그 손님이 제 사업의 비전을 무척 나쁘게 평가하더군요. 대표가 영어를 잘 못하니 잘될 리가 없다나요. 물론 내 영어 실력은 나도 잘 알아요. 그래서 수업도 듣는 거고요. 하지만 그분의 태도는..." 
우리는 둘 다 몇 분 동안 말을 잃었다. 가게 안에는 목소리도, 사각거리는 가위 소리도 없었다. 그저 에어컨의 낮은 소음과 멀리 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소리가 희미하게 울릴 뿐이었다. 

 

- 마침내 아비가 입을 열었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저는 우선 마음이 그 상처를 온전히 느끼도록 내버려 둬요. 무슨 얘긴지 알죠?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감정이 흐르도록 허락하는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저는 오늘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어요. 최근에 시작한 건데..."
그는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손님을 안아줬어요."

"안아줬다고요? 왜요?"
"그 사람이 그걸 필요로 했거든요. 남을 상처 입히는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 상처받은 상태예요. 그들은 누구보다 다정한 보살핌을 원하죠. 저는 포옹을 함으로써 그에게 필요한 보살핌을 준 거예요." 

 

- 나는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잔인한 동물 실험을 떠올렸다. 격렬한 고통을 느꼈을 때, 가령 순간적으로 강한 전기 충격을 받았을 때, 동물이 가장 먼저 보이는 행동은 바로 옆에 있는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것이다. 고통을 받으면 동물은(그리고 인간은) 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만다. 

- 대부분의 경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나 자신이 고통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에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간이든 동물이든 고통의 반응을 표출할수록 상처는 점점 크게 벌어진다. 사람 사이에, 심지어 국가 사이에 종종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이런 부정적인 상호 작용의 결과물이다. 작은 의견 차이나 사소한 논쟁이 연쇄 반응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이다.

- 나는 아비가 평화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그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갈등을 반기지 않는다.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꼭 안아줌으로써, 그는 잠재적인 고통의 연쇄 반응을 막고 불필요한 고통의 사슬을 끊었다. 아비는 인간의 본성이 본질적으로 선하며, 개인이 잔인한 행동을 하거나 무신경하게 구는 것은 대부분 내적 고통에 대한 반응 때문이라고 믿는다. 고통의 반응을 자주 일으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가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못하도록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다. 

- "아시다시피, 저는 늘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해요. 하지만 시간이 있을 때, 혹은 그럴 필요가 있다고 느낄 때는 단순히 커피만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려고 하죠." 
나는 '커피를 주는 것'과 '함께하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이 생각은 틀림없이 표정에 드러났을 것이다. 아비는 말을 이어갔다. 
"어떤 사람들은 무엇을 받는 데 거부감이 없지만, 어떤 이들은 받는다는 것 자체를 불편해해요. 아마도 상처 입은 경험이 있거나, 다른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서겠죠. 하지만 그런 분들도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함께하는 시간에는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답니다."

 

- 아이들의 학교생활이나 축구 경기에 대해 칭찬할 때, 아비는 늘 성적이나 재능보다는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강조했다. 

"저는 아이가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여정을 견뎌냈다는 점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 예전에 내가 그랬듯이,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에게 '똑똑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재능 있다'라는 말을 해주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런 말이 자녀의 자부심과 행복, 성공 가능성을 올려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연구 결과, 이런 칭찬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의 캐럴 드웩 Carol Dweek 교수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을 무작위로 섞어서 두 그룹으로 나눴다. 각 그룹의 학생들은 연령에 맞긴 하지만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풀었고, 대부분 정답을 맞췄다. 문제 풀이를 마친 후, 첫 번째 그룹 아이들은 지능이 높다는 칭찬을 받았고("넌 참 똑똑하구나"), 두 번째 그룹 아이들은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았다("넌 정말 열심히 했어"). 

- 이어서 진행된 2차 실험에서, 아이들은 지금까지 배운 범위 안에서 나오는 문제를 또 한 번 풀게 될 것이며, 이번에는 난이도가 어려운 시험과 쉬운 시험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었던 첫 번째 그룹의 대다수는 쉬운 시험을 택했다. 그러나 노력을 칭찬받았던 두 번째 그룹의 약 90퍼센트는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얻기 위해 어려운 시험을 골랐다.

 

- 3차 실험에서는 모든 학생이 연령대에 비해 객관적으로 아주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 첫 번째 그룹 아이들은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비참해졌지만, 두 번째 그룹은 문제풀이에 필요한 고민과 그에 수반되는 배움 자체를 즐겼다. 드웩은 연구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은 아이는 문제를 못 풀었을 때 자신이 더 이상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습니다. 반면, 노력에 대해 칭찬받은 아이들은 실패를 해도 상처를 받지 않으며 때로는 어려운 문제를 앞에 두고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하기도 해요." 

 

- 아비는 아이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칭찬하는 법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내게도 그런 직감이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나 같은 사람은 계속해서 공부하고 이발소에 드나들며 정진하는 수밖에 없다. 

 

- "가족과 놀러 다니면서 보냈죠. 만약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일을 할 때 드러내는 만큼의 열정을 쏟는다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예요. 사람들의 삶은 훨씬 나아지겠죠."

 

- 이혼율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과, 몇 년간 결혼 생활을 지속한 부부가 대부분 결혼 초기에 기대했던 애정 어린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가족 간의 유대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아비는 사람들이 일과 사랑에 들이대는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꿈의 직업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그 일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요.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사랑의 관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죠." 

 

- "있잖아요. 사실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릴까 싶어서 좀 불안했거든요. 하지만 당신은 결국 제 신뢰를 얻었어요." 
아비는 그녀와 함께 웃었지만 그것은 어쩐지 슬프고 허무한, 전혀 그답지 않은 미소였다. 가위로 내 옆머리를 잘라내는 동안에도 그는 평소답지 않게 매우 조용했다.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나는 방금 나간 손님 이야기를 꺼내며 먼저 말을 걸었다. 

- "손님에게 신뢰 이야기를 듣다니 참 웃긴 일이에요. 사실 며칠 전에 가까운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실망한 일이 있거든요. 3년이나 함께 일한 친구였죠. 하지만 그는 결국 신뢰를 무너뜨렸어요." 
잠시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존 레전드 John Legend가 부르는 <내 모든 것 All of me>만이 침묵 속에서 공허함을 채워주었다. 아비가 노래를 듣는지 친구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대화를 이어갔다.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뢰를 주는 거죠. 친구 일은 저를 무척 슬프게 했어요." 

- "하지만 그 일로 제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지진 않을 거예요. 신뢰를 주는 삶은 제가택한 인생의 방향이자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싶은 방식이에요. 그러니 다른 사람의 행동에 좌우되지 않아요." 
그는 다시 한번 침묵에 빠져들었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이전에도 사람 때문에 실망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타인을 신뢰하는 제 성격은 그들도 저를 신뢰하도록 이끌죠." 

 

- 심리학자들은 일명 '공정성 이론 Equity Theory'이라고 불리는 개념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것을 받았을 때 보답하고 싶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보통 사람들은 받은 것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을 돌려주지 못하면 마음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성향은 선물이나 돈처럼 물질적인 교환뿐 아니라 친절과 신뢰를 포함한 비물질적인 교환에도 적용된다. 다시 말해서, 신뢰는 대부분 신뢰를 낳는다. 가끔 이 이론이 빗나갈 때도 있지만, 아비는 실망과 슬픔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신뢰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 예일대학교 공중보건대학의 베카 레비 Becca Levy 교수는 노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들이 노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보다 평균 7년 이상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노후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탕 중 하나는 노인에 대한 공경이다. 노인을 존경하는 태도는 긍정적인 나이 듦의 원인이자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지혜를 존중하고 존경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며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그들에게 더 큰 감사를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 "제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되면, 늘 여러 경로를 통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찾아와요."
그의 말에 흥미를 느낀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세상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면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사연이나 식당에서 옆 테이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얻을 때가 있어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면 광고판이나 자동차 범퍼 스티커에서도 꼭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죠." 

 

-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 Richard Wiseman 은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혹은 남에게서 운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탐구했다. 그 결과, 와이즈먼은 운이 따르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보내오는 메시지에 신기할 정도로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운이 없는 사람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중요한 정보나 광고판에 담긴 유용한 힌트를 무심코 지나친다. 반면 운 좋은 사람은 멈춰 서서 방금 들은 정보를 메모하고 우연히 얻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

- 비슷한 얘기로, 세계적인 창의력 계발 전문가 에드워드 드 보노 Edward De Bono는 팀의 문제해결을 위해 사전에서 임의로 선택한 단어를 활용해 보라고 조언한다. 사전을 펼치고 무작위로 단어를 택한 뒤, 이 단어를 현재 직면한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아보라는 것이다. 모든 단어가, 심지어 겉보기엔 문제와 아무 상관없는 단어조차도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최소한 우리를 문제의 핵심에 데려다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 아비라고 늘 운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또한 대부분 사람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도전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정말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이는 와이즈먼이 찾아낸 운 좋은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을 상기시킨다. 스스로 운이 좋다고 믿는 사람들은 일종의 자기 충족적 예언처럼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 나는 아비를 만난 것이 참 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매일 아침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좋은 글귀를 문자로 보내주는 친구가 있거든요. 몇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받았는데, 오늘은 이런 내용이었어요." 

[ 인생은 변한다. ]
인생이 변하면 규칙도 변한다. 규칙이 바뀌면 새로운 규칙서를 써야 한다.

오늘의 생각 : 혹시 인생이 변하고 있는데 당신만 멈춰있는 것은 아닐까?

- 인생의 규칙은 다른 무엇도 아닌 현실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은 채 미리 정해진 규칙에 현실을 맞추려고 한다.

 

- 나는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수없이 배웠던, 시장 변화와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무시한 탓에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를 떠올렸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는 20세기말에 이런 말을 했다. 
"오늘날 같은 격변의 시대에는 변화가 바로 표준입니다."

- 이 새로운 표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드러커의 발언 이후로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더 그렇다. 

 

-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는 단순히 사업을 할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부부의 결혼 생활이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이 소위 '완벽한 배우자'가 아니며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 자신의 미래나 타인의 행동을 미리 정해놓은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인생이 주는 '즐거운 놀라움'을 받아들인다면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났을 때 당황하기보다 기쁨을 느낄 것이며, 결과적으로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만약 있다 해도 우리는 절대 알 방법이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다지도 꽉 막힌 규칙에 집착하는 걸까? 사실 규칙이란 언제든 고쳐 쓸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 삶에는 정답이 없지만, 다행히 가끔은 계획에 맞게 흘러가기도 한다. 약속대로 아비의 가게를 다시 찾아 그의 지혜로운 말들을 독점할 수 있었던 그날 오후처럼. 

 

- 긍정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학자로서 종종 마주하는 장애물 중 하나는 '저 사람은 늘 행복한 기분으로 지내겠지?'라는 사람들의 기대다. 실패의 중요성과 고통스러운 감정의 필연성에 대한 책까지 썼지만, 제자들은 물론 일부 가까운 친구들마저 내게 어두운 면이 전혀 없으리라 지레짐작한다. 내게는 '행복 전문가'라는 딱지가 붙어 있으며, 그것은 내가 모든 심리적 위기 상황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딱지는 너무 단단히 붙어 있어서 때로는 떼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 아비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한 이유는 꼭 행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고뇌를 비롯한 내 모든 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인간 중심 상담이론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칼 로저스 Carl Rogers는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인 '공감적 이해 Empathic Understanding'야말로 심리치료 과정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 "내 친구가 이런 훌륭한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앞으로 나아가려면 한 번씩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한다고요."
더 많은 얘기를 하는 대신, 그는 프랑스 가수 루안 에머라 Louane Emera의 <비상  Je Vole>을 틀어주었다. 노래가 끝났을 때, 그는 이 곡이 청각장애인 부모님과 남동생을 둔 가수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라클 벨리 La famille Bélier>의 주제곡이라고 말했다.

 

- "때로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더군요."

 

- "대부분의 사람은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착해요. 물론 이런 태도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에 맡겼을 때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거나 해결책이 명백히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가 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히 알게 돼요." 

- 그가 이야기를 마칠 무렵, 내 머릿속에는 지난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던 문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당시 나는 실력 있는 편집자에게서 원고 초안에 대한 신랄한 피드백을 받은 상황이었다. 며칠을 들여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치고 또 고쳤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해결책은 원고를 몽땅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거나, 아예 손을 떼고 공동 저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아비의 말을 듣고 나니 또 다른 선택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원고를 잠시 덮어두기로 결심했다. 

- 사실 그의 조언은 혁신 분야에서 수많은 연구에 의해 뒷받침된 방법론과 일치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종종 그 문제에서 손을 떼고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모험을 해야 한다. 훌륭한 정원사는 땅을 일구고 가지치기를 해야 할 때와, 한발 물러나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길 때를 정확히 안다.

- 아비의 이발소 벽에는 깔끔하고 상쾌한 흰색 바탕에 존 레논 John Lennon의 노래 <이매진 Imagine> 가사가 한가득 쓰여 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비는 꿈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내가 얼마나 운 좋은 사람인지 떠올려요."
그가 말했다.
"매일 수천 명의 사람이 잠든 채로 깨어나지 못해요. 그들은 더 이상 꿈을 좇을 수 없어요. 게다가 꿈을 꿀 수도 없죠."

 

- 아비는 꿈과 관련된 두 가지 요소, 다시 말해 꿈을 좇는 태도와 꿈을 꾸는 태도에 대해 얘기했다. 이 두 가지 태도는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의 필수 요소다. 꿈을 좇아 적극적으로 계획을 실천하는 태도는, 꿈을 외면하고 실행에서 도망치는 태도와 달리, 우리에게 건강한 자신감을 안겨주고 결과적으로 우리를 행복으로 이끈다. 이와 더불어, 자신만의 열망을 품고 꿈을 꾸는 태도는 그 자체로 우울과 불행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해결책이다.

- 사실 슬픔(행복 전문가와 지혜로운 이발사를 포함하여 세상모두가 이따금씩 겪는 감정)과 우울(일부 사람들이 겪는 감정)의 가장 큰 차이는 희망의 유무다. 슬픈 사람은 슬픔에 대한 해결책을 상상할 수 있지만, 우울에 빠진 사람은 가능성이 있어도 아무 희망을 갖지 못한다. 희망의 근원은 바로 꿈이다. 

- 나는 아비가 꿈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 나는 그에게 왜 도시 중심가에 큰 가게를 얻지 않는지, 어째서 지점을 내주며 사업을 키우지 않는지 물었다. 그는 사업 확장을 여러 번 고민했지만 결국 그와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죠.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 아니면 남들이 다 그래야 한다고 하니 마지못해 따르는 것인가?'"

- 아비는 현대 문화 속에서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연결고리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면 당연히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 "잘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에요. 제 주변에는 사업 확장 자체를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고, 그런 이들에겐 도전이 큰 행복을 가져다주겠죠. 하지만 제게는 아니에요." 
그는 12세기에 살았던 유대인 현자 마이모니데스 Maimonides의 말을 인용했다.
"욕망의 반이라도 이루고 죽는 사람은 없다."

- 아비는 십여 년 전 자신이 아무리 큰 집, 좋은 차, 풍족한 은행 계좌를 갖고 있어도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의미한 질주를 계속하며 끝까지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과, 달리기를 멈추고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이어서 그는 또 다른 유대인의 지혜인 <탈무드>를 인용했다.
"부자란 누구인가? 자기 몫에 만족하는 자가 바로 부자다."

- 아비는 잠시 멈췄다가 얘기를 이어갔다.
"아무것도 없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아니에요. 어린 시절이나 가게를 막 열었을 때처럼 재정적으로 곤란한 상황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아요. 제가 어린 아이였을 때, 야파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곤 했죠. '돈이 많으면 고민이 생기고, 돈이 없으면 문제가 생긴다.' 저는 가난을 원치 않아요. 하지만 굳이 부자가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죠." 

- 그가 젊은 시절에 처음 깨닫고 평생에 걸쳐 발전시킨 이 통찰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전반에 깔린 사상과도 일치한다. 마이모니데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인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우리는 넘침과 모자람 사이에서 중용, 즉 '황금률'을 찾아야 한다.

- 이발소 문을 열고 목을 빼꼼 내밀어 대기자가 있는지 확인한 뒤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는 손님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왜 그리 서둘러요? 그냥 소파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시면 돼요."

 

-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명상이 곧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불교 수행자들이 떠올랐다. 실제로 내가 아비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평온함은 명상이나 요가 수련을 할 때 찾아오는 느낌과 여러모로 닮았다.

- 앉아서 천천히 기다리라는 아비의 말은 내게 이발소와 미용실이 반문화 혁명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다준다. 현대 문화는 패스트푸드와 빠른 자동차, 가벼운 섹스를 포함하여 즉각적인 만족과 변화를 일으키는 것들에 중독되어 있다. 시간을 나누는 단위는 초에서 나노초로 쪼개졌고, 장기적인 성공보다 분기별 실적이 중시된다. 그러나 삶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낀 채 불행에 빠지는 사람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다. 

 

- 어떤 이들은 머리를 다듬는 시간에 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하지만, 대부분의 손님은 그 시간을 편안한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로 여긴다. 그들은 다정한 사람들로 가득한 곳, 어디로도 달릴 필요가 없는 평온한 섬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낀다.

 

- 조금 더 먼 과거로 돌아가면, 우리는 19세기 영국 작가 메리 앤 에번스 Mary Ann Evans (<미들마치 Middlemarch>로 유명한 소설가 조지 엘리엇 George Eliot의 본명 -옮긴이)가 강조했던 느림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정신없는 삶의 흐름 속에서 황금빛 순간을 흘려버리고 오직 모래만을 본다. 때때로 천사들이 우리를 찾아오지만, 우리는 그들이 돌아간 다음에야 그들의 존재를 깨닫는다." 

- 우리는 멈추고 기다리고 참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를 되찾는 방법은 그것을 더 자주 멈추고 기다리고 참는 것뿐이다. 육체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헬스장에 가듯이, 우리는 이발소와 미용실을 찾아가 기다림의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그 안팎에 있는 아름다움을 더 많이 경험하고 더 깊이 음미할 수 있다. 
 
- "사람은 역할의 함정에 빠지기 쉬워요. 자리가 사람을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중요한 건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의 본질을 기억하는 거예요. 우리는 진짜 자신, 진정성 있는 자신이 되어야 해요." 

- 그가 말하는 동안, 나는 오늘 미용실에 처음 들어오던 순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너티보이 Naughty Boy와 비욘세 Beyoncé 의 <러닝 Runnin' - Lose It Alll>을 떠올렸다. 두 가수는 노래를 통해 인생의 시련에 준비하는 태도의 중요성과 우리 삶의 진정한 이유(진정한 자기 자신)를 잃어버렸을 때 찾아올 위기를 전했다.

 

- 자신을 잃지 않고 진정성과 현실성을 유지하는 것은 리더십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자질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이자 20세기 유명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빌 조지 Bill George는 세계적으로 능력 있고 존경받는 리더들의 핵심 공통점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 물론 뛰어난 리더들은 서로 다른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눈앞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접근 방식이나 대화 스타일을 조절할 줄 안다. 그러나 그 핵심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늘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다. 아비가 노련한 투자자들과 나눈 대화는 어린 손님과 나눈 이야기와 분명히 달랐겠지만, 친절하고 겸손하며 정직한 그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직업적인 기술을 떠나서, 그가 45세 손님과 8세 손님에게 한결같이 최고의 이발사로 꼽히는 것은 결국 그의 진정성 덕분이다.

- 1월의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아비는 평소처럼 '오늘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를 맞았다. 그는 아침에 듣는 노래가 그날 하루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날의 선택은 이스라엘 가수 이단 라이 헬 dan Raichel의 노래로, '우리의 행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니 매일 찾아오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아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 아비는 더 이상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음악을 듣고, 새로운 장소를 더 많이 탐험할 수 있는 휴식기를 원했다. 사실 그는 정기적으로 일주일에서 한 달가량 가게를 닫고 여행을 떠나곤 했다. 물론 그 또한 이런 선택이 사업에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가게를 닫은 사이에 수입이 끊기는 것은 그렇다 치고, 어떤 고객들은 새로운 단골 이발소를 찾아 이발소를 옮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비는 인생에 사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 아비는 종종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만약 살 날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

- 나는 자기 계발 세미나 같은 곳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아비의 입을 통해 들은 질문은 그보다 훨씬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나는 그를 잘 알았다. 그에게 이 문장은 단순히 형식적인 질문이 아니었다. 그는 실제로 이 해답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 최근에 스탠퍼드대학교 출신의 심리치료사 어빈 얄롬 Irvin D. Yolom의 소설 <쇼펜하우어, 집단심리치료 The Schopenhauer Cure>를 읽었다. 작품 속에는 살 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후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뇌하는 정신과 의사가 나온다. 

- 아비의 성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얄롬의 고뇌와 닮은 점이 있다. 아비는 우리에게 남은 날이 일주일이든 50년이든 인생은 늘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기엔 너무 짧고, 결국 언젠가 끝나버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 "게다가 만약 제가 100살까지 살 수 있다 해도, 저는 다 늙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골프 카트에 실려서 만리장성을 오르느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뛰어서 올라가고 싶거든요."

 

- 불교 수행자들은 종종 묘지에서 명상하는 수련을 한다. 이것은 내가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큰 흥미를 느끼는 수행법이다. 이 수련의 목적은 찰나에 불과한 현실의 본질을 깨닫고 지금 이 순간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아비가 한 번이라도 묘지에서 명상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죽은 자들을 떠올리지 않아도 이미 삶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 

- 몇 곡이 흘러갔을 무렵 아비는 내 머리 손질을 끝냈다. 비용을 지불하고 막 가게를 떠나려는 순간 카운터에 놓인 그의 새 명함이 눈에 들어왔다. 명함 위에는 20세기에 활동했던 뛰어난 유대인 학자 랍비 아브라함 쿡 Robbi Abraham Kook의 명언이 쓰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 읽었다. 

"행복의 바탕은 마음속 진리에 대한 사랑, 정직한 인생에 대한 사랑, 아름다운 감정에 대한 사랑, 선한 행동에 대한 사랑이다." 


- 그는 마치 신성한 경전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 명함에 쓰여 있는 명언은 달라이 라마 Dalai Lama의 가르침이었다. 
"재물을 쫓느라 건강을 희생하는 자는 결국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재물을 희생하게 된다. 미래를 걱정하는 자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며, 결국 현재도 미래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이런 이들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한 번도 살지 못한 것처럼 죽는다." 

- 자신의 생각이든 다른 사람의 훌륭한 말을 인용한 것이든, 아비는 지혜를 전달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손님들이 별로 말을 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 그는 시험을 망쳤고,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다.
"집에 돌아온 아들이 너무 괴로워하기에, 저는 우선 아이가 속마음을 조금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준 뒤 간단한 질문을 던졌어요. 이렇게 힘든 한 주를 겪기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뭐 하나라도 더 알게 되지 않았느냐고요.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죠. '그럼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거 아니니?' 제가 말했어요. 그러자 아이의 찡그린 표정이 곧바로 웃음으로 변하더군요." 

- 내가 나 자신과 제자들, 그리고 고객들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마음가짐이 있다.
"실패하는 법을 배우고, 실패를 통해 배우세요."

- 실수, 실패, 실망은 성공과 행복을 이루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 실패를 통한 배움에 있음을 발견한 하버드 대학교의 에이미 에드먼드슨 Amy C. Edmondson 교수는 '심리적 안전감 Psychological Safety '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개별적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일관된 믿음입니다."

-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은 솔직하고 개방적인 태도와 실패를 통한 상호 학습을 이끌어낸다. 아비가 실패를 겪은 아들과의 대화를 얘기했을 때, 나는 아비의 그런 태도야말로 그가 가족과 고객들을 위해 만들어낸 환경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힘들거나 약한 모습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 안에 있을 때, 우리는 실패와 비판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시련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배움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에 대한 실망을 자아에 대한 탐구로, 찡그린 표정을 웃음 가득한 얼굴로 변화시킬 수 있다.

 

- 사람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그 유대교회당의 랍비는 더 많은 신도를 유치하려 애쓰고 있었다. 머리를 깎지는 않지만 그냥 놀러 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 노신사는 젊은 세대를 종교의식에 참여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가상현실이 어떻게 진짜 현실을 대체해가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요즘은 기도마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받아서 하는 시대가 됐잖아요."
그는 거울 너머로 아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은 저도 하나 받았는데 꽤 괜찮더라고요. 아비, 당신 스마트폰에도 다운받아줄까요?"

 

- 아비는 가위를 내려놓더니 그 신사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유리문 밖으로 걸어 나갔고, 이발사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저는 기도용 애플리케이션도 다른 어떤 중개자도 필요 없어요. 저는 신과 직접 연결되어 있거든요."

- 나는 1838년 랠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이 하버드 대학교 신학과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을 떠올렸다. 그가 교회에서 추방된 것은 우리가 신과 대화하기 위해 중개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신과 직접 접촉할 수 있다고 믿었다. 

- 아비는 늘 직접적이다. 그의 말투도 그렇고, 그의 인생관도 그렇다. 그는 아이들이 놀이터 모래밭에서 놀기보다 비디오 게임을 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이 해변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쬐는 대신 TV 앞에서 스포츠 중계를 지켜보고, 친구끼리 직접 만나 대화하는 대신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전하는 세태에 당혹스러워한다. 그는 기술보다 현실을 추구했고, 다른 사람들과 지구, 그리고 신의 존재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길 원했다. 

 

- 그날은 햇빛이 쨍쨍했다. 나는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소리와 나무에서 막 움트기 시작한 새순, 그리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관찰했다. 나는 신의 존재를 느꼈다. 

 

- 첫째, 티셔츠에 이발소 광고 문구 대신 보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릴 만한 웃긴 사진이나 그림을 넣을 것. 

둘째, 티셔츠를 받은 자선 단체 회원들이 다른 이에게 한 번 이상 익명으로 선행을 베풀 것.

 

- 이발소에서 시작된 아비의 선한 영향력은 잔물결을 일으키며 멀리까지 퍼져나갈 것이다. 사람들이 티셔츠의 웃긴 그림을 보며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그들의 몸에서는 실제로 기분이 더 좋아지게 하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아이에게 익명의 선행을 베풀어달라고 부탁함으로써, 아비는 사람들에게 행복과 건강까지 전파했다.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 Sonia Lyubomirsky는 연구를 통해 나눔이 물리적인 행복뿐만 아니라 나눈 사람의 정신적 수준까지 올려놓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Pay It Forward>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관대한 본성과 선한 상호 작용의 기하급수적인 영향력을 조명한 작품이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 Holey Joel Osment가 연기하는 주인공 소년은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는 세 명에게 친절한 행동을 하고, 그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은 것과 똑같이 세 번의 친절을 베풀라고 요청하면서 파급 효과를 유도한다. 간단히 계산해 봐도, 선행을 받은 사람들이 각각 세 명의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식으로 선행을 전파한다면, 21단계 이내로 세계의 모든 사람이 수혜자가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 관대한 대접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친절하게 대할 확률이 높다. 선행은 전염성이 강하다. 아비의 지혜도 마찬가지다. 

- 다음 손님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비는 그를 응대하기 위해 일어서야 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평소와 똑같은 그 미소는 내 마지막 남은 불안을 말끔히 날려주었다. 

- 다음 날 아비는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큰 선물 감사해요."

- 나는 답장 버튼을 누르고, 보답하고 싶으면 이스라엘 가수 라미 클라인스타인 Rami Kleinstein의 노래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영어로 번역하자면 <작은 선물 Little Gifts>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노래는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작은 선물, 다시 말해 감정과 생각, 음악과 기억이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시련을 보다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노래의 후렴구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끝난다. 

 


"이 이상 바랄 게 있나요?" 
  

 

 

 

 
걱정을 잘라드립니다
세계 3대 명강의로 꼽히는 예일대 ‘죽음’, 하버드대 ‘정의’ 그리고 ‘행복’ 수업! 하버드에 행복학 열풍을 불러일으킨 탈 벤 샤하르의 『걱정을 잘라드립니다』. 긍정심리학 강의를 통해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전하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 저자는 매 학기 인기 강좌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학생들의 가족들까지 불러들여 경청하게 만들었지만, 최고의 행복학 권위자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한다.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을까?…’ 이따금 찾아오는 공허함과 불안에 빠져들 때 벤 샤하르는 이발소에 갔다. 그리고 그의 단골 이발사 아비는 늘 지혜와 위로를 나눠주었다. 2년에 걸친 이발소 대화를 담은 이 책은 성장에 대하여, 너그러움에 대하여, 침묵에 대하여, 치유에 대하여 등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인생의 실용적 지혜로 가득하다.
저자
탈 벤 샤하르
출판
청림출판
출판일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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