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김익한] 거인의 노트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일루젼 2023. 9. 2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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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익한
출판 : 다산북스
출간 : 2023.03.08


       

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마침 손이 닿아 가볍게 쭉 읽어나갔다. 읽고 정리까지 하는데 2시간 정도 소요 되었다.

 

저자는 업무뿐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들(행동, 생각, 감정, 걱정, 목표, 대화 등등)을 기록하라고 조언한다. 그에 따르면 단순하게 정보만 나열된 '메모'가 아닌 잘 정리된 '기록'으로 남길 때 진정한 가치가 생긴다고 한다.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선택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기록'이 필수적이라는 것. 

 

저자가 말하는 '기록'을 통한 관찰이란 그 순간의 나 자신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에 가깝다고 느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과거와 현재의 나를 조감해 미래의 모습을 준비하는 것. 그러나 일반적인 인간의 기억력으로는 지나간 것들에서 연속성 있게 정보를 읽어내기가 어려우므로 '기록'을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아날로그적인 기록을 좀 더 선호한다고 말하는데, 무언가를 직접 손으로 쓰는 행위 자체가 주는 힘은 틀림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만약 내가 실천한다면 나는 디지털 기록을 활용할 것 같다. 다시 읽어볼 때의 편의성, 가독성과 검색 기능이 주는 메리트가 훨씬 크다.

 

또 생각이 다른 지점들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강의를 요약할 때는 내가 그 강의를 수강하는 목적에 따라 요약해서 기록하지 않는 편이 훨씬 좋을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의 경우도 마찬가지. 자칫 이미 자신 안에 있는 내용만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온전히 옮겨놓은 내용을 다시 읽어보면서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경험 또한 강렬하다. 저자는 그런 경계를 깨는 도구로 '주고받는 대화'를 주로 이용하는 듯 하지만... 글쎄, 아직 저자의 방식대로 시도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지.

 

실천법 중에는 줄리아 카메론의 '모닝 페이지'나 피타고라스 파의 저녁 명상과 상통하는 부분들도 존재했다. 표면적인 생각 아래에 존재하는 진짜 동기와 감정을 관찰하는 일에는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기록된 나' 사이의 괴리를 직면하는 연습에 익숙해진다면 순간적인 감흥에 휩싸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읽는 동안 과거와 미래, 현재에 관한 내용이 겹쳐져 직전에 읽은 <금수>로 생각이 자주 튀었다. <금수>가 기록을 통한 대화방식인 '편지'로 이루어진 구성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 끝.

        

 


   

- 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무리 공부해도 막상 손에 잡히는 것이 없으니 초조했다. 역사도 철학도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는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수단이 손에 쥐어져야 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그렇게 치열한 고민을 통해 찾은 답이 '기록'이다. 기록은 이론과 실천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를 잡아 주었고 고민에 답을 내주었다. 더불어 '역사는 이론, 기록은 실천'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내 생각의 틀도 깨 주었다. 이론(역사)을 추구해야 실천(기록)에 도달할 수 있고, 실천(기록)을 통해야 이론(역사)에 도달할 수 있다.

 

- 기록은 내가 고민해 왔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였다. 단순히 생각으로만 머물다가 흩어질 많은 정보를 기록으로 한데 모으면 그것은 수단이 되고 역사가 된다. 이를 깨닫자 모든 것이 명쾌해졌다. 

 

- 기록은 단순하다. 매일의 나를 남기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고 겪고 느끼고 만나고 행하는 모든 것을 메모하면 그 메모에서 자신이 어떤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지가 드러난다. 그것을 정리해 남기는 것이 바로 기록이다. 기록하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문제로 여겼던 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고 고민은 쉽게 풀린다. 

 

-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당신의 머릿속 방을 깨끗이 정리해 언제든 적재적소에 맞게 꺼내 쓸 수 있는 생각을 차곡차곡 모아 둔다면 얼마나 자유로워질까. 그래서 나는 늘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기록하라”라고 말한다. 

 

- 방법을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깨달음만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이제 당신은 겨우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는 뜻이다. 성취는 몸의 기억과 용기 있는 실행의 산물이다. 반복에 의한 습관과 실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작은 기쁨만이 우리를 성취의 길로 이끌 것이다. 우리에게 찾아온 성장과 자유의 기회를 더 이상 놓치지 말자. 

 

- 물론 성격이나 삶의 방향을 바꾸는 큰 변화는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변화는 쉽게 이룰 수 있다. 작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자기 자신을 바꾸고 성장시키며, 더 나아가 삶 전체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도 있다. 그러니 변화를 긍정하자. '이제 와서 뭘. 그냥 살던 대로 살자'라는 생각을 버리자. 우리 모두는 변할 수 있고 언제든 성장할 수 있다. 

 

- 변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큰 변화만이 변화라고 생각하고, 또 그 결과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습관이나 루틴, 깨달음 같은 작은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큰 변화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 6~7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6~7년이 지난 후에도 전혀 발전하지 않은 것보다 낫지 않은가. 우리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6~7년은 그리 긴 시간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이 노력을 지속하면서 매년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왔다고 자부한다. 

 

- 오래전에 가깝게 지냈던 친구를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친구가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 외모를 보고 '늙지 않았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면 기쁠 것이다. 또는 신뢰성이나 순수함 같은 좋은 가치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 20대에 만났던 친구를 30대에 다시 만났는데 여전히 20대에 가질 법한 치기 어린 고민을 하고 있거나 예전과 다름없는 불안정한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성숙해지고 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올해보다 내년에, 내년보다 후년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 나이가 들었다고 성장하기를 멈추지 마라.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눈이 나빠져서, 기억력이나 이해력이 떨어져서,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에 가깝다.

 

- 공부에는 때가 없다. 오히려 살아온 지혜가 무르익었을 때하는 공부는 성장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혀 준다. 진짜 지식과 지혜로 꽉 찬 사람이 될 기회인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이 책에서 다룰 기록이라는 무기를 장착하면 기회는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 나 자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기록해 보라. 
1. 목표가 무엇인가? : 거창한 인생 목표가 아니더라도 당신이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 등이 있을 것이다.
2. 어떤 일상을 보내는가? : 내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도 알 수 있다. 일상에는 일, 취미, 휴식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3.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 습관이 곧 그 사람이다. 목표와는 전혀 다르거나 오히려 목표를 해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의 습관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나 루틴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라. 

- 위의 세 가지 항목에 대한 답을 적었을 때 목표와 내 삶 사이에 괴리가 보이는가? 

 

- 생각은 나선형으로 성장한다.

 

- 책 읽기는 성장을 위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책을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것만큼 성장에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며칠만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묻는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십니까?"

-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이 단순히 수동적인 행위에 그친다면 사실은 제대로 배우거나 읽은 게 아니다. 성장으로 연결되려면 반드시 '생각'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신은 책을 읽다가 '지금까지 읽었던 내용이 뭐였지?"라거나 강의를 듣다가 '이 사람의 얘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지?'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매우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는 셈이다.

- 나는 이런 생각을 '순간의 생각'이라고 부른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읽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모두 온전히 흡수할 수 없다는 것인데, 내가 경험한 것을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만드는 출발점이 순간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순간에 그것을 메모해 둬야 한다. 

- 앞서 기록에는 두 가지 효능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고, 둘째,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낼 수 있다. 기록하고 기억하는 행위를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외부의 것을 내 안에 집어넣고 내 안에서 다시 꺼내는 원리가 계속 작용한다. 흔히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소화하기 위한 기록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만이 기록이라고 착각하지만 내 안에서 끄집어내는 기록도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그 지식을 열심히 흡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안에도 '내적 자산'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면 이것은 반쪽짜리 성장일 뿐이다. 

 

- 생각을 끄집어내 메모하는 행위, 그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인생의 방향을 좌우할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록이 글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말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내면에 있는 것을 명시화하는 것은 모두 기록의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지닌 능력과 잠재성을 상황과 필요에 맞게 선별하고, 그것을 말이나 그림, 글 등의 명시적인 고체로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안에서 끄집어내는 기록의 핵심이다.
 

-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든 그 삶의 과정을 통해 엄청난 자산이 당신의 몸과 마음과 머리에 쌓여 있다. 이제 당신 안에 잠든 자산을 깨워 보라. 텅 비어 있던 가슴과 머릿속이 구체적인 동기나 목표로 하나씩 채워질 것이다. 

 

-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생각의 범위는 굉장히 넓지만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끝까지 생각하는 힘'이다.

 

- 잡념 없이 하나의 생각으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래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든 중간에 상념이 끼어들어 툭툭 끊기게 마련이다. 생각이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에서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에 대해 설명한다. 장기 기억은 측두 연합 영역에 보존되고 단기 기억은 전두엽에서 작동하는데 아무리 많은 장기 기억을 측두 연합 영역에 저장한다고 하더라도 전두엽으로 끌어내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기억이라는 보물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꼭 주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집안일처럼 우리가 살면서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훅 가 버린다. 직장에서도 중요한 일,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 잡일만 하다가 하루가 끝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나날이 지속되면 '내 인생은 뭐란 말인가, 이렇게 살다 죽는 것인가' 같은 불안이 쌓인다. 이 불안은 자기 자신을 탓하는 나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 하루 종일 분주하지만 무엇을 위해 분주한 것인지 모르겠는가? 매일 열심히 사는데 그것이 나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지 않는 것 같은가? 이럴 때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일상을 정돈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일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회사나 조직에만 시스템이 필요한 게 아니다. 삶을 체계적으로 잘 정돈하는 시스템은 일상에 큰 자유를 선사한다.  

 

- 공간을 구분하라. 책을 좀 읽으려는데 쌓인 설거짓거리와 빨랫감이 보이면, 그런 일을 처리하느라 정작 하고 싶었던 독서는 뒷전이 된다.
 

- 집중 시간과 휴식 시간을 구분하라.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때는 벌떡 일어나서 설거지를 시작하자. 틈새 시간을 이용해서 세탁기도 돌린다. 요컨대 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중심에 두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집안일이나 잡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벌떡 습관'이라고 부른다. 

 

- 여기서는 직장인을 예로 들었지만 많은 현대인이 자신의 인생을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느낀다. 열심히 살아가는 건 좋지만 그 열심이 내가 원하는 열심인지, 나의 내면을 깎아 먹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지 않는 건 아주 위험하다. 

 

- 스스로 삶의 주체(주관자)가 될 때 자신이 가진 진짜 욕망을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미 늦었다거나 더 이상 바꿀 수는 없다는 말은 마시라. 사람들은 정체성이 한번 형성되면 고정 불변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체성은 변화하고 성장하고 생성하는 일종의 주체성이다. 이것은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 주체성을 찾는 가장 첫 단계는 '성찰'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나 자신을 돌아본단 말인가. 성찰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어떻게 성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성찰이라는 말이 조금 거창하게 느껴져서 '자기와의 대화'라고 표현하는 걸 더 좋아한다. 내면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보는 것이 곧 자기와의 대화다. 삶이 무의미한 것 같고 자기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불안하고 억울하고 무기력하다면 기록을 통해 자기와의 대화를 시작해 보자. 자유는 자기를 만나야 시작된다. 

 

- 자기와의 대화를 시작하면 내면의 잠재성을 끊임없이 표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고, 잠재된 능력을 그대로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자기를 돌아보라.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진짜 욕망을 보라. 그러면 희미하던 내가 점차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이것은 생각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고단하고 권태로운 일상에 의미가 생길 것이다. 이것이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신의 진짜 욕망을 알면 자유로워진다. 

 

- 내가 현재 바라는 것을 적어라. 자신의 인생과 일에 대해 가치가 의심된다면 내면에 존재하는 생각의 세계,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꺼내 놓고 잘 들여다봐야 한다. 잠깐 식탁에 앉아서, 혹은 직장에서의 자투리 시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음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메모해 보는 것이다. 마음이 힘들다면 그것에 대해 써 보자. 배우자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게 될 수도 있다. 아무도 보지 않으니 마음 놓고 글로 쏟아 내라. 그렇게 쓰고 나면 우리 마음 안에 분명 또 다른 생각이 잠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쓰다 보니 배우자가 좀 짠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이들에 대한 복합적인 마음도 기록한 다음에야 튀어나오곤 한다. 

- 물론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주일만 실천해 봐도 스스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불현듯 눈물이 쏟아진다면,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을 내면에 묻어 두지 말고 글로 명시화해 보라. 안개처럼 뿌옇던 자기감정과 생각의 실체가 구체화되어 드러날 뿐만 아니라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 단, 한 번만 메모하고 끝내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반복과 지속이다. 처음 메모한 것은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다음 날 다시 생각해 보고 또 메모하기를 일주일간 반복해 보자. 이틀만 지나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크게 달라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 사람은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자식이나 부모, 학생이나 직장인, 누군가의 파트너 등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역할을 해내는 데만 몰두해서 나답게 살아가지 못하거나 타인의 바람을 자기화해서 그것이 자신의 바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부모가 바라는 나는 평생을 따라다닌다. 배우자나 자식이 바라는 내가 되려고 정신없이 살아간다. 친구들이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 무리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바라는 내가 되고자기를 쓰고 일한다. 이보다 더 강력한 것도 있다. 사회 전체가 요구한다고 착각하는 나다. 돈, 명예, 지위를 얻은 삶 말이다. 과연 진짜는 어디에 있을까? 

- 다음 세 가지를 적어 보자. 먼저 나에게 가면을 씌우는 페르소나의 항목들은 무엇인가. 부모, 배우자, 자녀, 직장, 사회,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그 바람을 실행하기 위해 내가 애쓰고 있는 지점이 무엇인가.

- 내가 현재 바라는 것과 가면 판단을 통해서 깨달은 페르소나를 비교해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과거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현재일이 잘 안 풀리면 과거의 자신이 뭔가를 잘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최대의 착각이다. '아들러 심리학'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의 목적론에 따르면, 현재의 모습은 스스로의 선택이며 과거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의 내 모습을 탓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서는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책의 주인공인 '청년'은 과거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집에만 틀어박히게 된 친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철학자'가 말하는 목적론에 따르면 그 친구는 밖에서 상처받고 싶지 않아 집에서만 머물 핑계를 과거 아버지의 폭력에서 찾은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두려워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은 것이 당신의 '목적'이 된다. 그 목적을 합리화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과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므로, 목적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과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 우리는 기억을 왜곡 편집한다. 어떤 부분은 과장되게 기억하기도 한다. 이 경험이 누적되어 무의식을 형성하는데, 부정적인 무의식은 왜곡 편집된 기억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부정적인 무의식이 쌓이면 부정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누가 결정했는가'라는 점이다. 사실 이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결정이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어릴 때 무엇인가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은 주로 부모의 의지나 양육 방침,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잘하는 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 우연의 산물인 경우도 굉장히 많다.   


- '나는 그거 못 해'라고 스스로 정해 놓는 사람이 되지 말자.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두고 흔히 벽에 부딪혔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벽 앞에서 비겁해지기 쉽다. 그냥 살던 대로 살자고 안주하게 된다. 심지어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회피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정해 버리는 순간 평생 변화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내 자유를 제한하는 벽을 적극적으로 넘지 않으면 내 자유의 영토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나는 자유의 영토를 넓혀 가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부지런하게 움직이자.

 

- 그게 무엇이든 끈기 있게 지속하면 성장할 수 있고 그러면 자유로워진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기록을 무기 삼아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 

 

- 내가 못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적어 보라. 뭘 못하는지 알아야 극복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모두 찾지 않아도 된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생각하자.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개수에 대한 기준을 갖는 게 좋은데, 나는 20개 정도를 추천한다. 리스트를 작성하면 '이 중에서 이건 정말 잘하고 싶다'라는 욕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 자유의 영토를 어느 쪽으로 넓힐지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이 리스트 작성의 목적이다. 당신 앞에 놓인 수많은 벽 중에서 어떤 벽을 가장 먼저 뛰어넘을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우선순위를 정해서 가장 잘하고 싶은 것부터 시도해 보자. 이때 사전 조사는 필수인데 어떤 노력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하려고 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잘하게 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님을 명심하자. 내가 어떻게 해서 그 능력을 터득하게 되었는지 과정을 정리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을 칭찬하는 말도 써 보자. 자기소개서를 쓸 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하나의 벽을 넘고 나면, 넘고 싶은 벽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과정과 칭찬의 기록은 다음 벽을 넘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 

- 자유의 크기는 내적 자산의 크기에 비례한다. 기록은 내적 자산 축적에 도움을 줄 것이다. 매일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는 감각이 우리의 삶에 반드시 필요하다.

 

- 이미 메모를 많이 해 온 사람이라도 습관을 바꿔 보길 바란다. 핵심만 찾아서 조금만 메모하라. 이것이 올바른 메모법을 실천하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다. 

 

- 나는 책을 읽으며 늘 메모를 한다. 오랜 독서 습관 중 하나인데, 그동안 내가 작성한 독서 카드만 해도 책장 수 칸을 채울 양이다. 독서를 많이 하는 이들 중에는 나처럼 책을 읽으며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 많다. 책 내용을 상세히 메모하는 사람도 꽤 있다. 하지만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심하거나 몇 권을 시도하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더 많다. 분명 꼼꼼하게 읽은 것 같아서 좋았는데 그 이상으로 책을 잘 흡수해서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왜일까? 안타깝게도 너무 많이 써 놨기 때문에 자신이 책 한 권에서 소화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것이다.

 

-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한 가지 기준을 정해 준다. 책에서 한 챕터를 요약할 때 A4 용지 기준으로 반쪽을 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서너 챕터를 읽고 요약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큰 맥락이 명확하게 잡힌다. 나의 경우 책 한 권을 읽으면 A4 3장 이내로 메모한다. 
 

- 그런데 만약 50쪽짜리 한 챕터를 한 시간 동안 읽고 한 시간 이상을 들여 A4 몇 장에 걸쳐 쓴다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차라리 메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 행동은 책을 요약한 것이 아니라 베껴 적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굳이 기록할 필요가 없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30분짜리 강의를 듣고 5분이나 10분을 들여서 메모를 남긴다면 그건 충분히 의미가 있다. 기록을 잘하는 사람은 기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 듣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어떻든 듣는 사람은 그것을 자기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말을 타인에게 전할 때 오해가 생기기 쉬운 까닭이기도 하다.

 

- 마찬가지로 무엇인가를 요약할 때도 자신의 색깔이 묻어 나온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지점인데, 누군가 전했던 말이 그대로 기억나지 않고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인 내용만 기억나는 것처럼 자신의 색깔이 묻은 '내 것'은 절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자기식으로 요약하는 행위가 기억 작용을 활성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 달리 말하면 자기화되지 않은 지식이나 생각은 결코 오랜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강의를 들으며 메모를 많이 했어도 그것을 자기식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해 못 하는 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기록도 내가 이해한 것이라야 나중에 써먹을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이 써 놓은 키워드를 보고 명확히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당장 확인해 보기 바란다. 

 

-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은 뒤에 꼭 요약해서 독서 카드에 기록하라고 권하는데 이를 어려워하는 이가 많다. 감상문을 쓰는 것도 아니고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는 일인데 무엇이 그리 어려울까 싶은가? 하지만 처음에는 호기롭게 도전했던 사람들도 금세 풀이 죽어 요약 방법을 물어 오는 경우를 나는 많이 봤다. 

- 책을 요약하는 게 어렵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읽을 때는 그렇게 어려운 느낌이 아니었는데 왜 이해하지 못한 걸까? 간단하다. 전체 내용을 하나하나 전부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 김정운 작가는 그의 책 <에디톨로지>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간의 주체적인 편집 행위를 에디톨로지 editology라고 명명하면서 편집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우리는 언제나 정보가 많은 사람보다는 지식과 지혜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나 또한 지식과 지혜를 끊임없이 좇는 삶을 살아왔다.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먼저 지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 수 있고, 지식을 꾸준히 쌓아 지혜의 길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 상대와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을 다른 차원 혹은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가는 것. 이것이 진정한 대화이며 다이얼로그의 신비다. 당신은 대화에서 무엇을 얻고 있는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가? 요즘 우리 사회는 회식은 물론 스몰토크까지 대화의 자리를 피로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대화 속에서 지식을 좇는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 지금은 살롱 문화가 사라진 대신 서구 사회에서는 파티 문화가 발달했는데, 우리나라의 회식 문화나 사교 모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진다. 회식은 한정된 사람끼리 고정된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게 일반적인 반면 파티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사람도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다. 고정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움직이며 여러 사람과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적인 인간관계가 부족한 편이다. 한국 사회에서 친구라고 하면 너무 깊고 가까운 사이인 경우가 많다. 친구라는 이유로 선을 넘는 일도 잦다. 나는 인간관계의 기본이 쿨 트러스트 cool trust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의 즐거움을 얻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유다. 몇몇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 서로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얼굴을 붉히지 않고 쿨하게 돌아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잘 맞지 않는 사람과 굳이 고통스러운 관계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 관계를 끊기 어려워하고 관계가 끊기면 상처를 받는 사람에게는 더욱 쿨 트러스트가 필요하다. 

- 당신은 말을 하다가 복잡했던 문제가 갑자기 정리되거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이 없는가. 처음에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도 똑같은 얘기를 다른 곳에 가서 또 하다 보면 논리성을 갖추게 되기도 한다. 말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자가 발전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게 바로 기록이다. 일이건 말이건 대화건 기록의 과정을 거쳐 조금씩 쌓이면 '기축', 즉 생각의 중심이 된다. 

- 나는 기축을 달리 표현해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아들러 철학에서 라이프 스타일은 일종의 가치관이다. 어떤 사물을 보고 호불호를 판단하는 것부터 평소의 말 습관, 옷 스타일까지 모두 라이프 스타일에 포함된다. 삶을 기록하는 행위가 모이고 쌓여서 라이프 스타일을 형성한다. 특히 '대화 기록'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역이다. 대화를 해 보면 대화 상대는 물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기록해 라이프 스타일을 돌아볼 수 있다. 

 

- 그러나 대화를 쌓아 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대화 기록을 할 때 주고받은 말들이 서사가 아니라 파편적인 정보로 남기도 한다. 아무런 스타일도 없이 텅 빈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대화의 맥락을 기록하자. 대화를 기록할 때는 상대방의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도 같이 적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 당신은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가? 말을 통해 대인관계를 맺고 말을 통해 일하며 일상의 대부분을 말로 채운다. 말을 많이 한 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유독 피곤하고 허탈하다면 당신은 잘못된 말하기를 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 물론 당신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이 말의 속성을 모르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이 삶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 나는 '말'이 주는 힘을 믿는다. 말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지식, 경험, 감정, 공감 등을 비롯해 무궁무진하다. 내가 기록하는 사람이자 말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질의 말은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도 끝없이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화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대화는 내 생각을 사람에게 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그 사람의 마음과 말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경청한다. 누구나 경청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 듣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제대로 된 경청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자기가 할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사실은 경청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다이얼로그의 신비에 도달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 다이얼로그란 타인의 말을 듣고 거기에다가 나의 이야기를 얹고, 다시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얹는 식으로 주고받음이 있어야 한다. 즉 올바른 경청은 '주고받는 대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기도 하다.  

 

- 일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하려면 자신을 부감하듯이 들여다봐야 한다. 영화를 볼 때 카메라가 인물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부감이다. 만약 소설이라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자신의 일상을 보는 것이다. 내 머리 위에 나의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들여다보자. 이때의 나 자신을 '내면 아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나도 기록을 할 때 나의 내면 아이를 보고자 노력한다. 일상을 적기에 앞서 타자의 관점에서 '아침에 내가 뭐 했지'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 과거의 경험이 현재로 되살아날 때 새로운 차원의 감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이미지가 저장되어 있고 서로 어떻게 융합되느냐에 따라 과거는 생생한 현재로 되살아난다.

-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언제나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고 강요받지만, 우리의 삶은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기록은 과거의 반성이자 현재의 발견, 그리고 미래를 향한 다짐이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게 된다. 나는 여러분이 변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 말하는 사람의 본래 의도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나한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된 것 너머에 있는 상사의 속마음이다. 그저 받아쓰려고만 하면 명확한 최종 목표치가 무엇인지 또는 그것을 지시하는 속뜻이나 의도, 그가 바라는 결과물의 핵심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사가 자신의 의도를 말로 명확히 표현해 준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상사가 그런 사람이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본래 의도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꼭 의도를 숨기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말 습관일 수도 있고, 그날 감정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상대방에게는 숨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알아서 하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해 오면 참 좋겠는데...' 하는 바람을 가졌을 수도 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보면 그 의도가 보인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리려면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할뿐더러 평상시에 그 사람의 성격이나 말버릇 등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사의 지시에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 지금도 나는 일주일 간격으로 계획하면서 월간 다이어리를 작성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다이어리는 월간으로 쓰되 목표는 주간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멀리 있는 목표와 전략은 쉽게 포기하게 된다. 1년을 뭉뚱그린 목표가 구체적인 하루하루의 삶을 잘 컨트롤하고 이끌어 줄 수 있을까? 1월 초에 목표 설정을 하고 한 달이 되기 전에 그걸 잊어버리는 경험을 여러분도 해 봤을 것이다. 

- 목표를 주간 단위로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면서 매일 실행해 보자. 일주일을 계획하고 전략적으로 사고하며 매일 목표를 상기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 이 습관이 완벽히 자리 잡으면 그때 한 달 단위로 목표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1년 단위로 목표를 정하고 이루는 것은 기록학자인 나도 불가능하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다이어리 작성법이 내 인생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월간 다이어리를 통해 인생반전을 이루지 않았다면 교수도 못 됐을 것이고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월간 다이어리를 1년만 써 보면 반드시 변화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로도 지속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도 기록하는 삶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생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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