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미츠카즈 미하라 / 박보영
출판 : 조은세상
출간 : 2016.07.15
미츠카즈 미하라의 <돌 DOLL>을 <적루>와 함께 인생작으로 생각했던 시기가 있다.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동 작가의 <사화장사>도 좋아하는데 번역 출간이 중단되어 아쉽다. 엠바밍이라는 매력적인 주제를 다루는 작품인데.
<독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독에 노출시켜 전신의 체액이 독이 되도록 만든 아이들의 이야기다.
서로를 안심하고 껴안을 수 있는 건 같은 독희 뿐.
국가 정세에 따라 어딘가로 보내지지만 살아 돌아오는 건 극소수 뿐.
살아있지만, '삶'을 살고있는 건 아니다.
이 작품 내에서의 '독(毒)'은 현실적인 독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독이기도 하다. 고독과 외로움, 갈망 같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도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극은 운명적으로 결정되어 있었던 걸까?
결정되어 있었기에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걸까.
운명을 비트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좋았다.
- 처음에는 요람 밑에 독초를 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음에는 이불 아래, 그리고 옷 속에... 그 후에는 분유에 타서 아기에게 먹인다. 이렇게 서서히 독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온몸에 맹독이 퍼지며 "독희(毒姬)"가 된다.
- 어릴 적부터 반복되어 꾸게 되는 화염 속의 꿈. 두려워야 하는데... 왜일까...?
'리코리스-'
그것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애절한 기분...
- 독희는 함부로 울지 못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우리들의 체액은 비록 눈물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죽일 수 있기에...
- 왕에게는 세 명의 아이가 태어날 것이다.
[우수한 자]와 [수호하는 자], 그리고-
그리고 [무능한 자].
그러나 그 중 한 사람이 이 나라를 멸망케 하리라.
- '내 목숨을 노리는 자는 너 하나만이 아니야...'
"설마... 당신이 독을 확인하는 거야?"
"그래... 내가 할의 음식에 독이 있는지 확인해. ... 그게 어때서?"
"그럼 풍양제 때의 포도주도..."
"눈치가 빠르군. ... 게다가 처음부터 널 의심하고 있었거든. 너한텐 말야, 독의 냄새가 나."
- '미쳤어... 왕자가 독을 맛보다니. 나라를 위해 스스로 일회용품이 된다는 게 말이 돼?'
- 물과 숲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나라 그랜돌-
하지만 왕의 행방도 그렇고,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늪처럼 비밀로 얼룩져 있어...
- 하늘에서는 늪의 바닥이 보이지 않겠지만-
늪 바닥에선 하늘이 뚜렷하게 보이니까.
- 불꽃이 나를 감싸고 있다.
아아, '이곳'은 곧 무너질 거야.
그런데도...
'뜨거워?' '아니'
'무서워?' '전혀'
'리코리스'
새빨간-
누구?
- "또... 같은 꿈을 꿨어."
나를 향해 뻗어오는 손이 애절하고도 아름다워서... 언제나 울면서 잠을 깬다.
- 매화말발도리와 실피움... 꽃말은 '비밀'과 '길잡이'-
"장식용으로 쓰기엔 꽤나 살벌한 꽃인걸?"
- "자아, 저기 보이는 넓은 대륙을 보렴. 북쪽은 화재가 빈번한 산의 나라. 동쪽은 바람의 길을 가로막는 나라... 그리고 남쪽은 얼음에 갇힌 나라... 마지막으로 서쪽은 사막이지만 매우 용감하고 성실한 백성들이 사는 나라란다. 대륙의 중심이며 이렇게 물이 풍부한 나라는 그랜돌뿐이다... 그래서 모두들 이곳을 탐하지."
- 가난했던 나라... 버림받은 아이를 골라 독희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안으면 결국 죽어버린다. 차라리 체온 따위 없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끊임없이 누군가의 체온을 느끼고 싶은 우리들은...
죄 많은 몸으로 서로를 껴안는 수밖에 없다.
- 오직 맞잡은 손만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체온.
-"이번엔 우리들도 위험하겠는데, 아이리스."
"뭐야, 그 이름은 이미 버렸잖아. 우리들은..."
동족 사냥꾼 '자쿠로'.
둘이서 하나의 이름이면 충분해.
- [어머니는... 우리들을 감싸주시려다가 천국으로 가셨어.]
그것은 나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한 최초의 거짓말-
-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오라버니.]
나의 천사 같은 동생을 위하여-
[우리 정원에 수선화가 피면 나눠주겠다고 약속했어.]
입으로는 더러운 진실을 뱉어내고 손바닥에는 있지도 않은 아름다운 거짓말을 말한다.
- "마오 님! 그만 두세요! 정말 진심이십니까?"
"이미 정했어."
"그래도... 한 나라의 왕자가 직접 독을 확인하겠다니... 할 님의 음식은 다른 사람을 통해 확인하면 됩니다!"
"싫어. 믿을 수 없어... 그 누구도. 에시도라, 너도..."
- 내가 믿는 건 나 자신뿐.
네가 왕이 되면-
난 너를 보호해 줄 거야.
- "재미있었니? ... 카이트."
"... 응."
처음으로 내 [재능]을 알아챈 사람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차별 없이 같은 식사를 먹이고, 같은 옷을 입히고, 같은 책을 읽게 해 주셨다.
나는 언제나 셋이서 함께인 게 기쁘고 또 기뻐서-
... 그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 그러니까-
함께 있고 싶으면 [숨겨야 해].
도가 지나친 [재능]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 "아아... 역시 네가 왔구나, 카이트."
"... 응."
- 먼 옛날-
이 대륙은 그랜돌을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로 흐르는 지하수맥만이 각 제국의 토지를 적셔주었다.
당시 그랜돌의 왕족은 각 국으로 통하는 수맥의 원천에 각각 수문을 걸고 돈을 낸 나라에만 문을 열어주었다. 이에 반감을 가진 나라들은 그랜돌로 병사를 보냈고 전란은 오랫동안 이어져-
미트라가이너의 [독]이 병기로서 제법 팔리는 덕택에 이 나라는 번영기를 누릴 수 있었다.
- "... 꽤나 성대한 환영파티로군요. 그래서, 즐거우셨습니까? 각국의 왕들이여."
"어... 어떻게 가짜 왕인 걸 알았지?"
"... 이 남자의 경우, 식사 중 근처의 물건을 볼 때 자주 한쪽 눈을 가늘게 뜨더군요. 그것은 한쪽 눈에 항상 확대경을 끼고 있는 시계장인의 버릇입니다. 건너편의 남자는 조금사(彫金師). 손끝을 보면 은세공을 하는 자 특유의 둥근 모양임을 알 수 있죠."
- "여왕은 나 한 사람뿐이었는데 이 여자가 가짜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낸 거지?"
"아아, 그것은... 수완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당신이 이렇게 젊고 가련한 소녀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이스키아 왕... 그대의 나라는 사막지대인 탓에 지하 수맥도 닿지 않아 행상들로부터 비싼 값에 물을 사고 있다 들었소... 그래서 생각한 겁니다만, 이스키아로 수로를 뚫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런... 고맙소...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이스키아 민족은 모두 프라이드가 높고 성실하다고 들었습니다. 악질적인 놀이에 넘어가지 않은 단 한 사람... 당신만은 진짜 왕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지요."
- 에시도라, 난 지금 너무나 따분해서 견딜 수 없는 지경이라네.
"지아세라국에서 친서가 왔다고?"
"... 네. 봄맞이 축사에 국왕님과 가이레 전하를 초대하고 싶다고..."
"... 그래?"
... 어쩌면 미쳤는지도 모르겠군.
- '[음식]이란 건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독]이 아닌 달콤한 과자와 [독]이 아닌 향긋한 차...
미안해... 나 혼자만 너무 행복해서.
- 그 누구도 안을 수 없는 공주와
그 누구도 안아주지 않는 왕자.
그 두 사람이 원했던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온기.
- ... 잠이 오지 않는다.
아니, 자서는 안돼.
두꺼운 책과 술로 간신히 드는 얕은 수면-
방심하지 마.
죽음은 자고 있는 사이에 찾아온다.
- "에시도라."
"네."
"할에게는 절대로 얘기하지 마. 그랜돌 국내에 적이 있다는 사실을 그 녀석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
- "내가 독희라는 걸 알면서도 매일밤 불러내는 그 심리를 모르겠군요."
"너처럼 있는 대로 적의를 드러내는 사람이 오히려 안심되거든. 같은 편인 척하면서 접근해 오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 "이 아픔을 잘 기억해 두거라. 잊지 마... 너는 조국 미트라가이너를 지키기 위한 [병기]라는 것을!"
누구를 이용하고,
누구를 죽이며,
"독희에게 있어선 [사랑]조차도 최고의 무기가 된다."
'살아야 해, 리코리스.'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
- 박태기나무에 측백나무... 2번째 재촉은 [최후통첩]이다.
[자쿠로]가 가까이에 와 있어...
"리코... 이 나무, 혹시 꽃말이 뭔지 알아? 박태기나무의 꽃말은 [소중한 사람], 측백나무의 꽃말은 [그대를 지킨다]. '소중한 그대를 지킨다'..."
... 거짓말. 너무나 상냥한 거짓말.
"... 응."
- "'시작'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너희들은 알 것 없어."
- 체액이 모두 독(毒)인 [독희(毒姬)]들은 독을 계속 섭취하지 않으면 그 몸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독을 섭취하지 않은 독희의 말로는-
[소멸].
- ... 일부러 [무능한 아이]를.
"... 어쩌면 나는 [지켜야 할 사람]을 잘못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군."
- "자네 역시 독희의 매력에 빠졌기에 날 찾아온 것이 아닌가? 오래전... 미트라가이너에서 딱 한번 진짜 독희를 본 적이 있었지. 한없이 강하고... 마치 날개에 금분을 뿌려놓은 나비 같았어!"
'아... 아름답다! 절세 미녀이자 최강의 병기!'
"그것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 [죄]란 말인가?"
"베네시드 씨. ... 제가 알고 싶은 건 독희를 [만드는 방법]이 아닙니다."
- 비취와 같은 하늘을- 빛의 하늘을 통치하는 정령이시여.
천둥의 창을- 모래 바다를 통치하는 정령이시여.
그곳에 죽음이 가로막아도 정갈하게 그 혼을 빛으로 인도하소서.
공손히 그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원을 이루고 서로가 하나로 이어질 것이니-
정령이시여 정령이시여
인도하소서 정령이시여
- "하오마 소마 이스키아... 태양의 아들, 대지의 아들이여. 이 시련을 넘기면 너는 처음으로 왕위계승권을 갖게 될 것이다. 각오는 되었느냐?"
"샤먼- 타탕카. 뜻대로 하소서."
우선은 정령께 머리카락을 헌사하여 기쁨을 드리고...
머리에는 [하늘]을 뜻하는 "청색"-
팔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적색"-
손가락에는 [초목의 싹]을 뜻하는 "녹색"의 문신을 새긴다.
이때... 단 한 번도 고통의 신음을 내뱉지 않아야 자신의 용맹을 증명할 수 있다.
- "... 문신이 끝났습니다, 하오마 님. 이제 성스러운 염수(塩水)를..."
- "워보카... 나는 그랜돌이 두렵다. 물이 부족했던 시대- 우리나라는 철벽의 방위력과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었지. 하지만 그랜돌은 [물]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사탕을 이스키아에게 던져주었어. 한번 풍요로움을 맛본 국민들은 두 번 다시 물 없이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 "수로를 만들 때, 관개공사를 위해 그랜돌은 이스키아의 지반을 샅샅이 조사하였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그랜돌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겠지."
"전쟁이라뇨, 폐하와 그랜돌의 이카루스 왕은 지금도 두터운 우호관계를 맺고 계십니다."
"...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영원히 이어지는 우호관계라... 과연 가능할까? 나는 '우호'라는 명목으로 목숨줄을 잡힌 듯한 기분이 들어 참을 수가 없어."
-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아... 죽이고 싶지 않다고!! 부탁해..."
"... 뭐어,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이런 역할]이었으니까... 걱정 마. ... 내가 널 지켜줄게."
- [세 사람은 사라지고, 한 사람이 남는다]
- '... 코리스. 리코리스.'
누구?
이제 그만 날 내버려 둬.
불꽃.
피 냄새.
누군가의 비명 소리.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 반복되는 꿈.
'... 리스. 리코리스.'
빨간 망토.
왜 나를 부르는 거야?
처음 보는 풍경. 여긴 어디지?
- "어차피, 널 만질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 "... 아네모네. 이게 맞는 걸까? 우리들의 역할은 배신자들을 처단하는 것인데..."
'리코리스가 있는 곳에 데려다준다고? 뭐야... 자쿠로... 다들 무서워하지만 실은 좋은 사람이잖아!'
"바보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있었어."
"... 그래. 마지막까지... 우리들을 믿고 있었는데..."
- "알고 있겠지? [독희]라는 카드를 버린 건 너니까... 허튼 실수는 절대로 안 돼."
"... 알고 있어."
- 여기는-
꿈에서 보았던 풍경?
- 국왕회의-
이것만 넘기면 난 그랜돌의 왕이 된다.
- "네 옷, 너무 꽉 껴..."
"드디어 오늘... 이번 일만 잘 끝내면 난 드디어 본래의 나로 되돌아갈 수 있어..."
- "정말로 결백하시다면- 그 가면을 벗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이카루스 왕."
- 절실했던 나의 바람은 내 몸의 성장을 막고 있었다. 셋이서 나란히 입던 이 옷을 입고 있으면 언젠가는 셋이 함께였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하지만 그런 망상은 이제 버려야 해.
- "걱정 마. 넌 내가 반드시 왕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누구도 방해할 순 없어! 나의 할을 왕으로... 나와 할을... 나의 할... 할은 나..."
- "나는 할이야."
- 설령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다 하더라도, 설령 그때가 한순간이라 해도...
지금 난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하겠어.
- "... 걱정하지 마. 이스키아의 군대를 제압하면 나도 곧 뒤따라 갈 테니까. 카이트와 그 여자도 함께 말야."
"할 님-!!"
"왕은 전쟁에서 싸울 필요 없다고. ... 할."
- 아직 승산은 있어. 왕족들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아버님이 봉인하신-
하지만 확실하게 적을 무너뜨릴 방법은 그것 하나뿐-
- "마오!! 리코리스는 어딨어?"
"늦었네. 어딜 갔던 거야? 이제 이스키아를 향한 수문을 닫을 거야."
"마오..."
"오래전 봉인되었던 12개의 열쇠를 풀었던 건 너야. 마지막 13번째의 잠금장치는 너만 열 수 있어. ... 카이트. 부탁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네가 지키고 싶은 게 뭐야?"
"당연히 그랜돌과 이 나라의 왕인 할이지."
"거짓말!! 마오... 너도 알고 있었지? 저주받은 아이가 누구인지!"
- "이 손에 낙인이 찍힌... 진짜로 저주 받은 아이... 아버지의 광기를 이어받아 나라를 멸망시킬 아이는..."
- "나와 마오야."
- 그러하니 백성들이여, 조심하거라.
저주받은 아이가 자신의 [반쪽]을 찾아냈을 때 반드시 이 나라를 멸망시키리라.
- "아버지는 알고 계셨어. 그래서 우리들이 [반쪽]을 찾지 못하도록 셋이서 함께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셨던 거야."
'죽여라, 죽여라, 이카루스! 그 아이의 광기가 눈을 뜨기 전에!'
... 죽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
- "너는 네 안에 있는 광기가 두려웠어... 그래서 할을 이용했던 거야! 할을 자기에게 의지하도록 만들고... 너의 광기를 할의 정기(正氣)와 맞바꾸려고!! 그런 너에겐 계속 내가 걸림돌이었겠지. [우수한 아이]인 나에게 할을 뺏길까 봐 두려웠던 거지?!"
- "할은 네가 오랫동안 만들어 낸... 네 [반쪽]인 거야."
'그러니까 카이트 넌 필요 없어.'
"마오, 네가 필사적으로 지켜온 건 이 나라도, 할도 아니야!"
- "자기 자신이야!"
- "... 젠장. 그래서 넌 오래전부터 맘에 안 들었어."
"리코리스는 어디 있어?"
"... 죽을 때까지 찾아봐."
- "왜 매번 구석에서부터 게임을 시작하는 거예요? 난 이제 핸디캡 따위는 필요 없는데."
"하하. 그런 게 아니란다, 마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부터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너무 재밌지 않니? 전쟁도 마찬가지란다."
- "... 아버지."
사람도 죽여본 적 없는 장난감 부대나 마찬가지인 민간군-
"당신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군대로 승리하는 게 재밌었던 거야."
아버지가 안 계시면 그랜돌은 종이인형에 지나지 않아.
"그럴 줄 알고... 나도 그동안 열심히 빼돌렸지."
치이익-
카이트, 너라면 이길 수 있었을까?
-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 웃으며 죽을 수 있어.
"나는 이카루스 테가플 그랜돌. ... 진짜 왕이다."
광기 따윈 모른 채 행복하게 살아갈 또 하나의 나-
- 아아-
하지만 어째서 그때 나는-
너를 죽이지 못했던 걸까-
- 점점 선명해지는 이 꿈을...
나는 몇 번, 몇 백번이나 꾼 걸까?
- 처음에는 요람 밑에 독초를, 다음엔 이불 밑, 그리고 옷 속에-
그다음엔 분유에 섞어 아이에게 먹인다.
이렇게 서서히 독에 길들여진 아이는-
전신이 맹독인 [독희]가 된다.
- 그리고 아마도...
독극물을 계속 섭취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소멸하게 될 거라는 걸...
벨라돈나도 알지 못했다.
... 없었던 거야.
미래 따위, 처음부터 우리들에게는-
... 허락되지 않았던 것을...
- 이젠 알아.
그때... 그렇게 기분이 좋았던 건
죽이면 나만의 것이 되는 기분이 들었기에.
"리코- 들려?! 리코리스!"
나는 줄곧 사랑받는 것만을 갈망해 왔다.
- 하지만 카이트.
아무리 괴롭고
고통스럽고 공허하고 보답받지 못한다 해도...
사랑받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돼.
- "잠금장치...?!"
마오다. 할이 만들었을 리 없어.
불길한 이 느낌은-
- 마오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넌 옛날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마오라면 내가 풀 것을 예측하고 반드시 법칙에 감정을 섞었겠지.
"어디 해보자, 마오."
- 이렇게까지 하다니, 마오!
최저, 최악의 감정으로 만들어낸 트랩-
오른쪽부터 흑(黑), 백(白), 적(赤).
이중 무언가를 누르면 문은 열린다.
만약 틀리면 잠금 열쇠가 망가지는 구조!
그렇게 되면 리코리스는 영원히 갇혀버린다.
- "난... 죽이지 않아. 더 이상..."
죽인다 해도 내 것이 될 순 없다는 것을 알았어.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 "!"
아니야. 마오가 나를... 할과 자기 사이에 놔둘 리 없어.
그렇다면 백(白)-
옷의 색으로 봤을 때
항상 흰 드레스를 입었던-
리코리스야.
- 괜찮아.
곧 보게 될 거야.
잠깐만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면-
- "마오 님은 저주받지 않은 할 님께 전부를 걸었습니다."
"?! 여기는..."
"마오 님은 조금씩 나랏돈을 이 동굴에 모아 왔습니다. 나라를 재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망명하여 서민으로 살아가기에는 평생을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금액일 겁니다."
- '그러니까!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렇게 전해. 선택지를 두 개나 주다니, 나 참 착하지?'
'마오 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글쎄, 나라면...'
- "... 망설일 것도 없어. 내가 이 나라를 재건해 내겠어. 다른 누구의 희망도, 부탁도 아니야. 나의 의지다."
"... 마오 님도, 이카루스 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 "꽃을 꺾어 왔어."
"오오, 잘 꽂아두렴."
"리코리스(저승화)... 옛날에 우리 친구들 중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었단다."
- "근데, 근데... 리코리스는 죽었는데 왜 행복해? 응?"
"..."
"왜 울어... 이리스... 아네모네..."
- 이것은 누구도 사랑할 줄 몰랐던 왕자와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공주의
순간의 사랑이 영원의 사랑을 남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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