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웅철
출판 : 매일경제신문사
출간 : 2024.02.14
추천을 통해 읽게 된 책이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는 있었지만, 아직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이라 딱 구독료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었는데 최근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구독 서비스가 도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은 이미 초고령화된 일본이 선택한 노인들과의 공존법들을 소개한다. 가파른 속도로 초고령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리 살펴보고 준비해야 할 영역이다. (사실 한국의 경우는 고령화만이 아니라 출산 감소로 인한 인구 절벽이 더 큰 문제라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노인 교육과 커뮤니티의 활성화, 치매 노인들을 위한 D-카페나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 성인용 기저귀 리사이클 산업, 각종 방문 가사·의료 및 돌봄 서비스 등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득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미리 자신의 사후를 준비하는 '종활' 개념은 한국에서도 꼭 자리 잡아야 할 문화라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꺼려하거나 두려워하는데, 그렇게 한 번도 미리 생각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겨진 이들에게 슬픔에 더해 수많은 낯선 결정들까지 부탁해야 한다니...
이전에 읽었던 죽음에 관한 책들에서도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미리 죽음에 대해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연명치료나 상속 같은 것부터 장례나 애도 방식 같은 것까지 '자신이 정말 원하는 대로' 정해두라는. 저자 중 일부는 미리 자신의 부모나 주변인과 그런 대화를 나누어 보지 않은 것을 무척 후회하고 있었다. 한없이 생각을 미뤄놓기만 하다가 맞이하는 죽음은 제대로 애도하기도 힘겹다. 고인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무엇'이 진정 고인을 위한 일인지 혼란스럽기만 한데 주어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주변인들과 스스럼없이 자신이 원하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싶은 바람이 있다. '엔딩 노트'는 아직 써보지 않았지만 한 번쯤 시도해 보며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떤 노년,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영원한 젊음은 없으므로 누구나 한 번은 거쳐가게 될 시간이다.
이런 책을 읽어보며 미리 생각을 가다듬어 보는 건 어떠실지.
- 스타벅스 치매카페, 디맨드(Demand) 교통, 반려동물 요양원과 펫 전용 앰뷸런스, 40년 만의 상속세 개혁, 치매 머니, 메디컬 피트니스... 노인대국 일본에서 등장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익숙지 않은 표현이나 사회 현상들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20년가량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고,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다. 고령화에 관한 한 '살아있는 인류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고령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이 책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
- 이상건
- 일본에는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는 어른 대학이 있습니다. 시니어 대학생들은 또 한 번의 학창 시절을 만끽합니다. 한때 젊음을 분출했던 시내 번화가로 귀환한 시니어들이 젊은이들의 공간에 스스럼없이 녹아듭니다. 유쾌한 시니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행과 취미를 함께하고, 인생의 마무리도 주체적으로 준비합니다. 초고령사회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도쿄 서남족 외곽지역인 마치다 시. 이곳에는 D-카페라는 푯말이 붙은 스타벅스 매장이 8곳이나 있다. D-카페란 치매를 뜻하는 영어 Dementia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마치다 시는 치매카페를 D-카페로 부르고 있다. 이곳의 스타벅스 치매카페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운영된다. 8곳의 스타벅스가 순번을 정해 매달 1회씩 치매카페를 순환 운영한다.
- 스타벅스 치매카페에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령의 치매 환자들이 가족과 함께 스타벅스를 찾아 커피나 음료 등을 즐기면서 잠시나마 일상의 여유를 즐긴다. 같은 고민거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다른 테이블과의 교류도 자연스럽다. 이곳에서는 치매 환자 고객을 다로 구분하지 않는다. 이들이 일반 손님과 자연스럽게 섞이고 어울리면서 치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이해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뒷정리까지 모두 마친 중년의 여성 도우미가 이날 오전 유코 할머니 집에 머문 시간은 3시간 남짓. 유코 할머니의 화요일 식사 이벤트는 프리미엄 가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지 Casy(가사라는 뜻의 일본말)의 정기 요리 대행 서비스 상품이다. 여성 도우미는 카지에서 파견한 영양사 자격증을 보유한 요리 전문사이다.
- 유코 할머니는 몇 년 전가지만 해도 혼자서 식사를 준비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그에게 식사 준비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80세가 넘은 후부터 해가 갈수록 요리는 간소해졌고 그러다 보니 먹는 양도 줄었다. 이를 걱정한 자녀들이 요리 대행 서비스 이용을 권유했고 이후 유코 할머니도 제대로 된 식사를 다시 즐기게 됐다.
- 일본은 이미 2015년 80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후기고령자인 75세를 넘기면 생활의 질에 영향을 줄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다. 80세가 넘으면 그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데, 4명 중 1명이 근육량과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사르코페니아' 의심자라고 한다.
- 이처럼 남의 도움 없이 고령자가 오롯이 혼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80세의 벽은 결코 낮지 않다. 이를 극복하고자 체력을 기르는 근육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좋지만, 힘든 일들을 무리하지 말고 남에게 맡기는 요령도 필요하다. 그중의 하나가 가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 이 밖에 노안 때문에 잡지나 신문을 읽기 힘든 고령자들을 위한 음독 서비스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자주 접하면 젊어지는 기분까지 느껴 고령자들의 정신 건강에 이롭다.
- 니나미 사장의 45세 정년제 주장에 대한 배경 설명은 이러했다.
"45세는 인생의 분기점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재고하는 일은 중요하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는 70년대 고도 성장기에 기초한 제도다. 이제는 종신고용과 연공서열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용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45세 정년제는 인재가 성장 산업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촉진시켜 회사 조직의 신진대사를 좋게 할 것이다."
- 니나미 사장의 발언 취지는 '조기 정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 평생 한 기업에서 안주하지 말고 스타트업 같은 새로운 기업으로의 도전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길러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사회적으로는 '100세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계속 구닥다리 종신고용제를 유지해서는 일본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유연한 고용 시스템을 만들어 인재의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니나미 사장의 '충정의 발언'은 SNS를 발칵 뒤집어놓았고 그는 악플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 일거리를 찾는 고령자들의 인식이나 태도 전환에 대한 주문도 많다. 일본 전문가들은 "기존 분야의 일을 피하고 과거의 자신에 얽매이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일에 눈을 돌려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과거의 경력이란 그 당시 조직 안에서 통용되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거의 커리어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사회가 어떤 역할을 요구하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일본 매스컴에는 '치매 머니'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치매 머니란 치매 환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 말한다. 금융기관에 자산을 두고 있는 많은 고령자들이 치매에 걸림으로써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가 만만치 않다.
- 치매 환자 계좌의 돈은 원칙적으로 인출이 불가능하다. 인출에 대한 본인의 동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뿐만 아니다. 치매 고령자 명의의 부동산이나 자산은 사실상 동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 치매로 인해 자산이 동결되면 본인이나 가족가지도 경제적인 면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특히 혼자 사는 단신 고령자가 치매에 걸려 자산이 묶이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 외부 활동이 거의 없는 은둔형 외톨이들에게는 돈보다 당장의 식생활이 더 절실한 문제이다. 하타나카 씨의 생활 측면에서의 서바이벌 플랜은 '홀로서기 연습'이다. 자녀가 최소한의 자취가 가능하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거다. 하타나카 씨는 부모들에게 당장 자녀를 위한 저녁 식사 준비를 그만둘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자녀의 입맛에 맞는 식사를 계속해서 제공할 경우, 생활비가 많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부모 사후에 곤란을 겪는 쪽은 오히려 자녀라는 것이다. 저녁을 제공하는 대신에 밥 짓는 법, 지어진 밥을 냉동 보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타나카 시는 강조한다. 반찬은 레토르트 식품이나 통조림 등을 이용하더라도 혼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이 같은 절실한 수요를 간파한 것이 바로 만다라케의 '생전 견적 서비스'이다. 요청받은 애장품의 가치를 사정해 견적서를 발행해 준다. 이 견적서가 있으면 컬렉션을 생전에 정리할 대 참고가 되는 것은 물론, 수집자의 급작스러운 죽음 등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유족들이 고인의 유품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유증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속자가 없는 홀로 사는 고령자이다. 유증의 이면에는 이렇듯 초고령사회, 무연사회라는 일본의 민낯이 숨어 있다.
- "지금껏 혼자 살아오면서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은혜를 꼭 갚고 싶다."
이 여성이 유증을 결정한 이유다.
-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는 행위를 일본에서는 '종활'이라고 한다. 자신이 묻힐 묘지를 마련하거나 장례 준비를 미리 해놓거나 유언장을 미리 준비하는 등의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인생정리 활동은 이른바 뉴시니어라 불리는 베이비부머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르고 있다. 유증이 새로운 종활 트렌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 할머니의 '분신 로봇'에 손녀가 손을 흔들자 로봇도 함께 손을 흔든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의 눈(카메라)이 보는 풍경이 태블릿 화면에 전달되고, 로봇 주변 사람과 로봇 조종자의 대화도 가능하다. 로봇 개발업체 오리 연구소는 오리히메 로봇은 고령자뿐만 아니라 입원 중인 아이가 가족과 함께 TV를 보거나, 병상의 아버지가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아이들의 숙제를 봐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 일본에서는 웰다잉 대신에 '종활(일본어로 슈카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종활이란 마지막이라는 뜻의 종 終에 활동 활 活을 조합해 만든 조어다. 위키피디아는 종활을 '인생의 끝을 위한 황동이라는 의미로, 사람이 스스로의 죽음을 의식하면서 인생의 최후를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와 이와 관련한 삶의 총괄 활동'으로 정의한다. 종활이라는 말은 2009년 여름 주간아사히가 '현대 종활 사정'이라는 연재 기사를 게재하면서 대중에게 처음 등장했다. 연재 초기에는 주로 장례나 장묘에 관한 정보와 사전 준비 요령이 담겼다가 후반에는 죽음 준비를 넘어 현재 인생을 잘 살기 위한 준비로 개념이 확장됐다.
- '여생의 생활 설계'는 종말기 거주 형태, 즉 자택에서 보낼지 고령자 시설에서 보낼지 결정해 두고 준비하는 것이다. 간병·돌봄에 대한 희망, 연명 치료에 대한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해두는 것도 포함된다. '생전 정리'는 재산이나 소지품 정리, 상속 재산 처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유언장 작성이 중요한 활동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유품 처리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어서 어떤 장례식을 원하는지, 장례식에 누구를 부를지, 묘지와 묘석, 수의, 영정사진 등은 어떻게 할지도 종활의 대표 항목이다. '엔딩노트'는 종활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기 때문에 법적 효력은 없지만 종활 계획서로서 중요한 활동이다.
- 종활의 확산은 일본 고령자들의 죽음 관련 라이프스타일을 바꿔가고 있다. '생전 계약'이라는 게 있는데, 자신의 사후에 필요한 수속, 절차 등을 살아있을 때 미리 계약해 두는 것을 말한다. 독거노인이 생전에 장례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사후 절차를 위탁하는 것이다. 장례뿐만 아니라 신원 보증이나 재산 관리에서부터 안부 확인이나 간병과 같은 일상생활도 서포트해 준다.
- 카페에서 커피나 다과를 즐기면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스 카페 Death Cafe'도 있다. 죽음 준비 교육장인 셈인데, 이 같은 죽음 커뮤니티가 2011년 동북대지진 이후 많이 늘었다고 한다.
- 첫 번째 키워드는 자신을 시니어로 받아들이지 않은 '탈 脫 시니어' 트렌드다. 참가자들은 시니어라는 용어를 주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80대 고령자나 부모 세대를 가리켜 지칭했고, '시니어 분들은~'이라는 경어 표현을 지속적으로 빈번하게 사용했다.
- 두 번째 키워드는 '건강함이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시니어들의 건강에 관한 관심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건강함에 대한 인식과는 그 뉘앙스에 차이가 있다고 리포트는 강조한다.
- '현상 유지가 곧 건강함'이라는 생각이 요즘 시니어들의 건강론이라는 해석이다. 요즘 시니어에게는 지금의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활기차고 밝게 생활할 수 있는지가 건강의 최대 관심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마지막 키워드는 사람과의 관계다. 특히 배우자와의 관계인데 '너무 가깝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게'가 키워드로 꼽혔다.
- 유캔은 매년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강좌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일본 시니어들이 그리는 인생 제2막과 노후의 라이프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 제2의 직업 선호에서 남녀 간 차이도 흥미롭다.
- 2020년 유캔 강좌 톱10에서 영예의 1위는 '의료 사무직'이 차지했다. 의료 사무는 의료 관련기관에서 접수·회계·진료수가 청구서 작성 등의 일을 하는데, 관련 자격증은 이직이나 재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의료 사무직 준비 강좌는 지난 십여 년간 계속해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는 의료 수요가 많은 노인대국 일본의 상황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음 2위를 차지한 '(조제)약국 사무' 강좌 역시 오랜 기간 최상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 1, 2위 강좌의 인기는 고령자가 많은 일본의 의료 수요가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3위는 금융으로 부동산 업계 취업과 이직 때 무기가 돼주는 '파이낸셜 플래너 FP' 강좌다. FP의 인기도 고령화로 인한 긴 노후의 재정 설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 <눈길을 끄는 신규 강좌>
1. 온천욕 어드바이저
2. 반려견사육 스페셜리스트
3. 세컨드커리어 어드바이저
4. 뜨개질
5. 고문서 古文書 입문
6. 어른들의 유채화
7. 스포츠 영양플래너
8. 피부 스페셜리스트
- 100세 시대 초고령사회에서 평생현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일본의 유명 취업·이직 사이트 도다 doda는 제2의 직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배움을 지속하는 향상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 입주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요양원이 일본에 등장했다. 고령자 시설은 보통 간병이 필요한 노인이 입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니 조금 생소하다. 도쿄 인근의 가나가와 현 후지사와 시에는 크로스하트 이시나자카·후지사와라는 이름의 고급형 민간 요양원이 있다. 질 높은 간병과 식사 서비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제공되는 이 같은 고령자 시설을 일본에서는 '간병 서비스 제공 유로 노인홈'이라 부른다.
- 구강 케어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마나하우스는 입 속 청결과 구강 근력을 강화한 이후 오연이 급격히 줄었다고 강조한다. 오연성 폐렴 제로 프로젝트 실시 전 입주자의 연간 병원 입원일 수는 1,310일이었는데 프로젝트 실시 2년 후 입주자 입원일 수가 3분의 1로(459일)로 줄었다. 과거 입원일 수 1,310일 가운데 폐렴에 의한 것이 545일이었는데, 이것이 프로젝트 도입 후 144일로 급감한 덕이었다.
- '마인렛 Minelet 사와야카(상쾌하다는 뜻)'.
한 간병용구업체가 개발한 이 제품은 피간병인이 배뇨나 배변을 하면 비데형 기저귀가 이를 감지해 기저귀와 연결되어 있는 호스관을 통해 배설물을 흡입하고 온수로 세정해 주는 시스템이다. 세정 후 바람으로 건조해주고 악취도 없애준다. 자동 비데 기저귀인 셈이다. 이 제품은 개호보험(일본의 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아 월 5,000~6,000엔의 렌탈료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
- 성인용 기저귀를 판매하는 유니참 Unicharm도 2009년 소변 흡입로봇 휴머니를 선보였다. 기저귀 패드에 센서를 부착해 피간병인이 소변을 볼 경우 패드와 연결된 호수가 자동으로 흡입하는 장치이다. 신속한 흡입으로 패드에 소변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아 하루에 한 번만 기저귀를 갈면 된다. 휴머니는 유니참의 특수 종이기저귀 기술과 히타치의 펌프기술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휴머니도 보험이 적용돼 월 1,200엔에 이용이 가능하다.
- 이런 가운데 '마을 전체를 하나의 병원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 중심 케어를 실천하고 있는 한 지방 도시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일본 혼슈의 중서부에 있는 시가 현의 히가시오미 시. 이곳에서는 매달 한 번씩 마을 고령자들의 케어를 위한 특별한 공부모임이 열린다.
'삼포요시 연구회'.
연구회의 목적은 지역 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각 분야 종사자들이 협의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 당시 지역 뇌졸중 환자의 치료 과정에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개업의, 급성기 병원 전문의, 보건 소장 등 지역 내 핵심 인물들이 의기투합했다. 그들은 먼저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을 위해 크리티컬 패스인 삼포요시 수첩(삼자만족 수첩)을 만들었다. 이 수첩에는 환자 한 명의 모든 의료 정보가 기록돼 있어 각 치료기관은 이를 참고할 수 있었다.
(리뷰자 주 : 의료정보의 공유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재의 DUR로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지문, 휴대폰 등의 다양한 개인 식별 장치가 있으므로 수기로 된 수첩보다는 전산화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보안 및 보험 등 다양한 것들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 가짜 정류장은 환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효과를 준다. 요양 시설의 치매 노인이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돌아가야 한다"고 떼를 쓰면 요양원 직원들은 이를 억지로 말리거나 화제를 돌리지 않고 "저기 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하며 정류장으로 안내한다. 그러면 치매 노인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고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이 왜 버스를 타려고 했는지 잊어버리고 버스가 늦어지는 것 같으니 (요양원)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자고 말하면 마음이 가라앉은 노인은 선뜻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 광고 카피 속 일본의 가짜 버스 정류장은 아이치 현 도요하시 시 한 마을에 설치되어 있다. 마을의 한 치매카페 근처에 설치되어 있는데, 치매 노인을 위한 가짜 정류장의 뜻에 공감한 도요하시 철도 회사가 예전에 사용했던 '진짜 버스 정류장'을 양도해 주면서 만들어졌다.
- 일본 전국에 어드레스 거처는 2022년 9월 기준 약 240개(방 500개)가 있다. 각 어드레스에는 일과 생활이 가능하도록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와이파이 wifi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먼저 어드레스 회원 등록을 하고 원하는 어드레스를 예약한 후 사용하면 된다. 요금은 월 4만 4,000엔. 한 달에 40만 원 정도만 내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방 거주를 할 수 있다. 사전 예약제로 2~3일 단기에서 최대 한 달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어드레스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동반자의 이용료는 무료다.
- 회원 등록비, 입회비가 없고 광열비도 이용료에 포함되어 있다. 월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여서 '주거 구독 서비스'라고도 불린다.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일반 직장인들의 이용이 3배 이상 크게 늘었다. 어드레스 주요 고객은 20-40대. 싱글, 패밀리, 시니어 등 다양한 세대가 어드레스에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 어드레스는 단순한 여행지 숙박시설을 넘어 이용자들이 지방에서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모든 어드레스에는 '야모리 家守'라는 이름의 집 관리인이 지정되어 있다. 야모리는 집 관리를 비롯해 어드레스에 거주한 회원들의 지역 안내, 회원 간 그리고 현지 주민과의 교류까지 연결해 준다. 야모리의 중개로 거주지 주민들의 커뮤니티에도 참여할 수 있다.
- 편의점이 일상의 인프라로 부상한 점도 시니어들의 편의점 애용 이유로 꼽힌다. 일본 편의점은 세금 등 공공요금 수납에서부터 주민증 발행 등 행정 관련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우편물과 택배를 보내고 받을 수 있고, 세탁물 위탁에서 버스, 항공권, 콘서트 티켓 구입까지 다양한 서비스로 고령 소비자들의 일상의 거점이 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지주회사 세븐아이홀딩스는 2017년 CSR 리포트에서 '고령화, 인구 감소 시대에 필요한 사회 인프라 제공'을 자사의 주요한 사회적 역할로 규정하기도 했다.
- 고령화율이 30%를 향해 치닫는 등 초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일본 편의점들은 지역 고령자들의 커뮤니티 거점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편의점 내에 간병센터나 조제약국을 두는가 하면, 외출이 어려운 소외지역 노인들을 위해 대신 장을 봐주기도 한다. 지진 등 대형 재난 시 신속히 물자를 지원하고 이재민에게 수돗물 화장실 주변 정보를 지원하는 협정을 지자체와 맺었다.
- 로손의 경우 고령자 간병 분야와 협업하는 사업이 눈에 띈다. 케어 Care 로손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편의점에 간병 상담 창구를 두고 고령자와 그 가족을 위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병 상담 창구는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운영되고 간병요양 관련 전문가가 상주한다. 요양 관련 상품도 취급한다. 로손은 세대 간 교류를 위해 편의점 내에 살롱 스페이스를 설치하고, 지역 시니어를 위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 커뮤니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 패밀리마트는 일반 의약품은 물론이고 제조약도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일반 의약품+조제약국' 일체형 점포를 확대 중이다. 고령자를 배려한 염분과 당질을 제한 식품,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위한 스마일 케어식 등의 메디컬 푸드(요양식) 취급 점포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병원 내 편의점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약 70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 2018년 5월 개업한 도쿄 가스시카 구의 조제약국 유유는 접수와 조제를 분리하는 조제약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처방전을 받으면 일단 처방약 리스트를 출력해 복약 지도를 하고 결재를 완료한 후, 약이 이튿날 집으로 우편 배송되는 방식이다. 환자들이 몰릴 때를 감안해 환자 대기 시간을 줄이고 약제사의 작업 효율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 도쿄 아카사카 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미나컬러 약국은 2014년 약제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온라인 조제약국'이다. 약국 사이트에 유용한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영상통화를 통해 약제사들이 무료로 의료 상담을 해준다. 미나컬러 약국은 의료 서비스 전체를 IT를 통해 온라인 화하겠다는 포부를 내건 약국의 이단아였다. 하지만 "약 처방 시 약제사와의 대면 하에 설명을 들어야 한다"는 규제가 걸림돌이 됐다. 그렇다면 약사가 직접 환자 집을 방문해 대면 복약 지도와 처방약 전달을 하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것(2015년 9월부터)이 약제사가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환자 집을 찾아가는 '약 택배 서비스'다.
(리뷰자 주 : 일본식 모델보다는 미국식 모델이 더 적합할 것 같.)
- 일본 정부는 이 같은 기류를 감안해 그해 5월부터 국가전략특구에서 온라인 복약 지도를 허용하고 있다. 특구는 고령화율이 높거나 과소지가 많은 후쿠오카 시, 아이치 현, 효고 현의 야부 시 세 곳이다.
- 무스비는 태블릿 단말에 복약지도 내용이 제시돼 화면에 표시된 약의 설명이나 건강 조언 중에서 환자에게 해당되는 내용을 설명하고 그 부분을 터치하면 자동적으로 지도 내용이 기록 일지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복약지도 후에 기록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려 일지 기록에서 누락되는 위험이 줄어든다. 또 환자의 연령, 질환, 복약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을 위한 맞춤형 생활 어드바이스도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생활습관병(성인병)의 중증화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 성인용 기저귀 쓰레기는 유아용과 달리 용량이나 위생 면에서 처리하기가 까다롭다고 한다. 쓰레기 처리 주체인 각 지자체들이 적지 않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일본 정부가 종이기저귀 쓰레기 처리에 관한 리사이클 방안을 포함한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일본 은퇴전문가 오에 히데키 대표
2023년 2월 14일
- Q. 이전에 <평생 돈 걱정 없는 삶을 사는 법>이라는 매우 유혹적인 제목의 책을 냈다. 그런 방법이 정말 있나?
A. '평생 돈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삶을 사는 법'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돈 때문에 곤란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뭔가를 원하거나 뭔가를 하고 싶을 때 돈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돈 때문에 곤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곤란한 일의 원인이 돈이 아니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내용이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 것이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 Q. 노후가 불안한 이유는 세 가지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세 가지 무지란?
A. 1. 퇴직 후에 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모른다(연금이나 퇴직금 등).
2. 노후생활에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3. 1과 2를 파악하지 못하니 자신이 돈을 얼마나 마련해야 안심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이다.
- Q. <옆집 억만장자들>이란 책에서 자산 1억 엔을 모은 사람들의 생각, 습관, 행동을 분석했더니 억만장자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것인가?
A. 자영업과 직장인은 차이가 있다.
자영업 부자는 1. 약속을 잘 지키고 2. 빠르게 결론을 내며 3. 방이나 책상을 항상 깨끗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직장인 억만장자들의 공통점은 1. 매달 자동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2. 일정한 생활 패턴을 확립하고 있으며 3. 스스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Q. 좀 더 구체적으로 억만장자의 돈에 대한 생각, 투자 패턴의 특징은 무엇인가? 또 금융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며 발견한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는가?
A.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돈의 사용법에 대해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돈 쓰는 것을 아끼지 않지만, 불필요한 것에는 1엔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 패턴의 특징으로는 자신이 잘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미국 주식을 잘 아는 사람,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부동산 투자를 잘하는 사람, 각각 자신이 경험한 투자 방법 중 자신에게 가장 맞다고 느낀 것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 같다. 남들의 말이나 권유로 성공한 예는 잘 보지 못했다.
일본 고령사회 소설가 가키야 미우
2019년 1월 4일
- Q.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등의 작품에는 고령사회가 낳은 가족 관계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A. (중략) 이처럼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간병이 많다는 것이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도 방침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자택에 헬퍼를 파견하는 제도를 만들고 주간에만 개호시설에 맡길 수 있는 데이 서비스나 숙박 가능한 쇼트 스테이 등이 있다. 이것들 모두가 장기간 지속되면 서민에게는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어쨌든 간병이 필요한 노인이 있는 집은 여러모로 힘들 수밖에 없다. 임금이 낮은 파견사원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부모를 요양시설에 맡기기 어렵다. 끝이 보이지 않는 데이 서비스나 쇼트 스테이 요금도 결국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들 자신이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부모 간병을 도맡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부모가 사망하면 연금이 끊기게 되고 아들은 살 길이 없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상은, 누군가 한 사람에게 부담 지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골고루 부담을 안고 조금씩 인내하며 돕는 모습이다. 여기에 공적기관의 서비스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 A. (중략) 다만 희망이 하나 있다면, 교육 수준의 상승이다. 전 인류가 도덕적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서로 손을 맞잡고 행복을 추구하는 그런 이상향은 어릴 때 받는 교육에 의해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Q. 고령자로 진입하는 한국의 '고령자 예비군'에게 똑똑한 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그리고 품격 있는 노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작가님의 비책을 들려주길 바란다.
A. 여기서 품격이란 교양 있고 항상 온화함을 잃지 않는 인격자의 이미지를 말하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근 일본에 정착하고 있는 종활에 대해 얘기하겠다.
종활이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실제 시점에 가보면 종활을 위한 '엔딩 노트'라 부르는 여러 종류의 노트를 팔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부모가 죽고 그 집을 정리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후 고도 성장기를 맞은 일본은 급격하게 부유해졌다. 1960년대에는 거의 모든 집이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을 갖췄고 1970년대가 되면서 전자레인지, 자가용, 냉방시설 등이 더해졌다. 동시에 가구나 식기, 옷들이 수도 없이 늘어났다. 일본은 국토의 70%가 산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토지가 한정되어 있어 모두 알다시피 대부분의 집이 비좁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물건을 사들였다. 그렇게 살아온 부모 세대의 집을 정리하는 일이 지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최소한의 것으로 사는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최근 이것을 '단샤리' 운동이라 부르고 있다. 도 미니멀리스트라고 하는, 물건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한 생활을 추구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나타나 그런 생활 방식이 심플하고 멋지다는 인식도 생겼다. 지자체마다 쓰레기 처리 방식을 깐깐하게 규제하고 있어 물건을 버리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노인이 죽기 전에 신변 정리를 마무리하는 것이 지금 일본에서 강하게 요구되는 분위기다.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테이블 위에 루비 반지 하나만 달랑 놓여 있었다. 그 외에 기모노나 양장, 핸드백 등은 살아 계실 때 모친이 직접 친구나 주변 지인에게 선물하거나 버려줘서 우리 자식들 수고를 한결 덜 수 있었다. 재산 목록, 은행 계좌도 엔딩노트에 잘 정리해 두어서 법적인 상속 문제를 쉽게 해결했다.' 이런 준비가 돼 있다면 한창 일할 나이의 자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문제는, 절대 물건을 못 버리는 부모가 많다는 점이다. 80세 이상의 노인은 전쟁 중이나 전후에 변변하게 먹지도 못하고 궁핍하게 살았던 경험 때문에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쓰는 사람도 필요한 사람도 없는데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라면 지금 버려야지...' 이렇게 몇 번이고 부모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이든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나 같은 50대는 무언가를 버리는 데 아무런 저항감이 없어 부모 세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는 일이 종종 있다. 한국은 어떤지 궁금하다.
(리뷰자 주 :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부모가 생전에 자신의 신변 정리를 말끔하게 마치는 것이 폐를 끼치지 않는 일이다'라는 분위기는 조금 거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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