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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유키노부] 요녀전설 1-2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5. 8. 18.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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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호시노 유키노부 / 강동욱

원제 : Sirens Call of The Lorelei
출판 : 미우
출간 : 2017.02.28


저자 : 호시노 유키노부 / 강동욱

원제 : Queen of the Desert Sands
출판 : 미우
출간 : 2018.03.31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를 읽고, 호시노 유키노부의 다른 작품을 더 찾아 읽고 싶어져서 <요녀전설>을 구했다.

개인적으로는 원제들이 훨씬 마음에 든다. 나름대로 통일된 분위기를 주고 싶었던 건지, 번역제가 더 인상 깊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출판사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

 

호시노 유키노부의 작품들은 그림체가 강한 극화체라서 꽤 취향을 탈 듯하다. 내 경우에는 호. 그림체만 적응할 수 있다면 역사적 사실들 사이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엮어내는 작가에게 감탄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권이 비슷비슷한 분량의 단편들을 엮었다면, 2권은 <사막의 여왕>이 거의 전체를 차지한다. <신기루-파타 모르가나>도 좋긴 하지만 분량이 짧아 부록으로 실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고 오래 기억에 남았던 건 아무래도 <사막의 여왕>이다. 

요즘 유행하는 회귀/빙의물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하지만 따져보면 전통이 깊은 '전생-윤회'물이다. 각 시대별로 유명했던 세 여인의 삶을, 나름대로 탄탄한 시대적 사실을 기반으로 엮어낸 점이 놀랍다.

 

특히 가장 놀라웠던 점은 살로메로서의 삶에서 유다와 예수를 바라보고 해석한 부분. 

구약과 신약으로 나뉠 만큼 예수 이전의 기독교와 이후의 기독교는 교리의 중심이 달라지는데, 그 부분을 요한과 예수라는 두 상징적 인물로 대비시키며 확실하게 꼬집는다. 거기에 더해진 '메시아'에 관한 해석도 일품. 다만 읽는 이에 따라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엔딩도 좋았다. 영원히 떠도는 저주는, 이집트에도 잘 어울리지만- 실제로 예수와 관련해 그런 저주를 받은 이가 있다는 야사가 있어 더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세부적인 점들을 따지고 들면 모순이나 충돌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대범한 상상력에 굉장히 감탄하며 읽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신기루-파타 모르가나>로 아서왕 전설을 너무 가볍게 넘어가버린 것 같다는 점? 그 전설로도 <사막의 여왕> 정도 분량의 장편이 있었다면 정말 흥미로웠을 것 같은데.  

 

당분간은 동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읽을 생각은 없다.

너무 만족스러울 때는 잠시 그대로 쉬는 것도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좋았다.        

 

   


   

 

- 독일의 스파이 H-21호는 대전 중의 첩보활동 대문에 5년 후인 1917년 프랑스에서 총살된다. 

 

- 살아라-. 당당한 21세기여!

 

- 본명 마그레타 G 젤러. 통칭 '마타 하리'라고 한다. 

 

- 이탈리아에서는 보르자 가(家) 압정하의 30년 동안 전쟁이나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지만 미켈란젤로, 다 빈치라는 르네상스 문화가 생겨났다. 하지만 스위스 500년의 민주주의와 평화는 무엇을 낳았을까...

"뻐꾸기 시계지!"

 

- 영화 <제3의 사나이>의 유명한 대사에서 언급된 보르자 가(家)... 때는 르네상스 말기. 

그것은 이탈리아의 밝은 태양빛 아래 예술의 커다란 꽃들이 경쟁적으로 피며, 거인들이 지고의 영혼을 노래한 미와 신성의 시대였다. 

 

- 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욕망에 휘말려 피비린내 나는 항쟁이 되풀이되었다. 드물게 보는 추악하고 괴이한 시대에기도 했던 것이다. 미와 추악, 신앙과 배덕, 빛과 그림자... 그런 기괴한 양면성 속에서 더욱 강렬한 빛을 발하여 간 일족이 바로 보르자 가였다.

 

- "카테리나 스포르차. 이탈리아 전역에 용명을 떨친 여걸. 역시 애는 좀 먹었지만, 체자레 보르자의 첫 출진을 장식하기에 어울리는 상대였다고 해두지. 이 내가 아름다운 이탈리아를 정복하는 첫걸음이다!"

 

- "너는 그 짐승의 여동생 루크레치아지? 옆에 있는 자는 비셸리에 대공 알폰소일 테고. 애당초 보르자와 밀라노 공국을 연결하기 위해 너희 둘을 정략 결혼시켰지만 이번 프랑스군의 밀라노 침공으로 전부 허사가 됐고, 알폰소는 성가신 존재로 전락해 버렸지. 부디 조심해. 체사레는 여동생과 관련된 살마 중에 방해가 되는 인물은 친남동생이라도 죽여 왔으니까. 아하하하."

 

- "보르자 가에는 '칸타렐라'라는 비밀 독약이 있다고 하잖아. 저주받아라, 보르자. 너희들의 독이 언젠가 분명 자신들의 몸을 덮칠 것이다. 지옥으로 떨어져라. 저주가 있으라, 보르자! 우리의 원한을 잊지 마라!"

 

- "자리를 비켜다오, 미켈롯. 아버님이 기다리고 있다. 변함없는 보르자 가의 광연이긴 하지만."

 

- 로드리고의 아들, 발렌티노 공 체사레 보르자. 그 여동생 루크레치아 보르자...

 

- "그만 상복을 벗어라! 너는 곧 페라라 대공비가 될 몸이다, 루크레치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요, 오라버니!"

"뭐?"

"어릴 때 기억나요? 오라버니와 호안 오라버니, 그리고 막내인 저랑 셋이 늘 같이 놀았죠. 내가 호안 오라버니 하고만 친하게 지내면 오라버니는 호안 오라버니를 못살게 굴어 울려버렸죠. 오라버니의 눈은 언제나 나를 향해 있었어요. 오라버니가 없을 때도 언제나 그걸 느꼈어요."

 

- "호안 오라버니가 4년 전 누군가의 손에 살해됐을 때 저는 알았어요. 또 제가 호안 오라버니와 너무 가깝게 지낸 탓이라는 것을요...! 정략을 위해 결혼한 첫 번째 남편이었던 조반니가 쫓겨났을 때도, 그리고 알폰소가 죽었을 때도... 말해요, 오라버니. 어떤 순간이든 저를 누구보다 사랑했다고 말해요! 부탁이에요. 그렇게 말하면 오라버니를 용서해 줄게요! 용서해 줄 수 있어요."

 

- 로마 법왕 알렉산데르 6세를 가장으로 하여 한없는 영화를 누리는 보르자 가. 그 아들 체사레 보르자는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무력통일이라는 야망에 불타 여동생 루크레치아조차 정쟁의 도구로 이용했다. 체사레에게 군사 기술 고문으로 초빙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 루크레치아에게 몰래 연정을 품고 있었지만...

 

- "아무리 아름답게 화장한 여자라도 화가의 눈은 뼈나 근육을 꿰뚫어 본다고 하던데... 뛰어난 화가라면 더더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볼 수 있겠죠. 레오나르도, 당신 정도의 천재라면..."

"그리기 어려운 것은 '영혼'입니다. 그것은 갈기갈기 찢겨져 버린 영혼... 빛과 그림자처럼, 신앙과 죄... 사랑의 기쁨과 고통. 그때 루크레치아 님의 영혼은 격렬한 사랑과 무시무시한 시커먼 증오로...!!"

 

- "이... 이것이 보르자 가의 독약 칸타렐라?! 페스트나 열병으로 죽은 사람들이야. 이것은?! 벼... 병독을 보존하기 위해서인가!"

 

- "로마에서 역병이 유행할 때마다 몰래 모아 온 시신들이야, 카테리나. 병독은 생물이거든. 그것들은 시신 속에서도 수십, 수백 년을 살아간대. 그대로 강으로 떠내려 보내면 언제라도 역병을 일으킬 수 있지. 하룻밤이 지나면 꺼내 줄게, 카테리나 스포르차. 병독이라는 병독이 몽땅 그 몸에 감염되어 소원대로 칸타렐라는 네 것이 되겠지."

 

- "그로부터 9년이 지났군요, 루크레치아 님. 로마로 여행을 오셨다는 말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레오나르도."

"그림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 "참으로 장대한 천장화로군. 4년 전에 저것을 그린 미켈란젤로라는 남자를 아십니까? 빈 말로도 성인(聖人)이라고 할 수 없는... 무뚝뚝하고 편협하고 그리고 미청년을 좋아하는 취향... 하지만 그가 그린 그림은 로마 법왕이 몇 대가 바뀌어도 계속 빛나겠지요.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저 그림을 올려다보며 영혼의 전율을 느낄 것입니다. 우리의 시대는 비참하고 죄 많은 세계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혼은 천상의 높은 곳에 닿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프랑스 왕의 초대를 받아 이대로 길을 떠납니다. 이제 다시는 이탈리아로 돌아올 일이 없겠지요."

"칸타렐라를 보지 않았나요? 레오나르도."

"이 그림은 당신의 영혼을 위해 그렸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의 영혼을 위해."

 

- "언젠가 다시 만납시다, 루크레치아 님."

"어디서요? 어디서요? 레오나르도."

 

- 그 그림은 오늘날 <세례자 요한>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모나리자>와 나란히 레오나르도 만년의 가장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다. 남자로도 혹은 여자로도 보이는 인물의 불가사의한 미소, 그리고 곧게 위로 뻗은 손가락은 대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걸까.   

  

 


 

 

 

 

 

 

 

- 기원전 31년, 이오니아 해에서 1천여 척의 군선이 격돌하는 공전의 대해전의 벌어졌다... 이집트 왕국과 로마, 서로의 존망을 건 전쟁이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악티움 해전이다. 

 

- 로마 측 총사령관은 젊은 옥타비아누스, 그리고 이집트군은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총대장 안토니우스... 결과는 이집트군의 대패였다. 

 

- "기억해 둬, 클레오파트라. 너도 나이를 먹는다. 너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제 아름답지 않아. 아... 앞으로도 남자들이 네게 굴복할 거라 여긴다면 큰 착각이야. 클레오파트라... 네... 네게 반한 남자는, 내가... 마지막... 이야."

 

- "마지막까지 바보로군요, 안토니. 나는 아직 충분히 즐기지 못했어요. 더... 더 오래 살고 싶어요. 남자들과 함께."

 

- "헤... 헤롯 왕?!"

"눈물로 애원하고 미색으로 홀리고... 이 수법으로 안토니우스나 카이사르(시저)를 농락했죠. 나는 이 여자를 옛날부터 잘 압니다."

유대왕 헤롯. 교묘히 로마의 환심을 사서 소국 유대의 왕좌를 가로챈 남자다. 하지만 이집트의 종속 왕으로서 클레오파트라에게 온갖 혹사를 당한 처지이기도 했다.

 

- "존성이 나왔군. 헤롯 왕, 나는 이런 늙은 여자 따위 관심 없으니 안심해."

"느... 늙은 여자라구요?!"

"지난날의 세계 최고 미녀도 이미 40살이 가까워졌다고 들었다. 아무리 젊어 보이려고 화장을 해도 내 눈은 속이지 못해. 클레오파트라, 지금의 너는 두꺼운 화장을 한 늙은 여자일 뿐이야. 그 미색으로 로마의 위대한 남자들을 어긋난 길로 이끌었던 너의 시대는 이미 끝났음을 깨달아라!!"

 

- "솔론... 그대는 3천 년에 걸친 이집트의 역사를 모두 그 눈으로 봐왔다는 대신관. 그대라면 알고 있겠지. 바아 전생의 비법을."

꿈틀.

"생명 부활을 꿈꿔온 이집트 왕가의 미라술이... 마지막에 도달했다는 전생법. 바아 전생의 비법. 그걸 내게 걸어다오."      

 

- "흥! 귀한 전리품이었는데 참으로 아깝군. 클레오파트라는 데리고 돌아가면 로마 시민에게 내 승리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죽은 사람에게는 이제 볼일 없다! 이집트의 예법에 따라 장례를 치러줘라."

 

- 마지막 여왕의 죽음과 함께 3천 년의 영화는 꿈으로 사라지고, 그 이후 이집트는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클레오파트라, 향년 39세. 기원전 30년의 일이다.

 

- 이제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기원전 7년. 이 해 가을, 밤하늘의 목성이 이상한 궤도를 그리며 토성으로 접근했다는 기록이 각지에 남아 있다. 로마에서 목성은 주피터(제우스)의 별이자 '지배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토성은 '황금시대'를 나타내었다.

"옥타비아누스 만세! 저거야말로 당신의 영광을 상징하는 증표야, 우리의 아우구스투스 만세!"

아우구스투스(존엄자)라는 칭호를 받은 옥타비아누스는 이미 로마의 최고 권력자가 되어 있었다... 그가 바로 황금시대를 맞이한 지배자였던 것이다. 로마 원수 옥타비아누스. 사실상 로마의 초대 황제다.

 

- 하지만 한편, 멀리 유대의 땅에서는 같은 목성의 이상 현상이 또 한 명의 지배자의 출현을 의미했다.

 

- "오오, 저걸 봐! 저게 바로..."

바로 그해 기원전 7년. 유대의 베들레헴에서 메시아(구세주)가 될 한 명의 남자가 태어난 것이다.

 

- "죽여라! 유대왕은 나 헤롯 한 명뿐이다!! 메시아 따위 죽여 버려!"

당시 로마를 뒷배로 삼은 헤롯왕의 탄압정치 속에서, 유대 민족은 열렬히 메시아의 출현을 고대했다. 로마의 지배를 물리치고 헤롯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메시아. 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헤롯왕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위험사상이었다.

 

- "나는 더... 더 살고 싶어. 하지만 더 이상 나이를 먹는 건 싫어. 한 번 더 젊은 몸으로 태어나고 싶어."

"..."

"3천 년을 이어온 이집트가 멸망한다면 로마도 언젠가는 무너지겠지. 페르시아도 아시리아도 이 세상조차 언젠가는... 그래도 지배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있는 한 나도 살고 싶어. 다시 태어나 그런 남자들을 현혹하고 비웃어주고 싶어."

 

-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어.

 

- "이... 이건, 코브라의 독약!"

"죽는 것이다, 여왕 클레오파트라. 네 육신에서 바아(영혼)가 빠져나갔을 때, 전생 비법의 기도가 시작된다."

"그... 그럼 정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거지?!"

"다만 너는 언젠가 운명의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황금 쇠사슬에 묶여 로마로 끌려간다는 운명의..."

"상관없어! 뭐든지 할게!"

 

- "오오, 오시리스와 이시스 신이여. 클레오파트라의 영혼을 당신들께 바칩니다. 수십 년 뒤 다시 사막의 여왕으로서 태어날 영혼을... 유대왕이 죽고 로마 황제가 숨이 끊어질 때까지!!" 

 

- 헤롯왕이 죽은 후 몇 년이 지나, 기원전의 시대는 끝을 고하고 세상은 새로운 세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진 평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향락에 들뜨게 만들고 문란한 풍속을 부추겼다. 치정싸움, 매춘, 희극, 밀통...

 

- 그중에서도 유난히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율리아라는 유부녀의 난행이다. 율리아는 다름 아닌 옥타비아누스의 외동딸이었다. 

"매일 밤 사내들과 어울려 논다고?! 마... 맙소사, 마치... 마치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짓을 하다니!!"

 

- 그렇다. 마치 클레오파트라처럼... 운명 같은 얘기지만 율리아의 불륜 상대는 율루스 안토니우스라는 남자였는데, 그는 놀랍게도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아들이었다. 

 

- "율리아를... 유배형에 처한다. 상대 남자는 죽여라!"

"예."

"저주를 받은 것인가. 내게는 아들이 한 명도 생기지 않았다. 양자를 둘이나 맞았지만 모두 병으로 죽고... 하나뿐인 딸 율리아도 이 꼴이야! 대체 뭐가 남지. 지금껏 내가 쌓아 올린 재산도 황제의 지위도... 그것을 넘겨줄 아들이 없다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게 아니었어. 이게..."

 

- 마지막까지 후계자를 얻지 못한 채 로마 황제 옥타비아누스는 76세로 숨을 거뒀다. 때는 서기 14년.

같은 해 로마에 머물던 한 유대 여성이 딸을 낳았다. 모친의 이름은 헤로디아로, 헤롯왕의 손녀이다.

헤롯왕이 죽고 옥타비아누스가 숨을 거뒀을 때 탄생한 여자아이. 그것이 바로...

 

- "오오, 오시리스와 이시스 신이여... 약속의 때가 왔다! 지금이야말로 클레오파트라의 영혼은 되살아난다! 그 이름은 살로메!"    

 

- 세월은 나일강처럼... 또한 요르단강처럼 흘러 서기 30년. 이곳은 유대 민족의 나라 갈릴리. 살로메 16세.

로마에서 살로메를 낳은 모친 헤로디아는 갈릴리의 왕 헤로테 안티파스와 재혼하여 왕비가 되었다. 그 때문에 살로메는 왕녀로서 이곳 갈릴리로 오게 된 것이다.

 

- "날마다 춤만 추고 살 수 있다면 행복한 거예요, 살로메 님. 유대 민중의 가난한 생활을 봐요."

"티겔리누스도 엄마랑 똑같은 소리를 하네. 내 의논 상대가 되어 준다고 하지 않았어?"

"뭔가 고민이라도...?"

"아니... 다만, 가끔씩 문득 지금의 생활이 진짜가 아닌 것 같아. 어쩐지 내가 진짜 내가 아닌 것 같아. 이런 기분 이해해?"

"글쎄요."

 

- "유대의 황야에서 누굴 잡는데?"

"세례자 요한이라는 남자입니다. 민중에게 안티파스 왕과 왕비 헤로디아의 욕을 퍼트리고 있다는군요."

"두 분의 욕을...?"

 

- "회개하라! 신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유대를 숙주로서 지배하고 있는 로마제국은 당장 떠나라! 꼭두각시인 무능한 안티파스왕도 떠나라! 지금이야말로 칼을 들어 왕을 쓰러뜨리고 로마를 몰아내야 한다!"

"옳소, 놈들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유대인의 자유는 있을 수 없어!"

"우리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신뿐이다!! 나 요한을 따르라!! 지금이야말로 유대 민족의 신의 나라를 세우자!!"

"옳소!! 요한이야말로 우리의 메시아다!!"

 

- "그렇군. 네가 그 더러운 안티파스 부부의..."

"더... 더럽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

 

- "요한 님."

"오오, 너로구나. 염려 말거라. 놈들은 나를 죽이지 못해. 네게는 세례를 내리고 가르침도 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네가 사람들을 인도하거라. 알겠지, 예수."

 

- "요한, 내 말 들려? 헤로디아 왕비를 모셔왔어. 내 어머니야. 내 어머니가 더럽다고 했지? 어째서인지 말해..."

"사... 살로메."

"어째서 그런 말을 퍼뜨리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안티파스 왕과 그 왕비 헤로디아는 율법을 거역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대의 율법을 어기는 자에게는 왕의 자격이 없다고 민중에게 호소한 것이다."

"율법을 거역해...? 뭐가?!"

"그... 그만! 얘기하지 마!"

"근친혼이다!"    

 

- "옛날에 유대를 다스렸던 헤롯왕! 그 아들이 안티파스 왕이고 손녀가 헤로디아다. 결국 안티파스와 헤로디아는 친 숙부와 조카 관계지. 근친혼이 유대의 율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헤롯왕의 더러운 혈통이여."

 

- '시시해,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근친혼 따위 이집트에서는 흔한 일이었는걸.'

"누... 누구? 방금 그 목소리는... 뭐지?"

"헤로디아, 너는 갈리리의 왕비가 되고 싶어 전남편을 버리고 유대의 율법을 어기면서까지 안티파스 왕의 품으로 달려갔다! 그렇지!"

"그래!! 나는 왕비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왕과 결혼했지... 그게 왜 잘못이야?! 가난하게 살기 싫었어! 평생 놀고먹고 싶었어! 그게 왜 안되는데?! 당연한 일이잖아!"

"신은 알고 계신다, 헤로디아!! 신은 결코 네 죄를 용서치 않으리라!! 괴로워해라. 괴로워하다 지옥에 떨어져라! 지옥에 떨어져라, 악마 같은 여자야!!"

 

- "됐어! 이제 충분해! 요한! 당신은 뭐가 그리 잘났는데?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 사람을 꾸짖는 거지?!"

"내가 메시아이기 때문이다!! 신의 이름 아래 이 요한이야말로 메시아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부정을 바로잡고 유대 민족을 독립으로 이끌기 위한!! 오오, 헤로디아에게 저주가 있으라! 안티파스에게 저주가 있으라! 로마제국에 저주가 있으라! 모든 죄인에게 저주가 있으라!"

 

- "요... 요한을 죽이라고?! 어리석은 소리 말거라, 살로메."

"그런 굴욕을 당하고도 괜찮아요?! 그러고도 왕이에요?!"

"알겠나, 살로메. 내가 하는 일에 참견하는 건 허락치 않겠다. 지금 섣불리 그 자를 죽였다가는 민중이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어. 그대로 감옥에 가둬 두는 게 제일 좋...!!"

 

- "여인이여, 이곳에는 그대를 벌할 자가 없는 것 같구려. 일어나 어서 가시오."

"가, 감사합니다!!"

"죄를 꾸짖는 것은 상관없소. 하지만 사람을 꾸짖어서는 안 되오. 누구나 죄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오. 만약 죄 때문에 사람이 죽어야 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소. 그렇지 않소? 인간은 용서하는 존재요."

    

- "넌 누구냐. 살로메 님께 무슨 짓을 했지?!"

"큭큭큭... 걱정 말거라. 금방 깨어날 것이다."

 

- "하지만 너무 고약하잖아, 솔론. 나는 유대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은 안 했는데. 그것도 멍청한 헤롯왕의 혈통이라니..."

"그런 약속은 하지 않았다. 크크... 너는 그저 오시리스와 이시스 신 앞에서..."

"알았어, 알았어. 영감 냄새나니까 말하지 마. 어쨌거나 젊은 몸은 너무나 좋아. 봐, 솔론. 이런 게 다시 태어난 기분이구나. 지금까지는 모두 잊고 있었어. 태어난 뒤로 줄곧 진짜 내가 아니었는걸. 이제부터 이 몸으로 실컷 즐길 거야. 가당치도 않은 희망을 품고 잘난 척하는 사내들을 어긋나게 만들어 주지, 후후후. 이 나라에도 그런 먹잇감이 두 마리나 있거든. 첫째는 감옥에 있는 요한,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예수라는 남자야."

 

- "뭐라고?! 예수가 메시아라고?! 갈릴리의 민중이 그런 소문을 내고 있다는 건가?!"

"소문이 아니라 평판이에요. 병자를 고치고 물 위를 걷고. 나사렛 예수는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말이죠! 베타니아라는 마을에서는 죽은 사람까지 살려냈대요. 30년쯤 전, 밤하늘에 커다란 별이 나타났을 때 태어났대요! 모친인 마리아라는 여인은 예수를 잉태했을 때 대천사 가브리엘에게 계시를 받았대요. 그게 메시아라는 증거래요."

"그래. 그해 태어난 자는 메시아가 될 자격이 있다. 하지만 나 요한도 같은 해에 태어났다! 그리고 내 어머니 엘리사벳도 대천사로부터 계시를 받았다!!"

"어머, 재밌어라. 그럼 메시아가 둘이나 있다는 얘긴가요."

"어째서 내게 그런 얘기를 들려주는 거지?! 살로메. 예수는 내 제자다. 내 뒤를 이어 내 가르침을 퍼뜨리고 있을 뿐이야. 메시아는 단 한 사람! 유대의 민중을 이끌고 너희 헤롯 일족이나 로마의 지배를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다!"

"그래. 예수는 당신과 달라. 그야말로 정반대지. 인간의 죄는 용서받아야 한다고 그 남자가 말했거든."

"예수가... 그런 말을?!"

"그런 사람이 메시아라면 팬이 될 텐데... 부모님의 죄도 예수라면 용서해 줄 테니까."

"말도 안 돼! 그런 것은 가르치지 않았다. 내가 이 손으로 세례를 내리고 함께 황야에서 수행하며... 우리가 미워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유대 민족의 자유를 위해 싸워나갈 것을 맹세한 것이다! 지어낸 얘기는 그만둬, 살로메! 나를 동요시키려 해 봤자 소용없다!"

"거짓말이 아닌데! 나는 분명히 예수가 하는 말을 들었어. 아하하..."

"거짓말이야!! 예수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어!! 그 남자는 메시아가 아니야!!" 

    

- "요한과 예수... 어느 쪽이 진짜 메시아라고 생각해, 솔론?"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클레오파트라... 아니, 살로메."

"꾸며? 내가?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그 남자를 화나게 만드는 게 너무 재밌거든. 자, 우선은 마음껏 즐겨야지. 화려한 옷을 입고 실컷 술을 마시고, 산다는 건 근사한 일이야!"

 

-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에서 일곱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익혔다. 아주 먼 옛날 일이지만. 그 무렵에는 나도 뭔가를 꾸미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이집트를 세계에 으뜸가는 대제국으로 만드는 것! 세계 제국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되는 것! 그날을 위해 전 세계의 말들을 익히려고 했다. 이리도 허무한 꿈이 또 있을까. 이집트는 이제 없다. 꿈도 오래전 옛날에 죽어버렸지.

 

- "메시아의 이름을 사칭하며 율법에 기록된 안식일의 규칙도 어기고 민중을 현혹하고 있는 사내 말이오! 그것만으로도 중대한 죄요. 게다가 소문에 따르면 예수는... 술은 필요 없다고 했잖아. 나는 율법의 대제사장이다!"

"그냥 물이에요. 향료가 들어간 물..."

"으음! 물이라면 괜찮아! 율법은 지켜야 하는 법이지. 아멘. 게다가 예수는 신성한 예루살렘의 신전을 지키는 우리 율법학자를 공공연히 모략하고 있소!"

 

-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시오. 그들은 남에게 존경받기를 바랍니다. 허영을 위하여 일부러 기도를 길게 하지요. 겉으로만 신의 하인인 척할 뿐이오. 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악은 위선이요!"

 

- "좋아하는 동물을 고르면 돼요! 하지만 서둘러요! 방주에는 한 쌍의 동물밖에 탈 수 없으니까."

"살로메 녀석, 이렇게 멋진 놀이를 생각하다니..."

"더... 더럽다! 성서를 흉내 내다니 이 무슨 짓인가! 신성 모독이야! 천벌이 내릴 것이야!"

"사막에 사는 자에게 더없이 귀중한 것은 물... 그래서 이집트도 유대도 물에서 노는 것은 예로부터 최고의 사치이지. 태어났을 때부터 사치에 익숙한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놀이. 소국 갈릴리의 왕녀 따위가 생각해 낼 수 있을 리가 없지. 후후후."

 

- "진짜로 한 번 뿐이야! 이런 곳에서 우물쭈물하다가는 너 진짜 미라가 될지도 몰라!"

"크크... 너무 그러지 말거라, 살로메. 나는 너를 전생시켜 준 은인 아니냐. 게다가 한 번 더... 한 번 더 네가 전생할 때는 또 내가 필요해질 거야."

"한 번 더?"

 

- "예수는 무기를 들고 싸울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는 것 같아. 오로지 참고 견디는 자만이 신의 나라로 갈 수 있다는 것 같더군."

"민중의 분노를 위축시켜서는 안 돼! 로마를 저주하고, 안티파스 왕을 증오하는 마음이 쇠약해진다면 유대 민족은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어.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사명은 어찌 되는 것인가?!"

"그런 당신의 사고방식이 낡았다는 뜻이지. 예수는 새로운 가르침을 퍼뜨리려고 하는 거야. 이제 어쩔 거지? 요한. 감옥 안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겠지만 어떻게 할 거야? 분해? 이대로 이런 곳에서 잊혀 가다니 불쌍한 메시아네. 후후후."

"으으."

"있잖아. 이 살로메가 딱 한 번 힘을 빌려줄까?"

 

- "어째서 모두들 찾으려 애쓰는 걸까. 절대 불변의 것을... 그런 게 이 지상에 있을 리가 없는데. 있잖아, 티겔리누스. 돈, 연애, 국가, 남자의 꿈, 여자의 행복, 신... 그리고 사람. 이 지상에 확실한 게 대체 뭐가 있을까...?"

"나를 부른 이유가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서인가요? 살로메 님. 확실한 것... 글쎄요. 그건 아무도 모르겠죠. 나도... 뭔가 확실한 것을 찾으며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요. 딱 하나 확실한 게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

"어머! 아하하... 나는 죽음도 전혀 확실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후후."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 살로메 님. 어째서 그렇게 변해버린 거죠?" 

 

- 당시 유대 지방의 황야에는... 단식이나 세례 등의 수행에 힘쓰는 사람들이 몇몇 촌락을 만들어 원시적인 교단을 조직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 세례자 요한을 우두머리로 하는 요한 교단. 나사렛 예수는 이곳에서 수행을 쌓아 독립했을 것이었다.

 

- "자, 당신이 부탁한 대로 요한의 제자 한 명을 데려왔습니다, 살로메 님."

"고마워, 티겔리누스."

"이 남자를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죠?"

"후후후... 아무것도 안 해. 단지 요한을 만나게 해 줄 뿐이야. 자, 따라와."

 

- "만약 정말로 예수가 이상한 생각을 퍼뜨리고 있다면... 그 녀석은 이 요한과 요한 교단을 배신한 것이다! 알겠지? 예수에게 접근해 제자 중 한 사람이 되는 거다."

"예, 요한 님."

"한시도 눈을 떼지 마라. 그리고 그 녀석의 행동과 말을 전부 내게 알려다오! 네 보고라면 믿을 수 있겠지. 부탁한다, 유다."

"맡겨만 주십시오. 이 이스가리옷 유다가... 목숨과 바꿔서라도!!"

 

- "양의 탈을 쓴 가짜 예언자...? 그것은 나를 말하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그자는 전부 비유뿐이고 무엇 하나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습니다."

 

- "신은 곧 빛이다. 햇빛에 의해 물체를 분간할 수 있듯이 신의 사랑의 빛에 의해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나 자식이나 친구를 믿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만약 그것이 없다면, 이 세상은 그저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는 암흑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 "아냐! 신은 전쟁을 바라고 계신다!! 유대를 해방하고 진정한 신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정의의 전쟁을!! 신의 뜻을 배신할 셈인가, 예수?!"
   

- 대체 너는 누구지?! 예수...

 

- "여기서는 예루살렘 마을이 잘 보이지. 저 마을을 자기 걸로 만들고 싶지 않아? 예수. 유대교로 결합된 유대 민족 나라들의 중심지가 저 예루살렘이지. 유대의 가장 큰 실력자는 예루살렘의 신전을 맡은 산헤드린과 대제사장 카야파. 당신을 대제사장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못 믿겠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 후후... 하지만 그 정도는 내게 아주 쉬운 일이야. 응? 어때... 카야파 무리를 몰아내줄게. 당신이 새 유대교의 대제사장이 되는 거야. 그러면 더 많은 신자들이 당신의 설교를 들으러 오겠지. 부자들에게 기부를 듬뿍 받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 수도 있어. 그거야말로 메시아잖아! 메시아에 어울리는 힘을 손에 넣는 거야, 예수!"

 

- "나는 메시아가 아니야."

"메시아가 아니라고?! 하... 하지만 모두들 그렇게 떠들던데."

"나는 한 번도 그런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어. 민중을 이끌고 싸워 유대를 해방한 메시아는 내 스승인 요한 님이다! 하지만 요한 님이 붙잡히고 나서 나는 신의 목소리를 듣게 됐지. '예수여, 사랑의 빛을 지상에 뿌리거라'. 나는 내게만 들리는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있을 뿐이다. 설령 그것이 요한 님의 가르침에 반한다 해도..."

 

- "신은 인간을 사랑하고 동시에 인간을 벌하지. 인간을 구하기 위해 인간을 괴롭게 하지. 죄인들을 모두 죽이기 위해 신은 메시아 요한을 보냈고, 죄인을 구하기 위해 나를 보냈다. 요한 님과 나 둘 다 신의 뜻인 것이다!!"

"그렇다면 붙잡힌 요한의 눈치를 볼 필요 없네. 당신이 메시아가 되면 되잖아! 그래, 메시아이자 대제사장으로서 당신이 최고 권력을 쥐는 거야!! 고민할 이유가 어디 있어? 지금 당신 인기는 엄청나. 모두들 예수가 메시아라고 믿고 있어."

"나는 메시아가 아니다."

"예수,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야? 야심도 없어? 아니면 끝까지 요한에게 의리를 지키겠다는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그 남자를 처치해 줄까?" 

       

- "썩 꺼져라, 악마야! 나를 타락시켜 어찌하려는 것이냐!! 소용없다, 썩 꺼져라!!"

"아, 악마라니 뭐야?! 그럼 신은 뭔데?! 그딴 건 어차피 유대인이 멋대로 만들어냈을 뿐이잖아!!"

"신은 빛이다!"

"이 세상이 죄로 가득 찬 어둠이라 해도 나는 상관없어!"

"신은 빛이다!"

"빛이 비치면 그림자가 생겨! 당신은 사랑의 빛을 뿌린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증오의 그림자 또한 만들고 있어! 증오! 카야파도 율법학자도 바리새파도... 요한 교단마저 당신을 증오하고 있어! 그렇게 죽임을 당하고 싶어?! 신이니 사랑이니 그딴 게 당신 목숨을 지켜줄 것 같아?! 그래, 시험해 보자! 당신들의 신의 힘이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그렇게 하면 전부 분명해지겠지!!"

 

- "잘 봐, 신이 메시아를 지켜주는지 아닌지! 내게 천벌이 내리는지 아닌지."

"무얼 하려는 거지? 살로메! 기다려!!"

 

- "무희 의상을 준비해!"

"어머, 오늘 밤 연회에서 살로메 님이 춤을..?"

"그래. 그리고... 티겔리누스를 불러줘." 

 

- "오오, 살로메. 목 빠지게 기다렸다. 오늘 밤이야말로 네 춤을 보여주는 것이냐!! 멋진 춤을 보여준다면 약속대로 상을 내리마! 뭐든지 말만 하거라!"

"제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정말인가요...?"

"맹세하마! 자, 어서 춤을 춰다오, 살로메!!"

 

- "나를 어디로 데려가지...?"

"살로메 님이 네게도 춤을 보여주고 싶다는군."

"살로메가 춤을? 흥. 그러고 보니 너는 살로메와 함께 나를 붙잡으러 왔던 사내로군. 그 여자를 조심하는 게 좋아. 악마가 인간을 부추기듯 그 여자는 남자들을 조종하지.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오히려 남자들 쪽이야..."

"나는 로마인이다. 신도 악마도 믿지 않아!"

 

- 내가 춤추고 있는 동안에! 내가 춤추고 있는 동안에! 신이여, 만일 당신이 존재한다면... 내게 벌을 내려도 좋아!

 

- "마... 말도 안 돼! 이런 곳에서 죽을 리가 없어. 유대를 구하기 위해 태어난 내가... 신이여! 당신은 부정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일소하기 위해 나를 보냈소!! 그 메시아를 어째서... 어째서 죽게 만드는 것이오?!"

 

- "자, 나는 여기 있어!"

"신이여, 당신은 어디 있지?! 어디서 우리의 역사를 이끌고 있는 것이오?!"

 

- 악마 같은 여자!

그런 존재를 믿지 않는 로마인이 일찍이 딱 한 번 그렇게 불렀다. 그것은 분명 아주 오래전 이집트의 여왕. 악마가 사람을 부추기듯이, 남자들을 조종하여...

 

- 꿈이 깨어진 남자들이여. 어째서 그대들은 믿어 버렸지...?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어! 믿지 마! 

이렇게 배신당할 뿐이야! 신에게도 여자에게도!

"그래도 꿈을 믿으려고 하겠지! 나는 그런 남자들이 좋아! 그런 꿈을 배신하는 게 좋아! 자, 요한, 저주의 말을 내뱉어봐. 어서!"

내가 이겼어, 예수!

"당신은 내게 무릎 꿇을 거야, 신이 아니라 내게!"

 

- 세례자 요한이 살해됐다는 소문은 한 달도 못 되어 전 유대인 사이에 퍼졌다. 마침 예루살렘에서는 유대 전통의 '유월절'이 얼마 남지 않아 안 그래도 격앙된 그들의 마음에 로마나 안티파스 왕에 대한 증오가 더욱 불타올랐다.

"요한 님의 원수를!! 더 이상 놈들이 설치게 둬선 안 돼!!"

"예수 님! 당신이 지도자가 되어 준다면 우리는 당장 무기를 들고 싸우겠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유대 민족의 메시아일 터!! 우리와 함께 싸워주십시오! 예수 님, 여호와의 아들이여!"

민중의 기대는 한 사람, 나사렛 예수에게로 모아졌다. 요한이 죽은 뒤 유대 해방의 지도자는 예수여야만 했다. 

하지만-

 

- "신은 인간 세상에 메시아오 악마를 보내어 인간을 시험한다! 그러니까 악마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메시아를 지키고 악마를 멸해야 하는 것이다. 신은 그것을 기대하셨다! 메시아만 살아남으면 이 세상은 구원받고 신의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요한은 죽었어! 신이 뭔데! 메시아가 뭐냐고?!"

"너는 그 죄가 얼마나 큰 지 모르겠지? 살로메. 너 때문에 역사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 세상은 다시 유혈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다. 악마의 말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 "제아무리 너라도 그 남자에게는 애를 먹는 것 같구나."

"시끄러워, 솔론! 예수는 지금 궁지에 몰려 있으니까, 분명히 내게 도움을 청하러 올 거야."

"굴복시켜 어쩔 거지? 크크... 결국 죽일 건가? 그러면 기분이 풀릴까...?"

"그 녀석에게는 이용가치가 있어. 저렇게 말하면 이렇게 받아치지. 그 녀석의 말은 묘하게 사람을 매혹시키거든. 그래, 그 남자를 대제사장으로 만들어 가르침을 점점 퍼뜨리는 거야. 사랑의 가르침이 로마와 다른 나라에도 퍼져 간다. 곳곳에 신전이 세워지고 권력이 만들어져... 재밌겠는걸! 종교가 대 로마제국을 정복할지도 몰라! 아니, 세계마저도! 생각만 해도 통쾌하잖아, 솔론!"

"크크... 꿈이로군... 언제부터 너는 꿈을 좇게 됐지? 그런 야망의 허무함을 너는 비웃지 않았던가? 크크... 왜 그래. 설마 예수에게 끌리는 것은 아니겠지?" 

 

- "예수는 율법에 저촉될 만한 죄는 저지르지 않았을 거야."

"메시아를 자처하면 그것만으로 유죄야!"

"카야파 일당은 메시아 따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나는 메시아가 아니야.'

"설령 무죄가 된다 해도 배신자라는 오명은 씻을 수 없어. 예수는 이제 제자들에게도 버림받겠지. 무서운 사람이군, 살로메. 당신에게는 역시 악마가 깃들어 있어."

 

- 예수, 내가 당신을 구해줄게! 그 대신, 그 대신 당신은 이제 내 거야.

 

- "어떤가, 예수. 네가 메시아를 자인한 것이 사실인가? 아니라고 한다면 무죄방면을 시켜주지. 하지만 이 세상의 메시아를 사칭하며 민중을 현혹하는 것은 죽음에 해당하는 중죄다. 어느 쪽이지?"

"예수는 무죄야! 이 살로메가 증인이 되겠어. 예수는 메시아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얘기했어. 내가 이 귀로 똑똑히..."

"나는 메시아다!!"

"예... 예수?!"

"메시아다!!"

 

- "거짓말이야, 당장 취소해. 그때 분명히..."

"괜찮아, 살로메. 모두 신께서 정하신 일이다. 내 말은 머지않아 사람들의 가슴에 되살아날 것이다. 죽음에 의해 내 말은 계속 살아갈 것이다."

"대... 대제사장으로 만들어줄게! 권력을 줄게! 로마를... 세계를."

"고맙군, 살로메. 지금 이 유대 안에서 내 목숨을 구해주려 하는 것은 너뿐이야. 고맙다..."

"나사렛 예수를 십자가 형에 처한다!!"

 

-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내가 어떻게 됐나 봐. 이럴 리가 없어! 그래, 예수를 현혹시키려던 거였는데! 

"이러면 어긋나는 건 나잖아!"

현혹되어서는 안 돼...

'악마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악마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 '정말로... 이 사람이야말로 신의 아들이었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신은 인간 세상에 메시아와 악마를 보내어 인간을 시험한다!'

"요한과 예수. 같은 해, 같은 별 아래 태어나 신이 이 세상에 보냈다는 두 남자... 메시아와 악마!! 요한이 메시아였다면, 예수, 당신은 누구지?" 

 

- '신은 빛이다!'

"빛은 그림자를 만들어! 증오의 그림자를!"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라!'

"원수는 점점 늘어나!"
'나는 죄인을 용서하기 위해 왔다.'

"당신의 가르침이 결국 증오의 고리를 넓혀 갈 거야!"

'내 말은 계속 살아갈 것이다!'

"악마의 말이 세상을 지배할 거야! 그래! 그랬을지도 모르잖아! 예수, 당신이... 당신이야말로...?!"

"이 악마!! 깨달아라! 이것이 천벌임을 알아, 살로메! 예수는 너 때문에 죽은 거야! 나는 예수의 가르침을 로마에 전할 거야! 사랑의 가르침을! 예수가 신의 아들이었다는 것을!"

 

- "후후후. 그래, 티겔리누스, 로마로 가! 전 세계에 예수의 가르침을 퍼뜨려! 악마의 말이 세계를 지배할 거야!! 아하하하하하, 이제 어떻게 돼도 몰라!"

 

- 서기 32년 나사렛 예수 사형...

예수의 가르침, 즉 기독교는 그 후 로마제국에 침투하여 더욱 전 세계로 퍼져나가지만, 그동안 수많은 박해에 의해 엄청난 순교자의 피가 계속 흘렀다. 이윽고 교회 권력이 확립되자 이번에는 다른 형태의 비극이 이어진다. 중세의 마녀 사냥, 이교도와의 충돌, 그리고 종교 전쟁. 

모든 것이 '사랑'과 '자비'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이었다.

 

- 한편 유대 민족은 서기 135년의 유대 전쟁에 의해 예루살렘은 괴멸되고 민족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그 이후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세계 각지를 떠들며 대학살을 당하는 운명을 걷게 된다. 예수를 죽음으로 내몬 민족이라는 낙인은 그야말로 2천 년에 걸쳐 유대 민족을 괴롭힌 것이다. 일찍이 단 한 명의 남자의 죽음이 이토록 훗날의 역사를 바꿔버린 사례는 없다.

나사렛 예수- 그는 누구였을까. 그야말로 신의 아들이었을까. 아니면-

 

- "후후훗. 뭐가 천벌이야! 악마도 신도 분명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내가 내 좋을 대로 사는 게 뭐가 나빠?! 아직... 아직 내 꿈은 끝나지 않아. 더 살 거야. 아직... 나는 죽지 않아. 나는 죽지 않아."

 

- "이번에는 200년 뒤다, 클레오파트라."

너는 한 번 더 살아난다. 다시 사막의 여왕으로서.

 

- 팔미라. 시리아 사막에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폐허라고 일컬어지는 유적이다. 지난 옛날의 흔적을 남긴 것은 많지 않지만...

일찍이 울창한 오아시스로, 또한 실크로드의 요지로 번영했다가 허무하게 멸망해 간 대상(隊商) 도시.

 

- 지금으로부터 무려 1700년 전의 일이다. 중국은 삼국시대. 서 아시아에 사산왕조 페르시아 그리고 서족에는 대 로마제국이 패권을 겨루고 있고 팔미라는 동서 교역의 중계지로서 그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 서기 268년-

로마 황제 갈리에누스는 페르시아 원정을 위해 동방군 사령관 헤라클리아누스를 시리아로 보냈다. 당시 시리아는 로마의 속주였으며 팔미라 또한 제국에 순종하며 군단이 통과할 때 지원과 협조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 1년 뒤 서기 269년 팔미라.

"틀림없는 페르시아 융단이야. 이 면직물의 보라색을 봐. 이집트 염색이야!"

"거기 향유를 줘. 물론 상품이겠지?"

"말린 생선은 필요 없어?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막 가져온 거야. 소금에 절인 고기도 싸게 줄게."

 

- "세리카(중국)에서 왔나. 여왕님 명령으로 로마에 상인을 보내지 않으니까 이곳 팔미라에서 장사하도록 해."

"소문이 사실이었군... 대진국(로마)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텐데."

 

- "그리스어로 떠들고 있지만 시리아인이군. 도망 노예겠지."

"나는 아테네에서 망명해 왔다. 이름은 디오니시오스 카시오스 롱기누스, 철학자이자 언어학자..."

"값이 붙을 때까지 입 닥쳐! 학자든 뭐든 사막에서 주웠으니까 내 거야!"

"제노비아 님이 그 남자를 200 데나리온에 사겠다고 하신다."

"바... 바토 잣바이... 제노비아, 여왕님이?"

 

- "제진영(諸辰永). 비단 상인인가. 일부러 로마까지 갈 것 없이 팔미라에서 팔겠다면 관세를 낮춰주마."

 

- "도중에 페르시아 근처를 지나왔겠지? 모습이 어떠하던가?"

"글쎄요. 제가 본 바로는 한동안 대군을 움직일 기미는 없었습니다. 다만..."

"다만?"

"페르시아 왕 샤푸르는 지난날의 원한을 잊고 있지 않습니다. 가만히 보복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9년 전 팔미라의 선왕 오데나투스가 페르시아 군을 패주시킨 것 말인가. 그 사람은 너무 물렀어. 나였다면 샤푸르를 살려 돌려보내지 않았을 거야. 그 남편도 2년 전에 암살됐지... 로마의 간섭을 물리치고 내가 팔미라의 왕이 됐다...!!"

 

- "팔미라에서 비단을 대량으로 팔 수 있다면 저희는 대환영...이지만 가능할까요?"

"지난번에 온 상인으로부터 중국은 얼마 전까지 셋으로 나뉘어 싸웠다고 들었다."

"그, 그렇습니다. 북쪽에 '위', 남쪽에 '오', 이 양대국 사이에 천하삼분지계를 주장한 군사 제갈공명을 거느린 유비가 '촉'을 세웠습니다."

 

- 클레오파트라. 이집트 마지막 여왕. 기원전 30년, 로마의 옥타비아누스는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하여 로마로 향하는 개선 행렬에 클레오파트라를 끌고 가려했다. 긍지 높은 여왕은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 "어떻게 이곳을? 왕가의 궁전 터는 우리 이집트 신관밖에 모를 터인데..."

"잔소리 말고 안내해!"

 

- "300년 전 옥타비아누스는 신관들에게 엄명을 내렸습니다. 그 시체를 미라로 만들지 말라고. 언제까지나 그 모습이 남아있으면 이집트를 통치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겠죠. 로마 최초의 황제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주도면밀함... 하지만 이집트인에게 왕가의 망자를 썩게 만드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죠."

 

"할 수 없군. 다키아에는 제10군단을 증원군으로 보내지. 갈리아 전선은?"

"알레만니족은 라인강 맞은편까지 물러나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갈리아에 남아 있는 것은 프랑크족뿐이지만, 제7군단도 눈에 가로막혀 서로 노려만 보고 있습니다."

"강화를 서두르자. 연금(年金)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하면 물러날지도 몰라. 군사(軍使)를 보내."

"아우렐리아누스 황제... 팔미라는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군이 황제와 똑같이 생각하겠죠."

"빈말은 됐다, 프로부스. 지난 50년 동안 로마의 국력은 바닥을 드러냈지. 지금 알렉산드리아를 빼앗기면 제국이 반년 만에 말라버릴 거라는 것쯤은 황제가 아니라도 알아. 그 반년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게르만인과의 싸움을 일단락 지어야 해. 팔미라와의 결전은 그다음이다. 이집트를 사막의 여왕 손에서 빼앗아주지. 일찍이 아우구스투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 이집트를 손에 넣은 팔미라 기병단은 계속해서 팔레스타인, 시리아, 아라비아 등을 점점 제압해 갔다. 세계 역사상 여왕이 다스린 영토 중 가장 크다고 알려진 것이 바로 이때의 제노비아 제국이다. 로마와 페르시아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3의 제국이 홀연히 탄생한 것이다.

 

- "여왕에게 충성을 바쳐봤자 소용없어. 클레오파트라는 아무도 믿지 않고 사랑하지도 않았어. 어떤 남자도, 나라도, 자기 자식조차도 말이야. 불쌍한 여자야.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여자지."

 

- 팔미라를 포위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는 제노비아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문서를 보냈다. <로마 황제기>에는 그에 대한 제노비아의 답신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동방제국의 여왕 제노비아로부터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에게... 당신은 내게 항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신은 클레오파트라가 어떤 높은 지위에서 살아남기보다 여왕으로서 죽는 길을 택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군요...] 

 

- "크크... 이걸로 팔미라의 패배다. 너는 로마의 포로가 될 거야."

"또 자결하면 돼! 한 번 더 태어나서 그때야말로..."

"그렇게는 안 돼, 제노미아... 아니, 클레오파트라. 이번에야말로 황금 쇠사슬로 묶여 로마로 끌려갈 거다. 300년 전 끝내지 못한 네 운명의 대가를 치를 때가 온 거야."

"이... 이제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이번에 죽으면 이제...?!"

"죽는다고? 호호호호호."

"뭐... 뭐가 우스워? 솔론."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어째서 내가 이런 모습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알아? 저주다." 

 

- "내 본명은 솔론이 아니야. 하트셉수트! 고대 이집트 왕조의 여왕이다!"

 

- "지금으로부터 1700년 이상 전... 이집트에 군림했던 나는 더 오래 살면서 미와 지식과 넓은 세계를 손에 넣고 싶다고 빌었지. 그때 다가온 것이 바아 전생의 비법을 안다는 대신관 솔론이었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이집트 왕가 최고의 미녀라 일컬어지는 네페르티티. 빌키스라는 이름으로 아라비아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을 만나러 가기도 했지. 언제나 젊고 아름다웠다."

"빌키스... 시바의 여왕!!" 

"하지만 내게도 운명의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그리고 비로소 진실을 알았지. 대신관 솔론이나 바아 전생의 비법이니 그런 건 애당초 없었어. 이것은 전생과 맞바꿔 영원히 이어지는 여인의 저주인 것이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럴 수가?!"

"이제야 깨달았구나. 호호호호호."

"싫어어어어, 으아아아아!!"

"죽을 수 있다, 이제야 겨우... 이제 사막을 떠돌지 않아도 돼. 이걸로 잠을..."

 

- 제노비아가 잡힌 뒤 팔미라는 다시 반란을 일으켰다가 로마군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다.(파괴의 대부분은 지진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롱기누스나 장군들은 제노비아 모자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모든 책임을 지고 처형되었다. 여왕 제노비아는 로마로 호송되는 동안 모든 식사를 거부했다고 전해지지만, 죽.지.않.았.다.

 

- 서기 274년. 로마의 구세주라고도 해야 할 황제 아우렐리아누스는 안팎으로 국위를 과시하기 위해 성대한 개선식을 거행했다. 행렬 중에서 유난히 시선을 끈 것은 황금 쇠사슬에 묶인 채로 걷는 팔미라 여왕의 모습이었다. 쇠사슬의 무게로 비틀거리면서도 그 걸음은 마지막 위엄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 그 후 제노비아는 로마 교외에서 아들과 함께 여생을 보냈다고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으며 언제 죽었는지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황제 아우렐리아누스는 1년 뒤 페르시아 원정 도중 암살되었다.

 

- 기독교의 침투에 대항하기 위해 태양신의 국가 제사를 올렸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4세기가 되자 스스로 기독교도인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나타났고, 마침내 로마는 기독교 국가가 되어간다. 사후 300년 뒤에 나자렛 예수는 승리를 거둔 것이다. 

 

- 하지만 신의 나라가 됐음에도 제국은 동서로 분열, 국력이 쇠퇴하는 모습은 모든 이의 눈에 명백히 비춰졌다. 동로마는 비잔틴 제국으로서 그 후 천 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지만 서로마는 야만족에게 유린당하여 이미 빈사의 상태였다. 때는 서기 476년, 게르만 용병대장 오도아케르가 황제를 폐위로 몰아넣으며 숨통을 끊었다. 서로마제국 멸망. 그것은 사실상 고대 세계의 영화를 누릴 대로 누려온 대 로마제국의 최후였다.

 

- 세월은 흐르는 모래처럼 지나 어느덧 서기 1934년. 

중국 서역을 여행하던 탐험가 헤딘은 환상의 사막 도시 '누란(樓蘭)' 부근에서 관에 담긴 미라 여성 한 구를 발굴했다. 

누란의 여왕. 헤딘은 그렇게 이름 지었다. 

관은 기록에만 남은 채 다시 묻혔다. 여왕은 현재도 모래 속에 계속 잠들어 있을 것이다.

 

- "언젠가... 어딘가에 나를 꼭 닮은 여자가 나타날 것이다. 틀림없이 찾고야 말 테다. ... 크크크. 이 저주를 이어받아야 할 여자. 야망과 남자들의 피와...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는 여자가... 어딘가에 반드시..."

 


 

- "저 섬의 모습은 아무래도 이상해. 아까부터 전혀 가까워지는 기색이 없거든."

"속도를 20노트로 올려. 바람은?"

"북북동 3노트 순풍입니다, 노빌레 선장님."

"선체의 착빙(着氷)이 심해졌습니다! 외부 기온 영하 42도!"

"이 노르게호는 '그린란드' 동쪽의 '스피츠베르겐 섬'에서 출발하여, 북극점을 통과하여 이렇게 나아가고 있다. 지도에 따르면 이 부근에는 섬이 없을 텐데."

"하지만... 만약 해리스 섬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 "영국의 해리스라는 학자가 북극해의 해류 코스를 토대로 추정한 가설 속의 섬이지. 북극점부터 알래스카까지 펼쳐지는 광대한 섬이라고 하더군."

"그거야!! 저거야말로 해리스 섬이야!! 무전 연락해!! 우리 노르게호가 북극점 상공에서 해리스 섬을 발견했다고! 발신인 이름을 잊지 마. 이탈리아 공군대령 움베르토 노빌레 선장이다!!" 

 

- "역시... 역시 저건 섬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섬이 아니라고? 말도 안 돼. 저렇게 또렷하게..."

"파타 모르가나였을지도 모릅니다."

 

- "노빌레는 탐험대의 혼이 없어. 다른 것만 추구하고 있지."

'당신은 환상만을 쫓을 뿐이야. 나는 당신 엄마가 아니야.'

"마리사."

 

- 이탈리아제 비행선 노르게호가 사상 최초의 북극해 횡단비행에 성공한 것은 1926년 5월의 일이다. 승무원은 극지탐색의 영웅 로알 아문센을 대장으로 하여, 이하 이탈리아 군인 움베르토 노빌레 대령, 스웨덴 기상학자 핀 말름그렌 등 15명. 하지만 북극 대륙이라고도 해야 할 광대한 환상의 해리스 섬은 결국 확인되지 않았다...

 

- "파타 모르가나가 보인다는 것이 저 바다인가, 핀. 멀리 북유럽에서 찾아왔으니 꼭 나타났으면 좋겠군"

"아쉽지만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대요. 세계에서 가장 장대한 신기루니까요. 그게 파타 모르가나예요." 

 

- "신기루는 인간이 원할 때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죠. 사막을 가는 자에게는 물이 많은 오아시스, 바다를 가는 자에게는 푸르른 섬. 그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는 그 여자의 모습이..."

 

- "당신들은 여행자? 일부러 신기루를 보기 위해 왔나요? 파타 모르가나는 이탈리아어로 요정 모르가나라는 뜻. 영국에서는 '모르간 르 페'라고 불리며 아더왕 전설에 등장하죠. 공중에 신이나 건물을 출현시키는 마법을 가진 요정의 이름이에요. 메시나 해협에는 암초 지대가 있어서, 옛날부터 신기루에 홀린 남자들의 배가 몇 척이나 가라앉았대요."

"마치 사이렌의 마녀 같군. 과연... 멋진 신기루지만 어리석은 자들이나 현혹되겠지."

'신비한 여자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

"모르가나는 신기루에 도전하는 남자들을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결코... 현실인지 환상인지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남자란 그런 존재니까."

 

- "환상은 환상이야. 정말로 용감한 사람은 그런 것을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아. 나도 그렇게 지금껏 살아왔지. 16년 전인 1911년에도... 이 아문센은 남극점을 정복하고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아더왕 전설의 나라 영국에서 온 스콧대는 조난을 당했지. 극지를 만만히 보는 자는 죽는 거야. 그건 용기와는 상관없어."   

 

- "당신은 어때요...?! 당신도 환상을 쫓거나 하지 않나요?"

'환상을...'

"어... 어째서 그런 걸 묻죠? 나는 기상학자예요! 신기루 현상에 관심이 있을 뿐이에요."

"신기루의 형태가 바뀔 거예요, 학자님. 봐요. 마치..."

"마치 건물... 신전 같네요."

"고대 로마제국의 신전."

 

- "아직 신기루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어째서, 어째서 나 같은 사람과 이런...?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인데."

"당신의 눈이 슬퍼 보였으니까. 나를 사랑해 줘, 나를 사랑해 줘, 당신의 눈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나를 사랑해 줘! 나를 사랑해 줘! 핀, 당신은 언제나 그 말만...'

'마리사!'

 

- "말해봐요. 마리사는 당신의 연인?"

"... 연인인 줄 알았지. 하지만 내 착각이었을지도 몰라." 

 

- "미안해, 핀. 이 사람은... 당신 같은 학자도 아니고 가난하지만 나를...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줘."

"마리사, 나도..."

"아니! 아니야... 핀, 당신은 착각하고 있어.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네가 필요해, 마리사. 네가 옆에 없으면 난 안 돼! 언제까지 내 옆에 있어줘. 그리고 나를... 나를..."

"나를 사랑해 줘, 나를 사랑해 줘... 핀, 당신은 늘 그 말뿐이지!!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이 필요할 뿐이잖아!"

"!!"

"그래, 핀. 알겠어? 당신은 환상을 쫓고 있을 뿐이야. 엄마의 환상을... 당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의 환상을. 하지만 그럼 나는 뭔데? 핀... 나는 당신 엄마가 아니야. 나는 여자야! 사랑이 필요한 건 오히려 나인데! 나를 사랑해 주길 바랐는데!"

'마리사...'

 

- "이탈리아호는 지금쯤 북극점 상공에 있으려나. 핀이 맞는지 노빌레가 맞는지 이제 곧 분명해지겠지. 하지만 나는... 강연을 위한 메모, 자서전 원고, 탐험기 기록이나 자료, 종이와 펜. 나는 이 서재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겠지. 극지 탐험의 거인이라 불린 이 아문센이... 다시는 극지의 눈을 밟지 못하고... 스콧 대령 같은 탐험가다운 최후를 맞이하지도 못하고..." 

    

- "또 짙은 안개다!!"

"안개의 물방울이 선체에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노빌레 대장님!!"

 

- "마... 마침내 네 이름을 알았군. 모르가나... 파타(요정) 모르가나. 네가 신기루를 조종해서 우리를..."

"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신기루는 마음속에 있는 거야, 핀. 각자의 마음에 각자의 환상이..."

"그... 그만해. 너 자신도 내 마음의 환상이라는 거야? 가까이 갈 때마다 사라져 버릴 듯한... 시, 싫어. 이... 이제 싫어!"

 

- 아더왕 전설의 요녀 모르간 르 페, 즉 파타 모르가나는 용감한 기사들을 신기루로 현혹한 마녀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신기루에 도전하는 기사가 지칠 대로 지쳐 마침내 숨이 끊어졌을 때는,

"안심해, 핀. 나는 사라지지 않아. 자, 데려가 줄게."

그 영혼을 아발론이라는 머나먼 섬으로 데려간다고 한다. 

신기루만큼이나 멀고 아득한 낙원의 섬으로...

 

- 1928년 5월의 이탈리아호 조난사건은 북극탐험 사상 손꼽히는 참사가 되었다. 이탈리아호 16명의 승무원 중 절반이 사망했고, 그밖에 구조를 위해 날아간 비행정 승무원 등 6명이 희생되었다. 곤돌라를 남기고 떠나간 이탈리아호의 선체는 그 후 수색을 했음에도 끝내 잔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스웨덴 기상학자 핀 말름그렌은 구조대와 만나기 위해 도보로 빙원을 나아가던 도중 행방불명됐다고 보고되었다. 남극탐험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은 이탈리아호 구조를 위해 북극을 향해 가던 도중 소식이 끊어졌다. 그의 비행기 또한 승무원과 함께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비행선 설계가 움베르토 노빌레 소장은 가까스로 구출됐지만, 훗날 조난의 책임을 물어 모든 신분을 박탈당한 채 국외로 추방되었다.

 

- 북극에서는 일찍이 몇 개의 섬들이 발견 혹은 추정되었으며 지도에 기재된 일조차 있다. 해리스 섬을 비롯하여 안드레예프 섬, 클로커 섬 등 모두 10여 건에 이르지만, 그 후 진행된 실제 조사에서 전부 부정되었다. 탐험가들이 목격한 섬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그것을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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