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마츠모토 레이지 / 원성민
출판 : 미우
출간 : 20.10.27

저자 : 마츠모토 레이지 / 원성민
출판 : 미우
출간 : 20.10.27
균형.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산성, 행복도, 건강, 여유...
세상에는 수많은 가치와 척도들이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중요도는 변화하게 마련, 어떠한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거기에 복잡성을 더하는 게 중첩이다. 만족스러운 삶이란, 한 가지 요소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적당한 햇빛, 먹고 싶은 것을 원할 때 먹을 수 있는 자유, 하지만 치우치지 않은 건강 상태, 활력, 사회적 활동 등등.
자신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지점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이런 순간들이 이어지는 삶이다.
<1000년 여왕>은 일본의 고대 설화와 현대적 감성, 그리고 지구 공동설과 달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잘 녹여낸 작품이다. <은하철도 999>와 완전히 같은 세계관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주인공 하지메와 야요이의 외양부터 프로메슘이라는 이름까지- 어느 정도 비슷한 결을 공유하고 있다.
우선, 야요이라는 이름부터 히미코 여왕까지. 일본의 고대 시대부터 이어져 왔음을 자연스럽게 암시한다. 이에 더해 카구야 히메 또한 그들과 같은 천년 여왕이었다고 말하며 '이미 존재해 온' 설화 속에 숨겨진 진실이라는 장치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장면은 지하공동에 건조된 쉘터와 야요이와 하지메가 탑승하는 액화캡슐. 한 장면을 더 추가한다면 지하로 반전되는 천문연구소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에반게리온>은 <1000년 여왕>의 영향을 깊게 받았던 것인가?! 아니면 일본인들에게 이건 익숙한 상상인가?! 어쩌면... 태아와 모체가 호르몬 등을 통해 감정 교류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쩌면 액화캡슐은 낯선 개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놀랍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기대했던 대목은 없었다는 점.
행성의 존망을 건 위기 앞에 '기계화'를 선택했던 프로메슘 2세의 이야기는 영상으로만 만날 수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TVA와 극장판들까지 정주행 할 생각은 아직 없어서 포기.
이걸로 <999>는 시발역 데스티니로 다시 돌아갔다.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으로,
아직은 춥지만,
봄.

- 나는 지금 오랜 잠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이는 없다...
- "보세요. 저기가 올해 새로 지은 1999년형 대단지입니다..."
"1999년형 단지? 누가 뭘 위해 저런 걸 만들었죠??"
"우리가 만들었어요...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만들며 관리하고 있죠."
"하지만 여긴 지하 대공동이잖아요? 사람은 한 명도 안 사는데 단지를 만들다니..."
"이제... 머지않아 이게 필요해질 때가 와요. 이게 없으면 난처해질 날이 와요.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를 위해 계속 만드는 거예요..."
- "천 년에 한 번씩 가까워 진다고?! 하하하! 거짓말 마. 천 년 전에는 접근한 기록이 없어."
"인류가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숙하고 어리석은 인류는 천 년 전 대접근을 탐지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번 대접근을 통해 이 행성의 정체를 알게 될 것입니다."
"눈치 못 챘다니... 너도 인간이 만든 데이터 캡슐이잖아, 그렇다면..."
"나를 만드신 분은 당신들과 같은 인간이 아닙니다!!"

- "어때, 이제 보이냐... 하지메."
"이건..."
"그래서 얘기했잖아. 역대 천년 여왕이라고."
- "천년여왕의 '성스러운 묘지'에서 떠드는 건 누구냐?"
- " 엎드려!! 저건 영원한 생명을 가진 묘지기 미라이야!!"
"내 이름은 미라이, '성스러운 묘지'를 더럽히는 침입자를 한 명도 살려서 내보낸 적이 없다. 각오해라."
"야모리 씨, 그 총은 장식이야? 어떻게 좀 해봐."
"미라이에게 손대면 안 돼. 도망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야!!"
- "그게 궁금하니?"
"응. 1천 년 동안만 지구에 있을 수 있다고 했지?"
"그래. 그 1천년 동안 지구를 다스리는 여왕이야. 인간도 동물도 풀도 꽃도 나무도 식물도 모두 다스리는 여왕..."
"하지만 세계각국에는 총리나 대통령이 있고 거의 모든 나라가 선거로 대표를 선출하는데... 그런 전 세계의 여왕이라니..."
"옛날부터 남들 몰래 그림자처럼 지구를 다스려온 존재... 그게 바로 천년 여왕이야."
"그럼 지금은 야요이 누나가... 지구를 다스린다는 거야...?"
-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
"응, 마치 꿈만 같아."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믿지 않는... 인간은 알 길이 없는... 그런... 한 순간의 꿈... 이윽고 유키노 야요이라는 천년 여왕은 사라지게 되지... 곧 배가 지구에 도착하고 새로운 천년 여왕이 내려올 거야... 그러면 난 돌아가야만 해."
"아하하. 왠지 카구야 공주가 생각나는 걸?"
"카구야 공주도 천년 여왕이었어, 하지메... 카구야 공주는 달세계로 돌아간 게 아니야. 옛날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지..."
"마치 실제로 있었던 사람 얘기를 하는 것 같네."
"믿을 수 없겠지만 말이야."

- "하지메, 시간이 없어. 어서 타. 자, 너는 저 배야."
"배..."
"체온이랑 같으니까 걱정 말고 천천히 들어가렴."
- "물놀이를 해도 여전히 입맛이 없어?"
"꼭 그런 건 아닌데... 헤엄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삼촌은 맥주 마시고 취해버렸고... 이러고 있으면 곤란해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렇구나... 하지메. 공기를 깊이 들이마셔 봐. 기분 좋지 않니? 사람은 옛날부터 일하고... 쉬고... 다시 기운을 되찾고 최선을 다하지... 계속 달리기만 하면 언젠가 쓰러지게 돼. 한때는 패배한 것처럼 보여도, 마음을 가다듬고 기력을 충전한 다음... 끝까지 해낸 자가 승리한다는 것... 인간은 긴 역사 속에서 그걸 배웠어..."
"알 것 같기도 해."
"라 메탈인에겐 불가능한 사고방식이야. 라 메탈인은 999년간 잠들고 1년간 쉬지 않고 활동하지. 슬픈 세계야... 하지만 지구에는 쉴 여유가 있어. 그게 지구를 구하게 될 거야..."
- "선생님... 이곳에서는 과학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많아요. 라 메탈에서는 일찌감치 그 연구를 시작했죠."
"불가사의 같은 게 아니에요. 아직 인간이 그 원리를 해명하지 못했을 뿐이죠. 인간이 과학이라 부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알 수 없을 거예요.
"미라이 씨의 다리가 녹아버렸어..."
"제 몸의 절반은 다른 세계로 갔다고 생각해 주세요."
- "누나! 여왕이 움직이더니 이쪽으로 오고 있어!"
- "나는 유키노 야요이. 라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최후의 천년 여왕입니다. 영면에 드신 여러분을 깨우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지구와 지구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 온 역대 천년 여왕님... 사랑하는 지구인과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위해 힘을 빌려주세요..."
- "미라이는 이미 그 생명의 절반을 바쳤습니다."
"고마워요, 미라이 씨... 당신의 마음은 잘 알아요..."
"오랫동안 우리의 묘지를 지켜줘서 고마워요."
"여왕들이 울고 있어!!"

- "여어, 형. 언제 귀환했어?"
"조금 전에. 그런데 파라... 야요이는 왜 제 발로 여기에 온 거냐?! 공동선에서 싸울 줄 알았는데..."
"야요이의 진짜 목적이 뭔지는 몰라. 지금은 재워두었지. 잘못 건드렸다간 내 배를 포위한 역대 여왕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 "엎드려, 하지메!!"
"야모리 씨!!""
"여왕님이 사랑하던 원시인 소프를 죽음으로 내몬 책임은 내게 있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했거든... 드디어... 이렇게 속죄를 하는구나... 겨우 끝났어..."
"야모리 씨의 얼굴이... 원래대로..."
- "라 메탈인의 나이를 먹는 속도는... 지구인의 100분의 1이야... 100년이 지나야 겨우 1살이지... 하지만 하지메, 원시인 소프와 만난 천년여왕은 지금의 내가 아니야... 지구를 다스리러 내려온 천년 여왕의 기억은... 금성의 검은 도시의 결투 때처럼... 이긴 여왕의 마음에 흡수 돼... 내가 지구상에서 보낸 시간은 1천 년이지만, 마음속에는 옛 여왕들의 마음이, 추억이, 다른 모든 것들이 새겨져 있어... 기쁨, 슬픔... 괴로웠던 기억까지 전부... 그 안에는... 옛날에 하지메를 쏙 닮은 원시인 소프를 사랑했던 여왕의 마음도 있어..."
- "하지메, 너는 본 적 있지...?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잠들어 있던 곳을... 천년 여왕은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잠을 자며 순서대로 지구에 내려갈 날을 기다려... 때로는 아기로... 때로는 성인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천년 여왕이 되거나... 결투에 져서 죽거나... 벌집에서 나와 싸우는 여왕벌과 같은 운명이야..."
- "그 여왕을 지켜보는 게 한니발이지...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천년 여왕을 제어하는 사람..."
"내가 누구 편을 들 처지가 아니었다는 걸 알았겠지, 소년..."
"복잡해요..."
- "지도자 라 레라! 이제 이런 싸움은 그만해요! 그만두고 우리의 라 메탈로 돌아가요!! 마유처럼 순수했던 지구인을... 진화를 돕는다는 이유로... 싸우는 고등생명체로 만들어버렸어요. 이제 이 이상 지구에 손대서는 안 돼요..."
"하지만... 라 메탈은 라에 끌려가서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 "하지메... 만약 정말로 환생이라는 게 있다면... 다음 생엔 네 곁에 태어날 거야. 난 너를 이 세계에서 제일 좋아했어!"
"라 메탈은 얼어붙을 거야! 같이 지구에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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