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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홉스봄 외] 만들어진 전통

일루젼 2012. 3. 18.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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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전통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휴트레버-로퍼,프리스모건,버나드 S. 콘,데이비드 캐너다인,테렌스레인저, 에릭 홉스봄
출판 : 휴머니스트 200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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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휴 트레버-로퍼(Huge Trevor-Roper), 프리스 모건(Prys Morgan), 데이비드 캐너다인(David Cannadine), 버나드 S. 콘(Bernard S. Cohn), 테렌스 레인저(Terence Ranger) 의 6인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사실 책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논문집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데.
서문을 제하면 한 저자가 한 장씩 맡아 기술했고, 그 6 장을 1-3장과 4-6장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두 사람이 번역했다.
580 page 내외의 글을 앉은 자리에서 조금 억지로 속도를 붙여 읽었더니 다 읽고 머리가 좀 띵했다.
입장 자체가 상당히 영국쪽으로 치우쳐져 있었고, 내가 제목을 보고 짐작했던 내용은 대략 3장까지였다.

4장부터는 내용의 탓인지 내 집중력의 탓인지 상당히 힘겹게 읽었는데, 6장은 그래도 다시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서장, 전통들을 발명해내기 - 에릭 홉스봄
1장, 전통의 발명 :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전통 - 휴 트레버-로퍼
2장, 소멸에서 시선으로 : 낭만주의 시기 웨일스의 과거를 찾아서 - 프리스 모건
3장, 의례의 역사적 맥락과 그 의미 : 영국 군주정과 '전통의 발명' 1820~1977 - 데이비드 캐너다인
4장, 빅토리아 시대 인도에서 권위의 표상 - 버나드 S. 콘
5장, 식민지 아프리카에서 전통의 발명 - 테렌스 레인저
6장, 대량 생산되는 전통들 : 유럽, 1870-1914 - 에릭 홉스봄


1장에서는 스코틀랜드하면 떠오르는 백파이프와 킬트. 그 킬트에 관해 어떻게 '전통'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2장에서는 웨일스의 과거와, 그 과거를 미화시키고 싶었던 웨일스 인들에 대해.
3장에서는 지금의 영국 왕실의 기념행사들이 있기까지에 대해서 말한다.
4장부터는 전통의 발명이라기보다는 오류에 가깝고, '전통'에 대한 개념이 조금 달라진다고 해야할지... 논지를 명확하게 요약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나름대로 이해한 바를 추리자면, 영국인들에 의한 인도 지배 동안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인도의 전통'에 실제 인도인들을 끼워맞추려 들었고 자신들의 문화가 권위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본연의 모습을 주장하는 간디 등의 저항이 있었다는 이야기.
여기서부터는 전통의 왜곡 그 자체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의미와 그런 왜곡이 일어나게 된 사회적 배경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이는 5장의 아프리카에서도 이어진다. 다만 이 글의 전반을 흐르는 시각은 철저할 정도로 영국적이다.

그리고 6장은 다소 포괄적인 내용으로 1-5장의 내용을 아우르며 일반화를 시도하는데, 사실 내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건 3장까지였다. 4장부터는 내 역사적, 사회적 배경지식이 얕은 것도 한 이유일 듯 한데, 좀 버거웠다. 시간을 좀 더 가지고 천천히 읽었다면 또 어땠을까 싶기는 하지만 슬프게도 대출 기한이 오늘까지였기 때문에ㅋ

즉 전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리 오래지 않은 때에 의도적으로, 혹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들이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소위 전통적, 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식 의례와 행사는 어떠한가, 그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고 자신들, 즉 내부 그룹이 아닌 외부 그룹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켰는가.

그리하여 결국 '만들어진 전통'은 주로 어떤 이유로 만들어지며 어떤 배경에서 '전통'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그것이 자리를 잡게 되면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가, 일어난 작용은 의도대로 조작된 것이라 볼 수 있는가, 혹은 우연한 반작용이었다고 보아야 하는가.

정도라고 생각한다.

즉, 전통이 정말 전통인가하는 것보다는 어째서 그것을 전통으로 재조명했으며 받아들여졌는가에 대한 사회적 해석이 더 중요하다는 논지 같다.
아직 이렇게 인문적인 농도에는 적응이 덜 됐어, 좀더 숫자나 과학이 나와야 편할 것 같다. 으어.



[발췌]

역사가가 내세우는 모토는 과거가 '실제로 어떠했는가'를 찾아내는 작업이 아니라, '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를 개념화하는가'에 집중되었으며, 과거의 사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왜 기억되었는가'를 밝히는 것으로 변한 것이다. 역사는 이제 일종의 '공적 기억', '학문적 권위의 세례를 받은 과거의 재현;이라고까지 말해진다.
전통의 창조가 특히 국민국가 형성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은 그것과 국가 및 민족을 둘러싼 거대 담론의 관계를 잘 드러낸다. 전통의 창조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차이점들을 극복하고 '상상된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공통분모를 형성해내는 데 기여한다. -서장


영국 군주정의 공적 기념행사들을 감사고 있는 화려한 장관만큼 고대적이며 까마득한 과거에 잇닿아 있는 듯이 보이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본서의 한 장[3장]에서 확인되고 있듯이, 그런 장관은 그것의 근대적인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19세기 후반 및 20세기의 산물에 불과하다. 통상 낡은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낡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전통들(traditions)'은 실상 그 기원을 따져 보면 극히 최근의 것일 따름이며, 종종 발명된 것이다.
...
요컨데 전통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반응인데, 여기서 역설적이게도 예전 상황들에 준거하는 형식을 띠거나, 아니면 거의 강제적인 반복을 통해 제 나름의 과거를 구성한다. 따라서 지난 두 세기를 연구하는 역사가들이 '전통의 발명'을 그렇게도 흥미로워하는 까닭 역시, 근대세계 안의 지속적인 변화 및 혁신과, 사회적 삶의 몇몇 부분만큼은 고정불변의 것으로 구조화하려는 시도 사이의 대립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을 이른바 '전통적' 사회들을 지배하는 '관습(custom)'과 명백히 구별해야만 한다. 발명된 것까지를 포함하는 '전통들'의 목표와 특징은 공히 그 불변성에 있다.
전통들이 준거하는 과거는, 실재하는 것이든 발명된 것이든 늘 반복되어 고착된 (보통 공식화된) 관행들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반면, 전통적 사회에서 '관습'은 추진기 역할을 하는 모터와 속도 조절 역할을 하는 플라이휠이라는 이중적 기능을 갖는다. - 서장


영국과 프랑스에서 르네상스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및 타키투스의 [아그리콜라 전]을 맛본 후에, 고대의 드루이드들이 재발견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로마제국의 침략자들에 맞섰던 브리튼과 갈리아 지방의 토착민들 뒤에는 드루이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드루이드들은 스톤헨지(Stonehenge)와 같은 신비한 유적들을 세운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그들에 대한 재발견은 유적과 고고학 발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 2장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의례와 그 거행 및 콘텍스트에 대해서 최소한 열 가지 측면이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는 군주의 정치적 권력이다. 권력이 강했는가 약했는가, 혹은 증대되고 있었는가 축소되고 있었는가? 둘째는 군주 개인의 성품과 명성이다. 그는 사랑받았는가 미움받았는가, 존경받았는가 모욕받았는가? 셋째는 군주가 통치하던 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의 성격이다. 지역적이고 농촌적이며 산업화되기 이전이었는가, 혹은 도시적이고 산업화되었고 계급 중심적이었는가? 넷째는 미디어의 종류와 범위 및 태도다. 왕실행사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되었고 왕실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전달했는가? 다섯째는 기술과 유행의 지배적인 현황이다. 군주가 구시대적인 운송수단과 의상을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신비함과 마법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여섯째는 군주가 통치하는 민족의 자기 이미지다. 국제 위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는가, 혹은 외국 도전자들로부터 위협받고 근심하고 있었는가? 공식적 제국을 반대했는가 혹은 의도적으로 제국주의적이었는가? 일곱째는 왕실의 기념식 대부분이 거행되는 수도의 상태다. 지저분하고 별 볼일 없었는가, 혹은 의례와 행사에 어울리는 배경으로서 화려한 건물과 개선식용 도로를 구비했는가? 여덟째는 기념식과 음악, 조직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다. 그들은 기념식에 대해 무관심하고 조직에 서툴렀는가, 혹은 행사를 성공리에 끝낼 열성과 능력이 있었는가? 아홉째는 실제 거행되는 의식의 성격이다. 초라하고 누추햇는가, 화려하고 장대했는가? 마지막으로 상업적 이용의 문제다. 어느 정도까지 도기, 메달 및 기타 용품 제조업자들이 기념품 판매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느꼈는가? -3장


이렇게 군주정의 실질적인 권력이 약화되면서, 군주정이 장엄한 기념식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여지는 오히려 더욱 증대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와 같은 다른 나라들에서는 의례의 강화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왕실의 영향력을 배가하기 위해 이용되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동일한 의례들이 점증하는 왕실의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가능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잉글랜드의 그것은 권력의 무대가 다시 펼쳐졌음을 알리기보다는 무능의 행렬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군주에 대한 대중적인 숭배가 고양되었다. 강화된 왕실 기념식에는 예전이라면 불가능했을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면이 생겨났다. 이는 명백히 권력과 인기를 맞바꾼 결과였다. -3장


마지막 국면은 '발명'과 '자생적 확산', 계획과 성장 사이의 관계다. 이는 근대적 대중사회의 관찰자들을 끊임없이 당혹스럽게 만드는 주제이기도 하다. '만들어진 전통들'에는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기능들이 있는데, 만일 그런 기능들이 없다면 아마도 '만들어진 전통들'은 나타나지도 않았거니와 확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만 그것들은 얼마만큼 조작될 수 있었는가? 조작을 위해 그런 전통들을 사용하고 실제 발명해내려는 의도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정치에서든 그보다 먼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에서든, 그러했던 것처럼 보인다.
사실이 그런 만큼 그와 같은 조작이 존재하며 그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음모이론의 신봉자들은 그 나름대로 그럴듯한 증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런 조작들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때는 특정 집단의 절실한 ㅡ 물론 항상 분명하게 이해된 것은 아니지만 ㅡ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관행들을 이용했을 때라는 점 역시 분명해 보인다. 가령, 독일 제2제정의 정치를 단지 위로부터만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것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다루는 시기에 있었던 모든 사건들에서 민족주의는 그것을 조작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자들의 통제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 대개의 경우 대중 오락에서 취향과 패션이 어느 순간 갑자기 '창출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협소하다. 그것들은 이용되거나 창출되기 전에 먼저 발견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돌이켜 재발견하는 일이 역사가의 몫이다. 물론 변화하는 역사적 상황에 처한 변화하는 사회의 견지에서 왜 그런 필요들이 절실해졌는지를 이해하려고 하는 일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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