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주진우] 주기자

일루젼 2012. 4. 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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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주진우
출판 : 푸른숲 20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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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판매로 구매하고 발송만을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늦은 4일에 내 손에 들어온 책을, 방금 다 읽었다.

한 번에 읽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몇 번을 쉬고, 또 쉬어가며 읽어야 했다.

주진우는 나꼼수의 한 멤버이고, 최근 김용민이 출마 선언 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발간된 책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처럼 정치에 관련된 책이거나, 김용민의 저서들처럼 정세와 정책에 관련된 것이거나.

그도 아니면 그간 받은 손가락질이나 칭찬에 대한 변명 혹은 감사일 거라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나는 어느 정도 그랬다.

 


하지만 역시 주진우.

그는 기자였다.

정치고 정권이고 이념이고 그런 거 없다. 그냥 잘못된 거면 분노하고 도와줘야 하면 도와줬다.

그렇게 살아오던 동안 이슈들이 터진 것 뿐이다. 아니, 가려지고 외면당하던 이슈를 몸을 부딪치고 다쳐가며 기어가 잡아끌어 온 것 같다.

그 기사들이, (물론 내가 직접 찾아보고 확인한 것이 아니므로, 그가 이 책에 실은 모든 그의 기사들이 단독 보도나 최초 보도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주진우를 정말. 최고의 기자로 생각할 것이다.) 어느 한 쪽에 유리하게 치우쳐져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진우는 그것도 싫었던 모양이다.

한 쪽으로 기울만 하면 신나서 언성을 높일만한 다른 한 쪽도 여지없이 터트린다. 누구 편이랄 것도 무얼 바라는 것도 없이, 그냥 사실이 궁금하고 강하고 거칠어도 나쁜 놈이면 나쁜 놈이라고 한 것 뿐이다.

다만, 몇 몇 사건은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과- 당시 언론에서 보도되던 것과-

조금 다르기도 했다.



읽는 동안 많이 분노했고.

또 부끄러웠고.

또 슬펐다.

내가 상상한 기자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사람이 주진우인데, 그가 이렇게 주목을 받고 또 위협을 당하는 걸 보면, 어쩌면, 대다수의 '기자'는 내 상상과 많이 다른가 보다.

 

덧) 내 문구는 이것 : 부끄럽구요, 자제해주세요.

 

 

[발췌] 

- 기사 내용은 거의 싣지 않았다. 발췌만 보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생기실까 조금 걱정이다.

기사의 일부만 올리면 그 역시 왜곡의 소지가 있을 것 같고, 그렇다고 전문을 올리는 것은 저작권에 위배되니, 주로 그의 기사가 아닌 글 위주로 짤막하게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추리되 실명 부분은 최대한 뺐다.

 

 

 

나는, 내 기사는 편파적이다. 하지만 편파로 가는 과정은 냉정하고 치열하다. 항상 약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 한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행법과 더불어 정서법을 들이대고 기준점을 넘으면 가차없이 돌팔매질을 한다. 중립이라고 자위하면서 음흉한 속을 감추는 언론보다 편파적인 게 백배는 낫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든다는 뜻 아닌가. 똑같은 룰로 링에서 싸우면 당연히 힘센 놈이 이긴다. 그 룰이라는 것도 힘센 놈들이 만들지 않았나. 게다가 기자들은 힘센 놈들 이야기만 듣는 게 현실 아닌가. 이게 공정한가. 이게 정의인가.

 

 

나는 중립, 균형을 찾기보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겠다. 내가 이런다고 약자들이 이기지도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것이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깨지고 쓰러지도라도 말이다.

나는 17살 주진우다.

 

 

암기 과목 공부만 몇 년씩 하다 보니 세상 물정에 어둡다. 그들에게 여행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 또 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특히 연애소설을. 부족한 인성을 만회할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절실하다. 어차피 법전은 적용하면 되는 것이고 소설을 좀 읽어서 '피고가 왜 그랬을까'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어쨌든 파업은 미친 짓이다. 대체 인력은 얼마든지 있다. 파업 참가자들은 징계를 당하고 해고를 당하고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 공권력은 힘 있는 자의 편이다. 회사 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사 소송이다. 평생 돈의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 ... 이 사실을 누구보다 언론인들이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이 파업을 선택했다. 부끄럽지만 다시 시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파업의 참뜻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뉴스는 나온다. 제대로 된 보도를 하자고 파업에 나섰는데 아직도 마이크를 잡고 있는 동료가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들이 동료의 등에 칼을 꽂는 대가는 달콤할 것이다. 보너스를 받고, 승진을 보장받고, 해외 연수를 보장받는다. 그래서 우리가 반드시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 는 우리나라 교회의 대형화, 금권화, 만능화의 출발점이다. 프랜차이즈 분점 교회를 만들어 비디오를 보면서 '아멘'하는 교회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 신부가 수녀와 수사들이 요양원에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국고보조금 5억여 원을 받은 사실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꽃동네 수용자들을 동원해 인근 광산 개발을 저지한 혐의(업무방해)가 인정된다.'


추기경과 주교들의 입장과 달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개정 사립학교법을 찬성하며 나섰다. 한 신부는 "학교는 신자와 모든 국민들에게 기증한 아름다운 공동체 법인이다. 이를 성당의 것, 성직자의 것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 구원을 위한 소명을 가진 종교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기사가 나가기 전 당사자한테 미리 말해준다. 기사를 터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나쁜 짓을 했어도 기사 파장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이나 국정원 사람들도 내가 기사를 빼거나 고쳐주지 않는 건 알지만, 큰 기삿거리일 경우 쓸 때쯤 되면 다 알고 찾아온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어디까지 나간다고 얘기해준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끔 외압을 넣는데 바로 역효과다. 대놓고 욕한다. 성만 써놓은 기사에 이름을 박아 넣고 이름만 써둔 기사에는 사진을 박기도 한다. 그쪽에서 항의하면 더 세게 박는다. 기사에 대해 미리 말을 주고받아서 더 세게 고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빠지는 경우는 없었다. 물론 얘기는 다 해준다. 그래서 기사 당사자가 아예 빼달라는 얘기는 못해도 내가 뒤통수는 치지 않는다는 신뢰는 갖게 해준다. 최소한 나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

 

 

 

"과거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의 말에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의 발간 의의를 찾았다. ... 감수에 참여한 한 교수는 "고증에 고증을 거듭했다. 친일파가 사전에 빠질 수는 있지만 친일 행적이 없는 사람이 올라가거나 내용이 틀린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친일파들은 일제 강점기에는 어쩔 수 없이 모두가 친일을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정신대에 끌려간 것과 어린 학생들을 정신대에 보낸 행위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그 대가로 부귀영화를 누렸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친일했던 사람들은 호의호식한다. 아직도 국가를 주무르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자손들은 다 잡혀가거나 끌려다니고, 그러다 보니 가난하다. 그래서 부끄럽고 그러니까 외국으로 나돌고 있다. 이런 내용은 안중근 의사의 딸 수기를 단독 보도한 <고국에 돌아와도 의지하고 찾아갈 곳이 없었다>라는 기사에 자세히 나온다. 아버지가 조국을 위해 싸우러 나가면 남은 자손들을 누가 돌봐줘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다. 독립유공자 유족 6천여 명 가운데 직업이 없는 사람이 60%가 넘고, 봉급 생활자는 10% 남짓이다. 중졸 이하 학력이 55% 이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비참하게 산다. 광복을 맞은 조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이 죄가 되고, 자자손손 불행으로 이어질 줄은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친일파들은 권력을 유지하면서 자기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독립투사와 그 가족들을 '빨갱이'로 낙인 찍고 못살게 굴었다.

 

 

... 대를 이어 가난하고 못 배우고 다시 가난하고. 악순환의 고리는 강철같이 견고했다. 권력에 붙어먹은 비열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은 대를 이어 잘 산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라고 해야 하는가?

 

 

"가해 학생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하고, 피해 학생을 나쁜 아이라고 하는 것은 교육을 파괴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에서 보듯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철저히 성인 남성의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집단 성폭행 사건이라도 반항 정도에 따라 성관계나 화간으로 변해 힜었다. 피해자의 인권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수사는 끝났고, 무혐의로 종결하기 직전이었다. 부장검사는 "사실 이 사건은 일반적인 성폭행 사건이랑 다르다"고 했다. 남자애들이 젊은 혈기에 실수한 게 맞긴 맞는데 그 여자애가 즐겼다고. 그 전에 경험도 있었다고. 원래 몸을 굴리는 그런 여자애라고. 그리고 한 마디. "뭐 이런 일로 서울에서 여기까지 내려오셨어요?"

 

... 친고죄 성립이 돼야 하고, 합의를 했고, 미성년자 증언밖에 없고, 정신상태가 불안하고, 우발적인 실수였고... 검찰과 법원의 법 논리는 신물이 난다.

 

 

... 나는 청소년들이 일탈하면 어느 선까지는 봐주되, 선을 넘는 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죗값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범죄라고 눈감아주면 감화되는 게 아니라 죄의식이 무뎌질 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그런 게 아니라고. 강하면 부러진다고. 나도 편히 사는 법을 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의미도 안다. 이러한 합리적인 이성은 실패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동시에 나를 꿈에서도 떼어 놓으려고 한다. 나는 사랑하는 가슴으로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살겠다. 그 가슴은 영원히 상처받지 않고, 신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이성을 넘어 가슴을 따르고 가슴으로 판단하겠다.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충동을 믿고 도전하겠다. 강자에게는 당당함으로, 약자에게는 겸손함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 이상과 정의 그리고 진실을 위해서는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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