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마빈 해리스] 문화의 수수께끼

일루젼 2012. 5.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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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 - 10점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한길사

262쪽 | 223*152mm (A5신) 

ISBN(13) : 9788935600168

2006-04-15

 

'문화인류학'이라는 매력적인 학문과 만날 수 있었던 책.

 

소고기를 거부하는 인도의 암소 숭배 신앙이 탄생하게 된 경제적, 효율적 환경이라거나 마녀 사냥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이유라거나, 포트래취에서 유령화물로 이어지는- 환경 적응을 위한 색다른 문화들이라거나.

 

지금까지 낯선 (내 기준으로) 문화를 설명하던 방식과는 전혀 달라서 신선했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가장 말이 되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 읽고 부러 뭐라 쓸까 며칠을 생각해보았는데, 어줍잖게 길게 말하기 보다 발췌를 늘이기로 했다.

문화인류학 3부작이라는데 다른 두 권도 무척 궁금하다. (다른 책들이 밀려서 순서 상으로는 엄청나게 뒤에 놓여있지만)

 

 

 

[발췌]

 

# 이 책은 미국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Cows, Pigs, Wars and Witches : The Riddles of Cultures] 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 이 책은 인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서라기보다 한 인류학자가 자기 나름대로 원시적인 문화에서부터 현대문명에 이르기까지 이해하기 힘든 인류의 생활양식의 근거와 의식의 흐름을 과학적 객관성, 특히 인류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해하려고 노력한 어떤 시도였다고 보겠다.

 

 

#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과는 반대로, 에너지 소비량과 에너지 산출량을 연구한 결과, 인도는 미국보다 더 효과적으로 소를 이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 오덴탈 박사의 발표에 의하면 인도의 축우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성이 나타난 이유는 인도 소들이 특별히 생산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인도인들이 소에 의한 생산물들을 주도면밀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여러분이 진짜 숭배받는 암소를 보고 싶다면, 밖에 나가 여러분의 자가용 승용차를 바라보면 될 것이다.

 

 

# 농업과 목축이 혼합된 전반적으로 복함체적인 경제형태 내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신의 금지명령은 완벽한 생태학적 전략이 되었다. ...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근본적으로 지구상에 목축을 위주로 하고 있는 지역들은 대개가 강우를 이용한 농업을 하기에는 너무 박하고 관개도 쉽지 않은, 숲이 없는 평원과 구릉들로 이루어진 땅들이었기 때문이다. ... 돼지는 풀만 먹고 살 수는 없다.

 

 

# 힌두교인들이 쇠고기를 먹지 않는 금기의 사례에서 내가 지적했던 것처럼, 산업화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고기만을 위해 사육되는 동물은 일종의 사치품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들은 고기만을 목적으로 가축을 사육하지 않는다.

 

 

# 마링족의 전쟁에 내포되어 있는 체제 규제적인 기능이나 체제유지적인 기능은 몇 가지 다른 측면의 증거들로 추론되어갈 수 있다. 우선 생산과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돼지의 숫자와 인구 수가 이전의 전쟁 때 최저상태가 된 상황에서 다시 회복을 하게 된 바로 그 시점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구증가 차단장치인 돼지축제와 그에 뒷따른 전쟁 등은 항상 모든 순환의 똑같은 극대점에서 잃어나지는 않는다. .... 원시전쟁이 지니고 있는 주된 인구증가 규제효과는 전사자 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 전쟁이 인구증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평균 한 여자가 자녀를 낳을 수 있는 기간은 25년에서 30년으로 이 기간내에 8번이나 9번의 출산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만큼 매우 다산적이란 것이다. 2차대전 동안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총수는 세계 전 인구의 10퍼센트도 못되었고 그 숫자는 여자의 출산율이 조금만 증가되어도 수년 내에 쉽사리 보충할 수 있는 수였다.

 

(요약 : 즉 전쟁 자체에 의한 인구 제한보다는 전쟁을 위해 필요한 무력, 즉 남성 우위의 성차별적 문화가 동반되게 되며 그를 통한 남녀 성비의 제약으로 인하여 인구가 제한된다는 것. 이에는 주로 여아에 대한, 영유아 살해 또한 연결되어 설명된다.)

 

 

# 포트래취에는 분명히 경쟁적인 측면도 있지만, 원래는 생산력이 높은 부락에서 이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부락으로 식량과 귀중품들을 분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오히려 포트래취가 경쟁젹인 면을 지녔기 때문에 재산의 이동이 더욱 확실히 되어졌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 갖지 못한 자들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는 이웃부락의 추장이 위대한 인물이라고 인정만 하면 된다.

 

 

# 평등주의적인 세마이족의 생활양식에서는 경쟁적 재분배를 통해 신분을 추구한다든지, 어떤 형태든 흥청망청 소비하고 낭비하는 행위들은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다. 평등주의적 사회의 사람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관대하게 취급받고 있다거나, 어느 누구가 스스로 다른 사람보다 훌륭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미를 알게 되면 불쾌해하고 경악한다.

.... "우리는 자랑하고 다디는 놈들을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자만심이 언젠가 그로 하여금 누군가를 죽이게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가 잡아온 고기가 별 쓸모없다고 해주지요. 그래야만 그의 심장은 식게 되고 겸손해지게 되지요."

...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냥꾼들이 어느 한 시기에 모든 노력을 집약하여 더 많은 동물과 식물들을 남획하게 되면, 그들의 서식지 내의 식량공급능력은 영원히 상실될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 그들 앞에 신적인 해방자요, 거룩한 유태왕국의 왕이라고 여겨져왔던 사람이 소수의 로마병정들 앞에 철저히 무기력하게 서 있다. 군중들이 예수를 종교적 협잡꾼이라고 죽이라는 요구를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 바울에게는 너무 때늦은 것이었지만 팔레스타인에 전면적인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바울이 완수하지 못한 선교가 가능할 수 있게 정치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했다. ... 마침내 평화의 메시아의 종교가 전파될 최적의 상황이 충분히 펼쳐지고 있었다. 이제 유태인 기독교도들도, 자기들의 신앙 대상인 메시아는 계속된 반란과 문제를 야기시킨 제롯파 강도단들의 메시아들과는 무관하다고 로마인들에게 확신시켜온 이방인 기독교도들과 통일된 행동노선을 자진해서 취하게 되었다.

 

 

# 결국 마녀광이 지닌 실제적인 의미는 마녀광란을 통해 중세 후기 사회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회와 국가로부터,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들에게 전가시켰다는 데에 있다. .... 속죄양은 누구였는가? 에릭 미델포르트는 1562년에서 1684년까지 남서 독일에서 일어났던 1258건의 마녀처형에 대한 독특한 연구를 했다. 그 연구 결과 마법사의 82퍼센트가 여자였음이 밝혀졌다. 무기력한 노파나 하층계급의 중년여인들이 어떤 지방의 소요가 있을 때마다 통상 맨 먼저 마녀로 기소되었다. 첫 희생자들로부터 추가의 명단들이 만들어져나왔다. 남녀 아이들과 남자들이 그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 의사들이나 변호사, 대학교수들은 거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 전투적 메시아니즘은 가난한 자들과 무산자들을 단합시켰다. 전투적 메시아니즘은 그들간의 사회상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집단 소명감을 주었고 서로 '형제와 자매'로 느낄 수 있게 했다. ... 이와 반대로 마법광란은 모든 저항할 수 있는 잠재에너지를 분산시켰다. 마법광란은 가난한 자와 무산자들의 저항운동으 가능성을 박탈하고, 서로간의 사회적 거리감을 조장시키며, 서로 의심하게 하고, 이웃끼리 서로 싸우게 하며, 모든 사람들을 소외되게 했고,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불신을 고조시켰고, 무기력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지배계급에 의존하게 했으며, 단순한 지역적인 문제에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고 좌절하게 했다. 이렇게 하여 마법광란은 부의 재분배와 사회계급 타파를 요구하고 교회제도와 사회제도에 대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가난한 자들로 박탈하였다. 

 

 

# 많은 반문화운동 주창자들은 과학적 세계관 가운데 가장 도덕적으로 타락된 산물은 기술관료 ㅡ 전문지식인이 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그 지식이 누구에게 이용되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는 무정하고 이해불가능한 기술자 ㅡ 들이라고 주장한다. .... 나는 도덕적 판단기초의 붕괴 없이 객관적 지식을 부인하기란 아주 불가능한 일임을 강조하고 싶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를 합리적인 확실성을 가지고 알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도덕적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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