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제프리 유제니디스] 미들섹스

일루젼 2012. 5. 2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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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섹스 1,2 - 6점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송은주 옮김/민음사

398쪽 | 223*152mm (A5신) | ISBN : 9788937480386

382쪽 | 223*152mm (A5신) | ISBN : 9788937480393

2004-01-25

 

 

 

 나는 두 번 태어났다. 처음엔 여자아이로, 유난히도 맑았던 1960년 1월의 어느 날 디트로이트에서.

 그리고 사춘기로 접어든 1974년 8월, 미시간 주 피터스키 근교의 한 응급실에서 남자아이로 다시 한 번 태어났다.

 전문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1975년 <소아과 분비학 저널>에 실린 피터 루스 박사의 '5알파환원효소를 지닌 유사 양성인간의 성 정체성'이란 논문에서 나에 대해 읽어 봤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제 애석하게도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발생학과 유전학> 16장에서 내 사진을 봤을 수도 있다. 578쪽 키 성장표 옆에서 검은 막대로 눈을 가리고 서 있는 벌거숭이가 바로 나다.

- 본문 중 

 

 

 

 

2003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과 묘한 느낌의 제목에 이끌려 집어들었다.

여자 아이로, 그리고 다시 남자 아이로 살아가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

 

시점은 수시로 바뀐다.

전지적이었다가 다시 1인칭이었다가. 현재와 과거, 그리고 태어나기 이전의 과거까지 오가며 서술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세밀한 디테일과 생동감 덕에 간혹 복잡하기는 해도 난잡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글 전반에 흐르는 '그리스'적인 색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터키, 그리고 미국으로 공간을 넘고, 

그의 조부모에서부터 부모를 거쳐 유년기,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넘어서며 '어째서'에 대해 설명하려 하는 '칼리오페'의 노력은 가상함을 넘어선다.

 

이 이야기는 그/그녀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각 시대의 시대상을 잘 드러낸 소설이기도 하다.

즉,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인물과 그에게 집약되는 두 세대의 시대상을 그려냈다고 보고 싶다.

 

역자의 글 중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글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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