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민정
출판 : 21세기북스
출간 : 2020.12.09
요약하자면,
삶의 안정 위에 쌓아 올려 가는 일상의 기쁨을 찾자.
버지니아 울프처럼 살자.
자기만의 방을 온전하게 누리려면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라는 상태를 과도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자.
나는 고양이들이 있고 집이 있고 혼자서도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나의 경우로 대입해 본다면,
철학과 사상은 먹고살만해야 할 수 있는 거라던 자조 섞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우선은 현실을 안정시켜야겠다고 답하겠다.
어느 것 하나만 추구해서 될 일은 아니니 균형과 안정. 퓨.
마음껏 불 피우고 달빛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알아보려면 열심히 살아야지 뭐.
고독사 부분을 읽으면서는 저자와 나는 비슷한 생각을 했고, 해결법도 유사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위안을 얻었다.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만. ㅋㅋ
곧 읽을 케이틀린 도티의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에서도 연결이 될 것 같다.
다시 책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내가 아닌 사람이 고른 책을 읽어보는 것은 신선했다.
온라인 독서모임-이라기에는 교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은 각자 마음에 드는 구절이 같을 때도, 다를 때도 모두 나름의 이유들이 있어 재미있었다. 참여하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 확장에 도움을 준 책이다. 또 도서 안에서 언급된 책들 중 상당히 괜찮게 읽었던 책들이 있어서 마지막 장의 추천 도서들 중에서도 좀 더 읽어볼 생각이다.
독서의 확장 방법은 다양하다.
추천 도서 목록을 찾아 그대로 따라가는 방법.
마음에 든 저자의 저작물들을 찾아 읽는 방법.
도서 내에 언급된 다른 저작물들이나 참고문헌을 찾아보는 방법.
관심 분야 내에 여러 책들을 찾아 읽는 방법.
유사 분야를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출판사의 책들을 찾아 읽는 방법.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읽거나 추천하는 책을 따라 읽는 방법.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라는 질문에는
일단 한 권을 읽으면 그 다음부터는 넘쳐나는 목록에 깔리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만났다면 앞으로의 시간을 지켰다고 생각하고 기뻐ㅎ.... 읽는 동안 들인 시간은 매몰 비용이지만....)
짓눌리지 말고 즐겁게.
가능하면 뭔가가 남으면 더 좋고.
-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계획, 다른 하나는 적당히 빠듯한 시간이다."
미국의 한 유명 음악가가 한 말로, 내가 좋아하는 격언이다. 큰 일을 위해서는 당연히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바꿔 주었기 때문이다.
- 비혼 가구도 세금을 낸다.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기혼자들의 혜택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혼자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은 여성들을 '억울하면 결혼하라'는 식으로 내몰지는 말아야 한다. 몇 년 전 읽었던 송제숙의 <혼자 살아가기>를 다시 꺼내 읽었다.
- 실수를 쥐 잡듯 잡으며 모욕감을 주는 그들의 언사에 억눌려 있던 것들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이미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덕분에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하고 싶은 말들을 폭포처럼 쏟아 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그만두면 분명 후회할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후련했다.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더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나는 그동안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 내가 만든 루틴에 따라 움직이면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황폐했던 마음에도 안정감이 찾아왔고 가야 할 방향이 조금씩 보였다. 역설적이게도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 된 셈이다.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고민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생존하기' 만을 고민했었다. 내가 방송작가를 계속할 수 있을지, 앞으로는 또 어떻게 벌어먹고 살아야 할지.
하지만 이제는 '존재하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 더 열심히 영상을 올리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냥 내키는 대로 하고 있다. 방송작가라는 '본캐' 만큼의 성실성과 에너지를 투입하기엔 내가 가진 에너지 양이 너무 적다. '부캐'는 조금 불성실한 자영업자인 셈이다. 그래도 천천히 오래도록 해볼 생각이다.
- 정말로 사고 싶은 블렌더가 있었다. 그런데 가격이 60만 원이었다. 거듭 고민하다 결국 질러 버렸다. 아니, 내가 이 정도도 못 사? 허세가 뇌를 지배했다. 그렇게 산 물건이 수백 개는 된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돈 버느라 우울증까지 맛봤던 경험 덕분이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아니, 내가 이걸 왜 사야 해? 이거 사면 돈을 써야 하잖아. 그 돈을 모으려면 또 일해야 하잖아. 그만큼 더 일하면 내 시간을 빼앗기잖아. 그럼 또 고통 받잖아. 고통 받으면 '나에게 주는 선물'을 사게 되잖아. 안 돼.
물론 나 역시 소비의 유혹을 떨쳐 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케아라도 한 번 가면 돈을 마구 써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자유 지출 비용을 쓰면 그 달은 읽고 싶은 책도, 클라이밍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조금씩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묻는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통제하면 괴롭지 않느냐고. 글쎄. 나는 '적게 벌고 적게 쓰기'가 나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소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이라 믿는다.
- 내가 브이로그를 올릴 때마다 꼭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바로 집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장면도 종종 나와서 꽤나 독서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나는 책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먼 인간이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성인이 10명 중 4명이나 된다는 통계가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나였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충분히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데 왜 꼭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책을 안 읽으면 무식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도 싫었다. 시간이 갈수록 책과는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강유원은 <책과 세계>에서 이렇게 말했다.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고.
내 직업을 지독히도 혐오했을 때, 다이어트 강박으로 고통받을 때, 소유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잃어갈 때, 그럴 때마다 책을 뒤졌다. 인터넷을 떠도는 토막글로는 더 이상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어도 아름다운 것 두 가지, 바로 책과 고양이다.
-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는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에 들어가 컵라면을 먹으며 책을 읽거나 웹툰을 보는 것이다. 종이책을 읽으면 꼭 물방울이 튀어 책이 우글우글해진다. 그게 싫어서 되도록 전자책을 읽는다. ... 요즘은 욕조를 설치하지 않는 추세라며 샤워부스를 추천했지만 14년의 나는 망설임 없이 욕조를 택했다.
- ... 북적였던 집이 고요해지면 불쑥 찾아오는 공허함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 내가 느끼는 감정 또한 단조롭지 않기를 바란다. 안정감만큼 공허감 또한 내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게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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