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24)

[SBS 제작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일루젼 2021. 5. 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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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1.04.20


이 도서는 출판사 동아시아로부터 제공받았음 

 

 

우선 감사하게도 동아시아 서포터즈 4기에 선정되었음을 밝힌다.

(종종 오타/설정 오류 문의 드렸던 건 다 이런 인연으로 이어지라고 그랬던 것으로 >ㅡ<;;;)

 

사실 기본적으로 나의 리뷰는 타인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다. 

굳이 정해본다면 해당 도서를 이미 읽은 사람들을 -주로 미래의 나- 위해 기록해두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방향을 조금 달리 해볼까 싶은데,

아무래도 보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상으로 방영되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하지만 영상으로 접하는 것과 활자로 접하는 것은 이란성 쌍둥이 이상의 색다른 느낌이 있다. 나는 매체 장르를 달리하는 작품을 같이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음에 든 영화는 원작 소설도 찾아 읽는다거나,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을 극화한 공연을 찾아본다거나. 

 

이렇게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는 것을 OSMU(One Source Multi Use)라고 한다. 이는 스핀오프나 각색과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고 들어 보는 대표적인 예로는 마블 시리즈나 해리포터 등을 들 수 있겠다. 여기서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여러 개의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다. 

 

그리고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이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매체는 각기 가지는 최선의 특성을 살려 제작되고, 따라서 다뤄지는 주제는 각기 색다른 매력과 생명력을 가지고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식상함이 아닌 신선함이 더욱 강조된다는 말이다. 

 

이미 <꼬꼬무> 시즌 1과 2를 즐겁게 시청한 적이 있는 분이시라면 이 책을 읽으며 기존 방송에서 느꼈던 놀라움과 일종의 감동을 자신만의 속도로, 더욱 내밀하게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고 미처 따라가지 못해 놓쳤던 디테일들까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방송을 접하지 못한 분들은 이 책으로 먼저 각 시대의 결절점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는 하나의 속도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서는 일종의 분기점이 되는 결절점이 존재하고, 그것은 대개 하나의 사건이 담당한다. 보통은 그를 기점으로 큰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나거나, 시대정신이 변화하는 경우를 떠올리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쌓이고 쌓인 것들이 터져 나오며 분출되는 사건도 해당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달라진 관점으로 되짚어 올라가다 보면 발견되는 바늘 하나이기도 하다. 

 

그 무엇도 아니지만 무엇도 될 수 있는 수 많은 그날들 중에,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선정된 일곱 번의 "그날들"을 모았다.

 


 

보호받아야 할 정조, 보호받을 수 없는 정조 -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미궁 속에 남은 정치 테러 - 공작명 KT 납치 사건

 

개돼지보다 못했던 사람들 -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

 

미워할 수밖에 없는 죄, 미워할 수 없는 사람 - 서진룸살롱 살인 사건

 

유전무죄 무전유죄! - 탈옥수 지강헌 인질극 사건

 

사람이 증발한다, 지구 최후의 날! - 1992 휴거 소동

 

꽃분홍 아지트의 괴물들 -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

 


 

기사 한 켠에서 보았음직한 사건들. 

드라마, 영화, 소설, 혹은 명절 어른들 말씀 사이사이에서 흘려들었을 사건들. 

가끔씩 그게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궁금하다가도 한 번도 찾아볼 생각까지는 못했던 사건들.

혹은 정말 처음 듣는 낯선 이야기.

 

어느 쪽이더라도,

재담꾼들이 모여 엮어낸 이 일곱 개의 이야기는 푹 빠져들어 읽을만할 것이다. 

 

이 시대를 살면 꼭 알아야 할 사건? 

현대를 살아가면서 생각해봐야만 할 이야기와 교훈?

 

그런 딱딱한 것들이 아니다. 

특정 부분은 다시 없이 끔찍하고 놀라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면면을 보면 지금도 내가 미처 몰랐을 뿐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순간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래서 알아야 한다는 말은 않겠다. 

이 사건들은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이웃과 동료와 내 부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날 식사 도중 "그런데 옆 동에 ㅇㅇ 아저씨네 말이야.... 그 집이 글쎄...."라고 흘러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관심있게 들을 법한 놀라운 이야기.

구어체의 말투로 친근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일곱 개의 이야기들을 같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부담감 없이 신기함과 즐거움을 찾아가셨으면 좋겠다. 

 

 

좋은 기회를 얻어 덕분에 즐겁게 읽었다.  

 

 


 

- "이거 실화냐?"를 외칠 수밖에 없는 기구한 사연들. 어디서 들어본 듯 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몰랐던 그날의 이야기. 기가 막힌 이야기들 속에 기가 막힌 시대의 모습이 보인다. <아나운서 장성규>

 

- 결국 어떤 대책도 없이 무조건, 불까지 질러서라도 깨끗이 치우라고 한 건 국가인데 생존의 최전선에서, 힘없는 소시민들끼리 부딪쳐서 끔찍한 참극이 발생한 거지.

 

- 아무튼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밀고 당기고 하는 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강남땅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됐어. 1963년에 평당 400원 하던 강남 땅값이 1979년에는 40만원으로 폭등했어.

 

- 1977년 그날 무등산에서도 철거반원이 박흥숙에게 '차라리 땅속으로 들어가서 살라'라고 했던 거 기억나? '있는' 사람들에게 빈민들은 언제나 '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던 거야. 

 

- 과연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과연 착한 사람이 악한 짓을 저지른 걸까? 아니면 악한 사람이 착한 일을 한 걸까? 여기에 대한 답을 내는 건 우리 각자의 몫으로 남겨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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