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벤슨 보브릭 / 이상근
출판 : 까치글방
출간 : 2006.07.25
예전에는 오독이 두려웠었다. 지금은- 때때로 어차피 모든 읽기는 오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질적 문맹'이라는 표현이 있다.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읽는 속도, 이해도,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틀림없이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내용이나 단어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완전히 낯선 것, 압도적인 것 앞에서 문맹이 될 수밖에 없다.
-라고까지 말하면 너무 단정적인 어투겠지.
최근에는 지금껏 내가 확실하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약간은 표류하는 기분인데, 이럴 때 나만의 로프를 잘 챙겨두는 것도 좋겠지 싶은 기분이다. 발 디딘 땅이 어디인지부터 찾아야지.
오늘도 잡소리가 길었다.
<점성술로 되짚어보는 세계사>는 무척 즐겁게 읽었다.
초반에 약간의 압박을 느낄 수 있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내려놓고 읽어나가도 된다. 이 책은 앞 뒤 부분에서 여러 인물이나 예시, 일화가 반복되는데 이는 저자가 여러번에 나누어 발표했던 글들을 통합했거나 의도적으로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반복될 때의 표현과 어조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의도적인 반복 같기도 하다.)
이 책은 과학, 수학, 천문학, 기하학, 경제학, 사학 외 현재의 우주학까지 다방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하나의 문화적 뿌리로서의 점성학을 다루었다. 물론 세세한 천궁도 해석 부분과 저자의 신념이 드러난 문장들을 보면 완전히 중립적인 시각은 아니라는 것이 느껴지겠지만, 그런 부분이 힘든 사람은 과감하게 건너뛰고 전체적인 흐름만 따라가도 충분히 즐거운 책일 것이다.
읽다 보면 반어법적인 농담이 종종 등장하는데, 마음에 든다. 이 저자의 다른 도서를 좀 찾아봐야겠다. 참고도서와 인용 도서들도 뻗어나가기 좋게 풍부하다. 개인 평으로는, 점성술의 역사와 그것이 영향력을 발휘한 시대적 분위기와 사건을 세계사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책이 아닌가 싶다.
- 그노시스파와 시리아파 기독교도들은 물론이거니와 페르시아인들과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으로 전해져내려오는 한 고대 전승에 따르면, 점성술의 원칙과 비법들을 창조주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아담은 하늘의 수많은 별자리들을 총명한 눈으로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이 세상은 언젠가 한 번은 물로, 그다음에는 불로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이를 기록으로 남겨 후대의 사람들에 전하기 위해서 그는 (또는 그의 자손들인 셋째 아들 세스와 카인의 장남 에녹) 이런 예언을 하나는 벽돌로, 다른 하나는 돌로 만들어진 2개의 기둥에 새겨놓았다. 유대인 사학자이자 예수와 거의 동시대 인물이었던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설명에 따르면, 두 번째 기둥은 기원 후 63년까지도 시리아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 일반적으로 "받다, 취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 "레시페레(recipere)" (이 단어로부터 조리법(recipe) 또는 혼합물이라는 단어가 파생되었다)의 약자라고 일컬어지는 약국의 상징인 Rx는 마술적인 치유 능력을 가진 이집트의 신 호루스의 "눈"에 뿌리를 둔 로마의 신 주피터의 고대 상징물에서 파생되었다.
- 12개의 강력한 신비에 싸인 종교가 있었으며, "각 종교는 조디악의 사인에 경의를 표하거나 그것으로부터 권위를 얻을 수 있었다." 백양자리 의식을 통해서 "리비아 사막에 있는 사원에서는 로마의 신 주피터와 이집트의 신 아몬이 결합된 주피터 아몬을 찬양했다."라고 맨리 홀은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집트의 신비스러운 종교들은 황소자리 의식을 통해서 하늘의 황소의 무덤을 뜻하는 명계의 신 세라피스를 찬양했다.
- 그리고 각 시간은 차례대로 토성, 목성, 화성, 태양, 금성, 수성과 달에 속하면서 이런 시간 주기가 끝없이 반복되며, 또한 각 시간은 차례대로 당일의 지배자 또는 주인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겼다.
- 그는 또한 그리스어로 "크로노스(Cronos)"라는 이름이 붙은 별이 가장 수많은 중요한 예언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그 별을 '태양과 같은 별(Star of the Sun)' (또는 '밤의 태양(Sun of the night)') 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전해주었다.
- 이런 형태의 점성술은 "점성가들 사이에서 일반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히브리인들의 구두 전승에도 유입되어 점성가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브라함이 전수해준 점성술 지식의 집대성으로서 우주와 인간의 기원에 관한 철학적 논문인 [창조의 서] (기원 후 3-6세기경에 작성)가 만들어지는 밑바탕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엘렌 맥카프리는 설명하고 있다.
- 비록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서가 모든 고대 점성술 서적들 가운데 가장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많은 서적들 중의 하나이며 몇 가지 점에서는 불완전한 것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그는 사인이나 하우스 안에 있는 행성들의 영향력과 파생된 하우스나 하우스의 지배자를 이용하여 차트를 읽는 방법인 파트(part, 이것은 파트 오브 포춘(Part of Fortune)과는 다르다)의 사용법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 그의 원작 저서들로는 <세 권에 담은 인생론>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사도 바울의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서간에 대한 미완성 논평집 외에 그의 사후에 발간된 엄청난 분량의 서신들을 정리한 다양한 서적들이 있다.
- "점성술을 모르는 의사는 장님과 마찬가지이다." 그 시절에는 의과대학생이 의사 자격 시험을 보러 가서 부닥치는 첫 번째 질문이 "당신은 질병의 원인을 어디서 찾는가?"였다. 정답은 "여섯 번째 하우스"였다. 어떤 점에서 의학은 또한 연금술과도 관련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금술의 일반적인 과정들도 조디악의 사인들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 카르다노의 저서 <경구>의 일부 내용은 참으로 날카로우면서도 인상적이다. .... "우호적인 목성이 열 번째 하우스에서 화성과 호의적인 트라인 애스펙트를 강력하게 형성하고 있고, 태양은 드래곤즈 헤드와 함께 있고, 달은 항성들 중 하나인 레오니스와 함께 있다며 이런 차트의 주인공은 아무리 초라한 농부의 아들이라고 할 지라도 놀라울 정도로 고귀한 신분의 인물이 될 것이다."
- 카르다노는 한 때 "수학은 설명을 위한 학문이며 한 가지 사실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한 논증의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경우에는 이런 예를 들기도 했다. "삼각형에서 한 외각의 크기는 맞은편 두 내각의 합과 같다는 명제를 생각할 때 왜 그래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묻는 것은 가당치 않으며, 다만 그렇다고 인정해야 할 뿐이다."
- 점성술은 기원전 7세기 중엽에 니네베 지방을 다스렸던 아수르바니팔(그리스인들은 사르다나팔루스라고 불렀다)의 통치기간 중에 융성했다. 아수르바니팔은 구약성서 [이사야]와 [열왕기]에서 언급되고 있는 아시리아의 통치자 센나케리브를 계승한 에사르하돈의 아들이었다.
- 그녀의 변호사 클라크 L. 조든도 그녀를 위해서 훌륭하게 일을 해냈다. 그는 자신이 작성한 소송 개요서를 통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점성술은 인간사와 인간의 성격 및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천체의 영향력을 설명하는 과학이다. 점성술은 천체와 그들의 운동 등을 설명하는 천문학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수학적이며, 정확한 과학이라고 할 것이다. 점성술은 또한 인간의 성격을 묘사하는 길잡이로서 확립된 천문학의 원리를 활용하고 모든 판단은 수학적 계산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응용과학이다. 점성술의 추론은 수천 년의 세월에 걸쳐서 축적된 정확된 데이터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경험 과학이다. 점성술은 또한 현존하는 여러 분야의 과학들 중 가장 오래된 과학이다. 점성술은 유사 이전에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전통이 확립되기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일반적인 점이나 또는 고대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행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귀신 신앙과 같은 부류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 그의 희곡 <사르다나팔루스>에서 왕을 배반한 점성가는 이렇게 선언한다. "그대는 지는 태양이고 너희는 떠오르는 별들,/ 나는 너희가 내뿜는 빛줄기를 일일이 확인하며 너희를 끝까지 주시한다."
- 프랭클린은 점성술에 정통했지만 그가 마음속으로 점성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랭클린이 출간한 <고 리처드의 책력>은 표지에는 "점성술에서 사용하는 사인과 행성 및 애스펙트들"이 그려져 있고, 부록으로는 각종 상징물들이 열거되어 있었으며, 그가 저자라고 내세운 "고 리처드"는 사실 1세기 전에 살았던 유명한 영국 점성가 리처드 손더스였다.
-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의원들 중 벤저민 프랭클린과 존 핸콕을 포함하여 적어도 9명이 프리메이슨 회원이었으며, 조지 워싱턴은 미국 내 프리메이슨 회원으로서 그 지위가 그랜드 메이슨에 이르고 있었다. ...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된 시간을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확인 수단은 아마도 점성술 차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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