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윌리엄 그레이, 조애나 길러, 로즈 윌리엄스] 세계의 요정들 (사실은 잔인하고 불친절한)

일루젼 2021. 6.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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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윌리엄 그레이, 조애나 길러, 로즈 윌리엄슨 / 파우스트 비앙키 / 주정자
출판 :  오렌지연필
출간 :  2021.01.25


리뷰

 

제목이 눈에 띄어 읽어본 책.

앞뒤로 추가 설명된 부분을 제외하고 소개된 이야기 본편만 읽는다면 저연령대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전부가 '요정'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고, 동화/설화 모음집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듯한데 아마도 fairy tale이라서인 듯. 개인적으로는 후반에 해당 동화/설화를 수집하거나 발표한 인물에 대한 정보가 나온 부분이 좋았고, 삽화도 대부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다만 유사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면도 있는데 이 점은 원서 발행 시 원형 별로 조금 더 정리해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잡생각 

 

동화를 읽으면 구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잠자리에서 이야기해주기에 적절한 내용은 어떤 내용일까?

들으면서 잠든 내용은 꿈으로 이어지게 될까?

 

교훈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때로 불편해지는 이야기들도 있다. 

신화처럼 동화나 설화도 원형적인 어떤 것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를테면, 7과 12의 반복.

앞서 겪어야 할 두 번의 죽음 뒤에 얻는 세 번째의 성공,

혹은 세 단계의 관문이나 시험.

 

늙은 왕과 새로운 왕이 되는 평범한 젊은이의 이야기는 장자 승계의 형태와는 조금 다르다. 

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함일까?

여행길을 떠났던 젊은이는 기존의 여왕 또는 공주와의 결혼을 통해 새로운 왕이 되곤 한다.

 

이 계에서의 왕은 늙은 왕이 되어 죽고, 이 계에서의 여왕을 통해 다음 계에서 왕이 되는 기사.

기사는 시종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왕자이기도 하고 또는 중재자이기도 하다. 그가 늙은 왕이 원하는 새로운 신부를 데려오는 역할을 맡는 이야기들이 꽤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신부는 다음 계에서 여왕이 되는데, 이는 위계적으로 접근해보면 달이나 목에 걸린 사과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강과 상승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을 것 같고...

여러모로, 동화는 심심할 때 읽어보면 재미있다. 

 

 


 

- 어쨌든 우리는 지금 유럽 곳곳에서 동화가 문헌으로 기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화로 불리게 된 이야기를 최초로 기록한 곳은 16세기 이탈리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베니스와 나폴리다. 지오바니 프란체스코 스트라파롤라와 잠바티스타 바실레라는 두 작가는 교역이 이뤄지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부산한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이탈리아의 옛날이야기 조각조각을 수집하여 명작 문학을 저술했다.

 

- 동화의 발전은 17세기 프랑스에서 계속되었다. 영향력 있는 귀족 부인들이 살롱에 모여 옛날이야기를 바꿔 말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이들은 옛날 이야기를 활용해서 프랑스 궁정의 부패를 재치 있게 살짝 비평했다. 이들 중에 마리-카트린 도느와가 '요정 이야기(동화)'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 "제가 기억하는 세 가지 금언이 있습니다. 첫째는 찾을 수 없는 걸 찾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금언이지요. 둘째는 일리 있고 사리에 맞는 것을 제외하고, 들을 수 없는 것은 믿지 말아야 한다는 금언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단 귀하고 소중한 보물을 손에 넣으면 그것을 귀중하게 여기고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는 금언입니다."

 

- 그러자 남자는 하얀 수염을 가르며 밤이 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히아신스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지칠 줄도 모르고 남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는 사흘 동안 머물면서 히아신스와 함께 깊은 동굴 속으로 기어내려 가면서 여러 이방 땅과 미지의 지역과 무척 놀라운 일을 많이 들려주었다고 훗날 누군가 알려주었다. 로즈 블라썸은 늙은 마법사를 몹시 저주했다. 히아신스가 늙은 마법사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다.

결국 남자는 히아신스에게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작은 책 한 권을 남기고 길을 떠났다. 

 

- 히아신스는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그는 부모님의 목을 끌어안더니 울먹이며 얘기했다. 

"전 이방의 땅으로 가야 해요. ... 저를 떠나게 만드는 것이 있어요. 지난 시절을 떠올리고 싶지만 강력한 생각이 곧 밀려들어요. 제 안의 평화는 사라졌어요. 용기와 사랑도 함께 사라졌지요. 어디로 가는지 두 분께 말씀드리고 싶지만 저 자신도 모르겠어요. 만물의 어머니이자 베일을 쓴 처녀가 사는 그곳으로 가겠어요. 그분 때문에 제 마음이 다 타버렸어요. 안녕히 계세요!"

 

- 무한한 그리움으로 심장이 마구 뛰었다. 아주 기분 좋은 갈망으로 말미암아 그는 영원의 계절이 머무는 곳에 오게 되었다. 천상의 향기에 휩싸인 그는 잠에 빠졌다. 오직 꿈속에서만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갈 수 있었다.

 

- 본명이 프리드리히 폰 하르덴베르크인 노발리스는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철학가로 실러, 슐레겔, 피히테 같은 독일 시인들과 자주 교류했다. 그는 자부심을 갖고 동화를 수집하고 보유했는데 동화가 인생 그 자체로서 열망의 대상이라고 믿었다. 그가 직접 저술한 동화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그의 작품과 동화 장르는 후일 조지 맥도널드와 헤르만 헤세 같은 문학적인 이야기를 저술한 작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 "하인리히, 마차가 부서지는 것 같아."

"아닙니다. 왕자님. 마차에서 나는 소리가 아닙니다. 제 가슴에 감아 둔 쇠줄에서 나는 소립니다. 왕자님이 개구리로 변해서 빠져나오시지 못할 때 가슴이 너무 아파서 감아 둔 쇠줄입니다."

그리고 마차를 타고 길을 가는 도중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두 번 더 들렸다.

 

- "그럼 길이라도 가르쳐 주세요. 제가 당신을 끝까지 찾아낼게요.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해 주세요."

그녀가 부탁했다.

"좋소, 그렇게 해도 좋소. 하지만 그곳으로 갈 방법은 없소. 그곳은 해의 동쪽과 달의 서쪽에 있소. 그리로 가는 길은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오."

 

- 그런데 막내딸이 왕자의 침실로 갔더니 그는 벌써 잠이 들어 있었다. 막내딸이 큰 소리로 깨우고 몸을 흔들고 심하게 울고 기도도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지만 도저히 깨울 수 없었다.

 

- "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뭘 해야 하는지 사전에 잘 알지 못하면 그 아이를 데려오려는 사람에게는 큰 재앙이 닥칠 거야."

 

- "아름다운 버드 엘렌은 요정들이 데려간 게 분명해. 그 아이는 교회 주변을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다녔으니까."

 

 

 

더보기

- 스트라파롤라의 <유쾌한 밤> 모음집은 지오바니 보카치오의 14세기 문학인 <데카메론>을 서사 형식으로 본뜬 것으로, 75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 항구에서 한 시간을 보내 두려움이 사라진 선원은 백 년간의 폭풍을 잊게 마련이다.

 

- 이 이야기는 <천일야화> 원본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번역가 아투안 갈랑이 추가한 <천일야화> 속 이야기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 내 이야기는 이제 끝났다. 저기 달려가는 생쥐 한 마리를 누가 잡든 커다란 모피 모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오그르를 진짜 나귀로 생각한 사자는 깜짝 놀라서 최대한 빨리 달아났다. 

(리뷰자 주 : 사자가 나귀를 두려워하고, 코요테는 나귀를 잡아먹는다는 설정인데 약간 의문이다. 나귀에게 옆구리를 채이는 걸 두려워한다는 건가? 나중에 더 찾아볼 것. <파슬리>-잠바티스타 바실레)

 

- 처음에는 미녀도 하인처럼 일해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일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지만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힘이 더 세지고 전보다 훨씬 튼튼해졌다. 미녀는 일을 마친 후에는 책을 읽거나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거나 베틀을 짜면서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두 언니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몰랐다. 

 

- 오만, 분노, 식탐, 게으름은 때로 바뀔 수도 있어. 하지만 악의적이고 시기하는 마음을 고치는 건 거의 기적 같은 일이지.

 

- 왕자는 극심한 고통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절망에 빠져서 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탑 아래 있던 가시가 왕자의 두 눈을 찔러서 겨우 목숨만 구할 수 있었다. 이제 왕자는 눈이 먼 채로 뿌리식물과 베리만 있는 숲 속을 헤매었다.

 

- 호기심에 재치와 용기가 병합된다면 금기의 방을 여는 것은 죄악이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다.

 

- 그는 생각할수록 그 깃털을 황제에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결국 그는 위대한 말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 그래서 차일드 롤랜드는 두 가지 지시 사항이 마음에 새겨질 때까지 계속 입으로 외웠다.

 

- 조지 맥도널드는 스코틀랜드의 성직자 겸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로, 노발리스의 영향을 받았다. 맥도널드는 루이스 캐럴, C.S. 루이스, J.R.R. 톨킨 같은 작가와 오늘날의 판타지 문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독자가 다섯 살이든 혹은 쉰 살이든 아니면 일흔 다섯 살이든 단순히 어린이가 아니라 마음이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쓴다고 명시했다.

 

- 미국 중서부에서 살고 있는 포니 족의 종교는 아티우스티라와(하늘의 아버지, 창조신)와 달과 해와 별들을 의인화한 우주론에 기원을 두고 있다. 신과 반신반인들의 인격화는 포니 족의 민간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트릭스터 코요테와 관련이 있다. 말하는 코요테가 트릭스터일 필요는 없다. 사실 코요테는 북미 인디언 가운데 최초의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인간들이 존재하기 전인 신화시대에 살았던, 인간의 형상을 한 존재다.

 

- 스티스 톰슨은 미국의 민속학자로, 민속학 연구에 크게 공헌했다. 톰슨은 여러 문화권의 설화를 유형별로 정리하는 도구로 쓰이는 아르네 톰슨의 이야기 유형 색인을 번역하고 확장했다. 또한 설화와 동화 속에 흔히 보이는 목록을 '주제 색인'으로 더 발전시켰다. 그는 1929년에 <북미 인디언 설화집>을 출간했는데 북미 인디언의 설화를 종합적으로 수집한 최초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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