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김선지, 김현구] 그림 속 천문학 -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일루젼 2021. 6. 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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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선지, 김현구

출판 :  아날로그 (글담)
출간 :  2020.06.15


 

우선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책을 쓴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까? 안타까운 부분들도 꽤 있었다.

 

미술학도와 천문 연구원 부부의 공동 작업은 매력적인 조합이다. 실제 행성에 대한 자료들과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늘어지지 않게 설명해주는 부분도 좋았다. 명왕성 퇴출에 관한 에피소드와 허블 망원경, 제임스 웹 망원경 등의 소식을 알게 된 것도 좋았다. 

중세 미술과 UFO와의 관련성을 다룬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런 논란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는데, 정작 해명 파트를 읽다 보니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관련해서는 추후에 언급 도서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안타까웠던 부분은, UFO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반박하면서 제시했던 저자의 의견이 이 책의 몇몇 부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은 어떤 고대의 유물을 볼 때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의 관점과 사고로 분석해야 한다고 한다. UFO 그림들에 대한 오해는 현대인의 시각으로 과거의 것을 보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많은 UFO 연구자들이 눈에 보이는 유사성 만으로 작품 속의 형태들을 UFO와 연결하는 것은 그 시대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고대,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본 것이다. 또한 대중적 호기심에 영합한 비전문성의 얄팍함과 성급함을 드러낸 것이다."

 

태양왕 루이 14세 시대인 1600년대 중후반은 아직 지동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시대였다. 알음알음 퍼져나가고는 있었다고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단이었다. 관련해서 후반부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부분도 다뤄지고 있는데, 루이 14세의 태양 분장과 아폴로 신을 연결하여 다룰 때 "우리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후 문단은 부연 설명이나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신화와 회화는 천동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페르메이르의 <천문학자> 그림의 묘사에서도 이런 부분이 나온다. 

(리뷰자 주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 베르메르)

 

"한편, 천문학자가 입고 있는 긴 로브는 일본의 전통의복인 기모노로 보이며, 탁자에 깔린 덮개 역시 동방에서 들여온 것이다. 당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동방무역으로 페르메이르의 고향인 델프트에는 중국의 도자기와 일본의 문물이 풍부하게 들어왔고, 페르메이르의 작품 속에도 이런 동양의 물품들이 등장했다. 이렇듯 미술은 단지 심미적 만족을 충족시키는 수단을 넘어 당대의 인간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료로서의 역할도 한다."

 

하지만 당대 점성가의 가운은 "옷소매가 넓고 축 늘어진"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허리띠로 묶은 헐렁한 의상 위에 로브를 걸치는 형태는 당시 에도 시대의 일본 남성 복식과도 다르다. 오비로 묶은 소데 위에 고소데를 덧입는 것은 여성들의 복장이고, 그 또한 형태가 다르다. 이런 섬세한(?) 부분들은 고증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생략하거나, 덧붙이고 싶었다면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인다고 선을 그어두는 것이 더 적절했다고 본다. 

 

또 하나 더, <베리 공작의 매우 호화로운 기도서>에 있어서도 달력 부분이 반구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6개월을 나타낸 게 아니다. 제일 외부의 숫자들은 날짜가 아닌 천궁도의 도수를 나타내는 숫자이고, 제일 안쪽의 1부터 시작하는 숫자 구가 날짜이다. 그러므로 해당하는 월의 1일부터 말일까지의 달력과 그 월에 걸치는 두 사인을 그린 것이지 전체 360도 중 180도씩을 나타낸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점에서 선명한 도록과 미술적인 지식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으나, 미술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약간의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는 점이 특히 안타깝다. 전문 분야와 개인 생각을 조금 더 구분해서 저술해 주었다면 더 마음 편히 읽었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흥미로운 주제 선정과 연결들이었고, 잘 모르던 작가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교과서를 읽을 때도 의심병을 버리지 않고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지금 모르는 것을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모르지만 그때는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더 위험하다.  

 

 

 

사족. 정해진 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역시 위험하다. 자신만의 생각을 다듬어가는 과정, 생업이 아닌 학문을 즐길 때에는 그것을 즐기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한다.

 

 


- 코레조는 레오나르도를 모방하여, 색과 색 사이 경계선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고 부드럽게 처리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했다. 

 

-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에서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 때문에 허블망원경을 대체할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망원경은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의 생명체 탐사를 주요 목표로 한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의 물기둥을 관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목성까지 가지 않고도, 수증기 속의 유기 분자에서 나오는 고유한 파장을 분석해 그 구성 성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매머드 상아로 조각된 프랑스 남서부 레스퓌그 지방에서 발견된 <레스퓌그 비너스> (B.C. 25,000년경)와 러시아에서 발견된 <가가리노 비너스> (B.C. 23,000년경) 등 다른 후기 구석기의 조각들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비슷한 원시 여성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 보티첼리는 메디치 가에서 가장 총애한 화가로, 당대에는 명성이 자자했으나 사후에 급격히 빛을 잃었다. 말년에는 도미니크회 수도사이자 종교개혁자인 사보나롤라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그림들을 이단적이고 쾌락적이라고 생각했고 그중 많은 작품을 불태웠는데, 이것이 그의 명성이 쇠퇴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시모네타는 폐결핵에 걸려 불과 23세에 죽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림 속 비너스는 금방이라도 물거품같이 사라질 듯한, 아련하고 왠지 모를 우수가 깃든 표정을 짓고 있다. 최근 다비드 라제리라는 이탈리아의 한 외과의사이자 비평가는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그림 오른쪽 봄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 부분이 인간 폐의 형태나 색깔과 매우 유사하며, 이는 보티첼리가 폐를 호흡, 삶의 기원, 신성한 생명의 숨 등과 연관시킨 신플라톤 철학에 영향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 또한 보티첼리의 다른 작품 <석류의 마돈나>에서 정확히 아기 예수의 심장 부분에 그려진 석류 역시 심장의 심실의 해부학적 구조를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티첼리는 레오나르도와의 우정을 통해 그의 해부학 연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조각가 안토니오 폴라이우올로와 함께 볼로냐 의대의 해부학 수업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그러나 예술가들의 주체를 알 수 없는 파괴적 열정과 비이성적인 본능의 힘이 때로 예술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로제티의 이러한 내적 갈등, 혹은 신경쇠약증 속에서 탄생했다. 그의 순탄치 않은 삶과 고통을 자양분 삼아 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페르세포네가 창조된 것이다. 

 

- 고야는 '귀머거리의 집'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인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의 집에서 생애 마지막 10년간 정신질환과 청각장애 속에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이 시기에 그는 1층 식당 벽을 온통 검정색으로 회칠하고 검정, 회색, 갈색 등의 어두운 색채로 14점의 기이한 그림들을 그렸다. 이것들이 후에 '검은 그림 Black Painting'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 <우라노스의 거세>는 조르조 바사리가 그린 부친 살해의 현장이다. 바사리는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르네상스 미술가들의 생애와 미술을 집대성한 <이탈리아의 가장 저명한 건축가, 화가, 조각가들의 삶>을 쓴 미술사학자이다.

 

- 수성은 동방 최대이각의 위치를 전후해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에서 볼 때 제일 밝게 보인다. 이 모양일 때 수성은 초승달 모양일 때보다 지구에서 더 멀리 있지만, 밝은 면이 훨씬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 루돌프 2세는 프라하 궁의 홀에 슈프랑거의 누드화들을 가득히 걸어놓고 날이면 날마다 음탕한 눈 호사를 즐겼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그는 연금술과 초자연적인 흑마술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로부터 오래 살지 못한다는 예언을 듣고 자신의 별자리까지 조작한 어리석고 별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예술과 과학에 관심이 많아 뛰어난 예술품을 수집하고 예술가들과 티코 브라헤, 요하네스 케플러 같은 천문학자를 궁정에 불러들여 교류하는 등 결과적으로는 후기 르네상스의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리뷰자 주 : 당시에 천문학자와 점성술사의 구분이 가능했는가?)

 

-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에 따르면, 이 그름에 등장하는 아기 사티로스들은 알렉산더 대왕과 록사나의 결혼 장면에서 아기 천사들이 알렉산더의 갑옷을 가지고 노는 것을 묘사한 고대 로마 시인 루시안의 시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 사실 미술품이란 것이 시대나 상황에 따라 졸작이 걸작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목을 받지 못했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한 비평가의 책 때문에 널리 알려졌고,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는 시인 고티에가 쓴 모나리자의 미소에 관한 글과 한 차례의 시끌시끌한 도난사건으로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 "뒤러의 <멜랑콜리아 I>는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 점성술과 천문학의 갖가지 요소와 상징들이 그림 한 장에 모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림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따로 있다. 천재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바로 그 자신이다."

 

- 한편, 이 행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은 남달랐다. 명왕성은 미국인 천문학자가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으로 남기고 싶었던 미국 천문학계는 미국인이 찾아낸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끌어낸 것은 태양계의 행성 발견 성과를 유럽인이 독점하려 하고 NASA가 우주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것을 시기한 유럽 과학자들이 벌인 일이라는 음모론까지 퍼트렸다. 

(리뷰자 주 :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를 곧 읽을 생각이었는데, 더 두근두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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