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정인호]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일루젼 2021. 5. 27.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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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인호
출판 :  웨일북(whalebooks)
출간 :  2017.10.11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시각과 생각도 흥미로웠고, 이전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의 발견도 즐거웠다. 어렵거나 전문성을 강조하는 글은 아니었고, 정말 일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가까운' 날들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부분 공감하며 읽었고, 소소한 부분에서는 생각이 달랐지만 나와 저자의 차이를 고려하면 당연한 정도였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잡생각이 좀 많았다. 사회과학 분야는 참 재미있는데 잡생각이 너무 뻗어나가서 문제다.

 

이 책은 2017년 출간된 도서로, 15년 기준 자료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인용된 사례들에 있어서도 국내의 예시를 들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돋보였는데, 덕분에 읽기도 수월했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조금 더 와닿는다. 반면 언급된 방송 프로그램명 등에서 시간 감각도 강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자료를 정리된 서간의 형태로 접하려면 저술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가공되지 않은 정보와 주관이 들어간 해석 자료. 

원전과 그를 풀이한 도해서.

원출전과 그 인용문.

 

1차 자료와 2차 자료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긴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 시간의 개념을 넣어서 최신 자료와의 격차를 따질 거라면 학문의 경향성-트렌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더해 절대 진리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이것은 아마도 철학의 영역일 것이다. 

 

1 + 1 = 2

 

명쾌한 진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괴델의 제 1불완전성의 정리를 들고 올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자연수라는 것을 정의하는 공리계 안에서 존재하는 법칙일 뿐이다. 이것에 관해서는 러셀과 데카르트에게 맡겨두도록 하자. (feat. 페아노)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답이 있다는 믿음이 무엇을 기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사상 위의 누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고한 기틀이란 인간의 손 밖에 존재하는 듯하다. 

 

생각이 멀리 흘러갔는데, 왜 이런 잡생각이 들었는가 하면, 한 학문 내에서도 매해 옳다는 것들이 바뀌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것들-이 경계도 모호하지만, 대중서로 발간되는 것들이라고 해두자-의 아래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매해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진다. 그 엎치락뒤치락하는 번복 위에, 몇 걸음 떨어져서 실눈을 뜨고 보면 어느 한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최신 학문이다.  

그럼 학문 자체로는 어떠한가? 가장 완벽하다고 일컬어지던 학문 중에 파훼되지 않은 것 또한 없다. 예외보다는 일시적으로, 아직, 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이 파형들은 결국 일정한 값으로 수렴될 것인가? 주기함수일 뿐인가?

혹은 그 무엇도 아닌, 복잡계를 넘어선 무질서 속의 우연들인가? 

 


 

그리고 둘은, 아주 현실적인 잡생각이다. 17년 말에 이 책에 언급된 것들에 투자했더라면 노후 계획이 많이 달라졌겠다는 안타까움.

물론 내가 말하는 것들은 저자가 투자하라고 든 예시가 아니었다! 현재의 사회적 흐름이 이러하고 이러저러한 사례들이 존재하니 앞으로는 어떤 흐름이 될 것이다라는 논지를 펴며 든 예시들이었다. 하지만 21년에 지금에 와서 보면 '그때 알았더라면!'이다. 내게는 읽는 내내 집중을 깨트린 가장 주요한 잡념이었는데, 사실 지금 결과를 알고 보니 눈에 걸리는 것이지 어느 한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5년 뒤의 흐름을 읽어보려 바둥거리는 것뿐이겠다.

 

4차 혁명, 위성 전쟁, 메타 버스 등 다양한 화두와 인사이트가 제시되는 요즘이다. 급변하는 사회가 걱정이 되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면 오히려 조금 과거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발 붙이고 있는지, 그때의 예측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처럼. 그렇다면 여기서부터는 어떤 흐름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아지지 않을까.

 

그다음은 그다음에. 

 

 


 

- 대체로 우리는 남들이 보는 대로 보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 이면을 관찰하려는 노력은, 그동안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통찰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눈 번쩍 뜨이는 변화들은 일상을 눈여겨보는 습관에서부터 시작한다. 창조는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비범하게 관찰하는가에 달려 있다. 

 

- 창조에서 문제의 해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의 발견'이다.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해결할 지점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즉, 창조는 결과변수고 관찰은 선행 변수다.

 

- 즉 노트북으로 읽은 사람은 구체적인 정보를 잘 기억한 반면, 종이로 읽은 사람은 글 전체 맥락을 짚어내고 스토리를 추론하는 것에 더 우수했다.

 

-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 5단계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점점 상위 욕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그 욕구에 의해 동기가 유발한다는 이론이다. 이에 반기를 든 이론이 엘더퍼의 ERG이론이다.

 

- 대부분 브랜드 카페에는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게 뭘까? 평소 약간의 관찰력만 발휘하면 쉽게 맞힐 수 있다. 정답은 시계다. 

(리뷰자 주 : 지금은 시계가 있는 매장이 드물 것 같긴 하지만, 백화점과 마트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시계와 창문을 없애고 음악과 향기를 배치해 시간감을 잃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 사람들은 윤리와 자기 이익이 충돌할 경우 대개 후자를 택한다. 머릿속에서 윤리의 정당성을 따져보다가도 이내 자기 잇속을 우선하는 것이 인간의 맨얼굴이다. 

 

- "착한 기업과 착하지 않은 기업이 있다면 당신은 어느 회사에서 만든 물건을 사겠는가?" 

아마 착한 기업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착하지 않은 기업에서 착한 기업보다 더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든다면 그때는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런 선택 앞에 선다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에게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정작 비윤리적 행위를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블라인드 스폿 blind spot'이라고 한다. 

 

- 가지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져야 하고, 나보다 좋은 물건을 누가 가지고 있으면 대결이라도 하듯 상대방보다 더 좋은, 혹은 비슷한 물건이라도 소유해야 한다. 결국 당신이 빚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빚이 당신을 통제한다. 

 

- 둘째, 평범함을 유지하려 한다. ... 이런 생활 패턴을 50년간 반복한다. ... 평범함의 노예가 되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열심히 살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이러한 현상을 '베블런 효과 Veblen effect'라고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 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샌딜 멀레이너선과 프린스턴대 심리학자인 엘다 샤퍼가 저술한 <결핍의 경제학>이란 책에서는, 가난이란 경제적 여유뿐만 아니라 '뇌의 여유, 즉 정신적 여유가 결핍된 상태'로 정의한다.

 

-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테레사 애머빌은 "암울한 예측을 하는 사람들은 현명하고 통찰력이 있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긍정적인 말을 하면 너무 순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를 '폴리애나 특성'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질문이 어렵다면 좀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바꿔보겠다. "어릴 때 꿈꿨던 이상이 실현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상이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의 해답은 간단하다. 평소 당신이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지를 관찰하면 된다. 일상에서 당신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당신의 인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 사실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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