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매트 헤이그 / 노진선
출판 : 인플루엔셜
출간 : 2021.04.28
"매트 헤이그"라는 작가의 작품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처음이었다.
읽는 동안 어느 정도 자전적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찾아보니 그런 듯하다. 저술 활동은 활발한 편으로 동화 외에도 <에코 보이>, <휴먼>, <시간을 멈추는 법> 등의 소설을 발표했고 그 외 <살아야 할 이유>, <우울을 지나는 법> 등의 일반서도 냈다. 몇 권 더 찾아 읽을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상, 나의 읽기 목록은 언제나 확장된다.
실망한 경우에도 한 번으로는 결론짓지 말자고 생각해서 몇 권 더 읽어보려 하고, 마음에 든 경우에는 가능한 한 연관 도서를 전부 읽으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글자만 따라 읽더라도 기본적으로 남는 것이야 있겠지만- 일단 조금이라도 제대로 읽고 싶다면 때로 표적 독서가 필요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키는 대로 읽기에서 조금은 바꿔야 할 시점인 듯하다.
대략적인 목표 도서를 정해두고, 여유 시간에 추가적인 관심사에 관해 읽어야 하는가 싶다. 해야 할 일들이 코 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름이 오면서 조금씩 활기가 돌아오는 내가 너무 폭발적으로 관심 도서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 계획이라니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리뷰
아름다운 클리셰. 놀라운 반전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왜 베스트셀러인지 알 것 같았다.
얼마 전 읽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유사한 듯하면서도 다른 점은, <달러구트>가 보다 재미와 상상력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글이었다면 <미드나잇>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고 익숙함 속에 깊이를 녹이려 노력한 글이라는 점이다. 물론 내 느낌에.
"아이리스, 소피와 블레이크, 체스, 디기탈리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내일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어제를 슬퍼하지도 않고"
스토리 자체로도 힘들고 고된 현실에 위로를 더할 수 있는 글이었고, 몇몇 문장은 확실히 울림이 있었다.
엎친 데 덮친다고 할까,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할까.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라는 과거 빛날 수도 있었던 순간들을 놓쳐버리고 가까이 연락하는 사람 없이 홀로 고양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그런데 유일한 반려인 고양이가 죽었다.
그 후로도 '이래도?' 처럼 이어지는 불운들.
결국 노라는 삶을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노라 앞에 나타난 녹색 책들이 가득 꽂힌 도서관.
시간이 멈춘 자정의 도서관에서 그녀는 자신이 살아보고 싶은, 그리고 살 수 있었던 삶들이 기록된 책들을 한 권씩 펼쳐 다시 살아본다.
내가 정말 살고 싶었던 삶을 찾기 위해서, 깊게 쌓인 후회를 지우기 위해서.
"너에겐 선택의 경우만큼이나 많은 삶이 있어.
네가 다른 선택을 한 삶들이 있지.
그리고 그 선택은 다른 결과로 이어져.
하나만 달라져도 인생사가 달라진단다.
자정의 도서관에는 그런 인생들이 모두 존재해.
너의 이번 삶만큼이나 실재하지."
"평행 인생인가요?"
"꼭 평행은 아냐. 평행이라기보다는 직각에 가깝지.
네가 살 수도 있었던 인생을 살아보고 싶니?
뭔가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
바꿔보고 싶은 게 있니?
잘못한 게 있어?"
이건 쉬운 질문이었다.
"네. 전부 다요."
- 생각은 멈추지 않는 마음의 경련 같다. 너무 불편해서 참을 수없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강력하다.
- 한번이라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미로 속에서 완전히 길을 잃었을 때처럼. 모든 건 당신 잘못이다. 왜냐하면 매번 어느 쪽으로 갈지 당신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 "넌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결과까지 선택할 수는 없다는 걸. 하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건 좋은 선택이었어. 단지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았을 뿐이지."
- "왜냐하면 노라, 때로는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으니까."
- "살다 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하지만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 "각각의 가지는 오로지 하나의 여정만 있어요. 하지만 다른 가지는 여전히 존재하죠. 또한 다른 오늘도 존재하고요. 인생 초반에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달라졌을 우리의 다른 생명의 나무가 등장합니다. 불교에도, 유대교에도, 기독교에도 있죠."
- "시계 초침이 한 칸씩 이동하는 것만 보이고 칸과 칸 중간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네요. 마음은 감당할 수 없는 걸 못 보거든요.
- 결국 하나의 우주에는 그녀가 살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삶이 있었다.
- 우리는 한 사람이기만 하면 된다. 한 존재만 느끼면 된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하기 때문이다.
- 그러니 품고 서있는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자.
- 그녀는 자기 연민이 더해진 반물질이었다.
- 마치 그가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듯이, 길가의 토끼를 보며 "토끼다"라고 말하 듯이.
- 다음 순간,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 이 세상에는 댄처럼 실제로 이루고 나면 싫어하게 될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망상 속으로 타인을 밀어 넣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 하지만 그게 기억의 속성이다. 대학에 다닐 때 노라는 '홉스 학설로 본 기억과 상상의 원칙'이라는 무미건조한 제목의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 토머스 홉스는 기억과 상상을 거의 같다고 보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노라는 절대 자신의 기억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다.
- "이상해. 아마 네가 기억하는 과거는 나와 다르겠지?"
-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고, 상상했던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일상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로는 〈월든>에 썼다. 또한 이 성공은 고독의 산물이라고도 했다. "나는 고독만큼 함께 하기 좋은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 "난 인간의 뇌가 개방된 양자 파동함수의 복잡성을 감당하지 못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로 해석했거나 체계화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도서관의 사서라든가, 비디오 가게의 친절한 삼촌 같은 것으로요."
- 노라는 다중 우주에 대해 읽은 적이 있고,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었다. 인간의 뇌가 세상에 대한 복잡한 지식을 받아들여 단순화한다는 사실을.
- 인간은 세상을 3차원으로 본다. 그것이 단순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일반화하는 생명체이며,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살고, 마음속의 구부러진 길을 편다. 그래서 늘 길을 잃는 것이다.
- "지금 당신이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나는 계속 여기 서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당신은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죠?' 같은 말을 할 겁니다. ... 당신의 뇌는 공백을 채우고,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 지 꾸며낼 겁니다. ... 뇌가 공백을 채우는 능력은 놀랍습니다. 잊어버리고도 잘 살고요."
- 한 마디만 포스팅해도 백만 개의 '좋아요'를 받고 글이 공유되는 사람들. 절대적인 명성을 얻으면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영웅이나 천재, 신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은 위태롭기 짝이 없어서 쉽사리 추락하고, 악마나 악당 혹은 그냥 멍청이로 보이기 십상이다. 노라는 허공을 가로지르는 외줄 위로 발을 내딛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같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
- "절대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유용한 조언이었다.
-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에 따르면 우주에서 인간의 삶은 굴의 삶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데이비드 흄에게 그런 생각을 쓰는 게 중요했다면, 의미 있는 일을 목표로 삼는 것 또한 중요할 수 있다. 이를테면 모든 형태의 삶이 보존되도록 돕는 일 같은.
-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넌 그걸 깨달아야 해. 체스판에 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 넌 폰이 가장 마법 같은 기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리뷰자 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난다.)
- 노라는 이 삶이 좋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번 삶의 자신이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말하는 태도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좋은 사람이 되니 기분이 좋았다. 위안이 되면서 마음이 든든해졌다. 여기서는 마음도 달랐다. 이번 삶에서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하나같이 다정한 생각들이었다.
- "연민은 도덕성의 근본이다"라고 아서 쇼펜하우어는 덜 냉소적이던 시절에 말했다. 어쩌면 연민은 삶의 근본일지 모른다.
- 노라는 그 진실을 서둘러, 하지만 종이 위로 펜촉을 꾹꾹 눌러가면서 확실히 적었다. 대문자, 일인칭 현재 시제로.
-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날보고, 그들이 원하는 온갖 다른 모습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어렵지 않다. 후회하고 계속 후회하고 시간이 바닥날 때까지 한도 끝도 없이 후회하기는 쉽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다. 후회 그 자체다.
- 또 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지 못한 삶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하지만 어떤 삶에서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기지 않아도 승리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듣지 않아도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읽은 것들이 모두 뒤섞여 '이야기'로 나타난 기분이었다. 혹은 내가 그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읽었거나.
'경험' 해봐야 하기 때문에 나는 나를 분리시켜 물질과 반물질로 나누었고, 사실 시간이란 꿈 속에서 느끼는 장면전환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과거가 현재이고, 곧 미래이다. 모든 것은 하나에서 함께 뻗어나간다. 그렇기에 폰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고 킹은 한 번뿐인 삶이고, 동시에 모든 삶이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은 내 상상력과 내 선택에서 나온 것들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그것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내 감정이지 외부의 것들이나 기억이 아니다. 상상은 현재여야 하며 이미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라는 등등의 생각을 했지만 글쎄, 다시 읽으면 또 어떨지.
아마 2020년대에는 재독하지는 않을 것 같다. 30년대에 한 번 정도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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