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미르치아 엘리아데 / 이재실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1999.04.12
한 번 덮었다가 다시 도전해서 완독했다.
직전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와 <아이온> 외 관련 도서들을 연이어 읽은 덕을 입어 그럭저럭 읽었다.
연금술과 야금술을 연속선상에 놓고 접근한다면 일반적으로 익숙한 '금을 만들어내기 위한' 집착이나 '깨달음을 얻어 신이 되기 위한' 구도나 '영생을 얻어 불로불사로서 천세만세를 누리기 위한' 탐욕과는 조금 다른 면을 보아야 한다. 연금술은 틀림없이 영지주의의 영향과 함께 스스로의 정화와 변성을 통해 '완전한' 것을 이루고자 한 'Magnum Opus'의 성격을 띄지만 야금술과 공유되는 부분을 살펴본다면 그 작업은 개인성보다는 자연과 섭리를 '돕는' 전체성과 신성에의 복종의 성격이 짙어진다. 그대로 두어도 '금이 될' 것을 나의 '노력'과 '도움'으로 보다 '빠른 성취'를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기여의 성격을 띠는 한 인간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과 신성에 대한 존중은 독자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협업이 모방이 되는 순간, 대장장이의 모루는 예언자 마리아의 표현처럼 '경의의 용기'가 되며 그의 작업의 결과물은 정화된 그 자신이 된다. 현자의 돌은 그가 긴 작업 끝에 얻을 수 있는 외부 물질이 아니라, 그가 이미 이루었음을 증거하는 현실의 경배이자 그의 반영일 뿐이다. 결국 물질을 다루는 이와 물질 사이의 관계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면 모든 정제와 정련은 그 작업을 행하는 자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한다.
연금술의 과정에 대해 상세히 다룬 책은 아니지만 주석과 인용문에 언급된 문헌들로 뻗어나간다면 아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황, 수은, 염'이나 '흑화, 백화, 황화, 적화' (경우에 따라 녹화), '하소, 응결, ....., 사영' 등의 단계적 묘사의 차이나 삼각형과 역삼각형, 헥사그램 등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정반합과 이어서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길게 쓰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 즈음에서 줄인다. 끝.
- 자연에 참여하는 것, 자연이 점차 빠른 속도로 생산하도록 돕는 것, 물질의 양상을 변화시키는 것, 바로 이러한 것들이 연금술적 관념의 근간을 이룬다.
- 그러나 반복해서 말하지만 물질에 대한 이러한 의례적 태도는 살아 있는 광물질 특유의 시간적 리듬에 인간이 개입한다는 의미를 어떤 형태로든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원시사회 야금공과 연금술사의 접점이 있는 것이다.
- C. G. 융은 연금술 과정의 상징이 연금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환자의 꿈과 이야기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융의 관찰은 심층심리학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연금술의 구성 요소로 보이는 구제론적 기능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 대장장이의 양면적 성격, 마법(불의 지배)과 대장장이와 비밀결사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 등에 관한 일련의 자료가 제시될 것이다. 한편 채광과 야금 작업을 통해서, 대지모, 광물계와 공구의 성화, 야금술과 산부인과학 사이의 상호관계 등에 관련된 특수한 개념도 고찰하게 될 것이다.
- 어느 가설을 보든, 야금술사들은 자신들의 기술이 금속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음이 확실하다. 이러한 개념은 세계적으로 널리 유포되어 있었다. 금속은 대지의 태내에서 '성장' 한다. 그리고 통킨의 농민들이 오늘날까지도 생각하고 있듯이, 필요한 시간만큼 묻혀 있기만 한다면 청동은 금이 된다.
- 연금술사는 대장장이와 마찬가지로, 또 그 앞서의 도공과 마찬가지로 '불의 지배자'이다. 그가 물질을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시킬 수 있는 것은 불에 의해서 가능하다. 점토로 빚어놓은 형태를 잉걸불로써 경화시킬 수 있었던 도공은 조물주의 도취감을 맛보았음에 틀림없다. 그는 변환의 요인을 발견한 것이다. 자연적 열(태양열이나 대지 내부의 열)이라면 천천히 숙성시킬 것을 불은 놀라운 속도로 이룩하였다. 어떻게 자연보다 더 빨리 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원시인의 정신적 체험을 나타내는 말로 바꾸자면) 어떻게 우주 생명의 모든 과정에 위험 없이 개입할 수 있는가를 발견하는 것이 곧 비결일 것이라는 어렴풋한 예감을 갖는 순간에 이러한 조물주적 열광이 나타난다.
(리뷰자 주 : 대장장이와 지배자의 연결, 용사와의 연결에서는 확실히 지그프리트/시구르드를 빼놓을 수 없겠다.)
- 바이나모이넨은 배를 '노래' 한다. 다시 말해서 주술적인 말로 작사된 노래를 부르면서 배를 건조한다. 마지막 세 마디가 생각나지 않자, 그는 유명한 주술사 안테로 비푸넨에게 물어보러 간다.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것을 '고안해내고 저절로 나타나게' 하는 주문을 아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장인은 비밀의 소유자이자 주술사이다. 이처럼 모든 기능은 어떤 종류의 통과의례를 포함하며, 은밀한 전승에 의해서 전달된다.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란 만드는 비밀을 '아는' 사람이다.
(리뷰자 주 : 엘리아데는 광물 연금술 외에도 지고한 여정 및 다른 작업법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가 저술한 '연금술'은 대개 '광물 연금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다.)
- 오히려 그것은 연금술사의 카르마적 상황을 포함하고 있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것은 결정적인 정신적 결과를 가지고 있었다. 본래의 의미의 화학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오로지 광물질이 그 우주론적 가치를 상실하고 생명이 없는 물체가 되는 경우였다. 시각상의 이러한 근본적 전환은 새로운 가치 기준의 구성을 가능하게 하며, 화학적 현상의 가시화(즉, 관찰과 기록)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현대 학자들에게 소중한 공리에 따르면, "현상을 창조하는 것은 가치기준이기 때문이다".
- 고대 연금술사들의 문헌은 이들이 금 제작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고, 사실상 실제의 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저술을 검토하는 화학자는 마치 프리메이슨의 저서에서 실제적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석공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 파라켈수스에 따르면, "신의 왕국에 들어가려는 자는 우선 그 육체와 함께 어머니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죽어야 한다". 파라켈수스는 또 세계 전체는 제1물질, 혼돈의 덩어리, 심연인 "그 어머니 속으로" 들어가야만 영원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인간 영혼 다음으로 지상에서 가장 경이롭고 귀중한 것이며, 왕과 왕자를 쓰러뜨릴 정도의 힘을 가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상의 사물 가운데 가장 비열하고 비천한 것으로 간주된다...." A.E. Waite
- 이 책의 의도는 동서양의 야금술과 연금술의 역사를 개괄하려는 데 있지 않았다. 인간으로 하여금 물질의 성장을 촉진하는 책임을 확보할 수 있게 했던 태고의 기술을 둘러싼 상징과 신화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였다. 이 책의 분석과 해석대로라면, 연금술은 호모 파베르의 오랜 몽상을 연장시키고 성취시킨다. 즉 연금술을 통해서 물질의 완성에 참여하는 동시에 인간은 자신의 완성을 견고히 하게 된다. 이러한 참여의 중요한 몇 가지 국면은 이미 설명했기 때문에, 다시 다루지는 않겠다. 이 모든 시도에서 한 가지 공통 요소를 뽑아낼 수 있다. "즉, 자연을 변화시키는 책임을 맡게 됨으로써, 인간이 시간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하 심층부에서 '성숙' 하려면, 수천 년이나 여러 아이온이 필요할 것을, 야금술사, 특히 연금술사는 몇 주 동안이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용광로는 지하의 모태를 대신해서 광석 -태아의 성장을 완성시킨다.
- 물론, 중국 대장장이의 입문의식과 비의는 후대에 도교와 중국의 연금술에 계승된 전통의 일부였지만, 연금술사의 정신세계와 광부, 야금공, 대장장이의 정신세계 사이에 완전한 연속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용광공과 대장장이, 연금술사 모두 물질과의 관계에서 특수한 주술적 종교적 체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러한 체험은 그들의 전유물이며, 그 비밀 은 입문 의식을 통해서 전수된다. 그들의 작업 대상은 살아 있는 동시에 신성한 것이라고 그들이 생각하는 물질이며, 그들의 노동이 추구하는 것은 물질의 변형과 '완성'과 '변환'이다.
- 요약하자면, 야금 작업에 부수되는 상징과 의례 속에는 인간과 자연의 적극적인 협동이라는 개념, 또는 인간이 작업에 의해서 자연의 과정을 대신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근원적 물질로부터 나오는 우주 창조의 표본적 행위는 때때로 우주적 태생학으로 생각되었다. 즉, 티아마트의 몸이 마르둑의 수중에 있을 때는 '태아' 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일체의 창조와 건축이 우주 창조론적 모델을 재현했듯이, 인간은 축조하면서, 무엇인가를 제작하면서, 조물주의 일을 모방했던 것이다.
- 금속과 신의 몸과의 관계는 이집트 전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집트인들이 철을 증오하였고 '세트의 뼈'라고 불렀다고 적고 있다. 적철광은 '호루스의 뼈'였다. 한편 이집트인들은 신의 몸이 금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상징은 불사성에 관한 상징이다. 그 때문에 이집트인들은 파라오에게도 신들의 표본대로 황금의 몸을 부여했던 것이다.
- 정신적 테크닉으로서의 연금술은 인도에서도 확인된다. 다른 책에서 하타 요가와 탄트라교의 여러 가지 유사성을 연구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중요한 몇 가지 사항만 다루기로 하겠다. 우선 아랍과 유럽의 여행자들이 기록한 요가 행자-연금술사에 관한 '통속적' 전통이 있다. 요가 행자-연금술사는 호흡의 율동적인 통제(프라나야마)와 식물성, 광물성 약물의 복용으로 젊음을 무한히 연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금속을 금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많은 전설이 요가 행자와 탁발승의 기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 환자를 며칠 동안 어두운 방에 격리시키게 되어 있다. 어둠 속에 머물면서, 환자는 '새로운 탄생'을 기약해줄 자궁 회귀를 체험한다. 사실상 이 의료상의 의식은 고대의 통과의례, 특히 디크사( '봉헌' )의 연장선상에 있다.
- 결국 태아로의 상징적 회귀를 통해 영적인 상위 차원에서의 재탄생('신격화' '불사화' )을 꾀하던 고대의 통과의례가 전통의술에서 회춘의 방도로 해석되었고 원래는 연금술을 지칭하던 용어로 표현된 것이다.
- 신의 옥좌 앞을 흘러가는 천상의 불이 있는가 하면, 게헤나에서 불타는 지옥불도 있다. 중세의 종교적 세속적 민간전승에 따르면, 예수와 악마는 모두 '불의 지배자'이다.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대장장이와 제철공의 신화적 이미지가 오랫동안 민중의 상상력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또 이런 민담에는 통과의례적 의미가 지속적으로 함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민담을 듣는 사람에게 뜻이 명료한지 혹은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하는 데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문제를 이렇게 한정시켜버리면 과도한 합리주의 때문에 오류를 저지르게 되어버린다. 민담은 세속화된, 깨어 있는 의식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 깊은 곳에 영향을 미치며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고 자극한다. 불과 대장간, 불에 의한 죽음과 소생, 모루 위에서의 단련 등 통과의례적 상징은 샤먼의 신화와 의례를 통해서 명백히 확인된다.
- 요컨대, 서양의 연금술사들은 인도나 중국의 연금술사들과 마찬가지로, 작업실에서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심리적 생리적 생활에, 자신의 도덕적 정신적 체험에 조작을 가했던 것이다. 문헌마다 연금술사의 덕성과 자질을 강조하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연금술사는 건강하고 겸허하고 인내심 있고 정숙해야 한다. 자유로운 정신을 가져야 하며, 작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지적이고 학구적이어야 하며, 작업하면서 동시에 명상하고 기도해야 한다. 이것을 보아도 이 일이 작업실에서의 조작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연금술사는 자신의 작업에 완전히 몰입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자질과 덕성을 순전히 정신적인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연금술사의 자질과 덕성이 갖는 기능은 탄트라교의 사다나, 혹은 비의로의 통과의례에 선영 되는 수련기 동안에 인내, 지성, 마음의 평정 등이 갖는 기능과 동일하다. 즉, 어떠한 덕성이나 학식이 있다고 해도, '변환'에 내포된 단절의 과정을 유일하게 수행할 수 있는 통과의례적 체험을 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 그것은 정신적이고, 대기보다 더욱 미묘하며, 온몸 샅샅이 스며드는 햇빛과 흡사하여, 찬란한 태양이 어두운 대지와 구별되듯이 낡은 육체와 구별된다. 낡은 육체 속에 새로운 육체가 들어 있어도, 낡은 육체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리뷰자 주 : Light body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
- 유명한 연금술사이자 수학자이고 백과전서파로서 루돌프 2세에게 자신이 변환의 비밀을 알고 있음을 단언했던 존 디John Dee(1527년 출생)는 '신비로운 조작', 특히 연금술 조작으로부터 촉발된 힘에 의해서 세계적 규모의 영적 개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 1614년에 발간된 저자 미상의 소책자인 「파마 프라테르니타 티스 Fama Fratemitatis』는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요구하고 나섰다. 저자는 여기서 어떤 비밀결사의 존재를 밝혔는데, 그것이 바로 장미 십자회였다. 장미 십자회를 창설한 전설적인 인물인 크리스티앙 로젠 크로이츠 Christian Rosenkreutz는 '의술의 진정한 비밀'에 통달해 있었는데, 이것은 곧 다른 모든 학문의 비밀에도 통달했다는 뜻이다.
(리뷰자 주 : 로젠 크로이츠의 연금술 삽화들은 상당히 직관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 시간의 작업은 두뇌 작업과 수작업에 의해서, 특히 수작업에 의해서만 대체될 수 있었다. 인간이 언제나 일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한 가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19세기의 꿈과 야망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노동이 세속화되어야 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자연보다 더 잘, 더 빨리 행하기 위한" 대단히 고된 일을 아무런 예전적 차원도 거치지 않고 떠맡은 것이다. 다른 사회에서라면, 예전적 차원을 통해서 그런 힘든 일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정적으로 세속화된 일 속에서, 소비된 에너지의 시간과 단위로 표시되는 일 속에서, 인간은 시간적 지속의 그 느린 속도와 무게를 가차 없이 경험하고 느끼게 된다. 요컨대, 현대사회의 인간은 말 그대로 시간의 역할을 맡아 시간을 대신하여 자신을 소모시키며 일함으로써, 오로지 시간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뷰자 주 :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연결해 읽어보면 좋을 문장이다.)
- 무의식의 밑바닥에서는 어떤 정신적인 작업(그노스, 비의, 연금술)의 제단계와 놀랍도록 유사한 과정이 이루어진다. 이 정신적 작업은 "세속적 체험의 세계에서는 결코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세속적 세계와 근본적으로 대조를 이룬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무의식' 의산물(꿈, 백일몽, 환각 등)과 '초의식'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체험(신비 체험, 연금술적 체험 등, 이런 종류의 체험은 세속적이고 비 신성화된 세계의 범주를 뛰어넘는 것이다) 사이에는 기이하게도 구조적인 상호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융은 연금술적 상징이 발견되는 꿈이나 백일몽에는 항상 심리적 통합 과정이 수반된다는 것을 이미 연구 초기부터 주목하였고, 그 과정을 그는 개성화 과정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무의식의 이러한 산물은 무질서한 것도 아니었고 동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개성화라는 정확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었다. 융에게 있어서는 이 개성화가 모든 인간 존재의 최고의 이상이자, 자아의 발견이고 소유였다. 그러나 연금술사에게 있어서 연금술 작업의 목적이 생명의 엘릭시르와 현자의 돌, 다시 말해서 불사 성과 절대 자유의 동시적 획득('현자의 돌'을 소유하면 '금으로의 변환'도 가능한데, 이 것은 곧 세계를 변화시키고 '구원'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이라면, 의식의 '허락' 없이, 또 대부분의 경우는 의사에 반해서 무의식이 담당하게 되는 개성화 과정, 즉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중심, 자아를 향하게 하는 이 과정은 연금술 작업의 예고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해서, 극소수의 영적인 엘리트에게만 허락된 지난한 통과의례적 과정을 모든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무의식적 모방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여러 단계의 영적인 실현이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심리학적 차원에서 고찰해보면 이 단계들은 상호관계를 갖고 있고 상호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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