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스타니슬라스 드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 배움의 모든 것을 해부하다

일루젼 2021. 7. 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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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스타니슬라스 드앤 / 엄상수
출판 :  로크미디어
출간 :  2021.06.09


   

아직 삐딱한 마음이 다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여백 및 자간 조정으로 조금 더 페이지 수를 줄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 하나,

컬러 도판을 마지막에 몰아넣는 편이 출판상 편리하겠지만 책 자체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중간 삽입이 적절했을 것 같다는 게 둘. 

 

책 자체에 대해서는 흥미롭게 읽었다. 아이를 키우고 계시거나 교직 관련 업에 종사 중이시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혹은 본인이 만학도이시라면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전체를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결론만 빠르게 훑어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 같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의 핵심 주제는 '배움'이란 어떻게 일어나는 작용인가? 다.

저자는 이를 4 요소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각각은 '주의', '적극적 참여', '에러 피드백', '통합'이다. 

 

즉 집중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을 하거나, 호기심을 갖거나, 가설을 세워보거나 만지고 체험하거나. 

집중하지 않은 상태에서 접하는 것들은 '배움'이 될 수 없으므로 잘 때 외국어 영상이나 오디오를 틀어두는 것은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서파 주파수에 관해서는 긍정적이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에 대해 즉각적으로 명확한 피드백을 받는 경우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배움'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이 피드백은 연결성이 있는 오류 교정이 가장 좋으나 물질적이거나 사회적인 보상으로도 제공 가능하며, 절대 처벌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학습한 정보를 장기화-추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잠과 일정 간격을 둔 반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각의 내용들만 떼어놓고 보면 이미 흔한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비문학- 특히 과학 도서의 묘미는 '얼마나 잘 설득하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믿는 바를 얼마나 잘,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가와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어떻게 흥미를 잃지 않도록 이끌면서 반대 의견을 반박해가는가.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저자가 든 예시들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아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일정 이상의 능력을 타고 태어난다는 의견도 신선했다. 그 근거로 제시한 놀람 실험에 대해서는 좀 더 찾아봐야겠지만 이전 세대의 정설이었던 '빈 서판'에 대해 이렇게까지 강하게 부정하다니? 싶다.

뇌의 가소성에 대해서는 그 자체의 놀라움과 한계에 대해 명료하게 정리하지는 못한 느낌이지만 즐겁게 읽었다. 도표나 그림 자료에 대해서는 번역의 문제인지, 이해를 돕기보다 뜯어봐야 이해가 되는 편이었는데 만약 그것이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큰 그림이었다면 박수를 보낸다. 

 

글자를 읽게 되면 시각 영역이 경쟁에서 밀려 우뇌로 이동하게 된다는 부분과, 같은 원리로 수학자들이 얼굴 및 시각 인식이 떨어진다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수면 도중 뇌가 전날 있었던 과정을 약 20배속으로 수 차례 다시 재연하면서 통합-기억한다는 부분이 아주 인상 깊었는데, 특정 상황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은 아닐까- 개인적인 가설을 세워본다. 이에 대해서는 더 찾아봐야겠다.   

(라고 써두고 몇 년 동안 내던져두겠지.... 만 찾아봐야겠다고 써두면 언젠가 찾아볼 수도 있으니까.)

 

조금 더 사족을 붙이면 최근에는 읽는 속도가 적당히 올라왔기 때문에 한 번에 한 권씩 읽는 편이다. 

그래서 <꿈 해석>을 다 읽기 전에는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를 전혀 읽지 않은 상태였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어 내심 즐거웠다. 크게 보면 모든 학문은 일정 부분 교집합을 가지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반가운 건 반가운 거다.

 

하지만 랜덤 읽기는 7월 정도까지만 즐기도록 하고 8월부터는 계획 읽기를 시도해보려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읽어야지-하고 안 읽는 책들이 너무 많이 쌓일 것 같아서 다소 강제적으로 매달 꼭 읽을 책들은 미리 정해두고 읽을 계획이다. 

음. 계획, 이다. 

 


 

- 그리고 배우는 사람들은 모두 주의, 적극적 참여, 에러 피드백, 매일의 반복과 밤사이의 통합 사이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데, 나는 이 네 요소들을 '배움의 네 기둥'이라 부른다. 

 

- '배움'의 정의는 무엇일까? 내가 내리는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배움이란 외부 세계의 내부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이다. 물체와 숫자들에 대한 개념들은 우리 생각의 기본적인 특징들이며, 또 그 개념들은 우리가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오는 '핵심적인 지식'의 일부로, 제대로 활용할 경우보다 복잡한 생각도 할 수 있다. 숫자 감각은 내가 말하는 이른바 '아기들의 보이지 않는 지식', 즉 아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고 이후 학습에 도움을 주는 직관력들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 

(리뷰자 주 : 바로 직전 읽었던 융의 <꿈 해석>에서 아이들은 집단 무의식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 주장이 생각난다.) 

 

- "당신의 인사가 내 귀에 들릴 때 내 배 속의 아이가 기뻐서 뛰어놀았습니다." 마리아가 방문했을 때 임신한 엘리자베스가 한 말이다.  <누가복음>의 저자 누가의 말은 틀린 게 아니었다. 임신 마지막 몇 개월간, 계속 성장 중인 태아의 뇌는 이미 특정 음 패턴과 멜로디를 인식한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리뷰자 주 : <꿈 해석>에서 융은 엘리자벳이 마리아와 태중 예수에게 한 축복은 사실 자신의 아이 요한에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 분명한 사실은 나이가 들면 뇌가소성이 떨어져, 배우는 게 멈추지는 않지만,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 축복받은 생후 몇 년의 시기가 지나면 뇌 가소성은 줄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주변 감각 피질 영역들부터 서서히 가소성이 줄지만, 상위 계층의 피질 영역들은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평생 유지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성인이 50대나 60대에도 악기 연주나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교육적인 개입이, 특히 신속하고 강도 높은 교육적 개입이 기적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수학자의 뇌는 대체 어떻게 그 복잡한 수학 등식에 대해 이렇듯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할까? 뇌 영상 촬영을 해 보면 이 같은 수학 등식은 좌뇌와 우뇌 양쪽 모두의 후두부 측면을 파고든다. 수학 교육을 받은 수학자의 이 뇌 영역은 대수식에 대해 일반인보다 훨씬 크게 반응한다. 그리고 여기서도 역시 얼굴 인식 기능과의 경쟁이 목격된다. 단 이번에는 얼굴에 반응하는 피질 영역들이 좌뇌와 우뇌 모두에서 위축된다. 읽기를 배울 때는 얼굴 인식 기능이 좌뇌에서 밀려나 우뇌로 이동하지만, 숫자와 수학 등식을 깊이 파고들 때는 좌뇌와 우뇌 모두에서 얼굴 인식 기능이 영향을 받으며, 결국 얼굴 인식 시각 회로 자체가 크게 위축되는 것이다.   

 

- 수학자들의 경우 평생 수학 공식을 다루다 보니 얼굴에 대한 반응이 약해지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수학 공식을 푸는 게 사회적 교류를 하는 것보다 더 쉽다 보니 등식의 바다에 빠져 지내는 걸까? 그 답이 무엇이든 피질 경쟁은 엄연히 실재하는 현상이며, 얼굴에 대한 우리 뇌의 반응은 학습 또는 학교 교육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해, 뇌를 스캔해 보면 어떤 아이가 수학이나 음악 또는 읽기를 배웠는지 여부를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신경세포 재활용은 분명한 사실이다.   

 

- 호기심이 충족되기도 전에 곧 그 답을 알게 된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도파민 회로가 자극받는다. 그러니까 긍정적인 일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나름의 보상이 따르는 것이다. .... 실제로 신경생물학적 연구들에 따르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정보의 발견은 우리 뇌 속에서 나름대로의 보상을 받는다. 도파민 회로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 결국 이 시스템은 자연스레 스스로 가장 많은 걸 배울 거라고 믿는 분야들에 집중하게 되는데, 카플란과 오데이에에 따르면 바로 이런 것이 호기심의 정의이다. 

 

- 이런 비전의 호기심을 통해 우리는 흥미로운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즉 아이들이 계속 호기심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직 모르는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메타인지 metacogntion'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인지의 상위 인지이다. 우리의 정신 과정을 모니터 하는 보다 높은 차원의 인지 시스템이다. 호기심은 우리 뇌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어 하는 것 사이의 괴리에서 생겨난다는 호기심 괴리 이론에 따르면, 메타인지 시스템은 우리의 학습을 끊임없이 관리 감독하며,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인하고, 옳은지 아닌지 또 학습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 등을 평가한다. 메타인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아우른다. 

 

- 실수는 배울 때 쓸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실수와 배움은 사실상 같은 말이다. 모든 실수는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 그리고 유머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실수를 하더라도 일단 시작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도 없다. 개선 방법을 알려 주는 피드백을 받는 한 실수는 늘 용납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러 피드백이 배움의 세 번째 기둥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 변수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받는 에러 피드백의 질과 정확도가 높을수록 배우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 

 

- 두 미국 연구원 로버트 레스콜라 Robert Rescorla와 앨런 와그너 Allan Wagner가 다음과 같은 가설을 내놓았다. 뇌는 자신이 예측하는 것과 실제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서 괴리를 인지할 때만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어떤 배움도 에러 신호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생명체들은 자신의 예상과 다른 일이 일어날 때만 배운다. 다시 말해, 예상 밖의 놀람은 배움의 기본 동력 중 하나인 것이다.  
 

- 쥐의 뇌는 이렇게 전날 경험한 활성화 패턴들을 빠른 속도로 재연한다. 매일 밤에 낮의 기억들을 재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재연은 해마 안에만 국한되지 않고 피질 전체로 퍼지며, 그렇게 해서 시냅스 가소성 및 학습의 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밤에 일어나는 재활성화 덕에, 우리의 삶에서 단 한 번 있었고 그래서 우리의 일화 기억에 단 한 번 기록된 일도 밤에 수백 번 재연된다. 그 같은 기억 전환이 수면의 주요 기능일 수도 있다. 
 

- 그러면서 케쿨레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신사 여러분, 꿈꾸는 법을 배웁시다. 그러면 진리를 배우게 될 겁니다."

 

- 게다가 그런 결과는 참여자들이 하루 중 어느 시간에 테스트를 받았는가와 관계없이 동일했다. 따라서 경과 시간은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수면을 취했을 때만 통찰력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잠자는 시간의 통합 과정에서 기존 지식만 강화되는 게 아니다. 낮에 발견한 것들이 단순히 저장만 되는 게 아니라, 보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형태로 재코딩되기도 하는 것이다. 

 

- 미래에는 지능 있는 기계들도 우리처럼 잠을 자야 할까? 어처구니없는 질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어떤 면에서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기계들의 학습 알고리즘 역시 우리가 말하는 수면 비슷한 통합 단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컴퓨터 과학자들은 그간 수면-기상 사이클 비슷한 학습 알고리즘을 이미 여럿 디자인한 바 있다. 

 

- 이런 견해에 따르자면, 꿈은 향상된 이미지 훈련 세트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우리의 뇌는 현실에 대한 내부 재구축을 통해 낮에 있었던 제한된 경험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또한 잠은 모든 학습 알고리즘들이 직면하고 있는 한 가지 문제, 즉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는 듯하다. 뭔가를 배우기 위해, 오늘날의 인공 신경망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너무 짧고, 우리의 뇌는 낮 동안 끌어 모을 수 있는 제한된 양의 정보를 가지고 모든 일을 해내야 한다. 따라서 잠이야말로 우리 뇌가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평생 가도 다 경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잠자는 시간에 아주 빠른 속도로 경험해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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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은 경험론자들이다. 영국 계몽주의 시대의 철학자 존 로크 John Locke(1632-1704)를 비롯한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지식을 받아들인다고 추정했다. 그 관점에서 볼 때, 피질 회로의 핵심적인 특성은 '가소성 plasticiy, 즉 외부 입력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실제로 '뉴런 neuron, 즉 신경세포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호들에 따라 자신의 시냅스를 끊임없이 조정해나가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만일 그게 뇌의 주요 동력원이라면, 외부로부터의 시각적 입력과 동적 입력을 박탈당한 우리의 어린 펠리페는 모든 능력이 제한된 인간으로 전락했어야 옳다. 대체 어떤 기적이 일어났기에 그 아이는 완전히 정상적인 인지 능력들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 내가 보기에 결국 답은 한 가지다. 뇌라는 건축물의 뼈대는 건축가의 지침(우리의 게놈)에 따라 세워지지만, 세부적인 것들은 별도의 프로젝트 관리자의 몫이며, 그 관리자가 도면을 지형(환경)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다. 

(리뷰자 주 : <7인의 집행관>에서의 시스템처럼.)

 

- 이런 문제에 자주 부딪치는 컴퓨터 과학자들은 많은 방법을 동원한다. 대개 최상의 매개변수들을 찾는 데 약간의 무작위성을 도입하고 있다.  

(리뷰자 주 : 우연과 돌연변이가 가지는 중요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또한 어떤 머신러닝 알고리즘들은 종의 진화를 지배하는 다윈의 알고리즘에서 영감을 얻어, 매개변수 최적화 과정에서 전에 발견된 해결책들의 무작위 결합 또는 돌연변이를 활용한다. 생물학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런 돌연변이의 속도는 적절히 통제되어야 한다. 위험한 시도들을 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이다.  

 

- 또 다른 알고리즘은 금속들을 '담금질'함으로써 그 특성을 최적화하는 걸 배우는 대장장이들의 대장간에서 영감을 얻었다. 누가 아주 강한 칼을 만들고 싶어 한다면, 금속을 더 낮은 온도에서 여러 차례 가열해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될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담금질을 진행한다. 그 과정이 이제 컴퓨터 과학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담금질 흉내를 낸 알고리즘이 점점 낮아지는 가상의'온도'에서 매개변수들 안에 무작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 용어들은 여전히 애매하며 계속 변화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기억을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작업 기억, 일화 기억, 의미 기억, 절차 기억.'

 

-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 우선 '빈 서판 The bank-slate' 추정은 분명히 잘못됐다. 아기들의 뇌는 태어날 때 이미 상당한 핵심 지식을 갖고 있다. 신생아들은 이미 앞으로 살면서 부딪칠 환경에 대한 보편적 추정을 이미 충분히 가지고 태어난다는 얘기이다. 아기들의 뇌는 태어날 때 이미 잘 조직화되어 있고, 물체, 사람, 시간 공간, 숫자 등 모든 종류의 영역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보인다. 아기들은 통계학적 능력도 대단하다. 태어나자마자 이미 신출내기 과학자처럼 행동하며, 정교한 학습 능력으로 세상에 대한 가장 적절한 모델들을 스스로 만든다. 

(리뷰자 주 : 다행이다. <빈 서판>은 읽다가 포기했었는데 앞으로도 포기하는 것으로.)

 

-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글 읽는 게 서툰 사람에게서 더 활성화되는 뇌 영역도 있을까? 그리고 읽는 걸 배우면 어떤 영역의 활성화가 줄어들까? 답은 '예스'다. 문맹자의 경우 얼굴에 대한 뇌 반응이 더 강렬하다. 글 읽는 게 능숙해질수록 글자들이 자신이 들어갈 틈새를 찾는 좌뇌의 그 영역, 즉 뇌의 우편함 영역에서 얼굴에 대한 반응이 줄어든다. 이는 마치 뇌가 피질 안에 글자들이 들어갈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이며, 그래서 뇌의 이 영역에서 이전에 하던 기능, 즉 얼굴과 물체를 알아보는 기능에 영향이 간다는 뜻이다.  

 

-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천성과 교육 논란에서 양쪽 주장이 다 옳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뇌는 조직적이면서 동시에 유연하다. 모든 아이들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선택되고 유전되어 온 전문화된 뇌 회로들을 갖고 태어난다.   

 

- 주의는 적절한 정보를 선별하는 데 워낙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뇌의 여러 회로 안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심리학자 마이클 포스너 Michael Posner는 중요한 주의 시스템들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한다. 
'1. 경계, 2. 정향, 3. 집행.'

 

- 미국 심리학의 창시자 윌리엄 제임스 wiliam James (1842-1910)는 자신의 저서 《심리학의 원리 The Principles of Psychology>(1890)에서 주의의 방향 설정 기능에 대해 멋진 정의를 내렸다. "외부로부터의 수많은 대상들이 내 감각들을 자극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내 경험 속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왜? 내 주의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의를 두기로 한 것들만 내 경험이 된다. 내 마음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대상들만 말이다." 

 

- 피질의 한 영역을 더 밝히기 위해, 뇌의 주의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영역들의 밝기를 떨어뜨린다. 이 메커니즘은 간섭하는 전기 활동의 파동에 의존한다. 즉 뇌의 한 영역을 진압하기 위해 뇌는 그 영역에 알파 주파수 대역(8-12 헤르츠)의 느린 파동을 쏟아부어 뇌 회로가 일관된 신경세포 활동 발달을 방해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무언가에 주의를 둔다는 것은 원치 않는 정보를 억제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뇌는 자신이 보지 않기로 선택한 것들을 보지 못한다. 정말 보지 못할까? 그렇다. 문자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비롯한 여러 실험의 결과로 주의를 두지 않는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밝혀졌다. 

 

- 읽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발음 중심의 훈련이 꼭 필요한 것이다. 글자와 음의 관련성에 주의를 두어야만 적절한 읽기 회로가 활성화되고 적절한 형태의 학습이 이루어진다. 

 

- 간단히 말해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두 가지 학습 모드를 병행한다. 하나는 뛰어난 과학자처럼 외부 세계를 상대로 각종 가설을 직접 검증해 보는 적극적 학습 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적인 검증 없이 다른 사람들이 전해 주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적 학습 모드이다.  

 

- 지식에 대한 적극적 검증, 단순히 전해 들은 말의 수용 거부, 각종 의미에 의한 개인들의 구성은 잘못된 구전과 가짜 전문가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여과장치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가지 학습 모드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학생은 선생님의 지식에 관심과 신뢰를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자주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자기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 이 경우 결과는 확실하다. 물체와의 적극적 상호작용으로 도움을 받은 그룹이 훨씬 잘 배운다. 보다 깊이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정보 습득 및 기억에 더 효과적인 것이다. 

 

- 그러다 컴퓨터 과학 석사 과정에 들어가면서, 내가 부족한 게 턱없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그간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의 깊은 논리적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그리고 그걸 분명히 해 줄 적절한 조치도 없이 내내 땜빵 식으로 덮고 넘어왔던 것이다. 이것이 아마 발견 학습의 가장 큰 폐단 인지도 모른다. 학생들로 하여금 어떤 분야의 보다 깊은 개념들을 제대로 알아 볼기회나 방법도 주지 않은 채 마치 그 분야를 마스터했다는 착각을 안겨 준다. 

 

- 이제 개는 벨소리와 먹을 것 간의 연상 지식을 전혀 습득하질 않는다. 결국 먼저 배운 원칙이 두 번째 원칙을 배우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 캐럴 드웩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요소들이 다 같다고 가정할 경우 사고방식은 학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사람은 발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지면 그 자체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반대로 사람의 각종 능력을 이미 정해진 고정불변이라고 믿고 재능을 타고났든가 그렇지 않든가 둘 중 하나라고 믿는 아이들은 학습 성과가 안 좋다. 실제로 그런 고정형 사고방식은 학습 의욕을 겪는다. 또한 주의도 적극적인 참여도 어렵게 만들며, 각종 실수들을 타고난 열등함의 증거라고 믿게 만든다. 

 

-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실수한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런 일로, 우리가 뭔가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절대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뿐이다."라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말을 상기해 보라.  

 

- 이런 이유로 과한 학습도 늘 도움이 된다. 어떤 지식이 완전한 내 것이 되기 전까지는, 그 지식을 재검토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특히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계속 학습 성과를 높여 준다. 게다가 우리 뇌의 입장에서 반복 학습에는 다른 이점도 있다. 우선 반복 학습은 어떤 지식이 무의식적인 지식이 될 때까지 계속 우리의 정신 작용들을 자동화시킨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펴볼 배움의 마지막 기둥인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기', 즉 통합이다. 

 

- 우리는 이미 학습에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둘 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걸 살펴보았다. 모든 내용을 하루에 몰아서 벼락치기하는 것보다는 분산해서 학습하는 게 더 낫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뇌는 매일 밤에 낮에 배운 것들을 통합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30년 간 있었던 가장 중요한 신경과학 분야의 발견들 가운데 하나이다. 

 

- 수면시간은 단순히 아무 활동도 안 하는 기간이거나 우리가 깨어 있는 안 뇌가 축적한 폐기물들을 수거하는 기간이 아니다. 그와는 정반대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의 뇌는 계속 활동한다. 그러니까 특정 알고리즘을 작동시켜 전날 기록한 중요한 순간들을 재생해 보며, 서서히 그것들을 보다 효과적인 기억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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