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최상희] 마령의 세계

일루젼 2021. 8. 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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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상희
출판 :  창비
출간 :  2021.06.25


 

장기와 마녀라니.

신기한 조합이라 생각해 가볍게 읽었다.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적절하다. 

즐겁게 후루룩 읽을 수 있다.

 

장기의 룰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체스와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읽었다.

예전에 <에셔의 손>에서 체스 오류를 발견하고 문의해서 정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설명하는 대로 따라가며 읽다보니 이상해서 발견했던 것인데, 이번에도 대국을 그려보며 읽어볼까 하다가 가뿐히 포기.  

 

청룡과 은여우, 장기와 마녀라니. 이 조합에서라면 만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 이랑은 순발력이 뛰어나다. 바꿔 말하면, 당장 해결해야 할 눈앞의 문제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묘주는 전체 흐름을 읽는다. 당장은 내주더라도 조용히 기다려 결정적인 순간에 판의 흐름을 단숨에 바꿔 상대방의 숨통을 쥔다. 바로 이런 순간이다.

 

-  장기를 둘 때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 전반적인 모양을 살펴 말을 움직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상대의 움직임을 살펴 의도를 파악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즉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상대편의 작전을 간파하고 나의 전략은 은폐한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길을 열어 상대를 유인한다. 이기기 전까지는 한 수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런 수싸움이 바로 장기의 묘미다.

 

- 그렇다. 나는 천체 과학부다. 우주와 별을 탐구하는 동아리. 모름지기 마녀는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고 하늘의 움직임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 나는 상대방의 수를 헤아려 보려 한다. 상대의 수에는 반드시 의도가 있다. 원하는 대답을 나는 내주지 않는다.
"그럼 너희는 왜 여기 있는데?" 
영문 모를 소리라는 듯, 네 사람은 빙긋 웃기만 했다. 누군가는 분명 내 질문의 뜻을 알아챘을 것이다. 어쩌면 모두.

 

- 윤금주 씨가 푸른색 말, 내가 붉은색 말을 쥐었다. 대개 잘 두는 이가 붉은색을 잡는다. 실력이 비슷한 경우에는 연장자가 붉은색을 잡았다. 우리의 실력은 엇비슷했다. 하지만 윤금주 씨는 개의치 않고 늘 제비로 말을 결정했다.

 

- 대마녀가 회의장에 나타났다. 널찍한 사각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던 마녀들이 일어나 예의를 표했다. 회의에 소집된 마녀는 열다섯 명. 모두 뛰어난 마녀들이었다. 능력이 탁월하고 영향력이 크고 업적 또한 대단했다. 그들은 서로 친구일 수도, 친구를 가장한 적일 수도 있었다.

 

 - 나는 불길이 치솟는 도시가 지옥의 모습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옥은 그런 게 아니었다. 일상이 무너지는 게 지옥이었다. 작고 사소한 것들로 유지되는 곳이 세상이었다.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이 사라진 세상은 지옥과 다르지 않았다.

 

- 마녀의 수련 과정은 길다. 어머니 마녀에게서 마법을 전수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스스로 익히고 경험하며 능력을 길러야 한다. 평생 수련의 연속이다.

 

- 로저 젤라즈니, 셜리 잭슨, 레이 브래드버리. 신비롭고 기이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쓴 작가들, 나는 그들의 열렬한 팬이다. 낡은 집과 고성, 그곳에 사는 기묘한 존재들, 성에 사는 소녀들의 이야기에 나는 늘 끌렸다. 언젠가는 그런 소설을 써보고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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