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라미] 은돌아, 산책 갈까?

일루젼 2021. 8. 2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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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라미
출판 :  미메시스
출간 :  2019.12.26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런데도 사랑해주어서 고마웠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해주었던 친구들에게 감사를 담아.

 


즐거웠던 것들이 의무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저 더는 즐겁지 않아진 것이라면 다른 것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묘한 찝찝함이 남아 불쾌하다. 그런 점에서 습관화된 것과는 조금 다르다. 습관은 건너뛰었다고 해서 죄책감이나 부채감이 들지는 않는다.

 

이전만큼 즐겁지는 않은데, 하지 않기에는 불편한 지점. 

 

그럴 때는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잠깐 거리를 두어보고, 시간을 가져보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침 저녁으로 가을의 냄새가 난다.  

 


 

  

- 슬픔을 뒤집어쓴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겪은 죽음을 없는 듯 대하는 것도 괴롭고 그것에 대해 위로의 말을 듣는 것도 때로는 버겁다. 그래서 나는 슬픔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고 일기를 썼다. 

 

-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은 사람 말고 동물을 잃었다는 이유로 한층 더 외로운 슬픔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보낸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자신이 존재할 이유가 더더욱 절실할 것이다. 한 생명을 돌보다가 빼앗기면 내가 세상에 존재할 이유도 그만큼 희미해진다. 지난 1년 동안은 할 일이 있기에, 그것이 은돌이에 관한 책을 만드는 일이었기에 우울에 빠지지 않고 잘 버텨 왔다. 앞으로도 나는 하염없이, 하염없이 너를 그리워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려고 한다. 언젠가 너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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