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최민호
출판 : 거북이북스
출간 : 2012.03.13
수채화 풍의 섬세한 그림이 훌륭하다.
작가가 실제로 텃밭을 재배하면서 쌓인 에피소드들을 그린 것인데, 식물들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세밀화에 가깝게 그려냈다.
<마이의 곤충생활>이나 <산적 다이어리> 같은 만화들을 좋아하는데 두 만화를 섞은 다음 <리틀 포레스트>로 감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섬세한 그림과 정보 + 실제로 겪은 에피소드와 경험적 지식 + 자연과 자연스러움이 담긴 따뜻한 에피소드.
<외래종> 편에서는 2세대부터 발아율이 급격히 떨어지도록 설계된 외래 종자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언급된다. IMF 때 종자은행들이 대거 해외 자본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일인데, 예전에 읽었던 <몬산토>에 실린 일화가 떠올랐다.
다국적 기업인 몬산토는 자신의 유전자 조작 종자를 사용하지 않는 옥수수 농장이 있으면 수확기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한다. 미국의 경우 옥수수 밭은 정말 광활하지만, 대부분의 농장이 몬산토의 종자를 사용하므로 다른 농장과의 경계에 있는 옥수수들은 바람에 실려온 몬산토 종자의 화분과 수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몬산토는 일부러 그런 지점의 옥수수에 대해 종자 감별을 의뢰한 다음, 특허 및 독점권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반대로도 제기가 가능하다. 몬산토의 종자를 사용하지 않은 농장의 화분이 날아와 유전자 혼입이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고도 제기한다.)
같은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그리고 관련 연구를 상세히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발아율을 조작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무해하면 다행한 일이라 생각된다.
-라지만 이미 그런 종자밖에 구할 길이 없는 품종이 생각보다 많다.
흔히 먹는 청양고추의 경우 몬산토가 합병되며 현재 바이엘이 종자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즉, '한국' 종자가 없다.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로얄티를 지불하고 있는 상태이며, 단년생으로 조작되어 있어 매번 종자를 사서 재배해야 한다. 양파, 고구마 등도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나 하나 먹을거리 잘 챙기는 것이 참 어렵다.
사먹지 않고 요리해 먹는 것도 어렵지만, 직접 키워내지 않는 한 무엇을 요리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니.
환경 상황을 고려하면 자연산이라고 좋다 말하기도 어렵다.
다음 세대의 전쟁은 '식량 전쟁' 혹은 '물 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온다.
산업화와 문명화가 이루어진 도시에서는 자신이 먹을 것을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로도 판단이 어려울만큼 먹거리와 거리가 멀어진 현대인에게, 가장 믿음과 신뢰가 필요한 영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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