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스노리 스투를루손/프란츠 슈타센/이경혜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19.02.27
가볍고 얇은 것들이 읽고 싶어질 때는 동화책이나 어린이용 도서만한 것이 없다.
지엽적인 나뭇잎에 집착하게 될 때, 큰 줄기만 남겨진 어린이용 도서로 읽으면 전체가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 자체로도 즐겁다. 삽화나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쉬운 길로의 도피이냐 아니냐는 이후 원전으로 더 나아가느냐 아니냐로 가름하면 될 것이다.
북유럽 신화들은 신족간의 전투와 협정이라는 장치를 통해 융합을 시도한 흔적이 있다.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 또한 그러하지만, 구전 문화의 특성상 남겨진 전승이 많지 않은 켈트 신화들은 기독교적 탄압과 맞물려 특수성을 띤다.
그 차이점들을 파고들어가는 것 또한 즐거움이겠다.
언어의 날개가 나를 데려가는 곳까지.
- 무녀의 노래는 아득한 옛날의 전설이며, 동시에 미래의 예언이었어. 이제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그 무녀의 노래와 노래에 얽힌 사연이란다.
- 거대한 그 몸이 땀을 흘리자
겨드랑이에서 남녀 거인이 솟아났고
두 발을 비비자
머리가 여섯인 아들도 태어났다네
- 오딘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아흐레 밤낮을 신성한 나무에 매달려 있었네
마지막 밤, 눈앞으로 떨어지는 나뭇가지들이 글자로 보였네
마법의 힘을 지닌 룬문자는 그렇게 태어났다네
- 몇 방울의 그 술을 맛본 자들은
재능은 모자란 채 열망만 높은 어설픈 시인이 되었다네
신이든 인간이든 진정으로 재능 있는 시인을 만나면
오딘은 항아리에서 듬뿍 술을 떠서 아낌없이 나눠 주었네
크바시르의 술을 마신 시인들은 두레박이 우물물을 길어 내듯
마음속 깊이 감춰진 재능을 끌어올려 위대한 시를 읊었다네
- 귀 기울여 들으라, 고귀하신 그대들이여
사악한 로키보다 더 사악한 그의 자식들에 대해 말하겠노라
로키는 흉악한 거인족 여인과 결혼하여 삼 남매를 낳았네
이보다 무시무시한 괴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노라
첫째는 포악한 늑대 펜리르
둘째는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
셋째는 보기만 해도 소름 돋는 딸 헬
로키의 끔찍한 세 자식들은
신들마저도 두려워하였노라
- 아버지도 다르고, 어머니도 다르지만 그들은 같은 로키의 자식이었거늘.
- 숲 사이로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네
태양은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는가?
늑대에게 먹히기 전 태양은 딸을 낳으리
자신만큼 아름답고 눈부신 딸을
태양의 딸은 신들이 죽은 세상을 마차를 타고 오가리
어머니가 다니던 그대로의 길을
모든 것의 종말이 왔지만 한 세상의 종말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으로 이어지리라
이리 하여 아득한 그 옛날의 예언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루어지리라
- 오딘이 말했어.
"이 나무들로 우리를 닮은 인간을 만들면 좋겠군."
동생들은 모두 동의하였어.
"형님, 좋은 생각입니다. 그럽시다."
오딘이 먼저 통나무에게 말했지.
"내가 너희에게 영혼과 생명을 주겠노라."
그러자 통나무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어. 큰 동생도 이어서 말했지.
"나는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의지를 주겠노라."
이번엔 통나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어. 마지막으로 작은 동생이 말했지.
"나는 말하고 듣고 볼 수 있는 힘과 겉모습을 만들어 주겠노라."
그 말이 끝나자 통나무는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어. 남자와 여자였지.
신들은 그들을 미드가르드에서 살게 해 주었어. 그들에게서 인류가 퍼져 나가게 되었단다.
- "당신의 한쪽 눈을 준다면 마시게 해 주겠소."
오딘은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한쪽 눈을 빼 주고, 샘물을 마셨어. 그러자 오딘의 머릿속으로 온 우주의 지혜가 스며들었지.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거란다. 그 대신 미미르의 샘 밑바닥에는 오딘의 한쪽 눈이 잠겨 있게 되었지.
- 오딘은 까마귀 신이라고도 부른단다. 오딘의 양쪽 어깨에 까마귀가 한 마리씩 앉아 있기 때문이야. 까마귀들의 이름은 후긴과 무닌이야. 생각과 기억이란 뜻이지. 새벽마다 까마귀들이 세상 곳곳으로 날아가 온갖 소식을 물고 돌아오기 때문에 오딘은 온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알 수 있었단다.
- "이 궁니르 창은 오딘에게 바치는 창이야. 절대로 목표물에서 벗어나지 않는 대단한 보물이지. 마법의 배는 프레이르에게 바치는 거야. 손수건처럼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지만 부풀리면 신들과 발할라의 유령 병사들을 다 태우고도 남는 큰 배가 된다고. 대단하지? 거기다 이 배가 돛을 펴면 무조건 순풍을 받게 되어 있으니 정말 놀랍잖아? 마지막 보물은 당연하게도 시프 거야. 시프, 머리를 붙여 봐. 머리카락을 잘라 준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하게 될걸!"
- 우리에게 먼저 알려진 <에다>는 아이슬란드의 시인 스노리 스툴루손(Snorri Sturluson, 1179~1241)이 1220년 경에 쓴 <에다>였습니다. 스노리는 아이슬란드의 위대한 시인이기도 했지만 정치가이며 학자이기도 했습니다.
- 또한 스노리는 '무녀의 예언이라는 옛 시들을 주로 인용하 여신화에 대해 말했는데, 그가 인용한 시들이 가득 담긴 오래된 필사본이 그 뒤 실제로 발견됩니다. 서기 800년에서 1200년 사이, 400년 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모인 시들을 양피지에 잘 베껴 쓴 다음 화려한 장정으로 묶은 시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집은 '호화 필사본'이란 뜻의 '코덱스 레기우스(Codex Regius)'란 이름으로 유명해집니다. 6부 45매로 이루어진이 시집에는 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영웅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스노리가 쓴 <에다>와 이 책을 구별하기 위하여, 오래되고 시로만 이루어진 이 책을 '고 에다' 혹은 '운문 에다'라고 부르고, 스노리의 책을'신 에다' 혹은 '산문 에다'로 불렀습니다.
- 이 책은 '운문 에다'에 담긴 신들의 이야기를 골격으로 하고, '산문 에다'의 신화 부분 이야기와 기타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 쓴 책입니다. '운문 에다'의 줄기를 이루는 무녀의 예언을 축으로 하여 그것만으론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을 산문으로 보탰습니다. ... 어린이 여러분이 성장하면 반드시 원래의 '에다'를 찾아 읽어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 > Book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용민] 귀신나방 (0) | 2021.08.31 |
---|---|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0) | 2021.08.30 |
[루이스 캐럴] 실비와 브루노 (0) | 2021.08.30 |
[조현행] 독서의 궁극 : 서평 잘 쓰는 법 - 읽는 독서에서 쓰는 독서로 (0) | 2021.08.28 |
[작자미상] 가윈 경과 녹색기사 (0) | 2021.08.26 |
[최민호] 텃밭 1,2 -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흙의 숨소리 자연의 웃음소리 (0) | 202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