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에노모토 히로아키 /이지현
출판 : 쌤앤파커스
출간 : 2021.08.25
저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힘든 타입들을 약 열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각 유형의 특징과 사고 패턴을 정리한다.
마치 옆에서 함께 뒷담화를 나누는 듯한 친밀한 어조로 설명하고 있지만, 조금 읽다보면 '이 그물망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자세하다. 초반에 깊은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내어 감정적 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너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지 않아?'라는 자아 성찰을 권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자신에 대해 추상적으로 막연히 떠올리는 것과 구체적인 서술을 통해 돌아보는 것은 꽤 차이가 나는 일이므로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신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실제로 그런 이들로 인해 괴로운 상황에서는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원인을 이해하여 대응하도록 노력하고,
때로 필요한 순간에는 부딪치게 되더라도 그런 특성을 이끌어내 행동해야 한다.
즉, 모든 면에는 장단이 있으므로 사실은 그런 특성들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문제가 없다는 메세지다.
이미 문제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일부 소개한다.
일본 특유의 문화상이 보인다 싶은 일화들도 있었다. 회의실의 열쇠까지 빌려놓지 않았다는 부분이나, 서류나 결재 서명의 부분 등이다. 아직까지도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업무를 서면과 도장 결재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대부분이 스마트키를 이용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일화 자체에는 몰입도가 조금 떨어졌으나 저자가 어떤 어조와 상황을 설명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전해졌으므로 큰 문제는 없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제와 수양을, 상대에게는 융통성 있는 응대를 취할 수 있도록-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관찰하려고 노력하라.
그 실천은 무척 어렵다는 것이 문제지만.
- 특히 이런 사람들은 막상 사귀어보면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악의가 있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딱히 큰 피해를 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같이 있으면 견디기 힘들고, 신경이 거슬리고, 피곤해집니다. 맞습니다. 되려 악의가 없고 눈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더 피곤해지는 것입니다. 차라리 대놓고 못됐거나 싸가지가 없기라도 하면 미워하는 연을 끊든 할 텐데 그게 참 애매한 겁니다.
- 혹시 이 글을 읽고 갑자기 불안해지시나요? "아니? 난 전혀 그럴 리가 없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보다는 가능성이 적지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 있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본인만 자각 못 하는 '엮이면 피곤해지는 그 사람일 수도) 어쩌면 당신도 주변 사람들에게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 정중하고 예의가 바르지만 도가 지나쳐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처음 만났을 때는 좀 어색하지만, 여러 번 만나다보면 말을 놓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이 흔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어색합니다. 겸손하다 못해 본인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기까지 해서 뭔가 불편합니다.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 이렇게 겸손이 도가 지나치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본인은 공격할 마음도 트집을 잡을 생각도 없지만, 상대방이 신경을 쓰게 되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으니 같이 있으면 불편해져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은? 이런 사람은 자연스럽게 피하거나 멀리하게 됩니다.
- 이번에 살펴볼 타입은 순서나 규칙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회사에서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중대한 부분도 아니고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업무에서도, 세세한 규칙을 들이밀며 업무 처리를 방해합니다. 한마디로 융통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죠. 특히, 상사가 이런 타입이라면... 생각만 해도 암울하네요. 모처럼 제출한 제안이 회의에서 통과될 분위기인데 이렇게 초치는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사실 무슨 일이든 확실하게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고 막겠다며 결재를 해달라고 사정해도 몸을 사리는 말만 합니다.
- 사사건건 절차를 들이대는 타입에게 '대체 왜 그때 그때상황에 따라 대응해주지 않지?'라며 불만을 느끼는 분이라면 아마 상황을 봐가면서 본인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즉 임기응변에 강한 타입일 겁니다. 바꿔 말하면, 필요 이상으로 규칙에 집착하는 타입은 그런 능력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적절한 판단을 내릴 자신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절차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규칙에 집착하는 사람이 별반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명확하게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자신의 판단력을 믿지 못하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본인이 자유로운 상황에 약하다는 점을 알고 있고, 그래서 임기응변의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합니다.
- 사실 직함은 조직 내부 사람이나 동종 업자처럼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에게만 통용되는 것입니다. 그 밖의 인간관계에서는 무의미하죠. 그런데도 거만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는 행동입니다.
-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공을 세우면 다 함께 기뻐하기 마련입니다. 부럽기도 하지만 동료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것이 상식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타입은 솔직하게 축하 인사를 건네지 못합니다.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나기 때문이죠.
- 공감 능력의 핵심은 관점 취득입니다. 관점 취득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죠. 이런 관점 취득이 불가능한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관점에 빠져서 상대방의 관점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런 타입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보려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나한테 해줬을까?', '내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저 사람은 어땠을까?' 같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하려고도 하지 않는 겁니다. 자신의 관점으로만 상황을 바라보고 판단하죠.
- 이런 타입의 문제점은 감정 컨트롤이 불가능해서 '인지 반응 Recognition response'을 해야 하는 시점에 항상 감정적인, 반응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인지 반응이란 냉정하게 머리로 반응하는 것, 즉 아주 논리적인 반응을 말합니다.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인지 반응이 강한 타입입니다. 실수를 해서 혼이 났을 때 의기소침해지거나 감정적인 반발심을 드러내기보다 '어디가 잘못된 거지? 아, 그걸 고려했어야 했는데!' 하고 실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죠. 반면에 감정 반응이 강한 타입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도 '비난을 받았다!', '혼났다!'에만 정신이 팔려서 '꼭 그렇게 비난하는 듯이 말해야 해? 나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 이 실험을 통해서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쿠르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이와 반대로 능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이를 '더닝 쿠르거 효과 Dunning-Kruger effect'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서 능력이 없는 사람은 본인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물론, 그 사실을 깨닫는 능력조차 낮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무능한 사람일수록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력이 낮으면 '자기인지'가 제대로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미숙하기 때문에 능력을 키워야 1인분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 여기까지 읽고 나면 '그 사람, 참 피곤하다'라고 느끼는 감정에는 본인의 가치관과 평상시 모습이 많이 반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피곤하다고 느끼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부터는 주변의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스스로의 모습도 되돌아보도록 합시다.
- 본인이 엮이면 피곤하다고 느끼는 상대방이, 어쩌면 본인을 보고 엮이면 피곤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나의 상식이 타인에겐 비상식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한쪽이 상대방의 왜곡된 부분을 지적한들 그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본인이 왜곡되어 보일 테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엮이면 피곤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의 가치관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하죠. 그러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거나 짜증이 나는 상대방의 언행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알 수 있고 함께 있을 때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겠죠.
-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주변의 '피곤한 사람'들이 싸악 사라지거나, '아무도 나를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동안 피곤하게 느껴졌던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어서 짜증이 줄고 관용적일 수 있게 되었다'든가 '내가 어떤 사람을 피곤하게 여기는지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오히려 나의 약점과 편견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면 더 큰 바람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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