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나오미 크리처] 캣피싱

일루젼 2022. 1. 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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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나오미 크리처 / 신해경

원제 : Catfishing on Catnet
출판 : 허블 
출간 : 2021.12.08 


 

무척 즐겁게 읽었다. 우선 이 리뷰는 내돈내산임을 밝혀둔다. 

 

<캣피싱>은 재미도 재미지만 내용 안에 담긴 메세지와 설정들이 인상 깊었다. '상용화된 로봇', 'AI의 출현'이라는 키워드만 보면 SF소설인가 싶지만 그 세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봇이 서빙하는 로봇 카페는 지금도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도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다. 드론 배송 역시 미국에선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이런 배경이 실제감을 더해주기 때문일까? 모 거대기업의 동의 없는 녹취 이슈를 포함해서, 소설 속의 내용들은 강한 현실감을 가진다.

가능할 법한 이야기. 큰 재미와 몰입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마음 한 켠이 서늘하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면, <캣피싱>은 청소년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원제인 'Catfishing on Catnet'은 캣넷에서의 온라인 낚시 정도의 뉘앙스를 가진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낚았다', '낚였다'라고 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온라인 소통이 주가 되는 전-중반부에서 채팅 화면을 그대로 표현한 형식은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지칭어나 묘사가 일반적인 소설에서와는 조금 다른 어법을 구사하게 되는데, 그런 점을 일부러 활용한 설정도 흥미롭다. 

 

각 캐릭터들의 닉네임 또한 모두 의미가 있다. '올랜도'의 경우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올랜도는 영생을 살며 남녀를 번갈아 사는 인물이다. 자신을 부를 때 성별이 고정된 지칭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며 고민 중인 인물이 쓸 법한 닉네임이다. 

 

'내가 보이고 싶은 나'일 수 있는 인터넷 소통이 주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 태어날 때 부여받았다는 것만으로 '타인이 보는 나'에 나를 가두어야만 하는가?

아기에게 타투 바늘을 찌르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되겠지만 백신 주사 바늘을 찌르는 것은 허용이 되듯, 누군가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양면적 가치를 가진다. 그렇다면 청소년에게 윤리적 타당성을 가지는 규제는 어디까지일까?

이미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발견해 나가는 아이들에게 감추기만 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을까?

규격화를 벗어난 것들은 무가치한가?

 

그래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캣피싱. 정말 즐겁게 읽었다. 

(그래서 그건 누구야?!)

 


   

- 이코 : 내가 사회공학을 좀 써 볼 테니까 뭐가 나오는지 기다려 봐.

파이어스타 : 사회공학이 뭐야?
이코 : 예를 들자면, 옆집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알고 싶을 때 '안녕, 너네 집 와이파이 패스워드가 뭐야?'하고 묻는 대신에, 옆집 사람이랑 기억하기 쉬운 비밀번호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가벼운 잡담을 나누는 거야. 그러다 보면 상대가 '반려동물 이름을 쓰는 것도 괜찮지' 같은 말을 할 때가 있거든. 

 

- 위층에는 창을 막은 판자들이 허술해서 틈마다 빛이 꽤 새어 들어온다. 배낭에 삼각대가 있으니 삼각대의 마법을 이용하면 부족한 빛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신중하게 조절된 빛의 양으로 결정된다. 이름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다. '포토 photo'는 '빛'이라는 뜻이니까. 카메라 안에 필름을 끼워 찍은 다음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서 빼내 네거티브 필름으로 인화하던 시절부터 사진은 빛으로 만들어졌다. 디지털 사진에도 여전히 적용되는 말이다. 밤에 사진을 찍거나 먼지와 그늘로 꽉 찬 건물 안에서 사진을 찍어도, 아주 많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빛은 있다. 늦은 오후의 햇볕이 비스듬하게 창을 투과하여 겹겹이 걸린 거미집과 먼지와 창가에 걸린 얇은 붉은색 커튼 조각에 번진다.  

 

- 나는 일상적으로 가벼운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공포는 낯설다.  

 

- 대개는 속도 제한을 풀기 위해서야. 인간은 대체로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5에서 15킬로미터 정도 초과해 운전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프로그램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집요하게 규정을 지키거든. 온라인에 차를 탈옥시키는 절차가 올라와 있는데, 그대로 따라 하다 보면 차의 보안 시스템을 망치게 돼. 그 문제를 고치는 방법도 올라와 있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차의 속도가 빨라지게 하는 부분만 읽고 따라 하더라고. 

 

- "올랜도?"

 

- "지능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 아니라 창조자라는 걸 아는 것이고, 지혜는 프랑켄슈타인이 정말로 괴물이라는 걸 아는 것이다."

헤르미온느가 말한다. "캣넷에서 본 글귀지만 그렇다고 진리가 아닌 건 아니죠."

 

- "난 늘 이 AI를 여자라고 생각했어. 아마 내가 여자라서 그랬나 봐. 그녀는 캣넷의 모든 클라우더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와 '그'와 '그들'을 거의 비슷하게 썼어."
"단수형 '그들'이 답이에요." 파이어스타가 말한다. "셰익스피어도 단수형 '그들'을 썼다고요."

 

- "'AI 상자'라는 고전 실험이 있어. 이 실험에서 AI는 가상의 감옥에서 내보내 달라고 누군가를 설득해야 해. 문자를 통한 대화만 허용되지. 실험 결과는 지능을 가지고 속임수를 쓰는 AI가 인간을 설득하거나 속여서 탈출할 수 있다는 거였어." 

 

- "나도 모른다는 얘기야. 그리고 너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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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체크무늬를 입은 야비한 여자애들이 있는 곳."
"그걸 기억하고 있어?"
"그럼,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십대 애들이길래 체크를 제일 잘 나가는 패션으로 생각할까?' 하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나. 정말 이상한 유행이었지."
"그것도 딱 맞는 체크여야 했어."
"맞아, 로열 스튜어트, 체크 중에서도 가장 체크스러운 체크무늬지. 촌스러웠어. 거길 떠나서 다행이야." 
 
 

- 어릴 때는 무엇이 얼마나 비정상인지 잘 알지 못하는 법이다.

 

- 접속하기 망설여지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접속을 해야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게 분명하다. 클라우더에서는 헤르미온느가 각자 제일 무서워하는 것에 관해 '드래블'을 써보자고 막 제안한 참이다. 파이어스타는 '딱 100 어절로 쓰는 이야기'라는 드래블의 개념을 싫어한다. 그 애의 의견에 따르면 그런 규칙은 창의적 글쓰기를 수학 문제로 바꿔 버리는데 자신에게 제일 쓸데없는 것이 바로 또 다른 수학 문제라는 것이다. 마빈이 100 어절만 넘지 않으면 되는 걸로 하자며 타협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불쑥 자신의 글을 내놓는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텅 비어있었다."
"네가 '정말 무서워하는 것'을 밝혀서 약해 보이게 되는 게 그렇게 두렵다면야, 뭐. 좋아." 헤르미온느가 말한다.
 
 

- "헤르미온느, 빈 냉장고가 왜 무서운지 이해가 안 된다면, 넌 먹을 걸 살 돈이 없는 상황을 걱정해 본 적 없는 거야." 

 

- "맞아." 헤르미온느가 말한다. "난 그런 걱정을 해 본 적이 없어. 장난으로 여겨서 미안해."
"고마워." 마빈이 말한다. "그리고 난 장난이 아니었어."

 

- 나는 캣넷을 시작한 이래로 이런저런 클라우더에서 숱한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에 대해 밝히는 것을 봐 왔어. 성 정체성에 관한 것만이 아니야. 오늘만 해도 마빈이 가난에 관해 말했지. 나는 자신이 겪고 있는 정신적 문제들을 처음으로 남들에게 알리는 사람들을 지켜봤어. 중독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러 이유로 자신이 혼자인 것 같고, 이상한 것 같고, 고립된 것 같다고 밝히는 사람들도 있었어. 자신을 드러내고 나면 힘이 생기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짜' 자신을 알아봐 주면 기분이 나아져. 그런 일은 진정한 우정과 관계의 열쇠가 되기도 해. 다들 캣넷에서 진정한 친구들을 사귀는데, 그러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거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여야 하지. 

 

- '쳇 비스킷'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클라우더에서 장난칠 때 자주 쓰는 이름이다. (이름을 모르는 어른을 지칭할 때 주로 쓴다. 때로는 비스킷 경관, 비스킷 코치, 비스킷 교장 같은 식으로 직책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주소도 없이 이름뿐이다. 캠벨 선생님의 경우처럼 저 드론은 누가 봐도 일반적인 드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물건을 떨어뜨렸다. 

 

- 로봇은 누군가가 물어본 파이 만들기 파티라는 것에 관해 설명 중이다.

 

- "알았어." 차가 정차한 택배 트럭 뒤에 선다. 레이철이 매우 심란한 듯이 엄지로 운전대를 두드린다. 그냥 스케치북을 뒷좌석에 던져둬야 할까 싶다. "이거 뒤에 둘까? 진짜로, 네가 원치 않는다면 보지 않을 거야."
"널 믿어."
학교에 도착하자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한다. 좀 일찍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엔진을 끈 채로 잠시 기다리며 비가 그치거나 잦아드는지 보기로 한다. 레이철이 내 무릎에 있던 스케치북을 채 가더니 세 장을 뜯어서 자기 배낭 안에 있던 폴더에 집어넣는다.

"이제 봐도 돼." 레이철이 스케치북을 다시 건네준다. 

 

- 체셔캣이 마법 같은 AI 능력으로 마이클 퀸에 관해 온갖 조사를 하는 중이다. 레이철은 침대에 누워 있다.

"체셔캣은 뭐, 사립탐정 같은 거야? 다들 십 대 애들이라고 생각했는데."
"홈스쿨링을 하거든." 이걸로 설명이 될까 싶지만 레이철이 "아, 그렇구나"라고 말하는 걸 보니 설명이 됐나 보다.
레이철의 엄마가 방문을 노크한다.

"내일 학교 가야 하는 거 알지?"

뜨끔해서 시간을 보니 벌써 자정이다. 몇 분 후 우리는 불을 끄고 눕는다.
"손 닿는 데에 공책을 둬." 레이철이 속삭인다.

"여덟 살 생일을 기억하라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준 다음, 내일 일어나자마자 기억나는 걸 적어."

 

- 그림이 팔 아래쪽에 다다르자 레이철이 손바닥이 밑으로 가도록 내 팔을 돌리고, 날개 달린 다이아몬드들은 박쥐로 변해 내 팔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몇몇은 곧장 내 손목을 향해 날아가고 몇몇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정말 너무 멋져. 네 그림은 진짜 대단해."
"테셀레이션 기법이라는 거야. 에셔의 해방(liberation)이라는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어."

레이철이 펜 뚜껑을 닫고 휴대전화로 그 그림 이미지를 찾는다. <해방>에서는 삼각형들이 유령 같은 형체로 변했다가 새로 바뀌어 날아간다. 

"네 그림이 더 마음에 들어."

"박쥐가 있으니까 그렇겠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레이철이 웃고 있다.

 

- 좋은 소식은, 그가 내가 쉽게 숨어들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쓰기 위해 그걸 대시보드 위 거치대에 두었다는 거야. 나는 그를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휴대전화의 마이크와 카메라를 켠 다음, 밀피타스까지 가는 내내 그의 얼굴을 지켜보았어. 

 

- 요즘은 길에 다니는 차 대부분에 데이터 연결 기능이 있지. 그쪽 방면으로 가장 발전된 차들은 자율주행도 가능하고. 보통은 에어백이 터졌을 때 구급차를 불러 주거나, 도난 방지 기능이 있어서 주차하지 않은 곳에서 차의 위치가 잡히면 제조사에 경로를 알려 주는 정도야. 마이클이 운전하는 차에는 아주 기본적인 데이터 연결 기능이 있었어. 차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차 안에 두고 문을 잠갔을 때 긴급 지원 서비스가 원격으로 문을 열어 주거나 시동을 걸어 주는 수준이지. 어쨌든 내가 그 차를 추적할 수 있었다는 뜻이야. 원격으로 접근하는 방법만 알면 시동을 완전히 꺼 버릴 수도 있겠지. 내겐 불행한 일이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다른 인터넷 연결장치들을 만드는 회사들보다 해킹에 대한 걱정이 많아. 아무도 냉장고 해킹은 걱정하지 않지만 자율주행 차라고 하면 대뜸 '차가 해킹돼서 사람을 태운 채로 벽을 들이받으면 어떡하죠?'라는 질문부터 나오지. 

 

- "응. 만약 내가 AI고 컴퓨터상에 살아 있는 의식인데, 사람들이 내 코드를 삭제하면 나는 죽는 거잖아? 나는 인간을 죽이는 것도 그 인간의 코드를 삭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살인은 인간의 하드 드라이브를 파괴하는 것에 더 가까운 거 같은데, 그렇지만 내가 이런 은유에 어디까지 동의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레이철이 다 마신 음료수 캔을 찌그러뜨려 쓰레기통에 넣고 두 팔로 몸을 감싼다. 날은 화창하지만 바람이 분다.

"넌 체셔캣이 살아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살아 있는 것처럼." 

"체셔캣에겐 몸이 없으니까 살아 있다는 걸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봐. 으음, 과학적으로 따져 보자면 '생명'의 정의에는 대사 작용이나 호흡 같은 것들이 포함되는데, 확실히 그런 건 없지. 하지만 나는 체셔캣이 하나의 인격이라고 생각해. 그냥 코드가 아니라 반응을 할 수 있는 진짜 인격, 반응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보면 체셔캣이나 우리나 다 코드인 건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도 다들 자고 먹고 뜨거운 것을 만지면 손을 확 떼도록 프로그램돼 있잖아."
"인간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좀 이상해."

"그렇긴 하지."

 

- 올랜도 : 앱을 하나 만들어. 우리가 휴대전화에 깔아 두면 그 앱으로 언제든 너랑 놀 수 있게.
조지아 : 음. 밤낮으로 우리를 지켜본다고? 그건 좀 소름 돋아.

체셔캣 : 너희가 가진 게 일반적인 휴대전화라면 솔직히 앱도 필요 없어. 그냥 허가만 있으면 돼.
파이어스타 : 소름 돋는다는 말을 하자마자 바로 그렇게 얘기하지 말아 줄래?
작은갈색박쥐 : 아니, 좋은 거 같아. 그냥 허가만을 위한 앱을 만들어. 우리가 켜면 너한테 허가를 주는 거고, 끄면 우리에게 사생활을 달라는 거지. 엄청 단순할 거 같은데. 

 

올랜도 : 수업 시간마다 데리고 다녀야지! 그러면 내가 '대체 선생님이 스페인·미국 전쟁에 관해서 하는 말이 무슨 뜻이야'라고 물을 때 네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 아냐.
파이어스타 : 아, 사랑하는 AI 친구! 내가 어딜 가든 널 데려가 줄게! 

 

- 그 다툼을 상상해 본다. 집으로 오는 길에 본 소치 이모는 매우 차분하고 현실적인 사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그 소프트웨어를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을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그 싸움을 상상하면서 내가 주목하게 되는 사람은 엄마다. 뒤로 물러나 앉아서 오고 가는 얘기들을 듣다가, 대화의 결론에 상관없이 자신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 

 

- 줄리가 보낸 새 이메일이 있다. 집을 찍은 사진들과 클라우더에 관한 얘기가 가득하다.

"스테프, 믿을 수가 없어. 여긴 이상한 사람들만 모인 곳 같은데, 이렇게 나랑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정말 처음이야. 한번 들어와 봐."
 

- "... 그게 성별을 구별하지 않으니까. 개는 넌바이너리거든."
레이철이 얼굴을 찌푸리고 나는 넌바이너리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한다. 하지만 레이철이 먼저 입을 연다.

"작년에 브라이어니가 자기를 지칭할 때 '그녀 she' 대신에 '지 xie'를 써 달라고 했다가, 걔 아버지가 완전히 흥분해서는 학교 선생님들한테 그런 걸 허락해선 안 된다고 난리를 친 적이 있어. 선생님들도 애초에 허락할 마음이 없었지만. 그 친구 주변 사람들은 그 애를 그냥 '그들'이라고 불러 주고, 또 그걸 별문제로 여기지 않나 봐?"
"브라이어니는 넌바이어리야?"
"모르겠어. 걔네 아버지가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협박한 뒤로는 그런 얘기를 안 해."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파이어스타도 잘못 불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않아."
"그 애가 실제로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알아?"
나는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레이철을 힐끔 본다. 그냥 모른다고 할까 아니면 그게 왜 나쁜 질문인지 설명해야 할까, 아니면...
"미안해." 레이철이 얼굴을 붉히는 걸 보니 나쁜 질문이라는 걸 깨달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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