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타니스 헬리웰 / 김민주
원제 : Summer with the Leprechauns
출판 : 정신세계사
출간 : 2021.10.08
이전에 판미동에서 출간된 책을 읽어보지 못해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같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저자 타니스 헬리웰이 아이랜드의 한 코티지를 빌려 리트릿(영적 수행을 위한 일종의 은둔)을 계획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친구가 소개해준 곳에서 여름 한 달을 보내기로 했던 그녀는 도착한 첫날 레프리콘 가족을 만난다. 그리고 그와 서로에게 서로를 가르쳐 주기로 약속을 하는데...
저자는 이런 저런 사건들을 겪으며 예정된 기간보다 좀 더 긴 시간을 머물게 되지만 <레프리콘과 함께한 여름>은 첫 달만의 기록이다. 읽는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기도 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것에 기대감도 커진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모두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근 몇 년 간 사람들의 삶에 대한 방향성이 급격하게 변화했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렇게 갑자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은 흐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방향 자체도 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보다 조화로운 삶과 서로에 대한 이해는 비단 레프리콘과 인간 사이에서만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이 책에는 스스로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은 이들을 위한 듯한 10가지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사실 내가 뭔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도 지금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드는데, 할 수 있는 건 조금씩 노력해보고 싶다.
지엽적인 부분들도 조금.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의 그 하인리히 뵐인가?! 싶어서 읽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촛불 명상과 사념체 정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명상을 한다는 이야기나 흘러가게 두라는 말은 몇 번 접했지만 이런 구체적인 서술은 조금 신선했다. 개인적으로는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 그리고 본문 중에 소개된 책들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닿았으면 한다.
아직 여름이 오려면 조금 먼 듯하지만 나만의 '한여름밤의 꿈'을 기다려본다.
- "그렇게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오." 그는 서두르지 않고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있잖소, 엘리멘탈은 인간과 달리 이 행성에서 결코 창조자가 될 수 없소. 인간은 진화를 시작한 그 첫 지점부터 창조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아왔고, 지구는 당신들의 학교라오. 그러니까 인간들은 훈련 중인 신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데, 이는 모든 창조자에게 필요한 것이오. 그리고 인간은 물의 종족을 제외하면, 이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자유의지를 가진 종족이라오."
- 그가 물의 종족을 언급하자 나에게 돌고래들의 이미지가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고, 그가 언급한 말들과 연결된 모든 이미지가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말과 이미지는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가 전달해주는 시각, 청각적 감각과 느낌들을 통해 나는 그의 말을 더욱더 완전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 이해였다. 나는 그동안 내가 일상생활 중에 다차원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아왔음을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레프리콘의 의사소통 방식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와의 의사소통 방식이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방식보다 훨씬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 "엘리멘탈들은 아일랜드에서 좋은 삶을 살았소. 그리고 여전히 다른 많은 지역보다 아일랜드가 더 살기에 좋은 곳이오. 하지만 우리가 살 수 있는 터전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삶의 질도 낮아졌소. 하나의 종족으로서 우리 엘리멘탈들은 죽어가고 있소. 그래서 100년 전, 우리의 진화를 통제하는 존재들이 우리에게 제안을 해왔소. 그것은 바로 엘리멘탈로서의 진화 과정을 계속해가는 동시에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배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소. 이 방법대로 하면 우리도 인간 같은 창조자가 될 수 있소. 나는 이 길을 선택한 최초의 엘리멘탈들 중 하나요."
"오직 사람과 돌고래 종족만이 창조자가 될 수 있고, 엘리멘탈은 창조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요?"
나는 호기심을 느끼며 물었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엘리멘탈이 창조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간의 진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소."
- "인간은 그들의 의지만으로도 엘리멘탈을 다치게 할 수 있소. 말과 행동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요. 실제로 인간은 생각만으로도 엘리멘탈을 파괴하였소. 특히나 지난 100년 동안 인간들은 우리의 존재를 부정해왔고, 우리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으로부터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받지 못했소. 일부 엘리멘탈들은 우리의 존재를 믿는 인간이 전해주는 에너지가 없어서 소멸해버리는 고통을 겪었다오. 그들은 아주 적은 양의 의지를 가진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계속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믿음이 필요했던 것이오."
- 평소라면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발전시켜왔던 의식적, 무의식적 행동 패턴을 모두 깨부수고 더욱 깨어있는 의식 상태가 되고 싶었다. 나는 내가 원할 때 먹고, 자고, 말하는 이러한 익숙한 패턴들이 의식 상태를 둔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반복적으로 유지해오던 관습들을 바꾸어 보면 흥미로운 경험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화가 나거나 우울해질까? 아니면 새로운 관점이나 높은 차원의 깨달음을 얻게 될까? 나는 혼자 생각했다. 의지력을 키우고, 더 확실하게 몸을 통제하고 싶었다.
- "스웨터의 패턴이 다다르고, 독특하거든요."
그녀는 선반 위에 있던 아란 스웨터를 더 꺼내어 다른 패턴의 스웨터들도 보여주었다. 그녀 말에 따르면 스웨터의 다양한 매듭 패턴들은 어부들이 사용하던 매듭에서 착안한 것인데, 각각의 매듭에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가문마다 고유한 패턴이 있어서 누군가가 바다에서 실종되면 스웨터의 패턴을 보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도 했다.
- "물론 당신은 우리보다 밀도가 빽빽한 현실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당신들의 세계에서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오. 하지만 인간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소, 원하는 것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다른 차원에서 먼저 현실로 창조되오. 그리고 소망했던 생각을 성급히 취소하지만 않는다면, 그 소망을 인간 차원으로 쉽게 옮겨올 수 있소."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나는 정확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건지 알고 싶었다.
"인간은 상반된 두 개의 메시지를 우주로 보낸다오. 하나는 자신이 이런저런 것들을 원한다는 메시지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돈이 없으니까 혹은 교육을 못 받았으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이미 그걸 갖고 있으니까 그걸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메시지요. 이처럼 상충하는 메시지를 우주로 내보내기 때문에 인간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거라오."
- "우리는 원하는 것을 생각한 다음 감각을 확장하여 원하는 그것을 보고, 느끼오. 그러면 원하는 것이 나타난다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엘리멘탈이 그렇게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오. 나이가 많거나 더 강력한 엘리멘탈은 원하는 것을 더 잘 실현할 수 있는데, 그건 그들이 이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오."
- "내일 이야기를 더 나눕시다." 그는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질문 하나만 더요." 나는 그를 불러 세웠다. "100년 전에 만났다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요?"
“슈타이너. 루돌프 슈타이너 Rudolph Steiner.” 그의 대답이 희미한 메아리 소리로 들려왔다.
- "인간 세상에는 요정의 세계를 무대로 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군요. 당신들도 인간으로부터 이야깃거리를 얻나요?" 내가 물었다.
"인간들의 이야기 대부분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오." 그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디킨스,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를 떠올려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요. 그들이 쓴 이야기들의 주제는 곧 우리가 인간과 얽히지 말아야 할 이유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인간 이야기는 우리가 집필을 도왔던 이야기들이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같은 것이지."
갑자기 내 머릿속에 한 가지 통찰이 번뜩 떠올랐고, 이 생각을 그에게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들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네요. 그렇죠? 그것들은 개인뿐 아니라 우리 인간 종족을 위한 인간 의식의 기록물이었던 거예요. 이야기는 이름과 같은 거였어요.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흔적 같은 거죠."
"그렇소!"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 "그 화상들은 자네가 불을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그라운딩과 채널링을 하지 않은 상태로 몸에 너무 많은 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네."
고대 엘리멘탈이 격려하듯 말했다.
"자네는 반드시 세상 속으로 불을 흘려보내는 법을 배워야 하네. 그러면 다시는 화상이 생기지 않을 걸세. 불의 엘리멘탈인 내가 자네에게 가르침을 주도록 배정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네. 세상을 만드는, 훌륭하게 균형 잡힌 창조자가 되려면 4대 원소를 관장하는 법을 통달해야 해. 이것이 바로 이 행성을 창조한 존재, 바로 자네가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한 일이라네. 특히 불은 3차원 세상에서 어떤 것을 빨리 만들어낼 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원소지. 그럼 이제, 다시 해보게."
나는 내면의 불에 다시 주의를 집중하며 다시 한번 불이 나를 타고 올라오도록 했고, 온몸에 불이 붙은 느낌이 들 때까지 이것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혹여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주변에 물의 엘리멘탈이 있기를 기도했다. 불이 피어올랐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거의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창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즉시 난로에 불이 타오르는 아늑한 이미지 하나가 떠올랐다.
- 나는 '이 울타리는 고체가 아니야, 단단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갔다가 산울타리를 들이박고 말았다. 그래서 뒤로 다시 물러서며 다른 기법을 찾아보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눈의 초점을 흐렸다. 그리고 동시에, 의지와 시각화의 힘을 결합하여 산울타리를 통과하는 터널을 만들었다. 터널을 통과해서 걸어 나가려고 하는 순간, 말소리가 들렸다.
"멈추세요! 터널을 만들지 마십시오. 그건 마법사들이 하는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은 다른 차원들을 폭파시켜 구멍을 내게 되는데, 그러면 그 구멍이 존재하는 곳의 생명체들은 모조리 죽게 됩니다. 당신은 그런 방법을 쓰는 대신 산울타리의 실체를 봐야만 합니다. 산울타리에는 약간의 물질 원자들만이 있을 뿐, 대부분은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는 말을 마친 뒤 자신의 팔을 산울타리 사이로 통과시켰다가 다시 빼냈다. 나는 그가 한 행동을 똑같이 하는 상상을 했다. 그가 한 일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았다. 문제는 그것을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산울타리에 부딪혔다. 피터 팬처럼 날아보려다 실패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번 여름만 해도 정신력으로 난로에 불을 붙이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연습했지만 그것 역시 실패였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산울타리를 향해 몸을 던졌다. 예상처럼 또 실패였다.
- "인간들이란! 왜 인간들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옭아매는지 모르겠소. 상황이 바뀌어서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잘못된 일인데도 말이오. 그뿐만이 아니오." 레프리콘은 나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가 뭔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더 많이 가지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소."
- "이번 일은 '하겠다고 말한 것은 모두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좋은 연습이 될 거요. 그러니 이것을 훈련이라고 여기시오."
그는 장황한 훈계를 끝마치며 의자 뒤로 기대앉았다. 나는 그에게 인간을 속여 자신들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부추긴 뒤 인간에게 약속한 것들을 지키지 않는, 신뢰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 엘리멘탈에 대해 따져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 친구는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큰 숨을 들이마신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 때문에 당신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나는 독자들이 우리의 입장 역시 수긍할 거라 믿소. 우리는 함께 진화하는 아주 중대한 시기를 겪고 있소."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인간과 엘리멘탈은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한 커플과도 같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커플인 거지. 따라서 자신의 좋은 의도를 서로에게 증명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서로의 환심을 사야 하오."
<인간이 엘리멘탈과 일하기 위한 열 가지 방법>
1. 엘리멘탈의 존재를 믿는다. 인간의 믿음은 엘리멘탈을 강하게 만들고 엘리멘탈에게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2.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산다. 엘리멘탈은 우울해하고 슬퍼하는 인간에게는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
3. 가능한 한 자주 자연의 건강한 장소를 방문하라. 숲을 산책하고, 해변을 따라 걷고, 초원에 누워 새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지구의 올바른 파동과 일치돼라. 그리고 지구가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라. 인간은 이러한 행동을 통해 자신의 주파수를 높일 수 있다.
4.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라. 인간이 자연에 고마워할 때, 엘리멘탈은 인간에게 호감을 느낀다.
5. 나무를 심고, 꽃을 키우고, 새에게 먹이를 줌으로써 자연과 협력하고 자연과 함께 창조하라.
6. 나무와 꽃, 물과 산을 건강하게 하려면 그것들을 돌보는 엘리멘탈에게 에너지를 보내라.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라.
7. 자연에 감사하는 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라. 사랑과 기쁨으로 가르치라. 그러면 인간들은 지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8.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대로 행동하라. 지나친 계획과 체계로부터 자신을 해방하라.
9. 매일 빈둥거리는 시간을 가지라. 당신의 집 안과 머릿속에 빈자리를 만들어 마법이 일어나도록 하라.
10. 당신과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엘리멘탈과 접촉하고 싶다면 조용한 자연 속에 앉아 눈을 감고 그 엘리멘탈을 불러보라. 엘리멘탈의 이야기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라. 그리고 그의 제안에 따라 행동하라. 그러면 그 엘리멘탈과의 관계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 내 마음속에는 깨달음 얻기라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나는 다양한 영성 책을 읽으면서 '집착을 버리고 영적인 삶에 전적으로 헌신하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집, 가족 그리고 일까지 포기했으니 나에게는 집착할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어느 모로 보나 깨달음을 얻을 자격은 충분했다.
-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다른 찻잔 위에 포개어 올려놓았다. 그러자 두 개의 찻잔이 하나로 합쳐졌고, 나는 그 광경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무심하게 행동하는 그의 태도 때문에 나는 그 마법 같은 현실을 당연한 양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맨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군." 그는 두 손을 배 위에 얹어놓고, 선생님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말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우리를 보지 않는다오. 인간은 대체로 많은 시간을 3차원에서 살아가는데, 우리는 인간들로부터 반 차원 정도 떨어진 세계에서 살아가오. 우리가 인간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오. 왜냐하면 인간의 입자가 우리의 입자보다 더 거칠고 밀도가 높으며, 전체적으로 비대하고, 또 우리보다 느린 속도로 진동하기 때문에 그렇소."
그는 사과하듯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지금 내가 말하는 건 당연히 당신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오. 인간들은 자신보다 더 가벼운 진동을 볼 수 없소. 인간은 죽은 이들을 볼 수 없고, 구름을 이루고 있는 존재들도 볼 수 없고, 나무를 자라게 하는 존재들도 볼 수 없다오. 엘리멘탈은 인간들이 이런 것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연민과 역겨움을 동시에 느낀다오. 인간들이 진동 영역대를 올려서 이런 차원들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그동안 해왔던 대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오. 개울물과 나무를 성장시키는 존재들, 그리고 거기에 깃든 생명의 힘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게 개울물과 나무를 죽일 수 있겠냔 말이오... 엘리멘탈 세계에는 이런 이론이 있소. 바로, 엘리멘탈이나 기타 존재들을 볼 수 없도록 인간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입자를 거칠고 촘촘하게 만들었다는 이론이오. 이렇게 됨으로써 인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소. 인간들은 육식을 하고, 폭력적인 영화를 보고, 또 대체로 자신의 신체적 욕구에 집중하고 있소. 이런 행위들 때문에 인간은 엘리멘탈과 자연 안에 깃든 그 모든 생명들을 보기에 지나치게 거친 상태가 되어버렸지. 따라서 인간들은 그것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치 '무생물'처럼 다루고 있는 것이오. 우리는 인간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하는 매우 강력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소. 뭐랄까, 이것은 자유의지의 부정적 측면이라고나 할까."
- 나는 내가 한 행동을 떠올리면서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 의식적으로 나쁜 의도를 갖고 행동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정말 끔찍하네요. 인간이 엘리멘탈에게 그렇게 심한 해를 끼쳤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나는 그가 인간을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그리고 여러 관점을 고려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인간들은 엘리멘탈을 위해 좋은 일을 해주기도 했소." 그가 시인하며 말했다.
"인간들이 우리의 존재를 믿지 않자, 우리는 에너지를 빼앗겼소. 그리고 이를 목격한 우리 중 일부는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소. 우리는 우리의 의지를 발전시켜야만 하고, 더불어 우리 자신을 믿어야만 하오. 이것이 본래의 계획에 따라 예정되어 있던 길은 아니었소. 우리에게는 세상에 기여할 우리만의 재능이 있고,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재능이 있소. 엘리멘탈의 재능은 웃음, 즐거움, 아름다움에 있소. 인간의 재능은 의지, 행동, 실천이오. 본래의 계획에 따르면 인간과 엘리멘탈은 각자 따로 진화하면서 서로를 보완하기 위해 조화를 이뤄야 했소. 하지만 지난 수백 년간 세상은 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소. 그래서 우리의 진화를 통제하는 존재들은 인간에 대한 계획과 우리에 대한 계획을 함께 변경하였다오. 이제 그들은 인간과 엘리멘탈 모두 창조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소. 내가 당신과 일하듯, 엘리멘탈이 인간과 함께 일한다면 이 일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오. 우리는 인간과 엘리멘탈 두 종족 모두를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함께 일할 인간들을 찾는 중이오."
- "그럼 도대체 당신은 무엇을 먹는 건가요?" 나는 인간이 엘리멘탈처럼 먹어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며 방어적인 태도로 질문했다.
"우리는 우유, 버터, 곡물, 과일 그리고 죽임을 당하지 않은 모든 것을 먹소." 그는 우월감이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인간의 진화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오. 당신은 인간들이 예전만큼 소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을 거요. 최근 당신 인간들은 닭고기나 생선을 많이 먹고 있소. 얼마 후가 되면 사람들은 그것들조차 먹지 않게 될 것이오. 대신 채소와 과일을 더 섭취하게 되겠지. 진화를 위해서는 몸이 더 가벼워져야 하므로 이는 필수적인 일이요. 당신들도 훨씬 진화하게 되면 우리처럼 음식의 정수를 흡입하는 때가 올 것이오."
"당신이 먹는 음식 종류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말해주겠어요?"
이번 여름, 가벼운 식이 조절이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질문했다.
"곡물 종류는 다 괜찮소. 그러니 나에게 아침 식사로 포리지를 만들어주어도 되오."
얼굴에 미소를 띤 그는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는 힌트를 주며 말했다.
- 만약 내가 전생에 그리스에서 살았다면, 나는 엄격한 자기 절제와 자기 수양을 추구하는 스파르타인이 아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아테네 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스파르타를 방문하는 기회를 잡고 싶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천천히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던 내게 한 가지 통찰이 보상처럼 찾아왔다. 내가 자기 억압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통찰이었다. 의식적으로 깨어있지 않으면 어느새 내 정신은 이 산책에 목표를 끼워 넣었다. 나는 모든 목적을 내려놓고 나를 둘러싼 풍경의 아름다움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아일랜드의 시골에는 손으로 만져질 듯 생생한 마법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민감한 사람들은 그 마법의 실체를 느낄 수 있다. 산들바람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며 노래할 때면 오라가 정화되고 영혼이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덕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길 위에 선 두 다리가 한층 가벼워졌다.
- "미래에 대해서도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오, 물론이오." 내 친구 레프리콘이 동의했다.
"바로 그것이 인간의 특출난 능력이고, 이번 여름 동안 당신이 나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일들 가운데 하나라오... 인간은 엘리멘탈에게 집중하는 법과 방향을 설정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소.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과 나는 시간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소."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인간은 시작, 중간, 끝이 있다고 생각하지." 그는 학자스러운 태도로 돌아가 말을 이어나갔다.
"인간들은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순간들을 작은 상자들 속에 담긴 것으로 보고 있소. 하지만 그것은 엘리멘탈이 시간을 생각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오. 우리 엘리멘탈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고 고를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가능성에만 매여 있는 법이 없소. 인간은 오직 하나의 과거만 있으며, 오직 하나의 미래만 있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그 미래를 미리 알 수 없다고도 생각하오. 하지만 나는 당신을 보면 이번 생과 그 전생들을 포함해서 당신이 지나온 모든 선택적 시나리오를 다 알 수 있다오. 당신이 당신의 삶이었다고 믿는 한줄기의 전생들뿐 아니라 다른 줄기의 모든 시나리오까지 보인다는 말이오."
- "더불어,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으시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대부분의 것을 실현시킬 수 있소. 이는 매우 뛰어난 힘이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오. 우리 엘리멘탈이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말이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끼어들었다.
"나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요. 거기에는 굉장한 책임이 따르니까요.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내가 실현시킨 어떤 것이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어떡하죠?"
"두려움에 자책이 더해지면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게 되지. 그러면 당신은 그저 작은 꿈만 꾸며 살아갈 것이오."
내 친구는 두 손을 치켜올려 장난스레 격한 감정을 표현했다.
"당신은 자기 자신이 이미 충분히 사랑스럽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오. 당신이 우리에게 그것들을 가르쳐주지 않았소? 지금부터 당신은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연습을 좀 해야겠소."
- "물론이오! 더 많은 인간이 우리를 사랑할수록 우리는 그 감정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소. 또, 내적으로 그 사랑을 똑같이 흉내 낼 수 있다오. 당신도 알고 있다시피,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오."
"서로에 대한 엘리멘탈의 사랑은 변덕스럽잖아요. 그런데 지구를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은 어째서 변하지 않는 거죠?" 내가 질문했다.
"이는 우리 안에 있는 본능이오." 레프리콘이 대답했다.
"엘리멘탈은 아름다움과 기쁨을 창조하고 싶어하오. 그래서 우리가 지구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오. 내가 속한 무리 안에서, 우리는 우리 종족과 지구의 다른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한다오. 이것은 새롭게 배운 행동 양식이라오. 이로써 우리는 자유의지를 배울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우리 선택의 목적이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이것이 보살의 서원(bodhisattva vow)과 유사하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 "우리가 종이에 대고 어떤 생각을 하면, 종이는 우리에게 특정한 이미지들로 그 생각들을 말해주지."
그는 나에게 시도해보라는 손짓을 하며 대답했다. 공책을 다시 바라본 나는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오툴 부인과 나를 볼 수 있었다. 홀로그램에서는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 정확히 똑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인간의 2차원 텔레비전 이미지보다 훨씬 뛰어난 3차원의 이미지였다. 인간의 눈을 가진 나에게는 뿌옇고 옅게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이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내 친구를 바라보았고, 그는 나의 성공에 미소를 지었다.
"우리 엘리멘탈 중에서도 그걸 볼 수 있는 이는 별로 없소. 학자 또는 치유사들이나 볼 수 있는 거라오." 그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엘리멘탈은 당신과 내가 소통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인간이 쓴 책을 읽을 수 있소. 다시 말해 텔레파시지.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읽을 수 있소. 소설책은 한결 읽기 쉬운 편이오. 작가가 그 글을 쓸 당시 떠올린 장면들을 이미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오. 과학책의 경우, 작가가 그 글을 쓸 때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았다면 읽기가 더 까다롭다오. 엘리멘탈의 세계에서는 글을 써야 할 이유가 특별히 없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자재로 생각하고 창조할 수 있는 엘리멘탈이 뭐하러 그런 기억들을 남기려 하겠소? 우리에게는 시공간의 장벽이 없소. 그래서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으며, 과거에 존재했던 것들과 미래에 존재할 것들을 창조할 수도 있다오. 하지만 인간은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언가를 기록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오. 그리고 우리 학자들이 읽기와 쓰기를 배워온 것도 인간이 이것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오."
나는 이제야 엘리멘탈의 읽고, 쓰고, 말하는 방식이 눈, 손, 입의 움직임보다는 마음과 관련 있다는 것을 이해하였다. 또, 인간도 연습만 한다면 이런 방법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 생각이 맞소." 레프리콘이 말했다.
"그리고 미래에 당신도 이렇게 할 것이오. 아틀란티스의 인간들도 이러한 능력들을 갖추고 있었으나 그것을 잊어버렸소. 마음의 힘과 의지의 힘은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데 핵심 열쇠가 되오. 이것은 모든 존재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오. 인간은 엘리멘탈의 세계보다 밀도가 높은 세계에 존재하고 있소. 따라서 어떤 인간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반드시 육체적으로도 일해야 하오."
- "그렇소, 바로 그거요."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인간이 농작물을 키울 때도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오. 농부들은 땅에 씨앗을 뿌리면서 그것이 튼튼하게 자라 좋은 열매를 맺는 장면을 상상하오. 마음속으로 그 이미지를 계속 상상하다 보면 대개 그들이 상상한 것을 얻게 된다오. 물론 씨앗이 건강하고, 땅도 비옥하고, 적절한 양의 햇빛도 있어야 하겠지. 농부는 씨를 뿌리기 위해 자연과 함께 일해야 하오. 아무 곳에나 씨앗을 뿌릴 수는 없는 법이오. 원하는 것을 시각화하는 능력이 있고, 또 자연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인간은 훌륭한 먹거리와 아름다운 정원, 건강한 수목들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오."
- "인간들 대부분은 자신의 올바른 이름을 모르고 있소. 따라서 진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지."
그의 말을 들은 나는 내 이름이 내게 맞는 이름인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나는 내 이름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어머니가 임신 8개월 차였을 때, 부모님이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타니스라는 나의 이름을 들었다고 한다. 두 분의 지인 중에는 타니스라는 사람이 없었고, 다만 가족과 친한 어떤 사람과 만났을 때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였다.
- 나의 이름은 내게 항상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나는 어릴 때 내 이름이 크리 Cree 인디언 말로 '나의 딸'이라는 뜻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한 크리 인디언으로부터 타니스라는 이름이 그들 부족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이름이며, 전체 부족의 딸이라는 뜻과 함께 창조주가 보낸 선물이라는 뜻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러한 경험들 그리고 기타 지표들을 통해, 나는 내 삶의 목적이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나의 레프리콘 친구는 내 생각을 읽고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소, 당신의 이름은 올바르게 잘 지어졌소. 이름에는 반드시 그 사람의 정체성이 담겨야 하오."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때가 잦아요. 그것이 그들에게 맞는 이름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요. 사실, 그들을 다른 이름으로 부를 때도 있어요."
"어쩌면 그 사람에게 맞는 이름으로 부른 것일지도 모르오." 그가 대답했다.
"당신 이름을 얘기하기 전에, 내 이름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나는 그를 놀리면서 말했다.
"잠시 후 내 이름에 대해서 말할 것이오. 그전에, 엘리멘탈이 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소."
- "일단, 우리는 인간들처럼 태어날 때 이름을 짓지 않소. 엘리멘탈은 성장하면서 자기 이름을 찾아가야 하오. 엘리멘탈은 삶의 경험을 충분히 쌓고, 그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선택할 수 있소. 그런 다음, 어른들에게 이름을 올바르게 고른 것이 맞는지 확인을 받소."
- 그의 말을 듣다 보니 인간 사회의 유사한 관례가 떠올랐다.
"일부 원주민 부족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름 하나를 지어줘요. 그리고 그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비전 퀘스트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직접 선택하도록 한답니다.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사건을 통해 자신의 부족으로부터 이름을 부여받기도 해요. 나는 원주민 부족의 방식과 당신 세계의 방식이 관습적인 인간의 방식보다 적절하다고 느껴요. 태어난 아기의 영적 본질과 이어져 있지 않은 사람이 그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이름은 그 사람과 평생 함께하는 거니까요."
나는 다른 본론으로 돌아와 그에게 질문했다.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겠어요. 그런데 엘리멘탈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신은 이름이 자아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고, 엘리멘탈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자아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했잖아요."
"그렇소."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강한 자아를 가진 엘리멘탈이 약한 자아를 가진 엘리멘탈의 생명의 본질을 알게 되면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지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이름을 인간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요."
- 어색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던 우리를 구한 것은 연주단의 등장이었다. 별도의 무대가 있지는 않았지만, 연주자들은 우리 자리에서 두 테이블 떨어진 곳의 의자에 격식 없이 알아서 앉았다. 음악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연주를 듣기 위해 대화를 줄였다. 한 연주자는 파이프를 연주했고(파이프는 스코틀랜드가 아닌 아일랜드에서 발명한 악기라고 한다) 다른 음악가는 아일랜드식 핸드 드럼인 보란 bodhran을 연주했다. 보란은 짤막한 막대기의 양쪽 끝을 사용해서 연주하는 악기다. 연주가 제법 어려워 보였다. 밴조처럼 보이는 악기를 자기 옆에 세워둔 마지막 음악가는 기타를 연주했다.
- 레프리콘은 그다음 날 아침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홀로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일요일은 역시 쉬는 날이지.' 나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가며 생각했다. 이날 저녁에는 촛불을 켜놓고 명상을 했다. 집중력을 높이고 부정적인 생각에 맞서기 위한 훈련이었다.
똑같은 생각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하나의 사념체로 굳어진다. 사념체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다. 매우 강한 사념체 같은 경우는 타인에게 달라붙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생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나는 가부좌로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곧게 편 다음, 일곱 가지의 대죄에 관한 명상에 들어갔다. 내가 그것과 관련하여 어떤 사념체들을 창조해왔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나는 내가 그 사념체들을 만들었을 때 갖고 있었던 본래의 선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러자 색욕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인색함은 원대한 지식과 경험에 대한 목마름에서, 질투는 창조자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나태함은 내게 필요한 것을 창조자가 마땅히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나는 명상을 하면서 나의 부정적 사념체들을 불러냈고, 원래의 긍정적 의도만 남을 때까지 그것들을 에테르체 안에서 녹여냈다. 그런 다음, 나는 강력한 감정을 동반하여 내 몸에 사랑, 수용, 풍요, 믿음을 채워주었다. 그러자 이 선물들을 받지 않으려는 몸의 저항이 느껴졌다. 몸이 나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하지만 나와 완전히 분리된 존재는 아닌 것 같았다. 그 존재는 내 마음, 내 의식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하지만 내 몸과 연결된 또 다른 의식인 것 같았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내가 그 존재에게 물었다. 정적만이 흘렀다.
- "만약 인간이 탐욕, 분노, 색욕, 식탐,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기록하게 돼요. 우리는 당신 몸의 건축가이자 기록자랍니다."
문득, 내가 부정적인 사념체들을 본래의 긍정적인 씨앗들로 대체하는 작업 중에 처음으로 몸의 엘리멘탈을 인식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이것이 우연인지 궁금했다.
"절대 우연이 아니에요." 그는 내 생각을 듣고 대답했다.
"당신은 창조자가 되어가는 여정 속에서 자신이 창조한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중이랍니다. 당신은 이번 생과 다른 모든 생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생각과 기억을 발견해내고, 또 제거하는 중이에요. 나는 당신이 이 과정을 잘 겪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었어요. 당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내 일이기 때문이죠."
"당신의 목소리는 기꺼이 명령에 따르는 이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 나는 유머러스한 말을 던졌다.
이번에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지, 몸의 엘리멘탈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당신을 닮을 수밖에 없답니다."
"계속하세요." 나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음에 신이 나서 다음 말을 재촉했다.
"몸의 엘리멘탈은 몸의 주인과 함께 진화해요."
- 물의 엘리멘탈의 말을 들으니, 내가 여름에 호수나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떠올랐다. 그럴 때면 지적인 사고와는 전혀 상관없는, 태고의 중요한 무엇인가가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가장 뛰어났던 나의 몇몇 통찰들은 샤워 중명상을 할 때 떠올랐었다. 그런데도 나는 전반적으로 물보다는 불과 공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물의 엘리멘탈이 내 생각을 중단시켰다.
"모든 존재는 자신과 조화를 잘 이루는 특정 원소가 있네. 하지만 불의 엘리멘탈이 자네에게 말했듯이, 창조자가 되기 위해서는 4대 원소 모두를 관장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네. 계속 수영을 하게."
- 예상치 못한 방문이기는 했지만, 내가 그의 종족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수년 전에 한 친구가 당신 종족에 관한 책을 나에게 빌려주었어요." 내가 말했다.
"존 우리 로이드 John Uri Lloyed가 쓴 <에티도르파 Etidorpha>라는 책이었어요. 나는 그 책의 내용이 사실인 것 같아서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 개념을 내 현실에서 지워버리고 살아왔어요. 그 개념 때문에 많은 내적 갈등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아주 이상한 일이 있었죠. 나는 친구에게 빌린 그 책을 돌려주고, 새 책을 사러 서점에 갔어요. 그런데 서점 직원은 그 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그 어떤 도서목록에서도 그 책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 "당신은 침대에 누워 있는 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기어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사는 자세히 설명했다.
"당신의 의식이 어디로 가는지 혹은 무엇을 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헷갈려요." 내가 말했다.
"침대에 남아서 몸을 돌보는 존재가 몸의 엘리멘탈이고, 몸을 떠나는 존재가 나의 상위 의식인가요?"
"정확합니다." 대사가 대답했다.
"당신 몸의 엘리멘탈은 잠자는 시간을 사용해서 그날의 기억을 통합시킵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저장하기 전에 기억을 다시 불러오기도 합니다. 기억들에 대해 생각하고 소화시키기 위해서죠. 그러는 동안, 당신의 상위 의식은 다른 세계를 여행합니다. 당신이 이러한 야간여행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만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기억하지는 못할 겁니다."
"죄송해요. 기억이 없네요." 나는 대사를 향해 애교 섞인 미소를 지었다.
"전혀 문제 될 것 없습니다." 대사는 회답 인사를 하며 대답했다.
"당신이 밤에 잠을 많이 자는 이유 중 하나는, 당신의 밤중 의식이 상당히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상위 의식은 자신의 작은 일부분인 낮 동안의 자아, 즉 당신들이 자아라고 부르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 > Book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후다 베르그] 신의 72가지 이름 (0) | 2022.03.03 |
---|---|
[제임스 타이먼] 모세의 코드 (0) | 2022.03.02 |
[존 마크 코머] 슬로우 영성 (0) | 2022.02.03 |
[채사장] 소마 (0) | 2022.01.24 |
[론 자만] 발도르프학교의 수학 - 수학을 배우는 진정한 이유 (0) | 2022.01.16 |
[카를로 긴즈부르그] 밤의 역사 - 악마의 잔치, 혹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의 여행에 관하여 (0) | 202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