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정수진]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일루젼 2022. 4. 14.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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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수진
출판 : 다른  
출간 : 2020.04.20


       

       

'식테크'라는 말을 들었다. 몬스테라 알보 같은 희귀 식물을 키우다 잎이 늘어나면 잎꽂이로 분양한다는 것인데, 잎 한 장에 몇 십만 원이라는 단위에 조금 놀랐다. 자신이 없다면 섣불리 도전할 일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원예를 취미로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행복한 생활 중에 얻는 부수익이면 더 좋겠다- 자신이 초록 손가락이라면 이런 것도 좋은 +a가 될 수 있겠다. 식물로 국한하지 않는다면 국내에는 게코 브리딩이나 스네이크 브리딩 등 다양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생물들을 키우면서 그것으로 수익도 얻는 사람들이 꽤 존재한다.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게 나쁜 것일까? 보통은 '좋아해서 하다가 수입이 생기는 건 괜찮지만 돈을 벌려고 그런 취미를 갖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빠져든 사람들을 보면 그 자체가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되고, 그 둘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단계에 들어서는 것 같다.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생각은 '누군가의 답'이 반드시 '나의 답'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식물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설명하고, 유래나 일화를 풀어 흥미를 끈 다음 해당 식물의 사진을 보여주는 형태의 편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설명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이 먼저 나오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마 상상한 다음 확인하게 하고 싶어 의도한 편집인 듯하다. 

 

'약용식물학'이란 학과목을 참 싫어했었는데, 더이상 노력해야 할 필요가 없는 상태로 그저 흥미로만 읽게 되니 즐거웠다. 

식물에 관심이 생긴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원예'는 왠지 나이 지긋한 어른들의 흔한 취미쯤으로 여겨졌다. 청자 화분에 심은 난 앞에 앉아 애지중지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달까? 그런데 최근 몇 년새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젊은 층으로 번지면서 원예라는 말보다는 가드닝이나 플랜테리어 planttinterior(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 반려식물과 같은 말들이 좀 더 친숙해졌다. 몬스테라는 이런 흐름에 크게 기여한 식물이다. 또한 거실에서 기르는 다양한 원예식물 중 여러 디자인의 모티브로도 많이 쓰인다. 그만큼 그 모습이 조형적으로 아름답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 몬스테라는 멕시코의 자생식물로 본래 덥고 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개는 온실에서 대량 재배한다. 몬스테라의 과실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바나나와 비슷한 향이 나는 열대 과일이다. 지금도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몬스테라를 과실수, 즉 그 열매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재배한다고 한다. 몬스테라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바로 독특한 이파리일 것이다. 속명인 Monstera(몬스테라)는 '괴이한 것', '괴물'을 뜻하는 라틴어 monstrum(몬스트룸)에서 유래했다. 이파리가 이상하고 괴물같이 생겼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 필레아 페페로미오이데스(약칭 필레아 페페)가 관상용 식물로 알려진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레아 페페를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5~6년이 되지 않아, 그야말로 '핫'한 신상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식물은 중국 남부 지방인 쓰촨 성과 윈난성 일대의 산기슭에 드물게 자생하던 녀석이다. 지금은 원예 품종으로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야생으로서의 원종 식물은 워낙 희귀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 필레아 페페는 영어권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중 선뜻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있는데 바로 Missionaryplant(미셔너리 플랜트)다. 해석하면 '선교사 식물'이라는 뜻인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그 이유는 이 식물이 한 선교사의 손에 유럽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1945년 중국에서 선교를 하던 선교사 아그나르 에스페그렌이 윈난성 근처에서 이 종을 발견해 수집했다가 1946년에 고향인 노르웨이에 가지고 가면서 북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자료에 따르면 학계나 시장에서가 아닌, 아마추어 정원사들끼리 꺾꽂이로 나누면서 은밀하게 퍼진 식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면 학명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속명인 Pilea(필레아)를 보자. 이 이름의 비밀은 열매의 생김새에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왜 '소철'이라고 부를까? 그건 이 식물이 쇠약할 때 철분을 주면 살아난다는 옛 기록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철은 모든 생물의 필수적인 구성 성분이자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다. 더구나 철이 부족하면 식물의 잎이 누렇게 변하기도 한다니 이 옛 기록은 꽤 그럴듯한 이야기다. 

- 소철은 말리거나 익히지 않은 날것 그대로는 강한 독성이 있어 이파리든 껍질이든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 소철에 든 사이카신 cycasin은 간이나 신장 등에 암을 유발하거나 신경계 마비를 일으키는 아주 무서운 성분이다. 특히 동물이 섭취하면 매우 위험하므로 집에서 키울 경우 반려동물이 먹지 못하게 조심해야 한다(먹으면 코피를 흘리거나 혈뇨를 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럼 식용으로는 전혀 사용을 못 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줄기의 경우 오랫동안 물에 담가놓으면 독성이 빠져나가는데 이를 발효·건조해 안쪽의 전분을 뽑아 요리에 쓸 수 있다. 그러나 무척 까다로운 과정이기 때문에 과거 기근이 닥쳤을 때 비상식량 정도로만 쓰였다. 그 예로 1920년대 대공황 당시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소철로 연명했는데, 독을 미처 제거하지 않은 소철을 급하게 먹고 죽은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기근과 경제 공황이 겹쳐 일어난 그때의 참상을 이른바 소테쓰지고쿠(地獄: 소철지옥)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 중국에서는 목서의 꽃을 식재료 및 약재로 쓰는데 잼이나 케이크, 와인을 만들 때 풍성한 향을 내기 위해서도 쓰지만, 무엇보다도 녹차나 홍차에 말린 목서의 꽃잎을 넣어 같이 우려내는 계화 차가 특히 유명하다. 계화 차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어 생리불순, 만성피로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꽃이 진 후에는 짙은 보라색 열매를 맺는데 형태와 크기 모두 올리브를 닮았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흔히 Tea olive tree(티 올리브 트리. 차로 많이 먹는 올리브 나무라는 뜻)라고도 한다. 

 

- 계화桂花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계수나무 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목서나무를 계수나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계수나무라고 부르는 식물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계수나무라고 하는 나무는 오색으로 물드는 단풍이 아름다운 낙엽활엽교목이다. 이파리가 달걀 모양이고 나뭇결이 좋아 목재로 잘 쓰인다. 

 

- 우리나라에서는 깨꽃이라고도 하는데 잎 가장자리가 톱니 형태여서 들깻잎과 닮았으며 열매의 겉모습도 깨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5~10월에 밝은 빨간색의 꽃이 가지와 줄기 끝에 피어난다. 특유의 진한 붉은색이 아름다워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기 좋다. 

- 세이지의 종소명 officinalis(오피시날리스)는 약으로 쓸 수 있는 이란 뜻의 라틴어가 어원이다. 속명인 Salvia와 함께 보면 생명을 살리거나 상처를 치료하는 약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 말은 즉, 세이지가 약용식물로서 쓰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약용 살비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세이지는 중세시대에 여러 증상의 치료제로 쓰여 구원자 세이지'라 부를 정도였다. 해열, 소염, 지혈, 진정, 소화, 이뇨 등의 다양한 약효를 갖고 있어 수백 년 동안 온갖 질병의 치료제로 이용되었고 특히 기관지에 좋아 허브 캔디를 만드는 재료로 곧잘 쓰였다. 또한 다양한 육류 요리, 스프, 조림에 풍미를 더하는 용도로 넣는 향신료이기도 하다. 세이지는 양지바르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기 때문에 다소 게으른 정원사, 원예가도 쉽게 길러볼 수 있는 허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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