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일루젼 2022. 5. 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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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나모리 가즈오 / 김윤경

원제 : 動き方 

출판 : 다산북스 
출간 : 2021.04.12 


       

흠. 호평이 많아 읽어보았는데, 나와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모든 열정을 담아, 한 생을 담아 매진하는 것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

 

내가 제기하고픈 이의는, 그렇게 매진해야 할 대상이 과연 '일' 뿐이냐는 것이다. 물론 다른 생계수단이 없다면 그렇게 몰두하는 작업이 '업'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얼마 전 읽었던 <럭키 드로우>의 저자 앤드류는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열정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좋고 싫고를 따지지 말고 무슨 일이건 혼신을 다하면 '좋아하게 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대상이 무엇이건 몰입해 녹아들면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대상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저자는 '일'을 가볍게 생각하고 기피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젊은 세대를 나무라지만, 그것은 저자가 대상을 '업'으로 한정하고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일'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먹고 살기'가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장 주어진 의무에 최선을 다하면 나머지는 해결된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 즉 '의무'이며 그것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통해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 또한 저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들 역시 경제적인 제약을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가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과 자원을 쏟고 싶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세상으로 바꾸어 가고 싶어한다. 그들에게는 주어진 일에 매몰되는 것보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관건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느냐인 듯 하다. 저자는 주어진 것을 사랑하도록 노력하라고 말했는데,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을 메우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두 사람이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저자와 앤드류 사이 어느 지점에 서 있다.

        


   

-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과 매뉴얼은 넘쳐날 만큼 지천에 깔려 있다. 왜 일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면 결과가 나오고 급여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궁리할 필요가 없다. 눈을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쓰고 있지만, 정작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일 자체를 싫어하고, 힘든 일은 웬만하면 피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죽을힘을 다해 일한다'거나 '피땀 흘려 일한다'는 말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부정하거나 고루하다고 비웃는다. 아니,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경시한다. 죽을힘을 다해 일하기보다는 주식 투자처럼 편하게 돈 버는 삶을 동경하거나, 하루빨리 벤처기업을 세워 상장한 후 일확천금을 거머쥐고서 이른 나이에 은퇴해 여유롭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기도 한다.

 

- 한편 일 자체를 두려워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삶을 갉아먹는 고역이라 생각하고, 취직도 하지 않은 채 부모의 그늘 아래서 빈둥빈둥 세월을 보낸다. 왜 사는지, 어떤 사람이 될지 뚜렷한 목표도 없이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마지못해 일하기도 한다.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나, 능력이 있어도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일에 대한 가치관과 마음가짐의 변화가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다. 일하는 것을 필요악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마치 상식이라고 여겨지기까지 한다.  

 

- "왜 일하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버는 건 일을 하는 중요한 이유이자 가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단지 그 한 가지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기 위해 일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면을 성장시키는 것은 스님이 오랜 세월 엄격한 수행에 전념해도 이루기 힘들 만큼 상당히 어렵지만, 일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큰 힘이 있다. 일하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어떤 한 가지를 깊이 연구하고 끝까지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세상사의 본질에 눈뜨게 된다. 깊이 연구하고 끝까지 파헤친다는 것은 그것에 마음과 영혼을 바쳐 핵심을 파악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몸과 마음을 다해 달려들어보라.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반드시 진리와 만나게 된다. 일단 세상사의 본질을 이루는 진리를 알면, 어떤 일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인생은 희망으로 가득 찬 멋진 선물이다. 그런 희망을 누리려면 '내게는 멋진 인생이 열린다'라고 자신에게 계속 속삭여야 한다. 불평불만을 일삼거나, 어둡고 우울한 기분에 젖어 있다거나,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 증오, 시기 같은 감정을 품어선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인생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한 일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밝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일과 인생을 밝혀주는 첫 번째 조건이다. 

 

-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간절한 바람이 잠재의식에 닿을 만큼 미칠 정도로 몰두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면, 또 하고자 한다면 그 일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굳게 다짐하라. 그리고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라. 그 정도의 각오도 없다면, 애초에 일을 시작할 필요도 없다. 

 

- 20세기 초 영국의 계몽사상가 제임스 알렌은 그의 책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기적인 사람이 패배를 두려워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순수한 사람은 두려움 없이 발을 들여놓고 매우 쉽게 승리를 거머쥐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순수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에너지를 더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간절히 품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목표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 이는 교세라와 다이니덴덴이 성장하고 발전해온 역사가 증명하는 진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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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렇게 가혹한 운명으로 온통 뒤덮이고 말 것 같던 내 인생을 단 한 가지 계기로 단박에 새로이 변화시켰다. 생각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모든 걱정과 불안이 말끔히 씻긴 듯 사라졌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하자. 살기 위한 길은 오직 그뿐이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도 고난과 좌절 쪽으로밖에 돌아가지 않았던 내 인생의 톱니바퀴가 좋은 방향으로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내 삶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지고 희망이 넘치는 나날로 바뀌어갔다. 

 

-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근면하다는 것이고, 일에 대한 태도가 언제나 성실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맛보는 진정한 기쁨은 일 속에 있다. 놀이나 취미의 세계에서 기쁨을 찾으면 일시적으로는 즐거울지 모르나 진정한 기쁨을 맛보기는 어렵다. 일은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일에서 충실감을 얻지 못하면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성실하게 일에 몰두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 예전에 텔레비전 방송에서 궁이나 사찰 건축을 총지휘하는 도편수의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무려 60년 가까이 그 일에 인생을 바친 그 도편수의 말을 듣고, 나는 크게 감동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나무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나무라고 해도 말입니다. 나무를 베거나 다듬을 때면 반드시 그 영혼이 내게 건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1000년 된 나무를 사용할 거라면 이후로도 1000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일에 평생을 바치고, 진심을 다해 노력해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마음속을 파고드는 말을 할 수 없다. 그의 말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 삶에 대한 겸허, 그리고 일에 대한 책임감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 나는 이 도편수처럼 평생을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고자 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깊은 감동을 느낀다. 한결같이 자신의 일을 올곧게 갈고닦아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인격의 깊이와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을 마주할 때마다 일하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행위인지를 깨닫는다. 바로 그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일에 몰두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일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독일 영사와 일에 관한 주제로 대담을 나누던 중 이런 말을 들었다. 
"노동의 진짜 의미는 자기가 맡은 일을 달성하고 실적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면을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일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그 일을 하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연마하고 인성을 기르는 데 있다.

 

-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포스테라이트 생산에 성공한 예가 없었다. 그러니 나 자신에게도, 회사에도 포스테라이트 연구 개발은 분명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변변한 설비도 갖추어지지 않은 연구실에서 그야말로 매일 밤낮으로 철야를 계속하며 개발 실험을 이어갔다. 하지만 좀처럼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무척이나 고생했다. 굴지의 파인세라믹 생산 업체들조차 고개를 저을 만큼 어려운 일이었지만, 거의 쓰러지기 직전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런데도 일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결과는 보이지 않았지만 일하는 동안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이렇게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싶었다. 그렇게 나는 최선을 다해 밤낮없이 실험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포스테라이트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여느 날과 같이 그날도 포스테라이트 연결 물질을 생각하면서 실험실을 걷고 있었는데, 무언가 발에 걸려 미끄러질 뻔했다. 무심코 발밑을 보니 실험에 사용하던 파라핀 왁스가 신발에 붙어 있었다. "대체 누구야! 이런 데 왁스를 흘린 사람이!"라고 소리를 지르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거다!'
머릿속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그 자리에서 수제 냄비에 파인세라믹 원료와 파라핀 왁스를 넣어 열을 가해 잘 저어 섞은 뒤 틀에 넣어 성형해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완벽한 형태로 모양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그렇게 만든 성형물을 고온 화로에 넣어 구우면 파라핀 왁스는 모두 타버리기 때문에 완성된 U자 켈시마에는 불순물이 조금도 남지 않았다. 숱하게 고민하던 문제가 단박에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신의 계시'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실제로 해결책을 생각해낸 건 나 자신이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일에 몰두하며 고민에 싸여 있던 내 모습을 보고 신이 가엾게 여겨 지혜를 내려주었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그 후로 나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이 도와주고 싶어 할 만큼 한결같이 일에 전념하게. 그러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분명 신은 손을 내밀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네." 

 

- 내가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한 고통과 좌절은 마치 오셀로 게임에서 검은색 돌이 단번에 흰색으로 뒤집히듯이 나중에는 전부 성공의 토대가 되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괴롭고 어렵다고 생각한 일에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맞선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불러왔다. 내가 맞닥뜨린 고난과 좌절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고, 최대의 행운인 셈이었다. 

- 잠재의식에 닿는 순간 기회가 찾아온다.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그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간절히 바라면 그 생각이 그 사람의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 행동이 다시 생각을 간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간절한 소망은 분명해야 한다. 그저 막연히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이렇게 하고 싶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이 수반된 소망이어야 한다. 먹고 자는 일조차 잊을 만큼 간절히 바라고, 하루 종일 오직 그 일만 생각하면 소망은 차츰 그 사람의 잠재의식에까지 침투한다. 잠재의식이란 스스로가 알지 못한 채 활동하고 있는 정신세계로, 인간의 의식 깊은 곳에 숨어있는 의식을 말한다. 평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생각지 못한 순간에 불현듯 나타나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 반면 평소에 발휘되는 의식을 현재 의식이라고 한다. 사실 인간의 의식 중 현재 의식보다 잠재의식이 차지하는 영역이 훨씬 크다. 또 과거에 반복해서 체험한 일이나 강렬한 경험이 잠재의식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잠재의식을 활용해 순식간에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잠재의식은 잠들어 있을 때도 작용해, 우리의 행동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길로 이끈다. 잠재의식이 가진 놀라운 힘을 운전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땐 손으로 핸들을 잡고 발로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동작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모든 상황을 의식하며 차를 몬다. 즉, 현재 의식으로 운전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운전이 익숙해지면 조작 순서나 방법을 일일이 생각하지 않아도 손과 발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때로는 업무상 발생한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운전하다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무사히 운전하기도 한다. 운전 기술이 우리의 잠재의식에 침투해 현재의 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즉 의식하지 않고도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 일을 할 때도 잠재의식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일을 어떻게 해내고 싶다'라고 간절히 바라면 불현듯 놀라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이 또한 잠재의식의 힘이다. 매일 깊게 고민하면 그동안의 소망이 잠재의식에까지 침투한다. 그렇게 되면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도 생각지 못한 순간에 잠재의식이 가동되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게다가 이렇게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가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어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주는 일도 많다. 이는 틀림없이 '신의 계시'라고밖에 할 수 없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종종 있었다. 

 

- 신규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새로운 분야에 교세라의 기술을 적용하면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다는 확신만 있었을 뿐 사실 우리에게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 기술이 없었다. 게다가 당시 교세라에는 이 신규 사업을 추진할 인력도 없었다. 그 문제로 며칠을 고민하고 있던 중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났다. 어느 모임에서 아는 분으로부터 한 사람을 소개받았는데, 그 사람이 우리가 추진하려는 신규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니 그 사람이 우리가 진출할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깜깜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그제야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을 영입했고, 이후 신규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해나갔다. 이런 일이 우연처럼 느껴지는가? 나는 우연이라기보다는 잠재의식이 작동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항상 그 일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24시간 그 생각만 할 정도로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런 결과를 끌어당긴 것이다. 만약 나의 소망이 단지 바람에만 그쳤더라면, 내가 잠재의식에 이를 정도로 간절히 소망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찾던 최적의 인재를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 곤란한 상황을 만나도 결코 도망쳐서는 안 된다. 어려운 상황에 부딪쳐 발버둥 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이겨내야지' 하고 절박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현상 속에서 갑자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사람은 원래 편안한 상태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를 내몰아보라. 자신도 놀랄 만큼 능력을 발휘하며 성과를 거둘 것이다. 

 

-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잊는 것이 좋다. 그 대신 실패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잘못을 돌아봐야 한다. 어쩌다가 그런 멍청한 실수를 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따져보고 엄격히 반성해야 한다. 충분히 반성했다면, 그다음에는 깨끗이 잊어버려라. 인생에서도, 일에서도 언제까지고 지난 일에 질질 끌려 다니며 괴로워해 봐야 백해무익일 뿐이다. 충분히 반성한 후에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자기반성과 자책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 분명 인생에는 갖가지 고민이 따른다. 하지만 설령 더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과거의 일로 마음을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감성적인 마음이 불러일으킨 괴로움은 없애고 새로운 방향을 향해 새로운 행동을 일으켜야 한다. 이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자세다. 인간은 실패와 실수를 되풀이하며 성장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실패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그것을 교훈 삼아 새로운 행동에 도전하라. 그런 사람만이 설사 궁지에 몰리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 목표 지점을 정확하고 생생하게 그리는 방법은 어렵지만 단순하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시뮬레이션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되겠다', '이런 제품을 만들겠다'라는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절실한 소망으로 끌어올려 하루 종일 그 일만 생각하라. 성공의 이미지가 환히 눈앞에 '보일 때까지' 매진해야만 비로소 소망을 결실로 이룰 수 있다. 이렇게 구석구석까지 명료하게 머릿속으로 그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아마도 처음에는 그저 '생각'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마침내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져 이미 실현된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완성된 형태가 머릿속 혹은 눈앞에 극명하게 그려질 때까지 매진해야 한다. 흑백으로 보인다면 아직은 생각이 충분치 못하다는 증거다. 더욱 선명한 색채로 보일 때까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라. 

 

- 문외한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최고경영자로 이름을 날리고, 그 회사가 남다른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전문가에 비해 지식도 경험도 없는 문외한이 유독 빛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발상' 때문이었다. 문외한은 기존의 개념이나 관습, 관례에 얽매이지 않는다. 초보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자유롭게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교토의 전문 기업들이 성공한 비결이자, 새로운 일에 맞서는 그들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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