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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17

[박권]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 양자역학, 창발하는 우주, 생명, 의미

저자 : 박권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1.10.15 신나게 읽었고, 머리가 좀 아팠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미분 수식들은 더는 친숙하지 않았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며 수식들도 되짚어보고 싶었는데, 중반부터 증명 및 유도는 '맞겠지'라는 믿음으로 흘려 읽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을 무엇에 관한 책이라고 말해야 할지 꽤나 고민스럽다. 가장 명쾌하게 표현하자면 '양자역학'에 관한 책이라고 말하겠지만, 거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는 빛이 질량을 가진 고체가 되는 과정, 별이 만들어낸 원소들이 날아와 움직이는 탄수화물 복합체로 전해지는 과정,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과 엔트로피, 자유 의지와 운명에 관해서까지 설명해 나간다. 다시 말해 양자역학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기보다는, 그것이 물질의 생성에 미치는 영향..

[궤도] 과학이 필요한 시간 - 빅뱅에서 다중우주로 가는 초광속 · 초밀착 길 안내서

저자 : 궤도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10.17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과학도에게 세상은 극소수의 옳은 것과 다수의 옳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not A가 확정적으로 옳지 않은 것이 되는 순간은 가변적이다. 과학이란 학문이 최초의 발생 이후 수많은 단계를 거쳐 '발전'해왔다는 이미지는 또 하나의 환상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한 계단씩 걸어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한 줌의 모래를 움켜쥔 다음 조건에 맞는 것들을 골라내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옳은 것을 '알고' 있는 자와 그외의 것들을 '믿는' 자들은 과학계에서 외부를 바라볼 때 흔히 존재하는 시각이다. 다만 그 '알고 있음'이 관측 시점에 따라 '믿는' 것과 다르지 않은 순간이 발생한다는 점과, 때때로 새..

[백승만]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저자 : 백승만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09.13 나는 지난 서포터즈 활동 도서로 을 골랐었다. 이 책도 흥미로워 보였지만 약대 교양 강의를 기반으로 한 책이라면 이미 학부 때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같지 않아 좀 망설였는데, 최근 펜타닐 사태에 관해서도 다뤄졌나 싶어 따로 구해 읽어보았다. 해당 내용은 없었지만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강점은 '재미있다'는 점이다. 딱딱할 법한 내용이지만 소설처럼 인물을 강조한 일화로 설명하거나, 조금 더 넓은 시간 축에서 그 발견이 미친 영향을 살펴보기에 '그게 어쨌다는 거지?'라는 의문은 생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강의가 전공생 대상이 아닌 일반교양 강의가 아닌가 싶다. 학부 강의는 대체로 기반 지식을 알고 있다는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기획] 아주 구체적인 위협 - 유네스코가 말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달라진 일상

저자 : 이진우 / 민정희 / 김한솔 / 김추령 / 채수미 / 최경호 / 윤순진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09.07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현재 세계 인류가 유래없는 기후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누구나 익숙하게 여기는 '기후 위기'란 대체 무엇이며, 우리는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것일까? 각 분야와 입장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기후 변화와 위기는 단순히 지난해보다 조금 더 춥고 더운 날씨, 잦아진 홍수와 가뭄으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로 인한 질병과 전염병, 닥쳐오는 식량 위기와 멸종, 실업과 돌연사 및 주거지 공동화(空洞化)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실존적 위기였다. 당장 식량 수입이 막힐 경후 자급률이 20% 언저리를 맴도는 한국은 극..

[다른몸들] 돌봄이 돌보는 세계

저자 : 조한진희 / 다른몸들 (김창엽 / 김현미 / 박목우 / 백영경 / 안숙영 / 염윤선 / 오승은 / 전근배 / 정희진 / 채효정)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08.05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돌봄은 특정 상황에서만 존재하는 특수 관계가 아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돌봄'이 없는 세계에서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모든 활동들이 '돌봄'이다. 그것을 스스로는 행할 수 없는, 혹은 행하기 힘든 상황 속에 놓인 이들에게 그것을 제공할 때 우리는 모두 돌봄 노동자가 된다. 근 일주일을 잡고 있었는데도 도저히 마음에 드는 리뷰가 나오지 않아 무척 괴로웠다. 이 책을 읽는 것과 기록하는 것, 양쪽 모두에서 내..

[곽재식]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저자 : 곽재식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08.03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8월 5일, 한국에서 발사하는 첫 달 탐사선 '다누리 호'의 여행이 시작된다. 무사히 5개월 여의 여정을 마치고 달에 사로잡힐 수 있기를. 나름대로 달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만큼 이번 신간에 대한 기대가 컸다. 라니! 무엇보다 다누리 호의 발사와 맞추어 기획된 도서라는 점이 포인트였다. 달에 대한 미신과 환상, 역사 속에 달이 남긴 흔적과 이번 다누리 호의 설계까지 총망라한 '재미있는' 과학 도서! 지식적 측면과 재미적 측면 모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곽재식 작가를 저자로 모셔온 이번 신간!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즐길 거리가 잘 버무려진 책이라고 생각하며, 일독을 추천드리고 싶다. 해당 이슈에 대한..

[궤도] 궤도의 과학 허세

저자 : 궤도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06.22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빨려들듯이 매끄럽게 읽히는 것에 비해 다루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안구의 흰자와 길들여짐의 관계성, 온난화가 초래하는 빙하기, 시선이 양자적 결정에 미치는 영향 등등. 그럼에도 적절한 드립과 예시들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한 핵심들을 쏙쏙 머릿속에 새겨준다. 이 책을 먼저 읽고 를 읽었더라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현재 활동명 '궤도'로 '약', '공진'(현재는 부재), '항성'(비고정 멤버)과 함께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을 진행하고 있다. 현실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실 현실 속의 법칙들을 연구하는 것이 과학이기 때문에 '..

[오누이, 정현욱, 김지원, 황모과, 배명은] 인류애가 제로가 되었다

저자 : 오누이 / 정현욱/ 김지원 / 황모과 / 배명은 출판 : 스토리존 출간 : 2022.06.15 도발적인 제목에 끌렸다. 라니. 지금은 조금 나아진 것 같은데 한창 일에 치여살 때는 누구든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티를 내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분위기에서 그런 날카로움이 묻어났는지 의도치 않은 마찰도 종종 일어났었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살얼음판 같은 일상이었다. (물론 지금도 울컥할 때가 있다. 나는 성인이 되지 못했다.) 삶이 일정 강도 이상으로 팍팍해지면 인간 혐오증이 생긴다는 이론을 믿는 편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체험에 기반한 믿음이다. 굴곡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았다면 좋았겠지만, 그 고저의 높이야 어떠했든 누구나 자신만의 파도를 타는 법이다. (그러나 그럭저럭 안주거리..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 김초엽 출판 : 허블 출간 : 2019.06.24 때때로 지나치게 '주류'로 보이면 비껴가고 싶은 삐딱함이 고개를 든다. 이미 맛집을 검색하고 구매 후기를 확인하는 시점에서 '주류'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임을 인정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을 읽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로 길게 고집을 부려왔다. 읽으면 좋아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 책은 김초엽 작가가 지금껏 발표했던 단편들에 라는 미발표작을 포함해 엮은 책이다. 상대적으로 초창기에 쓰인 글들이 많아서인지 문체와 느낌이 최근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김보영 작가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김초엽 작가의 초기 문체들이 좋아졌다. 어딘지 모르게 조금 더 다정하고, 소설 속에서 다루는 갈등들조차도..

[한은화]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저자 : 한은화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03.23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음 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너무 재미있고, 놀랍고, 부러운 글이었다. "서울 도심에 같이 한옥을 짓고 사는 연인이 있다?" 어느 부분에서 놀라지 않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지 싶다가도, 막상 내 일이 된다면 이들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저자가 글을 너무나도 유쾌하고 유려하게 써놓아서 그렇지 꼼꼼히 뜯어보자면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의 길이었다. 때로는 구청, 때로는 시를 상대로 공문서를 직접 작성해 협상하고, 전혀 모르던 부분인 건축-그것도 규제가 가득한 구도심 구한옥-에 뛰어들어 건축가와 시공사 사이에서 조율해가며 '원하는 바'를 피력했다. 그나마도 대수선도 아니고..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저자 : 김희경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02.22 출판사 제공 서적 꼭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던 차에 '개정증보판'이 발간되었다. 이 책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만 해도 '정상가족'에 대한 이슈는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처럼 파문을 일으킬만한 주제였다. '보통의' 단계를 밟아가는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당연히 가정을 이루어야 하고, 이성애 부모와 아이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전국민적 믿음. 지금은 조금은 달라진 것도 같다.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 때문인지 1인 가구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하고, 본문에서도 등장하는 사유리 씨의 출산 같은 이슈를 거치며 다양성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본 뒤라서 일까.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김대식] 메타버스 사피엔스 -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저자 : 김대식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2.01.21 이 도서는 동아시아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메타버스'라는 표현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접해왔지만, 제페토나 로블록스 안에서의 활동이 확장된 온라인 게임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하다. 현실과 동일한 가상공간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의 매매가 아이템 현질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서도.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아날로그 세계에서의 사건이 연동되는 디지털 세계라면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은 간결하고 직관적인 설명으로 현재의 상황과 그것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이어준다. 메타버스에서 가능한 '정보의 체험', 즉 몸을 가진 embody 정보는 하나의 공통된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저자는 본질..

[나오미 크리처] 캣피싱

저자 : 나오미 크리처 / 신해경 원제 : Catfishing on Catnet 출판 : 허블 출간 : 2021.12.08 무척 즐겁게 읽었다. 우선 이 리뷰는 내돈내산임을 밝혀둔다. 은 재미도 재미지만 내용 안에 담긴 메세지와 설정들이 인상 깊었다. '상용화된 로봇', 'AI의 출현'이라는 키워드만 보면 SF소설인가 싶지만 그 세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봇이 서빙하는 로봇 카페는 지금도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도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다. 드론 배송 역시 미국에선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이런 배경이 실제감을 더해주기 때문일까? 모 거대기업의 동의 없는 녹취 이슈를 포함해서, 소설 속의 내용들은 강한 현실감을 가진다. 가능할 법한 이야기. 큰 재미와 몰입감을 주면서도 동시..

[하미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저자 : 하미나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1.09.15 이 책은 동아시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만약 과거 세대의 고통의 영역이 현 세대의 것과 다르다면, 그것은 환경과 사회가 변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 세대가 자신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것을 고통으로 느낀다면, 사실 과거 세대는 그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괴로웠던 순간, 틀림없이 내 자식에게는 나와 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주리라 결심했을 그들의 다짐이 성공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의 눈에 젊은 세대들이 별 것 아닌 것으로 괴로워한다면, 질문은 '어째서 그들은 나약해졌는가'가 아니라 '어째서 고통은 근절되지 않는가'와 '그 다음 세대에게 닥칠 고통은 무엇이 될 것이며 그것를 줄이기 위해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할 ..

[후루사와 아키라] 빛의 양자컴퓨터 - 광양자컴퓨터의 원리와 이론 그리고 실현을 향한 여정

저자 : 후루사와 아키라 / 채은미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1.08.04 이 도서는 출판사 동아시아로부터 제공받았음 따끈한 신작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동아시아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최근 읽은 과학 도서는 대부분 양자역학을 언급하고 있었다. 한때는 미치광이들의 학문이라 불리던 양자학이 이제는 '합리적'인 설명을 위한 필수적인 학문이 되어가고 있다. 궁금은 하지만, 어려울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가?'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는 일반인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세심하게 설명해준다. 직접 만들어 낼 수는 없어도 향유할 수는 있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런 교양 도서는 일류 쉐프의 가정식 같은 느낌이다. 한계선을 뚫고 지평을 넓히고 있는 연구자들의 생생함을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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