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우아한 형제들] 이게 무슨 일이야 -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우아한형제들의 일문화이야기

일루젼 2022. 8.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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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우아한형제들(김봉진/장인성/한명수/안연주/김범준 외)
출판 : 북스톤
출간 : 2022.06.17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협업'이 정말로 큰 화두일 것 같다.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짙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상상만으로도 힘든 환경이다. 다행히(?) 현재 주직업은 업무 분장이 확실하고, 맡은 시간 동안 자기 몫만 제대로 해내면 되는 일이라 큰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있다. 

 

하지만 부캐, N잡의 시대다. 다양한 것들을 건드려보다 보면 조금씩 타인과의 작업을 진행하는 일도 생기게 되는데, 사회생활 경력으로만 치면 두 자리가 넘지만 팀 단위로 일해본 적은 거의 전무해서 버벅거리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일'이란 무엇인가?

'일'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즐겁게 '일'을 할 수도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이 책을 읽어보았다. 특히 <싫어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법>에 대한 호기심이 컸는데, 꽤나 실질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었다. 싫어하는 행위에도 에너지는 들어가는데, 스트레스까지 받아가며 일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해버리기는 아깝다는 것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상대의 모든 행동을 선의로 해석해보려 노력하기.

러다 보면 가는 말이 고와지고 오는 말도 고와지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일에 대한 세계관, 즉 각자의 가치 체계를 파악하기.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같은 상황에 대한 해석이나 선호하는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관점을 보다 깊게 이해해보기. 

 

세 번째로는 저울질 하기.

사실 두 번째에서 가치관적 문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상대와 나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실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거리를 둘 수 있을 뿐이다. 저자는 '일'이 더 중요한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저울질을 해보고 내게 더 중요한 쪽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답이 안 나온다면?

이 일 아니어도 상관없고, 내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상하는 것이 더 손해라면?

 

네 번째. 도망가라. 도망가도 된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에서 말하는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라는 표현은, 직관적으로는 지각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그러나 해당 파트 저자 김봉진 의장의 말처럼 이것은 약속과 정확함의 문제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면 '일 잘하는 척 하는 법'의 한명수 CCO가 말하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하라는 말과도 연결된다. 12시나 12시 1분이나 그게 그거라는 건 내 생각일 뿐, 상대와 합의한 '12시'는 아니다.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혼자만의 방향성으로 진행해가서는 안된다. 

 

변하고 싶다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의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그대로 살아도 되겠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달라져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지금 뒤집어쓰고 있는 껍질이 좋다면 그것을 핑계삼아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은 자신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첫 걸음이 아닐까. 

 

즐겁게 읽었지만, '우아한형제들'만이 정답은 아니며, 또 '우아한형제들'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이고 수직적이었던 조직 문화에 나름의 유연성과 신선함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며, 그런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일정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다양함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사회, 그것이 수렴과 발산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창조적인' 사회가 아닐까 한다. 

 

 


 

   

- 이 책에는 <이게 무슨 일이야! 컨퍼런스>에서 열린 다섯 세션이 담겨 있습니다.

 

- 2015년에 처음 만들어진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은 우아한형제들 곳곳에 포스터로 붙어 있는데요. 이 내용을 왜 만들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김봉진 의장님이 직접 설명했습니다. 

- '싫어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법'에서는 장인성(CBO) 님이 일보다 어려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혹시 회사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이 챕터는 좋아하는 사람과 일을 더 잘하는 법, 협업을 끝내주게 잘하는 법으로도 이어집니다. 

- '일 잘하는 척 하는 법'에서는 하다 보면 진짜가 되기도 하는 '척'과 부끄러움에 대한 한명수(CCO) 님의 생각을 전합니다. 좀 더 주도적이고 신나게 일하는 방법으로 바꾸어 읽어도 흥미로울 내용입니다.

- '평생 잊지 못할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일'에서는 '피플 실장'이자 피플실의 1호 구성원인 안연주 님이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구성원들이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과도 닿아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일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CEO 김범준 님과 10년 차 구성원의 면담을 담았습니다. 

 

 

 

 

 

- "이게 무슨 일이야?
이 말 해보신 적 있죠? 상황이나 말하는 사람에 따라, 어떤 문장부호가 따라붙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확 달라집니다. 단순한 확인용 질문일 때도 있지만, 황당한 마음이나 조금 화난 마음을 섞어서 쓸 때가 사실 더 많은 것 같아요. '무슨'을 '뭔'으로 바꿔보면 그 느낌이 더 커지죠. 우리는 이 말에 물음표 대신 느낌표를 붙여보면 어떨까요?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재미있을 것도 같고, 뭔가 '대박적인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나요? '와, 이걸 한다고?' '일을 저렇게도 해?' 같은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 무척 기분 좋은 일이죠. 저희는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니라 '일하기 좋은 회사'를 지향하니까요. 실제로 처음에는 그저 색다른 이벤트를 많이 하는 회사, 재미있어 보이는 회사로 봐주셨다면, 언제부터인가 일을 새롭게 하는 회사로 주목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포스터가 SNS에 올라왔을 때에는 저희 구성원보다 외부 분들이 더 크게 호응해주시기도 했고요. 어떻게 하면 우아한형제들처럼 회사 일을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충실하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 어떤 이유에서든 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낼수록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아한형제들도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일하기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오래도록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 '일'을 위한 우아한형제들의 일 문화 이야기 <이게 무슨 일이야! 컨퍼런스>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습니다.

 

- 공감도 공감이지만 논란도 많았죠. 그런데 논란이 많다는 건 문화적으로 굉장히 좋은 거예요. 문화는 각자의 독특한 자기다움이 담겨 있는 것이니까요.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어요. 그 포스터도 그렇고요. 그걸 보고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훨씬 더 좋은, 나은 방법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라고 생각했어요. 

- 조금 비약을 해보자면 그간 다른 회사들은 '큰' 이야기를 해왔어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회사가 될 거야' '인류에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자' '우리 같이 잘해보자'처럼요. 이런 비전도 나쁘지 않지만 손에 잡히는 이야기는 아니죠. '그럼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고, 그 대답을 각자가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우니까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은 조직의 구성원은 각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쓴 거예요.

 

- 신뢰는 전문용어로 팀워크라고도 하죠.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프로페셔널하게 일 이야기만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비정형적인 관계 속에 이뤄지는 것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고요. 회사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보다 수시로 이야기 나누면서 유대와 신뢰를 쌓고, 일할 때는 속도를 내서 일할 수도 있죠. 그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채 일하면 시간이 더 많이 걸려요. 일할 때 '저 사람이 한 말의 의도는 뭐지' '지금 나를 디스 하는 건가' '저 사람이 지금 내 성과를 뺏어가려고 하는 건가' 하면서 경계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서로에 대해 많이 알거나, 어떤 문제로 고민하는지, 어떤 것을 즐거워하는지, 최근에 어떤 영화를 봤는지 알고 있으면 좀 달라요. 업무와 전혀 관계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런 관계가 형성되면 훨씬 쉽게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옛날을 그리워하되 옛날처럼 안 된다고 해서 불만을 갖지 마세요. 안 되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 두 사람이 기억나는데요, 그분들이 각자 구사하는 일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어요. 한 분은 이걸 왜 하는지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합의를 먼저 도출한 후 끌고 가는 스타일이었어요. 중간중간에도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계속 알려주었고요. 다른 한 분은 명성도 굉장히 높고 일도 잘한다고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 새로운 조직에 가면 그동안의 명성 등을 다 내려놓고 처음부터, 정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시더라고요. 구성원들과 팀워크를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그 결과물로 다시 인정을 받았어요. 성과물에 대한 성취감을 구성원들과 나누며 한 단계 높아지는 분이었어요. 두 분 다 지금 저희 회사에 계시네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예요. 구성원들은 처음에 '지각'으로 이해했고 실제로 지각하지 말라는 의도도 어느 정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서로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일을 대하는 태도 이야기예요. 여러 사람이 같이 일하기 위해 모인 만큼 여러 약속을 하죠. 이번 달 성과지표나 매출 목표일 수도 있고요. 가장 상징적이고 일상적인 약속은 회의시간인 것 같아요. 회사에 회의가 없을 수 없거든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회사의 이벤트이자 상징인 셈이죠. 몇 시에 하자고 약속했는데 그걸 어기는 것은 동료에 대한 태도 문제로도 볼 수 있어요. 약간은 긴장된 상태로 회의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는 태도예요. 

 

- 마케팅과 브랜드에 관한 것인데요. 마케팅이나 브랜딩 측면에서 기업철학을 세우는 방법론 같은 것을 계속 연구하게 돼요. 기본적으로 마케팅은 전략, 브랜딩은 철학이라고 하는데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런 거예요.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때 '전략'은 전쟁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항상 상대방이 있어요. 그래서 전략을 세우기 전에 상대방을 먼저 살피는 게 매우 중요해요. 반면 통상적으로 '브랜드 전략'이라고 말하진 않죠. 브랜드는 철학이라고 이야기해요. 철학은 내면을 돌아보는 것이고, 내가 누구인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요. 마케팅과 브랜딩을 같은 부서에서 다루는 조직도 많은데, 이 둘을 분리하는 접근법이 글로벌에서도 잘 통해요. 세세한 부분들은 다르지만 '마케팅을 할 때는 바깥을 먼저 살펴보고 브랜딩을 할 때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살펴봐야 한다'는 뿌리가 되는 생각은 비슷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 서양 사상에서 일이라는 건 징벌 같은 거예요. 기독교 사상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노동을 계속하며 살게 되죠. 그래서 일은 가급적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면서 사는 편이 훨씬 좋은 것 같은 느낌이죠. 기본적으로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일하기 싫어, 일하지 않고 편하게 먹고 살 수 없을까 하고요.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님은 일을 다시 정의해요. '일은 한 사람의 인격을 높이는 훌륭한 도구다'라고요. 일은 계속 자신을 다듬고 수련하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일에 대한 제 태도를 완전히 바꾸게 됐어요. 

- 실제로 이걸 알고 일해보니 사람들과의 갈등 속에서도 나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더라고요. 나는 이런 것, 이런 사람들을 싫어하고, 저런 건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요. 작은 일을 하다가도 어디에서 성취감을 느끼는지 알게 되고, 이걸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더 연마하고 어떻게 봐야 할지 계속 연구하게 되니까 일도 더 재미있어지고요. 그래서 당시 제게 이 책이 굉장히 크게 와닿았어요.

- 최근 인상 깊었던 책은 <돈의 심리학>인데, 꼭 한번 읽어보세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또는 내가 월급 모아서 언제 부자가 되나 하고 생각하잖아요. 돈도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면 잘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에요. 돈을 버는 것과 유지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등 수많은 사례로 다루고 있어요. 돈에 대해 건강한 철학을 갖게 되는 그런 책이에요. 

 

- UI, UX에서도 아키텍처 설계라고 하거든요. 똑같이 건축이라는 용어를 써요. 사람에 대한 관찰과 연구에서 시작되는 게 공간이에요. 디지털 '공간'이라고도 하잖아요. 제가 공간에 관심이 많다는 게 아날로그 공간의 인테리어, 사무 공간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지만 온라인 공간 우리의 서비스 같은 것도 포함하는 거죠. 공간이라는 게 되게 재밌어요. 어떤 집에 가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요.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요. 얼마나 좋은 가구를 갖다 놨느냐 같은 문제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과 소파를 마주 보는 구조로 두는데 그것에 대해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분들도 많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요. 처음부터 집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의도해놓기도 했겠죠. 그렇더라도 어떤 사람은 기본적인 옵션을 깨요. '텔레비전이랑 소파가 왜 마주 보고 있어야 해' '소파는 왜 거실에 있어야 해'하면서 의문을 갖는 거죠. 소파를 빼고 식탁을 길게 놓고 가족이 무언가를 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잖아요. 소파는 그냥 누워버리기 쉬우니까요.  

 


 


도망가세요. 답이 없습니다. 
 
- 성격 나쁜 동료와 일하는 법, <마케터의 일>
 

 

- 제가 쓴 책 <마케터의 일> 중 한 구절입니다. 책을 읽은 분들이 SNS에 가장 많이 공유하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 아래로도 여덟 줄이 더 있는데, 딱 여기까지만 찍어서 올리세요. 그걸 보면서 '아,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 협업하는 동료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구나'라고 종종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떤 강연을 듣거나 조사 결과를 봐도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의 상위권에는 늘 사람이 힘들어서가 있습니다. 상사들, 동료든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겁니다. 번아웃의 원인도 가만히 들어보면 일이 빡빡해서라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인 경우도 많아요.  

 

- 싫어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법. 이 제목을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협조 안 해주는 사람,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고 그냥 하는 사람, 공유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 그냥 하자고 하는 사람, 남 탓하는 사람, 자기만 옳다는 사람, 방어적인 사람... 이런 사람과 일할 때 우리는 답답하죠. 이상한 사람은 아니지만 뭔가 맞지 않는 사람, 그래서 함께 일하기 싫은 사람과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 '의도를 짐작하기'를 멈춰주세요. 선수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이상한 사람도 선수로 만드는 게 기업문화입니다. 이렇게나 중요하다고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기업문화가 좋은 곳에 갈 수는 없겠죠. 혹은 기업문화가 좋은 곳이라 해서 입사했는데 자신이 속한 팀만 안 그럴 수도 있고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의적인 판단을 하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판단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질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습니다. '난 안 그런데'라고 반응하는 분은 아직 자기 파악이 안 된 겁니다. 

 

- 두 사람 다 회의에 늦어서 헐레벌떡 들어왔어도, 한 사람은 원래 시간관념이 없는 사람이라 늦었다고 파악하죠. 저렇게 행동하니까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합리적이고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볼까요. 애초에 그 사람을 왜 싫어했나요. 남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니까 싫어하죠.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나를 무시하는 거니까 싫어하죠. 나만 무시하는 게 아니라 회의에서도 그러니까 싫어하죠. 그러니 싫어할 만하고, 안 그래도 싫은데 싫어하는 짓만 골라하는 것 같고, 그렇구나 싫구나 그렇구나 싫구나 하면서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한번 저 사람 이상하다, 싫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인식을 바꾸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웬만큼 큰 계기가 아니면 바뀌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계기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 상대방을 싫어하고 분노하는 마음은 그 사람보다 나 자신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싫어하느라 내가 일 제대로 못하고 내가 괴롭잖아요. 괴로운 여러분에게 저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의도 짐작하기를 멈춰보세요. 우선 그 사람은 굉장히 좋은 의도로 내게 그랬을 거라 가정해봅시다.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이 앞서 있던 중요한 회의가 늘어지는 바람에 이번 회의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 채 평소 내가 했던 생각과 너무 다르니까 어색할 겁니다. 그래도 한번 그렇게 해보는 거예요. 저 사람이 내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는 나를 불신하는 게 아니라 내가 미처 모르는 중요한 걸 알고 있고, 나 손해보지 말라고 미리 돌봐준 거 아닐까, 말도 안 되는 거짓이라도 괜찮으니 과장해서 그렇게 해석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해석하고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면 나도 모르게 내가 쓰는 단어들이 달라집니다. '너 나 무시해서 그러지'라는 말과 '네가 나를 걱정해줘서 이런 이야기까지 해주는 모양인데'라는 말은 엄연히 다르죠. 그렇게 말을 건네면 상대방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평소보다 한결 호의적으로 이야기해요. 그러면서 상황이 개선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 충분히 이야기했는데도 뭔가 잘 안 돌아가는 경우도 있죠. 이건 일에 대한 세계관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아주 근원적인 이야기지만 여기까지 점검해야 해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 각자 어떤 가치관과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야기 나눠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일은 내 생존을 위해서, 재미없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일 수 있죠. 반면 누군가는 자신의 성취, 성장을 위해서 할 수도 있고요. 일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기쁜 사람도 있겠죠. 일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나도 행복하니까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세계관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 일의 세계관까지 공유했지만 '우리는 정말 안 맞는다' '도저히 같이 일할 수 없는 사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막다른 길에 몰린 셈인데요, 그럴 때에는 우선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데 쓰는 에너지, 싫어하는 그 마음이 중요한지 아니면 내가 맡은 일을 더 잘 해내는 게 중요한지 말입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물어보세요. 그 사람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 할 수 없습니다. 싫어하고 미워하는 내 마음에 집중해야죠. 일의 결과는 잘 나오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만약 자신의 일을 더 잘하는 게 중요하다면 내 일이 다치지 않도록 내 일을 우선순위로 두면 됩니다. 

 

- 어떤 사람들 때문에 내 퍼포먼스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도 그럴 수 있어요. 가족 누군가가 아파서 간호하느라 일에 온전히 신경 쓰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최상의 상태로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건 아쉽겠지만, 괴롭거나 고통스럽거나 후회스럽진 않을 겁니다. 소중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내 시간을 쓴 것이니까요. 반대로 내가 소중히 여기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때문에 내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면 어떨까요.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 사람이 나와 내 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내 감정을 꺼야 합니다. 맹렬히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엄청 좋아하는 마음도 가라앉혀야 합니다. 썩 중요하지도 안 중요하지도 않은 태도로, 마음을 고요한 상태로 꺼두길 권합니다. 어려운 미션이지만 각자의 노하우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 어쩌면 감정을 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싫어하는 사람과 일한다면 일을 더 철저하게 마무리하세요. 인간관계는 상호관계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한다면 그 사람도 나를 싫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 사람 주변에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나서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어요. 그러니 그 사람과 일할 때는 꼬투리 잡힐 것 없이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늦게 회신하지 말고, 매일 하는 일이라도 좀 더 예의 바르고 철저하게 더 잘 챙기면서 일해야 해요. 더 힘들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일의 퍼포먼스는 더 잘 나올 수 있습니다. 싫어하는 사람과 일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좋을 수도 있는 거죠. 

 

-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될 수 있습니다. 할 수 없죠. 그때는 도망가세요. 도망가도 됩니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입니다. 똑같은 인간이 어느 자리, 팀, 회사에서 어떤 사람들과 섞여 있느냐에 따라 일의 성과도 탁월하고 협력도 잘하는 인재가 되기도 하고, 배타적이고 남 탓하는 방어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20여 년 일하는 동안 그 사이를 많이 왔다 갔다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도망가라고 도망가도 된다고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네요. 도망가되, 앞에서 말씀드렸죠? 이번에는 기업문화를 1순위에 두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세요. 어쩌면 우리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 목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탄생부터 마무리까지 해나가는 게 일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유와 목표를 잊고 자꾸 기술에만 집중해요. 데이터를 분석해서 수치를 내놓고 배너광고를 거는 것도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그 뒤에 있는 이유를 소홀히 하면 단순한 과정일 뿐이죠. 나아가 마케터가 갖춰야 할 자질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공감능력과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능력, 문화예술적 감각이 있으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협업 감각이 필요하고요. 

- 공감능력은 그냥 '맞아, 맞아' 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대한 상상력이에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화를 내겠지' '관심을 가지겠지' '내 제안을 거절하겠지' 혹은 '승낙할 수밖에 없을 거야' 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요.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관찰하면서 더 보완되기도 해요. 인스타그램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찰하고 상상할 수 있잖아요. 이를테면 '요즘 20대 사회초년생 여성은 어떤 생각을 할까?'처럼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파악할 때도 공감능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마케터로서의 공감능력은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을 대할 때 더 필요해요. 공감능력이 없으면 상상력이 부족하니 남들이 해놓은 마케팅을 똑같이 흉내 내서 베끼는 것밖에 못해요. 카피 한 줄을 쓰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 거라고 상상하기보다 그냥 흔히 쓰는 문장을 쓰는 거죠. 

 

- 호기심은 한마디로 일상에 대한 공부예요. 마케터는 소비자 전문가, 즉 사람에 대한 전문가잖아요.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열심히 통계자료나 유료 리포트를 들여다보면서 공부하는 사람과, 평소 퇴근 후 보내는 자신의 일상에서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사람의 역량은 확연히 다릅니다. 사회초년생 때야 다 비슷하겠지만 나중에 보면 일의 결과물 차이가 큽니다. 

- 인과관계를 잘 파악하는 능력은 마케터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데요. '생각하는 능력'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일의 원인과 결과를 잘 이어 붙일 수 있어야 해요. 지금 무엇 때문에 일이 안 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른 채 무턱대고 열심히만 하는 사람들도 많죠. 원인과 결과를 잘 알아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말이죠.

- 요즘 IT업계는 데이터가 워낙 다양하게 실시간으로 나오고, 이걸로 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보니 숫자를 보다가 사람을 못 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이나 앱 마케팅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데이터를 볼 줄 아는 능력만큼이나 데이터의 관계를 연결하는 통찰 능력도 필요합니다. 숫자 위주로만 보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수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으면 '모른다'고 해야 하는데, '0'이라고 여기는 오류를 범해요. 숫자로 보이지 않으니까 아예 '0'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거죠. 다시 말하지만 0이 아니라 모르는 겁니다.

- 브랜딩에서도 그런 오류가 많이 일어나요. 우리가 얼마짜리 쿠폰을 몇 장 써서 몇 명의 소비자를 더 확보했는지 숫자로 쉽게 계산할 수 있죠. 하지만 신춘문예 같은 행사가 우리 브랜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수치화하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해서 0은 아니거든요.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일 거라고 믿고 가는 것과 0이라 믿는 것은 나중에 다른 결과를 낳죠.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 밝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요. 일이 되게끔 하고, 일을 통해 뭔가 더 나아지고 싶은 사람과 일하고 싶어요. 밝은 사람이라고 하면 외향형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는데요. 외부 활동을 많이 하거나 친화력이 좋거나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일을 되게 하는 사람이 에너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누가 동기부여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니고, 일을 잘한다는 것이 내 삶에 어떤 가치를 발휘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싶고, 동료들 사이에서 해야 할 일을 찾고, 일이 재미있고 즐거운 사람 일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이면 좋겠네요. 이런 분들과 일하면 어떤 문제든 풀어보고 싶고, 잘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이 되게 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내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과 뭔가를 같이 한다는 건 참 어려워요.

 

- '보람은 됐고 돈으로 주세요' 같은 말이 한때 유행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게 온전히 개인의 책임은 아니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환경이 있죠. 회사와 본인이 잘 맞아야 된다고 했잖아요. 회사에서 시킨 일만 욕먹지 않을 만큼 하고 월급이나 잘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그 환경에서 나오셔야 돼요. 아니, 그렇게 살아도 되죠. 그걸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만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일에서 의미를 느끼고픈 삶과는 거리가 멀잖아요. 다르게 살고 싶다면 다른 액션이 필요하죠.

 

- 협업을 잘하려면 이 일을 왜 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공유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이때 중요한 게 바로 감정이에요. 나를 믿고 존중해주는 사람과 나를 부정하는 사람이 말하는 메시지는 정말 다르게 들리거든요. 논리적으로 옳은 메시지라고 해서 꼭 받아들이는 건 아니잖아요. 어쩌면 이유와 목표를 공유하기 전에 서로 감정적인 공유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감정적으로 통하지 않으면 논리적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흔히 일에서는 감정을 배제하자고 말하지만, 어쩌면 본인이 감정적으로 케어할 수 없어서 핑계 대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꿈꿔왔던 목표를 다 같이 달성하려면 저는 무엇보다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다만 회사에서 감정을 배제하려는 이유는 성과평가와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성과나 승진 등에 감정이 작용하면 곤란하니 회사에서는 감정을 배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라고 하죠. 이때는 감정의 관점을 바꾸어볼 필요가 있어요. 감정을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해주자'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내 의견이 먹히게 하려면 듣는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자'고 생각하는 거죠. 결국 감정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동료와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죠. 친한 사람과 일하는 장점은 서로 어떤 말을 해도 오해하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공감과 신뢰를 얻기 쉽다는 것 아닐까요. 단점이라면 서로 비판 없이 상대방의 말에 그냥 좋다고만 할 수도 있죠. 이 부분을 서로 잘 알아차려야 해요. 그냥 서로 좋아서 좋은 건지 아니면 진짜 좋은 의견이어서 좋다고 하는지 알아볼 수 있어야죠. 이것이 좋아하는 사람과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감정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부끄러워요.

부끄러워하세요.

부끄러움을 느끼면 되는 것 같아, 그러면 알아서 돼요.


 

- 오늘 "일 잘하는 '척'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해서 준비해봤는데, 들을 만할지 모르겠네요. 어려운 주제잖아요. 일 잘하는 척하는 법. 일 잘하는 사람은 들을 필요 없어요. 가서 일하세요. 일 잘하고 싶은 사람,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일하면서 일단 사람들에게 '칭찬받아야 해' '인정받아야 해' 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돼요.

 

- '일 잘하는 척', '척'이 무슨 뜻이냐면 '가짜'예요. 알죠? 진짜인 척하는 가짜. 그게 '척'이에요. 이게 필요해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각자 하는 일 다 다르겠지만 처음에는 뭐든 배우면서 일하는 거잖아요. 뭘 배우느냐, 겉모양 따라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칭찬받고 그러는 거예요. 근데 '척'이라고 했잖아요. 가짜. 가짜인데 칭찬받으면 약간 부끄럽지 않겠어요? 척하다 보면 성취감도 느끼고 부끄럽기도 하니까, 성취했다가 부끄러웠다가 또 막 성취감에 취했다가 부끄러워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예요. 

 

- 까다로운 상관이 쓰는 말을 따라 하는 거예요. 사람마다 쓰는 언어가 달라요. 영어 좋아하는 사람 있고, 한자 쓰는 사람도 있겠죠. 그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 돼요. 그러면 상대방은 '이 사람이 내 말을 알아들었나 보네'라고 착각하고 나를 신뢰해요. 그러곤 막 기회를 줘요. 진짜라니까요. 나 거짓말 안 해요. 여러분이 알지 모르겠는데 1800년대에 근대 언어학의 아버지라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라는 학자가 있어요. 이 사람이 시니피에, 시니피앙이라는 말을 했대요. 나도 공부한 거예요. 이게 뭐냐면 언어가 있고 그 개념이 있잖아요. '애플'이라고 말했을 때 떠올리는 거 있죠? 먹는 것도 있고, 회사도 있고요. 여기서 애플이라는 말은 시니피에고, 우리가 떠올린 그 두 가지가 시니피앙이에요. 말과 개념이 같이 오잖아요. 이걸 보고 소쉬르 이 양반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틀에 의해서 그 사람의 세계를 볼 수 있다"라고요. 

 

- 그러니까 상관이나 일 잘하는 사람의 언어를 잘 따라 하면 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니까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누가 나한테 '인티그레이티드 설계로 구조화한 프로토콜을 사용해서 장 보드리야르가 이야기한 기호적 소비, 밸류 체인으로 해결하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때 '이게 뭐예요?' '무슨 말 하시는 거예요?' 하고 어리둥절해하면 안 돼요. 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여유 있게 '네, 팀장님 인티그리티한 설계로 프로토콜 만들어서 익스팬드한 다음에 추진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세요. 그러면 팀장님은 '내 이야기를 알아들었네'라고 생각해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돼요. 알아들은 척하면 돼요. '언어를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한다'라는 건데 알아들은 척하면 돼요.

 

- 다섯 가지 방법을 이야기했는데, 이게 다 뭐예요. 인정받으려고 하는 거예요. 여러분, 일을 왜 해요. 물론 돈 버는 것도 있죠. 그리고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인정받지 않으면 용기가 안 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이 다섯 가지 방법을 써봐요. 다 써보다가 꼭 필요한 게 있어요. 

 

- 부끄러움이 와야 해요. 부끄러울 때가 오지 않으면 그건 큰 문제예요. 왜냐고요? 가짜로 오래 살아봐요, 그게 진짜인 줄 알아요. 그러니 부끄러움이 나에게 언제 오나, 그때가 빨리 올 수 있게 해야 해요. 부끄러움이 없으면 진짜 앞으로 못 나가요. 부끄러워서 힘들더라도 부끄럽다는 사실에 위로받으세요. 부끄러움도 건강해야 느낄 수 있어요.
 
- 프로젝트 리포트를 보면 개인과 조직의 흐름이 동시에 보여요. 지금 이 친구가 겪는 문제가 기술적인 건지 환경 문제인지 재능 문제인지 파악할 수 있어요. 그걸 파악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무조건 결과물에 대해서만 각을 세워서 서로 힘들었죠. 이제는 흐름이 보이니까 그냥 '다시 해'라는 말은 안 할 수 있어요. '이건 레퍼런스를 갖고 와서 맞춰보자' '이건 협업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하면서 방향도 제시할 수 있고요. 극복할 수 없는 감각의 문제라면 비판하지 않고 학습이나 환경, 태도 문제로 이해하고 해결하면서 퀄리티를 컨트롤해요. 

 

- 회사가 커지면서 일의 방식도 계속 변하고 진화해야겠죠.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조직의 핵심인 '발산과 수렴의 변화무쌍한 에너지'는 결코 훼손되면 안 돼요. 창의성을 도식적으로 표현하면 발산, 수렴, 발산, 수렴하는 하나의 다이내믹 메커니즘인데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회사에 속한 개인이 자유롭게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어요(발산). 그러다가 회사 일의 목적에 맞게 집중해야 하죠(수렴). 하다 보니 이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논의하고 엉뚱한 의견을 나누면서 발산하다가, 결국 화르륵 수렴해서 결정을 내리면 하나가 돼요. 개인과 조직이 이렇게 수렴하고 발산하는 에너지를 서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창의적인 조직이고, 이게 지켜져야 건강하게 성장해요. 

 

- 제가 스스로 상자 밖으로 탈출할 때 쓰는 방법인데 '내 머릿속의 지우개' 훈련을 합니다. '나는 이것을 모른다'고 계속 되뇌는 거예요. 우리가 일하다 보면 익숙하게 쓰는 특정 용어들이 있죠. 고객 경험, 마케팅, 아이콘, 광고, 차별화, 전시 그 용어를 머릿속에서 지우는 거예요. 나는 그 말을 모르기로 했으니까 다른 말을 써야 하고, 그러면 좀 더 긴 문장으로 정의하게 돼요. 그때 내가 뭘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의심 없이 넘어갔던 그 일의 본질에 다가가요. 그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미 거기에 몰입해 있어요. '안다'는 전제가 상자나 다름없고요. 남들은 다 상자 안에 있는데 나 홀로 먼저 탈출하기 시작하면 그렇게 상쾌할 수 없어요. 

 

- 밝은 친구들이요. 에너지가 밝으면 어떠한 결함도 다 덮어버려요. 실수해도 더 기회를 주고 싶고 일을 더 잘하게끔 도와주고 싶고, 그러다 보니 결국 일을 잘하게 되고요.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제대로 알고 부끄럽더라도 약점을 잘 꺼내요. 부족한 기술을 마주하면 그때부터 막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기술의 베테랑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맡기는 사람도 있어요. 학습능력이 좋아서 공부해서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정말 좋지만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잖아요. 밝은 사람은 자기가 공부하는 대신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자원을 쏙 끌어와서 일해요. 그리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죠. '이 사람과 같이 했더니 이런 좋은 결과물이 나왔어요' 하고요. 옛날에는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고 알고 그걸 바탕으로 내 것을 만드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남의 자원을 쓰는 것도 엄청난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일이라는 게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되잖아요. 그때마다 공부하는 것보다 자원이나 방법을 바꾸는 게 일도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고도 생각해요.

 


 

- 저도 커뮤니케이션이 늘 어렵습니다. 팁보다는 일단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다채롭게 잘하고 싶어서 코칭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공감 화법, 역지사지 같은 이야기가 뻔한 것 같지만 대화에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스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진심으로 듣는 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방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왔는데, 듣다 보면 '뭘 저런 걸 고민이라고 가져오나' 싶을 때가 있죠. 자신의 에고를 바탕으로 그 고민이 단순한지 별로인지 판단해버리는 거죠. 그 순간 대화가 삐걱대는 것 같아요. 누군가 '지금 번아웃이에요'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말하는 번아웃의 의미가 뭔지, 어떤 시점에서 왜 그걸 느꼈는지 파악하려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듣는 게 중요해요. 설령 해결되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들어주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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