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일루젼 2022. 8. 30. 18:03
728x90
반응형

 


 

 저자 : 모건 하우절 / 이지연
출판 : 인플루엔셜 
출간 : 2021.01.13 


       

        

평소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추천한 책이라 한 번 읽어보았다. 베스트셀러나 자기 개발서 쪽은 가급적이면 피해 가려고 하는 편이지만, 이런 선호도조차 일종의 편견일 수 있겠다 싶어 최대한 가리지 않고 읽어 보기로. 

 

색안경을 끼고 시작했던 처음과는 달리 꽤 만족스럽게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아주 혁신적인 새로움은 없었지만 충분히 읽을 만하고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이 책은 돈에 대해 '숫자'나 '합리'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접근하라고 말한다. 돈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매개체일 뿐일지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기에, 모든 금융적 흐름 뒤에는 '사람'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런 시선으로 접근하면 미친 짓으로 보이는 선택도 그 환경, 그 조건, 특정 경험을 겪어온 그 사람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호모 이코노믹스'는 환상이지만, '모든 사람은 미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오프라 윈프리의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에서도 다루었던 부분이다. 외부에서 관찰했을 때 이해되지 않을 뿐, 각 개인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그 선택과 반응이 스스로에게도 고통이 된다면, 조심스럽게 외부적인 도움을 제안할 수도 있다는 것.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경제-금융을 바라보면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이해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이 움직이는 곳에는 돈이 모이게 된다. 

 

<돈의 심리학>은 이럴 때는 채권에 투자하고, 이럴 때는 주식에 투자하라는 식의 조언은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돈에 대한 자신의 선입관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과 선택을 마주쳤을 때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를 통해 미래에 닥쳐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는 법에 관해서도. 항상 '전례가 없는' 상황은 발생하므로, 과거를 참고하되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돈'이란 잘 버는 법, 잘 유지하고 불리는 법, 그리고 잘 쓰는 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이 책은 잘 벌고 잘 지키는 법에 관해서는 좋은 조언을 남겼지만, 잘 쓰는 법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가치란 절대적이지 않기에 보통 고가의 상품들은 높은 환금성이나 사치성의 쾌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런 보편적인 가치가 아닌, 스스로의 가치에 맞게 경험을 구매하는 것은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넓은 경험의 폭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저자는 평범하게 산 것처럼 보였지만 사후에 800만 달러를 남긴 로널드 제임스 리드의 사례를 들며 누구나 복리와 시간을 이용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면 큰 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로널드 리드가 생전에 그 재산으로 기금을 조성해 자선 사업을 일으켰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었고, 평범하게 살아왔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생 잡역부로 종사하며 살아온 그의 삶에 보다 다채로운 경험이 추가되었더라면 하는 마음이다. 사후 기증도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생전이었다면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도를 실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배당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고, 세제 혜택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부 wealthy'는 '부 rich'가 아니며 어딘가에 쓰지 않은 잠재태로 있을 때 가장 강한 힘을 가진다는 저자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위해 '비참하지 않은 충분히 괜찮은' 정도의 경험에만 안주하는 것도 아쉽다고 느낀다. 과시를 위한 소비는 무의미한 짓이지만, 경험을 사는 소비에는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왕이면 원금이 아닌 배당 수익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좋겠고.

 

즐겁게 읽었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다.
- 볼테르

    

 

- 이 책의 기본 전제는 다음과 같다. 돈 관리를 잘하는 것은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지와 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이다. 행동은 가르치기가 어렵다. 아주 똑똑한 사람에게조차 말이다. 천재라고 해도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제어력을 상실하면 경제적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금융교육을 받지 못한 보통 사람도 몇 가지 행동 요령만 익히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이 행동 요령들은 지능검사 결과표의 숫자와는 무관하다. 

- 여기서 리드를 닮고 퍼스콘은 닮지 말자는 교훈을 얻자는 게 아니다. 물론 그것도 썩 괜찮은 조언이지만 말이다. 정말로 흥미로운 부분은 두 사람이 금융에 대해 가지고 있던 독특한 태도다. 대학 졸업장, 교육, 배경, 경험, 연줄 등이 없는 사람이 최고의 교육을 받고 최고의 연줄을 가진 사람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또 어디 있을까? 나로서는 떠오르지 않는다. 로널드 리드가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의사보다 심장이식 수술을 잘했다는 이야기는 상상할 수 없다. 최고의 교육을 받은 건축가보다 고층 빌딩을 더 잘 설계했다는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잡역부가 세계 최고의 원자력 엔지니어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는 뉴스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하다. 

- 로널드 리드가 리처드 퍼스콘과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로 설명해볼 수 있다. 하나는 금융 성과가 지능, 노력과 상관없이 운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 두 번째는 금융 성공은 대단한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나는 이게 더 흔하다고 생각한다). 금융은 소프트 스킬 Soft skill이고, 소프트 스킬에서는 아는 것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 이 소프트 스킬을 가리켜 나는 '돈의 심리학'이라 부른다. 이 책의 목표는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돈의 기술적 측면보다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함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리드와 퍼스콘 같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 사이에 위치할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 나는 소프트 스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금융을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분야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 공식에 데이터를 넣으면 공식이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러면 우리는 그냥 그대로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금융에서는 맞는 말이다. 개인금융에서는 6개월 치 비상 자금이 있어야 하며 월급의 10퍼센트를 저축하라고 말한다. 투자에서도 맞는 말이다. 이미 우리는 투자에서 이자율과 가치평가 사이의 역사적 상관관계를 잘 알고 있다. 기업 재무에서도 맞는 말이다.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정확한 자본 비용을 측정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하나라도 나쁘다거나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뭘 해야 할지 아는 것' 만으로는 당신이 그것을 시도할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알 수가 없다. 

 

- 사람들은 가끔 돈으로 미친 짓을 한다. 하지만 미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이렇다. 사람들은 각각 세대가 다르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다른 소득과 가치관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다. 태어난 당시의 경제 상황도 다르고, 인센티브가 다른 고용시장을 경험하며, 누리는 행운의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아주 다른 교훈을 배운다. 사람들은 세상의 원리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을 갖고 있다. 내가 겪은 일은 간접적으로 아는 내용보다 훨씬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당신도, 나도, 누구나 돈의 원리에 대한 일련의 관점을 닻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관점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당신한테는 미친 짓처럼 보이는 일이 나에게는 이해가 되는 일일 수도 있다. 부유한 은행가의 자녀는 빈곤 속에 자란 사람의 리스크와 수익에 대한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자란 사람은 안정적인 시절에 자란 사람이 겪을 필요가 없는 일들을 경험한다. 대공황기의 증권 중개인은 1990년대 말의 영광을 온몸으로 누린 기술 노동자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을 겪고 모든 것을 잃었다. 30년 동안 경기침체라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는 호주인의 경험을 그 어떤 미국인도 이해하지 못했다. 계속 이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경험의 목록은 끝이 없다. 

 

- 돈에 대한 당신의 경험은 아마도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0,00000001퍼센트와 당신이 머릿속으로 세상의 원리라고 생각하는 내용 80퍼센트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똑같이 두 집단의 사람들이 남은 평생 인플레이션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졌을 리는 만무할 것이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실업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돈에 대해서도 말이다. 절대로 이들이 금융 정보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이들이 동일한 인센티브에 움직일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이들이 동일한 출처의 조언을 신뢰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만한 가치가 있고,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고, 최선의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들이 같은 생각을 가졌을 거라고 절대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세상에서 돈에 대한 관점을 형성했다. 이런 경우 어느 한 집단의 사람들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돈에 대한 관점이 다른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완벽히 합리적일 수도 있다. 

- 가지고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 필요한 것을 걸었다. 이는 바보 같은 짓이다. 그냥 순전히 바보 같은 짓이다.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당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건다는 것은 그냥 말도 안 되는 짓이다. - 워런 버핏

-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내가 가진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걸 이유는 전혀 없다. 이는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나 그만큼 쉽게 간과하는 진실이기도 하다. 

 

- 시기는 달랐으나 저먼스키와 리버모어는 한 가지 두드러진 공통점이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부자가 되는 데 뛰어났으나 부자로 '남는 데'는 서툴렀다. '부자'라는 표현이 스스로에게 적합하지 않다 해도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다음의 교훈을 남긴다. 돈을 버는 것은 버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는 것은 별개다. 

 

- 사업이나 투자에서 많은 것들이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금융에서는 롱테일 Long tail, 즉 결과 분포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끝단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진다. 몇 안 되는 소수의 사건이 결과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것이다. 롱테일의 수학적 원리를 이해한다 해도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절반을 틀려도 여전히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많이 실패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뜻이고, 우리가 이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했을 때 과잉반응을 보이게 된다.

-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나는 오늘 내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오직 부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부가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행복은 복잡한 주제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복에 공통분모(기쁨을 일으키는 보편적 동력)가 하나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 이는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리뷰자 주 : 최근 많은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경제적 자유'와 '자기 통제감'이 핵심인 듯 하다.)

- 앵거스 캠벨 Angus Campbell은 미시건 대학교의 심리학자였다. 1910 년생인 그가 연구를 하던 시기에는 심리학이 여러 가지 장애에 맞춰져 있었다.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같은 것들 말이다. 그는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1981년에 출간된 그의 책 <미국인의 행복감 The Sense of Wellbeing in America>은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시작한다. 그중에도 분명히 더 행복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소득으로도, 지리적으로도, 교육으로도 하나로 묶을 수가 없었다. 각각의 카테고리 속에는 만성적으로 불행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행복의 가장 강력한 공통분모는 간단했다. 캠벨은 그것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우리가 고려해온 어떤 객관적인 생활 조건보다, "내 삶을 내 뜻대로 살고 있다는 강력한 느낌"이 행복이라는 긍정적 감정에는 더 믿을 만한 예측 변수였다. 

 

- 현대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성공한 척 흉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는 구매하지 않은 좋은 차와 같은 것이다.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다. 차지 않은 시계, 포기한 옷이며 1등석 업그레이드를 거절하는 것이다. 부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림을 그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 투자가 빌 만 Bill Mann 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자처럼 느끼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근사한 것들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길은 가진 돈을 쓰고, 가지지 않은 돈은 쓰지 않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훌륭한 조언이다. 하지만 조금 약한 감이 있다. 더 강하게 얘기하자면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진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는 부를 축적하는 유일한 길일뿐 아니라, 바로 부의 정의이다. 우리는 '자산 부자 wealthy'와 '소비 부자 rich'의 차이를 신중하게 정의해야 한다('wealthy'와 'rich'의 구분이 우리말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여기서는 저자가 정의한 의미를 반영하여 '자산 부자'와 '소비 부자'로 용어를 구분했다-옮긴이). 이 차이를 몰라서 돈과 관련해 형편없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 일정 수준의 소득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세 부류로 갈린다. 저축을 하는 사람, 자신이 저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저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번 장은 뒤의 두 부류를 위한 내용이다. 부를 쌓는 것은 소득, 투자수익률과 거의 관계가 없다. 저축률과 관계가 깊다. 부가 소득이나 투자수익률과 거의 관계가 없다니 믿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단순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개념이다.  

 

- 저축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겸손을 늘리는 것이다. 누구나 기초적인 것은 필요하다. 그것들이 충족되고 나면 또 다른 수준의 안락하고 기초적인 것들을 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지점을 지나면 다시 또 안락하고, 즐겁고, 눈이 번쩍 뜨이는 기초적인 것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서 소비를 하는 것은 대개 자신의 소득과 관련된 자존심의 반영이며, 내가 돈이 있다고 혹은 있었다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행위다. 

- 이렇게 생각해보자. 저축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소득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겸손을 늘리는 것이다. 저축을 당신의 자존심과 소득 사이의 격차라고 정의해보라. 그러면 꽤 높은 소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왜 그처럼 저축을 적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나의 공작 깃털을 끝까지 늘여서, 역시나 똑같이 하고 있는 남들과 보조를 맞추고 싶은 본능과 매일매일 투쟁하는 것과 같다. 재무 상태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사람들(반드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아니다) 중에는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축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생각보다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저축은 돈을 덜 쓰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욕망을 줄이면 돈도 덜 쓸 수 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덜 쓰면 욕망도 줄어든다. 여러 번 언급했듯 돈은 금융보다 심리와 더 많이 연관되어 있다. 

- 나는 계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너무 크고 중요해서 가격을 붙일 수 없다. 그리고 말 그대로 계산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자율을 계산하듯이 그 혜택을 계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산할 수 없는 것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없으면 불운이 던지는 대로 무엇이든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면 황금 같은 기회가 눈앞에 뚝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다. 이게 바로 저축의 숨은 혜택이다. 어쩌면 은행에 있는 이자율 0퍼센트짜리 저축은 엄청난 혜택을 줄지도 모른다. 저축이 있다면 월급은 적지만 내가 바라는 더 큰 목적이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저축이 있다면 간절한 순간 갑자기 찾아온 절호의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몇 번의 비극적인 시행착오 끝에 그의 실험은 성공했다. 바그너야우레크는 '말라리아 요법'으로 치료한 신경매독 환자 10명 중 여섯 명이 회복되었다고 보고했다. 환자를 그냥 놔두었을 때 회복하는 비율은 10명 중 세 명이었다. 그는 1927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바그너야우레크는 열병을 유도하여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연구에 평생을 매진했다. 다행히도 페니실린이 발명되어 신경매독 환자에게 말라리아 요법을 쓸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바그너야우레크는 감염과 맞서 싸우는 데 열이 차지하는 역할을 인식하고 그것을 치료법으로 처방하기까지 한, 역사상 몇 안 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 열이 나는 이유는 미스터리였기 때문에 열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열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여신 페브리스를 숭배했다. 페브리스를 달래기 위해 신전에 부적을 남겨두고 다음번 오한은 잘 비켜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바그너야우레크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열이 나는 것은 성가신 우연이 아니었다. 열은 신체가 회복으로 가는 길에 어떤 '역할'을 했다. 이제 우리는 열이 감염과 싸우는 데 유용하다는 좀 더 과학적인 증거를 가졌다. 일부 바이러스의 경우 체온이 1도 상승하면 복제 속도가 200배나 느려진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한 논문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열이 나는 환자의 경과가 더 좋다는 사실을 수많은 연구자들이 확인했다."

 

- 시애틀 아동병원의 웹사이트를 보면 자녀의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패닉에 빠지는 부모들을 위해 이렇게 안내해놓았다.

"열은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가동시킵니다. 인체가 감염과 싸우게 도와줍니다. 37.8도에서 40도 사이의 정상적인 열은 아픈 아이에게 좋은 현상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과학적인 이야기일 뿐 현실은 또 다르다. 열이 나는 것은 대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쁜 일로 인식됐다. 우리는 열이 나는 즉시 타이레놀 같은 약으로 열을 내린다. 수백만 년간 방어기제로 진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부모, 환자, 일부 의사 그리고 틀림없이 제약회사들은 열을 제거해야 할 불운한 사건으로 본다. 이런 시각은 과학적으로 알려진 내용과 배치된다. 다음과 같이 직설적으로 표현한 연구도 있다.

"중환자실에서는 열을 치료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과학에 기초한 치료라기보다 교조적인 표준 관행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리뷰자 주 :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열이 자연적인 면역 반응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체 내의 호르몬과 장기들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단백질은 열에 비가역적으로 변성된다. 고열로 인한 후유증들을 고려해야 한다.)

 

- 철저히 이성적이기보다는 적당히 합리적인 수준을 목표로 삼는 것이야말로 돈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 나중에 마르코비츠는 투자 전략을 바꾸어 포트폴리오를 더다양화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 '미래의 후회를 최소화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합리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생활에서는 쉽게 정당화된다는 사실이다. 철저히 이성적인 투자자는 객관적 수치에 기초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반면 적당히 합리적인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어떨까. 우리는 회의실에서 나를 존중해주었으면 싶은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거나, 경쟁자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아줬으면 싶은 배우자와 함께 있거나, 스스로도 확신이 없거나 하는 상태일 수 있다. 엄격한 금융의 렌즈로 볼 때는 종종 무시되는 이 같은 사회적인 요소들이 투자에는 포함되어 있다. 

- 둘째, '이렇게 하는 것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마르코비츠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은 어떻게 투자하고 있느냐고 물었던 제이슨 츠바이크 Jaxon Zweig는 나중에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나는 사람들이 이성적이지도, 그렇다고 비이성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이다.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관심을 요구하는 사항들은 끝도 없다. 그렇게 보면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개척자가 정작 자신의 첫 포트폴리오는 본인의 연구와 거의 무관하게 설계했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가 나중에 그걸 수정한 것 역시 놀랍지 않다." 

- 이들은 젊은 사람들이 주식을 살 때 2대 1 전략(내 돈 1달러당 2달러의 빚을 지는 것)을 사용해 은퇴자금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투자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레버리지를 서서히 줄여간다고 가정한다면, 과장된 시장의 롤러코스터를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시절에는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이가 들면 리스크를 덜 감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자들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바람에 젊을 때 쫄딱 망하더라도(2대 1 전략을 사용할 경우 시장이 50퍼센트만 하락해도 빈털터리가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더 많은 돈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망한 그다음 날부터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계획대로 2 대 1 전략을 사용하는 계좌에 계속 적립금을 늘리면 된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는 정확하다. 이성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어이가 없을 만큼 적당하지 않은 전략이기도 하다. 자신의 은퇴계좌가 100퍼센트 증발하고 있는데 그것을 지켜만 보면서 아랑곳없이 해당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정상인 중에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해당 전략을 포기하고 다른 옵션을 찾을 것이며, 아마도 자신의 자산관리사를 고소할 것이다. 

(리뷰자 주 : ... 좋은 전략인데...? 0원이 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선이라면, 레버리지 활용의 좋은 예다. 단, 레버리지는 반드시 감당이 가능한 선에서 써야 한다.)

 

- 사실 겉으로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을 더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투자 대상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전통적인 조언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대상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명예훈장처럼 생각한다. 그게 이성적으로 보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내 전략이나 내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어서 형편이 안 좋을 때 해당 전략이나 주식을 쉽게 포기해버린다면, 겉으로는 이성적으로 보이는 성향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반면에 자신의 전략을 사랑하는 적당히 합리적인 투자자는 그 전략이 엄밀히 보면 불완전하다고 해도 오히려 우위에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그 불완전한 전략을 계속 고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궤적을 따라간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중 27퍼센트만이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다.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부모의 29퍼센트가 학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물론 본인이 받은 교육을 후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제 막 자녀를 낳은 30대는 목표를 정하던 18세에는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인생을 생각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기적인 재무 계획은 필수이다. 그러나 상황은 변한다. 주변 세상도 변하고, 나의 목표도 변하고, 욕망도 변한다.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과 미래의 내가 무엇을 원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우리 중에 이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래에 내가 무엇을 원할지에 대한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높음에도 지속 가능한 장기적 의사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 내가 아는 젊은 사람들 중에는 일부러 적은 수입으로 소박한 삶을 살며 만족하는 이들이 있다. 반대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려고 뼈 빠지게 일하면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쪽 다 리스크가 있다. 전자는 가정을 꾸리거나 은퇴할 준비가 되지 않을 위험이 있고, 후자는 젊고 건강한 시절을 좁은 사무실에서만 보냈다고 후회할 위험이 있다. 이 문제에 쉬운 해결책은 없다. 다섯 살짜리에게 트랙터 기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보라. 아마 악을 쓰며 싫다고 말할 것이다.

 

- 첫째, 금융 계획에서 양극단은 피해야 한다. 자신이 매우 낮은 소득에도 만족할 거라 가정하거나, 높은 소득을 위해 끝도 없는 긴 시간 노동을 택하는 것은 언젠가 후회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상황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계획이 주는 이점, 즉 거의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소박함이나 거의 모든 것을 가질 때의 기쁨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양극단은 그 단점들(은퇴할 여력이 되지 않거나 돈을 좇는 데 다 써버린 인생을 돌아보는 것) 때문에 계속해서 후회를 남긴다. 앞서세운 계획을 포기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두 배 더 빠르게 뛰어야 한다면 후회는 더 고통스럽다. 

 

- 복리의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려면 어느 계획이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이는 저축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커리어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끈기가 핵심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정체성이 바뀌어가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하면, 인생 모든 지점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미래의 후회를 피하고 끈기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된다. 

-  "나는 내 돈의 20퍼센트를 잃어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특히 20퍼센트 하락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초보 투자자에게는 두 배로 힘든 일이다. 그러나 변동성을 수수료로 인식하면 모든 게 달리 보인다. 디즈니랜드의 입장료는 100달러다. 대신 아이들과 잊지 못할 근사한 하루를 얻는다. 2018년에는 1,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수수료를 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100달러를 벌금이나 벌이라고 느낀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수수료를 낸다는 점이 분명할 때는 수수료가 가치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보인다. 

-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에서 변동성은 거의 언제나 수수료이지 벌금이 아니다. 시장수익률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장수익률은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요구한다. 이 수수료를 내라고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디즈니랜드에 가라고 강요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입장료가 10달러 정도인 동네 행사에 가거나 아무 돈도 내지 않고 집에 있는 방법도 있다. 그러고도 여전히 좋은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통은 지불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수수료(수익률의 대가는 현금이나 채권 같은 값싼 공원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입장료다.

- 그렇지만 흔히 간과되기도 하고 당신에게도 직접 해당할 수 있는 이유 한 가지를 제시하겠다.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투자자로부터 신호를 읽는다'

- 금융 세계에는 나쁜 개념이 하나 있다.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는 개념이다. 바로 '자산에는 단일한 합리적 가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정작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목표와 시간 계획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오늘 구글의 주가는 얼마여야 하는가? 그 답은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 30년을 내다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향후 30년간 구글의 예상 현금 흐름을 할인율로 할인하는 냉철한 분석이 들어가야 좋은 가격이라고 할 것이다.

10년 내에 현금화할 계획인가?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기술 업계의 잠재력과 구글의 경영진이 비전을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가격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내에 팔 생각인가? 그렇다면 구글의 현재 제품 판매 사이클과 약세장이 오지 않을지를 눈여겨보라.
데이 트레이더 day trader (초단타 매매를 하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좋은 가격이 '무슨 상관'인가? 지금부터 점심시간 사이에 몇 달러를 쥐어짜 내는 것은 어느 가격대에서든 벌어질 수 있다. 

 

- 당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스코 주가의 한계 가격을 결정하고 있던 거래자들은 당신과 전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당 60달러는 그 거래자들에게는 그런대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날 안에, 아마도 주가가 더 올랐을 때 주식을 팔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60달러는 당신에게는 예고된 참사였다. 왜냐하면 당신은 장기적으로 그 주식을 보유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 이 두 투자자들은 서로가 존재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하지만 같은 운동장에 서서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둘의 경로가 충돌하면 다치는 사람이 나온다. 금융과 투자에 관한 많은 의사 의사결정들이 남들이 뭘 하는지를 지켜보며 그들을 흉내 내거나 그들과 반대로 투자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를 모른다면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 행동을 계속할지, 무엇 때문에 마음을 바꿔먹을지, 그들이 과연 교훈을 배우게 될지 당신은 알 수 없다. 

 

- 다른 투자자들이 나와 다른 목표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성적인 사람들이 나와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볼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심리학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자는 최고 수익을 내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이는 마약과 같아서 기업 가치를 의식하고 있던 투자자들마저 촉촉한 눈빛의 낙천주의자로 돌변시킬 수 있다. 나와는 다른 게임을 하는 누군가의 행동에 휘말려 내 현실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 그렇다. 비관주의는 낙관주의보다 더 똑똑한 소리처럼 들리고 더 그럴싸해 보인다. 누군가에게 모든 게 잘될 거라고 말해보라. 상대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거나 못 믿겠다는 눈빛을 보낼 것이다. 누군가에게 당신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해보라. 상대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당신의 입만 바라볼 것이다. 어느 똑똑한 사람이 나에게 내년에 10배가 오를 주식을 알려주겠다고 하면, 나는 즉시 그를 헛소리나 하는 사람으로 치부할 것이다. 하지만 헛소리를 잘하는 사람이 내가 가진 주식이 회계 부정 때문에 폭락할 거라고 말하면 나는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 이는 금융 분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트 리들리 Matt Ridley는 <이성적 낙관주의자 The Rational Optimist>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비관주의자들의 끝없는 북소리는 그 어느 낙관주의자의 팡파르도 묻어버리게 마련이다. (중략) 세상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순진하다거나 몰지각하다는 소리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세상이 앞으로도 계속 점점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하면 정신 나간 황당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재앙이 곧 닥칠 거라고 말하면 맥아더 재능상을 받거나 심지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다. 성인이 된 이후 내 평생 (중략) 비관주의의 이유는 유행에 따라 바뀌어도, 비관주의 자체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 비관주의가 지적인 매력을 풍긴다는 사실은 수백 년 전부터 알려져 있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은 1840년대에 이렇게 썼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남들이 절망할 때 희망을 갖는 인물이 아니라 남들이 희망에 찰 때 절망하는 인물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현자로 추앙받는다.”

- 문제는 왜 그런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비관주의에 끌리는 인간의 성향이 우리가 돈을 생각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 비관주의는 기대치를 낮추고, 실제로 가능한 결과와 내가 기뻐할 수 있는 결과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어쩌면 그래서 비관주의가 그토록 매혹적인지도 모른다. 모든 게 잘 안 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게 사실이 아니었을 때 반갑게 놀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낙관적으로 생각할 만하다. 

 

-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주치면 보통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나만의 시각과 세상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경험이 아무리 제한적이라고 해도 설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복잡한 세상이 이해가 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실상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구멍들을 채워줄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준다. 그런 스토리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경제적인 영향은 환상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다. 

- 세상의 원리에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왜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지 내가 완전히 오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오해로 인해 다음번에 주식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내가 알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다. 주식시장과 경제를 예측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에는 세상이 당신 생각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당신밖에 없는 탓도 있다. 당신이 의사결정을 내린 이유를 나는 이해조차 할 수 없고, 내가 맹목적으로 당신을 따라 할 경우 해당 의사결정은 당신에게는 맞는 것이어도 나에게는 참사가 될 수 있다. 16장에서 보았듯이 바로 이런 식으로 거품이 형성된다.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인정하는 것은 나의 통제를 벗어난 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간절하면 믿게 되는 법이죠."

(리뷰자 주 : Buy and Pray 전략은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쿨럭)


- 클래런스 사건은 여러 법정을 전전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1931년 당시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동의 여부가 그렇게 이분법적이지 않았다. 한 법정은 의사에게는 최선의 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그런 자유가 없다면 우리는 과학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 역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의사가 할 일은 환자를 고치는 것이고, 환자가 의사의 치료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게 의료 윤리였다. 이런 철학에 대해 제이 카츠 Jay Katz 박사는 <의사와 환자 사이 침묵의 세상 The Silent World Between Doctor and Patient>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의사들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환자의 신체적, 정서적 욕구를 살필 의무가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환자와 상의하지 않고 독단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자가 의사결정의 짐을 의사와 공유할 자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결코 의료 윤리의 일부가 아니었다."

- 이는 자존심이나 악의가 아니었다. 두 가지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첫째, 모든 환자는 병이 낫기를 원한다. 둘째, 환자를 낫게 하는 보편적이고 옳은 방법이 있다. 이 두 가지를 믿는다면 치료 계획에 대해 환자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의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난 50년간 의과대학들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쪽으로 미묘하게 교수법을 바꾸었다. 즉 치료 계획의 여러 옵션을 펼쳐놓고 환자가 최선의 길을 결정할 수 있게 해 주었다. 

- 재무 상담가도 마찬가지다. 돈에는 보편적인 진실이 있다. 비록 사람들이 그 진실을 자신의 재무 상황에 어떻게 활용할지, 재무 상담가와는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 점을 미리 경고해두고, 여러분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일이 잘 풀릴 때는 겸손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일이 잘못될 때는 용서와 연민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경우도, 나쁜 경우도 결코 없다. 세상은 크고 복잡하다.

행운과 리스크는 모두 실재하며 식별하기가 어렵다.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니 나를 판단할 때도 남을 판단할 때도 겸손을 찾고 용서와 연민을 생각하라.

행운과 리스크의 힘을 존중한다면 실제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항에 초점을 맞출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올바른 롤모델을 찾을 확률도 커질 것이다.




<나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금융 조언>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너희들도 금융에 대해 배워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너희들을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살다 보면 자신이 내린 선택으로 부와 가난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리고 인생에서 우연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기는 더 쉽단다. 인생은 내가 겪은 경험과 내가 만난 사람들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중 많은 부분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우연에 의해 좌우되는 법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진 다른 가족에게 태어나고, 국가도 세대도 다르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도 누구를 만나느냐는 순전히도 운이 결정한다. 이런 것들은 나중의 결과에 대단히 큰 역할을 한단다. 

나는 네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의 가치와 그 보상을 믿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모든 성공이 노력의 결실도 아니고, 모든 가난이 게으름의 결과도 아님을 깨닫기를 바란다. 너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판단할 때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하거라.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네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면서 얻는 기쁨은 금세 사라진다. 그러나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통근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일자리를 가진 기쁨은 질리지 않을 것이다. 넉넉한 저축이 있어 위기의 순간에 네가 적절한 시간과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면 이런 기쁨 또한 오래 지속될 것이다. 네가 원할 때, 네가 준비됐을 때 은퇴할 수 있는 기쁨 역시 대단할 것이다. 네가 모은 한 푼, 한 푼은 모두 남들 손에 맡겨질 수 있었던 네 미래 한 조각을 소유하는 것과 같단다. 우선순위가 뭐가 되었든지 말이다. 

...

 

지불할 가치가 있는 대가도 많지만 그 대가는 비용이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점을 받아들이면 시간, 인간관계, 자율성, 창의성을 현금만큼이나 귀중한 화폐로 보게 될 것이다. 

진정한 성공은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얻는 데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순자산의 수준이 아니라 네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금융 조언은, 너나 대부분의 사람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너의 세상은 나의 세상과 다를 것이다. 내 세상이 내 부모님의 세상과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이 조언들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정답을 다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의 조언이라 해도 너만의 가치관, 목표, 환경을 고려해서 받아들이길 바란다. (하지만 엄마 말은 항상 잘 들어야 한다.) 

끝으로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한단다.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10만 부 돌파 기념 골드 에디션)(양장본 Hardcover)
『돈의 심리학』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0년 넘게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이자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파트너로 활동중인 모건 하우절의 첫 책이다. 총 20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텔링의 천재’ ‘소설가의 기술을 가진 금융 작가’라는 별명답게 모건 하우절이 들려주는 20개의 투자 스토리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하나하나 실화와 실증에 바탕을 두되 이야기의 재미와 투자의 교훈을 빠짐없이 담아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탱크 부대 이야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에 관한 빌 게이츠의 고백, LA에서 주차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페라리에 얽힌 에피소드, 워런 버핏의 놀라운 수익률의 비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여 읽는 이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또한 그 끝에는 하나같이 감탄을 부르는 탁월한 통찰을 담고 있다. 부에 관한 문제는 결국 학력, 지능, 노력과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돈에 관한 인간의 편향, 심리, 다시 말해 ‘돈의 심리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저자
모건 하우절
출판
인플루엔셜
출판일
2021.01.13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