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벨마 월리스, 짐 그랜트] 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인디언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일루젼 2022. 9. 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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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벨마 월리스 / 짐 그랜트 / 김남주

원제 : Two Old Women

출판 : 이봄
출간 : 2018.04.25


       

'알래스카 인디언'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집어들었다. 

 

<두 늙은 여자>는 북극선의 경계에서 긴 겨울과 짧은 여름을 세아리며 살아가는 그위친 족의 이야기이다.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을 때, 부족 전체의 생존을 위해 족장은 가장 나이가 많았던 두 여인을 남겨둔 채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절망적이라고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두 여인은 각자가 품어온 기억과 경험들을 더듬어 생존한다. 이들은 겨울이 이전에도 몇 십번이나 겪어보았던 일이며, 단지 '지금의 나'는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었을 뿐임을 깨닫는다. 

 

고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기억 속의 자신만큼 날래게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먹을 것들이 많았던 곳에 대한 기억이 있고, 맞닥뜨린 상황을 헤쳐나갈 경험이 있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여름을 센 뒤 다시 마주한 이들. 

지울 수 없는 기억은 남았지만 그것이 어떤 경험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겨울의 시린 바람이 느껴지는 이야기. 

벨마 월리스라는 이름은 내게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내 안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놀라운 것들이 있다, 오래될수록!

 

 

 

두 늙은 여자
두 늙은 여자두 늙은 여자

 

 

이 이야기는 나에게 삶에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성취하는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 -나이의 한계는 물론이고- 을 가르쳐주었다. 이 넓고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부에는 놀랍고도 위대한 잠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정적인 기회가 오지 않는 한 그 숨겨진 재능이 발휘되는 일은 거의 없다. 

 

 

- 나는 어머니에게 나 역시 그렇게 강인하게 늙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옛날에는 사정이 어땠는지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우리 할머니 세대에서는 거의 모든 노인들이 몸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거나 죽음을 맞을 때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는 자신이 나이의 제약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위한 겨울 땔감을 여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사실 그 일은 힘든 육체노동이었고 때때로 심하게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와 연관된 이런저런 회상과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어머니가 이 특별한 이야기를 기억해냈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당시 우리의 생각과 느낌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 나중에 우리의 겨울용 오두막 안에서 나는 이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았는데, 그것은 이 이야기가 내 삶에 응용할 수 있는 교훈을 갖고 있음은 물론, 다름 아닌 나의 부족, 우리의 과거에 대한 것 -내가 뼛속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것- 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이야기는 연장자들이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 특정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그 문화권 밖에 있는 사람이 전달하게 되면 때때로 잘못된 해석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오해가 빚어진다면 정말이지 비극이다. 어떤 이야기가 일단 책으로 간행되고 나면, 설사 그것이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하나의 역사로, 하나의 사실로 여겨지기 쉽기 때문이다.  

 

- 두 늙은 여인에 관한 이 이야기는 극지방에 서구 문화가 도래하기 오래전에 있었던 일로, 세대에서 세대로,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우리 어머니에게로, 그리고 내게로 왔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의 창조력과 상상력을 조금 발휘해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들은 이야기로, 그 요점은 어머니가 내게 들려주시려 했던 바로 그것과 똑같다. 

 

 


 

- 이 부족 안에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돌봐온 늙은 여자 둘이 있었다. 그중 나이 많은 여자의 이름은 '칙디야크 chidigyaak'였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그녀의 부모들이 그녀를 보고 치크디, 곧 '박새'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늙은 여인의 이름은 '사 sa', '별'이라는 뜻이었다. 그녀가 태어날 때 그녀의 어머니가 먼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산고를 이겨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 그녀의 친구는 여든 개의 여름을 보았고, 자신은 일흔다섯 개의 여름을 보았다. 그녀가 어릴 때 본, 뒤에 남겨진 노인들은 정말 죽을 때가 다 된 이들로, 볼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녀가 여기 있는 것이다  
 

-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친구 쪽으로 걸어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경험에 의하면 겨울 이 무렵의 푸른빛은 추위를 의미했다. 곧 밤이 되면 날씨는 더욱 추워질 터였다. 

 

- 칙디야크는 절망에 차서 친구의 말을 들었다. 친구가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 죽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데 위험할 정도로 다가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사가 좀 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사람들은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했어! 그들은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 우리 역시 지난날 열심히 일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잊어버렸어!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

 

- 그들은 타다 남은 불씨가 없는지 주위의 다른 모닥불들을 살펴보았다. 당시 유목민들은 이동하기 위해 짐을 꾸릴 때 단단해진 큰사슴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 안에 불붙은 석탄을 담거나,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주머니에 재를 채우고 거기에 탁탁 소리를 내며 타고 있는 불씨를 담아 다음번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 "긴 세월 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배웠어. 하지만 노년에 들어서자 우리는 삶에서 우리의 몫을 다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더 이상 전처럼 일하기를 그만두었어. 우리의 몸은 우리의 예상보다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직 건강한데도 말이야." 

 

- "두 늙은 여인.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불평을 해대지. 우리는 먹을 게 없다고, 젊었을 때가 좋았다고 떠들어댔어. 사실은 더 나을 것도 없었는데 말이야. 우리는 우리가 너무 늙었다고 생각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젊은 사람들에게 인식시켰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우리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기는 거야." 

 

- 때때로 피로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서 길을 벗어나거나 그 자리에서 맴도는 일도 있었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맞는 방향을 찾아냈다.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빈 야영지가 다음 순간 기적처럼 눈앞에 나타나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그들 중 하나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착각한 때는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가혹한 추위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은 그들에게 언제나 재빨리 현실을 깨닫도록 해주었다. 

- 네 번째 되는 날 밤, 두 여인은 하마터면 고꾸라질 뻔하며 개울에 이르렀다. 그들 주위의 모든 것이 은빛 달빛으로 싸여있었다. 수많은 나무 아래 그리고 야영지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두 여인은 잠시 동안 둑 위에 서서 그 특별한 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쉬었다. 사는 자신 같은 사람, 짐승, 나아가 나무까지 압도하는 대지의 힘에 감탄했다. 그들 모두는 대지에 의존하고 있었다. 대지의 법칙에 복종하지 않는 부주의하고 무가치한 생명에는 즉각 죽음이 닥칠 터였다.  

 

- 칙디야크는 무기력 상태에서 친구가 끙끙대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앉은 채로 별다른 감정 없이 사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쩌면 그들은 길을 떠나지 말아야 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젊은 사람들의 판단이 옳았는지도 몰랐다. 자신과 사는 지금 불가능한 것과 싸우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들로서는 입고 있는 따뜻한 털옷 속에 깊이 몸을 묻고 잠 속으로 빠져드는 편이 훨씬 쉬웠다. 그들은 더 이상 그 누구에게든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잠은 결국 그렇게 나쁜 게 아닐지도 몰랐다. 적어도 칙디야크는 그것이 현재 그들의 상태만큼 고약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 칙디야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친구의 이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깨어 있다는 것을 친구가 모르기를 바랐다. 깨어 있다는 것을 친구가 안다면, 자기도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할 텐데 그녀는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뿐 아니라 영원히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누워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터였다. 그러면 머잖아 죽음이 그녀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리라. 하지만 그녀의 몸은 아직 굴복할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 칙디야크는 자기 몫의 토끼머리 수프를 먹으며 친구의 말을 들었다. 그녀 역시 한동안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사실 그녀는 절박하게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어리석은 생각에 그녀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마지못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 칙디야크가 자신들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데 동의하자 사는 가벼운 실망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혹시 칙디야크가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기를 바란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

 

- 그들이 배운 규칙 중의 하나는 일단 동물을 잡기 위해 덫을 놓았다면 규칙적으로 그 덫들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덫을 놓기만 하고 방치하는 것은 불운을 초래한다. 그래서 날이 몹시 춥고 몸이 편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두 여인은 매일 자신들이 놓은 덫을 점검했고, 대개는 그 보상으로 토끼 한 마리 정도를 발견하곤 했다. 어둠이 내려 하루의 노동이 완수되면 두 여인은 토끼털로 담요를 만들기도 하고 장갑이나 얼굴 보호대 같은 옷가지들을 만들었다. 때로는 지루함을 깨기 위해 토끼털 모자나 장갑을 서로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 여름이 다가옴에 따라 그곳에 물고기를 잡을 주머니를 설치했다. 물고기 주머니를 설치하고 나자 그들은 번거롭게 물고기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그저 시내로 가서 주머니 안에 잡힌 물고기를 손질해 말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는 동안 곰 한 마리가 두 여인이 저장해둔 물고기들을 먹기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그들은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그 곰과 협상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이 물고기 내장을 거처에서 먼 곳에 가져다 놓자, 곰은 그것들을 여유 있게 즐기며 먹을 수 있었다.

 

- 들은 물고기 내장의 여러 부분을 다른 용도로 갈무리했다. 예를 들어 연어의 내장은 물주머니로 사용할 수 있었고, 껍질로는 말린 물고기를 담을 둥근 주머니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일감들로 몹시 바빴으므로 그들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움직여야 했다. 이윽고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짧은 극지방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가을이 왔다.

 

- 초조감이 그들을 휩쌌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연장자를 존경하도록 교육받았지만, 때때로 자신들이 늙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귀중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할 게 아니라 큰사슴 사냥을 나서야 한다고 느꼈다. 
"이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젊은이들 중 하나가 말했고, 다른 이들도 서둘러 그 말에 동의했다. 안내자의 눈에 재미있어하는 듯한 빛이 떠올랐다. 이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참을성이 없단 말인가! 하지만 다구는 다른 이들을 비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역시 젊은 시절 조바심을 내지 않았던가. 꾸짖는 대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좀 더 자세히 주위를 둘러보게."


- "저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돼. 맞아, 저들은 성급하게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았지.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저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했어. 만약 저들이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이제는 우리 둘 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아.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많은 것을 증명했어. 이제 우리는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저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생각해야 해."

 

- 사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왜냐하면 그녀는 칙디야크가 여전히 앞으로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미래를 직면하기 위해 확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잊지 마, 친구. 저들이 우리에게 같은 짓을 저지른다 해도 우리는 다시 살아남을 거야. 그리고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더 어려운 시기가 닥칠 때 바로 우리가 저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게 될 거야.

 

- "나는 지금 그들이 우리에게 저지른 짓 때문에 그들을 비난하고 있는 게 아니오. 나와 내 친구는 배고픔이 인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안다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가진 건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얻은 거요."

 



- 이 책에서 벨마 월리스는 그위친족에 대해 쓰고 있는데, 그위친족은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아타바스칸 주요 무리 열한 종족 중 하나로, 현재 포트 유콘과 찰키치크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 이들의 삶의 무대는 유콘 강, 포큐파인 강, 타나나 강 서쪽의 내륙이다.

 

- 알래스카 아타바스칸 인디언들은 각 종족별로 고유한 방언을 갖고 있지만, 대개 다른 부족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바호나 아파치 같은 아메리칸 인디언의 언어와 어원이 동일하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 아타바스칸들은 알래스카 내륙 지역 전체에 걸쳐 분포되어 살고 있는데, 대부분은 브룩스 레인지 산과 알래스카 레인지산 사이에 거주한다. 강에 의지해 사는 무리들은 해마다 이동하는 연어를 식량으로 삼는 반면, 그위친족처럼 내륙에서 사는 이들은 물고기도 먹지만 큰사슴이나 순록, 그리고 토끼나 다람쥐 고기가 식량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 역사적으로 알래스카 아타바스칸 무리들에게는 대대로 내려오는 영역이 있었다. 각 무리의 사냥꾼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정통해 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무리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위험한 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었다. 각 무리의 영역에는 그들만의 사냥터와 낚시터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무리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는데, 혹시 그런 일이 생길 때에는 대개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 1900년경 아타바스칸들은 이동생활을 그만두고 보다 영구적인 야영지나 마을에서 정착 생활을 시작했다. 정착의 요인으로는 질병에 의해 인구가 감소된 점, 모피의 생산과 거래에 개입하게 된 점, 나중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게 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임금을 받고 일을 하고 시장 경제에 활발히 참여하는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아타바스칸들은 여전히 어려운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이 책에서 벨마 월리스는 말한다. 삶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할 바를 성취하는 데에는 사회에서 평가하는 능력이나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능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왜 안 중요하겠는가. 마흔 개의 여름이 어떻게 여든 개의 여름을 이기겠는가.  

- 시간이란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이고, 그림을 그림이게 하는 것 역시 원근이 아니라 깊이(메를로 퐁티)라는 것을 칙디야크와 사가 그들이 본 여든한 개의 여름과 일흔여섯 개의 가을로 확인해준다. 
 
- 몇 번째인지 모르지만 깊이를 더해가는 그대의 봄 앞에 이 이야기를 드린다. 그대의 눈신발, 그대의 바라봄, 그대의 연어 껍질 주머니, 아직 오지 않은 그대 삶의 절정을 위해! 

 

- 김남주



 

 

 

 

   

 
두 늙은 여자(양장본 HardCover)
『두 늙은 여인』은 알래스카 아타바스칸족 작가 벨마 월리스가 어머니가 딸들에게 대대로 전해주던 알래스카 인디언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펴낸 것으로, 북극권 사람들의 생존 기술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생존이라는 조건 아래서 변화하기 시작하고 성장하게 되는 두 노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겨울 기근이 닥치자 전체가 굶어죽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알래스카 그위친 부족의 우두머리는 그동안 돌보던 두 노인을 눈벌판에 두고 가기로 결정한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얼음 벌판에 단둘이 남은 두 늙은 여인은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과거를 돌아보며 무력감과 배신감에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죽음을 선고했지만 두 여인은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결심한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두 늙은 여인은 사냥을 시작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두 노인을 버린 부족은 1년 동안 굶주림에 허덕였다. 노인을 버렸으나 크게 나아진 것도 없었다. 그러다 두 노인이 생존했으며 또한 식량을 비축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부족은 노인들의 식량을 두고 어떤 마음을 품었을까? 무력으로 빼앗을까? 두 노인은 1년 전 버려졌을 때처럼 무기력하게 빼앗기게 될까?
저자
벨마 윌리스
출판
이봄
출판일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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