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황금 당나귀

일루젼 2022. 10. 3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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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 장 드 보쉐르 / 송병선
출판 : 현대지성 
출간 : 2018.08.01 


       

<말할 수 없는 소녀>와 <변신의 역사>에서 언급되어 찾아 읽게 되었다. 무척 인상깊게 읽었는데, 처음 발췌문을 읽고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작품이었다.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같은 프쉬케 이야기와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카메론> 류, 인간이 새나 당나귀 같은 동물로 변신하는 변형/변신 이야기의 원형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와 이집트 신화를 아우르는 알레고리까지, 인류 최초의 소설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작품이다. 

 

내가 읽은 현대지성의 판본은 비어즐리 풍의 '장 드 보쉐르'의 삽화와 어우러져 꽤나 묵직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받쳤다'라는 반복된 맞춤법 오류가 내 몰입도를 심하게 깨트렸는데...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잘못 표기되었던 것을 보면 '바치다'의 오기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외에도 맞춤법 오기가 있어 진중하면서도 환상적인 작품의 분위기가 흐트러진 점이 무척 아쉽다. 

 

<황금 당나귀>는 '루키우스'라는 젊은이가 고향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 겪는 여행담이다. 이야기의 초입에서 길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로부터 마법과 저주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를 들으며 설레하던 그는, 그 자신이 그 마법의 경험자가 되고 만다. 그가 몸을 의탁하고 있는 집의 안주인이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임을 언질해주며 자신의 집으로 옮겨올 것을 권하는 귀부인의 제안을 거절할 때부터, 루키우스는 이미 젊은이의 호기로 어느 정도는 그런 마법적인 경험을 겪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기대했던 것이 당나귀가 되는 것은 아니었으리라. 

 

안주인의 몸종인 포티스의 도움으로 변신에는 성공하지만, 한 마리 올빼미 같은 새가 되고 싶었던 루키우스는 볼품없는 당나귀가 되고 만다. 변신한 동물에 따라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방법도 다른데, 그의 경우는 장미 꽃잎을 먹어야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변신 연고가 바뀐 것이 아니라, 같은 연고가 아니었을까 한다. 변신하게 되는 형태는 그 순간 인간의 욕망과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루키우스의 경망스러움과 치기가 그를 당나귀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고. 이후 그가 다시 인간이 되기까지 직접 경험하거나 듣게 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다시 인간이 되며 경험하는 여신과 남신의 신비가 <황금 당나귀>이다. 

 

여러 의미에서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감사히 읽었다. 

 


   

- 아풀레이우스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 근처에 있는 마다우라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그는 그리스어와 라틴어와 웅변술을 배웠다. 그 후 더 많은 교육을 받기 위해 그리스에 수년간 머물면서 플라톤 철학 계열의 가이우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시와 점성술, 음악, 종교 등의 분야도 깊이 공부했다. 아플레이우스는 공부를 마치고 로마로 가서 오랜 기간 머물며 변호사로 간헐적으로 일했다. 그 후 서른 살에 고향으로 돌아왔고, 곧이어 알렉산드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그는 병으로 쓰러져 그리스 유학 시절 함께 공부했던 리키니우스 폰키아누스의 모친이자 돈 많은 과부인 아이밀리아 푸덴틸라의 간호를 받았다. 이후 아풀레이우스는 그녀와 결혼을 했는데, 이 일로 폰키아누스와 원수가 되었다. 하지만 폰키아누스는 얼마 후 세상을 떠난다. 그러자 아플레이우스의 장인이 동창이자 의붓아들을 죽였고, 미망인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했으며, 마법을 써서 그녀를 유혹했다고 아풀레이우스를 고발한다. 이 사건은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 있다. 이 재판은 당시에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다. 아플레이우스는 능숙한 변론으로 무죄를 입증하였다. 그의 책 <변명 Apologia>은 그 경과를 기술한 작품으로 법정 연설의 표본이자 그의 생애를 알려주는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된다. 

 


 

- 독자여, 나는 '밀레투스 식'의 몇몇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나일 강의 여린 나무줄기에 쓰여진 이 파피루스를 읽고자 한다면, 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당신의 귀를 유혹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당신은 인간이 동물로 변하고, 후에 수많은 모험을 거쳐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경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 "그녀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하나만 말해주면 자네는 내 말을 믿을 수 있을 걸세. 아니면 두 개나 그 이상을 말해줄까? 그녀의 위업을 몇 개나 듣고 싶어? 그녀는 남자들을 열렬히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네. 그리스인뿐만 아니라, 인도인이나 심지어 에티오피아인 혹은 안티온들까지도 그녀는 자기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단 말이야. 물론 이런 것은 그녀가 지닌 힘을 볼 때 대수롭지 않은 것이네. 그런데 자네는 이런 막연한 것들보다는 믿을만한 증인들이 있는 분명한 것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군. 내가 몇 가지만 얘기해 주지. 우선 그녀의 어느 정부가 겁 없이 다른 여자와 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네. 그러자 단 한마디만 중얼거리자, 그는 비버로 변해버렸다네."
"그런데 많고 많은 것 중에서 왜 하필이면 비버인가?"
"비버는 사냥꾼들에게 붙잡힐 것 같으면 자기의 음경을 거세하고서 그것을 강둑에 놔두고 가버리거든. 그렇게 해서 냄새를 쫓는 사냥개들을 피해 자유의 몸이 되는 걸세. 또한 자기 정부와 부정을 저지른 이웃 여인숙 주인을 개구리로 만들기도 했다네. 그래서 지금 그 불쌍한 노파는 포도주 통에서 헤엄치거나, 아니면 포도 찌꺼기에 파묻혀 걸걸하고 비굴하게 '개굴개굴' 울면서 자기의 옛 고객들에게 인사하고 있지. 그리고 그녀를 기소했다는 이유로 변호사에게 양의 뿔을 달아주었지. 그래서 그는 이마에 난 꼬불꼬불한 뿔을 단 채 법정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네. 마지막으로 그녀를 농락했던 어느 정부의 아내는 그녀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했어. 그러자 메로에는 임신하고 있던 그녀의 자궁에 마법을 걸어 태아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게 했어. 그게 대략 8년 전의 일이야. 그러니까 8년 동안 배가 커져서 그 여인의 배는 마치 코끼리를 출산할 듯이 커진 상태라네." 

(리뷰자 주 : 중세 동물지에 의하면 비버에게 이런 성질이 있다고 믿었던 듯 하다. 당시에는 비버의 음낭에서 추출한 캐스토리움을 사향 대용으로 썼다고 한다.)

 

- "내 평생 이 이야기보다 더 심한 거짓말은 들어본 적이 없소. 이건 사제들의 말보다 더 황당한 말이오. 자, 당신의 옷차림새와 외모로 보건대, 당신은 학식이 있는 사람 같소. 그런데 한 마디라도 확실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흠, 이론적으로는 믿지 않소. 하지만 나는 불가능한 이야기는 없다고 믿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운명이 정해 놓은 대로 일어난다고 생각하오. 당신이나 나나 혹은 죽을 운명을 띤 모든 사람에게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법이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생기곤 하오.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전혀 믿지 않소.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들을 믿소. 그리고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로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 준 아리스토메네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덕분에 애쓰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게 이 길고 험한 길을 끝까지 왔소. 내 말도 덕택에 등에 아무것도 싣지 않고 성문에 당도하여 피곤하지 않고, 즐거웠을 거라고 믿소." 

 

- 나는 테살리아에서 일어나곤 하는 이상하고 놀라운 일들을 알고 싶은 충동과 갈망으로 눈을 떴다. 이곳은 옛날부터 마법이 전 지역에 깊게 뿌리박고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여행 도중에 동료인 아리스토메네스가 말해 준 그 이야기가 이 도시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모든 것을 눈여겨보았다. 이 도시에는 달라 보이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잔인한 마녀의 힘이 곳곳에 작용하여 모든 것이 다른 형태로 바뀌어 있다고 상상했다. 그래서 내 발길에 걷어 차인 돌은 돌로 굳어진 사람이며, 새들은 신화 속의 프로크네, 테레우스, 필로멜라처럼 깃털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성벽을 에워싸고 있는 나무들은 잎사귀로 변신한 인간이며, 분수에서 솟아 나오는 물은 인간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상상했다. 심지어 석상과 나머지 형상들이 금방이라도 걸어 다닐 것이며, 벽들은 언제라도 갑자기 말하기 시작할 것이고, 소나 양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내게 말해 줄 것이며,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어떤 신탁의 목소리를 전해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 나는 이런 멍청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니 나를 괴롭히는 이런 느낌에 도취되어 이곳저곳을 마구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어떤 징조도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를 사로잡고 있던 마법에 대한 흔적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 "이 조그만 불꽃이 인간의 손으로 켜졌지만, 이 불꽃의 아버지이자 모든 불의 원천인 태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사실입니다. 따라서 신성한 영감을 통해 하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점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코린토스에서 만난 사람의 예언과 비교해 볼 때, 이것은 초보적인 점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코린토스에서는 칼데아에서 온 점잖은 이방인이 점술로 온 도시를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동전 몇 푼만 받고도 그는 결혼하려는 사람에게 택일을 해주고, 혹은 건물을 지을 때 언제 첫 삽을 들어야 하는지, 혹은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언제가 가장 적당한지 예언을 해주면서 운명의 숨겨진 비밀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지요. 난 언제 여행을 떠나야 가장 좋으냐고 그에게 물었어요. 그러자 정말로 놀랄 만한 여러 가지를 예언해 주었지요. 그는 내가 아주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되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겪으며, 화려한 명성을 얻을 것이고, 또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비라에나 부인, 당신은 예의 바르고 착한 분이기에 기꺼이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지만, 저 무례한 사람들의 건방진 태도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그토록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비라에나는 건배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비라에나의 요구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는 식탁보를 접어 팔꿈치 밑에 대고서 테이블 위로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는 오른손의 새끼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을 한데 모으고 다른 손가락들을 펼쳤다. 그러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위협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자 주 : 이런 손동작은 자기가 그리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이야기를 억지로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런 동작은 연설가들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때 사용하던 몸짓이다.) 

 

- "정 그렇다면, 심판을 신에게 맡깁시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최고의 예언가인 이집트 사람 자클라스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지옥에서부터 죽은 자의 영혼을 꺼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하 세계에서 내 조카를 불러와 잠시 죽은 육체에 다시 영혼을 불어넣어 달라고 이 지옥의 신을 설득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짧은 튜닉을 입고, 종려나무 샌들을 신은 채 머리를 완전히 빡빡 밀은 청년을 광장 한복판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노인은 호들갑스럽게 그의 손에 키스하고, 그의 무릎을 껴안고서 말했습니다. 
"위대한 사제시여, 우리의 청을 들어주소서. 그리고 하늘의 별과 지옥의 힘과 기본 원소들과 죽음의 침묵과, 콥트인들의 성전과 불어난 나일강과 멤피스의 비밀과 파로스의 성스러운 딸랑이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고 잠시 태양의 즐거움을 맛보게 허락하시고, 그의 감긴 눈에 영원히 빛의 행운을 불어넣으소서. 우리는 대지가 당신의 명을 수락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복수를 위해 잠시 생명의 순간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입니다." 

노인의 애원에 감동한 점쟁이는 죽은 자의 입과 가슴에 이상한 약초를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동쪽을 바라보며 장엄한 태양의 광채를 향해 잠자코 기도했습니다. 이렇게 황홀한 예배 의식을 취하자, 군중들의 관심은 이 예언가가 일으킬 커다란 기적에 쏠렸습니다. 

 

- "난 당신이 신중하고 분별력이 있다고 굳게 믿어요. 당신은 귀족 출신이며, 귀족적인 성품을 지니고 있어요. 또한 당신은 여러 신앙의 신비에 입문했었기에 이 비밀을 말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은 침묵이라는 성스러운 충성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애원하건대 내가 당신에게 고백할 내용은 당신 가슴 한쪽 구석에 숨겨두고 다니세요. 절대로 남에게 말하면 안 돼요. 난 당신이 굳건한 침묵으로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 이야기에 보답하리라 믿어요.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느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비밀을 밝히려고 하는 거예요. 당신은 이 집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될 거예요. 안주인 팜필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교활한 마법을 통해 얻었어요. 그녀는 마법사예요. 그 마법을 이용해 신들을 복종시키고, 행성의 궤도를 바꾸기도 한답니다. 또한 그런 수단을 이용해 신의 의지를 굴복시키고, 4원소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린답니다. 특히 근사한 젊은이를 유혹하려고 할 때는 주저 없이 마법을 사용하지요. 지금 그녀는 보에오티아 출신의 한 청년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어요. 그 청년은 정말로 멋지게 생겼어요. 그래서 그를 유혹하려고 최고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어제저녁에 나는 이 두 귀로 태양을 협박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만일 태양이 서둘러 지지 않고 자기에게 마법을 부릴 시간을 더 많이 주지 않으면, 어두운 구름을 불러들여 영원한 어둠에 빠지게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었어요."

 

- 그러자 그녀의 손발에서 부드러운 깃털이 점차 솟아 나왔고 팔은 억센 날개로 변했다. 또한 그녀의 코는 독수리 부리처럼 딱딱해졌으며 발톱은 사나운 새의 발톱이 되었다. 이렇게 팜필레는 올빼미로 변했다. 그녀는 부엉부엉 하면서 한이 뒤섞인 울음소리를 냈다. 그녀는 날기 전에 날개를 펼쳐 시험해 보았다. 그런 다음에 날개를 펼치며 단숨에 날아올랐다. 그녀가 나한테 마법을 걸지도 않았는데, 나는 너무나 놀라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나는 정말로 내가 루키우스인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비볐다.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심지어 미친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으며, 잠을 깬 채 꿈꾸는 것 같았다.  

- 조심스레 들어간 프쉬케는 자신을 둘러싼 멋진 것들을 보자, 즉시 그 집에 매혹되었다. 그녀는 좀 더 마음 편히 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아름다운 거실이 그녀를 유혹했다. 눈에 띄는 모든 것이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궁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상상조차 안 되는 귀금속으로 가득 찬 화려한 침실이 눈에 나타났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놀란 점은 이런 보물을 쇠창살이나 쇠사슬로 보호하지 않았고, 경비원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이 모든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육체 없는 목소리가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했다. 
왜 당신은 이런 귀금속 앞에서 놀란 채 멍하니 있습니까? 이것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십시오. 당신이 목욕을 하고 싶으시면, 목욕물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십시오. 지금 당신에게 말하고 있는 목소리는 당신의 하인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정성껏 모시기 위해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목욕을 마치시면, 결혼식 만찬을 위한 진수성찬이 기다릴 것입니다.」 
형체 없는 목소리의 말을 듣자, 프쉬케는 위대한 신이 자기에게 행운을 선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그녀는 침실로 가서 잠시 잠을 잤다. 그런 후 욕실로 갔다. 그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옷을 벗겨주고, 그녀를 씻겨주고, 그녀의 몸에 기름을 발라 준 다음에 결혼 예복을 입혀 주었다. 프쉬케는 욕실을 나와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편안한 의자가 놓인 반원 모양의 식탁을 보았다. 그곳에는 아직 마실 것도 없었고, 먹을 것도 놓여있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저녁 만찬을 위해 놓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빛깔과 맛이 좋은 술과 진수성찬을 가득 담은 쟁반이 나타났다. 그것은 하인이 가져온 것이 아니라, 바람에 실려 왔다. 프쉬케는 자기를 시중드는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다.  

 

- 그러자 프쉬케는 그녀의 발밑에 무릎 꿇고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펑펑 쏟아지는 눈물로 케레스의 발을 적시면서 끈질기게 애원했다. 
당신의 오른손의 풍요로운 곡식과 추수의 기쁜 축제와 당신의 기념제 때 바구니에 담긴 알지 못할 비밀과, 당신에게 봉사하는 용들의 펄럭이는 날갯짓과 시칠리아 땅의 고랑과 강간범의 수레와 당신이 애착을 가진 비옥한 땅과 납골당의 어둠 속에서 진행된 프로세르피나의 결혼식과 지상에서 화려하게 귀환한 당신 딸과 당신의 축제인 엘레우시스 사당 속에 아무 말 없이 숨어 있는 신비스러운 것들 앞에서 이렇게 애원합니다. 제발 당신의 발 아래에서 간청하는 이 프쉬케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토록 위대한 여신의 분노가 누그러질 때까지 단지 며칠 동안만이라도 밀 더미 아래에서 몸을 숨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소서. 아니면 적어도 지금 실신 직전의 상태에 있는 제가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말을 듣자 케레스가 대답했다. 
「너의 눈물과 애원을 들으니 나도 정말로 마음이 아프구나. 나도 너를 도와주고 싶단다. 하지만 내 질녀이자 친구인 베누스와 적이 되고 싶진 않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정말로 친하게 지내고 있단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빨리 이 신전을 떠나거라. 내가 너를 붙잡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역자 주 : 케레스는 흔히 뱀이나 용들과 같은 상징들과 함께 표현된다.)

 

- 그것은 그녀가 죽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왜 베누스가 직접 타르타로스와 마네스에게 직접 부탁하지 않고, 자신에게 그것을 가져오라고 했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아주 높은 탑으로 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몸을 던져 가장 빠르게 지하 세계에 도착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던 탑이 갑자기 인간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불쌍한 프쉬케여! 너는 왜 뛰어내려서 목숨을 끊으려 있느냐? 영혼이 네 육체와 분리되면 너는 타르타로스의 심연으로 가겠지만, 더 이상 지상으로 돌아올 방법이 없음을 명심하라. 그러니 내 말을 들어라.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리스의 유명한 도시인 라케데모니아가 있다. 그곳에 가거든 타이나로스의 숨겨진 동굴을 찾아라. 그것은 길도 없는 곳에 있으니 디스의 숨구멍을 찾아라. 그러니까 반도의 남쪽에 바로 그 동굴이 있다. 살며시 열린 문에서 바라보면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이 있을 것이다. 문을 통과하여 그 길로 계속 가면 너는 오르쿠스의 집이 있는 곳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둠을 맨손으로 지날 생각은 하지 마라. 너는 양손에 꿀물을 적신 빵을 각각 한쪽씩 들고, 입에는 동전 두 개를 물고 가거라. 그리고 이 어두운 길을 어느 정도 가면, 땔감을 가득 지고 있는 절름발이 당나귀와 절름발이 마부를 만날 것이다. 마부는 네게 당나귀에서 떨어진 하찮은 땔감들을 주워 달라고 부탁하겠지만, 절대로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못 들은 척하고, 무조건 앞으로 가거라. 

 

- "이런 빌어먹을 놈. 정신 나간 놈 아니야! 냄새나는 고기나 파는 얼간이가 함부로 입을 놀려! 전지전능하시고 모든 것의 기원이신 시리아 여신과 성인 사바지우스, 벨로나, 이다 어머니, 아도니스와 함께 있는 베누스 여신이여, 나를 비웃은 이놈을 비웃으시고, 장님으로 만들어 주소서. 그렇게 하여 이놈에게 바보스러운 농담의 대가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너는 내가 성질 못된 당나귀 등에 내 여신을 싣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놈이 발광해서 이 여신을 땅에 떨어뜨린다고 생각해 보았느냐? 그럼 내가 무슨 일을 당하겠느냐? 땅에 떨어져 다치게 되면 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흩날리며, 내 여신을 치료할 의사를 찾아다녀야 한단 말이다." 

 

- 어떤 사람이 두 개의 잘 알려진 속담을 조합해서 '당나귀는 그림자만 봐도 당나귀인 줄 안다'라는 명언을 탄생시켰다. 

 

- 데쿠리오의 아들은 공부를 잘했으며, 사실상 모든 좋은 점을 다 갖추었고, 모든 사람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청년이었다. 어떤 아버지라도 그런 아들을 갖고 싶어 할 정도의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그의 아버지는 재혼해서 다른 아들을 두고 있었다. 그 아들은 당시 열두 살이었다. 계모는 좋은 품성을 가지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미모만 자랑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집안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녀가 천성적으로 음탕한 것인지 아니면 운명의 사주를 받아 어쩔 수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좌우간 자기의 의붓아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독자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이것이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며, 이런 이야기는 긴 장화를 벗고 반장화를 신은 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 그들이 아무리 인정 많고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법에 규정된 대로 그를 네 가지 중죄의 상징인 개와 원숭이와 암탉과 살무사와 함께 가죽 포대에 집어넣어 봉한 다음 강에 던져버리라고 선고하는 도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제 투표만 남아 있었다. 오랜 관습에 따라 투표지는 청동함에 넣어야 했다. 그 안에 들어간 투표지 대부분에 사형 선고가 기록되어 있으면 그것은 절대로 바꿀 수 없으며,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은 사형 집행인의 손에 넘겨졌다. 

 

- 티아수스는 항상 파티가 열리듯이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서 저녁을 먹곤 했고, 내 주인들은 그가 남긴 상당량의 음식들을 우리의 조그만 방으로 가져오곤 했다. 한 사람은 돼지고기와 닭고기, 생선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음식을 가져왔고, 다른 사람은 빵과 파이, 슈크림 빵, 도마뱀, 낚싯바늘을 비롯한 달콤한 과자들을 가져왔다. 그들은 몸을 씻고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목욕을 갈 때면 문을 잠갔다. 그러면 나는 신들이 은총을 베풀어 주셔서 내게 주신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비록 나는 당나귀였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을 놔두고 건초만 먹는 바보 같은 당나귀는 아니었다. 

(역자 주 : 여러 종류의 파이를 지칭하는 데 흔히 동물 이름이나 다른 기구들의 이름이 사용되곤 한다. 여기에서 도마뱀은 아몬드를 넣은 도마뱀 모양의 파이이고 낚싯바늘은 꽈배기 형태로 생긴 치즈 스틱이다.)

 

- “오, 맙소사! 네가 이렇게 뻔뻔할 줄은 전혀 몰랐어. 네가 음식을 훔치고서, 내가 해야 할 불평을 먼저 토로하다니! 나는 지금까지 이 말을 꾹 참고 있었어. 나는 내 형제를 좀도둑으로 몰아세우느니, 가능한 한 내가 참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런데 네가 감히 먼저 나를 좀도둑이라고 말하다니! 하지만 그게 어쨌거나 나는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게 돼서 기뻐. 서로의 감정을 숨기는 것보다는 해결책을 찾아야 에테오클레스처럼 비극을 맞지 않을 테니까."  

 

- "루키우스여, 네 기도를 듣고 감동하여 내가 손수 왔도다. 나는 자연의 어머니이고 모든 원소의 주인이며, 인간들의 기원이고 모든 영적인 것의 군주이며, 신들의 여왕이고 신들 중에서 가장 높은 신이며, 죽은 자들의 여왕이고 동시에 죽지 않는 모든 것의 여왕이기도 하며, 둥근 하늘에 사는 모든 신의 유일한 징표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높은 하늘을 통치하고, 모든 바닷물과 지하 세계의 침묵도 지배한다. 나는 여러 면에서 숭배받고 있고,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여러 다른 의식을 통해 경배받는 유일한 존재이며,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우러러본다. 인류 중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이라고 자부하는 프리기아 인들은 나를 페시눈티카, 즉 신들의 어머니라고 부르고, 옛 아테네 사람들은 케크로피아의 디아나라고 부르며, 키프로스 섬 주민들은 나를 파피아의 베누스라고 부르고, 크레타섬의 궁수들은 딕티나 디아나라고 부르며, 세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시칠리아 사람들은 스튁스의 프로세르피나라고 부르고, 엘레우시스의 사람들은 곡식의 어머니인 케레스라고 부른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유노라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전쟁의 여신 벨로나라고 부르기도 하며, 몇몇 부족들은 헤카테나 혹은 람누비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아침의 태양이 가장 먼저 밝아오는 에티오피아인이나 고대의 학문에 뛰어났던 이집트인들은 나의 신격神格에 어울리는 예찬을 하는 사람들이며, 나의 진정한 이름인 이시스로 나를 부른다. 나는 너의 간곡한 청원에 동정을 느껴 이곳으로 왔고, 너를 도와주려고 한다. 그러니 이제 눈물을 거두어라. 탄식하지 말고 슬픔을 버려라. 나의 도움으로 이제 네 행운의 여명이 밝아올 것이니 불안한 마음을 거두고 내가 지시하는 바를 행하라. 항상 나에 대한 예배 의식은 하루 동안 진행된다. 바로 오늘 밤에 시작될 예정이다. 내일 나를 찬미하는 사제들은 새로운 항해 계절의 첫 수확물인 새로 만든 배를 바칠 예정이다. 이때가 되면 겨울의 폭풍은 힘을 잃고 성난 파도는 잠잠해지며, 바다는 다시 한번 항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런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너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리고 속된 생각을 버려라. 그리고 나에 대한 존경심을 간직하고, 그 의식을 기다려라. 나는 가장 높은 사제에게 딸랑이와 함께 오른손에 장미꽃 화관을 가져가라고 지시할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너는 사람들 틈에 있거라. 내 의지를 믿고, 그 행렬에 합류하라. 그리고 주임사제에게 다가가 그의 손에 입맞춤하기를 원한다는 듯이 행동하면서, 너의 입으로 얌전하게 장미를 뜯어먹어라. 그러면 너는 우주에서 가장 천한 짐승인 당나귀 가죽을 벗게 될 것이다."

 

- "무엇보다도 믿음을 가져라. 내 명령이 지키기 어렵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마라. 그리고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쳐서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라. 바로 이 순간, 그러니까 네게 말하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다른 곳에서 잠자고 있는 주임사제의 꿈에 나타나 그가 해야 할 바를 지시하고 있다. 내 지시를 따라 내일 빽빽이 모여든 군중들은 네게 길을 비켜줄 것이다. 네게 약속하건대, 기뻐 아우성치고 웃는 축제 속에서 그 누구도 너의 추한 모습을 혐오스럽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고, 네가 갑자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의도적으로 해로운 해석을 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은 기억하라. 그리고 내 말을 네 가슴속에 항상 품고 간직하라. 지금부터 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너는 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너를 다시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여신에게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너는 내 보호와 은총을 받아 행복하게 살 것이고, 이름을 후대까지 떨칠 것이다. 또한 예정된 네 목숨이 다하면, 너는 지옥으로 내려갈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나와 마찬가지로 그 지하 세계에서도 아케론테의 어둠 속에서 너의 빛이 될 것이고, 스튁스 강을 건널 때 너의 안내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네가 엘리시움 평원에 거하게 되면 네 수호신으로 나를 섬기고 우러러야 한다. 만일 나를 섬기는 종교의식을 충실히 이행하고 순결한 마음으로 나를 믿는다면, 너는 나의 전지전능한 보호를 받을 것이다. 그러면 너는 나, 단지 나만이 운명이 규정한 한계를 넘어 네 목숨을 연장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독자들이여, 당신들은 그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고 싶을 것이다. 만일 내가 그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여러분은 그 안에서 있었던 일을 낱낱이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경솔하게 내뱉을지 몰라 두렵고, 여러분의 귀는 내가 할 수 없는 말을 알고 싶어 할지도 몰라 두렵다. 하지만 여러분이 믿음을 갖고 있다면, 더 이상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고통받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가 겪은 일을 이시스 여신의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서술하겠다. 비록 여러분이 내 말을 들을지라도 무슨 말인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내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믿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죽음의 문으로 다가가 프로세르피나의 문지방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후에 주요 요소들을 통해 이 세상으로 되돌아왔다. 한밤중에 나는 마치 대낮처럼 비추는 태양을 보았고, 지하의 신과 천국의 신 앞에 서서 그들을 찬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흠칫 놀라 잠을 깼다. 둥근 달이 눈이 부시게 바다에서 떠오르고 있었고, 바다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인간 세상의 유일한 군주인 달의 여신이 자신의 위대한 힘과 위엄을 한껏 발산하는 비밀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녀의 통찰력과 의지의 빛나는 힘은 순한 짐승이든 맹수든 가리지 않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달의 리듬에 따라 하늘과 땅과 바다의 모든 것이 변하는 법이다. 달이 커지면 모든 것이 커지고, 달이 작아지면 모든 것이 작아진다. 이런 것들을 익히 알고 있던 나는 달의 모습을 보자, 운명이 이제는 내가 겪었던 수많은 재앙에 지쳐있고, 비록 늦었지만 내게 구원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여신에게 제발 내가 생각한 대로 되게 도와달라고 애원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졸음을 쫓았다. 그리고 나를 정화하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서 바닷물로 목욕했다. 나는 내 머리를 밀려오는 파도 속에 일곱 번이나 담갔다. 철학자 피타고라스에 의하면, 그것은 모든 종교의식에 공통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비록 내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최고의 여신에게 말없이 기도했다. 

"하늘의 축복받은 여왕이시여. 수확의 어머니이시고, 모든 밭의 영혼이자 기원이신 케레스이시여. 당신은 잃어버린 딸 프로세르피나를 찾은 즐거움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도토리나 먹는 초라한 식사 습관을 버리게 하셨으며, 그 대신 그들에게 엘레우시스의 비옥한 토양에서 나온 빵을 주셨습니다. 

당신은 태초부터 천상의 베누스로서 사랑을 받아들여 처음으로 서로 다른 두 성이 사랑하게 만드셨으며, 그로부터 나오는 새로운 싹으로 인류를 영원하게 하셨으며, 그 업적으로 이제는 바다로 둘러싸인 파포스에서 모든 칭송을 한 몸에 받고 계십니다. 포에부스의 남매인 디아나로서 당신은 여인들의 출산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셨고, 수많은 고귀한 목숨을 탄생시켜 주셔서 이제는 에페수스의 성지 같은 곳에서 숭배받고 계십니다. 또한 밤마다 울어대는 올빼미조차도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세 얼굴의 프로세르피나이시며, 당신은 사악한 귀신보다도 더욱 힘이 세고, 그 귀신들을 지하 세계에 가두어 두십니다. 그리고 성스러운 숲을 돌아다니시며, 숲 속에서 거행되는 여러 의식에서 찬미를 받으십니다. 당신은 여성스러운 빛으로 모든 도시의 성벽을 환하게 비추시고, 당신의 신비스러운 빛은 축축한 땅속에 묻힌 씨앗을 자라나게 하며, 태양이 없는 동안 당신의 빛으로 모든 것을 인도하십니다. 

당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지, 어떤 모습으로 계시든지, 혹은 어떤 의식으로 칭송을 받으시든지, 제발 바라오건대 극도의 비탄과 재앙 속에 있는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제발 힘든 비운 속에 있는 저에게 평화를 내려주십시오. 그리고 제 피로를 씻어 주시고, 제가 직면한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끔찍한 노새의 모습에서 저를 해방시켜 주시고, 저를 가족에게 돌아가도록 도와주시고, 저를 루키우스로 다시 한번만 만들어 주십시오. 만일 제가 혹시라도 어떤 신을 모욕하였고, 그 신께서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않으셔서 제가 인간의 삶을 누릴 수 없다면, 제발 저를 죽여주십시오. 적어도 죽음의 선물이라도 내려 주십시오." 

내 마음속에 간직했던 모든 말을 다 하고 기도를 끝내자, 갑자기 피로를 느꼈다. 나는 내가 잠을 자던 모래밭으로 되돌아왔고, 다시 잠이 나를 엄습했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지도 않았는데, 바다 한가운데에서 어느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평온한 얼굴이라 신들조차도 그녀를 찬미할 정도였다. 먼저 머리가 나타나더니 곧이어 서서히 반짝이는 여인의 몸이 모습을 보이며 파도 사이에 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파도를 헤치며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부터 상상을 초월한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서술할 것이다. 물론 이런 모습을 제대로 묘사하기에 인간의 언어는 너무도 빈약하고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여신께서 내가 본 것을 어렴풋이나마 전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적 이미지를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엔디미온 : 잘 생긴 목자로 유피테르(제우스)의 손자. 루나(셀레네)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피테르는 그에게 가장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영원히 잠을 자는 것을 택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루나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그를 사랑했으며, 이 여신은 유피테르에게 엔디미온이 영원한 잠을 자면서 그의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는 꿈을 상징한다.

- 카타미투스 : 그리스 신화의 가니메데스, 트로이 왕자다. 인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러 신의 아버지의 마음속에 무한한 사랑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런 이유로 올림포스의 술 따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유피테르의 술잔에 과일주를 가득 담아 주는 일을 담당했다.

- 칼립소 : 아름다운 목소리와 외모로 유명한 바다의 요정. 서부 지중해 섬에 살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표류하던 오디세우스를 구조했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와 사랑에 빠져 그에게 조국과 가족을 버리고 자기와 결혼하면 불멸의 삶을 선사하겠다고 했지만, 오디세우스는 그 제안을 거부했다. 유피테르의 명령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를 떠나보내게 될 때까지 7년간 그를 억류하고 있었다.

 

- 프로크네 : 아테네의 왕인 판디온의 딸이자 필로멜라의 자매이며, 테레우스의 아내. 제비로 변했다고 알려져 있다.

 

- 필로멜라 : 판디온의 딸. 나이팅게일로 변했다.

 

- 아베르노스의 늪 : 시뷜레가 사는 곳으로 유명한 캄파니아 해변에 있는 호수, 이곳은 시인들이 지옥의 입구를 파악하는 곳이며, 흔히 지옥과 동의어로 쓰인다.  

 

- 시뷜레 : 아폴로의 유명한 여자 점술가. 특히 예언과 여러 신탁의 재주를 지니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예언적 능력을 지닌 여인'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 파로스의 성스러운 딸랑이 : 라틴어로 '시스트룸'이라 불리는 이 딸랑이는 여러 금속판을 매달아 딸랑거리는 음을 내는 악기이다. 파로스는 나일 강 하구에 있는 이집트의 섬이며, 이곳에는 유명한 등대가 있어서 항해에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곳이다. 아마도 여기에서 파로스의 딸랑이는 바로 이 섬의 등대를 의미하는 듯하다.

 

- 레테 : 불화의 여신인 디스코르디아(에리스)의 딸이자, 망각의 여신인 레테는 지옥에 있는 샘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이것은 죽은 자들이 샘물을 마시면서 자신들의 속세의 삶을 잊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 스튁스 : '증오'라는 뜻으로 원래는 저승을 돌며 흐르는 강의 이름이다. 또한 우뚝 솟은 바위에서 솟아나 땅 밑으로 스며드는 샘의 이름이기도 하다. 

 

- 프로세르피나 : 로마에서 프로세르피나는 지옥의 여신이다. 이 여신은 그리스의 페르세포네와 동일시된다.

 

- 오르쿠스 : 민간 신앙에서 오르쿠스는 죽음의 악마이다. 디스 파테르나 플루토와 동일 시 되고,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에 해당한다. 당대에는 일반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쿠스라는 이름이 흔히 쓰였다. 

 

- 마네스 : 로마인들은 마네스를 사자(死者)들의 영혼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들의 영혼을 기리고 기분을 맞추기 위해 술과 우유와 꿀과 꽃들을 바치곤 했다.

- 타이나로스의 숨겨진 동굴 : 이곳에는 넵투누스를 모시는 신전이 건설되었기 때문에 흔히 '타이나로스의 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곳에 지옥의 입구와 연결되는 동굴이 있다고 생각했다.

 

- 디스 : 디스 혹은 디티스는 지하 세계의 신이며, 오르쿠스, 플루토와 동일 인물이다. 

 

- 사바지우스 : 프리키아의 신이며, 축제의 신으로 섬겨진다. 흔히 바쿠스 신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 벨로나 : 마르스의 아내이며, 전쟁의 여신, 그리스 신화의 에니오와 동일 시 된다. 흔히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횃불을 들고, 마차를 모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점에서 푸리아에와 매우 흡사하다.

- 이다 어머니 : 신들의 어머니인 시뷜레를 지칭하는 듯하다.

- 아도니스 : 자기 아버지의 자식을 잉태했다는 이유로 나무로 변한 뮈라의 아들이다. 그래서 뮈라라는 나무에서 태어났다. 그런 아도니스를 불쌍히 여긴 베누스 여신은 프로세르피나에게 건네주어 그를 기르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프로세르피나는 아도니스에게 반해 베누스에게 되돌려주길 거부했다. 그로 인한 두 여신 간의 불화는 결국 유피테르 신의 중재로 해결되었다. 그는 1년의 3분의 1은 베누스와, 그리고 다른 3분의 1은 프로세르피나와 함께 살고, 나머지 3분의 1은 아도니스의 마음대로 베누스와 살든 프로세르피나와 살든 상관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 아도니스는 3분의 2를 베누스와 함께 살고, 나머지는 프로세르피나와 함께 살기로 했다.

 

- 두 개의 잘 알려진 속담 : '몰래 엿본 당나귀 때문에'와 '모든 게 당나귀의 그림자 때문이야'라는 속담이다. 앞에 속담은 루키아누스의 이 대목에 해당하는 것이며, 옹기장이가 제기한 소송에 바탕을 둔 것이다. 옹기장이는 당나귀가 가게 진열장을 몰래 엿보다가 도자기를 깨뜨리자 당나귀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두 번째 속담은 플라톤과 메난드로스가 인용한 것으로, 당나귀를 탄 여행자와 그 당나귀를 여행자에게 빌려준 마부가 나무 한 그루 없는 사막에서 벌인 말싸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행자는 당나귀의 그림자 아래서 낮잠을 자고 싶어 했지만, 그 마부는 자기는 당나귀만 빌려주었을 뿐 그림자를 빌려준 것은 아니라는 이유를 대며 당나귀의 그림자는 자기 것이라고 우겼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말싸움은 결투로 변했다. 두 사람은 싸우다가 모두 목숨을 잃었지만, 당나귀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긴 장화와 반장화 : 반장화란 그리스 비극 배우들이 신고 다니던 밑창이 넓고 높은 구두이다. 반면에 긴 장화는 희극 배우들이 신던 신발이다. 여기에서는 이 이야기가 비극적인 것이므로 즐겁게 읽기보다는 엄숙하게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 에테오클레스 : 에테오클레스는 폴리니세스의 형제였으며, 두 사람은 모두 오이디푸스 왕의 아들이었다. 그들은 자기 아버지가 할머니인 요카스타와의 근친상간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를 몹시 불쾌하게 대했다. 그러자 오이디푸스 왕은 두 아들에게 욕을 퍼부으며 서로 각자의 손에 희생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저주를 피하고자 그들은 왕국의 권력을 해마다 서로 교대하면서 차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렇지만 에테오클레스는 첫해를 통치하고서 통치권을 폴리니세스에게 양도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고, 그들이 피하고자 했던 예언은 이루어지고 말았다. 

 

 - 팔라메데스 : 팔라메데스는 현명한 사람의 상징이었으며, 지혜로운 오디세우스의 적수였다. 메넬라오스와 팔라메데스는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납치한 트로이인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짓밟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빼앗긴 명예를 찾기 위해 이전에 맺었던 약속을 지켜 달라면서 오디세우스를 찾아가자, 오디세우스는 미친 척하면서 거절했다. 그는 황소 대신에 당나귀를 이용해 땅에 소금을 뿌리며 농사를 지으면서 미친 척했다. 하지만 현명한 팔라메데스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철창에 가두어 그가 속임수를 쓰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렇게 그의 계략이 들통나자, 오디세우스는 하는 수 없이 트로이 전쟁에 참여해야만 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이런 치욕을 절대로 잊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팔라메데스를 기소할 거짓 증거들-가령 트로이 포로들의 편지, 짚방석 밑에 숨겨놓은 돈, 노예 매수 등등-을 확보했고, 마침내 그리스인들 앞에 팔라메데스를 배신자로 낙인찍히게 했다. 메넬라오스는 하는 수 없이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그는 그리스인들에게 돌에 맞아 죽었다. 

 

-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 :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에 테티스는 아킬레스의 무기를 가장 용감한 그리스 병사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즉 트로이 병사들에게 가장 공포의 대상이었던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 그리스 군의 지휘관들은 투표로 아이아스가 아니라 오디세우스로 결정하였다.

 

- 엘레우시스 : 케레스의 신비로 알려진 도시. 케레스의 딸 프로세르피나는 유피테르의 동의 아래 그녀의 삼촌인 하데스에게 납치되었다. 그러자 케레스는 이미 지옥에 거주하던 자기 딸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올림포스에 사는 것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칙상 한번 들어간 지옥에서는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자 유피테르는 프로세르피나가 일 년의 반은 지옥에 있고,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그녀와 함께 살 수 있도록 했다. 프로세르피나가 지상에 도착하는 시간은 봄과 일치한다. 그리고 겨울은 그녀가 지옥에 거주하는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 아케론테 : 아케론테는 지옥에 도달하기 위해 죽은 영혼이 건너야만 하는 강이다. 

- 엘리시움 : 엘리시움은 영웅들과 덕을 베푼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엘리시움 평원'은 극락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 벨레로폰 : 넵투누스의 아들인 벨레로폰은 날개 달린 말인 페가수스를 타고 키마이라를 죽였다. 

 

- 세라피스 :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던 이집트의 신.  

 

- 올림포스의 스톨라 : 그리스 신화에서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지고서 황금 보물을 지킨다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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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이 지긋한 두 여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소. 한 여자는 불을 밝힌 촛불을 들고 있었고, 다른 여자는 해면과 시퍼런 날이 오뚝 선 칼을 들고 있었소. 그들은 아직 잠자고 있던 소크라테스의 양편에 각각 자리를 잡았소. 칼을 들고 있던 여자가 먼저 말했소. 
"판티아, 이것 좀 봐. 여기에 바로 내가 애인으로 선택한 사람이 누워있어. 나의 사랑하는 엔디미온이자 나의 카타미투스가 바로 우리 앞에 있어. 나는 이 사람이 정말로 뜨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주었어. 그런데 이놈은 오랜 시간 동안 밤일을 하면서 내 청춘을 비웃기만 했지. 이놈은 내 사랑을 거부한 놈이야. 나에 관해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더니, 이제는 도망치려고 계획한 놈이야. 이제야 이놈을 잡았어. 오디세우스에게 버림받은 칼립소처럼 이놈 때문에 내가 영원한 고독 속에서 울며 지내야 할 팔자가 되었던 거야."  

 

- 밀로는 팜필레와 함께 형편없는 저녁을 차려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포티스는 비라에나가 보낸 선물로 즉석에서 요리했다. 진수성찬이 차려지자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그날의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비라에나의 경고를 떠올리면서, 팜필레의 사악한 눈길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저녁 식사 내내 아베르노스의 늪과도 같은 그녀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대신 저녁 식사를 나르는 포티스 모습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 어둠이 깔리자 식탁 위의 램프에 불이 켜졌다. 그러자 팜필레는 램프 심지를 바라보며 이렇게 예언했다.
"내일은 온종일 비가 내릴 거예요."
남편은 어떻게 그걸 아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램프가 그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밀로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 유명한 시뷜레를 즐겁게 해주고 있소. 매일 저녁 내 아내는 램프 심지에서 우주를 내려다보고, 다음 날 태양이 어떤지를 예언하오." 

 

- "이 범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심문을 통해 알아내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리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고문기구들이 즉시 준비되었다. 법정의 단상까지 불과 고문대와 모든 종류의 채찍을 가져왔다. 나는 내가 온전히 죽을 수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 더욱 슬퍼졌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의 눈물로 모든 관중을 감동시켰던 늙은 여인이 말했다. 
"존엄하신 시민 여러분. 여러분이 불쌍한 제 자식들을 죽인 이 나쁜 놈을 고문하기 전에 죽은 자들의 시체 덮개를 벗기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 청년들이 얼마나 멋지고 젊은지를 보면, 아마 여러분의 정의의 분노는 더욱 들끓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 자가 저지른 죄처럼 잔인하게 복수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살인범의 죄에 걸맞은 적절한 형벌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손뼉 치며 이 말에 찬성했다. 그러자 법관은 영구대에 안치된 시체들의 덮개를 내 손으로 직접 벗기라고 명령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했다. 왜냐하면 다시 전날의 광경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행원들은 법관의 명령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고,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비운을 자초했던 시체들이 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불쾌했지만 나는 힘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래서 시체 덮개를 들춰 시체들을 드러냈다. 신이시여!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얼마나 갑작스러운 운명의 변화인가! 잠시 전만 해도 나는 프로세르피나와 오르쿠스의 노예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나는 결코 배은망덕한 행동으로 신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야! 잘 들어 봐. 최고의 신인 유피테르의 사신이나 그의 행복한 보초인 독수리처럼 오만하게 하늘을 가르며 날게 되면, 당신은 내가 날개를 달고 권위를 맛보면 둥지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맹세하건대 내 영혼을 굴복시킨 당신의 달콤한 머리카락 때문에 나는 사랑하는 포티스 외에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그것 말고도 내가 새의 모습이 된다면 어떤 종류의 사랑놀이도 피해야만 할 거야. 멋진 여인들이 올빼미처럼 매력 없는 정부에게서 무엇을 즐길 수 있겠어?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런 야조들이 집안에 들어오면 잡아서 날개를 펼친 다음 못을 박아 문지방에 걸어 놔. 그렇게 고통을 주면서 음산하게 날며 불길한 징조를 가져온 대가를 치르게 하는 거지. 그런데 무슨 행복을 즐길 수 있겠어? 참, 자칫 잊어버릴 뻔했는데, 깃털을 떨쳐 버리고 다시 루키우스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뭘 먹어야 하고, 또 뭐라고 주문을 외어야 하지?"
이 질문을 받자 그녀는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어떤 형태로 변신하든지 어떻게 인간으로 되돌아오는지는 안주인이 내게 가르쳐 주었거든요. 그녀가 친절해서 내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단지 그녀가 되돌아왔을 때 내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려고 가르쳐 주었을 뿐이니까요. 이 마법에 사용하는 약초들은 평범하지만, 그것들을 먹으면 완전히 변신하게 돼요. 가령 오늘 안주인이 필요한 것은 샘물이나 목욕물에 담근 월계수 잎과 약간의 아니스예요. 그녀는 물을 조금 마신 다음, 나머지 물로 자기 몸을 씻을 거예요. 그러면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요. 새가 된 후에 당신도 똑같이 하면 돼요."

 

- 이 조그만 쿠피도가 어린애였을 때, 계모는 자신의 부끄러운 생각을 떨쳐버리면서 자신의 열정을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 여자를 알 나이가 되자, 그녀의 마음은 불타오르는 사랑의 화살에 맞았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상처를 숨기자, 이내 그녀는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게 되었다. 사실 상사병의 증상이 평범한 질병의 증상과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가령 두 병 모두 창백한 혈색을 보이고, 우수에 잠긴 눈빛을 띠며, 무릎에 힘이 없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오래될수록 점점 더 깊고 괴로운 한숨을 내쉰다. 만일 그녀가 울면서 온종일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어떤 사람이라도 그녀가 열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언젠가 베르길리우스는 "아아, 슬프도다! 예언자들은 모두 바보로구나!"라고 말했다. 나는 여기에서 "아아, 슬프도다. 의사들은 모두 바보로구나!"라고 말하고 싶다.  

- 하지만 판사들은 민중들의 격분한 감정으로 진행되는 야만스러운 심판은 민중들이 법을 우습게 여기게 만들어 반란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민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군 장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선조들의 의식과 관습을 따라 고소인과 피고소인, 그리고 증인들을 불러 그들의 진술을 듣고 검토한 후 평결을 내리는 합법적인 재판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판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피고소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선고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일은 야만족이나 전제정치 아래에서나 벌어집니다. 특히 현재와 같이 평화로운 시대에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후세에게 보기 좋지 않은 선례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은 매우 합당한 결정이었고, 따라서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그래서 그 마을 서기에게 모든 사법위원을 법정으로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모든 사법위원이 법정에 서열대로 앉자, 먼저 고소인을 법정으로 불렀다. 그다음에 피고소인을 데려오라고 했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그들은 아티카 법과 아레오파고스가 채택한 소송법에 따라 양측 변호인은 법관들의 감정에 불필요하게 호소하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변호하라고 지시했다. 

 

- 그녀는 팔을 움직이며 몸짓을 했다. 이것은 만일 자기를 미의 여신으로 뽑아 준다면, 그에게 자기처럼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시켜 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프리키아의 젊은 목동은 황금 사과를 베누스에게 건네주었다. 이 황금 사과는 이제 세 여신 사이의 싸움에서 베누스가 승리했음을 상징했다. 

- '그런데 머리가 텅 빈 사람들아,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무대 앞에 앉은 멍청이들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법복을 입은 멍청이들아! 재판관이 타락했다는 것에 그대들은 왜 그리 놀라 호들갑을 떠는가? 성은 인류 최초부터, 즉 신들과 인간들이 지닌 말썽 많은 문제에 대해 판결을 내릴 때부터 모든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타락시키는 주범이지 않았는가? 그래서 유피테르는 신들과 인간을 그토록 고민하게 만든 문제에 대해 심판을 내리라고 비천한 목동을 지정했다. 그러나 그 목동은 베누스의 뻔뻔스러운 성 뇌물에 굴복하여 판결을 내렸고, 그 결과 자신의 혈통조차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는 사실도 모르는가? 아마 당신들은 또 다른 예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 전에 그리스 군대의 뛰어난 수장이었던 아가멤논은 똑똑하고 학식 있는 팔라메데스를 배신자로 규정하여 사형을 선고했다. 물론 그는 팔라메데스에 관한 모든 혐의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 중에서 누가 더 용감한지에 관한 논의를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오디세우스가 항상 용감한 사람은 아니며, 아이아스가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우유부단한 오디세우스의 편을 들어주었다. 유명한 입법자들이나 저명한 과학자들, 고전 시대의 아테네 학자들 사이에서 진행된 유명한 소송 과정은 또 어땠는가? 그들은 델포이 신탁이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말한 소크라테스에게 어떤 판결을 내렸는가? 사악한 파벌들이 그를 배신하고 질투하게 되었다. 그 결과 그의 철학이 젊은 사람들의 열정을 자제시키는 것이지 부풀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면서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말하는 내 말이 틀린 것인가?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하는 수 없이 독약을 마시고 죽는 형벌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아테네 정의에 남겨진 지울 수 없는 오점이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현재 최고의 철학자들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은 인간 최고의 행복을 염원한다면서 자기들의 체계를 모든 것 중에서 가장 거룩하다고 생각하고, 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않는가?'  

- 돌돌 말려진 채 웨이브 진 그녀의 길고 풍성한 머리칼은 어깨까지 부드럽게 드리워져 있었고, 머리 위에는 형형색색의 꽃으로 만들어진 화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마 위의 정중앙에는 거울 모양의 둥근 원반이 빛나고 있었다. 아니 거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환한 달과 같았다. 그 모습은 그녀가 누구인지를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왼손에는 꾸불꾸불한 뱀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오른손은 원반이 있던 가르마 부분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 손들 위로는 밀알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색색의 옷은 값비싼 리넨 천이었다. 흰빛을 발하던 그 옷은 사프란처럼 샛노란 황금색으로 변하기도 했고, 장미처럼 붉은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또한 옷에 달려있던 꽃과 과일들은 산들바람 속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내 주의를 끌었던 것은 운모처럼 진하고 반짝이는 검은 망토였다. 그녀는 오른쪽 둔부부터 왼쪽 어깨까지 몸 전체를 그 망토로 느슨히 동여매고 있었으며, 그것은 어깨에 이르면서 방패처럼 그녀의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수많은 주름이 우아한 모습을 이루고 있었고, 그 끝에 달린 술은 너울거리며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총총히 떠 있는 흩어진 별빛들이 모두 그 망토를 비추고 있었다. 특히 가운데 부분은 환한 보름달의 불타는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망토가 쉴 새 없이 너울거리며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것이 모든 꽃과 과일로 짜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자 주 : 원 텍스트에서 이 부분은 빈칸으로 되어 있는데, 아플레이우스의 연구가인 헬름은 이런 식으로 유추 해석했다. 즉, corpus divinum tegebat vestis라고 설명하는데, 여기에서의 해석은 바로 헬름의 생각을 따르고 있다.) 

 

- 그녀는 오른손에 청동으로 만든 청동 딸랑이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시로코의 신에게 겁을 주어 달아나게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가느다란 딸랑이는 칼을 차는 가죽 띠처럼 구부러져 있었고, 세 개의 작은 금속판은 수평으로 걸려 있었는데, 이것들은 그녀가 팔을 흔들 때마다 날카로운 종소리를 내고 있었다. 왼손에는 배 모양의 황금 그릇이 램프처럼 걸려 있었고, 그곳에서 목을 한껏 부풀린 뱀이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고개를 쳐들며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신성한 발은 승리의 상징인 야자 잎으로 만든 신발을 신고 있었다. 아라비아의 모든 향수 냄새가 내 콧구멍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러자 그토록 지체 높은 그녀는 황송하게도 내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잠시 후 황금빛 태양이 밤의 어두운 그림자를 가르며 바다에서 솟아 나왔다. 그러자 거리는 이내 개선식이 열리는 것처럼 수많은 순례자와 구경꾼으로 가득 메워졌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기쁨으로 충만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리가 내리고 짓궂었던 날씨가 조용히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동물과 집과 심지어 날씨조차도 모든 사람의 기쁨과 맑은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새들은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별들의 여왕이자 계절의 어머니이고 우주 만물의 주인을 반갑게 맞이하는 듯이 지저귀고 있었다. 과실수뿐만 아니라, 그늘을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나무들까지도 따스한 남풍이 불어오자 겨울잠을 깨기 시작하면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 잎사귀를 자랑하고 있었고, 나뭇가지들은 봄바람에 움직이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폭풍우가 동반한 번개와 천둥도 잠잠해졌으며, 검은 구름은 자취를 감추었고, 평온한 하늘만이 선명하게 반짝이면서 화려하고 푸른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 그때 의식 행렬의 선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취향대로 선택한 가장 의상을 입고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군인의 칼 혁대를 매고 군인처럼 가장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샌들과 사냥칼을 허리춤에 찬 채 사냥꾼처럼 한쪽 어깨를 드러낸 옷을 입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금빛 구두와 실크 옷과 비싼 보석을 하고 머리를 묶은 여자 행색을 하고 있었다. 그들과 약간 떨어져 오던 어떤 사람은 각반과 방패와 투구와 칼을 들고 있어서 마치 검투사 학교에서 직접 나와 이 행렬에 참여하는 듯이 보였다. 자줏빛 법의와 사각모자를 쓰고 재판관 모습을 한 사람도 있었고, 망토를 걸친 채 지팡이와 샌들을 신고 염소처럼 수염을 달고서 철학자처럼 보이려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새 잡는 끈끈이와 긴 갈대를 든 새장수와 낚싯줄과 낚싯바늘을 든 어부도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귀부인처럼 옷을 입고 가마를 타고 가던 잘 훈련된 곰을 보았고, 밀짚모자를 쓰고 프리기아 식으로 샛노란 옷을 입고 손에는 황금 잔을 들고 가는 원숭이도 보았다. 이것은 마치 유피테르의 술 시중을 드는 카타미투스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모습 같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등에 날개를 붙인 채 엉덩이에는 힘없는 노인을 앉히고 행진하는 당나귀도 보았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페가수스와 벨레로폰을 상징하는 것이었지만, 당나귀와 노인으로 이루어진 모습은 무척 우스꽝스러웠다. 이런 가장 의상을 입은 광대들은 군중 속을 오가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수호 여신의 진짜 의식 행렬은 광대들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 행렬의 선두에는 여러 종류의 상징이 밝게 새겨진 흰옷을 입은 여인들이 오고 있었다. 그녀들은 봄꽃들로 장식한 채 즐거운 마음으로 무릎에서 꽃을 꺼내 길가에 던지면서 지나온 길을 온통 꽃으로 뒤덮고 있었다. 그 뒤로는 반짝이는 거울을 머리 뒤에 맨 여인들이 오고 있었다. 그 거울을 통해 그녀들은 여신들에게 자기들 뒤를 따라오는 행렬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손에 상아 빗을 든 여인들이 오고 있었는데, 그녀들은 여신의 머리칼을 빗듯이 머리를 매만지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무리는 향수병을 들고서 거리에 향유와 냄새 좋은 향수를 뿌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뒤로는 여신을 '별들의 딸'이라고 부르는 남녀 무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하늘의 별들의 기원인 여신의 축복을 받고자 횃불이나 램프, 초 혹은 갖가지 불과 관련된 것을 들고 행진하고 있었다.  

 

- 그들의 뒤를 이어 악사들이 피리를 불면서 달콤한 선율을 선사하며 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성 들여 선정한 소년 성가대가 흰옷을 입고 무사이의 은총을 독차지하던 어느 시인이 영감을 받아 작곡한 성가를 부르며 따라오고 있었다. 그 성가의 가사는 인간 최대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위대한 신 세라피스를 섬기는 악사들이 자신들의 신과 신전을 찬양하는 노래를 연주하며 행진하고 있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부는 곳이 비스듬하고, 몸체 부분은 구부러져 오른쪽 귀에 닿았다. 또한 수많은 하층계급과 평범한 시민들은 "길을 비켜라, 여신에게 길을 비켜라!"라고 외치며 뒤따라 오고 있었다. 그러자 여신의 신비를 깨닫고 입신한 무리가 모습을 보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이루어진 이 무리는 모두 눈부시게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여자들은 모양새 좋게 머리를 매고 얇은 머리 장식을 걸치고 있었으며, 남자들은 모두 삭발해서 마치 지상의 별들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청동이나 은, 심지어 금으로 만든 딸랑이를 들고 쉴 새 없이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발까지 닿고 가슴 부분은 꽉 조이는 긴 흰 리넨 옷을 입은 사제들은 전지전능한 신들의 상징을 들고서 걸어가고 있었다. 첫 번째 사제는 불빛이 반짝이는 램프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밤의 축제 때에 쓰는 일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램프는 황금으로 만든 작은 배 모양을 띠고 있었는데, 움푹 팬 가운데 구멍에서는 큰 불이 일고 있었다. 두 번째 사제 역시 눈부신 의상을 입고서 양손에는 구원의 단지이자 희생제물용 단지를 들고 있었다. 이런 단지들은 바로 이시스 여신이 자기의 신도들을 도와준다는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세 번째 사제는 아주 정성 들여 세공한 황금 종려 가지를 들고 있었는데, 이것은 메르쿠리우스의 지팡이를 상징하고 있었다. 네 번째 사제는 정의의 상징으로서 긴 종려 가지를 왼손에 들고 있었다. 이것은 왼손이 본래 느리고 재주가 없으므로 오른손보다 훨씬 더 공평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또한 젖꼭지 모양으로 생긴 단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 꼭지에서는 가느다란 우유 줄기가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다섯 번째 사제는 버드나무가 아닌 황금 가지로 만든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제는 술 항아리를 가지고 있었다. 

(역자 주 : 원문은 alcteria라고 씌어져 있는데, 이 단어는 사실상 번역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처방' 혹은 '보호'나 '방어' 등을 상징하는 대상을 지칭한다. 이 말은 작가가 그리스어를 라틴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 사제들 뒤로는 신들이 인간처럼 걸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여기에는 천국의 신과 지옥의 신의 대단히 무서운 사자인 아누비스가 있었다. 그는 반쪽은 검은 얼굴로, 다른 반쪽은 금빛을 하고서 몸을 꼿꼿이 세운 채 거만하게 행진하고 있었다. 또한 왼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오른손으로는 푸른 종려나무를 흔들고 있었다. 그 뒤로는 풍요의 어머니의 상징으로 황소의 모습을 한 사람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그 황소 역시 뒷다리로 몸을 세우고 있었지만, 비틀거리면서 사제의 어깨에 기댄 채 걷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은 여신의 성스러운 신비가 담긴 비밀 상자를 들고 오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은 여신의 옛 상징을 옷자락 속에 숨겨 ...  
 

- 그래서 교단에 입신하고자 하는 내 욕망은 갈수록 커졌다. 나는 종종 그 사실을 주임사제에게 말하고, 나를 성스러운 신비로 입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종교적인 문제에 대해 신중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그 사제는 내 요구를 거절했다. 마치 부모들이 말도 안되는 것을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달래듯이, 그는 다정하고 점잖게 거부했고, 그래서 나는 전혀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는 나의 바람은 여신이 결정한 날에 이루어지며, 그녀가 입신 의식을 행할 사제를 정할 뿐만 아니라, 그런 의식에 지출될 비용까지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극단적인 열정과 고집을 버리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즉, 여신이 나를 부를 때 늦거나, 혹은 부르지도 않는데 서두르는 것을 피하라는 말이었다. 한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교단에는 그 누구도 자기 스스로 파멸하려는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도 없고, 신성을 모독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여신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 성사를 받은 사람도 없다. 여신의 지시 없이 입신한다는 것은 죄악이며, 우리 교단의 그 누구도 그런 죄악의 수렁으로 떨어진 사람은 없다. 생명과 죽음의 문은 여신의 손에 달려 있으며, 입신 의식은 자발적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이고, 그것에는 부활의 희망만이 있다. 그래서 여신은 항상 죽음이 임박한 노인들을 선택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위대한 여신의 신비의 비밀을 가르쳐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녀의 은총을 입게 되면, 그들은 다시 생명을 얻은 듯이 새롭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된다." 

이 말을 듣자 나는 여신의 결정적인 지시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 읽을 수 없게 해 놓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 그는 입신 의식에 필요한 옷과 장식품들에 관한 내용을 읽어 주었다. 나는 즉시 친구처럼 지내던 사제들에게 달려가 비용은 상관 말고, 내가 필요한 것 중 일부를 구입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내가 직접 샀다. 

- 드디어 정해진 시간이 되자, 주임사제가 나를 인근의 공중목욕탕에 데려갔는데, 많은 사제의 호위를 받았다. 나와 주임사제가 즐거운 마음으로 목욕을 마치자, 그는 먼저 신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며 기도를 올렸고, 깨끗한 물을 뿌려 나를 정화했다. 그다음 나를 다시 신전으로 데리고 와서 여신상 발 밑에 있게 했다. 거의 정오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너무 신성한 지시를 내렸다. 열흘간 고기도 먹지 말고 포도주도 마시지 말고 금식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이 종교적 금욕을 어김없이 지켰다. 

- 마침내 내가 서약을 받을 날이 되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많은 사제가 사방에서 몰려와 내게 축하 선물을 주었다. 그것은 오랜 관습이었다. 그러자 주임사제는 서품을 받지 않은 모든 평신도에게 내게서 멀리 떨어지라고 명령한 후, 나에게 흰 리넨 옷을 입혀 주었다. 그러고는 내 손을 잡고 신전의 골방으로 데려갔다. 

 

- 엄숙한 의식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나는 서로 다른 열두 개의 제의를 걸치고 신전에서 나왔다. 그것은 가장 성스러운 의복이지만, 아마 그것에 대해서 말하더라도 여신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신전에서 나오자 주임사제는 내게 목재 연단에 올라가라고 지시했다. 그것은 신전 한가운데 있었으며, 여신상 바로 앞에 있었다. 그래서 그 순간 많은 평신도들이 나를 보았다. 나는 꽃무늬가 새겨진 얇은 리넨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고, 그 위에 입고 있던 멋진 어깨 받이 옷은 형형색색의 여러 상서로운 동물들이 새겨져 있었다. 가령 인도 뱀이나 북쪽 땅의 그리핀 등이 있었는데, 모두가 다른 세상에 사는 동물처럼 날개를 갖고 있었다. 사제들은 이 어깨 받이 옷을 '올림포스의 스톨라'라고 불렀다. 나는 오른손에 불이 환히 켜진 횃불을 들고, 머리에는 햇빛처럼 하얀 야자수 화관을 쓰고 있었다. 

 

- 나는 마치 여신상처럼 서 있었다. 그런데 커튼이 걷히자, 모든 사람이 기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때가 입신 의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 후 나는 마치 생일잔치처럼 모든 친구를 초대하여 맛있는 아침 식사를 대접했다. 이 의식은 사흘간 더 반복된 후에야 ... 

 

- 두 번이나 입신 의식을 거쳤는데도 무엇이 모자란 것인지 마음속으로 물었다. 

'분명히 이건 사제들이 실수했기 때문일 거야. 혹은 두 사람 중 한 명이 신이 요구하는 절차대로 하지 않았을 거야.'
고백하건대 나는 그 사제들이 나를 속인 것인지 의심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고, 그런 의구심으로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다정하고 평화로운 하늘의 신이 다시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설명했다. 
"아직도 또 다른 입신 의식을 행해야 한다는 것에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 혹은 지난번 입신 의식에서 무언가를 빠뜨렸다고 생각하지도 말라. 반대로 너는 이것이 신들의 은덕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하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 번이나 두 번밖에 요구하지 않았는데, 너에게는 세 번씩이나 요구했다는 사실을 행복해하라. 3이란 숫자는 성스러운 것이며 너에게 영원한 축복을 내리는 전조임을 명심하라. 그리고 코린토스에서 받은 여신의 신성한 옷은 아직도 네가 놓아둔 장소에 있으며, 네가 그 옷을 가져왔더라도 여기서 입고, 기도 의식에 참여하라는 지시는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너는 세 번째 의식이 꼭 필요함을 알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의 옷이고, 따라서 '전쟁의 여신'의 사제에 걸맞지 않으며, 인정받을 수도 없다. 그러므로 네가 건강과 행복과 풍요로운 생활을 원한다면, 위대한 로마의 신들을 너의 조언자로 택하고, 다시 한번 전과 같이 기쁜 마음으로 입신 의식을 거행하라." 
이 성스러운 꿈은 내가 세 번째 의식을 치러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것들을 내게 알려주었다. 나는 바로 주임사제에게 달려가 이 꿈을 말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는 금식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규정된 열이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발적으로 금식했다. 또한 나는 가진 돈을 모두 합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준비한 의식 규모는 신전의 요구에 따르지 않고, ... 

  

 

 

 

 

 
황금 당나귀(현대지성 클래식 22)
‘나는 경솔하고 호기심 많은 당나귀라는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도대체 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다락방 창문으로 목을 약간 빼어 몰래 밖을 내다보았다.’ 당나귀의 눈으로 본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마법에 대해 지나친 호기심을 갖고 있던 루키우스는 어느 날 연인의 실수로 당나귀가 되고 만다. 그는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의 장난으로 이리저리 팔려 다니며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기도 하고, 온갖 고통과 수모를 겪는다. 그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루키우스, 이 호기심 많은 당나귀는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고, 그가 들은 재미있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황금 당나귀』는 고대 로마 작가가 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장편 소설이자, 오늘날까지 원본이 완전하게 보전된 유일한 라틴어 소설이며, 세계 최초의 액자 소설이다. 일인칭 화자인 루키우스가 내용을 이끌어 나가는 서술 방식은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 불리는 문학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매우 선정적이고 방탕하다. 이 책에는 소름 끼치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과 마법을 사용하는 마녀 이야기, 신화 등이 뒤섞여 있다. 인간이 가장 비천한 동물인 당나귀로 변하여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간들을 관찰한다는 내용은 굉장히 기발하고 풍자적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된 『황금 당나귀』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고, 모험 소설과 판타지 소설을 동시에 읽는 재미를 독자들에게 안겨 줄 것이다.
저자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출판
현대지성
출판일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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