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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직격타였다.
아니 에르노. 그녀는 프랑스인 작가 겸 교수로, 주로 자전적인 글을 써왔다고 한다.
'단순한 열정'... 78page 정도의 짧다면 짧은 이 글은 말 그대로 단순하게 '열정'을 담은 글이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잠깐씩 멈추지 않으면 안되었을 정도로, 뜨거운.
그녀는 프랑스로 파견온 유부남 A와 사랑에 빠진 상태다. 간단히 말하자면, '불륜'이다.
그런데 그녀를 질타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절절한 '열정'을, 간혹 움찔할 정도로 솔직하고, 매끄러운 문체로 풀어놓았다.
도덕과 윤리의 잣대로 평가하지는 않겠다. 이 글을 소설로 볼 것인가, 자서전으로 볼 것인가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읽는 동안은 그녀의 문장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읽기 편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지만 덮으면서 느낀 것들은... 며칠이 지나서야 좀 가라앉아 리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진탕시켰다. 그리고 돌이켜 볼 수록 꼭 꼬집어 한 두 문장을 꼽을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문장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는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나는 아마도 그녀에게 강하게 공감한 것 같다.)
그리고 이어서 읽어야 할 책은 '필립 빌랭'의 포옹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포옹에서 하도록 하자.
아니 에르노. 그녀는 프랑스인 작가 겸 교수로, 주로 자전적인 글을 써왔다고 한다.
'단순한 열정'... 78page 정도의 짧다면 짧은 이 글은 말 그대로 단순하게 '열정'을 담은 글이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잠깐씩 멈추지 않으면 안되었을 정도로, 뜨거운.
그녀는 프랑스로 파견온 유부남 A와 사랑에 빠진 상태다. 간단히 말하자면, '불륜'이다.
그런데 그녀를 질타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절절한 '열정'을, 간혹 움찔할 정도로 솔직하고, 매끄러운 문체로 풀어놓았다.
도덕과 윤리의 잣대로 평가하지는 않겠다. 이 글을 소설로 볼 것인가, 자서전으로 볼 것인가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읽는 동안은 그녀의 문장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읽기 편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지만 덮으면서 느낀 것들은... 며칠이 지나서야 좀 가라앉아 리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진탕시켰다. 그리고 돌이켜 볼 수록 꼭 꼬집어 한 두 문장을 꼽을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문장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는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나는 아마도 그녀에게 강하게 공감한 것 같다.)
그리고 이어서 읽어야 할 책은 '필립 빌랭'의 포옹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포옹에서 하도록 하자.
[발췌]
가끔, 이러한 열정을 누리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것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필요성, 세세한 것까지 정성을 다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서 글을 완성한 후에는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 열정이 끝까지 다하고 나면ㅡ '다하다'라는 표현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겠다 ㅡ 죽게 되더라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이런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것을 나는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이 씌어지는 때와 그것을 나 혼자서 읽는 때,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읽는 때는 이미 시간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터이고, 어쩌면 남들에게 이 글이 읽힐 기회가 절대로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남들이 읽게 되기 전에 내가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전쟁이나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상의 차이 때문에 나는 마음놓고 솔직하게 이 글을 쓸 수가 있다. ... (그러므로 자기가 겪은 일을 글로 쓰는 사람을 노출증 환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출증이란 같은 시간대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병적인 욕망일 뿐이니까.)
몇 주 동안, 나는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아침까지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생각을 할 수도 없는 몽롱한 상태로 있곤 했다. 푹 자고 싶었지만 그가 내 몸 아래에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날이 밝아도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무의미한 하루가 내 앞에 버티고 있었다. 시간은 더이상 나를 의미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지 못했다. 그것은 나를 늙게 할 뿐이었다.
이 기간 동안 나의 생각, 나의 행동들은 모두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현재를, 행복을 향해 열려있던 과거로 바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살고 있다. 다시 말해, 글을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쉬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이러한 열정을 누리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것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필요성, 세세한 것까지 정성을 다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서 글을 완성한 후에는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 열정이 끝까지 다하고 나면ㅡ '다하다'라는 표현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겠다 ㅡ 죽게 되더라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이런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것을 나는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이 씌어지는 때와 그것을 나 혼자서 읽는 때,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읽는 때는 이미 시간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터이고, 어쩌면 남들에게 이 글이 읽힐 기회가 절대로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남들이 읽게 되기 전에 내가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전쟁이나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상의 차이 때문에 나는 마음놓고 솔직하게 이 글을 쓸 수가 있다. ... (그러므로 자기가 겪은 일을 글로 쓰는 사람을 노출증 환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출증이란 같은 시간대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병적인 욕망일 뿐이니까.)
몇 주 동안, 나는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아침까지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생각을 할 수도 없는 몽롱한 상태로 있곤 했다. 푹 자고 싶었지만 그가 내 몸 아래에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날이 밝아도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무의미한 하루가 내 앞에 버티고 있었다. 시간은 더이상 나를 의미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지 못했다. 그것은 나를 늙게 할 뿐이었다.
이 기간 동안 나의 생각, 나의 행동들은 모두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현재를, 행복을 향해 열려있던 과거로 바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살고 있다. 다시 말해, 글을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쉬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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