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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퍼킨스] 경제 저격수의 고백 2 - Hoodwinked

일루젼 2012. 2. 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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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격수의 고백 2 (양장)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존 퍼킨스(John Perkins) / 김현정역
출판 : 민음인 20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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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의 유사한 표지의 1권을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꽤 괜찮은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어렴풋하게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눈앞에 들이대주는 책.
한국에서 "경제 저격수의 고백" 이라고 소개되었던 1권의 원제는 아래와 같다.



1권은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그 분노를 향할 대상을 제대로 꼬집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내 나라와 가정을 위해야 할지ㅡ, 오히려 방향성을 상실한 채 다소 서글퍼졌던 것 같다.
그래, 이제 기업은 초국가적인 권력을 가지고 한 나라조차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것을 위해 각 나라를 돌던 메인의 수석경제학자, "저격수"였다.
그의 부끄러움과 고뇌가 묻어나는 과거에 대한 고백 앞에서는, 그저 몸을 떨며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판될 수 있었다는 것을 기뻐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사 슬픔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더라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었는데.

2권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존 퍼킨스는 힛맨 이전으로도, 후로도 다양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아무래도 힛맨 이후로는 좀더 경제와 현상 고발에 초점을 맞추고 책을 쓰는 것 같다. 사실 경제 저격수의 고백 2는, 원서로 보면 "Hoodwinked", 힛맨의 완전한 속편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술된지 그리 오래 지난 책도 아니다. 2권에서는 오바마 정부에 관해서 언급될 정도니까.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현재 월가의 시위에 이르기까지. 영 관심이 없더라도 최근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 수록 점점 팍팍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글쎄, 더 분노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한 번 읽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상황이 어떤지를,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2권을 1권보다 높게 사는 것은 1권에서는 그저 서글프게 한탄조로 고백할 뿐이었다면 2권에서는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개략적으로라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 놀랄 만큼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건 그가 상하이만 들러서일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행동"을 요구하는 그의 목소리가 반갑고, 기뻤다. 반미 주의를 외치는 것도 아니고,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 그냥 그런 것이다.







<발췌>


안타깝게도 허상의 껍질을 벗겨 내고 그 속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정계와 재계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가야 한다." 고 우리를 부추긴다. ...
... "기존의 시스템이 자멸의 길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탈피하고, 지금껏 너무도 당연하게 절대적인 진리라고 여겨 왔던 개념과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들은 자사에서 갈망하는 무언가를 보유한 나라를 찾아낸다. 그 대상은 귀중한 자원일 수도 있고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부동산일 수도 있다. 그런 다음, 경제 저격수들이 출동해 세계은행을 포함한 각종 국제기구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돈을 빌려야 한다고 해당 국가의 지도자들을 설득한다. 지도자들은 국제기구로부터 빌린 돈이 직접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며 발전소, 항만, 산업 공단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할 미국 기업으로 돈이 흘러들어 간다는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 과정에서 경제 저격수들은 지도자에게 확신을 심어준다.
"국제 기구로부터 대출을 받으면 당신은 물론 친구분들까지도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친구란 전기, 수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등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기업체를 소유한 극소수의 부유한 현지 가문들을 뜻한다. 다만, 경제 저격수들은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미국 기업들이 최고의 수혜자가 될 거라는 점은 따로 일러 주지 않는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경제 저격수는 그 나라를 다시 찾는다. 마치 모델을 관찰하는 예술가처럼 턱을 문지르며 말문을 연다.
"몇 해 전 빌린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갚기 힘들어 보이는군요."
모델이 두려움에 몸을 떨기 시작하면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석유(혹은 다른 자원)를 저희 회사에 싸게 팔고, 우리 회사의 업무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환경법과 노동법을 폐지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다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저희가 원하는 조건에 따라 귀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무역 장벽을 세우고, 귀국의 공익 시설, 학교, 기타 공공 기관을 민영화하여 미국 기업에 매각하고, 이라크 등지에서 활동하는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다양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디어를 소유하는 조직의 수가 늘어날수록 미국인들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보를 얻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 1970년에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겸영 규칙이 도입되어 동일한 시장 내에서 텔레비전 방송국과 라디오 방송국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마찬가지로 1975년에는 텔레비전 방송국과 신문사를 동시에 소유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여러 얼론 매체를 동시에 소유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법안이 언론 자유의 초석이 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반대 세력들은 기업이 공개 시장에서 언론 매체를 자유롭게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 클로딘이 기업의 언론 통제가 가능해지기를 바란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언론을 통제하면 기업이 권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구엘 신부는 이런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적인 거지요. 제3세계 국가들이 좀 더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도록 만들어 이 나라들이 기업의 착취에 한층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한층 불안정해진다는 겁니다."
... 제 3세계 국가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될 경우 '구조 조정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라는 강제적인 요구를 받는다.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해당 국가들은 정부 지출을 급격하게 줄이고, 금리를 인상하고(30퍼센트가 넘는 수준으로 인상하는 경우도 있음), 경제 각 분야를 민영화하고, 국가 자산을 다국적 기업에 매각할 것을 강요받는다.
 



[자본주의란 개개인과 민간 기업이 가격과 시장으로 구성된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하고 교환하는 경제 시스템을 뜻한다. ㅡ 엔카르타 사전 중]

다른 사전에서 내리는 자본주의에 대한 정의도 마찬가지지만 자본주의에 관해 엔카르타가 내린 정의에도 자본가가 자원을 약탈하고 '외부 효과'를 회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윤이 자본주의의 유일한 동기라는 설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도, 개개인과 국가가 빚을 짊어져야 한다는 내용도, 정부가 물, 전기, 건강 보험 등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착취해도 좋다는 내용도 없다.

... 자본주의는 처음 생겨난 이후 여러 형태로 진화했다. 자본주의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환경 변화에 적응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월 가 모델은 너무나도 특이하다. 1980년에 치러진 대선에서 레이건이 카터를 누르고 당선된 이후 지금의 월 가 모델이 득세하게 되었다. 400년이 넘는 자본주의 역사상 처음으로 자본주의의 목표가 오직 이윤의 극대화라고 여겨지게 되었다. 경영진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진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 (* 오타가 아니다. 세상에. 진보다.)

레지스 대학 강당 뒤쪽에 서 있었던 남자와 같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망가졌다며 기업 자체를 없애 버려야 한다고 규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사람들이 편협한 시각으로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소련과 북한의 처절한 실패가 떠오른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시스템 자체를 버릴 것이 아니라 망가진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 이제 자본주의의 목표를 다시 정의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회적, 환경적 비용이 발생하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지속 가능하고,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미 조정이 시작되었다. 기업 이사회실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하나의 표어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요즘은 규모가 큰 모든 기업들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라도 금융 성과뿐 아니라 사회, 환경 목표까지 모두 중요시하는 지속 가능 경영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지속 가능 경영을 기업 문화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마오쩌둥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중국이 받아들인 자본주의를 '사회주의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시장 경제'라 칭했다. ... 지금의 중국은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할지 경고를 주는 동시에 자본주의를 수정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심오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이 책을 집필하던 중 상하이에 머무르며 함께 어울리곤 했던 MBA 학생들만큼 이런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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