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마이클 셔머] 천국의 발명 - 사후 세계, 영생, 유토피아에 대한 과학적 접근

일루젼 2023. 3. 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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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이클 셔머 / 김성훈

원제 : Heavens on Earth

출판 : arte(아르테) 
출간 : 2019.02.20 


       

책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읽는 습관은 종종 재미난 경험을 선물해 준다. (좋은 습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의 경우는 표지의 '과학적 접근' 부분은 확인하지 못한 상태로 신나게 읽다가 몇십 페이지쯤에서 '??' 하는 상태로 다시 저자와 표지를 확인하게 되었다. 아하.

 

슬슬 공백기를 준비해야 할 상황이라 냉장고를 포함해 주변을 정리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잘 된 상황. 조금 가볍게 읽기에는 이 편이 더 좋았다.

 

이 책은 천국과 지옥, 부활, 영생 등에 관한 믿음과 편견을 과학자의 관점에서 다루어 보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공격적인 어조나 비난이 난무하는 것은 아니므로 불편해하시지는 않아도 좋다. 과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아는 것으로만 설명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면 된다는 저자의 태도는 꽤나 유연하다. (토론을 거듭하다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겼다는 -그리고도 다시 냉전기에서 교착되곤 한다는- 이들의 이름들이 예사롭지 않다.)

 

마침 연이어 읽었던 책에서도 인간의 신체는 7-8년에 걸쳐 완전히 다른 원자들로 교체된다는 내용이 실려있었던 터라 (본문에서는 7-10년), 해당 내용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같은 매 순간의 선택이 7년 동안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사뭇 묵직하다. 먹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어디에서 어떤 공기를 호흡하고, 어떤 감정으로 생활하느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자의 취지와는 다른 흐름이겠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관심이 갔던 부분은 명상이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와 한 사람의 신체 안에서도 DNA가 다르게 발현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부분은 전체가 아니나, '나'라는 의식은 유지된다. 결국 '나'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 의식조차 '기억자아'와 '시점자아', 그리고 뇌의 커넥톰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에 이어 마인드 업로딩과 자가복제, 냉동인간을 다뤄나가는 솜씨는 시원시원하면서도 섬세했다.  

 

즐겁게 읽었다.     

 


 

따라서 가장 두려운 악인 죽음이라 한들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 죽음이 함께 하지 않고, 죽음이 찾아오면 그때 이미 우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은 산 자에게나 죽은 자에게나 아무런 의미도 없다. 산 자는 죽음이 함께 하지 않고, 죽은 자는 어차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 에피쿠로스 Epikuros,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 이 책의 원제목을 '지상의 천국들 Heavens on Earth'이라고 복수형으로 지은 이유는 사후 세계와 영생에 대한 믿음이 다양하고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이 지상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믿음이 인간의 본성과 문화에 뿌리를 두었음을 말한다. 이 책은 인간 조건에 관한 가장 심오한 질문 중 하나에 대한 책이다. 이 질문은 신학자, 철학자, 과학자, 그리고 모든 생각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죽을 운명인 우리의 삶이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가지는지 이해하고 우리의 유한한 운명을 초월할 방법을 찾도록 한다. 이 책은 우리의 죽을 운명과 결점에 대한 자각이 어떻게 천국과 지옥, 사후 세계와 영적·육체적 부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진보와 퇴보, 인간 본성의 완전성 perfectibility과 불완전성 fallibility에 대한 믿음을 낳게 되었는지 다룬다. 천국과 지상의 천국들에 대한 개념은 우리가 죽은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하면 삶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 수만큼이나 많다. 이런 초월성은 결국 천국에서의 영적인 영생, 지상에서의 육체적 영생, 그리고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 있는 사회의 완전성에 대한 추구로 이어진다. 

 

- 무언가를 체험하려면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죽음을 몸소 체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이 실재하는 것임을 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수천억 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우리에게 일종의 역설을 제시한다.

 

- 이것이 두려울 일일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영국의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 Stephen Cave는 그의 저서 <불멸에 관하여>에서 자신의 죽을 운명을 알면서도 정작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역설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네 가지 불멸의 서사를 낳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1) 영생 Staying Alive :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죽음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 침. 이승에서 육신을 가지고 영원히 살고 싶다는 꿈.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불멸 이야기."

(2) 부활 Resurrection : "비록 육체적인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살아생전에 알던 그 육신을 가지고 다시 육체적으로 소생할 수 있다는 믿음."

(3) 영혼 Soul : "일종의 영적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꿈."

(4) 유산 Legacy : 명예, 평판, 역사적 영향력, 자손 등 "좀 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을 미래로 연장하는 방법."

 

-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세상으로 주로 언급되는 것은 스올 Sheol이다. 스올은 이승의 특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지하 세계를 말한다. 이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지옥이 아니라 한마디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를 말한다. 

 

- 히브리 세계관이 다른 근동 지역 사람들의 우주론 모형에 영향을 받았듯이 쿠란의 경문들을 수집하고 편집한 필경사들 역시 7세기 근동 문화의 우주론을 받아들여 맨눈으로 보이는 '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그리고 태양과 달까지) 일곱 개에 해당하는 천국 일곱 개를 언급했다. 사실 대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의 손을 잡고 아담을 만나러 갔던 곳은 달의 천국이었다. 연이어 천국 여섯 곳을 돌면서 이들은 아브라함 Abraham, 모세, 예수를 비롯한 다른 예언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또한 낙원 Janna과 지옥 Jahannam에도 방문했다. 이슬람교도가 죽고 나서 어디로 갈지는 그가 살아생전에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 

 

- 뇌가 수축하면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고 능력과 기억도 함께 쪼그라든다. 알츠하이머병은 생각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반드시 신경세포가 필요함을 증언하는 질병이다. 초프라는 나의 질문에 이렇게 응수했다. "밀리 이모는 우주의 비영구적 행동 패턴이었고, 자신을 낳았던 잠재력으로 되돌아갔죠. 동양철학 전통에 따르면 자아정체성 ego identity은 환상입니다. 깨우침의 목적은 초월해서 좀 더 보편적이고, 비국소적 nonlocal이고, 비물질적인 정체성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몇몇 양자물리학자는 의식이 뇌 바깥의 비국소적 양자장 nonlocal quantum field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이 양자장에서 아원자입자들이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원격작용 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표현했던 비물리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양자적 비국소성 quantum nonlocality처럼 의식도 유령같이 작용한다고 해서 그 둘이 인과적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소리를 높여 주장했다. 유령 같은 속성 spookiness은 개념과 개념을 이어 붙이는 접착제가 아니다. 

 

- 의식이 우선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뇌는 텔레비전 장치와 비슷하고 의식은 텔레비전 방송 신호와 비슷하다고 응수한다. 방송 신호를 수신하려면 텔레비전이 필요한 것처럼 의식을 표현하는 데는 뇌가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임사체험 연구자 핌 판 롬멜 Pin van Lommel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텔레비전, 핸드폰, 노트북의 스위치를 켜고 나서야 이런 전자기 정보장 electromagnetic informational field을 인식할 수 있다. 그 장치 속에는 우리가 수신하는 정보가 없다. 하지만 수신기 덕분에 전자기장에 포함되어 있던 정보를 우리 감각으로 관찰할 수 있고, 그리하여 우리 의식에서 지각이 일어난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끄면 수신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신호는 계속 전송된다. 전송되는 정보는 계속해서 전자기장 안에 존재한다. 임상적 사망처럼 뇌가 기능을 상실하는 순간 연결은 차단되지만 정보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비국소성). ... 기억과 의식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정보 수신 기능이 사라져서 연결이 차단된 것이다.  
 

- 따라서 죽음이 의식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판 롬멜은 말한다. 이 비유를 소리 높여 주장한 설명이 2009년 에드워드 켈리 Edward Kelly와 에밀리 켈리 Emily Kelly가 엮은 책 <환원불가능한 정신 Irreducible Mind>에 등장한다. 이 책에서 이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자서전적 기억 autobiographical memory, 의미 기억 semantic memory, 절차 기억 (procedural memory =기술 기억 skill memory)은 때때로 육체가 죽어도 살아남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마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뇌와 육체의 외부에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뇌와 기억이 신경 패턴으로 저장되는 방식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뇌의 진짜 기능은 예를 들어 석궁을 발사하는 방아쇠처럼 승인을 해 주거나, 더 중요하게는 광학렌즈나 프리즘, 혹은 파이프 오르간의 건반처럼 (아니면 좀 더 현대적인 용어를 빌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들어 있는 수신기처럼) 전달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 우리가 받을 아유르베다 Ayurvedic 치료를 뒷받침하는 이론에는 바타 Vara, 피타 Pitta, 카파 Kapha라는 세 가지 도샤가 있는데, 나의 도샤는 주로 피타라고 설명했다. 피타는 '중간 정도의 체격, 날카로운 지성, 뛰어난 의사 결정 능력, 밝고 따뜻한 성질' 등으로 특징 지워진다.

 

-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아유르베다식 마사지 치료였다. 그중 하나인 간다르바 Gandharva는 따뜻한 오일과 수정으로 만든 노래하는 그릇 singing bowl을 사용하는 치료였다. 내 힐링 아트 마스터(Healing Arts Master, 우리 같은 머글에게는 마사지 치료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이 노래하는 그릇을 이용해서 깊은 소리 진동을 만들어 낸다. 나는 이 진동이 내 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듣자 하니 이것을 베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 초프라 센터를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과학자들에게 개방해서 건강 및 행복 수준에 대한 자기 보고를 비롯해 노화 생체 지표 agingbiomarker, 스트레스 지표 stress indicator, 전반적인 생물학적 과정 등 여러 가지 건강 지표에서의 명상 효과를 실험해 보았다. 라코스타 리조트와 온천에서 30에서 60세 사이 건강한 여성들을 무작위로 다음 두 집단 중 하나에 배정했다. (1) 휴가만 즐김(n=31) (2) 초보 명상 참여(n=33). 이 두 집단을 이미 6일 코스에 등록하고 규칙적인 명상을 하던 세 번째 집단(n=30)과 비교해 보았다. 이것은 흥미롭고도 중요한 연구였다. 누구든 화려한 장소에 오면 경험하는 휴가 효과를 통제해서 과학자로 하여금 명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과 명상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명상의 효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 예상대로 세 집단 모두 더욱 큰 활력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감소했으며 스트레스 및 면역 경로와 관련된 분자 네트워크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몸과 마음에 모두 좋았다. 하지만 휴가 집단과 비교했을 때 초보 명상 집단은 최대 1개월까지 행복의 느낌이 오래 지속되었다. 10개월 후에도 초보 명상 집단은 우울 증상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유지했다. 물론 피실험자 스스로 보고하는 심리 상태는 해석이 어렵기로 악명 높다. 측정 방법과 심리 상태의 의미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리조트에서 머물기 전과 후의 변화를 결정하기 위해 2만 개 유전자에 생긴 변화도 조사했다. 집중적인 명상 수련과 휴가를 통한 휴식 모두 스트레스 및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 네트워크에 이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 규칙적으로 명상을 한 사람의 경우 일주일 동안 집중적 명상을 통해 유전자 발현과 노화 관련 단백질에서 다른 집단에서는 볼 수 없는 이로운 변화가 추가적으로 나타났다. 휴가 집단과 비교하면 초보 명상 집단은 알츠하이머병 관련 표지에 이로운 변화가 있었고, 한 달 후에도 스트레스 감소 상태를 유지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규칙적으로 명상을 한 집단은 유전자 네트워크에서 단백질 합성 조절과 바이러스 유전체 활성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차이 post-intervention difference"가 나타났다. 무작위로 뽑은 여성들은 혈장 Aβ42/Aβ40 비율과 종양괴사인자 알파 tumor necrosis factor alpha, TNF α 수치가 높아졌다. 규칙적으로 명상을 한 집단은 그에 비해 말단소체복원효소 telomerase의 활성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 이 후자의 발견 내용은 세 가지 이유로 중요하다. (1) 말단소체복원효소는 말단소체 relomere 유지에 관여하는 효소다(이 효소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 말단소체는 세포가 계속해서 분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짧아진 말단소체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 특정 암 등 노화에 따르는 만성질환의 조기 발병을 예측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2) Aβ42/Aβ40 비율이 높아지면 치매, 알츠하이머병, 주우울증 major depression 위험이 낮아지고 수명이 연장되는 경향이 있다. (3) TNF α는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면역세포의 조절에 관여한다.  

 

- 의식적 경험의 변화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MRI), 뇌파검사 EEG, 단일신경세포기록 single-neuron reconrdings 등의 방법을 이용해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는 피실험자가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의식적으로 자각하기도 전에 뇌 스캔 활성만 보고도 피실험자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예측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는 뇌 스캔만을 이용해서 그 사람이 무엇을 보는지 컴퓨터 화면 위에 재구성할 수 있다. '뇌 활성 = 의식적 경험'이다. 뇌종양, 뇌졸중, 사고, 부상 등의 형태로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실험과 아울러 연구실 실험 수천 건을 통해 신경화학 과정이 주관적 경험을 만들어 낸다는 가설이 확인되었다. '신경 활성 = 감각질'이다. 어느 물리주의 이론 physicalist theory이 정신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느냐를 두고 신경과학자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의식이 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가설이 곧 물리주의 이론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의식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의식을 뇌와는 별도의 실재를 창조할 능력이 있는 독립적인 주체로 구체화해서 생각하기 전에 뇌가 어떻게 정신을 만드는지에 관한 현재 가설에 조금 더 시간을 주자. 우리는 뇌가 죽을 때 측정 가능한 의식도 함께 죽는다는 것이 사실이라 알고 있다. 그와 반대로 ... 

 

- 임사체험 대부분은 때로는 삶을 뒤돌아보게 하며 긍정적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감사의 마음과 즐거움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국제임사체험연구협회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Near-Death Studies에 따르면 9에서 23퍼센트 정도는 공포, 공허, 허무, 고통, 심지어 비존재 nonexistence 등으로 특징 지워지는 부정적인 임사체험을 한다. 이런 사람 중 일부는 천국으로 가는 대신 지옥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본인이 직접 임사체험을 해 봤고, 일부 사람들이 보고하는 부정적인 경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필리스 애트워터 Phyllis Atwater라는 임사체험 연구자에 따르면 지옥 같은 임사체험은 "깊숙이 억압된 죄책감, 공포, 분노를 가진 사람이나 죽은 이후 일종의 처벌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경험한다. 바꿔 말하면 임사체험을 설명할 때는 그 형태가 대단히 다양하기 때문에, 이것들이 실제로 나타내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하나의 획일적 이론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 환각 말고도 임사체험을 촉발할 수 있는 다른 질병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 Susan Blackmore는 임사체험과 유체이탈체험에서 나타나는 '터널' 효과는 망막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뇌 뒤쪽 시각겉질이 자극받아서 나오는 결과일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산소가 결핍되는 저산소증 hypoxia이 일어나면 시각겉질에 있는 신경세포가 정상적인 발화 속도를 방해할 수 있으며 뇌의 다른 영역에서 이것을 동심원 형태의 고리나 나선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방해가 터널로 묘사될 수 있다. 그와 비슷한 설명으로 신경학자 케빈 넬슨 Kevin Nelson은 <뇌의 가장 깊숙한 곳>이라는 책에서 터널 효과는 시야 협착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나 외상 중 생긴 눈의 혈압 악화 문제로 야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뇌줄기 brain stem에서 시각겉질로 가는 시각 흥분 경로(pons-geniculate-occipital pathway, PGO, 뇌다리-무릎핵-뒤통수엽 경로)가 과도하게 자극되어 밝은 불빛을 보는 감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 임사체험과 유체이탈체험과 관련 있어 보이는 또 다른 뇌 영역은 눈 위쪽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측두엽의 오른쪽 모이랑 angular gyrus이다. 간질 발작 epileptic seizure으로 고생하던 43세 여성을 수술하는 동안 올라프 블랑케와 그 동료들이 이 신경 모듈을 전기로 자극해 보았다. 의식이 있는 그 여성이 이렇게 말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데 다리와 아래쪽 몸통만 보여요." 이 영역의 인접한 부위를 자극했더니 침대 위 2미터 정도, 천장과 가까운 위치로 가볍게 떠오르는 느낌이 즉각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 마지막으로 임사체험 경험담에는 불일치의 문제점이 있다. 이런 경험담 중 상당수는 유사한 구성을 가진다. 오죽하면 불변성 가설 invariance hypothesis을 확인할 수 있을 지경이다. 하지만 사실 임사체험 이야기는 상당한 다양성을 보인다. 특히 문화별로 차이가 심하다. 그중 서구 전통과 동양 전통 사이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임사체험에 유체이탈체험이나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 삶을 되돌아보기,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드물다. 임사체험의 불일치 문제를 기록한 코리 마컴 Cory Markum의 말을 빌려 보자. "임사체험을 객관적 사후 세계가 존재하는 증거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문제가 여기 있다. 이들의 경험담에서 묘사한 장소가 같은 장소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마컴은 이렇게 지적한다. "만약 이슬람교도, 무신론자, 힌두교도 모두 명백하게 기독교적인 천국을 보고 돌아와 예수와 성삼위일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임사체험이 진짜 천국에 다녀온 여행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대신 이들은 임사체험이 뇌의 내적 작용으로 만들어진 산물일 때 예상되는 체험을 하고 돌아온다. 기독교도는 예수의 모습을, 힌두교도는 죽음의 신 야마 Yama와 그 부하들을 보고 온다. 아이들의 경우 어른들의 임사체험보다 훨씬 더 단순하다." 

 

- 영생과 사후 세계의 증거로 자주 제시되는 두 번째 증거는 주로 불교나 힌두교 등 동양 전통에서 등장하는 환생 reincarnation이다. 환생에 해당하는 고대 인도 산스크리트어 삼사라(samsara, 윤회)는 '방랑 wandering' 혹은 ‘순환 cyclicality'을 의미한다. 라틴어로는 '다시 육신으로 들어가기 entering the flesh again'를 말한다. 좀 더 현대에 들어서는 환생이 '영혼의 환생 transmigration of soul'을 의미한다. 이원론 환생 dualistreincarnation은 죽으면 영혼이 육체를 떠나 또 다른 육체에서 환생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신일원론 환생은 영혼이 그냥 자신이 떠나왔던 우주의 의식으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의 주요 일신교는 영혼이 이승의 육신을 떠나 천국(혹은 지옥)의 사후 세계로 옮겨 간다는 것을 믿지만 대부분 환생의 교리는 부정한다.  

 

- 이 이론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최면은 믿을 만한 기억회복 방법이 못 된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Elizabeth Loftus는 단순한 암시만으로 사람의 기억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음을 실험과 실제 사례를 통해 여러 번 입증했다. 예를 들어 보자. 자동차 교통사고를 증언할 때 사고를 묘사하는 꾸밈말로 '충돌한 차량' 대신 '박살 난 차량’을 쓰면 목격자가 기억하는 자동차의 속도 추정치가 바뀐다. 로프터스의 가장 유명한 실험은 어른에게 아이였을 때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던 가짜 기억을 심는 것이었다. 그녀의 실험 대상 중3분의 1 정도는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던 것을 '기억해' 냈고, 대부분은 그 쇼핑몰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심지어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았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기억했다. 

 

- 생일의 오류란 예를 들어 35명 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을 물었을 때 확률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 확률을 너무 낮게 짐작하는 오류를 말한다.

 

- 알고 보니 이 경험은 아빠가 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중력파를 통해 덧차원을 뚫고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찾아와 한 일이었다. 이렇게 관심을 끈 후 쿠퍼는 모스부호의 점과 대시를 이용해서 시계의 초침에 중요한 정보를 전송한다. 이 시계는 인류를 구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그가 남긴 것이다. 좀 억지스러운 이야기이기이지만 킵 손의 책 <인터스텔라의 과학>에 따르면 이 영화는 모두 자연의 법칙과 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손은 이렇게 설명한다. "4차원 정육면체에 빠지면 쿠퍼는 정말로 머피가 나이 든 여성인 시절에서 머피가 열 살의 시절로 우리 브레인(brane), 우주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쿠퍼가 4차원 정육면체의 침실에서 머피를 바라보면 열 살인 머피가 보인다는 의미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어느 침실을 들여다볼지 선택하면 다양한 침실의 시간에서 머피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쿠퍼는 우리 브레인의 시간(침실의 시간)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 이것은 초자연적이거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세상에는 자연적인 일과 정상적인 일, 그리고 우리가 아직 자연적이고 정상적인 설명을 찾아내지 못한 미스터리가 존재할 뿐이다. 어쩌면 제니퍼의 할아버지 월터가 다차원 정육면체 안에 존재하면서 손녀의 삶을 모든 시간에서 동시에 바라볼 수 있고 블랙홀이나 웜홀 근처에서 중력파를 이용해 손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에 맞춰 자신의 낡은 라디오를 켰을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이한 현상을 우리가 이해하는 물리 법칙과 물리학의 힘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럼 이 일은 초능력이나 과학으로 설명 불가능한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그저 물리학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만약 사후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식으로 그 존재를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이것이 그냥 순수한 추측에 머물 수밖에 없다.  

 

-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사건까지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 전에는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냥 즐기면 된다. 그 안에 담긴 감정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미스터리를 받아들이자.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을 굳이 신이나 초자연적인 힘을 들먹이며 채우려 들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냥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고 ...  

 

- 시간을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세포의 내용물도 이질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정작 우리는 스스로가 서로 다른 생명체의 집합체라 느끼지 않는다. 나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느낀다. 우리 유전체 안에 암호화된 생물학적 정보의 패턴, 우리 뇌의 커넥톰에 기록된 신경 시냅스 배열이 이런 본질의 연속성을 담보한다. 당신을 구성하는 물질은 계속 변하지만 시간과 장소가 달라져도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 바뀌어도 당신의 정체성은 온전히 유지되므로 우리의 고유성 uniqueness은 물질이 아니라 패턴에 새겨져 있는 듯 보인다.

 

- 이런 분석을 따르자면 당신의 복사본 역시 당신일까? 당신이 한 명 이상이라는 의미더라도 각각의 복사본이 자신을 자율적 인간이라 느낀다면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이 때문에 정체성의 패턴과 물질에 덧붙여 개인 시점 personal perspective 혹은 시점 Point of View, POV이라는 추가적 요소가 등장한다. 다음 장에서 만나 볼 신경과학자 케네스헤이워스 Kenneth Hayworth는 이것을 시점자아 POVself라고 불렀다. 그는 시점자아를 자기 기억의 전체집합을 의미하는 기억자아 MEMself와 대비한다. 자립적 self-contained이고 지각이 있는 모든 존재(감정 표출, 지각, 감각, 반응, 의식 등의 능력을 갖춘 존재라는 의미다)는 시점자아다. 이런 존재는 개인적인 시각을 가지고 각 사람에게 자율적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런 정의를 따르면 "스타트렉" 시나리오에서 두 라이커가 복제되는 순간 각각 동일한 기억자아를 갖고 있었으나 각자는 스스로의 시점자아다. 일란성쌍둥이가 심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두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다. 

 

- 하지만 복제 시나리오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당신과 당신의 복제된 기억자아(혹은 일란성쌍둥이)가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하는 순간 둘은 독립적인 시점자아일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기억자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시점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경험도 달라져서 각자 자기만의 기억과 성격을 형성하고, 나머지 정보 패턴의 구성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쌍둥이의 이런 경험의 고유성은 태아가 위치, 소리, 영양 등에 각자 고유하게 노출되는 엄마 배속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일란성쌍둥이라 해도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유전학자 마이클 로다토 Michael Lodato와 연구진은 뇌 속에 있는 수십 억 개의 각 신경세포는 세포분열과 복제 기간 동안 생기는 고유의 돌연변이를 1500개까지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돌연변이는 필요할 때든 필요하지 않을 때든 환경과 상황에 따라 환경적 요소(방사능, 화학물질)로부터 생기기도 하고 스위치를 켜고 끄는 과정에서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다시 신경세포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정보를 암기하거나, 문제를 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교 모임을 가질 때 등 어떤 조건에도 반응해서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 낸다. 이런 유전자가 자기 할 일을 하기 위해 펼쳐질 때 돌연변이가 일어나면서 다른 신경세포와 차별화되는 고유한 신경세포를 만든다. 

 

- 우리 몸 속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를 갖는다는 도그마도 도전을 받는다. 유전학자 마이클 매코널 Michael McConnell과 동료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뇌 속 신경세포의 40퍼센트까지는 복제되거나 삭제된 큰 DNA 덩어리를 포함한다. 어떤 경우는 다른 숙주 신경세포로 '뛰어넘은' DNA도 있고, 일부 신경세포 집단은 여러 곳이 수정된 대단히 비정상적인 유전체를 갖는다고 한다. 매코널은 자신의 연구가지니는 함축적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까지 한 개체 안의 유전체가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것이 잘못된 가정임을 알게 되면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조현병 schizophrenia은 가족력이기 때문에 유전된다고 가정해 왔지만 이 정신 질환에 걸린 사람 중 그 이유를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는 비율은 아주 낮다. 한 집안에 한두 명 정도는 이 질병에 걸려도 대다수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유전적 상이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질병이나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는 유전자 서열은 각자가 살아온 삶의 역사에 따라 고유해질 수 있다. 타고난 유전적 유산뿐만 아니라 삶의 역사도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신경생물학자 겸 철학자인 오언 플래너건 Owen Flanagan은 영혼의 세 가지 주요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경험의 통일성(unity of experience, 평생 동안 자기가 동일한 인물이란 느낌), 개인 정체성(personal identity, 자아감 혹은 '나'), 그리고 개인적 영생(personal immortality, 죽음에서 살아남음, <그림 7-1>에서 윌리엄 블레이크가 묘사한 영혼을 참조할 것).

 

- 여론조사를 하면 미국인 중 70에서 96퍼센트 정도는 영혼의 이런 특징에 대한 믿음을 일관되게 보여 준다. 대다수 사람은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이런 믿음을 가졌으나 과학은 이 세 가지 특징 모두 착각이라 말한다. 

 

 

William Blake, The Soul Hovering over the Body, Reluctantly Parting with Life, 1813

 

-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가 묘사한 죽어서 육신을 떠나는 영혼의 모습. 사람이 죽을 때 일어난다고 대부분이 믿는 바가 잘 표현되었다. 이 그림은 로버트 블레어 Robert Blair의 시집 <무덤 The Grave>을 위해 블레이크가 그린 삽화 시리즈 중 하나로 1813년 <마지못해 생명과 작별하며 육신 위를 맴도는 영혼 The Soul Hovering over the Body, Reluctantly Parting with Life>이라는 제목으로 루이스 스키아보네티 Louis Schiavonetti에 의해 판화로 새겨졌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 경험의 통일성. 어떤 갈등이나 내적인 모순 없이 변함없는 일관된 믿음을 만들어 내는 통일된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는 서로 별개이면서 상호작용하는 모듈, 혹은 신경 네트워크의 집합체다. 이 모듈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을 때가 많다. 진화심리학자 로버트 커즈반 Robert Kurzban에 따르면 뇌는 모듈식으로 다중 작업을 하는 문제 해결 기관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옛날식 비유를 빌자면 실용적인 도구를 모아 놓은 맥가이버칼, 커즈반식 비유로는 다양한 어플이 깔린 스마트폰인 셈이다. 예를 들면 단기적으로 달콤하고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갈망하게 만드는 모듈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신체상 body image과 건강을 감시하는 모듈과, 협동을 담당하는 모듈은 경쟁을 담당하는 모듈과 갈등을 일으킨다. 진실을 말하는 모듈은 거짓말을 하는 모듈과 갈등을 일으킨다. 물론 뇌는 자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행히 우리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이 모든 네트워크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마치 통일된 자아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낀다. 

 

- 개인 정체성.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평생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몸속 원자 대부분은 그와 비슷한 다른 원자로 대체된다. 수소 원자가 가장 빠른 속도로 대체되고(우리 몸의 72퍼센트는 물로 구성되어 있고, 물은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탄소, 나트륨, 칼륨 같은 무거운 원소가 대체된다. 원자가 대체되는 것처럼 분자, 세포, 조직, 기관 등도 대체된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평균 7에서 10년마다 대체가 일어난다고 한다. 대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장을 감싸는 상피세포의 경우는 며칠, 피부 표피층은 몇 주, 적혈구세포는 2개월, 간세포의 경우 1에서 2년, 뼈와 근육의 경우 10에서 15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자기가 몇 년 전과 물질적으로 똑같은 사람이고, 몇 년 후에도 그러리라는 믿음은 착각에 불과하다.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은 기껏해야 정보의 패턴 정도인데, 이것조차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한다.  

 

- 개인적 영생. 종교인이 주장하는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음은 이미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과학적 영생은 어떨까? 자아가 한 복사본에서 다음 복사본으로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복제는 영생의 선택 사항이 될 수 없다. 잠이 들거나 수술을 받기 위해 전신마취를 하면 몇 시간 동안 의식이 단절되지만 깨어날 때는 내가 그대로 나 자신인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복제되거나, 부활하거나, 업로드된다면 그때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약뇌를 냉동보존해서 한 1000년 후에 다시 깨울 수 있다면 아주 긴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와 비슷할까? 그럴 것 같다. 그럼 뇌의 정보 커넥톰을 정교하게 기록해서 컴퓨터에 업로드하면 어떨까? 업로드한 컴퓨터를 켜면 그 사람의 개인 시점이 그 안에 존재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 정체성 문제는 종교적, 비종교적 영생 추구자 모두가 직면한 문제다. 당신이 종교인이고 몸이나 영혼이 천국에서 부활한다고 믿는다고 해 보자. 신은 복제 과정이나 변화 과정을 어떤 식으로 진행해서 기억자아만이 아니라 시점자아도 계속 이어지게 할까? 부활하는 것은 당신의 원자와 패턴인가? 아니면 패턴만인가? 만약 양쪽 다 ... 

 

- 오메가 포인트 이론 Omega Point Theory, OPT은 언젠가 우리가 세부적인 부분까지 너무 진짜 같아서 물리적 실제와 구분 불가능한 초강력가상현실에서 부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우리의 우주 전체가 어떤 외계 컴퓨터 속에 들어 있는 <매트릭스> 같은 가상현실이라고 주장하는 존경할 만한 철학자 닉 보스트롬 Nick Bostrom이 지지하는 개념과 다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오메가 포인트 이론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보스트롬의 주장과 그리 다르지도 않다. 보스트롬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현재 작동 중이라 생각하고, 오메가 포인트 이론은 아주 먼 미래에 시뮬레이션이 작동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 오메가 포인트 이론에 따르면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냉동보존술로 자기 몸을 얼리거나, 자신의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할 필요가 없다. 아주 먼 미래의 우주에는 컴퓨터가 엄청나게 막강해져서 기존에 살았던 모든 인간을 재창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메가 포인트 이론을 옹호하는 가장 저명한 인물은 물리학자 겸 기독교도인 프랭크 티플러다. 그는 자신의 물리 이론이 우주와 인류를 다룬 성경 이야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고 믿는다. 그는 이것을 <『영생의 물리학>, <기독교의 물리학 The Physics of Christianity>이라는 책 두 권에서 변론했다. 나는 다른 곳에서 티플러와 그의 개념을 자세히 다루었다. 지금은 그와 잘 아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에 그가 영생의 필연성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정말 철석같이 믿어서 하는 소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의 언어가 아닌 당대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지만 그는 이런 결과가 성경에 예언되어 있다고 믿는다.

 

- 컴퓨터가 켜지면 시점자아도 활성화되리라 믿는다. 결국 시점이란 세상으로부터의 정보가 당신의 감각을 통해 뇌로 흘러들어오는 동안 주어진 어느 순간에 당신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것이든 복잡한 것이든 모든 생명체가 경험하는 것이다. 당신의 개도 시점이 있고, 바닥을 기어가는 개미에게도 있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시점을 가지고 있다. 헤이워스는 자아의 핵심이 생각과 기억 속에 들어 있고, 그 생각과 기억은 기억자아에 부호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 헤이워스에게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시점자아가 우선적인 자아라는 느낌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망막에 시신경이 빠져나가는 부위인 맹점(시각 신경 원반)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볼 때 세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 듯 보이는 환상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혹은 뇌가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수많은 신경망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자신을 하나의 통합된 자아로 느끼는 환상과 비슷하다. 우리는 그저 뇌가 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은 수많은 활동으로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을 테니 말이다. 자아가 환상이라면 시점자아도 환상이다. 어느 주어진 순간에 당신으로서 존재한다는 체험(당신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당신의 시점)은 진짜가 아니다. 진짜는 엔그롬의 총합(totality of engromes, 당신의 기억을 구성하는 모든 엔그램으로 당신의 생각과 함께 커넥톰을 구성한다), 즉 기억자아다.

 

- 나는 어떻게 기억자아만으로 당신의 자아(혹은 당신의 영혼)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사람이 죽지 않은 상태에서 기억자아를 복제했다면 기억자아가 둘이 되는 것이다. 각각의 기억자아는 자기 고유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점자아를 갖게 된다. 그 순간 각각의 기억자아는 서로 다른 삶의 경로를 따르게 된다. 따라서 서로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기억을 기록한다. '당신'이 갑자기 시점자아 두 개를 갖는 것은 아니다. 만약 사람이 죽을 때 기억자아의 복제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당신의 시점자아를 뇌에서 컴퓨터(혹은 부활한 육신)로 전송할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내가 앞 장에서 마이클 셔머가 두 명 등장하는 사고 실험으로 입증해 보였듯이 기억자아는 시점자아와 같지 않다. 만약 당신이 내 커넥톰을 복사해서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컴퓨터를 켠다고 해서 자아가 온전히 이어지면서 긴 잠에서 깨어나는 느낌이 들 것 같지 않다. 잠이나 마취로 연속성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시점은 한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이어지는 자아의 연속성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죽음은 연속성의 영구적인 중단이다. 당신의 개인 시점은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뇌에서 다른 매체로 옮겨 갈 수 없다. 물론 내 의견이 틀릴 수 있다. 만약 내가 죽은 다음에 어떤 천국 같은 상태에서 온전히 기능하는 기억자아와 시점자아를 가지고 깨어날 수만 있다면 굳이 마다할 생각도 없다. 

 

- 자아정체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시점자아) 자신의 몸, 뇌, 커넥톰을 보존 처리하고, 냉동하고, 저장했다가 다시 해동하고, 새로 깨어나는 것이 내 커넥톰의 복사본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것(기억자아)보다 오랜 잠을 잔 후에 깨어나는 기분이 들 것 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종의 '파스칼의 내기 Pascal's wager'를 만나게 된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었을 때 당신의 몸을 매장하거나 화장해 버린다면 되살아날 가능성은 0이다. 하지만 인체냉동보존술 회사 중 한 곳과 계약하면 부활의 가능성이 적어도 0보다 커진다. 그럼 혹시 모를 일이니까 죽으면 몸을 냉동하기로 계약해 두어야 할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인정받는 인체냉동보존술 회사인 알코어는 회사에 생명보험을 드는 재무 계획을 제시한다. 이 계획으로 냉동보존처리 비용이 해결된다(전신 보존은 20만 달러, 머리만 보존하는 경우는 8만 달러). 그럼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료가 1년에 몇백 달러에서 몇천 달러 정도 나온다. 냉동보존술 전문가 랠프 머클은 이러한 선택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이 계약을 맺었는데 효과가 있다면 당신은 다시 살아나게 된다. 효과가 없다면 여전히 죽은 상태이겠지만 어차피 죽어 있으니 살아생전에 보험료로 나간 돈을 아까워할 일도 없다. 만약 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인체냉동보존술이 효과가 있든 없든 미래에 당신은 무조건 죽어 있다. 한 세기 정도 지나면 우리는 이 실험의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대조군보다 실험군에 속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 "비버는 해결사 Leave It to Beaver"가 완전 쓰레기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인이 절반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개념은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이 사람들을 거칠게 다루고, 동성애자를 감옥에 집어넣는 등 옛날의 원칙으로 되돌아가면, 우리가 다시 착해질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에덴동산 신화는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존재다.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좋았던 그 옛날이 완벽한 조수석 손잡이(oh shit handle, 자동차 조수석 창문 위에 달린 손잡이. 운전자가 급격히 방향을 틀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움켜쥘 수 있는 손잡이다)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1950년대가 좋았던 그 옛날이 아니라면 언제가 그런 때였을까? 누구한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듀푸이는 이렇게 말한다. 


1950년대에는 KKK단 같은 집단이 미국을 1850년대로 되돌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1850년대에는 가톨릭 이민자를 반대한 '노우 낫띵 Know Nothing' 같은 집단이 나라를 1810년대로 되돌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1600년대에는 청교도들이 자신의 나라를 구약성경 시절로 되돌리려고 애썼다. 우리 모두는 향수를 자극해서 대중을 조종하기 이전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 좋았던 그 옛날은 언제일까? 그런 시절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모든 어제는 우리의 모든 내일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 이탈리아의 철학자 겸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는 가상 장소들의 역사를 한데 모아 소개한 <전설의 땅이야기>라는 책에서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 다른 어떤 시간에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 뒤에 자리 잡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일상에서 접하는 현실 세계는 가혹하고 살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모든 문화는 인간이 한때 속했고, 언젠가 다시 돌아가게 될지 모를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것 같다."

 

- 마틴 루터 킹 2세 Martin Luther King Jr. 목사는 그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연설에서 아이들이 자라서 살게 될 나라를 꿈꾸었다. "그곳에서는 사람을 피부색이 아니라 인품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울퉁불퉁한 땅은 평평해지고, 비뚤어진 길은 곧게 뻗을 것입니다."

 

- 하지만 움베르토 에코가 상기시켜 주듯 이런 꿈에는 어두운 측면이 있다. 이것은 '울티마 툴레 Ultima Thule'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다. 울티마 툴레는 알려진 세상의 경계 너머 머나먼 곳에 존재하는 완벽한 나라다. 에코의 묘사에 따르면 "해가 결코 지지 않는 얼음과 불의 나라"이고 "이 문명의 요람은 북쪽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며 거기서 기원 인종 mother race이 남쪽으로 퍼져 나갔다."

 

- 이 울티마 툴레는 아리아인 Aryan race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며 그로부터 다른 모든 인종이 퇴보의 과정을 거쳐 등장했다. 보스턴대학교의 총장 윌리엄 워런 William F. Warren은 1885년 출간한 <낙원의 발견 Paradise Found>에서 초기 낙원이 북극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곳에 살던 최초의 거주민은 매우 아름답고 장수했지만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퇴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최초의 순수한 인종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추측한 신비주의자 occulist도 많았다. 예를 들어 블라바츠키 여사 Madame Blavatsky는 1888년의 책 <비결>에서 이 완벽한 인종은 그린란드에서 캄차카까지 뻗어 있던 북극 대륙에서 기원했다는 과감한 추측을 내놓았다. 1907년에는 외르크 란츠 Jorg Lanz 가 '신성전기사단 The Order of the New Temple'을 설립했다. 그는 순수한 아리아 인종이 오염되지 않도록 '열등한 민족'은 모두 불임을 만들어 마다가스카르로 강제 추방해야 한다고 연설했던 오스트리아의 인종이론가다. 1918년에는 툴레협회 Thule Gesellschaft가 만들어졌고, 문양으로 '행운'을 나타내는 산스크리트 기호를 사용했다. 스바스티카 Svastika라는 만권자형 십자가였다. 1935년에는 닭을 키우던 전직 농부가 '선조의 유산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모임 Society for Research and Teaching of the AncestralInheritance'을 시작했다. 이 모임은 우월한 독일 민족의 기원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인류학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이었다. 그 농부의 이름은 하인리히 힘러 Heinrich Himmler였다. 결국 그는 나치 친위대 Schutzstaffel, ss의 친위 대장이 되고, 독일제국의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책 die Endlösung der Judenfrage'의 명목상 대장이 된다. 

 

- 유토피아적 숭배 집단은 이보다 더 나쁘지만 사회적 재앙까지는 아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스위스의 '태양의 사원 기사단 Order of the Solar Temple'이 그런 경우다. 이 기사단의 회원 48명은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당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천국의 문 Heaven's Gate'이라는 UFO 숭배 집단도 있었다. 이 집단은 사람보다 높은 또 다른 차원에서 UFO를 타고 도착했다고 주장하는 마셜 애플화이트 Marshall Applewhite와 보니 네틀스 Bonnie Nettles가 1975년 설립했다. 이 집단의 회원은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팔고 고립된 상태에서 살았고, 외부인에게 지나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쌍을 지어 움직였다. 이들은 우주여행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암실에서 사는 연습을 하고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물질 소유를 최소화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   

 

- 죽음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신학자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이미 작성해 놓은 답안이 있었다. 이들은 죽음이란 그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이행 과정이라 주장한다. 이승의 삶은 우리가 존재하면서 그다음 막에서 연기할 신성한 대본을 받는 임시 극장이다. 종교적 세계관에서 보면 죽음은 신의 뜻이라는 것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죽음은 일단 우리가 저승에 가면 밝혀질 신의 설계의 일부다. 어떤 사람은 이런 설명으로 만족하겠지만 이것으로는 종교적 세계관 안에서도 왜 육체적 삶이 반드시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지, 혹은 왜 굳이 생물학적 삶에서 영적인 삶으로 형태 변화를 거쳐야 하는지의 의문을 풀지 못한다. 신은 전능하고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데 그냥 지상의 천국을 만들고 중간 단계는 건너뛰면 될 것 아닌가?
 

- 과학자가 내놓는 우리가 늙고 죽는 이유에 대한 궁극의 해답은 열역학 제2법칙에서 시작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우주가 점점 정지하고 있으며 결국 지금으로부터 수천억 년 후에는 종말을 맞이하게 되리라 말한다. 열역학 제2법칙의 결과물은 엔트로피이며, 이 법칙은 닫힌계 closed system에 적용되는데 우주 전체가 닫힌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지구, 태양, 그리고 우주 자체는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함께 분명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구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태양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덕분에 지구는 열린계 open system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이 열린계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원천이 존재하는 한 생명은 적어도 40억 년 정도는 더 지속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태양이 바깥쪽으로 부풀어 올라 지구를 집어삼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점이 올 때까지 생명체가 무한히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 사실 무한히 사는 생명체도 있어 보인다. 어떤 생명체는 늙지 않는 것 같다(아니면 적어도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노쇠 negligible senescence 현상만 보인다). 일부 거북이, 철갑상어, 한볼락, 바닷가재 등이 그 예다. 히드라는 생물학적으로 불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과학자들은 가장 오래 산 척추동물일지 모를 그린란드 상어를 발견했다. 이 상어의 수명은 392년 플러스마이너스 120년, 그러니까 272에서 512년 사이다. 한 표본은 1504년에 태어난 것으로 계산되었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나기 60년 전이다!

 

- 완보류(물곰)는 더욱 극단적이다. 완보류는 물에서 태어난 다리 여덟 개 달린 미세 동물로 길이는 0.5밀리미터 정도이고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섭씨 영하 246도에서 영상 148도의 온도, 가장 깊은 바닷속 수압보다 여섯 배나 강한 대기압, 사람이 죽는 수준보다 수백 배 높은 방사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물과 먹을 것 없이도 수십 년을 산다. 심지어 우주 공간의 진공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이 생명체는 휴면상태 cryptobiosis 능력도 있다. 휴면 상태에서는 모든 대사 과정이 중단되지만 유기체는 죽지 않는 일종의 가사 상태로 이 상태로 수천 년을 버틸 수도 있다.

 

- 완보류도 이런 능력이 있는데 사람이 못할 이유가 있을까? 사실 7장에서 정체성 문제를 이야기할 때 확인했듯이 당신은 당신이 태어났을 때와 똑같은 '존재'가 아니다. 원자가 끊임없이 재활용되고 대체되기 때문에 거의 10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 재활용이 무한히 이어지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무한까지는 아니더라도 재활용할 원자와 이 과정을 이끌어 갈 에너지가 있는 동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 과학은 유전체와 커넥톰에 암호화된 형태로 당신의 육신과 뇌를 표상하는 정보의 패턴이 바로 당신의 영혼임을 밝혀내고 있다. 이 정보 패턴 속에는 당신의 생각과 기억, 그리고 시점이 포함되어 있다. 이 패턴이 육신 및 뇌와 따로 존재한다는 증거나, 사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증거가 없으니 당신의 육신과 영혼은 하나다.  

 

- 하지만 항성 안에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항성의 물질은 그저 이런 조건 아래서 항성의 물질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항성에서 나온 물질이다. 

- 지구 위에 있는 모든 것. 즉 땅, 바다, 그리고 작은 세균에서 커다란 뇌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원자로 만들어졌다. 이 원자들은 고대 항성의 내부에서 생성된 것들이다. 고대 항성들은 숨 막히는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목숨을 다했다. 이 초신성 폭발은 더욱 복잡한 새로운 원자를 만들어 우주 공간으로 퍼뜨렸다. 우주에서 이 원자들은 새로운 항성과 행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중 상당수는 생명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행성 중 하나에는 심지어 이런 창조의 과정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지각 있는 존재가 살고 있다. 이 비밀은 1926년 보스톤 WEEI 라디오에서 방송한 천문학자 해로 섀플리 Harlow Shapley의 유명한 강의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따라서 우리는 항성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우리는 햇빛을 먹고살고, 태양의 복사열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항성을 구성하는 것과 똑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항성은 자신의 죽음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연은 목적이 없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우주에는 목적이 없다고 생각해서 자연 밖에서 우리에게 목적을 부여해 줄 초자연적인 존재를 찾는다. 하지만 그런 자연 밖의 행위자 agent는 필요하지 않다. 목적은 우주와 자연의 법칙 속에 짜여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항성의 목적은 수소를 헬륨으로 전환하고 빛과 열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운명'이자 우주적 목적이다. 이런 목적은 우주, 그리고 여기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가지고 있다. 산의 '목적'은 판구조 plate tectonics 같은 지질학적 힘의 결과로 높이 솟아오르고, 풍화작용 같은 침식작용에 의해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강의 '목적'은 중력을 따라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고, 그 결과 단단한 바위를 깎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물길을 만들어 낸다. 생명의 ‘목적'은 살아남아, 번식하고, 번영하는 것이고, 선캄브리아시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35억 년 동안 우리가 아는 모든 형태의 생명체는 단 한 번도 사슬이 끊어지는 일 없이 자신의 운명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 그토록 많은 사상가들이 최후의 지혜라 주장했던 그 진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진리란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염원할 수 있는 궁극적이며 지고한 목표라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인간의 시와 사상과 믿음이 전해야 할 가장 위대한 비밀의 의미를 파악했다. 인간의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사랑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찰나의 순간일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지고지순한 행복을 느끼는 이유를 이해했다. 완전히 비참한 위치에 있을 때, 긍정적인 행위로는 자신을 표현할 길이 없고, 자신의 고통을 올바른 방식, 명예로운 방식으로 견디는 것 말고는 이룰 것이 없을 때, 그런 위치에서 인간은 자기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랑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사랑하는 것을 통해 성취를 이룬다. 

 

- 심리학자 케네스 베일 Kenneth Vail과 동료들은 죽음 현저성 mortality salience, 즉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을 운명을 일깨워 주는 것이 건강에 미치는 이로운 효과를 다룬 일련의 논문에서 죽음에 직면했을 때의 실존적 고려가 갖는 긍정적 측면을 보고했다. 예를 들어 죽음 현저성은 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키고, 인생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고무하고, 친사회적 행동의 동기를 부여하고, 사랑하는 관계를 조성해 준다. 그리고 공동체 활동 참여를 고무해 주고, 환경에 대한 염려를 자극해 주고, 집단 간의 평화 구축까지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죽을 운명을 일깨워 주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담배를 끊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건강검진을 받고, 운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 실험에 따르면 죽음 현저성은 신체적 목표(농구 실력향상 등)와 정신적 목표(독해력 증진 등) 달성을 위한 노력을 북돋아 주고, 사회적 관계(친구나 직장 동료)와 낭만적 관계 (애인이나 배우자)를 개선하려는 동기를 불어넣는다고 한다. 죽음 현저성은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부와 명성 같은 외적 목표보다는 개인적 관계 같은 내재적 가치를 더욱 귀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이후 주변 지역 이혼율이 급락했다. 이는 죽음에 대한 각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결혼 생활과 가족에게 더욱 충실하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외상후성장 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이것을 지칭하는 용어도 생겼다. 외상후성장은 임사체험에 대해 많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 체험을 통해 삶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친구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다고 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하게 증명된 영생의 방법이다. 사람들에게 죽을 운명을 일깨워 주면 아이를 낳고 보살피려는 의지가 강해진다는 몇몇 연구도 있다.  

 

- 긍정적인 방식으로 죽음을 대면하는 것은 사회에서도 폭넓은 함축적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죽을 운명을 상기시켜 주면 사회적 집단의 정체성과 공동체 활동 참여를 강화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을 더욱 공정하고 정답게 대하도록 북돋아 준다(이런 집단적 응집이 부족 중심주의, 외국인 혐오, 심지어는 외부인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에는 잠재적으로 불리한 측면도 존재한다). 연구를 통해 죽음 현저성이 자선단체 기부, 지역사회 청년 집단에 대한 기여,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에 대한 원조를 늘리고, 친환경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환경을 좀 더 인식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것도 밝혀졌다. 사람들로 하여금 일반적으로 자신의 사회 집단에 속하지 않는 타인이라도 더 포용하게 만든다는 것도 밝혀졌다. 

 

- 용기, 자각, 정직한 마음으로 죽음과 삶을 마주한다면 우리 안에 있는 가장 좋은 것과 가장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감사의 마음과 사랑이다. 사실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수천억 명은 태어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수십조 명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물학적 현실을 고려하면 삶의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사람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다. 그럼 당신은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알 당신이 존재하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

 

- 일단 태어나면 우리들 각자는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우리 뇌 속에 들어 있는 생각, 느낌, 기억, 역사, 시점 등은 지금도 이 이후로도 절대 복제될 수 없다. 우리의 지각은 당신의 것이든, 내 것이든, 그 누구의 것이든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고 다른 그 누구와도 똑같지 않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는 단 한 번이고, 태양 주위를 80바퀴 돌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가설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우주의 드라마에 설 짧지만 영광스러운 시간이다. 우리가 우주와 자연의 법칙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이 정도가 우리 대다수가 합리적으로 바랄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이다. 다행히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 시간이 생명의 영혼이다. 그 시간이 바로 지상의 천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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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어떤 전문가들을 만나게 될지 알아보자. 우선 심리학자와 인류학자들을 만나 죽음과 임종 그리고 죽을 운명의 자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는 그들의 이론을 알아본다. 자신의 죽을 운명을 처음으로 자각한 사람이 누구이고...

 

- 한 문헌에서 추측한 것처럼 실존 existence은 단순히 본질 essence에 앞서는 것이 아니다. 실존이 곧 본질이다. 실존이 없으면 본질도 없다. 독일의 시인 겸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생각하는 존재가 사고 thought와 삶 life이 멈춘, 비존재 nonbeing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모든 이는 자신 안에 자신의 불멸의 증거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도 비슷한 맥락에서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정말이지 우리는 스스로의 죽음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게 하려고 할 때마다 구경꾼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 1973년 출간되어 지금은 고전이 된 퓰리처상 수상작 <죽음의 부정>에서 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 Ernest Becker는 자연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이중적 dualistic 위치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인간은 하늘 높이 별 위에 있으면서 동시에 심장이 뛰고 숨이 헐떡거리는 육신 속에 들어가 있는 존재다. 한때는 물고기였고, 그것을 입증하려는 듯 여전히 아가미의 흔적을 달고 있는 육신 속 말이다. 인간은 말 그대로 둘로 쪼개져 있다. 인간은 장엄하게 우뚝 솟은 탑처럼 자연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라는 점에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독특한 존재인지 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다시 흙으로 돌아가 앞도 못 보고 아무 말도 없이 썩어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이런 끔찍한 딜레마에 빠져 이것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다.

 

- 일신교 전통에서 '천국 또는 하늘 heaven'은 세 가지 넓은 개념을 나타낸다. (1) 우주의 물리적 일부(하늘) (2) 신이 머무는 곳 (3) 죽은 자들이 올라가는 장소. 히브리어에서는 천국에 해당하는 단어 '샤마임 shamayin'이 가끔 '궁창 firmament'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우주론적으로 보면 궁창은 땅을 돔 모양으로 둘러싸는 덮개로 천상의 물 heavenly waters을 그 아래 지상의 물(earthly waters, 여기서 노아의 대홍수의 물이 나왔다)과 구분한다. <창세기> 1장 6에서 8절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킹 제임스 성경). 

하나님이 이르시되 물 가운데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라 하시고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그리고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 Heaven이라 부르시니라.

- 이러한 천국(하늘)의 개념은 그 당시 고대 근동, 그중 기원전 8에서 6세기 사이에 존재했던 수메르 Sumer, 바빌론 Babylon, 고대 유대 Judea의 메소포타미아 우주론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는 초기 구약성경이 쓰이던 때다. 성서학자들이 야훼 Yahwist, 엘로힘 Elohist, <신명기 Deuteronomist> 문서와 함께 유대교 율법 토라 Torah를 토대로 언급하는 6세기 제관 문서 (Priestly Sources, 혹은 P 문서)는 유대인이 메소포타미아에 억류되어 있는 동안 히브리 제사장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고대 세계에는 인접한 정치적 단위의 경계 너머로 문화가 확산되는 일이 꽤 흔했다. 하늘의 덮개는 땅을 하늘과 나누고, 하늘의 물을 땅의 물과 나누는 역할 말고도 달, 태양, 별이 심어진 바탕 역할도 한다고 믿었다. "하늘의 궁창에 빛이 있어 낮과 밤을 나누어라." (<창세기> 1장 14절)

 

- 아주 개략적으로 보면 초창기 히브리 우주론은 땅보다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하늘, 중간에 있는 땅, 그리고 땅 밑 지하 세계인 스올 Sheol로 이루어진 3부 체계였다. 기원전 4세기 즈음 고대 히브리인은 그리스 우주론을 접목해서 구형의 땅을 항성과 행성이 박힌 천구가 동심원의 형태로 둘러싸고, 신은 가장 먼 천구 바깥에 존재한다는 우주론을 만들었다. 몇 세기가 흐르고 장비와 관찰 방법의 발전과 함께 과학 이론이 진화하면서 종교적 하늘도 그와 함께 진화했다. 그에 따라 신학적 의미도 조정이 이루어졌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은 주변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와 필경사 들에 의해 수세기에 걸쳐 편집된 일종의 위키피디아 Wikipedia라 할 수 있다. 성경은 만족스러운 계율로 집대성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해석하는 사람의 문화적 개념에 따라 재해석되었다. 현대 천문학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발견과 이론을 성경의 우주론에 끼워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늘날의 지적 설계 창조론자 Intelligent Design creationist는 3500년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랜 전통을 따르는 셈이다. 

 

- 세 가지 일신교 신자 중 영생을 믿는 비율은 유대교도가 제일 낮다. 미국의 유대교도는 절반 이하, 이스라엘 유대교도는 56퍼센트가 사후 세계를 믿는다고 말하고, 사후 세계가 있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비율은 30퍼센트에 불과했다(절대 다수가 사후 세계를 믿는 기독교도, 이슬람교도와 비교된다). 하늘 위 천국과 지상의 천국은 역사적으로 종종 하나로 융합되었다는 나의 논지를 뒷받침하듯 유대교 또는 저승보다 이승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이 신과 맺은 신성한 계약이 그 첫 번째 사례다. 히브리 성경에 설명되어 있듯이 유대인이 하나님의 계명을 잘 따른다면 살아남아 번영을 누리고 많은 자손을 거느리는 축복과 함께 결국 이스라엘 땅을 받게 될 것이다. '다가올 세상'이라는 의미의 '올람하바 Olam ha-ba'는 저승이 아니라 이승에서 세워지리라 기대하는 공명정대한 사회를 말한다.  

 

- 지로 쿠란은 '멸망의 날 hour of doom'의 날짜는 지정하지 않지만 종말이 다가왔을 때 어떤 모습일지 설명하고 있다. 

태양이 빛을 잃을 때,
별들이 떨어질 때,
산들이 움직일 때,
새끼를 밴 낙타가 방치될 때,

사나운 야수들이 모여들 때,
바다가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

지옥이 타오르기 시작할 때,

낙원이 가까이 다가올 때,
비로소 영혼은 자신이 무엇을 생산하였는지 알게 되리라. (81장 1~14절)

 

- 여기서 초프라가 정의하는 의식은 분명 심오한 듯 엉터리인 현학적 표현으로 보인다. 그 후 나는 그와 잘 알고 지냈기에 그가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의식을 설명하지 못한다. 적어도 의식의 질적인 측면, 즉 감각질 qualia은 설명 못한다. 초프라와 일부 사람들은 양자역학이 의식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가능성의 중첩"이란 표현도 아원자 세계에서의 양자 효과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듣기에 그의 말이 터무니없어 보이겠지만 그의 생각에는 의식을 설명할 때 양자역학의 용어를 끌어들이는 것이 터무니없지 않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려면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자신의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할 책임은 초프라에게 있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고수해 왔다. 하지만 내 아내는 소통은 양방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초프라의 말을 잘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세계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칼즈배드에 있는 초프라 센터까지 오게 된 것이다. 

 

- 초프라 센터 체험은 성격, 생활 방식, 식단, 의료 관련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곳에 상주하는 의사와 상담을 한 후에는 수석 교육관에게 베다 과학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수석 교육관은 만줄라 나다라자 Manjula Nadarajah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 우리가 받을 아유르베다 Ayurvedic 치료를 뒷받침하는 이론에는 바타 Vara, 피타 Pitta, 카파 Kapha라는 세 가지 도샤가 있는데, 나의 도샤는 주로 피타라고 설명했다. 피타는 '중간 정도의 체격, 날카로운 지성, 뛰어난 의사 결정 능력, 밝고 따뜻한 성질' 등으로 특징 지워진다. 흠, 내가 뭐라고 이런 뛰어난 통찰에 반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균형이 깨지면 나는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비판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오호.  

 

- 식단, 운동, 명상을 통해 몸, 정신, 영혼을 통합하는 데서 균형이 잡힌다. 피타는 '뜨겁고, 날카롭고, 시큼하고, 톡 쏘고, 꿰뚫고 들어가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차분하고, 달콤하고, 안정감을 주는 선택'을 내릴 필요가 있다. 실생활에서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까? 매일 자유 시간 만들기, 불필요한 시간적 압박 느끼지 않기, 식사 거르지 않기, 달콤하고, 쓰고, 톡 쏘는 맛의 음식을 즐겨 먹기, 오이, 달콤한 과일, 멜론같이 열을 식히는 성질의 음식 고르기 등이다. 나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숲 속이나 물가를 따라 산책하고,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받고, 샌들우드, 장미, 재스민, 민트, 라벤더, 회향, 캐모마일 같이 열을 식혀 주는 달콤한 성질의 아로마 오일을 자주 사용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아, 매일 여러 번 웃어야 한다. 나에게 유익한 말 같다.  ...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말이다. 이런 것은 어느 누가 해도 좋을 일 아닌가? 이런 조언을 따르고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 

 

- 명상은 영적 구도자의 주요 훈련 중 하나다. 명상은 더 깊은 의식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한다. 나도 나만의 맞춤형 만트라 Mantra를 가지고 세 번에 걸쳐 명상했다. 나는 피타 기질이니까 '4-7-8' 호흡 패턴을 사용하라고 했다. 4초 동안 들이마시고, 7초 동안 숨을 참은 다음 8초에 걸쳐 내쉬는 패턴이다. 나는 주말 과정 동안 세 번에 걸쳐 한 번에 30분씩 이 명상을 했다. 명상에 통달하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리기 때문에 내가 하는 명상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었다. 어쨌거나 고작 몇 분 일지언정 스트레스와 불안을 야기하는 생각의 홍수와 부정적인 감정을 밀어낼 수 있었다. 

 

- 나는 '베다 과학'이라는 말이 불편했다. 내가 생각하는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만줄라에게 이것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정보를 더 달라고 보챘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명상을 하는 동안 우리는 내적 기준점 internal reference point을 국소적인 것 local에서 비국소적인 것 nonlocal으로, 구축된 의식 constructed awarenesss에서 확장된 의식 expanded awareness으로, 피부에 갇혀 있는 자아 skin-encapsulated ego에서 언제나 존재하며 목격하는 의식의 장 field of ever-present witnessing awareness으로 확장합니다." 단어 자체의 의미는 이해할 수 있지만 무슨 말인지 ...  

 

- 갑자기 소아성애증이 생긴 한 남자의 눈확이마겉질 orbitofrontal cortex 바닥 부분에서 종양이 발견된 사례는 유명하다. 종양이 한 남성의 오른쪽 앞이마 영역을 압박했다. 이 영역은 충동 조절과 관련 있는 곳이다. 이 종양을 제거하자 그의 소아성애증도 사라졌다. 그런데 몇 달 후 다시 소아성애증이 도졌다. 알고 보니 이 종양이 도로 자라 있었다. 


- 임사체험과 유체이탈체험이 대중의 의식 속에 등장한 것은 1975년 레이먼드 무디 Raymond Moody의 베스트셀러 <삶 이후의 삶> 덕분이다. 이 책은 사례 수백 건을 소개했고, 많은 사람이 이 사례를 사후 세계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임사체험의 발생 빈도를 신뢰할 만한 수치로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프레드 슌메이커 Fred Schoonmaker라는 심장병 전문의는 18년 이상 동안 2000명이 넘는 자신의 환자 중 50퍼센트 정도가 임사체험을 보고했다고 했다. 하지만 1982년 갤럽 여론조사는 그 10분의 1 수준인 5퍼센트 정도가 임사체험을 겪었다고 했다. 또 다른 심장병 전문의 핌 판 롬멜은 소생술에 성공한 심장마비 환자 344명 중 12퍼센트가 임사체험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책 <삶 너머의 의식 Consciousness Beyond Life>에서 그는 대부분이 믿는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한다. 임사체험은 뇌 없이도 정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 가장 유명한 임사체험은 1984년에 있었다. 마리아 Maria라는 이름의 이주 노동자가 심장마비를 겪고 나서 시애틀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중환자실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심장마비를 겪었다.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그녀는 자기가 몸에서 빠져나와 천정으로 떠올라 자기에게 의학 처치를 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고 말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그녀가 이후 병실 밖으로 빠져나와 3층 창가 선반에 놓인 테니스화를 보았다고 한 것이었다. 중환자실 사회복지사인 킴벌리 클라크 Kimberly Clark라는 여성은 자기가 3층으로 올라가 보니 창가 선반에 신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마리아가 바깥으로 떠올라 테니스화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던 것이 아니라면 마리아가 그 관점에서 신발을 바라볼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그 신발을 회수해서 마리아에게 가져갔죠. 이것이 제게는 아주 구체적인 증거였어요." 대체 무엇의 증거란 말인가? 최근 쏟아진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은 이 체험자들이 임사체험이 입증하는 바가 무엇이라 믿는지, 이들이 그 체험 동안 어디에 갔는지를 다룬다. 이런 책으로 <천국은 진짜로 있다 Heaven Is for Real>, <외과의사가 다녀온 천국 To Heaven and Back>, <천국에서 돌아온 소년 The Boy Who Come Back from Heaven>,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으로 하버드대학교 신경외과 전문의 이븐 알렉산더 Eben Alexander의 <나는 천국을 보았다> 등이 있다.

 

- 과학자들은 전기 자극 강도를 조절해서 환자가 침대 위로 몇 미터까지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지도 조절할 수 있었다. 오른쪽 모이랑의 다른 지점을 건드려 보니 다리가 짧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다리가 자기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느낌이 들어 회피 행동 evasive action이 나오기도 했다. 이 신경과학 연구진은 이렇게 결론 내렸다. "이런 관찰 내용은 겉질의 전기 자극을 통해 유체이탈체험과 복잡한 체성감각 환각 somatosensory illusion을 인위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자신이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경험은 복잡한 체성감각 정보와 전정기관정보 vestibular information를 통합하는 데 실패해서 생기는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 제임스 위너리 James Whinnery라는 한 공군 군의관은 '지포스에 의한 의식 상실 G-Force 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G-LOC'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비행기 조종사들을 훈련용 원심분리기에 태워 산소 결핍으로 의식을 잃는 지점까지 가속해 보았다. 의식과 무의식의 희미한 경계에 머무는 동안 이 조종사들 중 상당수는 터널이 보이고 가끔은 그 끝에서 밝은 빛을 보기도 했을 뿐 아니라, 몸이 떠오르는 느낌, 때로는 마비의 느낌을 받았다.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희열, 평온과 고요함을 종종 느꼈다. 위너리 박사가 천천히 단계별로 가속하는 방식으로 원심분리를 가동해서 피실험자들을 G-LOC로 유도하자 산소 결핍이 처음에는 망막, 그다음에는 시각겉질, 그다음에는 나머지 뇌에 일어나면서 피실험자들은 터널을 보았다. 그다음에는 시력을 상실하고, 이후 의식을 잃었다. 
 

- 환자가 수술을 받는 동안 마취 중각성 anesthesia awareness으로 불리는 현상이 1000명당 한 명 꼴로 일어난다. 이 경우 환자는 마취하고 수술을 받는 동안 완전한 무의식 상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희미하게나마 의식할 수 있다. 만약 수련병원인 경우에는 의사가 곁에 있는 레지던트들에게 수술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환자가 들어 두었다가 나중에 거기서 있었던 일들을 대략 엇비슷하게 묘사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책이나 기사를 통해 나오면 마치 수술 과정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말하듯이 들릴 것이다. 
    

- 종교적, 신학적, 철학적 주장을 뛰어넘어 환생의 실증적 증거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최면술사 겸 전생체험론자 past livesregressionist인 브루스 골드버그 Bruce Goldberg는 자신의 책 <전생과 내세 Past Lives, Future Lives>에서 자신은 최면을 통해서 길 잃은 영혼과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미래체험론자 future life progressionist 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최면을 통해 3050년도에 시간 여행을 발견한 타아토스 Taatos라는 사람을 만나 보았다고 한다. 주변에서 시간 여행자를 만나 보지 못한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들은 차원들 사이로 하이퍼 스페이스를 여행하는 방법을 통달해서 벽과 고체를 통과할 수 있다. 그들은 5차원에 머물면서 우리를 관찰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전생 여행과 관련해서 진행한 그와 비슷한 일련의 실험에서 심리학자 니콜라스 스파노스 Nicholas Spanos는 환생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전생의 기억도 풍부하고 더 구체적이 되며, 최면에 빠진 사람들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전생에 다녀온 것처럼 판타지를 구축하는 것임을 입증해 보였다. 최면에 빠진 사람이 최면술사의 암시나 환생에 관한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소설 등에서 따온 이미지와 정보를 이용한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 환생의 실증적 증거라고 주장하는 두 번째 유형의 정보는 버지니아대학교 정신과의 고 이언 스티븐슨 lan Stevenson의 연구에서 나왔다. 그는 1997년도에 2268페이지에 이르는 두 권짜리 방대한 책 <환생과 생물학 Reincarnation and Biology>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그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의 기이한 유사점을 기록했다. 특히 출생점 birthmark, 선천적 결손, 흉터, 기억, 데자뷔 경험, 그리고 환생을 믿는 사람이나 그다지 분별력 없는 사람들이 말하는 수많은 일화 등을 주로 소개했다. 환생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차고 넘친다. 문헌을 그리 깊숙이 파고들지 않더라도 이런 과정이 패턴성 patternicity의 전형적 사례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패턴성이란 의미 있는 소음과 무작위 소음 모두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성향을 말한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진정한 무작위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훈련이 안 된 눈으로 보면 무작위적인 사건 속에서도 패턴처럼 보이는 덩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동전을 한 움큼 쥐어서 허공으로 던진 후 땅 위에 어떻게 떨어지는지 살펴보자. 동전들이 균일한 간격으로 완벽하게 분포되지 않고 여기저기 무리 지어 모여 있을 것이다. 

 

- 다음으로는 조사하지 않은 사례의 문제와 대수의 법칙 law of largenumbers 문제가 있다. 스티븐슨과 다른 환생 연구자들은 보통 아이로 환생한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가족이 판단하고 난 이후에 사례 조사에 착수한다. 예를 들면 가슴이나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은 병사의 총상 부위가 아이의 가슴이나 머리에 난 흉터나 출생점과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다. 하지만 충분한 양의 표본을 조사해 보면 가슴이나 머리(혹은 그 어느 부위라도)에 출생점, 흉터, 선천적 결손을 안고 태어난 아이는 모두 과거 어느 시점에 총상을 입고 죽은 병사의 총상 부위를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인물을 충분히 많이 뒤지다 보면 패턴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어떤 유사성이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특히 요즘 사례와 과거 사례 사이에서 출생점이 일치한다고 결정할 객관적인 기준이나 특정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 이런 것들은 환생 이론이 갖는 논리적, 실증적 문제점 중 일부에 불과하다. 철학자 폴 에드워즈 Paul Edwards는 <환생: 비판적 조사 Reincarnation: A Critical Examination>라는 책 한 권 분량의 분석을 통해 이런 ...

 

- 지구에서 절멸할 날이 다가오자 인류를 구하기 위해 웜홀로 다른 은하에 찾아가 사람이 살 수 있는 적당한 행성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오려면 그는 블랙홀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해야 했다. 이 때문에 지구에 남은 자신의 어린 딸 머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난 시간 지연이 일어나(블랙홀 근처에서의 한 시간은 지구에서의 7년에 해당한다) 그가 돌아올 즈음에는 머피가 오히려 그보다 더 나이가 들어있게 된다. 그 사이 쿠퍼는 인류를 지구에서 구하기 위해 블랙홀 내부 특이점 singularity 안에서 지금은 어른이 된 과학자 딸에게 양자 요동 quantum fluctuation에 대한 정보를 보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 쿠퍼는 4차원 정육면체 tesseract를 이용한다. 4차원 정육면체는 3차원 정육면체의 4차원 판인데 그 안에서 시간은 딸의 어린 시절 침대로 통하는 통로 portal가 포함된 공간의 덧차원 extra spatial dimension으로 나타난다. 영화 초반 어린 시절의 머피는 이것을 보고 유령과 귀신이 선반에서 책을 밀어내는 미스터리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 그가 내게 온 세상이 자신의 조국이고, 국적 같은 전통적인 집단주의 개념은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 잘생긴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저는 나이가 없습니다. 매일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죠. 저는 영원히 살 생각입니다. 사고만 당하지 않으면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그는 1990년 인터뷰에서 래리 킹 Larry King에게 만약 2010년까지 살아남는다면 아마 2030년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2030년까지 살아남으면 어렵지 않게 영생으로 가는 길에 올라타게 될 겁니다." 

 

- 안타깝게도 FM-2030은 2030년은 고사하고 2010년까지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는 2000년 췌장암에 걸렸고, 지금은 애리조나스코츠데일의 알코어생명연장재단의 액체질소 통에 잠들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 광고에 나오는 이 대사가 딱 맞아떨어진다.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다만 그는 예외다." 과연 그렇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지금 당장은 FM-2030은 포스트 휴먼이지 트랜스휴먼이 아니다. 

  

- 인체냉동보존주의자, 생명무한확장론자, 트랜스휴머니스트처럼 티플러는 인류의 우주적 운명을 믿는 기술낙관주의자다. 그의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독일인 로켓 (새턴 V) 제작자 베르너 폰 브라운 Wernher von Braun과 비슷하다. 티플러는 한 인터뷰에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무한한 기술적 진보를 믿는 자세가 베르너 폰 브라운의 원동력이었고, 나에게 평생 동기를 부여해 준 것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 그녀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무기력했다. 나는 그녀를 위로할 수 없었다." 그날 밤늦게 네드는 잠이 오지 않아서 밖으로 나가 탁 트인 들판에 앉아 자신의 사랑하는 강아지 모세에 대해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행방불명되었던 강아지가 난데없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더니 그녀의 무릎 위로 기어 올라왔다. "나는 이 작은 강아지가 우주가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는 해석에 빠져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세를 내가 이렇게 품에 안을 수 있도록 그 영혼이 환생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사람에게는 세상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고 믿는 경향이 있음을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이 일은 슬픈 이별을 경험하고 난 후에 찾아온 행복한 우연이었다. 이것은 혼돈을 끌어안으라는 신호였고, 기쁨과 슬픔, 생명과 죽음이 한순간에 공존하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의해 지워지지 않는 그 자체로의 역설이었다. 이것은 그저 경이롭고 무작위적인 세상의 일부일 뿐, 무언가 운명적인 것은 아니었다."

 

- 생명체가 산, 강과 다른 점은 엔트로피의 법칙 앞에서도 생명은 살아남아 번식하고 번영을 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열역학 제2법칙이 생명의 제1법칙이 된다. 진화생물학자 리다 코스미즈 Leda Cosmides, 존 투비 John Tooby, 클라크 하레트 Clark Harrett는 진화의 목적에 관한 논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가장 기본적인 교훈은 유기체 집단을 열역학으로 높은 기능적 질서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일어났을 필연적인 무질서의 증가를 상쇄하는 자연적 과정 중에서 우리가 아는 것은 자연선택밖에 없다는 것이다."

 

- 이 '엑스트로피'는 에너지 원천이 있는 열린계에서만 일어난다.  

 

      

 

 

 

 
천국의 발명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추천! 《스켑틱》 발행인 마이클 셔머의 최신작! ‘죽음’과 ‘상실’ 앞에서도 비판적 이성을 놓지 않기 위한 인문과 과학을 아우르는 지적 성찰의 여정! 정말로 천국이 있다면 가기 싫다는 사람이 있을까? 종교가 있든 없든 사람들은 여전히 사후 세계의 존재를, 그리고 가급적 현실보다 나은 사후 세계를 바란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과학적 회의주의자, 마이클 셔머 박사는 이런 인간의 사후 세계에 대한 강박관념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저자
마이클 셔머
출판
아르테(arte)
출판일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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