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조지아 로티스 사바스] 마법의 책

일루젼 2023. 2. 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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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조지아 로티스 사바스 / 류가미
출판 : 자음과모음
출간 : 2004.01.10 


       

단순한 호기심으로 사모았던 책을 읽는 기분은 어쩐지 인스턴트 음식이나 과자를 먹는 기분과 닮아있다. 딱히 원하는 목적이 있어 그에 맞게 읽는 것도,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의 집중이나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벼운 호기심과 흥미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책을 소일거리로 읽고 있자면 때로는 헛헛하고 때로는 사치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책들만 가득 쌓여 있는 걸 볼 때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리 전에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한 번 훑어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밀려온다. 그러다 보면 정작 읽으려던 책을 읽을 기회는 점점 밀린다는 걸 알면서도.

 

이 책은 초반부에 여러 점술에 대해 가볍게 소개한 뒤, 스스로 간단한 메시지를 뽑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다. <혼점>과 유사한데, 그 책의 경우는 점술에 대한 설명이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메시지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서 한 장씩 차분히 읽어보는 것도 재미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질문을 생각하고 무작위로 내키는 페이지를 읽는 방식을 추천한다. 

 

사실 일부러 찾아 읽기 보다는, 어디선가 마주치게 된다면 가볍게 펼쳐 보는 정도가 딱 좋을 것 같다. 

만나야 할 책이라면 만나게 되겠지- 정도의 마음으로.         

 


 

 

이럴 땐 어떡하면 좋지?

 

- 매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이런 질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죠. 어떤 사람은 이 물음에 조언을 구하기 위해 친구나 가족들을 찾아갑니다. 또 어떤 사람은 그 답을 얻기 위해 심리상담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영매나 점성학자를 찾아갑니다.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그 답을 찾았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요즘 사람들은 즉각적인 해답을 원한다는 거죠.

 

- 세상에는 당신의 질문에 즉시 답해줄 점술이 수천 개나 있습니다. 수천 개라는 말이 너무 지나치면 수백 개라고 해두죠. 흔히 수정구를 보고 앞날을 점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불을 지펴 거기서 올라가는 연기를 보고 앞날을 점쳐선 안 된다는 법도 없죠. 물론 책을 통해 질문의 답을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무작위로 책을 펼쳐서 거기서 나온 단어나 문장을 보고 해답을 찾곤 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무작위로 성경을 펼쳐 거기서 나온 구절을 질문의 답으로 삼곤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성경 대신 그리스 서사시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사용하기도 하죠. 책을 펼쳐 점을 치는 이러한 방법은 일종의 서양식 주역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요즘 세상에 대나무 조각을 뽑거나 동전을 던지는 사람은 매우 드물죠. 더군다나 알 듯 말 듯한 <역경>의 점괘를 풀이하려고 애쓰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이 책이 나온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스스로 점괘를 뽑고 스스로 해석한다. 꽤나 멋진 일 아닌가요?  

 

- 이 책의 원제인 <The Oracle Book>은 고대 그리스의 신탁 oracle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그리스의 사원에는 신탁을 해주는 무녀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녀들은 신의 메시지를 지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전했지요. 그러나 신탁이라는 단어는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행위라기보다는 신의 뜻, 미래에 대한 예언, 다가올 미래에 대한 충고라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됩니다. 이 책을 <The Oracle Book>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다 그런 뜻에서 입니다. 

 

- 만약 이 책을 통해 신탁을 얻고 싶다면, 우선 잠시 동안만이라도 논리 따위는 벽장 속에 가둬버리세요. 지금 믿어야 할 것은 당신의 직관입니다. 책을 통한 신탁이나 점술이 당신의 미래를 완벽하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것들은 그저 이미 당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진실을 드러내는 도구에 불과하죠. 당신이 찾는 대답은 책장을 펴는 그 순간에 결정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책장을 펼쳐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따라서 점괘의 맞고 안 맞고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인 셈이지요. 

- 세상에는 직관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운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언제 일을 시작해야 할지를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놀라운 직관력을 가진 진화된 영혼인지도 모르죠. 다만 그동안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내왔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우연'이라는 건강하고 믿을 만한 가이드를 따라가 보세요. 무심코 라디오를 돌렸다가 마침 그날 하루 종일 흥얼거렸던 그 노래가 나왔던 적이 없나요? 몇 분 전에 생각했던 그 친구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적은요?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직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있는 겁니다. 물론 직관을 사용하는 데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연습에 도움이 되겠지요.

 

-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상황에 적절한 대답이 나올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대답이 모호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질문할 시점에 당신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살펴보세요. 질문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모호한 대답이 나옵니다. 그러니 상투적인 질문을 하지 말고 묻고 싶은 것의 핵심을 찌르세요. 좋은 질문을 하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답니다. 

 

- 이 책을 사용하면 할수록, 자신의 직관을 사용하는 법을 보다 분명히 알게 될 겁니다. 직관을 발휘한다면 아무리 모호해 보이는 대답 속에서도 금세 그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 주사위점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주사위의 역사만큼 그 기원이 오래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수비학에서는 주사위의 숫자 각각에 신성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신이 수라는 베틀을 통해서 우주라는 직물을 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사위점의 핵심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들을 수비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숫자들 속에 감추어진 신성한 의미를 모른다면 결코 점괘를 이해할 수 없죠. 

 

- 손금이 시작된 곳은 인도라고 하네요. 손금은 인도에서 시작되어 중국, 이집트, 그리스 등으로 전파되어 현지 실정에 맞게 발달되어 왔답니다. 옛날 인도의 브라만교인들은 수상에 나타난 길흉을 하늘의 계시로 믿었다고 해요. 인도를 여행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 놀라운 기술을 유럽 대륙에 전했지요. 아리스토텔레스도 손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는 손금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주장했고 생명선, 두뇌선, 감정선을 해석하는 법을 기록에 남겼습니다. 그러나 중세에 이르러 수상학은 심한 박해를 받게 됩니다. 그것이 로마 가톨릭 교리에 위배된다 하여 탄압했기 때문이지요. 그 때문에 한동안 손금은 집시들만의 비밀스러운 행위로 남아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15세기 중엽에 부활하여 19세기에는 매우 성행하게 되죠. 

 

-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수상학은 주나라의 숙 服 고포자경 姑布子卿에 의해 정착됩니다. 한나라 때는 허부 송대 宋代에는 진박 陳搏이 그 기법을 계승하죠. 그리고 명나라 때 원충철이 진박의 연구를 책으로 기록합니다. 그 책이 바로 <신상전편 神相全編>입니다. 그 후 이 책은 한국과 일본에 전해져 수상학의 기본이 되었다고 합니다. 

 

- 수정구는 흔히 크리스탈이라고 부르는 둥근 구슬을 말합니다. 수정이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투명함에 반했던 옛날 사람들은 수정 안에는 생명력과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수정은 아주 옛날부터 제의 및 주술의 도구로 사용되거나 몸을 지키는 수호석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수정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정화하고 직관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정구로 점을 치는 일은 그다지 쉽지만은 않습니다. 수정구점은 숫자나 그림 같은 매개체 없이 점치는 사람의 영감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죠. 점을 치는 사람은 수정구를 손으로 만지면서 수정구 안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영상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러한 작업은 고도의 영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점을 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하네요. 
 
- 영매점이라고 하기보다 흔히들 신점이라고 부르지요. 영매를 매개로 해 다른 차원의 메시지를 듣는 것입니다. 19세기 근대 심령주의가 대두하면서 서양에서는 영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넓게 보아 한국의 무당이나 샤머니즘에서의 샤먼도 영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긴 요즘은 우주인의 메시지를 듣는 신종 영매도 등장한 모양입니다. 우주인의 메시지를 듣는 이런 영매들을 채널러라고 한다지요? 영매점은 영매를 이용하여 다른 차원의 존재(그게 신인지 죽은 사람인지 우주인인지 모르겠지만)를 불러내고 그 영에게 자신의 미래를 묻는 것입니다. 다른 점술에 비해 좀 무시무시하지 않나요? 그러나 안심해도 좋습니다. 이 점만큼은 배운다고 아무나 따라 할 수 없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홍차점을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점을 가장 좋아합니다. 점도 보고 홍차도 마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선 찻잔과 찻잎을 준비하세요. 차의 질이 좋을수록 점괘도 영험하답니다. 찻잔은 입구가 넓고 하얀 색인 것이 좋습니다. 점치기에는 품질 좋은 중국차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 차가 준비되면 찻주전자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중요한 것은 체에 넣지 않고 차를 우린다는 거예요. 차를 찻잔에 따르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세 번 돌립니다. 찻잎이 가라앉으면 차를 마십니다. 그리고 찻잔을 찻잔 받침 위에 거꾸로 세워 물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나오도록 찻물을 빼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작은 찻잎이 찻잔 속과 찻잔 벽에 붙어 있게 되죠. 아마도 찻잔 안에서 찻잎들은 이런저런 모양을 이루고 있을 겁니다. 

- 홍차점은 이러한 모양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우선 전체적인 형태를 보고 세부적인 모양을 관찰합니다. 형태가 뚜렷한 것이 형태가 약한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찻잔 손잡이 왼쪽에 있는 모양은 과거를 나타내고 찻잔 손잡이 오른쪽에 있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나타냅니다. 찻잔 바닥에 있는 모양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나 오래전의 일을 보여주죠. 찻잎이 이루고 있는 모양의 크기는 그 사건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나타냅니다. 그렇긴 해도, 너무 자주 찻잎으로 점을 치는 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적절하답니다. 그러나 홍차를 자주 마시는 것은 괜찮겠죠?
  

    

 

 

 
마법의 책
-
저자
조지아 로티스 사바스
출판
자음과모음
출판일
200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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