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24)

[에르하르트 달] 발도르프 학교 외국어 교육 - 외국어 교육의 정신과 방법

일루젼 2023. 3. 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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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에르하르트 달 / 정홍섭
출판 : 푸른나무
출간 : 2021.04.29


       

책을 읽는 동안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문장 때문에 조금 고생을 했는데, 나름대로 '정확하게' 옮기고 싶었던 역자의 노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매끄러운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는 편이 원 저자의 의도와 발도르프 정신에 보다 합치되는 방향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저자 에크하르트 달은 언어는 한 사람의 세계이며 사고방식이고 한계라고 설명한다. 모든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던 아기가 모국어라는 하나의 언어에 갇혀 그 안에 녹아든 관점으로만 세계를 감각하는 것을 다소 안타깝게 여기는 듯하다. 또한 이런 시각에서 외국어를 바라보기에, 외국어 구사 능력을 하나의 스펙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지하지만- 실제적인 삶 속의 기능으로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외국어를 모국어와 1:1 대칭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성공적이기 어렵다고 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모국어의 한계를 그대로 유지할 뿐 아니라, 모국어로 인한 '이미 알고 있다'는 감각 때문에 새롭게 배우는 것조차 지루하고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 해서 문법이나 단어로 접근하기보다는 '문장'으로, 그리고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감각과 종합적인 심상으로 받아들일 때 보다 쉽고 즐겁게 외국어를 익혀나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다루는 교육 방침들은 발도르프 학교에서 10세 전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방식이기에 -특히 각 연령대에 따른 발달 단계까지 고려한- 성인이 그대로 따라 한다고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이들이 제시하는 방향성 -언어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 담긴 것들을 경험하는 형태로 익히는- 과 접근 순서에 관해서는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듣고 말하기를 통해 '체화'하고, 읽기와 교정을 통해 '강화'한 뒤,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을 통해 그를 활용하고 사용해 보는 순서는 우리가 어린 시절 모국어를 습득했던 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텍스트를 읽은 다음 다른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그 내용을 다시 서술해 보도록 질문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이런 연습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라는 표현이 현재는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할 때 건강한 공감은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도 좋은 능력이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바라볼 줄 아는 감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실제로 불러일으켜지는 감정은 각자가 다를 수 있겠지만, '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해서 지금 저렇게 행하고 있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만든다. '나라면 그러지 않겠지만'이 허용하는 관용은 사소한 선택에서도 보다 많은 변수를 고려할 수 있게 해 주며, 그로 인해 스스로에 선택에 좀 더 깊은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읽는 동안에는 눈을 헛돌게 만드는 문장으로 인해 조금 내상을 입었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얻은 바가 많았다.

하지만 추천은 조금 조심스럽다.  

끝.

      

 


   

 

인간의 언어는 이러한 공감 또는 반감이 낳는 활동의 표현입니다.


- 이 책의 내용은 전적으로 현대의, 즉 현재 사용되는 외국어와 관계된 것임을 또한 분명히 말해두어야겠다. 라틴어와 그리스어 같은 고전어들은 가르치는 방법 면에서 고유의 규칙이 있다. 그것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

 

- 다른 과목과 비교할 때 외국어 수업의 특별한 성격은 학생과 과목 내용 사이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리, 물리나 수학이 학생이 사는 세계에 관한 지식을 전달한다면, 외국어 수업은 한 언어를 쓰는 민족의 특성을 (발음기관, 동작, 표정을 통해) 물질적으로, 또한 (사고와 세계 인식과 느낌의 특유한 방식을 통해) 정신적으로 결정해 온 것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을 성장시켜 주는 언어에 관한 의문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모든 면과 연관되어 있다. 이 의문은 사람의 지적 발달에서도, 사람이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방법 면에서도 중요하다. 

 

- 새로 태어나는 모든 아기는 세상에 있는 어떤 언어든 완벽하게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존재하는 언어의 수만큼이나 많은 열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 가지 언어, 즉 모국어의 문만을 연다. 이처럼 외국어 수업은 어린이들에게 외부의 '사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열쇠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말하자면 어린이가 자기 안에 지니고 있는 열쇠들을 제공한다. 언어 교육은 학생들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외국어 교육이라는 주제에 관해 좀 더 상세히 이야기해 보자. 우리는 사람들이 언어에 의존하고, 언어에 의해 그 존재가 결정되고 구성되며, 그 언어가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는 기본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마땅하다. 말하기는 후두, 입, 혀, 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여서, 동작과 흉내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근육의 움직임과 수축과 확장을 통해 표현에 이르게 된다. 모든 인간의 소질과 능력이 가장 단순한 말하기 행위가 이루어지는 데에도 사용되어야 한다. 이처럼 뇌의 언어중추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이 언어 과정에 관련된다. 언어와 말하기는 인간 존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것이다.

 

- 뇌 속에서는 실제로 그 느낌에 대응하는 활동, 즉 이미지를 형성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 따라서 한 언어의 모든 단어는 언어 외부에 존재하는 사물에 붙이는 꼬리표가 아니라, 한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 그 역사 속에서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사건의 총합이다. 

 

- 그 뼈대, 즉 한 언어의 문법은 인간의 사고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의 사고는 문법 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문법이 있으려면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언어는 인간이 사고를 통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수단이다. 언어는 이처럼 한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사고 구조를 만들어내고, 인간이 자기 인식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해 준다. 사람들은 먼저 자기 인식을 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자기 인식을 할 수 있게 된다.

 

- 철학자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가 말하는 바와 같이, 인간이 언어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인간을 창조한다.

 

- 철학자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가 말했듯이, 우리 언어의 한계는 우리 세계의 한계이다. 모든 언어는 이처럼 우리를 제한하고, 세계와 우리 자신에 관한 이해에 단 하나의 창을 열어주며, 말하자면 우리가 다른 언어들을 배우지 않는 한, 한 가지 시각을 강요한다. 

 

- '세계와 자기 인식의 확장'이라 말할 수 있는 이 목표와 함께, 말하자면 '지각 능력의 민감화'라는 두 번째 목표가 나타난다. 인식에 적용되는 것이 인간의 지각 능력에도 똑같은 정도로 적용된다. 모국어를 통해 경험된 감정이, 그럼에도 확장될 수 있는 특정한 지각 능력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모국어에 능숙해진다는 것은 언어가 부과하는 조건에 지배받는 영혼이 깨어나는 것과 같다. 

 

- 하나의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다른 외국어에도 가장 뛰어난 능력이 있는 교사가 가르친다면,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더 쉬울 수 있다. 교사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이 그 문법을 확실히 알고 섬세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교사의 발음은 아주 분명해서 아이들이 망설임 없이 그것을 흉내 낼 수 있어야 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업 상황에서 45분 넘게 그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교사에게는 쉬운 일이 되어야 한다.  

 

- 언어에 관한 지식은 자발적 말하기라는 면에서 볼 때 언어에 대한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 후자와 관련하여, 학생들은 저학년에서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 박자를 맞추는 운문, 노래와 짧은 대화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다. 중급 학년에서는 빈번한 암기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방법으로 언어는 언어에 대한 느낌이 형성되는 무의식 차원으로 파고 들어간다. 그 뒤에 상급 학년 학생들이 정확하게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건 잘못됐어. 우스꽝스럽게 들린단 말이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차원에서이다. 학생들이 중급학년의 외국어 수업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 즉 날마다 하는 대화, 시, 읽기 자료에서 뽑아낸 구절 등등은 암기에 적합한 것이다. 학생들이 외국어 사용을 연습하는 데에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수가 없다. 교사가 해주는 지도, 설명, 강의는 대부분 아이의 경험 밖의 것인데, 그것들은 외부로부터 '가르쳐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학생들 스스로 말하는 것, 학생들이 (기대하며) 듣기 원하는 것을 읽고 듣는 것의 대체물로는 부족하다. 

 

- 언어 감각은 (물론 어휘의 성장 또한) 특히 많이 읽음으로써 향상된다. 이것이 바로 수업에 이야기책이 처음으로 도입되는 이유이다. 여기서도 역시 학생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안정감이 충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교재를 이해할 때의 안정감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 번역이나 두 언어의 어휘 비교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6장에서 설명하겠다. 텍스트의 기본 사항을 이해하는 것은 (즉 화자가 누구이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며, 누구와 왜 어디로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학습자들이 그 텍스트의 내용을 토론하도록 유도하고자 한다면 필수 전제 조건이다. 나아가 문장의 의미를 표현하며 재생산해야 하는 읽기라는 중요한 행위는, 학생들이 그 한 부분 또는 한 페이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면 더 쉬워진다. 

 

- 'strong tea(진한 차)'나 'crystal clear(수정같이 맑은)'처럼 단어의 고정된 결합 형태, 그리고 토론을 하거나 텍스트를 요약하고 분석할 때 쓸모 있는 는 어휘 목록에 적어둔다. 이런 것들은 글을 쓰는 일과 실질적인 대화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익혀야 한다. 학생들은 문체의 미묘함 또한 눈여겨보고 시험해 본다. 어떤 문체를 정확히 쓰기 위해 문장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내 생각의 움직임을 한 문장 안에서 접속사로 정밀하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시간 구조를 청자나 독자에게 어떻게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 의구심, 동의, 근거가 잘 갖추어진 거부 의사를 어떻게 전달할까?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동사의 풍요로움), 어떤 사람의 특징을 (형용사의 풍요로움)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정밀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발도르프 학교에서도 외국어 수업에서 교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바람의 말을 드물지 않게 듣게 된다. 대체로 이 바람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교재를 지지하는 학부모들은 교재 없이는 곧 닥칠 국가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자녀가 충분히 학습하려 하지 않거나 학습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둘째, 그들은 교재가 성공적인 언어 습득과정을 보장한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두 가지 생각 모두 대단히 조심스럽게 따져보아야 한다. 

 

- 현재 유럽의 취업 상황은 자녀의 미래를 염려하는 부모들에게 아주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어떤 종류가 됐든 일자리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자격 조건을 가지고 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으며, 발도르프 학교 또한 물론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비록 발도르프 학교가 경제활동 인력의 공급자를 자처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국가시험을 권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이러한 새로운 사회 조건에 눈을 감을 수는 없다. 내 생각에 이것은 외국어 교육이 언어 습득의 도구적 측면에 더 큰 강조점을 둔다 할지라도, 외국어 교육과 관련한 학부모들의 기대를 아주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부모들은 12년간의 교육과 함께 다양한 수준의 졸업 후 시험을 권하는 발도르프 학교에 자신들의 자녀가 이 시험들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대할 자격이 있다. 이것은 그 시험들이 수업의 방법론과 소재 선택과 관련하여 중급 학년 이후로 계속해서 수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한 수업이 국가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방해가 되어서도 안 된다. 외국어 수업에 대해 이것은 시험에서 요구되는 기술이 주의 깊게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 물론 우리는 한 가지의 똑같은 일련의 기술을 다루는 것이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말하기와 글쓰기의 표현 기술을 성취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채택하는 것일 뿐이다. 수업 소재의 선택 면에서 발도르프 학교는 공립학교와 실제로 그렇게 다르지 않다. 발도르프 학교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12년 과정에서 그 수업 소재를 위치시키는 자리, 그리고 수업의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이 위에서 언급한 실용적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내 확고한 신념이기도 하다. 

 

- 이야기가 더 재치 있고 재미나게 제시될수록, 보고 듣는 아이들의 느낌을 더 강하게 붙잡고, 단어 대 단어의 이해가 될 필요는 없는 명확한 이해는 더 정밀해진다. 후자의 방식으로 어떤 용어의 의미를 고정하고 나면, 그것은 아마 어떤 경우에도 '이미 아는 것'으로 재빨리 버려지기 때문에, 그 단어가 다른 문맥에서 쓰이는 미래의 수업 시간에 필요한 더 이상의 의미들에 어떤 자리도 남겨두지 않는다. 학생이 '기뻐했다(꺄아)'는 말에서 누군가 아주 행복했던 장면의 사건을 연상하고, 그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 단어를 기억 속에 확실히 담아두는 핵심 요소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업이 아무리 잘 고안된다 할지라도 교사가 'headmaster(교장)'이라는 영어 단어를 보여주고자 한, 스스로 생각해도 탁월한 시연을 하고 나서 알게 되는 사실처럼, 아주 터무니없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교사의 시연이 끝나자, 한 학생이 교사를 보고 활짝 웃더니 모국어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전 그게 뭔지 알아요. 'hairdresser(미용사)'."  
 

- 어휘 공부는 발음을 실습하는 말하기가 본질상 주를 이루는 것이고, 의미는 가르쳐지는 것이며, 그 어휘를 문맥 속에서 사용하는 것은 연습에 해당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학생들은 중급 학년과 상급 학년에서 자연스럽게 철자법을 실습하고, 점점 더 많은 어휘를 어휘 목록에 적어 넣게 된다. 

 

- 물론 철자법을 어휘 노트에 적어 넣는다고 해서 확실하게 익혀지지는 않는다. 철자법 수업 또한 학년 내내 정밀하게 계획된 어휘의 순환 반복 연습과 마찬가지로 자체의 체계가 있어야 한다. 단어를 임의로 선택해서 하는 받아쓰기는 교사가 이전에 다룬 단어들, 특히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안기는 단어들을 고려하면서 준비한 받아쓰기보다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외국어 교사는 과제를 통해 학생들이 되풀이하는 실수가 무엇인지 빨리 알아볼 수 있고, 그것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받아쓰기에는 무언가 건조하고 지루한 점이 있다. 따라서 철자법 연습에 새로운 방식이 추가된다면 학생들의 학습이 더 쉬워질 것이다. 

 

- 예컨대 5학년 학생들에게는 같은 소리가 나는 (그러나 영어의 'weak'나 'piece'에서처럼 다른 철자의 단어도 자주 쓰는, 또는 다른 발음에 같은 철자를 쓰는) 단어들을 장난감 트레일러에 가득 실어 보여줄 수 있다. 6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는 글자 수는 점점 늘어나면서도 첫 글자는 같은 것으로 하는, 또는 알파벳 순서를 따르는 연속된 단어들을 만들 수 있다. 연속된 단어들은 똑같은 의미장에서 나오거나 항상 똑같은 소리를 지닐 수도 있다. 우리는 학생들과 함께 완전히 똑같은 소리가 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쓰이는 단어들을 찾고, 없어진 글자를 추측해서 완전하지 못한 단어의 빈 부분을 메우고, 잘못된 순서로 되어 있는 단어를 순서대로 맞추며, 주어진 단어의 글자들을 가지고 가능한 한 많은 새로운 단어들을 써보거나, (영어의 'far, fare'나 'in inn'에서처럼) 단 한 글자만 추가해서 단어의 뜻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리뷰자 주 : 루이스 캐럴이 자주 하던 말장난처럼.) 

 

- 졸업 시험 없이도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철자를 쓸 수 있고 철자 연습에 일정 시간을 바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주된 강조점은 의심할 바 없이 말하기에 두어져야 한다. 또한 글쓰기로 자신을 잘 표현하는 능력 역시 문법과 관용구를 정확히 쓰고 문체 면에서 적절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독자 쪽의 오해를 피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철자 관습에 적응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 그러나 모국어의 동의어를 가지고 외국어 단어를 듣는 것은 언어에 관한 서두의 성찰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이다. 그러한 동의어는 그 등식의 요소들이 교환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나아가 그것은 학생들이 그 단어의 뜻을 파악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 말이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단순한 어휘 등식은 학생들이 충분히 정확하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출발하게 하는 것이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내, 다시 말해 그 단어에 추가되는 뉘앙스의 의미가 나타날 때마다 계속해서 교정되어야 한다. 

 

- 이러한 분류법 이외에도 개별 단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루돌프 슈타이너의 말에서 얻을 수 있는 아주 큰 도움 또한 언급할 만하다. 최초의 발도르프 학교에서 어떤 교사와 대화하는 가운데, 그는 외국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개별 단어가 아닌 작은 문장들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제안은 큰 성과를 낳았는데, 학생들이 그 단어의 한 가지 면의 정확한 의미를 배울 수 있고, 그 단어를 나중에 다시 찾아볼 때에도 자연스러운 문맥 속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기억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데, 단어 그 자체보다는 문맥 속에 있는 단어를 기억하는 것이 더욱 쉽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장이 어떤 이야기의 맥락 속에 나타났던 시간에 생겨났던 느낌을 더 쉽게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문장은 모국어로 하는 번역도 가능하게 하는데, 개별 단어들에 비해 문장은 특정한 사고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모국어의 동의어를 찾는 것이 완전히 가능해지고 논리적으로 된다. 

 

- 그와는 반대로 휴식기는 부화 기간과 비교될 수 있다. 최초의 언급 이후의 석 달, 그러고 나서 아홉 달, 그다음에는 어쩌면 열두 달까지 반복하는 것은 똑같은 수준이 아니라 매번 더 높은 수준에서 출발하고, 학생들은 관련된 구조를 다루는 데 점점 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렇게 진전하는 반복이 의도한 대로 이루어진다면, 마침내 학생들은 그 규칙을 정확하게 사용하기를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참을성 없는 교사를 대하는 불안한 상황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 인정하건대, 교사로서 우리가 이러한 흥미를 유지하는 기술을 항상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내면의 참여는 (외국어로 된) 텍스트에 관해 이해하고 말하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을 주므로, 일체의 상상력이 여기서 사용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배움에 가장 나쁜 상태인 '지루함'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을 교사가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도움이 된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이러한 상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머리가 해야 하는 일과 가슴에서 우러나는 정서가 동떨어져 있는 것보다, 개인의 존재 전체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그가 이 말을 하게 된 근거는 지루함이 생명체에 초래하는 엄청난 쇠약에 근거를 둔다는 점이다. 지루함이 교육에 해를 끼친다면 외국어 습득에도 극히 방해가 된다. 지루함은 학생들을 침묵시키고 학생들의 노력을 다른 곳으로, 대개는 지장을 주는 문제로 돌리게 만든다. 

 

- 이런 면에서 볼 때, 학생들이 읽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중급 학년에서는 책을 빠른 속도로 읽는 것을 권할 만하다. 학생들이 주된 줄거리를 이해한다면 교사는 만족해야 하고, 과도하게 읽기 연습을 고집하여 읽는 과정을 중단시키거나 지루한 분위기가 자리 잡게 해서는 안된다.

 

- "Who can manage to retell the ten lines we have just read with the book closed? (Or) Who could even retell the section in the first person not from the perspective of the narrator but the character Y? (Or) Who can ask a question about the content?"

 

- 이 저자들이 이런 말을 하기 전에, 그리고 문학 비평에서 저자와 그들의 텍스트의 권위만을 인정하고 독자의 느낌과 상상력의 권위는 인정하지 않았던 시절에 루돌프 슈타이너는 이렇게 썼다.

모든 진정한 예술 작품이 개인이 그 개성을 표현한 것임과 마찬가지로, 모든 비평 역시 개인이 예술 작품의 향유에 자기 자신을 바칠 때 일어나는 느낌과 발상을 바로 그 개인이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예술 작품이 내게 끼치는 개인적 인상을 묘사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내가 그 작품을 보고 있었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난 것을 이야기할 뿐이다. 나는 내 내면 생활의 과정을 묘사한다. 
 

- 상급 학년에서 계속해서 문학을 가르치는 방법과 관련하여, 우리는 위에서 인용한 견해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 수 있다. 즉, 모든 저자가 예술의 주관적 경험을 강조한다. 텍스트는 독자의 영혼 속에 그 미적 효과를 펼쳐 보이는데, 그것을 새로운 독자 개개인에게 새롭고 서로 다르게 한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텍스트 해석이라는 것은 없다. 개별 독자의 비평 이외에는 예술 비평이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은 오직 그러한 개별 비평을 통해서만 텍스트의 의미에 관해 배운다. 따라서 모든 해석은 앞선 상황에 의해, 독자의 삶의 경험, 환경, 나이 등등에 의해 결정된다.

 

- 각각의 새로운 독자와 함께 글자가 변하지 않고, 따라서 그 의미가 계속해서 똑같은 것으로 남는 인쇄된 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반론이 되지 못한다. 인쇄된 책은 아직 예술 작품이 아니다. 예술 작품은 읽기라는 과정 동안 생겨날 뿐이다. 문학예술 작품은 특정 개인과 접촉할 때 살아난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볼 때, 항상 주관적으로 구체화되는 작품은 영원히 일반적으로 유효한 한 가지의 일관되고 확실한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리뷰자 주 :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김필산 작가의 <책이 된 남자>가 계속해서 생각났다.) 

 

    

 

더보기

 

- 사람들이 언어 안에서, 그리고 언어를 가지고 무엇을 하든, 즉 그것이 분노와 경고를 표현하는 것이든, 위안을 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든, 서술하거나 보고하는 것이든, 언제나 감정의 경험에서 시작하거나 그 경험에 관해 언급한다. 감정, 즉 고통, 즐거움, 경악, 호기심, 지식에 대한 갈망, 만족스러운 통찰, 놀라움 등등이 언어의 원인이다. 달리 말하자면, 루돌프 슈타이너가 말했듯이, 공감이나 반감과의 조우가 그것이다. 

 

- 언어를 이렇게 정의하는 효과는 물론 우리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각각의 언어에 적용된다. 각각의 언어는 자기 고유의 방법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민족 공동체의 사고방식을 결정하고, 그 공동체의 인식 방법에 영향을 미치며, 그 공동체의 각각의 구성원이 세계와 자신을 지각하는 방법을 형성한다. 불어와 영어로 작품을 쓴 작가 줄리앙 그린은 1987년에 이렇게 썼다. 

 

언어는 자신을 이해시키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특히 보고 느끼는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언어 공동체는 자체의 관념에 따라 우주를 구성한다. 영어 단어 하나는 이 또는 저 대상, 또는 이 또는 저 자연현상을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의 특정한 방식에 따라 그 단어는 그 대상 또는 그 자연현상에 의해 영어를 말할 때의 의식 속에 만들어진 감각을 반영한다. 

 

- 이와 같이 우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특징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그들이 자신의 환경을 보는 방식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가 특정 언어의 역사적 발전을 조사하는 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언어의 발전사를 통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어휘에서 등가의 말을 찾아(그런데 이것은 등가에 관해 잘못된 인상을 줄 뿐이다) 어떤 외국어를 우리의 모국어와 동일시하려는 모든 시도는 한 언어의 본질을 매우 제한된 정도만큼만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일 뿐이다. 

 

- 언어를 정의하는 행위는 우리의 언어 이해를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한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추론과 느낌이 결정되는 특정 방식의 확실성은, 우리가 언제나 모국어를 통해, 우리가 의존하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를 제한하는 하나의 세계관, 또는 사고와 지각의 단일한 방법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 달리 말하자면, 한 언어의 구조는 그 문명이 더 복잡해지면서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며, 적어도 그 문법구조와 관련해서는 그러한 과정과 대체로 무관하다. 한 언어의 구조는 인간에게 부여된 어떤 것이다. 그 구조는 그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무관한 것이다.

 

- 그는 국어를 '세계를 부여하는 심급'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그가 보기에 새로 태어나는 각각의 생명에는 '국어'라는 양식의 문신이 새겨진다. 갓 태어난 아기일 때에도,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우리는 개별 언어가 지닌 특유한 사고방식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그러다가 어떤 외국어를 기호의 체계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다르게 경험하게 해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 그것에 점차 익숙해지면, 우리는 모국어로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과 사고 형식을 얻게 된다. 이처럼 외국어는 우리 모국어의 특정의 제한된 세계관이 지니지 못한 사고와 표현 방식을 더하여 어떤 균형을 이루어준다. 우리가 외국어에 더 익숙해짐에 따라 결국 그 이질성은 사라지고, 외국어는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통찰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 보여준다.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우리 내면의 해방을 돕는 것이다. 외국어는 단 하나의 언어만을 아는 데서 생기는 우리의 자유에 지워진 한계를 확장할 수 있게 해 준다.   

 

- 만일 외국어가 다른 구조적 규칙과 발음을 지닐지라도 '의미'와 '감정 내용'이라는 면에서 똑같은 체계로 전달될 뿐이라면, 학습자의 경험은 단순한 인식으로 오그라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다른 종류의 보고 느끼는 경험을 한다는 사실을 수업에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린이의 지각 능력은 확장되고, 풍부해지며, 섬세해진다. 그러한 섬세함은 두 가지의 서로 의존하는 계기로 이루어진다.

 

- 그렇게 의식적으로 시도하는 분할은 특정한 '언어 사용역(language register)'의 채택만큼이나 부적절하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말했듯이, 아이의 감각은 아이의 언어가 아닌 '성인의 실제 언어'를 만나야 한다. 완전한 상태의 외국어에 진심으로 완전히 몰입하는 것이 아이의 언어 학습 능력에 걸맞은 것이다. 교육의 원리는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가 아니다. 우리는 외국어를 축약된 형태로가 아니라 위에서 말했듯이 풍요로움의 형태로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물론, 짧은 연습을 위해 우리가 그 언어에서 조금 발췌한 자료를 선택하지 않는다거나, 어휘와 문법 가운데 곧바로 가장 어려운 영역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 아이들의 상상력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여러 가지의 많은 자료를 교사가 쓸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큰 도움이 된다. 교사는 교실에 가지고 들어오는 언어와 살아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분명한 손짓, 표정, 억양, 몸짓이 말로 하는 언어 속에 살아 있는 것을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해력을 일깨울 수 있다.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즉 몸짓 언어, 칠판 그림, 소리 흉내, 소도구, 생생한 장면 연출, 아주 다양한 억양 등을 통해 그러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감각이 아이에게 전달되면, 듣고 보고 참여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된다. 단어와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 즐겁고 적극적인 감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예컨대 아이들이 실수를 하거나, 단어의 발음을 부정확하게 하거나, 문장에서 단어를 빼먹는다 할지라도, 상상력을 발휘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 어떤 단어들은 의미를 그야말로 쉽게 드러내 보이기를 거부한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철자가 헷갈린다. 그 밖의 언어들의 어떤 어순은 도무지 배워지지가 않는다. 또한 어떤 언어에서는 일부 시제의 사용이 수수께끼로 남는다. 이럴 때에는 그 단어와 숙어들을 반복해서 읽는 것, 그리고 교사와 함께 그것들을 더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이제는 외국어가 이해력을 향해 움직일 수 있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래야 '안전지대'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올바르고도 필요한 일인데, 4학년 시작과 함께 사고하기의 힘이 발달하는 반면에 모방 능력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11세에서 15세의 아이들은 자신에게 제시되는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자신의 이성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모방의 방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저학년에서의 방법이 중급 학년에서는 아이의 발달에 부합하는 '학습의 방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외국어 교사는 수업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준비하며, 주제가 제시되는 방법을 학생들이 받아들여 학습하는 것을 더 쉽게 해주는 상황을 마련한다. 규칙적인 것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되고, 언어의 풍요로움이 늘어남에 따라서 점차로 뼈대, 구조, 배열의 규칙이 자리 잡힌다. 학년이 더 진행되면서 학생은 계획된 체계적 방법으로 외국어의 문법을 인식하게 된다. 

 

- 효과적 학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중급 학년을 통틀어 반복되는 주제는 학생들의 독립된 주도성을 사용하여 언어의 토대를 이루는 구조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교사는 연습 기회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데 언어가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특정한 문법구조를 사용하고 그 유형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가 배우는 것이 어떻게 우리 안에 그 근원을 갖는지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그 주제다.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하는 모든 규칙은, 그들이 그것을 아무리 서투르게 표현한다 할지라도, 어른의 사고가 만들어낸 기성의 공식보다 몇 배는 더 생산적이다. 후자는 아이를 위축시키기 십상이다. 문법에 관한 설명 또한 성장하고 엄밀해져야 한다. 이러한 규칙들은 교사가 그것을 칠판에 쓴 뒤에 모국어로 된 별도의 문법책에 기입된다. 문법 규칙을 적으면서 학습하는 것은 대화와 연습을 통해 그 규칙을 반복해서 적용해 보는 아주 많은 수업을 한 뒤에 이루어진다. 규칙은 이처럼 말하기라는 직접적 행동을 통해 도출되고, 의식하게 되며, 그러고 나서 다시 무의식적으로, 상황에 따라, 자발적으로 사용된다. 빈번히 사용되는 구조를 이해하면서 간파하는 과정이 중급 학년 학생에게 안정감을 준다.

- 사고를 통해 학생이 어떤 것을 파악하고 나서 옳고 그름에 관해 근거가 충분한 판단에 이른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것들이 제거된다. 이것이 내면의 방향 감각과 신뢰와 자신감을 주고, 성장하는 아이를 곧추 세워 안정된 뼈대 구조를 만들어준다. 이것이 아마도 4학년에서 8학년까지 문법 수업의 가장 중요한 교육적 기능이다.  

 

- 이처럼 말과 글을 통해 표현하는 가능성을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은 특정한 문화의 내용과 언어의 표현 형태를 발견하고 인식하는 것과 나란히 이루어진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은 수업 시간의 토론과 글쓰기 작업 속에서 끊임없이 검증된다. 

 

- 이것은 이 기술이 '속성 학습'에서도 소재의 실용적 배치와 미리 정해진 교재 수업을 통한 획일적 작업 방식에서도 생기지 않고, 학습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내용에서 신중하게 계획된 '느린 학습'에서, 판에 박힌 작업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활동 경험을 통해 외국어를 다루는 데서 생기기 때문이다. 

 

- 그리고 다른 감각들도 다루어질 수 있다. 학생이 자신의 등 뒤에서 비슷한 물건들을 서로 부딪치는 교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That was wood, that was metal, that was china(그건 나무였어요, 그건 금속이었어요, 그건 도자기였어요." 교사는 이 단어들을 한 번 더 반복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그 이름들을 반복하게 한다. 그다음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주의해서 듣고 그 재료의 이름을 말해보라고 한다. 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큰 상자를 우편물로 받고 '놀란다(놀람)'. 상자를 열지 못해 '실망한다(disappointed).' 그런데 스크루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상자를 열어 펭귄을 발견하고는 '기뻐한다(꺄아)'. 물론 이야기 속 상자가 실제로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팔만 내뻗으면 그 크기를 보여줄 수 있다. 이야기 속에 관련 단어가 등장할 때 교사의 흉내와 몸짓이 아주 분명해진다.   

  
- 단어들의 어원을 볼 때 퍼뜩 드는 깨달음이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될 수도 있다. 독일어 'Stadt(도시)'가 왜 영어에서는 'town'이 될까? 옛날에는 집단을 이룬 집들 바깥에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어원: 고대 색슨어,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고대 프리지아어의 'tun'='fence(울타리)', 'hedge(산울타리)'). 왜 영어 단어 'dish(접시)'는 독일어 단어 'Tisch(table, 탁자)'와 발음이 비슷할까? 옛날에는 식탁에서 수프나 스튜를 담아 그대로 떠먹을 수 있도록 식탁 윗면에 움푹한 구멍을 여러 군데 파놓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눈에서 번뜩이는 이해의 빛이 단어의 비교를 통해 나타날 수 있다. 즉, 영어의 'lake(호수)'와 독일어의 'lache(puddle, 물웅덩이)', 안으로 미는 독일어의 'schublade'(서랍)'과 밖으로 당기는 영어의 'drawer (서랍)' 등등. 

- 세 번째 원리는 우리가 학생들의 일상 세계를 고려하는 어휘 연습을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전 수업에 다룬 어휘 중 일부를 칠판 위에 쓰고 교사가 그것을 대화에서 사용하면, 그리고 교사가 하는 질문이 실제 질문이라면, 우리는 학생이 이 단어들을 기억 속에 확실히 담는 일을 더 쉽게 만들어줄 수 있다. 

 

- 우리는 문법 수업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교육 원리에 도달했다. 어휘력을 쌓아갈 때 이 원리는 학습자가 너무 이른 단계에 특정 단어를 문맥 속에 위치하도록 강요당하지 않게끔 해준다. 여기서 '너무 이른'이란, 학생들이 아직 내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고, 새로운 단어를 발음과 문장 속 위치를 통해 정리하여 흡수하지 못했고, 그 의미 면에서 새로운 단어의 경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른 어휘를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들이 아직 넘어서지 못한 도전에 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 배운 단어를 곧장 사용하라는 압박은 신뢰 위에 쌓인 교사와의 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허락하는 외적 수동성이 내면의 무기력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신조어 'bed in'의 뜻처럼, 이것은 그 단어가 학생의 내면에 안착하도록 확실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안착을 돕는 작업에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 새로운 단어를 처음 만난 뒤, 이어지는 수업의 작은 단계들마다 학생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문맥과 상황을 통해 새로운 단어를 이미 아는 어휘와 결합하고, 그래서 점점 더 정확한 발음, 의미, 용법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흡수 단계 동안에는 그 단어의 모든 의미를 알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낳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는 어떤 긴장감이 살아 있게 된다. 새로운 단어를 곧바로 사용하게 하는 것, 그리고 모국어로 번역해 주는 것은 이에 반해 그 긴장감을 없애고 의미를 성급하게 고정시키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단어는 쉽게 생명이 없는 어휘로 될 수 있다. 
 
- 어휘 작업의 대강의 틀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면을 더 언급한다. 어휘력 쌓기를 위한 계획에 포함하는 학습 보조물이 중요한 만큼이나 또 한 가지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즉, 배워야 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교사에 의해 정교하게 제공된 단어의 사용법만을 안다면, 학생들의 어휘력은 매우 작아지게 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행복하게도, 수업이 이루어지는 여러 해 동안 그 밖의 어휘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학생들이 그것을 이해하거나 점차로 습득하게 되는 일이 다소 일어날 수도 있다. 학생들이 말하고 쓰는 것들의 일부를 설명할 다른 방법은 없다. 따라서 발도르프 학교의 외국어 수업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미 친숙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언제나 그 외국어의 더 많은 부분을 제공하는 것 또한 엄청나게 쓸모 있고 생산적이기도 하다. 

-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 나라의 언어를 습득해 나가는 방법은 어휘 작업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내로서 앞에서 다루었다. 이러한 종류의 습득은 지적 능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이 규명했다. 이것은 주로 다른 무언가가 다시 말해 학습자의 정서적 힘에 영향을 끼치는 계기의 다양함이 성공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어휘력을 쌓는 작업은 요구되는 영혼의 힘이 더 다양할수록, 능력이 더 나은 학생과 덜한 학생 모두에게 더욱더 생산적으로 될 것이다. 

 

- 우리가 이제까지 가리켜온 방법에 관한 결론을 짓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연습 단계에 뒤이어 문법 규칙을 일단 노트에 적고 나면 이제는 문법구조에 관한 작업이 언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덧붙여야 한다. 이때 초점은 집중된 형태로 습득된 구조에 더는 놓이지 않고 학생은 언어를 그 전체 속에서 보는 것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학생들이 위에서 설명한 방법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규칙을 말하기에서 사용한다는 사실 또한 이미 주목했다.  

- 모든 이야기는 핵심이 되는 행동이 나오는 지점에서 멈출 것을 요하지만, 그때는 흥미가 사라질 위험성을 재치 있는 질문으로 상쇄해야 한다. 먼저 표현력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어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이 전제가 되고 텍스트의 기본적 이해가 확실히 되면 교훈적 질문은 필요치 않다. 오히려 토론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는 (물론 외국어로 하는) 다음과 같은 실제 질문을 통해 일깨워진다. 

 

"What did you not understand about what X does? What do you think X did right or wrong? What would you have done? What would you do now? Why does X do that? Why does X not act differently? What do you imagine that X's house looks like?"

 

- 또 하나의 방법은 때때로 읽기를 역할 놀이의 대화로 제한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맡은 행동을 해보아야 한다. 

"How might X be speaking now? Loudly, quietly, is he perhaps whispering? Is X speaking reproachfully, encouragingly, in a friendly or angry way?"

 

- 학생들과 교사는 그 이야기에 관한 주장을 하고, 주장한 것이 맞는지 틀린 지, 누가 그것을 올바른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물을 수 있다. 또는 다음과 같이 물을 수도 있다. 

 

"Who can manage to retell the ten lines we have just read with the book closed? (Or) Who could even retell the section in the first person not from the perspective of the narrator but the character Y? (Or) Who can ask a question about the content?" 
  

      

 

 

 

 
발도르프 학교 외국어 교육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모국어가 아닌, 제2언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 『발도르프 학교 외국어 교육』은 발도르프 학교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효과적인 외국어 교육 방법론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이 책은 외국어 수업의 목적과 방법론은 무엇인지, 학생이 어떻게 어휘를 소화하고 문법을 배우는지, 강독 연습을 토해 어떻게 외국어의 다양성을 익히게 되는지, 외국어 수업을 교재 없이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외국어 교육의 중요한 쟁점을 정리하였다. 좋은 외국어 교육은 아이들이 여러 개의 열쇠를 얻고 더욱 많은 문을 열도록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저자
에르하르트 달
출판
푸른나무
출판일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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