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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조지 맥도널드 / 정회성
원제 : At the back of the North Wind
출판 : 시공주니어
출간 : 2007.10.30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것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나날이다. 한때 틀림없이 좋아했었고, 지금도 싫어하지는 않는 것들이 있지만 그건 '좋아했었지'라는 느낌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을 재확인하는 일은 조금은 쌉쌀하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내 자신의 감각을 무시하거나 타협하는 일을 이제는 확실하게 멈춰야 할 때인 것 같다. 스스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게 느낄 때 다른 이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나고, 두려움 없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맺은 관계여야 의미가 깊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치 순위, 선호도, 취향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애정의 크기와 연결된 문제라고 본다. 그것을 알면서도 잠시나마 다시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익숙함의 무서움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이것으로 만족이 되는가. 혹은,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은 없는가.
정말, 지금은 아닌가.
<공주와 고블린>이 소녀의 성장기였다면 <북풍의 등에서>는 소년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북풍의 등에서>가 조금 더 조지 맥도날드의 형이상학적 생각들이 깊게 녹아들어 있다고 느꼈다. 집필 시기를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마도 그가 겪은 아이들의 병환과 사망이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다. 죽음이 그렇게 두려운 것도, 슬픈 것도 아니라고 노래하고 싶었던 것은 저자가 진실로 그렇게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러기를 바라서였을까. 개인적으로는 전자였기를 바란다.
- 맥도널드는 에버딘셔에 있는 학교를 다니다가 장학금을 받고 애버딘 대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처음으로 도시 생활을 시작한 맥도널드는 공부는 뒤로한 채 술과 여자에 빠져서 대학을 잠시 동안 멀리했다. 맥도널드는 이 시간 동안 어느 귀족 저택의 서재에서 책을 정리하는 일을 하며 수많은 문학 작품을 접한다. 이때 읽은 신비로운 낭만주의 작품들의 영향으로 그의 상상력은 눈을 뜨게 되었다. 또한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은 대저택의 꼬불꼬불한 복도와 수많은 방, 어두운 다락과 지하실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훗날 맥도널드가 쓴 작품을 보면 이 저택과 비슷한 배경이 많이 나온다.
- 다시 대학에 돌아간 맥도널드는 화학과 물리학으로 학위를 받는다. 처음에는 자연 과학에 빠져 의사나 화학자가 되려고 했지만, 맥도널드는 학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철학적, 형이상학적 의미에 더 관심이 많았다. 결국 맥도널드는 가정교사 일을 잠시 하다가 1848 년에 하이베리에 있는 회중교회 대학에서 성직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
- 대학을 졸업한 뒤 목사가 될 준비를 하던 맥도널드는 어머니를 앗아 갔던 결핵에 자신도 걸리고 만다. 하지만 믿음과 정신력은 오히려 병 때문에 강해졌다. 맥도널드는 일생 동안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목사가 된 것도 그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유로운 종교적 진리를 추구했던 맥도널드는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기 때문에, 반드시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도들은 파격적이고 낯선 교리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맥도널드는 1853년에 목사 일을 그만두었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열한 명이나 되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동화에 재주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맥도널드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들 나름대로 그 속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의 친구이자 당시 유명한 동화 작가였던 존 러스킨과 루이스 캐럴도 맥도널드네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쓴 이야기를 곧잘 들려주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세계적인 명작도 출판되기 전 맥도널드 네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 그 밖에도 맥도널드는 혹독한 일터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사회적 문제들도 작품에 섞어 넣었다. 재미없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했던 아이들에게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 조지 맥도널드는 그 시대뿐만 아니라 에디스 네스빗, C. S. 루이스, J.R. R. 톨킨, 모리스 샌닥 같은 후대 작가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평생 동안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루이스와 톨킨도 맥도널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 톨킨은 어린 시절 맥도널드의 작품을 읽으며 <호비트>, <반지의 제왕>의 무대를 구상했고, <나니아 연대기>를 쓴 루이스는 맥도널드가 그린 신비주의적 환상 세계와 사랑에 대한 관점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털어놓았다.
- "그렇더라도 제 침실 쪽으로 창문을 내게 해 드릴 수는 없어요. 다이브즈 아저씨 침실 쪽으로 창문을 내면 안 되나요?"
이번에는 목소리가 무척 슬픈 듯이 말했다.
"재가 떨어지는 난로 안 구멍 쪽으로 창문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는 멋진 풍경이 내다보이는 창문을 갖고 싶단다."
"다이브즈 아저씨가 저보다 더 멋진 침실을 갖고 있을 텐데요. 물론 제 침실도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훌륭하지만요."
"나는 침실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을 보고 싶어. 그러니 어서 내 창문을 열려무나."
"음, 엄마는 늘 제게 어른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하세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기가 좀 힘들겠어요. 아시겠지만 제가 아저씨 창문을 열면 북풍이 제 얼굴로 확 불어 닥칠 거예요."
"내가 바로 북풍인걸."
- “그럼 창문을 열어도 제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불어오지 않겠다고 약속하실래요?"
"그런 약속은 못하겠는데?"
"북풍을 정면으로 맞으면 이가 아플 거예요. 엄마도 그래서 치통이 생기셨거든요."
"창문을 열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생각해 봤니?"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단지 창문을 열면 아저씨보다 저에게 훨씬 손해라는 것은 알아요."
"아니, 그렇지 않아. 네게도 손해 날 일이 전혀 없단다. 그건 내가 약속할 수 있어. 창문을 열면 네게도 훨씬 좋은 일이 생길 테니 나를 믿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렴."
-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옷을 입지 않아도 절대로 춥지 않을 테니까. 그 문제는 나한테 맡기렴. 북풍과 함께 있는 사람은 결코 추위를 타지 않아."
"저는 북풍과 함께 있으면 늘 추운 줄 알았어요."
"그건 큰 착각이야.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착각을 하지. 사람들은 북풍과 함께 있어서가 아니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추위를 타는 거란다."
- "알았어요, 북풍. 북풍 당신은 너무나도 아름다우세요. 그래서 기꺼이 당신을 따라가겠어요."
"아름답다고 해서 아무나 무조건 따라가서는 안 돼."
"하지만 아름다운 사람은 절대로 나쁜 사람일 리가 없어요. 북풍 당신도 나쁘지 않죠?"
"물론 나쁘지 않아. 그렇지만 나쁜 짓을 하면 아름다운 사람도 나쁘게 변한단다. 나쁜 마음이 아름다움을 망쳐 놓지. 아무튼 어린아이들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따라가면 크게 잘못하는 거야."
- "그렇다면 저는 당신이 아름답고 착하니까 따라가는 걸로 하겠어요."
"그건 문제가 달라, 다이아몬드. 만약 내가 마음은 착한데 못생겼다면 어떻게 하겠니? 내가 못생긴 것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일부러 나 자신을 못생겨 보이게 한다면? 그때도 나를 따라올 거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좋아. 만약 내 얼굴이 온통 새카맣게 보인다고 해도 나를 무서워하지 마라. 내가 하늘 전체만큼 커져서 박쥐처럼 날개를 펄럭이더라도 겁을 내면 안 돼. 내가 대장장이의 아내인 빌 부인보다 열 배는 더 무섭게 소리 지르며 화를 내더라도, 정원사의 아내인 이브드로퍼 부인처럼 남의 집 창문을 들여다보더라도 다이아몬드 너는 그저 내가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해. 만약 내가 뱀이나 호랑이로 변하더라도 내 곁을 떠나면 안 돼. 내 곁에 붙어 있는 한, 너는 내가 진짜 누구인지 늘 알 수 있을 거야. 비록 내 겉모습이 북풍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야. 나는 아주 괴상한 모습으로 변할지도 모른단다. 내 말 알아들었니?"
- "아마 그랬겠지! 내가 유모의 목구멍 안으로 바람을 휙 불어넣었더니 몸부림을 치며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어. 그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아마 유모는 내일쯤 쫓겨날 거야. 그 집가족이 내가 아는 만큼 유모에 대해 알고 있다면 언젠가는 쫓아내겠지."
"설마 아기까지 겁먹게 하신 건 아니죠?"
"아기는 나를 보지 못했어. 유모도 착한 사람이었다면 나를 못 봤을 거야."
"어, 그래요?"
다이아몬드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이해도 안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까지 굳이 눈으로 볼 필요는 없어. 착한 사람 눈에는 착한 것만 보이고, 나쁜 사람 눈에는 나쁜 것만 보이는 법이지."
"그럼 당신은 나쁜가요?"
북풍이 소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나는 나쁘지 않아. 다이아몬드 네 눈에 내가 보이니까 나쁠 리가 없지."
다이아몬드는 흘러내린 머리카락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사랑이 가득한 여인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
"유모가 나를 보기 전에 나는 스스로 못생겨 보이도록 변신해야만 했어. 늑대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면 유모가 나를 보지 못했을 거야. 유모도 마음속에서 늑대의 모습을 키우고 있었거든."
다이아몬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하는 말이니 모두 옳을 거라고 생각해요."
-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다이아몬드.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접할 수는 없어. 모든 사람이 똑같은 대접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까."
"그래도 왜 제가 저 아이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는 세상에 이해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그렇다면 정말 어리석구나! 좋아, 원한다면 네가 직접 저 아이를 도와주려무나. 지금 당장은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겐 할 일이 있어."
"제가 도우라고요? 좋아요, 제가 저 소녀를 도와주겠어요. 그런데 당신은 저를 기다려 주실 수 없겠죠?"
"응, 기다려 줄 수 없어. 네 힘으로 해야만 돼. 그리고 명심하렴, 바람은 네게도 불어 닥칠 테니까."
- "좋아. 너를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는 약속은 못하지만 어떻게든 너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자, 다이아몬드, 어떻게 할지 마음을 정했니?"
- "나라면 이런 곳에 안 살겠다."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너도 갈 데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을걸. 나는 지금 우리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야."
- "나는 요정이 아니란다."
자그마한 생명체가 대답했다.
"요정이 아니란 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렇게 묻기 전에 먼저 내가 요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겠느냐고 묻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방금 전에 비슷하게 물었잖아."
"그래. 하지만 단순히 남의 말을 들어서 아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니?"
"알았어. 그렇다면 다시 물을게. 네가 요정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너는 진짜 요정처럼 생겼는데."
"대답해 주지, 우선 요정은 나보다 훨씬 더 몸집이 크단다."
"정말? 나는 요정이 아주 작은 줄 알았어."
"물론 요정은 나보다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커.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크지 않아. 내가 지금보다 여섯 배쯤 더 크다고 생각해 보렴. 그래 봤자 그렇게 큰 건 아니잖아. 그리고 요정은 자기 마음대로 커지고 작아질 수 없단다. 동화책에는 그렇다고 적혀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지. 요정은 또 제대로 아는 게 없어. 그건 그렇고 이 바보 같은 다이아몬드! 나랑 전에 만난 적 없어? 생각 안 나?"
작은 생명체가 말하는 동안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불었다. 튤립 줄기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휘청거렸다.
- "멍청하다고 하겠죠. 뭐, 그런데 어떻게 벌들까지 보살필 여유가 있어요?"
"나는 벌들을 보살피지 않아. 저 한 녀석만 보살피는 거야. 그런데 그러는 게 너무 힘들구나."
"힘들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굴뚝도 단숨에 날려 버릴 수 있잖아요. 그리고 또... 또 뭐가 있더라? 맞다. 아이 모자도 떨어뜨리잖아요."
"그런 건 튤립 봉오리를 여는 일보다 훨씬 쉬워. 그런데 사실 나는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의 차이를 잘 모른단다. 단지 해야 할 일이라면 뭐든지 하지. 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덤벼드는 거야."
"그렇게 하면 다 잘돼요?"
"응, 다 잘돼․ 참, 내가 이렇게 떠들고 있을 때가 아니지. 오늘 저녁에는 배 한 척을 가라앉혀야 해."
- 북풍의 말에 다이아몬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배를 가라앉힌다고요? 그게 정말이에요? 사람들이 타고 있는 배를 가라앉혀요?"
"그래. 그 배에는 여자들도 있지."
"정말 끔찍해요! 제발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물론 끔찍한 일이긴 하지. 하지만 그것도 내가 할 일이야. 그러니 할 수밖에 없단다."
"제발 제게 함께 가자고는 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네가 먼저 따라나서겠다고 할걸?"
"아니에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예요."
"과연 그럴까?"
- "저도 데려가 주세요. 하지만 절대로 잔인하게 굴면 안 돼요."
"그래, 나는 잔인해지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어. 잔인한 짓은 아예 할 수 없단다. 물론 내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가끔 잔인해 보이는 일을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자기들을 죽이려고 물속에 빠뜨린다고 하겠지만, 나는 그저 그들을 머나먼 어딘가로, 음... 그러니까 북풍의 뒤편으로 데려가는 것뿐이야. 옛날 사람들은 그곳을 북풍의 뒤편이라고 불렀지. 그런데 나는 아직 그곳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
-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그곳으로 데려갈 수 있어요?"
"가는 길을 알거든."
"그런데 어떻게 그곳을 한 번도 못 볼 수 있죠?"
"내 뒤에 있기 때문이야."
"뒤를 돌아보면 되잖아요."
"내 뒤를 볼 수 있을 만큼 몸을 돌릴 수는 없어. 나는 언제나 앞만 보거든. 사실 내 뒤를 보려고 하면 눈과 귀가 완전히 멀게 된단다. 그래서 오직 내가 할 일에만 신경 쓰는 거야."
- "하지만 무엇이 당신이 할 일인지 어떻게 알아요?"
"아, 그건 나도 설명할 수 없어. 그냥 내 일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 뿐이지. 그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 내 일이 아니면 기분이 몹시 나쁘지만. 그런데 동풍이 말하기를... 물론 동풍은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그 말을 완전히 믿을 수 없지만, 아무튼 동풍의 말에 따르면 어떤 아기가 모든 걸 결정한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 나는 그저 내 할 일에만 몰두할 뿐이지. 튤립 속에서 뒝벌을 꺼내 주는 거나 하늘에서 내려온 거미줄을 청소하는 거나 내게는 모두 똑같은 일이야. 어때, 오늘밤에 나와 함께 가겠니?"
- "에구, 귀여워라!"
다이아몬드가 자기도 모르게 인형같이 작고 예쁜 북풍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북풍이 딱딱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버릇없게 굴지 마. 나는 단순히 크기만 보고 모든 걸 평가하는 사람들을 가장 싫어해. 나는 언제든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어. 지금 이렇게 보잘것없이 작을 때나, 앞으로 여섯 시간 뒤 이스트인디아맨 호의 돛을 불어서 배를 물속에 가라앉힐 때나 내 존엄성은 변함없이 똑같아.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이 말을 하는 동안 멋지고 우아한 여인의 웃음이 북풍의 조그만 얼굴에 가득 번졌다. 북풍은 다이아몬드에게 장난으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착한 여인의 농담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법이다.
- "모르긴 왜 몰라요? 사람들이 타고 물을 건너는 배잖아요."
"네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니구나. 사람들은 포이트(poet)를 통해 바다 건너 세상으로 가기도 하니까. 아무튼 지금은 한가하게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가 아니야. 포이트는 저 남자를 말해."
- "그럴 줄 알았다. 보트와 포이트는 엄연히 달라. 포이트는 무언가의 참 맛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참 맛을 전달하려고 애쓰는 사람이지."
"아, 이제 알겠어요. 사탕 가게 아저씨처럼 말이죠?"
"사탕 가게 아저씨? 아무래도 더 길게 설명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구나. 나는 네게 낱말 풀이를 하러 온 게 아니니까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이제는 정말 일을 해야만 해. 우선 저 남자를 잘 보고 있어."
- "그래? 그럼 어느 쪽이 진짜 나일까? 내가 둘일 수는 없잖아."
"물론이에요. 누구도 둘일 수는 없어요."
"그럼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진짜 나일까?"
"그건 생각 좀 해 봐야겠어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갖고 있는 듯한데, 어느 게 진짜인지 잘 모르겠네요."
"바로 그거야. 그건 너도 잘 몰라. 그리고 모르는 건 모르는 거야. 안 그래?"
"그래요."
"네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은 어떠니?"
다이아몬드는 북풍의 품에 더 바짝 달라붙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착하고 제게 잘해 주는 다정한 분이에요."
"내가 왜 네게 잘해 줄까?"
"모르겠어요."
"너는 나를 위해 뭔가 해 준 적이 있니?"
"아뇨, 없어요."
"그런데도 내가 너한테 잘해 주는 이유는 뭘까?"
"음, 그건... 그렇게 하고 싶어서겠죠."
"그럼 왜 내가 네게 잘해 주고 싶어 할까?"
"잘 모르겠어요. 제게 잘해 주는 게 좋아서가 아닐까요?"
"바로 그거야. 나는 너한테 잘해 주는 게 좋아서 잘해 주는 거란다."
- "그럼 저한테 잘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해 주면 될 텐데, 왜 그렇게는 안 되죠?"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왜 안 될까?"
"모르니까 물었잖아요. 왜 그렇게는 안 돼요?"
"그게 바로 내 본모습이기 때문이겠지."
"또 시작이군요. 저는 당신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이해가 안 돼요. 그리고 당신이 전혀 다르게 보여요."
"다이아몬드, 내 말 잘 들으렴. 네 말대로 넌 나의 한쪽 모습만 알고 있어."
"그래요."
"혹시 나의 또 다른 모습도 알고 있니?"
"아뇨. 알 리가 없죠. 알고 싶지도 않고요."
"바로 그거야. 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알지 못해. 그런데 나의 두 가지 모습 가운데 하나는 확실하게 아니?"
"네, 확실하게 알아요."
"내가 둘일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고?"
"네."
"그렇다면 네가 모르는 다른 쪽의 나도 네가 알고 있는 나와 똑같을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둘일 테니까."
"그러네요."
"그럼 네가 모르는 다른 쪽의 나도 네가 알고 있는 나처럼 친절하겠지?"
"네."
"그래, 다시 말하지만 바로 그게 내 본모습이야. 다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이지. 이제 네 앞에서 모든 걸 털어놓은 셈이구나. 궁금한 게 더 있니?"
"아니에요. 북풍. 이제 충분히 만족해요."
- "그렇다면 네가 궁금해할지도 모르는 사실 하나를 말하지. 네가 알고 있는 내가 다른 쪽의 나와 똑같다면, 내게는 아주 잔인한 면도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당신은 무척 친절하니까요."
"하지만 그 친절함은 나중에 더 잔인하게 굴기 위한 위장일 수도 있어."
그 말에 다이아몬드가 북풍의 품에 더 꼭 안기고는 울먹였다.
"아니에요, 북풍. 아니라고요. 그 말은 믿을 수 없어요. 지금도 믿지 않고 앞으로도 믿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너무나 괴로우니까요.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도 저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당신을 사랑할 리 없잖아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제 앞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할 수 있겠어요? 북풍, 당신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많은 배를 가라앉혀도 괜찮아요. 당신이 그런 일을 해도 저는 입 다물고 가만 ...
- "당신과 헤어지는 건 싫지만, 그래도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불쌍한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까 봐 겁나요. 정말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배에는 착한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사실 나는 네가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듣는 걸 신경 쓰지 않아. 단지 그 기억이 오랫동안 네 작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까 봐 걱정될 뿐이란다."
- "왜 저를 혼자 두고 떠나셨나요?"
"네가 혼자 걷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저는 이렇게 안겨 있는 게 훨씬 더 좋아요!"
"그렇겠지. 하지만 난 겁쟁이 꼬마는 안아 줄 수 없단다. 그러면 내 몸이 너무 차가워져서 견딜 수 없게 돼."
"제가 스스로 용감해진 건 아니에요. 저를 용감하게 만든 건 제 얼굴 쪽으로 불어 준 바람이었어요. 그렇죠, 북풍?"
다이아몬드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 독자라면 형이상학적인 이 말을 통해 다이아몬드가 무척 똑똑한 아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 "그래. 네게 용기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어야만 했어. 용기를 직접 느끼지 못하면 그게 뭔지 결코 알 수 없거든. 그래서 네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거야. 하지만 다음에는 네가 스스로 용기를 내 보면 어떨까?"
"좋아요, 한번 노력해 보겠어요. 하지만 노력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잖아요."
"아니, 그렇지 않아. 노력은 아주 중요해. 모든 건 노력에서부터 시작 돼. 그리고 시작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 용감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건 곧 용감하다는 뜻이야. 용감해지려고 노력하는 겁쟁이가 태어날 때부터 용감해서 결코 노력 따위는 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더 훌륭하단다."
- "북풍 당신은 정말 친절해요!"
"나는 그저 공정할 뿐이야. 모든 친절함은 곧 공정함과 통하지. 우리에게는 공정함이 부족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몰라도 괜찮아.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지금 당장 서둘러 이해할 필요는 없어."
- "아니, 나는 바람을 만든 게 아니라 그저 불었을 뿐이야. 지난번 보트에 타고 있던 남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바람이 너를 강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바람이 어떻게 그런 힘을 갖고 있는지는 나도 몰라. 처음 내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그런 힘이 내 안에 들어 있었어. 내가 아는 건 그게 전부야. 그건 그렇고, 이제 정말로 일을 하러 가야겠구나."
- "그 늙은 헤로도토스가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늙은이는 북풍의 뒤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헤로도토스가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 사제도 북풍의 뒤편에 대한 이야기를 알지 못했을 테고, 네게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불어넣지도 않았을 거야. 물론 언젠가는 네가 알게 되는 날이 있겠지만. 그래, 알게 될 거야. 자, 다이아몬드, 일단 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네 몸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으니까. 집에 돌아가고 나면 내가 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을 알아보마. 하지만 나를 기다리지는 마. 나는 할머니의 장난감 몇 가지를 부수어야만 해. 할머니는 새 장난감을 들여오는 일로 고민하고 있거든. 두세 개만 부수면 될 거야. 자, 이제 그만 가 보렴."
- "정말 안타까워요."
"뭐가?"
"당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말예요."
"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사랑하는 다이아몬드! 너도 언젠가는 너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게 될 거야. 물론 지금은 내 말이 이해가 안 될 테지. 굳이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 자칫 잘못 이해했다가는 터무니없는 공상이나 떠올려서 스스로 불행해질 거야."
"그렇다면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을래요."
"착하기도 하지. 언젠가는 저절로 이해하게 될 거야. 무엇이든 다 때가 있는 법이지."
"그런데 아직 북쪽 집의 문 앞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는 말씀해 주지 않았어요."
"그건 어렵지 않아. 그저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그러면 바로 그곳에 도착하는 거야. 다시 말해 나 자신을 빨아들이면 곧 북쪽 집의 문 앞에 서 있게 되지."
- "작은 배, 맞았어! 겨우 이백 톤짜리 요트니까. 저 배의 선장은 내 친구야. 그는 똑똑한 사람이라서 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안단다. 나는 저 친구를 몇 번이나 도와주었어. 정작 본인은 내 도움을 별것 아닌 걸로 생각했지만. 저 친구가 나를 원망하는 소리도 가끔 들었지만,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남쪽으로 날마다 백 킬로미터 넘게 밀어주었단다."
다이아몬드는 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배가 바람이 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사람은 반대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야. 나는 남풍이 될 수 없으니까. 게다가 내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저 친구에게도 할 일이 생긴 거야. 다이아몬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꼭 마음에 새겨 두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걸 해 주어서 정작 그 사람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게 만드는 건 결코 좋지 않아. 그건 친절한 행동이 아니란다. 그런 행동은 자만심에서 비롯된 거야. 만약 내가 남풍이었다면, 저 친구는 하루 종일 한가로이 담배만 피우다가 결국 바보가 되고 말 거야."
- "그렇지만 똑똑하다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당신을 원망할 수 있죠?"
"흐음,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어느 누구에게도 공정해질 수 없어. 선장이 북쪽으로 가려면..."
"북풍만 없으면 되잖아요. 안 그런가요?"
다이아몬드가 북풍의 말을 막고 말했다.
"너는 정말 어리석구나. 만약 북풍이 불지 않는다면 선장은 어떻게 될까?"
"그때는 남풍이 배를 밀어주겠죠."
"그 말은 북풍이 멈추면 자연히 남풍이 분다는 거니?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건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만약 북풍인 내가 불지 않으면 선장은 하루에 백 킬로미터씩 항해할 수 없어. 물론 남풍이 불면 배는 틀림없이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갈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멈추었을 때, 남풍은 자기 집 문 앞에 앉아 있단다. 결국 바다는 바람 한 점 없이 무섭게 고요해져. 그러니까 북풍만 없으면 선장이 북쪽으로 갈 수 있으리라는 네 생각은 완전히 잘못되었어. 선장은 오직 내 도움을 얻어야만 북쪽으로 갈 수 있어. 이제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니, 다이아몬드?"
- 이름이 '킬메니'라는 시골 소녀는 북풍의 뒤편에 대해 듀란테만큼 많은 내용을 전하지 못했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설명도 서툴게 했다. 그래서 나는 양치기에게서 들은 시골 소녀의 이야기를 다이아몬드의 말투를 빌려 소개하겠다.
"킬메니는 자신도 어딘지 모르는 곳에 다녀왔어요. 킬메니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것들을 보았어요. 킬메니는 수탉이 절대로 울지 않는 곳에 다녀왔어요. 그곳에서는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요. 하지만 하늘에서는 하프 소리가 들리고, 천국의 공기가 혀끝을 간질이죠. 킬메니는 그 아름다운 나라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그곳에서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아요.
사랑과 빛이 가득한 곳이에요.
그곳에는 해도 달도 밤도 없어요.
그곳에서는 강물이 살아 있는 것처럼 흘러요.
티끌 하나 없는 맑은 빛으로 반짝이는 곳이에요.
얼핏 환상 세계처럼 보이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 꿈의 세계랍니다."
- 북풍의 뒤편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으면, 한 나무 위에 올라가서 가지에 걸터앉으면 된다. 그렇게 가만히 앉은 채 몇 분이 지나면,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볼 수 있다.
- 물론 사고의 여파는 콜먼 씨와 그 가족에게만 미치지 않았다. 한 사람이 독차지하듯 혼자서만 불행을 겪는 일은 거의 없다. 불행의 원인을 가슴속 깊이 숨기고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지 않거나 자신이 겪는 고통 때문에 주위 사람을 조금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그는 대단히 훌륭하고 착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서 그런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속의 고통을 겉으로 드러내 주변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특히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되려고 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그런 경향이 매우 짙다. 서로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사람과 관계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람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다.
- "그래, 죽게 돼. 그런데 너는 죽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모르겠어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죽는다는 건 먹을 걸 구할 수 있는 곳에 가는 게 아닐까요?"
"먹을 걸 구할 수 있어도 그곳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어머니가 힘없이 말했다.
"왜요? 그곳에 가는 게 뭐가 어때서 가고 싶어 하지 않나요?”
다이아몬드의 머릿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 "가엾은 우리 다이아몬드! 너는 역시 어려서 모르는 게 너무 많구나, 콜먼 나리가 재산을 몽땅 잃어버린 바람에 네 아빠의 일자리까지 없어졌단다. 우리는 이제 곧 돈 한 푼 없어서 굶어 죽을지도 몰라."
"그게 틀림없어요?"
"뭐가 말이니?"
"우리가 이제 곧 굶어 죽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오, 이런! 그건 확실하지 않아. 나는 그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야."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지금 저 바구니 안에 생강과자도 한 개 있잖아요."
"철부지 같은 소리 좀 그만해라. 너는 당장 먹을 것만 생각하고, 춥고 긴 겨울에 대비할 생각은 하지도 않는 참새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구나."
"하지만 엄마, 어떻게 하든지 새들은 겨울을 나잖아요?"
"몇몇은 땅에 떨어져 죽기도 해."
"모든 새들은 언젠가는 죽어요. 새들도 언제까지나 조그만 새로 살고 싶지 않을 거예요.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어머니는 다이아몬드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다이아몬드가 계속해서 말했다.
- "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어. 이모네 찬장도 곧 바닥이 드러날 거야."
"그걸 어떻게 아세요? 저는 세상 어딘가에 아주 커다란 찬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찬장 안에 작은 찬장들이 가득 들어 있을 거예요."
"나도 그 큰 찬장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고 싶구나."
어머니는 그렇게 말한 뒤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때 다이아몬드는 어머니의 생각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대충 알고 있었다. 다이아몬드의 어머니는 이틀 전에 교회에서 들었던 성경 구절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일 일을 오늘 걱정하지 말라는 것과 진정으로 원하면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어머니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구니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바구니 안에 든 음식을 아들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 "뭐 이런 시가 다 있담! 내용이 말도 안 되는 엉터리야. 좀 더 나은 걸 골라 봐야겠다."
어머니는 다른 시를 찾으려고 책장을 넘겼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휙 불어와 원래 책장으로 돌려놓았다. 그런 일은 세 차례나 거듭 일어났다. 다이아몬드가 말했다.
"그냥 읽던 시를 마저 읽어 주세요. 듣기 좋은데요, 뭐. 틀림없이 아주 훌륭한 시일 거예요."
다이아몬드도 바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제비들이
보금자리를 만든다네.
진흙을 뭉치고 뭉쳐서
물을 섞고 섞어서
얕은 강물을
깊은 강물을
날개에 적시고 적셔서
얕은 곳의 강물을
깊은 곳의 강물을
한데 모으고 모아서
궂은 날씨에도 끄떡없는
보금자리를 만든다네.
- "무슨 이런 엉터리 같은 시가 다 있니? 무슨 말인지도 모를 내용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구나."
"원래 그런 거예요."
"원래 그런 거라니, 뭐가 원래 그렇지?"
"원래 강물이 그렇게 읊조린 거라고요. 그 시는 강물이 불렀던 노래와 거의 똑같아요."
- 다이아몬드는 아버지의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마구간 앞에 도착한 순간 실망스러운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만약 북풍의 뒤편에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다이아몬드는 아마 눈물까지 조금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꼬마 다이아몬드는 실망했어도 울지 않았다. 울기는커녕 예전에 쓰던 가구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모든 변화를 비참하게 여기는 대신 새로 살게 된 집의 좋은 점을 찾기 시작했다. 어떤 집이든 몇 가지 좋은 점이 있게 마련인 데다 나쁜 점을 찾아내기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 다이아몬드는 가끔씩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이튿날 아침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는 다이아몬드가 밤새도록 북풍의 뒤편에 가서 머물다 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상쾌하고 하루 종일 평온한 마음에 희망찬 기분으로 지냈을 것이다. 내가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다이아몬드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마음속에 뭔가가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요. 먼 곳에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강물 소리 같기도 하고, 어머니가 바닷가에서 읽어 준 끝없이 이어지는 동시의 일부 같기도 해요. 어떤 때는 제비들이 얕은 강물 위에서 지저귀는 소리 같기도 하고요."
- 하지만 그것은 마구간 앞마당에서 모이를 쪼아 먹고 있는 지저분한 참새들의 짹짹거리는 소리가 틀림없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글쎄,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저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나도 그것이 참새가 아닌 제비 소리였기를 바란다. 참새보다는 제비가 더 나으니까. 아무튼 꼬마 다이아몬드는 잠에서 깨어나려고 할 때, 새로 들은 노래의 가사를 기억해 두려고 애쓰곤 했다. 전에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그 노래는 어찌 된 까닭인지 어느 게 노랫말이고 어느 게 가락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그 노래를 머릿속에 확실히 저장했다고 생각하고는 잠에서 깨어나면 한 구절씩 한 구절씩 사라져 버렸다. 그리하여 머릿속에는 아름다운 강물이나 풀밭, 데이지 꽃 또는 아주 평범한 다른 무언가의 모습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신기한 점은 그것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인데도 평범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에 사랑스러운 영혼이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 물론 그 영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리고 그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걸 믿는 사람은 훨씬 더 드물다. 잠에서 깨어난 다이아몬드는 매우 특이하고 아름다운 짤막한 노래를 어린 동생에게 불러 주곤 했다. 어머니는 다이아몬드가 그 노래를 지어낸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자신이 만든 노래가 아니라고 했다. 그 노래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만들어졌으며, 입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자기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 잠에서 깨어난 첫날 아침, 다이아몬드는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동안 충분히 아플 만큼 아팠어, 고통도 당할 만큼 당했고. 이제부터는 열심히 노력해서 어디에서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야. 먼저 엄마부터 도와 드려야지.'
- 다이아몬드는 곧바로 집 안을 정돈했다. 그리고 아기가 깨어나자 어머니가 아침 식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아기를 안고 놀아 주었다. 어머니는 몹시 우울해 보였고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만약 다이아몬드가 현관문과 창문으로 들어오려는 불행을 막으려고 갖은 애를 쓰지 않았다면 다이아몬드 자신도 불행해졌을 테고, 결국에는 온 가족이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려고 애쓰는 것만이 스스로가 편안해지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만을 하지 않게 된다. 자신에 대해서 지나친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우리의 자아는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 우리의 자아는 자유롭게 놀도록 내버려 두기만 하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는 어린아이들과 같다. 그런데 우리가 그 아이들을 간섭하면서 값비싼 장난감이나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를 주면, ...
- 다이아몬드는 필요에 따라 고삐를 당겼다 늦췄다 하면서 이름 없는 말을 몰아 안전하게 문을 빠져나갔다. 다이아몬드는 원래 어른의 말을 잘 듣는 데다 작은 도움을 주어도 고맙게 여기는 아이이라서 말 모는 법을 아주 빨리 배웠다. 무언가를 배울 때 다른 사람의 충고를 따르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충고를 해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충고에 익숙하지 않아서인데, 그러다 보니 충고한 내용을 금방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이해해도 빨리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하지만 순종하는 마음이 있으면 어떤 일이든 빠른 시간 안에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순종이 곧 이해로 통한다는 사실은 영원히 변치 않는 우주의 법칙이다.
- 다이아몬드는 마구간 골목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받는 아이가 되었다. 어쩌면 마구간은 아이가 자라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이아몬드에게는 마구간이야말로 가장 좋은 곳이었다. 처음에 다이아몬드는 상스럽고 불쾌한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에게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는 그런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몰랐다. 그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느낌이 좋지 않고, 말하는 사람의 말투가 왠지 더럽게 느껴져서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입밖에 내지도 않았다.
- 다이아몬드는 그런 말에는 아예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온갖 상스런 말이 오가는 중에도 다이아몬드의 얼굴은 폭풍 속에 핀 앵초 꽃처럼 맑고 순수하게 빛났다. 지저분한 말과 거친 농담에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데다 깨어 있든 잠을 자든 눈가에 늘 웃음이 묻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얼굴은 매우 평온하고 다정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반쯤 넋이 나간 바보멍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그런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앞에서 좋지 않은 말을 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했다. 누군가 나쁜 말을 하려고 하면 그 옆에 있는 사람이 팔꿈치로 찔러 다이아몬드가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 나쁜 말이 튀어나오려 하다가도 다시 목구멍으로 쏙 들어가곤 했다. 사람들이 다정하게 무언가에 대해 물으면 다이아몬드는 정중하게 대답하면서 가끔씩 재치 있는 말까지 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 요즘 사람들은 비참한 광경을 보면 대부분 고개를 돌려 피하거나 그냥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여느 때처럼 비참한 광경을 없애 버리려고 했다. 이 어린 소년은 활활 불타는 칼을 움켜쥐고 악마와 싸우러 가는 하느님의 심부름꾼 내지는 천사 같은 존재였다. 이제 다이아몬드가 싸워야 할 악마는 비참한 광경 자체였다. 다행히 다이아몬드는 비참한 광경을 물리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현명한 군인처럼 가장 약한 상대부터 먼저 제압했다. 바로 아기였다. 아기는 어른과 달라서 비참한 기분에 빠져 들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는 아기에 대해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아기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비록 아직은 아기를 한 명만 알고 있고 모든 아기가 똑같지 않지만,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데다 한 아기일지라도 확실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에게는 그 어떤 아기도 잘 달랠 수 있다고 확신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 나는 매우 어리석은 방법으로 악마와 싸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멍청한 마부에게 잔소리를 퍼부은 다음 마부의 아내도 잘못이라고 말하는 데다 의도는 좋지만 구닥다리 내용의 낡아 빠진 책을 건네며 읽어 보라고 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화만 돋울 뿐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게다가 그렇게 하는 동안에는 계속 울어 대는 아기를 달래지도 못한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요람에서 아기를 곧장 들어 올려 무릎에 앉히고는 빛을 보라고 말했다. 물론 방안을 비추는 빛이라고는 마당에 있는 램프에서 흘러나오는 것뿐이고, 그마저 유리 등피가 더럽고 석유의 질이 나빠 희미한 노란색을 띠었지만 태양이 뿜어내는 빛 못지않았다. 아기도 그 사실을 인정하는지 방실방실 웃었다. 램프의 불빛이 비추는 방은 지저분하고 처량 맞고 썰렁하고 황폐하고 초라했다.
- 다이아몬드는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한참 동안 내려가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다이아몬드는 개울물을 보았다. 그런데 개울물은 다이아몬드를 향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거꾸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이 위쪽으로 흘렀다. 다이아몬드는 자기 쪽으로 한 칸씩 뛰어오르는 개울물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현실에서라면 이상하겠지만 그곳에서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개울물은 위로 올라오면서 흥겨운 노래를 불렀다. 그 소리는 하늘에서 들려온 웃음소리 같았다. 이것은 새로운 희망을 뜻했다. 다이아몬드는 계속 개울물을 거스르며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그러다 마침내 계단이 끝나는 곳, 개울물이 콸콸 솟아 나오는 바위 밑에 이르렀다. 개울물이 거품을 내며 솟아 나올 때마다 바위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거렸다. 다이아몬드는 바위에 올라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밑에서 솟아나는 물의 힘에 의해, 그리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의해 바위가 다이아몬드 머리까지 올라올 듯이 위협하며 다이아몬드의 손까지 가볍게 올라왔다. 다이아몬드가 바위를 피하자 바위가 다시 떨어졌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울물이 솟아 나오던 구멍이 다이아몬드의 머리 위쪽에 와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바위를 타고 올라가서 그 옆으로 기어 나왔다. 순간 사방이 둥글게 휘어진 파란 언덕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그 밑에서 개울물이 흘러나왔다. 다이아몬드는 개울 기슭에 있었다.
- 왕자는 자정이 훨씬 지나서 오두막에 도착했어. 그런데 놀랍게도 할머니가 문간에서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었지. 요정은 이상한 행동을 좋아한단다. 요정들이 아무리 시치미를 떼거나 아니라고 해도 밤은 언제나 요정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지. 그러니까 밤은 요정들에게 낮인 거야. 이는 요정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지.
- "내가 할머니일 때 당신이 내게 입맞춤을 했어요. 이제는 젊은 공주의 몸으로 돌아온 내가 당신에게 입맞춤을 하겠어요. 저기 떠오르는 게 태양 맞죠?"
- "뭘 배워야 해요? 내니에게 뭔가 가르쳐 줄 사람은 없을까요?"
"네가 가르쳐 주면 어떻겠니?"
"제가 뭐 아는 게 있어야죠. 저는 아는 게 없어요, 아저씨. 아기에게 옷 입히는 건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런 일을 해 준다고 돈을 줄 사람이 있을까요? 틀림없이 없을 거예요. 너무 쉬운 일이니까요. 마차 모는 법을 가르쳐도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내니가 어디서 마차를 구하겠어요? 어디에나 아빠 같은 마부와 큰 다이아몬드 같은 말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불쌍한 내니는 도저히 구할 수 없을 거예요."
"얌전하고 깔끔한 몸가짐에다 교양 있게 말하는 법만 배운다면..."
- "북풍이 불어서 너를 그곳으로 보냈구나."
"이건 레이먼드 아저씨가 들려준 낮 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야. 아무튼 나는 다시 어떻게 나갈 것인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달빛이 쏟아지는 잔디 위에 누웠어. 달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어. 내 마음에 쏙 들었지. 네가 말하는 북풍은 조금도 없었어.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
"너한테 북풍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북풍은 자신이 필요하지 않은 곳엔 절대로 가지 않아. 하지만 북풍이 너를 달빛 속으로 보낸 거야."
"그래, 그렇다 치고 이제 북풍 이야기는 그만하자. 더 얘기하면 뭐 하겠어? 어차피 넌 머릿속의 나사 하나가 풀렸는데."
"마음대로 생각해. 그런데 너는 북풍이 달빛이나 햇빛을 불어서 어딘가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말이 어딨어? 너는 북풍이 나오는 꿈도 꾸었잖아."
"그래. 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잖아. 안 그래?"
"그렇긴 해. 하지만 나는 꿈이 단순하게 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
"그래? 나는 잘 모르겠는걸."
"지금은 모를 수 있지만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영원히 모를 수도 있지."
- "네가 문을 원했기 때문에 꿈에서 문이 나타난 거야."
"아니야. 나는 원하지 않았어. 저절로 문이 나타났어. 문이 거기에 있었다고. 꿈속에서 말이야."
"그래, 바로 그거야. 나는 네가 나만큼이나 꿈을 믿을 거라고 생각했어."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그렇게 올가미를 씌우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어쨌든 별채에 들어서자 마음이 놓였어.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달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는데, 오직 창유리 한 곳에서만 빛이 들어오는 거야. 게다가 그 창유리는 바로 루비 색깔이었어. 이상하지 않니?"
"아니, 조금도."
- "지금 저 사람들은 이런저런 꿈을 꾸고 있겠죠?"
"그래.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가짜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그건 어떤 사람이 꿈을 꾸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 "그건 그래, 거짓 생각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거짓 행동을 하는 사람은 가짜 꿈을 꿀 가능성이 매우 높아. 반대로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은 진짜 꿈을 꿀 가능성이 높지. 하지만 가짜냐 진짜냐보다는 스스로 직접 키워 온 꿈을 꾸는지, 아니면 그 씨앗이 다른 사람의 정원에서 날아온 꿈을 꾸는지를 따지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어. 아! 저 집에 누군가 깨어 있구나!"
- "아까 그 여인이 제 노래를 못 들었나요?"
북풍이 다시 강을 따라 날아갈 때 다이아몬드가 물었다.
"아니야, 들었어.”
"그런데 왜 그렇게 있어요?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나요?"
"아니."
"그럼 노래를 부르는 저를 왜 돌아보지 않았죠?"
"그 여인은 네가 그곳에 있는 줄 몰랐어."
"그럼 어떻게 제 노래를 들을 수 있죠?"
"그 여인은 귀로 들었던 게 아니야."
"그럼 뭘로 들었는데요?"
"마음으로."
- "마음으로요? 그렇다면 그 여인은 노래가 어디에서 들려온다고 생각했을까요?"
"자기가 읽고 있는 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지. 아마 여인은 내일 그 노래 내용을 찾으려고 책을 샅샅이 뒤질 거야.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
"와, 재미있네요! 그럼 여인은 뭘 할까요?"
"그 여인이 뭘 할지가 아니라 뭘 못할지에 대해 말해 줄게. 여인은 그 노래에 담긴 뜻을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하지만 노랫말을 기억하지는 못해."
"만약 그 여인이 레이먼드 아저씨의 책에 나온 노랫말을 보게 되면 어리둥절하겠네요. 그렇죠?"
- 그런데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여인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만큼 다이아몬드는 여인의 완벽한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다. 이윽고 사방으로 뻗쳐 있던 여인의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 한데 모이더니 차분하게 밑으로 축 늘어졌다. 머리카락사이로 보이는 여인의 얼굴은 구름 밖으로 모습을 내민 새하얀 달 같았다. 다이아몬드는 여인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통해 얼굴과 머리카락을 볼 수 있었다. 잠시 뒤 여인이 움직이자 바람이 다시금 휙 불어왔다가 사라졌다.
- "마차 차고 입구 위의 창문이 문처럼 벌컥 열리면서 바람이, 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들어오셨죠. 그리고 남자가 들고 있던 성경을 바닥에 떨어뜨렸어요. 떨어진 성경의 책장은 바람에 계속해서 펄럭펄럭 넘어갔고요. 엄마가 성경을 집어 들어 펼쳐진 그대로 남자에게 건네주었는데..."
"바로 그 책장에 네 이름이 있었지. 대제사장의 흉패에 박힌 여섯 번째 보석."
"어, 그럼 다이아몬드가 보석 이름이었나요? 저는 지금까지 말 이름인 줄 알았어요."
"그건 신경 쓸 것 없어. 어쨌든 보석보다는 말이 더 좋은 거니까. 자, 이제 내가 너와 네 어머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걸 알겠지?"
- "그전에 네가 두 번째로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지. 이제부터 나를 '아주머니'라고 부르지 마. 그냥 내 이름을 불러. 북풍이라고 말이야. 물론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공경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돼. 알겠지?"
- 맑은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오리온자리의 허리띠와 황금 칼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 반대로 달은 볼품없이 가느다란 초승달이었다. 하늘에는 커다랗고 들쭉날쭉한 먹구름 한 덩어리도 떠 있었다. 구름의 한쪽 끝은 벼랑처럼 가파르게 생겼는데, 바로 그 벼랑에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마치 달이 구름 언덕 위에서 놀다가 벼랑 끝으로 굴러 떨어져 간신히 매달려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초승달은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아래쪽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깊은 구덩이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적어도 꼬마 다이아몬드가 잠시 달을 올려다볼 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초승달은 결코 겁에 질려 있지 않았고 굴러 떨어질 구덩이도 없었다. 구름 아래에는 사방을 가로막은 벽이 없고, 사방을 가로막은 벽이 없는 구덩이는 결코 구덩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밤중에 바깥에 나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보였다. 그야말로 요정 세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요정 세계에 대해서는 소년도 보통 사람들만큼만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돈이 없어서 요정 세계의 안 좋은 면을 다루는 책을 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그런데 모퉁이에 서있는 물푸레나무 옆을 돌아갈 즈음, 바람이 더욱 거세어지더니 그 기세가 점점 더 세져 도저히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반짝이는 뾰족뾰족한 별들이 바람 속에 섞인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다이아몬드는 사람들이 추위를 느끼는 것은 북풍과 함께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여인의 말을 떠올렸다. 나로서는 그 순간에 다이아몬드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사람이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경이롭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꼬마 다이아몬드는 뒤로 돌아서서 바람을 등지고 다시 마당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종아리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정강이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보다 훨씬 더 약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너무 부드러운 나머지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 여러분은 다이아몬드가 바람을 등졌다고 해서 비겁한 겁쟁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다이아몬드는 단지 북풍 여인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했을 뿐이다. 만약 북풍 여인이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면 다이아몬드는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소득도 없고,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것을 위해 힘들게 맞서는 행위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짓이 아니던가! 아무튼 바람은 다이아몬드가 길을 제대로 찾아가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것 같았다.
- "북풍, 설마 아기를 잡아먹은 건 아니겠죠?"
다이아몬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북풍이 밝게 웃으면서 더 빨리 달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북풍이 입고 있는 녹색 옷이 물결처럼 너울거렸다. 시든 수풀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수풀이 북풍의 발 근처에서 바퀴가 구르듯 소용돌이 모양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옆으로 비켜났다.
- 마침내 북풍이 입을 열었다.
"아니, 나는 아기를 잡아먹지 않았어. 네가 내 손을 놓지 않았다면 그런 어리석은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을 거야. 내가 어린아이를 잔인하게 대하는 유모를 혼내 주고, 사악한 여자라며 야단치는 모습을 보았을 테니까. 그 유모는 술을 마시고 있었어. 찬장에 술병이 너저분하게 놓여 있더구나."
- 그러자 북풍이 거리에 내려섰다. 북풍은 이제 키가 큰 보통 여자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여전히 지붕에 닿을 만큼 높이 휘날렸다. 북풍이 두 손을 등 뒤로 뻗어 다이아몬드를 번쩍 들어서는 길 위에 내려놓았다. 바로 그 순간, 다이아몬드는 무섭게 몰아치는 바람에 휩싸였다. 금방이라도 바람에 휩쓸려 날아갈 것만 같았다. 북풍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금세 지붕 높이만큼 커졌다. 굴뚝 통풍관이 다이아몬드 발 옆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다이아몬드는 더럭 겁이 났지만 소녀를 찾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다이아몬드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북풍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거리에는 바람만 윙윙 소리를 내며 보이지 않는 급류처럼 무섭게 휘몰아쳤다. 다이아몬드의 눈에 소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녀는 바람에 맞서 빗자루를 질질 끌면서 빠르게 걷고 있었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어지럽게 흩날렸다. 소녀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가느다란 두 다리를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다이아몬드는 근처에 있는 집 현관의 처마 밑으로 들어가서 소녀를 멈춰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소녀는 작은 새처럼 가녀린 목소리로 울면서 다이아몬드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 다이아몬드는 순순히 소녀의 말에 따랐다. 바람은 이제 잠잠해져 있었다. 두 아이는 걷고 또 걸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 길로 갔다가 방향을 틀어서 저 길로 갔다. 이윽고 두 사람은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를 벗어나 황량한 지역으로 접어들었다. 두 아이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섣불리 북풍의 뒤편에서 내린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물론 다이아몬드가 소녀에게 도움을 주었더라면 그렇게 후회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년은 소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잘못되었다. 소녀는 혼자 돌아다닐 때보다 다이아몬드와 함께 다니는 것이 훨씬 기뻤다. 그래서일까, 소녀는 다이아몬드만큼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 "북풍이 뭘 어쨌다고? 너 혹시 정신 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거 아냐? 아까도 북풍이 어떻다고 중얼거리던데.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어."
결국 다이아몬드는 정신이 멀쩡하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북풍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아야 했다. 하지만 소녀는 다이아몬드의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 믿기는커녕 자신은 그런 헛소리를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그런데 그 말을 할 때 다리 밑으로 세찬 바람이 확 몰아쳤고, 그 힘에 밀려 나무통이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두 아이는 허둥지둥 나무통 밖으로 빠져나왔다. 정어리처럼 통 속에 꼭 들어박힌 채 언제까지나 데굴데굴 굴러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다이아몬드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서 안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소리쳤다.
"아하!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북풍은 아무나 함부로 이 안에 들여보내지 않아. 여기는 우리 주인 나리 댁 정원이야.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샐 할머니네 집 벽에 구멍을 뚫은 다음 그 구멍에 입을 대고 '북풍, 제발 저를 데려가 주세요!' 하고 말하는 거야.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봐."
"알았어, 한번 해 볼게. 하지만 나는 이미 바람을 너무 많이 맞아 봤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더 맞고 싶지 않아."
"북풍을 맞으라는 게 아니라, 북풍을 따라가라는 거야."
"그 말이 그 말이잖아."
"아니, 달라.”
"똑같은 말이야.”
"북풍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알아."
"자꾸 그렇게 우기면 네 뺨을 때릴 수도 있어."
소녀가 다부지게 말했다.
- 그 말에 다이아몬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설령 소녀에게 뺨을 얻어맞는다고 해도 자신은 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상대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여자를 때릴 수는 없다. 여자가 예의 없이 굴어도 남자는 참아야 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그때는 그 자리를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국 다이아몬드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 소녀가 말했다.
"잘 가, 도련님."
그제야 다이아몬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를 내서 미안해. 이리 와 같이 들어가자. 우리 엄마가 아침을 차려 주실 거야."
"고맙지만 됐어. 나는 청소를 하러 가야 해. 벌써 아침이 밝았잖아."
"정말 안 됐다."
다이아몬드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인생은 지겨운 거야. 샐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것도 지겹고, 구멍 뚫린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도 이제는 신물이 나."
"그런데도 너는 어쩌면 그렇게 씩씩하니? 내가 너라면 죽고 말았을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죽긴 왜 죽어? 나는 언제나 다음에 일어날 일을 기대하는 편이야. 그래서 하나의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지. 그리고 나는 이 세상 어딘가에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행복한 사람은 틀림없이 있어. 하지만 마차를 타고 다니는 높은 신분의 나리들은 절대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야. 그들은 가끔씩 지독하게 굴어. 얼마나 쌀쌀맞은지 몰라. 자, 그럼 안녕!"
소녀는 언덕 위로 뛰어 올라가더니 곧 자취를 감추었다. 다이아몬드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닫고는 텃밭을 지나 마구간 쪽으로 달려갔다. 다이아몬드는 무척 기뻤다. 마침내 축복받은 자신의 침대에 무사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 "너 무척 용감해졌구나!"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 있는데 용감하다고 할 수는 없죠."
"내 머리카락 속으로 들어가는 게 더 낫지 않겠니? 거기서는 바람을 맞지 않을 거야. 이곳과는 달라."
"그건 당신 품 안에 있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서 하는 말씀이에요. 당신의 머리카락이랑 목덜미만 보면서 바람을 맞지 않는 것보다는 당신 품 안에서 바람을 맞는 편이 훨씬 더 좋아요."
"하지만 거기가 훨씬 편한 건 사실이잖아?"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편안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그렇긴 하지. 좋아, 지금부터는 너를 내 앞쪽에 두고 가겠어. 바람을 맞겠지만 심하지는 않을 거야. 한쪽 팔은 너를 보호하는 데 쓰면 되겠다. 배를 가라앉히는 데는 다른 한쪽 팔만 있어도 충분하니까."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닌가요, 북풍?"
"아니, 결코 그렇지 않아. 나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해."
- "당신과 헤어지는 건 싫지만, 그래도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불쌍한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까 봐 겁나요. 정말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배에는 착한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사실 나는 네가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듣는 걸 신경 쓰지 않아. 단지 그 기억이 오랫동안 네 작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까 봐 걱정될 뿐이란다."
다이아몬드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듣지 못할 거라고요. 설사 듣는다고 해도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거예요. 북풍 당신은 우리 둘이 절대로 물에 빠져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 노랫소리를 즐길 수 있지만요."
"너는 그 노래를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글쎄, 딱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노래는 자신이 모든 비명 소리를 삼켜 버릴 테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며 듣는 사람을 안심시킨단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다고요."
- 다이아몬드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마음이 다급해진 북풍이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절대 그렇지 않다고. 그 노래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고통까지 모두 삼켜서 그들 스스로 따라 부르게 할 거야. 틀림없어. 한 가지 사실을 더 알려 줄까? 내가 머리카락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때부터, 다시 말해 내 머리카락이 멀리멀리 뻗어 나가기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된 때부터 그 노랫소리는 점점 더 내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 그러니까 그 노래는 내가 듣기 몇천 년 전부터 있었던 거야."
"그 노래를 제대로 듣지 못했으면서 어떻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죠?"
다이아몬드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물었다.
"내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노랫소리는 점점 더 커졌거든. 그래서 내가 듣기 전부터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 나는 그리 나이가 많지 않아. 겨우 삼천 살에서 사천 살밖에 되지 않았어. 그 노랫소리를 처음 들은 건 아주 어릴 때였단다. 그때는 그게 나보다 훨씬 나이 많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내는 소리인 줄 알았어. 나는 노래를 못 부른단다. 아주 가끔 부를 때도 있지만, 하지만 내가 어떤 노래를 부를지는 나도 알 수 없어. 부르고 난 다음에야 어떤 노래였는지 알게 되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말이야. 그건 그렇고, 여기서 내리겠니?"
- 다이아몬드는 성인들이 북풍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는 걸 가만히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이아몬드가 아는 북풍은 절대로 장난을 칠 만큼 한가한 여인이 아니었다. 장난을 치기에는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여인이었다. 다이아몬드는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북풍 여인에게 성당은 장난을 칠 만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합니다! 이 기회에 우리가 성당에서 살고 있다는 걸 똑똑히 알게 해야 한다, 이 말입니다!"
누군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또 다른 성인이 한마디 거들었다.
"북풍 여인이 아주 큰 실수를 한 거요. 하긴 그 여인은 늘 이런 식이지요. 도대체 북풍 여인이 무슨 권리로 밤새 우리 창문을 심하게 두들겨 댄 겁니까? 아마 유리창이 몇 장은 깨졌을 거요. 내 파란 가운에도 빗물이 튀기고 그 위에 흙먼지까지 날아와 묻어서 아주 엉망이 되었소. 빨래를 하려면 돈이 꽤 들 거요."
- 다이아몬드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들이 성인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성당 건물의 관리인이나 청소부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이 한밤중에 일어나서 주교나 사제 옷을 훔쳐 입고 서로 거창하게 성인 이름을 부르는 것이 틀림없었다. 다이아몬드는 언젠가 아버지가 들려준 멍청하고 예의 없는 하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버지 말에 따르면, 그 하인들은 서로 귀족이니 귀부인이니 하고 부르면서 자기들이 모시는 주인 나리와 마님의 흉을 본다는 것이었다.
'감히 북풍을 헐뜯다니, 화가 나서 도저히 못 참겠군.'
다이아몬드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북풍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북풍은 자기 일에 충실한 분이라고요. 그분에게는 아저씨네 창문에 걸린 거미줄을 떼어 낼 권리가 충분히 있어요. 그게 그분이 할 일이에요. 북풍은 여기보다 더 훌륭한 곳도 한 번에 휩쓸며 청소해요. 제가 함께 다녔기 때문에 잘 알아요."
- "다이아몬드, 난 너를 저 작은 배에 태워 북쪽으로 데려갈 생각이야. 저 배는 바다를 누비는 배 가운데에서 가장 훌륭해. 자, 이제 배 위에 도착했다. 나는 너와 반대 방향으로 불 테고, 너는 나와 반대 방향으로 항해할 거야. 모든 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될 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선장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항해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항해를 계속할 테고, 우리도 그래야 해. 이제 너를 갑판에 내려 줄 ...
- 다이아몬드는 그곳 사람들이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다이아몬드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동안 몇몇 믿을 만한 사람들이 북풍의 뒤편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사람마다 달랐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곳이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 적이 있다.
- 그럼 이제부터 독자 여러분에게 북풍의 뒤편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친 두 사람이 보고한 내용을 소개하겠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헤로도토스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고 믿는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직접 그곳에 다녀왔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했다. 반대로 다른 한 명은 그곳에 다녀온 시골 소녀와 한 달 동안 함께 지내면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했다. 앞의 사람은 약 50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출신의 귀족이고, 뒤의 사람은 40여 년 전에 죽은 스코틀랜드의 양치기다.
- 이탈리아 사람의 이름은 듀란테인데, 이는 '영원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 그가 쓴 책을 간직할 자격을 지닌 사람이 있는 한, 그 책은 영원할 것이므로 듀란테라는 이름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듀란테는 차라리 쇳물이 부글부글 끓는 용광로에라도 뛰어들어 몸을 식히고 싶을 만큼 엄청나게 뜨거운 불길을 지나서 북풍의 뒤편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은 다이아몬드가 겪은 것과는 다르다.
- 모두가 왕처럼 왕관을 쓰거나 대사제처럼 주교관을 쓰고 지낸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으로 마무리 짓겠다.
- 어느 날, 다이아몬드는 그 나무 위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안절부절못했다. 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어머니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듀란테의 말에 따르면, 북풍의 뒤편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바라는 걸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선한 것을 바랐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의 바람은 집으로 돌아가는 선한 것이었고, 따라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북풍을 만날 수만 있다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가 북풍의 뒤편으로 들어서자마자 그 여인은 눈앞에서 사라졌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북풍은 여전히 문 앞에 앉아서 희고 창백한 얼굴에 푸른 눈으로 남쪽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시 커다란 몸집으로 변해 필요한 힘을 회복한 뒤 주어진 임무를 해내기 위해 떠났을 수도 있다. 아무튼 북풍은 어딘가에 있어야 마땅했다. 북풍이 도와주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다이아몬드로서는 반드시 찾아야만 했다. 북풍은 다이아몬드 어머니에게서 다이아몬드를 영원히 떼어 놓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알려 주어 다이아몬드로 하여금 선택하도록 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아는 북풍은 그 누구보다도 정직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년의 머릿속은 북풍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 다이아몬드는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에 날마다 나무 위에 올라가 나뭇가지에 걸터앉았다. 물론 그 나무에는 다른 사람들도 올라갔다.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많이 올라가더라도 서로 방해가 되는 일은 전혀 없었다. 나무에 올라가는 순간, 그 사람이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나무는 가지가 굉장히 넓게, 그리고 많이 퍼져 있어서 북풍의 뒤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올라가도 서로 조금도 방해가 되지 않고 앉아 있을 수 ...
- 거미는 소년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다가왔다. 그런데 어느새 거미의 몸집이 커져 있었다. 거미는 점점 더 커졌고, 점점 더 빨라졌다. 그러다 마침내 족제비로 변했다. 족제비는 미끄러지듯 달려서 다이아몬드를 한참 앞질렀다. 다이아몬드는 온 힘을 다해 족제비의 뒤를 쫓아갔다. 그런데 족제비도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고양이로 변했다. 다이아몬드는 이번에도 온 힘을 다해 고양이 뒤를 쫓아갔다. 다이아몬드가 1킬로미터쯤 쫓아갔을 때였다. 앞에서 달리던 고양이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여유 있게 앉아서 앞발로 얼굴을 닦으며 다이아몬드를 기다렸다. 그러다 다이아몬드가 가까이 다가오자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 고양이 뒤를 쫓아서 달려갔다. 그리하여 겨우 고양이를 따라잡았는데, 눈앞에는 고양이가 아니라 자그마한 치타가 있었다. 치타는 빠르게 달리다가 눈동자 같은 까만 점이 온몸에 얼룩덜룩 박혀 있는 재규어로 변했다. 얼마 뒤에 재규어는 벵골 호랑이로 바뀌었다. 다이아몬드는 치타든 재규어든 호랑이든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북풍의 뒤편에 다녀왔기 때문에 북풍이 무엇을 하든 어떻게 변하든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호랑이는 눈 덮인 벌판을 뛰어넘어 남쪽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러면서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 하얀 눈에 박힌 검은 점으로 변했다가 얼마 뒤 그 점마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다이아몬드는 이제 더 이상 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 결국 이런 논리에 따라 북풍은 콜먼 씨에게 주의를 주어 정직한 인간으로 되돌려 놓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투기사업인 배를 가라앉혔다. 그리하여 콜먼 씨는 아내와 세상 사람들로부터 '쫄딱 망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고가 난 배에는 콜먼 아가씨의 애인도 타고 있었다. 배가 가라앉으면서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콜먼 아가씨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데서 오는 슬픔 때문에 훌륭한 저택과 정원과 가구를 모두 잃은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아가씨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었다.
- 대부분의 경우 시련은 한꺼번에 닥쳐온다.
- 다이아몬드는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마차를 타고 바닷가에 나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 저절로 시장기가 돌았다. 어머니처럼 다이아몬드도 일주일 뒤에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북풍의 뒤편에서 꽤 오랫동안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지내보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음식이 사람 사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고도 충분히 살 수 있다.
- 어머니는 별다른 말 없이 음식을 먹은 뒤 아들을 부축해 걷는 연습을 시켰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얼마 걷지 않아서 금세 지치고 말았다. 그래도 짜증이 나거나 초조해하지 않았다. 따사로운 태양 아래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마음껏 뛰어다니지 못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이아몬드는 뽀송뽀송하게 마른 모래 위에 누웠다. 어머니는 아들의 몸에 숄을 덮어 주고는, 옆에 앉아 주머니 안에서 작은 일감을 꺼냈다. 다이아몬드의 눈이 깜박거렸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모로 누워 졸린 눈으로 모래사장을 바라보았다. 몇 미터 앞에 무언가가 펄럭거리고 있었다.
- 그날 뒤로, 꼬마 다이아몬드는 빠른 속도로 건강을 되찾아 갔다. 며칠이 지나자 언제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좋아졌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아버지가 가족을 위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뿐이었다. 그동안 돈을 약간 모은 아버지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새로운 일을 계획했다. 뜻하지 않은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아버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아버지에게는 블룸즈버리에 사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말과 마차를 마부에게 빌려 주고 임대료를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이아몬드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실패하고 돌아가던 길에 우연히 그 친구를 만났다.
- "이보게, 이제 자네도 사업을 해 보는 게 어떤가? 승합 마차를 운영해 보란 말일세."
친구의 제안에 다이아몬드의 아버지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럴 만한 돈이 있어야지."
"그래도 모아 둔 돈이 조금은 있을 것 아닌가? 그러지 말고 지금 당장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세. 내가 저렴한 가격에 임대할 수 있는 알맞은 말을 보여 줌세. 핸섬(hansom, 말 한 필이 끄는 2인승 이륜마차 : 옮긴이)용으로 불과 몇 주 전에 사들인 녀석인데, 내가 판단을 잘못했어. 골격이 너무 커서 왜건(보통 바퀴가 네 개이고 두 필 이상의 말이 끄는 마차 : 옮긴이)을 끌어야 할 것 같네. 핸섬과 왜건은 크게 다르지 않은가? 핸섬을 끌기엔 알맞지 않은 녀석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핸섬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바람처럼 쌩쌩 달리는 걸 좋아하는데, 녀석은 그 정도로 빨리 달리지 못해. 그러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네. 하지만 가족과 짐을 싣는 데 쓰는 사륜 왜건용으로는 적당하지. 작은 집 한 채를 끌 수 있을 만큼 힘이 장사거든. 비교적 싼 가격에 샀으니 자네에게도 싸게 넘겨주겠네."
- 친구의 말에 다이아몬드의 아버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고맙지만 됐네.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생각해 봐야지. 게다가 말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마차도 필요하잖나. 마차까지 사려면 돈이 꽤 많이 들 텐데, 나는 곤란하네."
그러나 친구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내가 가격을 잘 맞춰 준다니까? 어쨌거나 일단 가서 녀석을 보기나 하자고."
다이아몬드의 아버지는 마지못해 친구를 따라나서며 말했다.
"콜먼 나리 댁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나 다름없는 말과 헤어진 뒤로, 말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네. 정이 들 대로 든 말과 헤어지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야."
"그야 그렇지."
친구가 동정 어린 말투로 대꾸했다.
- 그런데 다이아몬드의 아버지에게 깜짝 놀랄 만한 기쁜 일이 일어났다. 친구를 따라서 마구간 안으로 들어선 순간, 아버지는 친구가 팔겠다는 말이 다름 아닌 큰 다이아몬드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살이 쏙 빠져서 뼈가 앙상하고 다리가 유난히 홀쭉해 보였지만, 틀림없는 큰 다이아몬드였다. 살이 빠진 이유는 아마도 이륜마차인 핸섬을 끌게 하려고 고된 훈련을 시켰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저 말은 핸섬용이 아니야!"
전직 마부인 다이아몬드의 아버지가 몹시 화난 어조로 말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저 녀석이 핸섬(handsome, 잘생겼다는 뜻 : 옮긴이)하지는 않지만 쓸 만한 녀석이야."
"누가 저 말이 핸섬하지 않다고 했어? 저 말은 지체 높은 신사를 태우는 마부가 볼 수 있는 말 가운데에서 가장 핸섬해!"
다이아몬드의 아버지는 목소리를 낮추어 덧붙였다.
"이런 취급을 당할 만한 말이 아니란..."
다이아몬드의 아버지는 말을 하다가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 날씨는 우중충했다. 다이아몬드 가족이 런던에 도착했을 즈음부터 굵은 빗방울이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집 안에는 따뜻한 난롯불이 타오르고 있어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난롯불은 술주정뱅이 남편을 둔 이웃집 아주머니가 다이아몬드의 가족을 위해 미리 피워 둔 것이었다. 이윽고 간식거리가 나왔고 난로 위의 주전자에서 물이 끓었다. 따뜻한 불과 맛있는 차와 빵과 버터가 있으므로 비참하다는 말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았다.
- 그런데도 다이아몬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전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소년의 가슴 한가운데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다이아몬드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래서는 안 돼. 고작 이런 일에 좌절할 수는 없어. 나는 북풍의 뒤편에 갔다 왔잖아. 그곳에서는 좋은 일만 생기지. 그러니 여기서도 모든 일이 좋게 되도록 노력해야만 돼. 괴롭고 불행한 상황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면 절대로 절망하는 일은 없을 거야.'
- 물론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이처럼 어려운 말을 쓰지는 않았다. 이런 말을 쓰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리다. 하지만 소년의 가슴속과 머릿속에 이와 비슷한 생각이 들어 있었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가슴과 머리가 동시에 움직이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내게 마련이다.
- 사실 다이아몬드의 가족은 달라진 환경을 무척 낯설어했다. 마구간은 샌드위치의 이모 집과 달랐고, 전에 살던 집과도 큰 차이가 있었다. 예전 집은 템스 강가에 있었다. 그래서 창밖을 내다보면 갈색과 노란색의 빳빳한 돛을 단 커다란 거룻배들이 작은 유람선처럼 한가로이 떠가고, 여덟 명 또는 열두 명의 사공이 노를 젓는 날씬하고 긴 배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이 깔린 지저분한 마당만 내다보일 뿐이었다. 거기에는 소년이 마음 내킬 때마다 달려 나가서 놀 수 있는 정원도 없었다. 울긋불긋 화사한 꽃들과 눈부신 햇살 아래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도 없었다. 침대 뒤쪽에 구멍 뚫린 판자벽도 없어서 북풍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도 없었다. 높은 벽과 주변을 둘러싼 여러 채의 집 때문에 북풍이 마구간 안으로 들어오는 일조차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북풍은 꼭 필요한 때 나타나서 주부들이 대청소를 하듯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 다이아몬드의 방은 침대 머리맡 쪽의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집 술주정뱅이 마부의 방과 붙어 있었다. 그 사람은 집에만 들어오면 아내와 싸우고 아이들을 때렸다. 칸막이 너머에서 술 취한 마부가 고래고래 소리치고, 아이들이 엉엉 울어 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다이아몬드는 몹시 괴로웠다. 하지만 괴롭다고 해서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꼬마 다이아몬드는 이미 북풍의 뒤편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 여러분 가운데에는 어린아이가 어떻게 그처럼 대견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믿기 어렵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독자는 다이아몬드가 북풍의 뒤편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이아몬드처럼 대견한 소년을 본 적이 없다는 건 북풍의 뒤편에 다녀온 소년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음을 뜻한다. 북풍의 뒤편에 다녀온 다이아몬드에게는 그 같은 의젓한 행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 다이아몬드가 북풍을 만나거나 북풍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마차를 모는 동안에도 다이아몬드는 북풍이 아니라 교차로의 청소부 소녀에 대한 생각만 했다. 이상하게도 그 소녀를 무척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건 하나도 없었다. 단지 바람을 등진 채 빗자루를 질질 끌며 달려가는 조그만 소녀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을 뿐이다. 그런데 소녀에 이어 북풍의 뒤편에서 런던 거리로 내려온 날 밤에 일어난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이 어렸을 때 꾸었던 꿈 같았다. 단지 북풍의 뒤편에 다녀왔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그곳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곰곰이 생각에 생각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그날 아침에 일어난 또 다른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사건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 뒤에 일어난 일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 결코 유쾌한 소리가 아니었지만 다이아몬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조금 있자 여인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아기의 비명 소리도 들렸다. 다이아몬드는 누군가가 나서서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다이아몬드 자신 뿐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직접 가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다이아몬드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위에는 마부의 방으로 이어진 통로가 없기 때문에 마당으로 나가서 옆집 문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문은 열려 있었다. 술에 취한 마부가 열어 놓은 게 틀림없었다. 다이아몬드는 문을 통과해 계단을 타고 조심스레 올라갔다. 소리가 잠잠했다. 아기의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다이아몬드는 그 소리를 쫓아서 방문을 찾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술주정뱅이 마부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두 팔을 양옆에 축 늘어뜨린 채 두 다리를 쭉 뻗어 발뒤꿈치만 바닥에 대고 앉아 있었다. 마부의 아내는 침대에 누워 담요를 두른 채 흐느꼈고, 아기는 요람에서 버둥거리며 울고 있었다. 그야말로 비참한 광경이었다.
- 아이들은 모두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저마다 곡괭이를 어깨에 메고 손에 삽을 든 채 한 명씩 돌아왔다. 아이들이 모두 모이자 대장이 그들을 언덕 맞은편으로 이끌고 갔다. 다이아몬드도 일어나서 그 뒤를 따라갔다.
- 이제 더 이상 장난을 치는 아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각자 흩어져서 허리를 숙인 채 땅만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다 가끔씩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굽혀 손으로 풀을 헤치기도 하고 땅바닥을 자세히 살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벌떡 일어서서 다시 걷기도 하고, 곡괭이를 꽉 움켜쥐고는 땅을 파기도 했다. 그러다 곡괭이를 옆에 내려놓고 삽을 집어 흙을 파냈다. 그러고는 슬픈 표정을 지은 채 다시 흙을 구덩이에 넣고 조그만 맨발로 단단히 다진 다음 앞으로 걸었다. 한참 동안 곡괭이질과 삽질을 한 끝에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구덩이 안에서 머리나 적어도 주먹 크기의 덩어리를 꺼내는 아이도 있었다. 덩어리 아래쪽에서 황금빛과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얼마나 밝은지 눈을 뜰 수없을 지경이었다. 덩어리에서는 황금빛과 푸른빛이 주로 나왔지만 아이들은 빨간빛과 초록빛과 보랏빛을 더 좋아했다. 아무튼 별 하나를 캘 때마다 어린 천사들은 삽과 곡괭이를 내려놓고 그 주위에 모여들어서 환호성을 올리고 갓 돋아난 날개를 퍼덕거리며 춤을 추었다.
- "오늘 밤엔 이곳에서 수업을 하자. 각자 흩어져서 땅을 파라."
아이들은 별을 자세히 살펴본 다음 한 명씩 차례로 무릎을 꿇고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았다.
- 겨우 발끝만 바닥에 댄 채 마부석에 앉아 있는 다이아몬드의 머릿속은 지난밤의 꿈 생각으로 복잡했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에 소홀하지는 않았다. 지금 다이아몬드가 해야 할 일은 별을 캐내는 게 아니라 큰 다이아몬드를 몰고 손님을 태우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것에 대해 생각하는 동시에 일상의 평범한 일을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풍의 뒤편에 다녀온 사람도 많지 않다.
- 그날은 마차 손님이 많지 않았다. 다이아몬드는 어머니가 털목도리에 두꺼운 외투를 입혀 주었는데도 추워서 덜덜 떨었다. 그러나 자존심이 있기에 몇몇 다른 마부들처럼 마차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다이아몬드는 마부라면 적어도 날씨에 상관없이 마부석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근처 저택에서 다이아몬드를 불렀다. 무거운 가방을 든 젊은 여인이 증기 여객선을 타기 위해 와핑으로 간다고 했다.
- 다이아몬드는 와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강 근처인 데다 난폭한 부랑자들이 우글거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나이팅게일 골목에서조차 방해꾼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곤욕을 치르지 않고 부두 입구까지 가서 손님을 내려 줄 수 있었다.
- "그럴 수 없으니까요."
"어째서 그럴 수 없어요?"
"깨어날 수 없으니까요. 나는 낮에 절대로 깨어나지 못해요. 그때까지는..."
공주는 말을 하다 말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어. 그러고는 몸을 돌려 집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지. 왕자는 용기를 내어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공주를 따라갔어. 공주가 돌아서서 물러가라는 몸짓을 하자 신사답게, 그리고 왕자답게 그 즉시 걸음을 멈추었지. 왕자는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공주는 다시 그 근처에 나타나지 않았어.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기다림에 지친 왕자는 할머니의 오두막을 향해 떠났단다.
- "구름이 달을 뒤덮는 바람에 사방이 아주 어두워졌어. 그런데 저택 안에서 갑자기 개가 짖어 대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지. 그랬더니 정원으로 통하는 문이 조금 전에는 닫혀 있었는데, 갑자기 확 열리는 거야. 내가 나가라고 열린 게 아니라 개가 요란하게 짖어 대며 뛰어들라고 열렸지. 순간적으로 나는 개한테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개한테 물리면 큰일 나잖아.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정원 모퉁이에 있는 자그마한 별채로 뛰어갔어. 그러자 개가 나를 쫓아왔는데, 녀석이 물기 전에 문을 쾅 닫아 버렸지. 별채에 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문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겠어? 안 그래?"
"네가 문을 원했기 때문에 꿈에서 문이 나타난 거야."
"아니야. 나는 원하지 않았어. 저절로 문이 나타났어. 문이 거기에 있었다고. 꿈속에서 말이야."
"그래, 바로 그거야. 나는 네가 나만큼이나 꿈을 믿을 거라고 생각했어."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그렇게 올가미를 씌우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어쨌든 별채에 들어서자 마음이 놓였어.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달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는데, 오직 창유리 한 곳에서만 빛이 들어오는 거야. 게다가 그 창유리는 바로 루비 색깔이었어. 이상하지 않니?"
"아니, 조금도."
"이젠 삐쳤나 보구나."
내니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 마침내 내니가 병원에서 나와도 될 만큼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들어오자, 다이아몬드는 뛸 듯이 기뻤다. 물론 내니는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의 어머니는 내니를 여러모로 보살피면서 힘든 일은 하지 못하게 말렸다. 만약 내니를 거리에서 바로 데려왔더라면 내니는 점잖은 집안에서 지내는 걸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고 배우려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병을 앓으면서 꽤 순수해졌고 병원에서 친절한 보살핌을 받았기 때문에 집안일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그리고 건강이 차츰 좋아지고 얼굴색이 돌아오면서 걸음이 가볍고 빨라졌으며 웃음도 밝아졌다. 이제 얼마 뒤면 내니는 집안일에 많은 도움을 줄 게 틀림없었다. 다이아몬드는 내니에게 아기 안는 법과 목욕시키고 옷 입히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내니는 서툴게 따라 했는데 실수를 할 때마다 두 아이는 함께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정답고 즐거워 보였다. 내니는 눈썰미가 좋아서 얼마 배우지 않았는데도 맡겨진 일을 다이아몬드만큼이나 아주 잘 해냈다.
- 그런데 루비를 데려온 바로 그날부터 다이아몬드의 아버지가 하는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마치 그 빨간 짐승이 들어오면서 나쁜 운이 따라 들어온 것 같았다. 무엇보다 손님도 줄고 돈벌이도 줄었다. 루비를 부리기 시작한 처음 일주일 동안은 그 전보다 수입이 약간 늘었지만 먹이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말이 두 필이어서 그만큼 부담이 컸다. 그런 데다 한 달이 지나자 루비는 다리까지 절뚝거렸다. 다이아몬드의 아버지는 그 뒤 한 달 내내 루비에게 일을 시킬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나는 다이아몬드의 아버지 요셉이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의 건강 또한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셉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는 말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그 한 달 동안 다이아몬드네 가족은 부족한 식량으로 빠듯하게 살았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일요일이 아니면 고기는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특히 가장 힘들게 일한 큰 다이아몬드는 가엾게도 가죽만 남을 정도로 몸이 비쩍 말랐다. 반대로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먹기만 하는 루비는 주교가 타고 다니는 말처럼 포동포동 살이 찌고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 북풍의 옷이 펄럭이는 바람에 보트들이 약하게 흔들거렸다. 조금 더 날아가자 강둑 주변에 우뚝우뚝 서 있는 집들이 보였다. 집집마다 아름다운 잔디와 웅장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곳은 지대가 너무 낮아서 풀과 나무뿌리가 물에 잠겨 있기도 했다. 다이아몬드는 북풍이 나무 사이를 날아갈 때 물속에서 자라는 풀을 내려다보았다. 북풍과 다이아몬드는 강에서 벗어나 커다란 저택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한 채 한 채가 몇 세기에 걸쳐 자라난 나무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은 한 채도 없었다.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 저자
- 조지 맥도널드
- 출판
- 시공주니어
- 출판일
- 200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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