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타냐 버브 / 제프리 버브 / 김성훈
출판 : 다른
출간 : 2019.02.07
집중이 잘 되지 않아 가벼운 책을 골랐다. 읽는 동안 이런저런 상상들을 해봤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내 일상 속에서 양자얽힘처럼 연결된 것들은 뭐가 있을까? 뭔가에 흥미를 느끼며 끌릴 때의 나는 그 대상에 따라 특정 행동이나 식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래서 둘 중 하나만 확인이 되어도 다른 한쪽이 예상 또는 관찰이 가능하다는 것?
혹은 이런 식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일상적인' 상태가 사실은 수많은 영향력들로 인해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는 상태라면?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물체에 맞을 수도 있었고, 각종 우연한 사고들에 휘말릴 수 있었는데 기적과도 같이 무사히 지나갔었다면? 내가 알지 못했기에 없었던 것이 되어버린 수많은 감사할 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므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모두에 대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싶다는 마음.
또는, 극단적인 가정이다. 선과 악 같은 대립적인 관념을 하나의 쌍으로 가정한다면 균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동률이 되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악들을 정화하기 위한 선이 존재한다면, 반대로 그런 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악이 존재할 수도 있다. 악의 소멸은 선도 악도 사라지는 순간에 찾아온다.
라는 등등은 개인적인 잡념들이었고, <만화로 보는 이해하면 이상한 양자역학>은 꽤 잘 만들어진 책이다. 부부로 보이는 저자들은 유쾌한 재담과 세심하게 설계된 구성으로 어렵고 복잡한 개념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 물론 이 '쉽다'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표현이다. 저자들이 예시로 들어주는 상황과 게임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들이 양자역학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양자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은 한 쌍의 서로 얽힌 양자를 '쿼인'이라는 용어로 부르며 이를 토스터기로 연결시킨 두 개의 동전으로 표현하는데, 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비유로 수많은 석학들의 주장을 재미있으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 나간다. 각 학자들의 핵심 이론과 관점 또한 잘 표현해 놓았으므로 -특히 캐릭터들이 실존 인물과 무척 닮았으므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해당 개념의 설명으로만 끝내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현 단계에서 우리가 양자역학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의 확장까지 시도한 점이 인상적이다. 양자컴퓨터에 관해서는 깊게 들어가지 않지만 여기에 관심이 생기는 분들은 <빛의 양자 컴퓨터>를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다.
즐거웠다.
- 걱정할 필요 없어. 어쨌거나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까. 기껏해야 만화 따위가 뭐 보여줄 게 있겠냐 이거지?
다른 것도 아니고 양자역학에 관해서 말이야!
- 그런데 이게 멘붕이 올 일이야? 난 그냥 '이게 뭐지?' 싶은데?
- 나더러 쿼인을 어느 조합으로 시작할지 고르라고? 좋아. 하나는 앞면, 다른 하나는 뒷면. 그렇지, 그렇게.
네가 쿼인을 하나만 던졌을 때 어느 면이 나올지 내가 예측할 수 있느냐고? 못하지. 그건 완전히 무작위니까. 어느 쪽 쿼인을 던지든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 대 50이야. 일반 코인과 똑같지.
- 한쪽을 고르라고? 좋아. 오른손에 있는 쿼인을 던져. 뒷면이 나온 쿼인 말이야. 좋아. 뒷면이 나왔나 보네.
이제 나머지 쿼인이 어느 면이 나올지 알 수 있겠느냐고? 쿼인역학에 따르면 그 쿼인은 첫 번째 쿼인과 같은 면이 나와야 해.
그럼 이제 대답은 '예측할 수 있다'가 되겠군. 맞아. 나 알아. 뒷면이 나올 거야.
그리고 너는 쿼인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알고 싶겠지. 알았다고.
- 그리고 쿼인 하나를 던졌을 때의 결과를 조작하는 방법도 네 가지밖에 없지.
어느 면에서 시작하든 앞면이 나오게 조작하거나, 뒷면이 나오게 조작하거나, 시작 면과 똑같이 나오게 조작하거나, 시작 면과 반대로 나오게 조작하거나.
- 만약 우리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토스트 기계에 장악당한 것이라면? 저것이 우리 두 사람에게 최면을 걸었다면? 어쩌면 우리가 처음 그걸 발견했을 때부터 그랬는지도 몰라. 저것이 우리의 잠재의식에 어떤 명령을 심어 놓은 건지도 모르지. 그래서 우리가 쿼인을 던질 때마다 각각의 쿼인을 특정한 시작 면으로 설정하게 만든 거야. 쿼인의 결과 면을 조작해 놓고 거기에 맞춰 우리가 미리 쿼인의 시작 면을 설정하도록 말이야.
-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쿼인의 시작 면 설정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모두 착각이지. 우리는 토스트 기계가 미리 결정해 놓은 사악한 계획을 자기도 모르게 실행하는 꼭두각시일 뿐이니까.
오싹하군.
- 자네가 뭣 때문에 어려워하는지 알지. 두 쿼인 중 어느 하나만 던졌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확실하지만 하나를 던지고 나면 나머지 쿼인의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기 어려운 거지? 자네는 스스로 이렇게 묻지. 만약 두 번째 쿼인을 던지기도 전에 그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분명 그 결과를 결정하는 어떤 실재하는 요소 또는 어떤 상태나 '조자인'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야.
- 앞서서 발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네는 이렇게 가정하지. 두 번째 쿼인의 결과는 정작 두 번째 쿼인을 어떤 식으로도 교란하지 않은 첫 번째 쿼인에서 실시된 쿼인 던지기 과정에 좌우된다고 말이야. 그럼 갑자기 자네는 이런 두려운 결론에 직면하게 될 거야. 'A'를 대상으로 이뤄진 어떤 행위 때문에 'B'에 있는 물리적 실재가 즉각적인 변화를 겪었다는 결론. 이런 생각만 해도 본능적으로 발끈하게 될걸!
- 쿼인을 던질 때마다 거의 똑같이 생긴 우주 복사본이 만들어져 나온다 이거예요? 오직 쿼인역학의 가능성을 실재화하기 위해서?
- 음, 아니죠. 2를 그 수만큼 제곱해야죠.
- 바로 그거지! 실재를 어중간한 상태의 가능성에서 명확한 현실로 바꾸어주는 것이 바로 쿼인 던지기 결과를 의식하는 행위라는 거야. 우리는 항상 세상을 두 부분으로 나눠야 해. 하는 쿼인이고, 다른 하나는 관찰자지.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임의적이지만 각각의 기술에서 분명 어딘가에는 그 경계가 그어져 있어야지.
- 쿼인역학은 얽힌 쿼인 사건에 관한 거라고. 목격자가 쿼인과 상호작용해서 한 결과나 다른 결과를 관찰하는 순간 상황은 끝나지. 사건 종결이라고! 쿼인을 이 상태나 저 상태로 붕괴시키는 범인은 바로 목격자야.
-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집단 심리치료 받으러. 이걸로도 못 고치면 가망 없는 거지.
- 나는 의식이 근본적인 거라 생각합니다. 물질은 의식의 파생물이라 생각해요.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분명 상담할 게 더 많이 남기는 했는데 시간이 다 되었군요. 걱정 마세요.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는 법이니까. 다음 분!
- 한 가지 확인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쿼인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쿼인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세요.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2개의 쿼인을 뒷면으로 던졌더니 양쪽 모두 앞면이 나왔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적절합니다. 하지만 현상의 밑바탕에 있는 근본적 실재의 독립적 상태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싶은 유혹은 이겨야 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분명 쿼인들의 결과가 그냥 우연은 아니라는 거죠.
- 이제 우리 중 그 누구도 우리 친구가 저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가 쿼인을 던졌을까요, 아닐까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제 제가 던질 쿼인의 시작 면을 마음대로 선택합니다. 만약 안쪽에서 먼저 쿼인을 던졌다면 제 쿼인은 안에서 쿼인을 설정한 결과에 맞추려면 특정한 면이 나와야겠죠. 그리고 안쪽에서 쿼인을 던지지 않았고 사실은 제가 먼저 던진 것이라면 안쪽에서 쿼인을 던질 때 그의 쿼인은 제가 쿼인을 던진 설정과 결과에 맞추는 방식으로 떨어져야 할 것입니다.
- 이 경우는 제 쿼인에서 그의 쿼인으로 영향력이 흘러가지요. 따라서 인과의 방향을 이해하려면, 즉 어느 쿼인이 어떤 쿼인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누가 쿼인을 먼저 던졌나?"라는 단순한 질문의 답을 알아야 합니다.
- 그렇지만 말입니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별개의 두 사건이 공간적으로 떨어져 일어나는 경우 그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절대적인 의미로 말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공간적으로 떨어진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기준틀 frame of reference에 달려 있죠. 이 경우 "누가 쿼인을 먼저 던졌나?"라는 질문에 객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그리고 "누가 쿼인을 먼저 던졌나?"라는 질문에 답이 없으면 "어느 쪽이 어느 쪽의 원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쿼인이 쿼인역학을 따르게 만든 그 어떤 원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주 웃기는 말이죠!
- 사건의 실제 순서를 반영하는 '우선적' 기준틀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이쪽? 그런 경우 인과의 방향은 B에서 A로 가죠.
그러니까 우선적 기준틀이 아닌 다른 기준틀에서는 그 결과가,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쿼인 'A'를 던진 결과가 그 원인, 즉 쿼인 'B'를 던진 결과보다 먼저 일어날 수 있다는 건가요?
- 쿼인에 관한 한 언어는 시적인 의미로만 사용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시가 하는 일은 사실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죠.
- 자연이 본질적으로 인과론적이라는 근본적 이상에 제기된 의문 때문이었죠! 이런 의문은 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함축되어 있었습니다. 쿼인을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공간 속에 실재가 존재하고, 이 실재는 기정사실이며, 실재의 모든 측면을 임의의 시간에 바라보고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는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관점은 포기해야만 할 순진한 관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 저 빛을 통과하면 당신이 아는 것을 이브도 다 안다고! 당신이 주사위를 굴렸을 때 어떻게 떨어졌는지 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깜박하고 있나 본데, 이브가 이렇게 말했어. "단, 주사위의 결과를 내 천리안을 지나 나 모르게 전달해야 할지니." 당신이 그녀의 눈앞을 걸어가는데 주사위 결과를 알고 있다면 그녀도 알게 될 거라고. 그리고 당신이 레버를 돌리기 전에 그녀가 그 결과를 알게 되면 당신들 둘 다 그걸로 세상과는 안녕이야.
- 이런 실수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냐. 반대편에서 무언가를 눈으로 보려면 그 빛이 이브의 눈앞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인 걸 다들 깜박하니까. 천리안이 괜히 '천리안'이 아니야.
- 만약 내 쿼인이 앞면이 나왔으면 주사위 결과를 나온 그대로 말하고, 뒷면이 나왔으면 반대로 말하라고? 하지만 그럼 이브가 내 말을 들을 거 아냐! 잠깐, 이브가 내 말을 듣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군. 내 쿼인이 어느 면으로 나왔는지 모르니까 메시지를 해독할 암호가 없는 거야!
- 만약 이브가 쿼인이 밥에게 넘어가기 전에 몰래 가로채서 던져본다면(그래서 그 쿼인들의 얽힘을 끝낸다면), 밥의 쿼인 던지기와 앨리스의 쿼인 던지기는 기이한 상관관계로 얽히지 않을 거야. 이브는 또한 기이한 상관관계를 보존하는 조작된 쿼인으로 밥의 쿼인을 대체할 수도 없지.(벨의 정리)
- 두 사람이 많은 양의 쿼인 세트를 나누어 가진 뒤 한 쌍을 무작위 표본으로 골라서 각자가 앞면이나 뒷면으로 시작해서 무작위로 던져 봐. 만약 이 표본이 기이한 상관관계로 얽혀 있다면 이브가 쿼인에 장난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지. 그럼 이들은 세트에서 남은 쿼인을 뒷면으로 던져서 조화된 완전한 무작위 보안 암호를 만들어낼 수 있어. 만약 무작위 표본이 기이한 상관관계로 얽히지 않았다면 이브가 쿼인에 장난을 친 것이라 가정하고 거기서 멈추면 돼!
- 그리고 이번에는 두 쌍의 쿼인을 나눠 가진 후에 앞면이 위로 오게 해서 각자 두 개의 쿼인을 던져. 한 사람이 앞면이 딱 한 번만 나왔다면 다른 사람도 앞면이 정확히 한 번 나왔겠지. 이 경우 우리 둘 다 앞면이 홀수 번 나올 것이고, 둘 다 똑같은 짝수-홀수 진영에 속하게 될 거야.
- 그리고 만약 한 사람이 앞면이 두 번 나왔다면 다른 사람은 앞면이 0번 나왔을 테고, 이 경우 우리는 둘 다 앞면이 짝수 번 나오는 결과가 되지. 따라서 이번에도 역시 우리는 같은 진영에 속하게 되는 거야.
- 쿼인 쌍을 앞면이 위로 오게 해서 몇 번을 던지든 이것은 항상 통하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쿼인을 홀수 번 던지면 우리는 서로 다른 짝수-홀수 진영에 속하게 되고, 쿼인을 짝수 번 던지면 우리는 같은 짝수-홀수 진영에 속하게 되지.
- 따라서 만약 우리가 같은 진영에 속해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가 앞면/앞면 쿼인 던지기를 짝수 번만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그리고 우리가 서로 진영이 다르다면 쿼인을 홀 수 번 던진 거고.
- 만약 쿼인을 던질 때 앞면/앞면이 아니라 뒷면/뒷면, 앞면/뒷면처럼 다른 조합으로 던진다면 항상 서로 같은 면이 나와야 할 거야. 따라서 앞면/앞면이 아닌 쿼인 던지기에서는 한 사람이 앞면이 짝수 번 나왔다면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고, 한 사람이 앞면이 홀수 번 나오면 다른 사람도 그럴 거야. 그러니까 앞면/앞면이 아닌 쿼인 던지기에서는 항상 서로 같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같은 짝수-홀수 진영인지에 아무 변화가 없을 거라는 거지. 그리고 마찬가지로 앞면/앞면이 아닌 쿼인 던지기에서는 우리가 다른 진영인지에도 변화를 주지 않을 거야.
- 따라서 우리가 똑같은 짝수-홀수 진영에 속해 있다면 앞면/앞면 쿼인 던지기를 분명 짝수 번 했다는 의미고,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해 있다면 앞면/앞면 쿼인 던지기를 홀수 번 했다는 얘기가 되지. 우리가 쿼인을 몇 번이나 던졌든, 어느 면으로 시작했든 상관없이.
- 무슨 생각 하냐고? 아무래도 네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나 생각하지. 세상 상관없는 너의 그 이상하고 난해하고 학술적인 주장을 이용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생각을 하고 있어. 가끔은 네가 신발 끈은 어떻게 묶나 궁금하다니까.
- 잠깐. 뭔가 생각이 났어. 우리가 이 게임을 하는데 각자 다섯 레인에서 레인별로 같은 쌍의 얽힌 쿼인을 던져 본다고 해봐. 만약 레인의 숫자가 1이면 윗면에서 시작해서 쿼인을 던져. 만약 레인의 숫자가 0이면 뒷면에서 시작하고. 다섯 레인 모두에서 쿼인을 던지고 나면 네가 1비트의 코인을 이용해서 네가 짝수 진영인지, 홀수 진영인지 알려줘. 코인이 0이면 네가 짝수 진영이라는 의미고, 코인이 1이면 네가 홀수 진영이라는 의미야. 만약 우리가 같은 진영에 있다면 1의 쌍이 짝수 개 있다는 의미가 돼. 만약 진영이 다르다면 홀수라는 의미고. 여기서 우리는 코인을 1비트만 썼고, 남은 코인이 두 배로 불어나니까 매번 10비트의 쿼인을 갖고 나갈 수 있겠군! 끝내준다! 무조건 따는 거야!
- 아하, 양자전송 quantum teleportation에 대해 구석구석 둘러보는 중이로군. 그럼 어떤 물체의 양자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 물체를 측정하면 필연적으로 그 상태가 무작위로 변한다는 사실을 배웠겠네. 아주 재미있는 주제지.
- 알려지지 않은 양자 상태는 복사할 수 없음을 증명한 복사불가정리 no cloning theorem는 어땠어?
-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 한 장소에서 물체 하나를 비물질화 dematerialize 한 다음 그 물체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다른 곳으로 전송해서 물질화할 수 있다고 해도, 광자 하나의 편광 방향을 무한한 정확도로 명시하려고만 해도 무한한 양의 데이터를 전송해야 할 거라고 말이야. 놀라운 게 뭐냐면 얽힘을 이용하면 1비트의 정보만 보내도 양자 상태를 전송할 수 있다는 거야.
- 좋아.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보자. 우리는 '스팍' 쿼인을 만들었어. 그리고 이어서 얽힌 쿼인 한 쌍을 만들었지. 내가 '스팍'을 위한 일종의 순간이동 포털로 사용하기 위해 쿼인 중 하나를 저기로 가져갔어. 하지만 사실 이것을 은하 정반대 편으로 가져갔어도 상관없었겠어. 그리고 다음에는 네가 갖고 있던 쿼인과 '스팍'을 토스트 기계에 집어넣었어. 네가 그것을 하는 순간 '스팍' 쿼인은 동시에 자신의 스팍 영혼을 잃고 네 쿼인과 '얽힘'되거나 '얽힘'되었지. 원래는 쿼인이었지만 지금은 아닌 우리의 코인 2개는 더는 '얽힘'되어 있지 않아. 너의 코인 2개가 '얽힘'되었느냐 '얽힘'되었느냐에 따라 내 포털 쿼인이 즉각적으로 '스팍' 쿼인, 또는 '스팍'이 돼버렸기 때문이지. 나는 어느 쪽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순간이동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네가 새로 만든 쿼인을 던져서 어느 쪽인지 알아낸 다음 그 메시지를 내게 보내야 했지. 만약 '얽힘'된 거라면 내 기존의 쿼인은 이미 '스팍' 쿼인이고, 그것으로 순간 이동은 끝이지. 만약 '얽힘'된 거라면 나는 내 '스팍' 쿼인을 상태 전환기에 넣어서 '스팍' 쿼인으로 바꿀 거야. 바꿔 말하면 스팍의 영혼이 한쪽에서 파괴된 후에 임의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포털 쿼인에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부활' 또는 '부활'된 거지.
방금 이런 일이 일어났던 거 맞아?
하지만 그걸로 뭘 할 수 있는데?
-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가능하다면 이런 생각에 빠져 있지 말자. 자칫 아직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한 막다른 골목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리처드 파인먼
- "양자론 이야기를 처음 듣고 충격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닐스 보어
- "신이 쥐고 있는 카드를 훔쳐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고 텔레파시(현재의 양자론은 신에게 이런 것을 요구하니까) 를 사용한다는 것을 나로서는 단 한순간도 믿을 수 없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바늘 끝에 천사가 몇 명이나 앉을 수 있느냐는 오랜 질문을 두고 머리를 싸매는 것이 무의미하듯, 무언가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는데 그것이 과연 존재하는지를 두고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 볼프강 파울리
- "정말로 자연이 이 원자 실험에서 보듯 그렇게 터무니없을 수 있단 말인가?"
- 베르너 하이젠 베르크
- "애초에 일상적인 추론에서 기인한 부분인 '존재의 독립성 independence of the existence', 즉 공간 속의 또 다른 사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의 '조자인 So-Sein'을 가정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익숙한 의미로서의 물리학적 사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양자론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비판은 주로 단순한 관찰 행위에 의해 극적인 상태 변화가 유발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상관관계로 얽힌 계가 서로 멀리 떨어져 관찰 순간에는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관찰이 이뤄지는 경우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한 번은 그가 자신의 느낌을 이렇듯 흥미롭게 표현한 적이 있다. 생쥐 한 마리가 그저 우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주에 그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는 믿지 못하겠다고."
- 휴 에버렛
- "기술자란 물건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이해하지 못해도 그것을 작동시키는 사람이다."
- 니콜라 지생
- "당신이 이 블로그에서 딱 한 가지 정보만 가져가야 한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양자컴퓨터는 그저 가능한 모든 해를 동시에 시도해서 어려운 탐색 문제 search problem를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 스콧 애런슨의 블로그 모토
- "나중에 한 기자가 내게 육체만이 아니라 영혼도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물어보길래 이렇게 대답했다. '영혼만 가능합니다.' 이 대답조차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말한 것이다."
- 애셔 페레스
- 쿼인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리학자 존 벨 John Bell은 1964년에 이와 비슷한 수수께끼 같은 양자 상관관계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는 인과적 설명이 존재할 수 없음을 증명해 냈다! 이 믿기 어려운 결과를 두고 물리학자 알랭 아스펙트 Alain Aspect는 '물리학 역사상 가장 놀라운 논문 중 하나'라고 했고, 과학저술가 존 호건 John Horgan은 '가장 심오한 과학적 발견'이라고 했다.
- 우리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두 사건의 상관관계는 당연히 두 사건을 동시에 일으킨 공통의 원인 때문에 생긴 것으로 설명하거나, 아니면 한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인과적 영향이 옮겨가서 생긴 것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벨은 4개의 경우 중 3개 이상에서 기이한 관계가 일어나게 마든 공통 원인이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각각 완전히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측정에 반응하는 광자나 전자의 쌍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 그보다 양자컴퓨터는 어떤 문제를 고전적 컴퓨터보다 더 적은 단계를 거쳐 해결할 수 있는 존재다. 양자컴퓨터는 물어보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은 계산해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반면, 고전적 컴퓨터는 문제를 풀려면 물어보지 않은 질문까지도 다 풀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P 또는 Q 또는 R 또는..."라는 진술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고 싶은데 개개의 요소들이 참인지 거짓인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해보자. 고전적 컴퓨터에서 이것들 알아내려면 참인 요소 하나를 찾을 때까지, 또는 모든 요소가 거짓임이 밝혀질 때까지 각각의 요소들을 다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 그래서 컴퓨터는 일반적으로 당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어떤 진술이 참인지 거짓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신이 별로 관심 없는 수많은 참/거짓 질문을 모두 계산해서 저장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기이한 상관관계를 이용해서 각각의 요소들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들을 우회할 수 있다.
- 슈뢰딩거는 자신의 모험을 스스로 선택하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이런 말로 요약한다.
"그럼 당신의 쿼인역학이 옳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이것이 전체에 부여하는 상태가 그 부분들에게 명확한 상태를 할당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고 있으니까요."
-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원자핵 안에서는 흐릿해지는 것이 우리를 성가시게 만들지 않는다."
- "두 물체 A와 B의 예상 목록이 일시적 상호작용을 통해 얽히게 되었다고 해보자. 이제 두 물체를 다시 떨어뜨려 놓는다. 그러고 나서 내가 그중 하나, 이를테면 B를 가져다가 연속적 측정을 통해 그에 대한 나의 지식(최대보다 못한 상태가 된)을 다시 최대로 되돌려 놓는다. 감히 주장하건대 그전에는 불가능하겠지만 이것에 성공하는 순간, 우선 얽힘이 즉각적으로 해소될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B의 측정을 통해 A에 대해 최대의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작동 중인 조건적 관계를 이용해서 말이다."
- 슈뢰딩거는 우리가 그저 어떤 변수의 값을 모른다는 이유 만으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indeterminacy이 생겨날 수는 없음을 보여준 후에 이렇게 묻고 있다.
"그럼 무엇이 남는가?"
- "지금 군림하고 있는 독트린(코펜하겐 해석)은 인식론 epistemology에 호소함으로써 이 대단히 어려운 딜레마로부터 자기 자신을, 또는 우리를 구원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적 대상의 상태와 내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 또는 그것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을 따로 구별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는 본질적으로 자각, 관찰, 측정만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 것들을 통해 내가 어느 주어진 순간에 한 물리적 대상의 상태에 대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습득 가능한 최대의 지식을 입수했다면 더는 그 어떤 관찰로도 그 대상에 대한 내 지식을 확장할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될 테니 나는 그 '실제 상태'에 대해 더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고개를 돌릴 수 있을 것이다."
- 다음은 오토 슈테른 Otto Stern이 레스 요스트 Res Jost와 한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그리고 ... 아시다시피 파울리는 파울리 효과 때문에 우리 실험실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유명한 파울리 효과를 모르세요?"
- 파울리 효과 Pauli effect. 파울리 효과란 파울리가 실험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실험 장비에 어떤 이상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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