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이덕주] 카이스트 명상 수업 - 카이스트 학생들의 마음을 재건해준 명강의

일루젼 2023. 6. 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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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덕주
출판 : 위즈덤하우스 
출간 : 2022.01.26 


       

이공계의 대표 주자인 카이스트에 설립된 명상 수업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한 번 읽어보고 싶어져서 인터넷 서점으로 책을 주문했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려도 책이 도착하지 않아 확인해 보니, 어쩐 일인지 친구네 집으로 배송되어 있었다. 아마도 주문 시에 주소를 잘못 선택했던 모양인데 우연치고는 신기한 실수였다. 마침 그 친구가 이 책을 읽어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깜짝 선물을 한 셈 치기로 했다.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가볍고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명상의 실천 방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어설프게 혼자 시도했다가 명상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듯하다. 저자는 명상을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과 인도를 통해 접하기를 권하며, 책의 전반에 걸쳐 명상이 줄 수 있는 이로움에 관한 과학적 근거와 실제 수강생들의 체험담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각 잡고 명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기 자신을 마주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모든 순간이 명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물론 그에 익숙해지기 위해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고 자세를 잡는 명상 연습이 좋은 시작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저자가 권하는 정도의 자기 성찰과 감정-기억 흘려보내기는 눈뜨자마자의 잠시, 혹은 잠들기 전의 잠시로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가적으로 호기심이 생기는 분들은 코세라에 오픈되어 있다는 저자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은 직접 읽는 것보다는 주변에 명상을 권하고 싶은 이들에게 선물하는 용도로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일 말이 필요하다면 '스티브 잡스도 매일 했다더라' 정도면 적절할 듯 싶다.  

 


   

-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만 해온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요구였다. 하지만 갑자기 어떻게 인성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요구를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연계할 수 있을까, 참으로 난감하고 막막했다. 

 

- 상담센터 담당자를 찾아갔을 때 담당자는 '센터에 찾아오는 학생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상담실에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 인성교육을 아예 과목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신청하기도 쉽고, 그러다 보면 학교 분위기도 바뀌고 급한 숨통이라도 틔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담당 교수님 섭외가 난감했다. 인문사회 관련 학과에서 과목으로 개설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 과에서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리더십센터 관계자가 조언을 해주었다. 
"교수님이 명상을 하셨으니 직접 가르쳐보세요."

 

- 내가 배운 명상을 만드신 스승님 생각이 났다. 스승님은 "나는 제자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스승을 만들려고 한다"라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당시 명상을 안내하는 분들 사무실엔 '스승은 가짐이 없어야 한다'로 시작하는 스승님의 시가 붙어 있었다. 그분들은 항상 시를 읽으며 명상을 안내하는 마음을 돌아본다고 했다. 

- "스승은 마음이 없어야 한다. 스승은 가르침이 없어야 한다..."

 

- 이 시를 읽는 내내 나도 마음이 숙연해졌다. 스승님이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그 진심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읽은 지 십 년이 넘었던 그 시가 수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칫 조급해지거나 욕심을 부리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나의 섣부른 생각을 무책임하게 전할까 봐 두려웠다. 가르치려 들거나 아는 소리를 할까 봐 두려웠고, 학생들에게 명상의 본령을 그릇 전할까 봐 두려웠다.

 

- 선생은 가르치는 사람이고, 학생은 배움을 얻는 입장이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 위계적 입장에서 어느새 나는 어디서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늘 내 방식대로 준비하고, 강의하고, 평가하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옳다고 생각해 왔다. 나의 고정관념과 사고의 틀, 한계를 스스로 용인하고 있었다. 나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던가, 학생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했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학생들로부터 배워야 했다. 나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고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늘 나 자신을 돌아봐야 가능한 것이었다. 나부터 매일 명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교과목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학교 내의 여러 교수님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저명한 뇌과학, 철학과 교수님과 상담전문가를 강의에 초빙하기도 했다. 비록 한 차례 씩의 특강이기는 했지만 여러 전공 교수님이 함께하는 수업이 되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저절로 학문 간 융합의 장이 되었다. 

 

- 이렇게 같은 렌즈를 통해 사진을 찍지만 그 기능에 따라 다르게 찍히듯이, 사람도 눈을 통해 사물을 보지만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달라서 다 다르게 보인다. 심지어 현실과는 전혀 다른 기억을 떠안고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 여행을 갈 때도 나중에 이야기하다 보면 장소는 같아도 서로 다른 곳에 있었던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몸은 함께 있어도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다. 자기 마음에 따라 세상도 다르게 보고 느낀다. 

 

- 사람은 단 1초를 보고도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어 뇌 속에 남긴다. 마음속에 남기는 것이다. 남길 때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과 관념 등을 총동원해 필터링한 뒤 그것이 실제 모습이라고 여기고 기억 속에 저장한다. 이것이 '기억된 생각'이다. 기억된 생각의 특징을 앞서 학생들의 과제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첫째, 학생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내 모습을 떠올린 그 순간, 학생들의 기억 속 나는 실제의 내가 아니다.
둘째, 사람은 누구나 같은 사물에 대해 각각 다른 관념으로 다양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 관념은 살면서 쌓아온 기억을 토대로 평가하고 판단한 것일 뿐이다. 
셋째, 만약 시간이 흘러 더 많은 기억이 축적되면 어떻게 될까? 다른 관념과 감정이 덧씌워져 나만의 생각이 확고해진다. 
넷째, 그래서 내 기억 속 사진들은 허상이며, 버리면 없어지는 가짜다. 이것을 인지하는 게 명상의 출발점이다. 

 

- 어떤 학생은 자신의 상태와 비슷한 점에 위안을 얻었고,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처럼 들렸다고 했다. 

 

- 학생들은 초음속 전투기가 최단 시간에 고공으로 올라가는 원리에도 공감했다. 전투기는 실제 전투에서 적기가 나타나면 초음속으로 최단 시간 상승 비행해야 한다. 상공으로 빨리 올라가는 방법은 처음에는 위로 올라가다가 어느 고도에서 기수(비행기 머리)를 낮추는 것이다. 당장은 고도를 희생하는 것 같고 후퇴하는 것 같지만, 고도를 낮추면 그 에너지로 마하(음속)의 벽을 뚫고 다시 힘차게 한꺼번에 올라갈 수 있다. 

 

- 옆의 QR코드에 접속하면, 영국의 대표적인 종합일간지 <가디언>의 '스킨헤드' 광고가 나온다. 1986년에 공개된 이후 최고의 광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관점의 중요성을 부각한 영상이다. 영상의 첫 번째 부분을 보면 스킨헤드 남성이 도망가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부분은 모자 쓴 남자의 가방을 빼앗으려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세 번째 부분을 보면 이 남자가 모자 쓴 남자를 구하려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본 세상은 옳았을까.  

 

- 내 안에 무엇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긍정적인 마음이 있는가 아니면 부정적인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가. 이 마음은 남에게 있지 않고 바로 나한테만 있다. 그리고 생각만 반복한 것이 아니라, 행동도 습관적으로 반복해 왔다. 내가 한 생각이나 행동은 고스란히 나에게 남아 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다 내 안에 있다. 다행인 건 내 안에 있는 것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없앨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오래전, 모두가 힘겨운 시간 속에서 열린 카이스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을 때 보았던 바로 그 희망이다. 

 

- 카이스트 명상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은 의식과 관점이 변화되고 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고 했다. 실제로 학업에도 도움이 되었다.

 

- 가장 기뻤던 것은 '방황하지 않게 되었다'라는 학생의 말이었다. 언제든 마음의 조건은 생길 수 있지만, 그럴 때마다 바로 그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나는 마음의 힘을 믿는다. 마음이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 백홍채 박사의 허락을 받아 옮긴다.
'인간의 눈 뒤쪽에 위치한 1.4kg의 뇌라는 장기는 정신세계와 물질세계의 핵심적이고 유일한 접점으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마지막 열쇠처럼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뇌과학에 의하면 자기가 살아온 삶은 뇌 안에 1,000억 개에 달하는 뉴런의 연결망 회로로 프로그램화되어 메모리 장치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으며 현재 나의 사고방식, 행동, 성격 등 전반적인 생활방식을 컨트롤한다.' 

 

- 뇌 역시 에너지를 쓰는 하나의 생체 기관으로서, 이미 형성된 네트워크 회로가 있다면 계속해서 그 패러다임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상 유리하기 때문에(물론 강한 외부 자극이나 동기유발에 의해 충분히 새로 생성되고 변화할 수 있지만), 외부의 메시지와 자신의 뇌 회로 해석이 일치하지 않으면 새로운 뇌 회로 네트워크가 생성되기보다는 기존에 사용하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크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융통성이 점점 없어지게 되는 원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마음의 세계가 더욱 견고해져 가는 것이다. 

- 결과적으로 사람은 각자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뇌에서 각각의 서로 다른 인지회로를 형성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인지회로를 통해 세상을 인식할 뿐, 그 누구도 세상을 정확히 보고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 눈과 뇌 사이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다. 눈은 뇌 전두엽 앞부분에 위치한 기관인데,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중추가 눈과 가깝게 있지 않고, 후두부 쪽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인식한 시각 정보는 시신경을 타고 멀리 뇌 뒤쪽 후두엽까지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입력된 정보는 뇌의 해석을 거친다. 우리의 눈은 단순히 사진기처럼 이미지를 그대로 뇌로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는 뇌에서 편집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같은 대상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지한다. 

 

- 테일러 교수의 체험은 인간이 좌뇌에 저장된 과거의 데이터에 가려서 실재하는 현재 세상인 자연과 우주를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비로소 자연과 우주를 감각할 수 있었음을 말해준다. 테일러 교수의 경험은 일반인이 체험하기 힘든 매우 특별한 사례다. 첨단 뇌과학은 인간이 실제 세상을 그대로 인지하지 못하며 뇌의 작용에 의해 잘못 인지된 세상을 인식하고 그것에 반응하며 살고 있다는 것까지는 밝혀 놓았지만, 어떻게 그것으로부터 벗어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2004년 미국의 뇌신경과학자들과 달라이 라마의 만남으로 시작된 마음과 뇌에 관한 관심은 서구의 많은 연구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도 마음과 뇌과학에 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미국 앨런 뇌과학 연구소 크리스토프 코흐 Christof Koch 박사는 "명상과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는 것은 명상의 혜택을 받는 것과 같지 않고 지혜를 얻는 것과 같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즉 명상을 뇌과학으로 연구해서 아는 것은 명상 효과를 보는 것도, 지혜를 얻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 명상의 경험은 철저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테일러 교수가 지극한 마음의 평온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테일러 교수의 것이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뇌과학자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과학자 자신은 실제로 명상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숙련된 명상가를 연구실에 초청해 머리사방에 전극을 꽂고는, 명상을 해보라고 하고 그 뒤에 일어나는 뇌활동을 관찰한다." 뇌 활동 관찰에 앞서 각자가 통찰을 경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 나도 명상을 하다 보니 뇌과학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논문도 함께 써보고, 뇌파 검사를 받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명확히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연구가 나온다고 해도 개인이 자기 삶을 돌아보고 변화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기의 삶을 살고 있다. 연구와 지표가 분석해 줄 수 있는 것은 마음과 뇌과학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로워지고 매일매일 일깨움을 얻고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지표 너머에 있다. 

- 사람들이 이 책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일상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명상 실천 요령일지도 모른다. 나도 예전에 나를 바꿔보려고 애쓰며, 이런저런 책도 보고 혼자 해볼 수 있는 걸 찾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바뀌지는 않았다. 

- 명상은 열 길 물속보다 더 깊은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그리고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코끼리를 아는 것이 목적인데 코끼리의 발만 살짝 구경하고 끝난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진짜 코끼리를 모를 수도 있다. 그 사람은 살짝 본 코끼리 발이 코끼리의 전부라고 믿게 될 것이다. 코끼리를 아는 기쁨과 즐거움도 모른 채 글을 읽고 책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명상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게 명상이다. 그러나 자기를 돌아본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 무엇보다 자기보다는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직업을 가진 그들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그 어떤 마음의 짐이나 고통도 받지 않기를 바란다.

- <의료인을 위한 명상>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첫째로는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고, 둘째로는 병이 찾아온다 해도 당당히 맞서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너나없이 겪어야 할 그 길에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이들이 바로 의료인이다.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헤아려줄 수 있는 의료인들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세상은 안전하고 편안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진부터 여유롭고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를 겪으며 의료인들의 역할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의사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명상을 한 의사들이 '의료인들을 위한 명상캠프'를 열었다. 2019년 3월 '행복한 의사가 세상을 밝게 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연 첫 캠프에는 20여 명의 각 분야 의사들이 참가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의료인들은 함께 명상을 하며 해결 방안을 찾아갔다. 의료인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상시적인 명상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 <환자들을 위한 명상>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병과 동거를 한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관리를 잘해서 더 건강해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크든 작든 병을 안고 산다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병명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입원, 수술 등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받는 심리적인 충격이나 상처는 치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리적인 병은 치료가 될지언정 그로 인해 생긴 우울이나 불안, 불면등이 또 다른 고통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암 및 중증환자들의 심리 회복 프로그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인교육학회는 분과위원 내 보건의료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명상의 의료보건적 효과를 연구해 왔다. 가정의학, 신경정신의학, 생화학, 마취통증의학, 한의학, 성형외과, 간호학과, 치과 등의 교수와 전문의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명상을 하는 분들이다. 학회의 위원들은 각 지역 보건소를 통해 암환자, 임산부, 치매 환자 및 가족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개최하거나, 대학병원 명상 교육에 강사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4차 산업혁명이 불평등과 혼란과 환경 파괴를 일으키거나, 인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중심의 가치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첨단 기술혁명에 앞서 '왜?',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과 대답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보다 몇 배로 발달한 시대가 오더라도 마찬가지로 이것은 중요한 질문이어야 한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과학을 위한 과학이 아닌, 인간을 위한 혁명이어야 한다.

 

-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들은 인간이 자초한 일일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맥락지능이다. 개인의 신념과 이념을 뛰어넘어 총체적이고 유연해야 가능한 능력이다. 둘째, 정서지능이다. 여러 사람의 감정을 잘 모으는 능력으로 자기감정을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다. 셋째, 영감지능이다. 의미와 목적에 관해 끊임없이 탐구해 공동 목표를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이는 마음을 버려 자기중심적인 의식을 벗어나면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다. 넷째, 신체지능이다. 개인의 건강과 행복은 변화를 이끌기 위한 기본적인 능력이다. 4가지 중 어느 하나도 쉬운 것은 없지만, 마음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 <슈퍼 인텔리전스>의 저자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성숙 단계에 도달하고 그때 가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문제와 마주하는 건 너무 늦다"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간의 의식 개혁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 이제는 인간의 몸과 뇌를 넘어서 마음에 관해 탐구해야 한다. 마음이 변화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의식혁명, 곧 마음의 혁명은 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와 같이 지식을 쌓고 더하는 교육이 아니라, 물질문명으로부터 상실된 인간 본성을 회복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 2012년에 설립된 코세라는 전 세계 대학 강의를 듣고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강좌다. 2020년 말 기준, 수강자는 7,700만 명이다. 존스홉킨스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컬럼비아대, 런던대, 동경대, 상하이대 등 150여 개의 대학과 구글, 골드만삭스 등 기업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다. 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코세라는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앤드류 응 Andrew Ng 스탠퍼드대교수와 다프네 콜러 Daphne Koller 교수가 누구나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 누군가의 삶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그 자체로 희망을 준다. 코세라 강좌 덕에 나는 명상의 힘을 새삼 실감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변화가 또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희망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이스트 명상 수업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 카이스트 학생들에게도 정신적 위기가 있었다. 2011년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스트레스로 학생들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었다. ‘인성교육’을 해달라는 학생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같은 해 카이스트에서는 첫 번째 명상 수업이 개설됐다. 이 명상 수업은 당시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일상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팬데믹인 지금, 전 세계인 모두가 마음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명상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이 책은 카이스트에서 진행한 생생한 수업 내용을 기반으로,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찬찬히 짚어주며, 우리를 명상의 세계로 깊이 있게 안내한다.
저자
이덕주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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