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닐 게이먼 / 이수현
원제 : THE SANDMAN : PRELUDES & NOCTURNES
출판 : 시공사
출간 : 2009.01.23
저자 : 닐 게이먼 / Sam Kieth / 이수현
원제 : THE SANDMAN : The Doll's House
출판 : 시공사
출간 : 2009.01.23
아주 가끔,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일을 겪곤 한다. 그 어떤 때에도 나에게만은 선명하게 빛나는 그런 일들을.
오늘 같은 경우는 '니므롯'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샌드맨 1>의 리뷰를 쓰려다가 <야경> 리뷰를 먼저 쓰게 되면서 아쿠타가와 상과 나오키 상 수상작들을 조금 찾아보게 되었다.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목록을 훑던 중에 눈에 띈 것이 <니므롯>이었다. 줄거리도, 작가에 관해서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목이 눈에 걸려 저장해 두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샌드맨 2>를 읽다가 만난 것이 '님로드', 즉 '니므롯'이다.
별 일이 아니라면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불과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제각각의 연결점으로 평소 전혀 관심이 없던 단어가 두 번이나 눈에 띄었다. 이럴 때 나는 놀라움과 함께 조금 더 찾아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양쪽 모두 전혀 계획에 없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신기하긴 하지만 좀 더 확인해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춘 채 기다린다. 그대로 잊어버리게 되는 일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대개의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경우는 보다 확실한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
라는 것은 내게만 즐거운 경험담이고.
<샌드맨 1>과 <샌드맨 2>는 사실 굉장히 오래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는 완전히 만화라고 하기엔 글이나 대사의 비중이 높고, 일본식 라이트 노벨이라고 보기에는 이미지 중심적인 장르로 국내에는 팬층이 그리 두텁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마블이나 DC의 팬이라고 해도 그래픽 노블 원작 자체보다는 미디어 작품의 팬이 더 많다고 하는데, 충분히 취향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캐주얼 화풍보다는 훨씬 취향이라 이쪽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완전히 신선한 것도 같고, 완전히 익숙한 것도 같은 이야기들은 바로 '그 지점'들을 가리킨다. 낯선 것이 친숙해지고, 익숙하던 것이 낯설어지는 바로 '그 지점'. 일종의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존 모델들이 떠오를 것만 같은 1권과 (참고로 그 '존 콘스탄틴'이 맞다!) 보다 깊게 꿈에 대해 다루기 시작한 2권. 이어질 3권에 대한 기대도 크다. 어쩌다 시리즈의 순서를 좀 뒤섞어 읽게 되었지만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샌드맨>은 기회가 닿는다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작품이다. 그림체가 조금 버거우시다면 넷플릭스의 드라마로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
그럼, 다음은 <샌드맨 3>이 먼저가 될지 <니므롯>이 먼저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제3의 작품이 될지도- 또 다른 책의 리뷰로.
"D는 많은 것을 대표하는 글자야."
- 1989년 만우절, 존 디.
- 런던에서 그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사람이 계속 나를 괴롭히던 그 끈덕지고 정중한 영국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 만남에서 닐이 내놓은 무수한 아이디어 중에는 <흑란 Black Orchid>, <샌드맨> 시리즈, 그리고 존 콘스탄틴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가 있었다. 샌드맨은 이미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 Justice Society of America>에 넣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콘스탄틴은 제이미 델라노가 만드는 중이었다. <흑란>의 기획안을 받아 보는 것이 제일 적절해 보였다. 우리는 곧 닐의 최종 기획안을 받아들였고, 닐과 더불어 무서운 재능을 지닌 조용한 젊은이 데이브 맥킨이 작업에 착수했다.
- 시리즈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확장되면서 샌드맨은 만화 사상 가장 비전형적인 책으로 발전해 갔다. 내가 보기에 전환점은 8편인 <그녀의 날개소리>였다. 침울한 동생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등장한 사랑스럽고 활동적인 '죽음 Death' 때문만이 아니었다. 친숙하기 그지없는 DC 캐릭터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만도 아니었다. 닐의 작품세계에 인간애와 인간관계라는 요소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감정적 방향을 일으키는 촉매가 전통적으로 이 모든 요소의 안티테제를 나타내는 캐릭터라는 점이 참으로 역설적이다.
- 캐런 버거
- "자정이에요. 때가 왔어요."
"때라... 우리는 오늘밤에 누구도 시도조차 해 보지 못한 일을 성취할 거다, 알렉스. 죽음을 소환하여 가두는 거야... 이는 결사단의 승리가 되겠지. 안 그러냐, 알렉스?"
"네, 아버지."
"아버지라고?"
"... 마구스."
- "오늘밤이 지나도 알리스테어와 그 친구들이 날 놀리려 들지 보고 싶구나! 죽음이 내 휘하에 놓이면 놈들도 더는 농담을 하지 못할 거다, 알렉스."
(역주 : 마지막 흑마법사로 일컬어졌던 알리스테어 크롤리를 가리킨다. 그 친구들이란 크롤리의 휘하에 있던 황금새벽단을 칭함.)
- 주문이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버제스는 이제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음을 깨닫는다.
- 동전과 노래, 칼과 막대기... 발톱과 이름, 피와 깃털.
- "환영하네. 보다시피 이 원은 영적으로 그대를 가두지. 수정 감옥은 물리적인 면으로 가두고. 그대는 원이 깨지지 않는 한 나올 수 없고, 원은 내가 명하지 않는 한 깨지지 않아."
- 고대 비밀 결사단의 2인자였던 루스벤 사익스가 모습을 감춘다. ... 마구스의 내연녀였던 에셀 크립스와 함께. 그들은 결사단의 보물 상당수와 20만 파운드가 넘는 현금을 챙겨 갔다. 마법 전쟁이 선포된다.
- "이번에도 의식이 안 통했다. 놈은 보호를 받고 있어. 그 얼뜨기 기형아가!"
- "안녕하신가. 알겠지만 당신은 그 안에 있을 필요가 없어. 거래 조건은 아버지가 제안했던 것과 똑같아. 힘, 불멸성, 복수하지 않겠다는 약속. 어때? 내 말을 이해한다는 거 알아! 무슨 말이든 해 봐!"
- 요양원 직원들은 유니티가 깨어 있는 것처럼 군다. 휠체어에 태워서 다른 환자들처럼 밀고 다닌다. 그녀는 잠든 채로 텔레비전을 본다. 그녀는 잠든 채로 햇볕을 쬔다.
- 1968년, 사람들이 깨달음을 찾아 그에게 온다. 알렉산더 버제스는 그들에게 쿤달리니 요가, 탄트라 성교, 저승 여행을 이야기한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그는 집 안에서 환각제를 쓰지 못하게 한다. 백일몽이 죄수에게 힘을 줄까 두려워서다. 자기를 '마구스'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한다. 그냥 알렉스다. 언제나 알렉스다.
- 알렉스는 이제 마법에 관한 책들을 읽지 않는다. 다만 <리베르 풀바룸 파기나룸> 한 권만, 그중에서도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역자 주 : 앞서 나온 <파기나룸 풀바룸>과 동일한 책으로, 테리 프래쳇의 <디스크월드>라는 작품에 나왔으며 닐 게이먼과 공저한 <멋진 징조들>에도 언급된 적이 있다. 이 책의 다른 이름은 <네크로텔리코미콘>이다.)
- 도구를 잃은 나는 약하다. 그렇지만... 살갗 위로 느껴지는 천의 재질을 상상한다. 꿈의 공간으로부터 빚어낸다... 너무나 오랜만이다.
- 그리고 전 세계에서 그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너는 그의 꿈에만 나올 뿐이거든!' 트위들덤이 덧붙였다. '붉은 왕이 꿈에서 깨면 너는 사라질 거야... '펑!'하고 촛불이 꺼지듯이!'."
- "내 아기? 아기를 낳는 꿈을 꾸었어."
- "70년 동안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었지. 인간의 일생 동안. 나라고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건 아니야. 감옥 안에서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기어가더군... 나는 이 꿈과 악몽의 영토의 왕이었고... 지금도 왕이다. 네가, 네 아비가 저급한 울타리 마법으로, 값싼 주문으로 날 끌어내렸지... 나를. 나에게 그런 짓을 했어. 바보스러운 마법원으로 내가 내 영토에 들지 못하게 했어... 너희는 인류가 받을 수도 없고 내가 줄 수도 없는 선물을 달라고 위협하고, 꼬드기고, 간청했다. 너희가 너희 세상에 가져온 해악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맙소사, 인간이란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 "죽음을 원했다고? 그렇다면 너희 종과 너희 작은 행성을 위해, 그것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행운으로 여겨라... 대신 죽음의 남동생이 덫에 걸린 것을..."
- "수십 년 동안의 환대에 대한 보답으로, 이것을 주지... 영원한 각성을."
- "하지만 이거 아세요? ... 지금부터는 그런 꿈을 아주 많이 꾸실 거예요. 하아하-하-하-."
- 그러나 그는 두 번 다시 원래 알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 그의 세상은 영원히 계속되는 악몽이다... 영원한 각성...
- 나는 시간의 여명 이전에 만들었던 물건을 해방시킨다. 그 안에 넣은 내 일부를 다시 흡수한다...
- 저 너머, 내 꿈세계 바깥에는 무한한 먼지, 무한한 어둠이 있다. 그리고 꿈세계 또한 무한하다. 사방에 경계선이 있다 해도. 그 중심으로 가는 길은 느린 나선형이다. 그리로 가려면 수수께끼의 집과 비밀의 집을 거쳐야 한다. 악몽의 경계선에 자리 잡은 옛 중계역들을... 그곳에서 밤 쪽으로 진로를 잡으면 뿔의 문과 상아의 문에 도달한다. 내가 직접 새겨 만든 문들이다. 세상이 지금보다 젊었고, 질서가 필요했던 때에.
- 나는 서둘러 문으로 향한다. 상아의 문을 통과하는 꿈들은 거짓, 허구, 기만이다. 뿔의 문은 진실을 통과시킨다. 이제는 아무도 뿔이 돋은 문을 지키지 않는다. 나는 예전 방식을 기억한다.
- "어찌 된 일이냐고요? 전하는 이 꿈세계의 화신이십니다. 전하가 사라지니 이곳도 쇠퇴하고 무너지기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느렸습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가 변하기 시작했지요. 제 도서관에서부터 알았습니다... 서서히 단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전하께서 사라지고 얼마 후 제 책들은 백지를 묶어 놓은 물건이 됐습니다. 다음 날에는 도서관이 통째로 사라졌고, 다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 꿈세계, 꿈시간, 무의식- 뭐라고 부르건 이곳은 나의 일부다. 내가 그곳의 일부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돌아온 후 처음으로, 70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나의 본질에 손을 뻗어...
세계를 빚는다...
- 십자로는 어느 캄보디아 농부에게서, 새 소달구지에 대한 꿈에서 가져온다. 교수대는 젊은 일본 영화광에게서 가져온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래된 해머호머 영화들이 가득하다... 꿀, 뱀, 초승달. 이것들은 찾기 쉽다. 검은 암양은 좀 더 어렵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에 사는 어린아이의 꿈속에서 한 마리가 춤추고 있다. 나는 무대를 꾸미기 위해 양을 가져온다... 그래도 무대는 아직 불완전하다. 클로소, 라키시스, 아트로포스는 이보다 부족한 무대에라도 오겠지만, 나는 부탁을 해야 할 입장이고 세 자매는 변덕스럽다. 교회 종이 쓸쓸한 어둠 속에서 느리게 울린다. 열두 번...
됐다. 자정이다.
- 마녀의 시간. 그들이 온다. 셋인 하나. 그들인 우리.
헤카타이...
- "아트로포스? 아니지. 지금은 아니야. 모리건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맞는 말이야, 내 귀여운 사람. 우릴 티시포네, 알렉토, 메가엘라라고 불러도 좋겠지..."
- "난 신시아."
"그녀는 밀드레드야. 난 모드레드. 멍청한 이름이지. 난 모게인이어야 하는데."
- "도움? 히히히. 말하는 것 좀 봐! 넌 키르케에 대항해서 우릴 도왔던가?"
"상관없소. 이곳은 나의 영토고, 법칙이 있지. 오래된 법칙. 그리고 세계에 든 존재는 그 세계의 법칙에 따라야 해. 당신들 셋이 나름의 법칙에 복종하듯이. 당신들 중 하나가 나머지 둘에게서 떨어져 존재할 수 있을까? 세 가지 답이 필요해. 당신들은 법칙에 따라 내게 답해야 하고."
"그래, 사랑스러운 사람. 답은 하나. 우리 각각에게서 하나씩이야."
- "처녀신이여. 모래주머니가 있었는데 도난당했소."
"영국인, 존 콘스탄틴. 그가 당신 주머니를 산 마지막 사람이야."
"아직도 가지고 있나?"
"질문 하나에 답 하나가 규칙이랍니다, 전하."
- "하하하하하! 저 말 들었어, 언니?"
"오호호호호! '고맙다'니! 운명의 여신에게는 고마워하는 게 아니야, 꿈의 왕!"
"아하하하하! 히히히! 우린 널 도와준 게 아니야!"
- 지옥의 무리에 대적할 만큼 강하지는 않다. 아직은. 그렇다면 지상이군. 루비부터? 아니면 주머니부터? '저스티스 리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 그냥 인간 이상이라는 건가...? 그러면 그 영국인 존 콘스탄틴. 주머니를 가지고 있거나, 어디에 있는지 알겠지. 그리고 그자는 그저 인간일 뿐. 콘스탄틴을 찾겠다. 주머니를 되찾고 나면 그 힘으로 지옥문까지 갈 수 있을 터... 그자는 인간에 지나지 않아. 한 인간. 틀어질 게 있겠는가?
- 무엇인가가 당신에게 누군가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 같은 그런 날을 경험해 봤나?
- 어딘가에서 마법의 냄새가 감돌았다. 마치 유원지에서 타는 파란 불꽃의 오존 냄새와도 같은.
- "... 뭔가가 나에게 누군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 "존? 저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부르지 마. 저런 종류는 느닷없이 나타날 뿐이야. 저쪽에서 부르는 거라고."
- "주머니는 여기에 있다."
"어떻게 압니까?"
"안다."
- 레이첼은 언제나 그 주머니를 가지고 놀았다. 나보고 주머니를 열어보라고 졸랐었지. 사용하지 않으면 마법의 물건을 가지고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이냐고 묻곤 했다.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 "어이! 잠깐만! 잠깐 기다려! ... 제발?"
"뭐지?"
"저기, 부... 부탁은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야. 나한테 빚진 게 있다면 몰라도... 그러니까... 누구한테 빚을 지고 싶진 않은데, 그냥..."
"뭘 원하나, 존 콘스탄틴?"
"그게... 뉴캐슬 사건 이후에 말이야. 지난 10년간. 뉴캐슬 이후 계속 악몽을 꾸거든... 지독해. 거의 매일 밤... 혹시 당신이...?"
"알겠다. 그러지."
- 되찾고 난 후 백 번째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모래를 만진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를 흘리며, 한 알 한 알을 느낀다.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나 자신처럼, 몇 안 되는 내 동족 영원처럼, 끝없이.
- 오늘밤 나는 고독하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으나 이곳 꿈의 밤 기슭에서는 고독의 파도가 밀려와서 내 혼을 잡아당긴다. 나는 밤바다 속으로 모래를 흩뿌린다. 떨어지는 모래알이 타오르며 오래전에 지나간 시간들을 되살린다. 나는 그가 추락하던 순간에 그를 보고 있었다. 패배한 기색이 없는 얼골, 여전히 자부심을 잃지 않은 눈동자.
모닝스타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
-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지상에서나, 지옥에서나... 추락한 자들 사이에서 올라간다? 괴상하지만 사실이지요. 그러나 모든 것이 달리질 뿐 아니라 속으로부터 변화하기도 합니다... 제가 변했다면 왕이여, 당신은 어찌 된 겁니까?"
- 지난번에는 명예로운 손님이자 내 왕국의 사절로 왔었지... 이번에는 힘도, 내 지위의 증명도 없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꿈이고, 우리가 도착하자 궁전 문이 열린다.
- 너희들 중 하나가 내 투구를, 순수한 꿈으로 이루어진 내 가면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직접 죽은 신의 뼈로 만든 나의 도구...
아.
"저놈이군."
"코론존, 지옥의 공작, 벨제블의 신하로군. 흠, 코론존. 그가 사실을 말하고 있나? 네가 그의 가면을 가지고 있나?"
- 악마들과 이런 게임을 해 본 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무대로 다가간다.
- 모든 것이 현실이다. 아무것도 현실이 아니다. 코론존 차례다.
- 제일 오래된 게임에서 지는 길은 여러 가지다. 소심함, 머뭇거림... 방어 형태로 변하지 못하거나 상상력이 부족해도...
- "나는 희망이다."
- "지옥의 주인 백만 명이 네 주위에 서 있다. 우리가 왜 널 보내 줘야 하는지 말해 봐. 투구가 있든 없든 넌 여기에서 아무 힘이 없다. 지옥에서 꿈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내가 아무 힘이 없다고 했나?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곳에서 꿈이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다고? 말해 보라, 루시퍼 모닝 스타. 너희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모두들... 이곳에 갇힌 자들에게 천국을 꿈꿀 능력이 없다면 지옥에 무슨 힘이 있을까?"
- "날 죽여? 내 루비의 힘으로? 가능할지도 모르지. 이미 내 영혼의 많은 부분을 빨아들였으니. 알겠다, 인간이여. 네가 싸우겠다면 나도 무방비로 당하지는 않겠다. ... 전투에 무방비인 복장도 아닐 테고. 그리고 여기에서는 안 돼. 꿈의 군주가 가진 힘을 훔치겠다면... 그의 영토에서 해야지... 꿈속에서."
- "기분이 어때? 생명이 빨려나가는 기분이? 말해! 알고 싶다!"
- "이게 네 목숨이지. 이걸 부숴버리겠다 이거야."
"아아아."
- "고맙다, 존 디. 너무 긴 시간이 지나서 잊고 있었다. 그 보석에 얼마나 많은 힘을 불어넣었는지. 얼마나 많은 힘이 내게서 떠나 있었는지 잊고 있었어."
- "그러나 너는 루비를 파괴했다. 나라면 생각하지 못했겠지. 너는 루비를 파괴함으로써 그 안에 담긴 힘을 해방시켰다. 꿈의 세계에 대한 나의 지배력은 온전히 내게 돌아왔다. 기분 좋군."
- "쿨럭쿨럭! 미안하군. 뭔가 할 말이 있는데. 언제나, 언제나 궁금했어... 쉬마 이스라엘. 아도나이 엘로하이누, 아도나이 에호드. 들어라, 이스라엘 백성아..."
- "그래서, 난 죽은 게로군. 이제 뭐지?"
"이제 알게 될 때야, 해리."
그녀는 그를 가까이 끌어당긴다. 어둠 속에서 나는 강한 날개소리를 듣는다...
- "나까지 우울해지네. 대부분 사람들은 날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태양 없는 땅을 두려워하지. 하지만 네 영역에는 밤마다 들어가. 두려움 없이."
"내가 누나보다 훨씬 잔혹한데 말이지."
- 당신 손에 쥐어진 이 작품에 대한 헌사를 두 종류의 환상적 허구에 대한 정의로 열어 볼까? 하나는 공포 소설과 영화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형태로, 우리의 현실과 닮은 현실을 제시한 다음 여기에 침입해 들어오는 두 번째 현실을 가정한다. 이 현실은 현상 유지의 힘에 수용되거나 추방당해야 한다. 때로는 엑소시즘 영화에서처럼(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공포 영화는 엑소시즘 영화이다.) 외계의 가시가 현실의 환부에서 성공적으로 제거된다. 다른 경우에는 방문자가 일상생활의 씨줄에 자리를 잡는다. 슈퍼맨도 일종의 외계생명체다. 다만 침입해 오는 현실 중에서 받아들일 만한 얼굴일 뿐이다.
- 두 번째 부류의 환상은 훨씬 더 착란적이다. 이런 종류의 서사에서는 온 세상이 불안하고 불가사의하다. 견고한 실재는 없고 각각의 인물에게 개인적이며 하나같이 연약한 데다가 다른 상태와 조건으로부터의 분출에 지배를 받는 상대적인 현실들만 있을 뿐이다. 이두 번째 방식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로 에드거 앨런포가 있다. 그의 열띤 이야기들 속에서는 풍경도, 인물도, 심지어는 건축마저도 작가의 고통스럽고 성적으로 불안한 영혼의 작용이 된다. 이야기꾼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므로 무엇이든 가능하다.
- 그는 읽고 나면 잊어버릴 단순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안성맞춤의 도덕적인 해법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어느 정신 나간 요리사가 만드는 웨딩케이크처럼 켜켜이 층을 쌓고 온갖 새콤달콤한 것들을 숨기면서 이야기를 구축한다. 이런 이야기들 속에 사는 캐릭터들은 게이먼 씨가 정상을 넘어서 찾아가는 무도함이 타당한지를 묻지 않는다. 이들은 대혼란 속에 태어났고 다른 현실을 모른다. 꿈속의 꿈인 창조물들이 있다. 그리고 꿈인 척하는 이들에 대해 꿈꾸는 창조물들이 있다.
- 1990년 4월 3일 런던에서 클라이브 바커 CLIVE BARKER
- 그러나 물론 우리는 처음을 볼 수 없다. 우리는 중간에 불이 다 꺼진 다음 들어와서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이해하려 애쓴다. 옆 사람에게 소곤거린다. "저 남자 누구예요? 저 여자는 누구고? 전에 만난 적 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럭저럭 따라간다.
- 이 경우에는 우리 옆 사람이 키가 크고, 낡은 수도사복 같은 로브를 휘감았으며, 얼굴은 두건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세월과 먼지 냄새가 나지만 불쾌하지는 않고, 손에는 책을 한 권 들고 있다. 그가 책을 열자 -당연히 가죽 장정이고, 세심한 필사본이다- 철컹하는 금속성이 들리고, 우리는 그제야 그 책이 사슬로 그의 손목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 신경 쓰지 말라. 꿈속에서 그보다 더 괴상한 것들도 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야기란 단지 얼어붙은 꿈들, 여러 상징을 얼기설기 엮어서 구조물 비슷하게 만든 것일 뿐 믿을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창조하는 이들을 믿을 수 없는 만큼이나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거냐고?
그럴지도.
- "로데릭 버제스는 사악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허영심 강하고 주제넘은 남자였다. 그는 재산에도, 고대 비밀 결사단 -16년 전, 세기가 바뀔 때 버제스가 직접 세웠으니 고대와는 거리가 먼 결사단이지만- 을 이끄는 자리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는 악명을 추구했고, 육체적으로는 불사를 열망했다."
"1916년이었다. 바깥세상에서는 대전이 이어지고 있었고, 서섹스에 있는 저택 '포니 리그' 에서 로데릭 버제스는 계획을 품었다. 죽음을 사로잡고, 사신을 묶겠다는 계획을..."
"그는 훔쳐낸 마법서에서 알아낸 주문과 함께 소환 의식을 행했다. 주문이 결실을 맺어 하나의 형체가 저택 지하실에 그려 놓은 원 안에 나타났을 때는 아마 그 자신도 놀랐을 것이다."
"그건 죽음이 아니었다."
"원 안에 나타난 남자는 검은 옷을 입었고, 머리는 뼈와 유리와 금속을 깎아서 만든 투구에 감춰져 있었다. 벨벳같이 어두운 로브에서 불길이 춤을 추었다. 목에는 귀중한 돌, 루비가 걸려 있었고 옆구리에는 끈으로 묶은 가죽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꿈의 왕이 사로잡혀 갇혔다."
"1930년 11월, 상황이 버제스에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추문이 터졌다. 버제스는 적잖은 재산을 결사단에 남긴 노파의 자식들로부터 고소당했다. 법정 소송은 고대 비밀 결사단에 혼란과 추문을 가져왔다."
"두 연인은 샌프란시스코로 달아났고, 투구는 어느 악마의 손에 넘어갔다. 사익스에겐 보호가 필요했고, 악마는 투구를 대가로 호부를 내주었다. 사슬에 달린 눈알이었다. 이 호부는 이후 6년 동안 그를 해칠 수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사익스를 지켜 주었다. 에셀 크립스가 그를 떠나지 않았다면, 그것도 호부와 루비를 둘 다 들고 떠나지 않았다면 더 오래 지켜 주었을 것이다."
"원은 포니 리그의 지하실 바닥에 그려진 지 70년이 지나서 깨어졌다. 모르페우스는 탈출했다. 그처럼 간단한 일이었다. 영원에게는 시간이 있다. 그들은 기다릴 수 있다. 그는 저택의 모든 돌이 먼지가 될 때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의 일생 동안 암흑 속에서 기다렸고, 이제 자유로워졌다."
"그가 탈출하자 그 세월 동안 잠들어 있었던 사람들이 다시 깨어났다. 삶을 강탈당하고, 어린 시절부터 노인이 되는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던 사람들."
"모르페우스는 꿈속에 알렉산더 버제스를 소환하여 영원한 각성의 저주를 내렸다. 알렉산더는 늙은 피부가 땀에 젖어 쿵쿵거리는 심장으로 깨어날 때마다 또 다른, 지난번보다 더 지독한 악몽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바로 지금도 어디선가, 자기 마음속에서 길을 잃은 채 누구든 제발 깨워 달라고 애걸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꿈속에서는 1초, 1초가 영원히 지속된다."
"꿈의 왕은 운명의 세 여신(처녀와 어머니와 노파)을 불러내어 도구들이 어찌 되었는지 물었다. 꿈의 모래가 끝없이 채워지는 주머니, 다른 영토에서 그의 왕권을 상징하는 투구, 그리고 자신의 존재 자체로부터 창조하여 오래전, 너무나 오래전에 그의 힘을 너무나 많이 집어넣은 루비."
"얼마나 오래전이냐고?"
"지구라는 행성이 용해 상태에서 식어갈 무렵, 공기는 물론이고 표면에 얇은 껍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 궁금하게 여겨 본 적이 있는가? 그만큼 오래전이다."
"꿈의 군주는 꿈세계에서 제일 단순한 조작을 할 때조차 루비에 의지하게 된 상태였다. 도구는 가장 정교한 덫이 될 수 있으니."
"그는 헤카테에게 도구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고, 그녀는 답을 알려 주었다. 답 비슷한 것을."
"주머니는 몇 년 동안 사라졌다가 영국인 존 콘스탄틴이 샀다. 투구는 악마의 손에 들어가 지옥에 있었다. 루비는 에셀 크립스로부터 그 아들인 존 디에게 넘어갔다."
책장이 넘어간다. 우리에겐 여기가 어디인지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옆 사람의 책에 또 어떤 내용이 써 있을지 생각한다. 우리의 이름이 그 안에 들어 있다는 불합리한 확신이 엄습한다. 우리 삶의 모든 세세한 부분이, 아무리 사소하고 망신스러운 일이라 해도 낱낱이 들어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모든 과거, 모든 미래가. 당신이 어떻게 죽을지 알고 싶은가?
"주머니는 옛 연인인 레이첼이라는 여자가 콘스탄틴에게서 훔쳐갔다. 그녀는 주머니를 열었고, 꿈모래의 즐거움과 쾌락을 알게 되었다. 꿈모래는 다하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침대에 누워 꿈모래를 먹고, 호흡하고, 피부에 문지르고서 완벽한 꿈속을 떠다녔다."
"레이첼은 더 이상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그래도 꿈을 꾸었다."
"꿈의 왕은 콘스탄틴의 도움을 받아 그 여자와 주머니를 찾아냈다. 그리고 콘스탄틴의 요청으로 그 망가진 여자에게 죽음으로 인도해 줄 꿈을 선사했다."
다시 책장이 넘어간다. 저건 종이로 만든 책장인가? 우리는 저도 모르게 혹시 사람 피부를 말려 펴서 책의 형태로 묶으면 저런 메마른 바스락 소리가 날까 궁금해한다.
"이제 그는 주머니를 차고 지옥으로 갔다. 그리고 지옥에서 루시퍼를만났다. 한때는 천사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당당했던 이. 지금은 아래 세계의 왕이자 거짓의 주인이자 지옥 권세의 사령관인 그를."
"투구를 가지고 있던 악마는 벨제붑의 창조물인 코론존이고, 꿈의 왕은 투구의 소유권을 두고 코론존과 싸워야 했다."
"모르페우스는 그 싸움에 이겨서 투구를 되찾고, 루시퍼의 원한을 샀다."
"적을 통해 우리를 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모르페우스를 높이 보아야 하리라."
우리 옆 사람은 읽기를 멈추고 고개를 든다. 두건 아래에는 오직 그림자뿐이지만, 우리는 그가 우리를 보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 그림자 아래에 진짜 눈동자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당연한 일 같고, 마음이 어지럽지도 않다.
"나는 시작을 믿지 않는 만큼이나 교훈도 믿지 않지만, 이야기의 이 부분에 교훈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자신이 다루는 게 무엇인지 알라는 것."
우리가 아직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모종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을 때, 우리의 옆 사람은 책을 덮는다. 눈먼 운명을 그 책에 묶어둔 차가운 사슬이 조용히 찰랑인다.
물론 이야기가 끝나려면 멀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출처에서 더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불편한 마음으로 떠난다. 안개가 짙어지고 있다. 돌아갈 시간이다.
우리는 중간에 들어와서 잠시 지켜보다가 불이 켜지기 전에 떠난다. 시작이 없다면 끝도 있을 수 없다.
우리는 홀로 어둠 속에 있다. 모든 답은 다른 질문을 부르고 언제나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당분간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이것뿐이다. 내 말을 믿어라. '지금까지의 이야기'.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건 언제나 그것뿐인지도 모른다.
- 닐 게이먼 NEIL GAIMAN
- 여러 차례 듣는 이야기들이 있다.
- 아이들에게 해 주는 이야기들이 있다. 부족의 역사, 무엇이 먹기 좋고 나쁜지 등을 일러주는 훈계담이다.
- 그중에 평생 한 번밖에 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젊은이는 아직도 할례의 상처가 아프지만 새로 찾은 남성성에 대한 자부심으로 참아 낸다. 그들은 이틀을 걸었다. 부족에 돌아가면 그는 진정한 남자가 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남자. 밤이면 젊은이들의 오두막에서 잘 것이다...
- "땔감을 다오. 자, 너는 가서 무엇인가를 찾아 가져와야 한다. 그걸 가져오면 이야기를 해 주마. 네가 찾는 동안 나는 불을 피우겠다."
"하지만 할아버지... 무엇을 찾아야 하죠?"
"보면 알 게야. 가거라. 서둘러. 밤이 오고 있다. 이 이야기는 해가 지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 "... 그 최초의 사람들은 우리 부족이었어. 이것이 우리의 비밀이야. 외부인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아. 이 사실을 알면 우리를 죽일 테니까. 그러나 엄연한 사실이지."
- 그리고 그 도시는 '나다'라는 여왕이 다스렸다. 열여섯이 되었을 때 나다는 태양이 하늘을 가로지르면서 보아 온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현명하게 잘 다스렸고, 그녀가 명하는 일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녀에겐 남자가 없었지. 부족 여자들이 남편을 얻어야 한다고 말하면 나다는 그들을 돌아보고 이렇게 말했거든.
'그래서, 내게 어울리는 남자는 어디 있지?'
"... 그러면 다들 할 말이 없었어."
- 나다는 숲 속으로 들어가서 새들의 왕을 찾았어.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인간인가, 신인가..."
그 시절에는 신들도 아직 땅을 걷고 살갗을 입었으며, 북쪽 뜨거운 대지를 집으로 삼았거든.
"... 너를 위해 그 자를 찾아 주마, 나다. 우리는 전부 같은 왕과 여왕들이 아닌가?"
- 작은 새는 고개를 끄덕였어. 어느 늦은 밤에 달 아래서 보았노라고 했지. 새에게 웃어 주고 낟알을 주었다고. 그리고는 사라졌다고.
새들의 왕은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다면 그는 인간도, 신도 아니로구나. 뭔가 다른 존재야. 그 남자를 잊거라, 나다. 숨 쉬는 남자를 찾아라. 피와 뼈와 살과 피부로 이루어진 남자를. 그자는 결코 네 것이 될 수 없으니."
- 방으로 가서, 열매가 목구멍을 태우리라 생각하며 불의 열매를 삼켰어. 그러자 깊은 잠에 빠지듯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걷기 시작했지.
- "이곳은 꿈세계입니다. 잠과 꿈의 영토이며, 꿈의 주인이신 카이쿨이 다스리는 땅이지요."
- 나다는 그 집으로 걸어가서 안으로 들어갔다. 수호자들은 불꽃의 열매를 느끼고 그녀를 통과시켜 주었지.
- "당신을 쫓은 것은 제가 당신에게 어떤 인간 남자도 받을 수 없는 사랑을 품은 탓이며, 당신에게서 도망친 것은 인간은 영원을 사랑할 수 없는 탓입니다. 그런 결합에는 재앙만이 따라올 뿐... 당신에게나, 제게나, 제 백성들에게나 재앙이."
- "사랑은 꿈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기에... 사랑은 욕망의 영역이며, 욕망은 언제나 잔인하기에."
- "'당신 곁에 머문다면 그보다 더 어두운 일들이 벌어질 터. 인간은 영원과 결혼하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제 저를 할머니이신 죽음의 땅에 놓아두고 가십시오. 꿈의 왕이시여, 저를 잊으십시오.' 그리고 그녀는 태양이 없는 길을 따라 할머니이신 죽음의 땅으로 걸어갔지."
- 이 이야기에는 다른 판본도 있다. 어린 남자들은 배우지 못하고 나이 든 남자들은 너무 현명해서 배울 필요가 없는 여자들만의 비밀 언어로 전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판본에서는 모든 일이 다르게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여자들의 이야기이며, 남자들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 욕망의 어스름한 영역에서만 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문지방', 욕망의 요새.
- 문지방은 쉬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크다. 이 요새는 욕망 그 -혹은 그녀- 혹은 그것 자신의 상이다.
- 그리고 시간이 시작된 이래 생긴 모든 요새가 그렇듯, 문지방에도 거주자가 있다.
- "예, 전하. 만 천 예순둘입니다. 소소한 밤의 종족이 몇 사라졌고, 작은 꿈과 창조물들도 몇 없어졌습니다. 새로운 존재도 소수 생겼고요."
"그건 예상한 바이다. 나쁜 소식은?"
"메이저 아르카나 넷이 사라졌습니다, 전하. 꿈결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 "안녕, 로즈 워커."
"거기 누구예요? 내가 아는 사람인가요?"
"넌 교차로에 서 있어, 로즈."
- "이름, 이름, 이름들... 각각의 이름은 전체의 단면일 뿐. 삼위일체라는 이름으로 만족하렴. 예컨대 친절해진 우릴 만나고 싶진 않을 거야. 자매여, 우린 네게 경고할 수 있을 뿐 널 지켜줄 순 없어."
"지키다니, 무엇으로부터?"
"갊으로부터지, 우리 아가 로즈야. 그리고 삶 이상으로부터. 삶 너머를 배회하며 그 안으로 들어오려 몸부림치는 것들로부터... 딸아, 꿈과 집들을 조심하렴."
"당신들 누구? 목소리가 계속 바뀌잖아. 그 안에 대체 몇 명이나 있는 거죠?"
"히! 난 하나고, 셋이고, 다수지... 하지만 틀린 질문이었어, 아이야! 올바른 질문을 던졌다면 너에게 코린트인에 대해 경고해 주고, 제드에 대해 말해 주고, 모르페우스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었으련만... 히! 이젠 너 혼자 힘으로 다 알아내야겠구나."
- "그녀는 소용돌이다, 매튜. 빠르든 늦든 길 잃은 꿈들을 끌어들일 거야. 아니면 끌려가거나. 그냥 계속 지켜보거라. 너는 내 눈이다, 매튜."
"음. 가끔은 제 머리 뒤에서 보고 계시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런 모든 일에 익숙해지는 데 진짜 오래 걸릴 거 같아요."
- "흐으음. 기묘하군. 아직 산 자의 영역에 있는데도 내가 찾을 수 없다니. 나는 꿈결의 중심부로 돌아가 이브의 동굴에서 기다려야겠다, 매튜. 네가 필요하면 부르마."
여기엔 눈에 띄는 것 이상이 있다. 모든 인간은 꿈결과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삶의 3분의 1을 이 영역에서 보내지. 그 연결을 끊으려면 힘과 지식이 필요해. 나는 느리게, 조직적으로 소년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 어느 놈이 얽혀 있을지 생각해 본다. 뱃사람의 낙원? 난폭과 덩어리? 코린트인?
- "여보세요, 님로드?"
(역자 주 : 구약에 나오는 사냥꾼 니므롯의 영어식 발음.)
- 내가 간다. 너희가 이 마음속에 세워둔 방벽들을 뚫고 간다. 험하고 기묘한 길을 뚫고 간다. 아무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이동하면서 나는 이 미궁의 정교한 구조에 경탄한다. 녀석들이 만들어 둔 함정들에 경탄한다. 잘 배웠구나, 내 하인들아. 어린아이가 물리적인 세게에서 달아나려고 마음속에 이런 방벽을 구축하게 하다니. 따로 떨어져 진정한 꿈결에 닿지 않는 꿈의 섬을 쌓게 만들다니. 이런 일엔 노련함이 필요하다. 경탄한다고 해서 분노가 줄지는 않는다. 나는 꿈이다. 내가 간다.
- "네가...? 네가 샌드맨이라고? 놈들이 그리 말하더냐, 작은 유령아? 클. 흐하하하하하하! ... 아, 인간들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너희는 언제나 날 즐겁게 해 주는구나. 재미있었다, 작은 유령아.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 그러나 모든 놀이시간엔 끝이 있는 법. 이 꿈은 끝이다."
- 로즈는 꿈꾼다. 그녀는 꿈꾸고 있음을 안다. 이런 꿈은 꾼 적이 없다. 모든 것이 너무나 실제적이고, 너무나 선명하다. 깨어 있는 세계보다 더 진실하고 더 생생하다. 자기 정체성이 이렇게 또렷했던 적도 없다. 그녀는 아래에 있는 침대에서 잠든 자신의 몸을 느낄 수 있다. 그건 그녀의 일부가 아니다. 본질적인 그녀, 진짜 로즈다. 그녀는 더듬더듬 지각을 확장한다...
- 6개월 전 난 정말 괴상한 꿈을 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제드가 회복된 날이었다. 그것이, 내 꿈(많은 부분이 애매하고, 많은 부분이 말이 안 된다. 당시에는 이해가 갔지만)이 사실이었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더는 말이 되는 게 없다. 내 꿈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아는 모든 것,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거짓이다.
- "욕망(Desire), 네가 내 혈족이 아니었다면..."
"그치만 혈족인걸."
"그래, 그렇지. 욕망, 내 말 잘 들어라. 이 점을 기억해라. 우리들 영원은 산 자들의 하인이다. 그들의 주인이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건 그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기 때문이야. 마지막 생명이 이 우주를 떠날 때, 우리의 과업도 끝날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들을 조종하지 않는다. 그들이 우릴 조종한다면 몰라도. 우린 그들의 장난감, 말하자면 그들의 인형이다. 그리고 너- 그리고 절망, 그리고 가엾은 분열까지도, 그걸 기억해야 한다."
"이, 이해가 안 가는 걸."
"유감이지만 그렇겠지. 좋다. 네가 이해할 말을 해 주마, 동생. 나나 내 소유에 한 번만 더 간섭하면 네가 가족이라는 걸 잊겠다, 욕망. 네가 내게 대항할 만큼 강하다고 믿느냐? 아니면 죽음에게? 아니면 운명에게?"
"아니."
"다음에 내 일에 끼어들고 싶어지거든 그 점을 기억해라. 기억해."
- 그리고 욕망은 그 심장에 있는 방을 걷는다. 욕망은 그 성채이자 보호자인 문지방을 걷는다. 그리고 묻는다.
그게 무슨 뜻이지? 우리가 그들의 장난감이라니?
인간은 욕망의 생물이다. 그들은 내가 명하는 대로 비틀리고 구부러진다. 그 반대로 생각한다면 난 분열처럼 망가질 테지. 아니면 사라진 형제처럼 내 영토를 버리거나.
가엾은 꿈... 이번엔 내가 제대로 성질을 건드렸어.
- 그리고 욕망은 미소 짓고, 망각한다. 욕망은 순간의 소산이기에.
그리고 욕망은 육체의 끝없는 통로를 걷는다. 오로지 그, 혹은 그녀, 혹은 그것만이 자기 운명을 통제한다고 믿으며.
어스름한 욕망의 영역에 사는 유일한 자. 인형 같은 기분은 조금도 느끼지 않는다. 인형 같은 기분은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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