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쇳대박물관 / 윤유리
출판 : 현암사
출간 : 2012.05.30
얼마 전 <허무에의 제물>을 읽다가 열쇠와 자물쇠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잠금장치나 열쇠의 변천사가 실려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그보다는 한국에서 발견된 다양한 시대의 '쇳대'를 형태와 문양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 및 소개하는 책이었다. 본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처음 접하는 내용이 많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친인척들이 모이고 나면 보통 내가 제기를 정리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물고기 모양 쇳대가 신기해 몇 번이고 열고 닫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옛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쇳대와 각각의 원리, 또 빗장이나 열쇠패 같은 잊혀져가는 것들에 관해 알 수 있어 기뻤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이다보니 쉽게 표현하기 위해 생략한 부분들이 많았다는 점. 내 경우에는 ㄷ자형 쇳대의 구조와 여닫음 법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설명을 읽다 보면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출간 연도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다양한 쇳대의 여닫음 과정들을 조금 더 상세한 사진이나 그림으로 보여주었더라면 싶다.
즐겁게 읽었다.
- '쇳대'가 무엇인지 알고 있니? 쇳대는 '열쇠'의 방언, 즉 열쇠를 부르는 지방 사투리야. 옛날에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남, 함경 지방에서 열쇠를 쇳대라고 불렀어. 쇳대는 자물쇠를 부르는 말이기도 해.
- 또 누가 언제 어디에 사용했는지에 따라 형태와 문양, 소재도 각기 달랐단다. 쇳대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이나 종교관, 문화 수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해. 무언가를 잠그기 위한 도구,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지.
- 쇳대는 자물쇠를 이르기도 하는데, 그 밖에도 쇠통, 소통, 자물통 등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 왜 이런 이름들을 갖게 되었느냐고? 자물쇠인 쇠통과 열쇠인 쇳대는 모두 쇠로 만들어졌거든. 그렇기 때문에 쇠로 만든 기다란 막대인 열쇠는 쇳대가 되고, 쇠로 된 통인 자물쇠는 쇠통이 되는 거지. 그리고 이 둘을 합쳐 쇳대라고 부르기도 했어.
- 열쇠를 꽂아서 쭈욱 끝까지 밀면 반대 방향으로 잠글쇠가 나와. 이 잠글쇠가 자물통과 완전히 분리되면 자물통과 잠글쇠, 열쇠, 세 가지로 분리되지.
- ㄷ 자형과 마찬가지로 앞면과 옆면이 모두 사각형이야. 열쇠가 지나가는 길이 자물통 앞면이나 아랫면에 있어서 열쇠를 꽂고 그 길을 따라 한쪽 방향으로 쭉 밀어내면 열리게 돼. 여는 방법은 ㄷ자형 자물쇠와 같지만, 열쇠의 생김새가 ㄱ 자보다 조금 더 복잡해서 쉽게 열리지는 않아. 활대형 자물쇠는 조선 후기로 갈수록 더 많이 쓰였어.
- 이 배꼽 모양이 T자형이면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것이고, 원형이면 조선 후기에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ㄷ자형 자물쇠가 옆에서 열쇠를 밀어 넣는 식이라면, 함박형 자물쇠는 앞면에 열쇠를 꽂아 돌리는 방식으로 여는 방법에 조금 차이가 있지.
- 양반들이 장인에게 특별 주문하여 썼던 쇳대로 주로 귀중품을 보관하는 곳에 쓰였어. 자물통의 모양은 ㄷ자형 또는 원통형이고, 열쇠도 단순한 ㄱ 자형이야. 하지만 비밀 자물쇠를 열기는 쉽지 않아. 열쇠가 있다 하더라도 여는 방법을 모르면 그 열쇠는 무용지물이거든. 비밀 자물쇠는 가리개 밑에 열쇠 구멍이 숨겨져 있어서 겉으로 봐서는 열쇠 구멍을 찾을 수 없어. 구멍을 찾으려면 몇 개의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데, 적게는 2단계에서 많게는 7단계를 거쳐야만 해. 중간에 조작 순서가 틀리면 구멍도 찾지 못하고 자물쇠도 열 수 없게 되는 거지.
- 물고기 자물쇠.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서 잠을 잘 때도 눈을 뜨고 자. 그렇기 때문에 도둑이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집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또 알을 많이 낳기 때문에 다산과 풍요를 상징, 중국에서는 물고기 '어(魚)'자와 남을 '여(餘)'자의 발음이 비슷해서 물고기 그림으로 부유함을 표현하기도 했어. 우리나라에서는 곡식의 남음과 재산의 축적을 기원하는 의미로 주로 뒤주에 매달아 사용했지. 또 재물과 관련된 곳이나 안방용 가구에 주로 사용하기도 했어.
- 북통형 자물쇠는 '북'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야. '두껍닫이 자물쇠'라고도 불러. 북처럼 동그랗게 생긴 모양도 있고, 사각형, 육각형, 팔각형, 기하학형과 거북형까지 다양한 형태를 지녔어. 열쇠 구멍은 자물통 위쪽이나 오른쪽 옆에 있는데, ㄷ자형처럼 열쇠를 넣고 밀면 열려. 주로 장이나 농 같은 가구에 두세 개 정도를 세트로 붙여서 사용했는데, 자물쇠가 손잡이 역할을 하기도 했단다. 북통형 자물쇠는 주로 백동으로 만들었는데, 모양에 따라서 여러 가지 문양이나 글귀를 넣기도 했어. 예를 들어 원형이면 태극 문양, 각이 져 있으면 각에 맞춰서 문양을 넣었지.
- 선형 자물쇠는 자물쇠가 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세로로 길쭉하게 생긴 모양이 지금까지 본 자물쇠와는 조금 다르지? 자물쇠 아랫부분이 쥐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쥐 꼬리 자물쇠'라는 이름도 갖고 있어. 선형 자물쇠는 가구용과 건물용 두 가지로 구분해서 사용했어. 크기가 작은 선형 자물쇠(보통 10센티미터 정도)는 장이나 농 같은 가구에 붙여서 사용하고, 크기가 큰 선형 자물쇠(보통 30센티미터 정도)는 성문이나 임금님이 살던 대궐 문에 사용했단다.
- 선형 자물쇠는 뒤쪽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문에 고정시켜 사용했어. 정면에 보이는 구멍으로 열쇠를 꽂아 위로 올리면 자물통 아래쪽에 있는 쥐 꼬리 부분이 따라 올라가면서 문이 열리고, 아래로 내리면 쥐 꼬리 부분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문이 닫히게 돼.
- 은혈 자물쇠의 또 다른 이름은 '벙어리 자물쇠'야. 자물쇠가 가구 안에 숨겨져 있어서 밖에서는 열쇠 구멍만 볼 수 있단다. 자물쇠에 문양을 새겨 넣을 수 없어서 열쇠 구멍 가리개에 나비나 박쥐모양 등을 장식했어.
- 제물 자물쇠는 빗접(머리를 빗는 데쓰는 물건을 넣어 두던 도구), 경대, 망건통(상투 틀 때 쓰는 띠, 망건을 보관하던 통)처럼 작은 가구에 붙여서 사용했어. 자물쇠나 열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가구에 ㄱ 자나 ㅡ 자형 금속판을 고정시키고, 그 위에 둥그런 모양의 장식을 붙여서 여닫을 수 있게 한 거야.
- 자물쇠는 작고 사소한 물건이지만, 그 나라의 문화, 생활 풍습, 종교, 미의식 등을 반영하는 매우 소중한 문화유산이야. 각 나라마다 다양한 모양의 자물쇠들이 있고, 그에 따른 의미도 모두 다르단다.
- 동양과 서양의 쇳대는 기능은 같지만 그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어, 동양의 자물쇠는 '보호', '지킴'을 상징하는데, 서양에서는 동양과는 반대로 자물쇠보다 열쇠를 중요시하여 열쇠가 '힘', '권력'을 상징했어. 또 동양에서는 문짝에 고리를 매달아 각 고리를 서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자물쇠를 사용한 반면에, 서양에서는 자물쇠를 아예 문에 장착하는 방식을 썼어. 문에 열쇠 구멍을 만들어 바로 열 있게 한 거지. 그래서 전쟁에서 승리하여 성을 정복한 자는 정복을 당한 이에게 항복과 복종의 의미로 성의 열쇠를 받는 의식도 생겨나게 되었지.
- 에트루리아 : 서양에서는 '행운의 열쇠'라고 해서 열쇠가 '행운'을 상징하기도 해. 그래서 에트루리아에서는 열쇠를 부적으로 생각해서 늘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했어.
- 그리스 : 그리스 인들은 열쇠가 우박이나 싸라기눈 등의 피해를 막아 준다고 생각해서 밭이나 과수원 주위에 열쇠를 매달았어.
- 이탈리아, 프랑스 : 유럽에서는 열쇠에 질병을 막는 힘이 있다고 여겼어. 이탈리아, 프랑스등 여러 나라에서 열쇠가 출혈이나 경련, 광견병 등에 좋다고 믿었단다. 또 무속 신앙과 함께 불을 끄는 주술로도 이용되었어.
- 독일 : 열쇠에 좋은 의미만 있었던 것은 아니야. 독일에서는 열쇠 구멍이 굴뚝, 창문, 출입문과 함께 영혼이나 악마의 통로로 간주되어 악마가 들어온다고 두려워했단다.
- 헝가리 : 헝가리에서는 부인들이 아기를 낳을 때, 열쇠 구멍을 통해 악마가 들어올까 봐 일부러 막아 놓기도 했어.
- 중국 : 중국에는 '백가쇄'라는 자물쇠에 관한 재미난 풍습이 있어. 백가쇄란 '백 개의 자물쇠'라는 뜻으로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됐을 때, 아이의 가족이 여러 집을 돌아다니면서 얻어 낸 동전으로 자물쇠를 만들어 아이에게 걸어 주는 거야. 이렇게 하면 각 집에서 나누어 준 행복과 장수의 기운으로 아이를 지키고 건강하게 기를 수 있다고 여겼대.
- 빗장은 대개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는 소나무를 깎아 만들었는데, '둔테'와 '빗장'이 한 벌이라고 할 수 있어.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는 속담도 있잖아. 둔테가 있는 곳에는 항상 빗장이 따라붙었지. 약 50센티미터쯤 되는 기다란 나무 막대를 '빗장'이라고 하고, 이 빗장을 걸기 위해 특별한 형상을 조각해 만든 것을 '둔테'라고 불러. 이 모두를 합해서 '빗장'이라고 ...
- 빗장은 문의 크기와 장소, 지역에 따라서 모양이나 크기가 달랐어. 둔테를 동물 모양으로 만들거나 문양을 조각하기도 했는데,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고유의 멋을 느낄 수 있지. 어떤 것은 문양을 새겨 넣거나 광두정 같은 장식을 박아 넣기도 했단다.
- 둔테는 왜 2개일까? 너무 쉬운 질문이라고? 물론 문이 두 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둔테가 2개인 것도 맞아. 그래야 열고 닫는 제 기능을 해낼 수 있겠지. 하지만 둔테가 2개인 진짜 이유는 음양(陰陽)의 이치 때문이야. 음양은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서로 반대되는 기운을 의미해. 한 쌍으로 된 동물 모양 빗장이 암컷과 수컷을 의미하는 것처럼. 빗장의 암컷과 수컷을 구별하는 방법은 둔테를 보면 알 수 있어. 양쪽의 둔테를 살펴보면, 어느 한쪽이 크고 작은 차이가 느껴지지? 크기가 큰 것이 수컷이고, 작은 쪽이 암컷이야.
- 또 크기는 비슷하지만 문양의 차이로 구분할 수도 있지. 보통 문양이나 표식이 새겨져 있는 것이 수컷이고, 없는 것이 암컷이야. 동물원에 가서 공작 수컷을 봤다면 알 거야. 암컷보다 수컷이 훨씬 크고 아름다운 깃털을 가졌잖아. 동물들은 암컷보다 수컷이 더 아름답고 화려해. 빗장도 마찬가지야.
- 연꽃은 청결함, 순결함의 상징이야. 늪이나 연못의 진흙 속에 자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함을 유지하기 때문이지. 또 보통 식물들이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는 것과 달리 연꽃은 열매와 꽃이 함께 생겨나고 뿌리가 사방으로 퍼지는 특성 때문에 연이어 자손을 얻는 것, 임신, 득남 등을 의미해.
- 당초 문양은 당나라풍의 넝쿨 문양이라는 뜻이야.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북아프리카, 페르시아, 인도, 중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사용되었지. 당초 문양은 옛 무덤의 벽화나 불교 미술에서 주로 쓰였는 당초 문양 자물쇠데, 자물쇠에는 몸통과 앞바탕에 새겨 넣었어. 당초 문양의 의미는 '끊임없는 지속성'이야.
- 소나무는 예로부터 대나무, 매화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렸어. 세한삼우는 '추운 겨울을 견디는 지조 있는 세 명의 벗'을 뜻하는 말이야. 소나무를 보면 추운 겨울에도 늘 한결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잖아? 소나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데, 자물쇠처럼 일상 생활용품에서 나타난 문양은 장수를 의미한단다.
- 쇳대를 만드는 사람을 '두석장'이라고 해. 쇳대는 구리와 아연을 합한 황동으로 만드는데, 이 황동을 조선 시대에는 '주석' 또는 '두석'이라고 불렀단다. 그 때문에 두석장이라고 불리게 된 거야. 안타까운 점은 두석도 쇳대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낱말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야.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변화하고, 낱말의 뜻도 변하고, 새로운 낱말이 생기기도 하고, 사용하지 않는 말은 점점 사라지듯이 말이야.
- 망치 : 원하는 장석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번에서 수백 번 망치로 두드리는 과정이 필요해. 이때 쓰이는 곳에 따라 꼭두망치(타주망치), 닦달망치, 중망치 등 각기 다른 종류의 망치를 사용한단다.
- 정 : 정은 못의 한 종류야. 망치로 정의머리를 두드려 주면 장석이 잘라지거나 동그란 무늬가 생겨 정도 망치와 마찬가지로 용도에 따라 그 종류가 다른데, 날정, 공근정, 굴림정, 뻗정, 반달정, 걸림정, 못정 등으로 불러.
- 닦달모루 : 닦달질을 할 때 받치는 무거운 쇠모루(쇠를 두드릴 때 쓰는 받침)를 말해. 대개 나무통에 고정해서 사용해.
- 굴림통박 : 장석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모양으로 파 놓은 통박이야.
- 깎칼 : 장석은 수백 번 망치로 두드려서 만들기 때문에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그래서 깎칼을 이용해서 표면을 다듬는데, 몸 안쪽에서 바깥으로 밀면서 깎어.
- 열쇠패는 우리나라만의 아름답고 독창적인 공예품이라고 할 수 있어. 한자로는 '열 개(開)' 자에 '쇠 금(金)'자를 써서 '개금패'라고도 부르는데, 개금이 열쇠랑 같은 말이야. 열쇠패는 여러 개의 열쇠를 한 군데 매달아서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든 옛날 열쇠고리라고 할 수 있단다. 자물쇠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선 시대에 일상생활에 두루 사용되었어.
- 나무로 만든 간단한 열쇠패야. 이런 종류의 열쇠패를 '호패'라고 하는데, 지금의 주민등록증과 같다고 보면 돼. 조선 시대에는 호패에 이름, 나이, 태어난 해, 사는 곳 등을 새겨 넣었는데, 주로 16살 이상의 남자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녔단다.
- 남자들의 열쇠고리가 '호패'였다면, 여자들의 열쇠고리는 '곳간 열쇠 꾸러미'라고 할 수 있어. 곳간 열쇠 꾸러미는 곳간의 열쇠뿐만 아니라, 궤, 장롱, 함처럼 다양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네모난 가구의 열쇠들을 주렁주렁 매단 꾸러미를 말해.
- 곳간 열쇠 꾸러미는 집안의 안주인을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하단다.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할머니나 어머니 등 여인네들의 물건이라 할 수 있어. 시어머니가 나이 들고 며느리가 살림에 많이 익숙해지는 때가 오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이 곳간 열쇠를 물려주게 되지. 이때 시어머니가 사용하던 안방도 함께 물려받는데, 이를 '안방 물림'이라고 해.
- 이렇게 실용적인 열쇠패 외에도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서 감상하기 위해 만든 열쇠패도 있었어. 감상용 열쇠패는 주로 혼수용으로 만들어졌는데, 별전, 괴불, 매듭 등 여러 가지 화려한 장식을 만들고 매달아서 만들었단다.
- 별전은 옛날 돈인 엽전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조선 후기에 유행했어. 본래는 동전을 만드는 관청인 주전소에서 재료의 질이나 무게 등을 시험하기 위해서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교훈을 주는 문자와 그림을 넣으면서 기념주화로 발달하게 되었지. 별전에는 무병장수로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며 부부가 서로 사랑하여 화목한 가정을 지속시켜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
- 괴불은 어린아이들이나 부녀자들이 옷 위에 장식하기 위해 차고 다니던 액세서리야. 비단 헝겊에 예쁘게 수를 놓아 꾸민 뒤, 안에 솜을 넣고 가장자리를 꿰맨 다음 비단 끈이나 매듭 끈을 엮어서 완성했어. 괴불주머니 또는 괴불즘치라고도 불러. 괴불은 열쇠패를 장식하는 데 쓰이기도 하고, 신부가 신랑에게 보내는 선물로 유행하기도 했단다.
- 주머니형 열쇠패 안에 박쥐 다섯 마리가 보이지? 부녀자의 정조를 지키고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는 처용과 함께 표현했어. 박쥐는 오복, 즉 다섯 가지의 복을 상징해.
- 쌍동자 문양에는 신혼부부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 혼인을 축하하는 화동이나 장원급제하여 금의환향하는 행렬의 맨 앞에 화동을 세우는 관습에서 유래 되었단다.
- 색을 칠한 십장생 열쇠패야. 십장생은 예부터 오래 산다고 믿어 왔던 10가지를 말해․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바로 십장생이야. 가운데 큰 별전 부분이야.
- 처용은 <삼국유사>에 실려 전해지는 신라 시대의 기인이야. 처용 문양은 부녀자의 정조를 지키고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 백택은 어진 군왕이 좋은 정치를 하면 나타난다는 상상의 동물이야.
- 열쇠패는 염색한 비단 천에 색실로 자수를 놓아 만들었어. 별전패처럼 값비싼 재료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두루 만들어서 사용했지. 비단 천을 염색할 때는 홍화, 치자, 쪽풀, 도토리, 석류, 양파, 동백, 쑥, 강황 같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물을 들였어. 그리고 그 위에 여러 상징적 의미를 담은 동물이나 식물문양, 또는 의미가 좋은 문구를 수놓았지. 나비는 부부간의 화합을, 가지와 고추, 연꽃, 난초는 다산을 기원했고, 복숭아, 매미 등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것을 의미했단다.
- 모란꽃과 나비가 아주 아름답게 수놓아진 열쇠패야. 일명 '화접자수 열쇠패'라고 하는데, 부귀영화와 부부간의 화합, 애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
- 자수 열쇠패십장생 중 하나인 학과 소나무를 수놓아 장수를 기원하는 열쇠패야. 사각패의 모서리에 연밥이 달려 있는데, 연밥은 '다자다복(多子多福)'이라 하여 '자식을 많이 낳아야 복이 많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 자물쇠는 대문이나 가구를 잠가서 중요한 것을 지키고 보호했을 뿐만 아니라, '보호', '수호'의 상징으로써 다른 곳에 장식으로도 많이 사용되었어. 통일신라 시대의 성주사지 중앙 삼층석탑의 문비를 보면 자물쇠가 문고리와 함께 조각된 것을 볼 수 있거든. 문비란 석탑이나 승탑에 새겨진 문짝 모양을 말하는데, 여기에 새겨진 자물쇠와 문고리는 '보호'와 '지킴'을 의미해. 승탑은 스님들의 유골인 사리를 넣어 놓는 단지를 보관하던 것으로 자물쇠가 단지를 지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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