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김명철]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 - 슬기로운 집사 생활을 위한 고양이 행동 안내서

일루젼 2023. 8. 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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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명철
출판 : 비타북스 
출간 : 2019.02.20 


       

 

PC 버전 글쓰기에서 '글감검색'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건에 대하여, 내가 사용하는 기기가 문제라는 답변을 받았다. 음. 어플에서는 정상 작동한다는 점은 이미 문의사항에 포함해서 질의했던 것인데... 문의 전에 다른 기기나 브라우저에서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을 리가. 

결론은, 그냥 안 쓰기로 했다. 깔끔하군.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고양이 관련 서적을 읽었다. 강아지들에게 강형욱 조련사가 있다면 고양이들에게는 김명철 수의사가... 흠흠. 즐겨 시청하는 고양이 유튜버들의 채널에서 자주 보던 분이라 어쩐지 반갑다. 저자 본인 또한 '애기씨'와 '사모님'이라는 두 고양이의 집사로 <미야옹철의 냥냥펀치>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며, 진짜 사모님은 고양이 민화가 유명한 화실을 운영 중이다. 

 

올해 새로 출간된 <수의사는 오늘도 짝사랑 중>을 먼저 읽으려다가 몇 년 전에 출간된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부터 먼저 읽기로 마음을 바꿨는데, 만족스럽게 읽었다. 

 

수의사라는 직업상 여러 다양한 종의 동물들을 진료하게 되겠지만, 대부분의 동물병원들은 전문 영역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찾게 되는 병원이라면 대개 소동물 진료 병원일텐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특히 '고양이 친화적인' 병원으로 방향성을 정하고 관련 협회에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아무리 교감이 잘 되는 반려동물이더라도 완전히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반려인들이라면 수의사가 자신의 상황과 반려동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수 있을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ISFM 인증은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들에게 -만능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불필요한 오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주인님'이나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주인님'을 모시는 집사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참교육의 매질을 당할 수도 있다. 저자는 고양이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과 모든 것을 고양이에게 맞추는 것은 절대 같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의 입장에서 고양이를 바라보는 것을 주의하도록 당부하며, 대부분의 이상 행동들이 사실은 '삶의 만족도'와 '스트레스'라는 기본적인 원인으로 인한 경우가 많음을 지적한다.

 

저자의 간곡한 당부 사항은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반려인의 기준과 입장은 반려묘의 본성과 다를 수 있다는 점, 일관성과 참을성을 가지고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만 서로 행복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제대로 이해할 것. 고양이의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과 그것들의 유지-배치를 위한 적절한 준비가 된 상태에서만 입양을 결정할 것 등이다.

 

지금은 다른 이들의 삶을 관음하기 무척 좋은 시대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환경과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함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모든 것들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쉬워졌음을 주의해야 한다. 여러 반려동물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환경과 선택을 고작 몇 분 내외의 편집된 영상을 통해 보고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일이 없기를. 또는 잠깐의 부러움으로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까지 불행해지는 선택은 하지 않기를.

 

이 책이 출간된 후 저자는 고양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설계된 집으로 이사했다. 곳곳에서 보이는 고양이를 위한 세심한 배려와, 그럼에도 꽤나 모던하고 우아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이렇게까지 못할 거면 반려동물을 들이지 말라'는 아니지만, 다른 생명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익숙함과 편안함을 포기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절감했다. 비단 반려동물과 반려인만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다. 결혼, 출산, 합가, 룸메이트 등 다양한 공동생활도 마찬가지다. 나 자신과의 동거 아닌 동거 또한. 

 

으음. 쉬운 게 없군.

끝. 

 


   

-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규칙적인 사냥놀이를 해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하면, "고양이라서 편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라고 푸념을 합니다. 고양이는 대소변을 잘 가린다고 했는데 실수를 하고, 손이 가지 않는다고 했는데 손이 너무 많이 가고, 혼자서도 잘 지낸다고 했는데 울며 보채고, 자꾸만 병이 나고... 자신이 알던 고양이의 모습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진료를 하며, 그리고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많은 고양이와 고양이 보호자를 만났습니다. 수많은 만남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부분의 보호자가 고양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호자들은 고양이는 혼자 내버려 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 다 큰 성인과 성인이 함께 살아가는 데도 힘이 드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이라면 더하겠지요. 고양이가 문제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 함께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 과정만 슬기롭게 넘기면 우리는 분명, 고양이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행동이라는 것의 해결책도 아주 단순한 것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 한 생명과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결정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라면 고양이가 어떤 동물이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미리 고민하고 충분히 준비하기를 바랍니다. 

 

- 고양이가 말썽을 부린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만히 돌이켜보세요. 요즘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았는지, 피곤해서 사냥놀이를 건너뛰지는 않았는지... 

 

- '자기한테 관심을 안 갖는다고 화가 나서 사고를 치는구나' 또는 '나 보라고 일부러 저러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전에 '혼자 지루한 시간을 보내느라 고생 많았구나' 하며 안쓰럽게 여겨주세요.  

 

- 한 가지 사료만 먹던 고양이입니다. 워낙 까다로운 고양이가 잘 먹으니까 계속 한 가지 사료만 먹였던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사료가 리뉴얼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리뉴얼된 사료를 급여했는데 고양이가 사료를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 어떤 사료에도 입을 대지 않았습니다. 식욕촉진제도 처방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미국 본사에 연락해서 재고 상품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도 해봤지만 구할 수 없었습니다. 고양이는 굶어 죽기 직전이었고 보호자는 미쳐버리기 직전이었지요. 다행히 최악의 상황 직전에 고양이가 리뉴얼된 사료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겨우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 선천적으로 더 까다로운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고양이가 있습니다. 그런 까다로운 고양이의 보호자가 하는 가장 큰 실수는 고양이의 까다로운 성향에 완벽하게 맞춰주는 것입니다. '우리 고양이는 원래 이러니까 이렇게 해줘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까다로운 성향에 무조건 맞춰주기만 하면 고양이의 성향을 고착화시켜 더 폐쇄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고양이 수의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보호자를 닮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보호자는 고양이를 세세하게 살피며 고양이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하거나 싫어하면 그것을 해결해 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합니다. 사실 보호자가 무디고 예민하지 않으면 고양이의 작은 변화나 반응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넘어갑니다. 그래서 까다로운 고양이 옆에는 고양이만큼 까다로운 보호자가 있습니다. 까다로운 고양이가 까다로운 보호자에게 까다롭게 보살핌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점점 더 까다로워집니다.  

 

- 고양이는 예민해서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해 고양이가 싫어하면 조금이라도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맞춰주려고 합니다. 결국 고양이는 낯선 자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 싫어하는 것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다로운 고양이가 됩니다.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고양이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싫어하는 것을 참아냈을 때 긍정적인 보상을 주어 싫어도 참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고양이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적당히 받아들이고, 불편해도 어느 정도 참아내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게 고양이를 위하는 길입니다. 
 

- 쉬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활력 넘치게 노는 모습이 스트레스 없이 에너지를 발산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잘 놀던 고양이가 어느 순간부터 잠만 잔다면 삶의 활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신호입니다. 먹고 자기만 하면 체중이 점점 불고 체중이 불면 움직이는 게 불편해져 살이 더 찝니다. 그런데 보호자는 사람의 눈으로 고양이를 보면서 '세상 편하게 사네' 또는'고민 없이 사네' 하며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보호자가 바라보는 것만큼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고양이는 보호자가 없는 시간에 충분히 편안하게 휴식을 취합니다. 그러니 보호자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에너지 넘치고 활기 있게 움직이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많이 먹고 많이 자는 모습이 아니라, 잘 놀고 잘 움직이는 모습이 고양이가 정말 행복한 모습이니까요. 

 

- 고양이는 보호자의 사정을 통 봐주지 않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너무나 제멋대로입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보기에는 사람만큼 제멋대로인 존재도 없습니다.

- '아까는 함께 포근한 이불속에서 실컷 낮잠을 잤는데 갑자기 침대 밖으로 밀어내며 심지어 방 밖으로 쫓아냅니다. 어제는 잠까지 깨워서 사냥감을 흔들어주더니 오늘은 같이 놀자고 해도 모른 척 자기 일만 합니다. 사냥놀이가 하고 싶다고 다가가면 짜증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신경질을 냅니다. 매일 아침 7시면 일어나서 아침밥을 주더니 어떤 날은 10시가 되도록 일어날 생각을 안 하고 잠만 잡니다. 기분이 좋으면 이불속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사냥놀이를 해주면서 어느 날은 갑자기 손가락이 사냥감이냐며 콧잔등을 후려칩니다. 이거 당최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란 정말이지 해석이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 사람의 눈에 예측 불가능하게 보이는 고양이는 사실 사람보다 훨씬 예측 가능한 존재입니다. 고양이는 매일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삶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정해진 자신의 영역 안에서 늘 비슷한 시간에 먹고, 늘 비슷한 시간에 놀고, 늘 비슷한 시간에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니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면 규칙적인 생활을 각오해야 합니다. 매일매일 비슷한 시간에 꾸준히 고양이와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중에 바쁘다는 이유로 '주말에 몰아서 놀아줘야지'하는 생각은 고양이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주말에 실컷 놀고 나면 평일에 상실감이 더 커집니다. 고양이는 주말과 평일의 개념이 없습니다. 고양이가 매일매일 자신만의 스케줄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무엇보다 자신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일정한 기준 없이 고양이를 대하지 말아 주세요. 어떤 날은 침대에서 같이 자면서 어떤 날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못 들어오게 하고, 어떤 날은 사냥놀이를 하면서 어떤 날은 사냥놀이를 안 하고... 동일한 상황에서는 동일한 기준으로 고양이를 대해야 고양이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그래야 고양이가 해도 되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 고양이가 밤새도록 울어대는 게 문제라면 왜 자꾸 밤에 울어대는지에 대한 원인을 해결해 주고 밤에 우는 행동 습관을 교정해 주는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증상에 대한 원인은 해결해 주지 않고 못 나가게 하고 못 울게 하는 방법은 효과가 없습니다. 

 

- "TV에서 본 대로 똑같이 해봐도 왜 우리 고양이는 나아지지 않을까요?"
고양이가 왜 그런다고 생각하세요? 고양이의 문제행동을 해결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리 고양이를 불편하고 불행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노력입니다. 

 

- "고양이가 왜 자꾸 밖으로 나가려 할까요?" 이 질문은 "집안 환경이 얼마나 고양이를 무료하게 만들고 있나요?"로 바꿔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양이의 문제행동이 어떤 것이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집안 환경입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 개는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한 처음부터 사람에게 의식주를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사람의 생활지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혼자 의식주를 해결해 왔습니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개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고양이는 공간이 중요합니다. 

 

- 사료그릇, 물그릇을 하나 놓는 일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과연 이곳이 최선의 장소인가?' '이런 재질과 형태가 야생의 습성과 맞을까?'
보호자가 창의성을 발휘해서 집 안 환경을 꾸민다면 고양이에게 다양하고 만족스러운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 우선 고양이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가 집안에 모두 마련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 봅니다. 

첫째, 다양한 높이의 수직 공간

둘째, 사료, 물 등을 먹는 공간

셋째, 화장실

넷째, 휴식처 및 숨는 공간 

다섯째, 스크래처

-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가요? 그러나 알고 있다고 해서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양이 문제로 상담을 하거나 집을 방문해서 느끼는 첫 번째는 보호자들이 알고는 있지만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들의 문제행동은 작은 차이로 인해 발생합니다. 

 

- 가장 흔한 실수는 다섯 가지 요소 중 한 가지쯤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앞의 다섯 가지는 선택 요소가 아니라 필수요소입니다. 반드시 집 안에 다섯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예비 보호자라면 모두 갖춘 후 고양이를 데려와야 합니다. 물론 한두 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바로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수치가 조금씩 올라가다 한계치를 넘기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문제행동이 나타납니다. 

 

- 고양이가 잘 사용하지 않아서 치워버렸다면, 그것은 고양이 습성에 맞지 않는 자리에 놓아두었기 때문입니다.   

 

- 고양이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곳저곳을 정리하다 보면 결국 집이 전보다 훨씬 깔끔해지는 모양새가 됩니다. 눈에 보이는 곳에 이것저것 편한 대로 꺼내놓고 살 수가 없으니까요. 고양이 털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리게 되니까 이래저래 고양이와 함께하는 생활은 깔끔한 걸 좋아하는 고양이 습성을 닮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역시 사람에게 좋은 일 아닐까요? 

 

- 백합, 수국, 아이비, 포인세티아, 마거리트, 알로에, 튤립, 포토스, 팬지, 진달래, 꽈리, 나팔꽃, 칼리, 히야신스, 수선화, 은방울꽃 등이 있습니다. ASPCA(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고양이가 해당식물을 먹으면 구토, 설사, 탈수, 전신마비, 혼수 등을 일으킨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 고양이와 공유하기 싫은 공간이 있다면 처음부터 확실하게 들어오지 못하게 출입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보호자들 중에 침실이나 옷장만큼은 고양이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정했다면 처음부터 시간에 관계없이 항상 문을 닫아야 합니다. 만약 낮에는 침실에 들어갈 수 있게 하고 밤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면 고양이는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모두가 동일한 규칙으로 고양이를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가족이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다면 고양이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이에게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을 가족 모두가 동일하게 지켜야 합니다.

 

- 개에게 산책이 있듯이 고양이에게는 사냥놀이가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사냥놀이는 단순히 남는 시간을 보내는 여가 활동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필수 활동입니다. 하루 중 최소 30분은 고양이와 사냥놀이를 해야 합니다. 도저히 30분씩 놀아줄 시간이 없다면 다른 방법이라도 써야 합니다. 고양이 혼자서 놀 수 있도록 먹이퍼즐을 준비하거나 종이컵에 사료를 한두 알씩 넣어서 집안 곳곳에 숨겨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 고양이 성격은 사람이 보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다른 고양이에게 쉽게 다가가는 고양이는 사실 사교적이고 친절한 고양이가 아니라 자신감이 있는 호전적인 성향의 고양이입니다. 쉽게 말해 무서울 것이 없으니 낯선 고양이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소심한 고양이는 낯선 고양이가 다가오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하악질을 하고 방어적인 공격을 계속합니다.  

 

- 다음 날은 귀를 살짝 건드려보고 그러면서 귓속에 손가락도 살짝 넣어보세요. 그다음 날은 입가를 따라 쓰다듬으면서 입도 벌려보고 손가락을 입술 안쪽으로 넣어 잇몸도 만져봅니다. 이런 식으로 품에 안고 다정하게 말을 걸면서 여기도 만져보고 저기도 만져보세요.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도록 합니다. 고양이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렸을 때라도 싫어하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만진 다음 반복적인 먹이 보상을 하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손길이 나쁜 경험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 약 먹이는 도구도 어렸을 때부터 사용하면 좋습니다. 첫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갔을 때 약 먹이는 필러나 필건을 하나 구입하세요. 그리고 간식을 줄 때 이 도구로 간식을 줍니다. 어려서부터 즐거운 기억과 연결해서 약 먹이는 도구를 사용하면 나중에 약 먹일 때의 고충이 줄어듭니다. 

 

- 고양이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화 시기는 생후 3개월까지입니다. 이때 엄마 고양이가 사람들과 호의적이고 유대감 있게 지내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새끼 고양이도 그대로 배우게 됩니다. 사람들의 부드러운 손길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노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형제 고양이들과의 생활을 통해 다른 고양이들과 잘 지내는 법도 익힐 수 있습니다.

 

- 병원 트라우마가 생긴 이후에 재교육을 하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병원에 첫 예방접종을 하러 가기 전에 조기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미 병원 트라우마가 생겼다 하더라도 다음 과정을 통해 재교육을 해보세요. 

 

- 보통 이동장은 병원에 갈 때만 사용하고 평상시에는 다용도실이나 수납장 안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고양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고양이가 주로 이용하는 공간에 놔두고 이동장 안에서 간식이나 사료를 먹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동장 안에 혼자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놓아두어 고양이가 이동장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 이동장은 위아래 분리형이 좋습니다. 뚜껑이 분리되면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고양이를 이동장에서 완전히 꺼내지 않고 청진이나 촉진, 주사 처치를 해줄 수 있어서 고양이가 덜 불안해합니다. 이동장의 바닥 넓이도 고려 사항입니다. 고양이는 긴장을 하면 일명 '식빵 굽기' 자세를 취할 때가 많습니다. 이동장에서 식빵 굽기 자세가 가능할 정도로 바닥 넓이가 충분해야 합니다. 

 

- 간혹 병원에 올 때 고양이 두 마리를 하나의 이동장에 넣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고양이와 함께 있어야 안정을 찾는 고양이들이 가끔 있긴 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각각 따로 이동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 이제 가까운 고양이친화병원 Cat Friendly Clinic을 찾아봅니다. 고양이친화병원은 국제고양이수의사회 ISFM, International Society of Feline Medical에서 심사를 통해 부여하는 하나의 인증서입니다. 최고등급인 골드등급 인증을 받으려면 규정에 맞는 입원장과 고양이만을 위한 대기실, 고양이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경과 시설,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어야 합니다.

 

- 강아지친화병원은 없는데 고양이친화병원은 왜 필요한 걸까요? 고양이는 다른 동물보다 낯선 환경과 자극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낯선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고양이친화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친화병원의 직원들은 이동장 안에 있는 고양이를 귀엽다고 똑바로 쳐다보거나 손을 덥석 넣어 만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얼마나 고양이를 위협하고 불편하게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지요.  

 

- "우리 고양이는 저랑 사는 게 행복할까요?"
고양이 보호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이런 경우 저는 보호자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고양이가 보호자와 사냥놀이 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 열 살이 되어도 즐겁고 신나게 사냥놀이를 하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고양이들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적당히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고 그루밍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합니다. 여전히 활력이 넘치고 눈은 초롱초롱하며 보호자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모습은 고양이가 정신적으로 행복하다는 증거입니다. 

 

- 어떤 고양이는 장난감을 물고 와서 보호자에게 먼저 놀아달라고 보채기도 합니다. 
"우리 고양이 너무 똑똑하죠?"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고양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애교를 부린다고 좋아합니다. 사실은 문제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이 평일에는 늦게 들어와 얼굴 보기 힘든 엄마, 아빠에게 주말에 놀아달라고 떼쓰고 매달리지 않나요? 이것과 똑같은 상황입니다.  

 

- 시간이 날 때 몰아서 놀아주려고 하지 말고 10~15분 정도씩 매일 비슷한 시간에 나눠서 놀아줍니다. 이런 놀이법은 야생에서 사냥을 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출근 전에 10분, 퇴근 후에 10분, 잠자기 전에 10분, 이렇게 10분씩 세 번, 최소 30분 정도사냥놀이를 하면 적당합니다.   

 

- "자기 전에 몰아서 30분을 한 번에 놀아주면 안 될까요?"

잊었나요? 키워드는 '실감나게'입니다. 웬만큼 체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면 사냥감에 빙의된 듯 30분 동안 실감나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고양이의 집중력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보호자와 고양이의 체력과 집중력을 고려했을 때 10~15분 정도가 가장 적당합니다. 

 

-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지낸다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요?"
이번만큼은 단호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다."

- 새끼 고양이와 뱅갈 고양이는 더 활동적이기 때문에 성묘의 두 배인 한 시간 이상 노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일 한 시간씩 놀아줘도 에너지가
남아돌아 다른 고양이를 괴롭힌다면, 그 이상의 시간을 놀아줘야 합니다. 특별히 에너지가 넘치는 활동적인 고양이이니까요.

 

- "매일 놀아주고 싶어도 고양이가 놀고 싶어 하지 않아요."
혹시 매일 똑같은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있지 않나요? 야생 고양이의 사냥 모습을 생각해 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야생 고양이는 매일 일곱 번 정도 사냥에 성공하지만 매번 똑같은 사냥감을 잡지 않습니다.  

 

- 하지만 레이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레이저만 켜두거나 레이저 포인터로 손목만 움직여도 고양이가 잘 놀아서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레이저는 자극이 너무 강합니다. 쉽게 말해 너무 강력해서 다른 장난감이 시시해집니다. 자극이 강한 레이저는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게다가 레이저는 다른 장난감처럼 손으로 잡고 입으로 무는 사냥성공의 마무리 단계가 없기에 오히려 급격한 흥분 후 허탈감을 줄 수 있어 일상 장난감으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 사냥놀이가 끝나면 사냥 장난감을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합니다. 보이는 곳에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면 보호자가 장난감을 흔들어도 사냥 본능 자극 정도가 떨어져서 고양이의 흥미를 끌 수 없습니다. 

 

- 다음은 먹이 보상입니다. 야생 고양이가 사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집고양이에게도 사냥놀이가 끝나면 좋아하는 간식을 주고, 제한급식을 한다면 약간의 사료를 주면 좋습니다. 사냥놀이 후의 보상은사냥 본능을 유지시키고 놀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 고양이 먹이는 크게 사료와 간식으로 나뉩니다. 각각의 사료와 간식은 다시 건식 사료와 습식 사료, 건식 간식과 습식 간식으로 나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인 사료입니다. 간식은 삶의 즐거움을 위함이지 살기 위함은 아닙니다. 

 

- 초보 보호자들의 첫 난관은 사료 등급입니다. 오가닉,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프리미엄, 그로서리 등 다양한 등급이 있습니다.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가장 비싸고 영양가가 높다는 것을 먹이고 싶습니다. 최소한 중간 이상 등급은 먹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나요? 하지만 오가닉이라는 용어가 원재료의 안전성을 100% 보증한다고 볼 수 없으며 홀리스틱이나 슈퍼 프리미엄이라고 해도 원재료가 저급인 경우가 있습니다.

 

- 사료 등급은 사료의 질을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유기농 원료를 이용하여 만든 사료냐, 육류의 비율이 높고 부산물 등을 사용하지 않은 사료냐, 부산물이나 육골분 등도 사용한 사료냐의 차이입니다. 즉, 원재료에 따른 구분이며 영양 등급이 더 높다, 낮다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부산물이 들어갔느냐, 들어가지 않았느냐가 고급 사료와 저급 사료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양질의 부산물이 적정 비율로 들어가면 부산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사료보다 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고가의 사료를 고집하거나 포장지의 마케팅 용어에 현혹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 그럼 어떤 사료를 선택해야 할까요?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용품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대중적인 사료라면 어떤 것을 선택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 "습식 사료가 영양적으로 더 좋지만 대부분 건식 사료를 주는 건 보호자가 게을러서라는데 정말인가요?"
습식 사료는 금방 상합니다. 먹다 남은 사료는 바로 치워야 하고 남은 사료는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줄 때 다시 데워야 합니다. 아무래도 급여를 할 때 습식 사료가 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습식 사료가 건식 사료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다릅니다. 

 

-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기본식으로 건식 사료를 주면서 하루 한 끼 정도는 습식 사료를 주는 방법입니다. 

 

- 고양이의 입맛에 맞춰주게 됩니다. 사료를 바꿀 때 조금만 식사량이 줄거나 전에 먹이던 사료에 비해 시큰둥하게 먹는 것 같으면 바로 이전의 사료로 돌아가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고양이의 입맛은 고착화됩니다. 나중에는 급여할 수 있는 사료는 한 가지만 남고 새로운 사료들은 완전히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꼭 처방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처방식을 못 먹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보호자의 지나치게 예민한 관찰과 보호가 우리 집고양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흔한 예입니다. 

 

- 고양이의 사료 기호성은 한 살 이전에 결정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살 이전에 여러 가지 맛에 익숙해지도록 사료를 다양하게 급여하는 것입니다. 같은 제조사의 다른 사료도 먹여보고 제조사를 바꿔서도 먹여봅니다. 어렸을 때 얼마나 다양한 맛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성묘가 된 후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호의 폭이 넓어집니다. 어렸을 때 처방식을 소량씩 먹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그럼, 편식이 심하고 입이 짧은 경우 어떻게 하면 입맛을 바꿔줄 수 있을까요? 재교육은 정말 어렵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중의 30%가 빠질 때까지 새로운 사료를 거부하는 고양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우선 자신이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주기 위해 제한급식을 실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료를 주고 잘 먹지 않으면 바로 사료를 치워버립니다. 사료 냄새가 더 맛있게 날 수 있도록 전자레인지에 건사료를 5~10초 정도 돌려서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식욕촉진제를 처방받아 새로운 사료에 적응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 고양이는 먹고 싶은 만큼 알아서 먹고 보호자는 끼니에 맞춰 사료를 챙겨주지 않아도 돼서 편합니다. 그런데 사료 그릇에 사료를 얼마나 부어주나요? 혹시 그릇 하나에 사료를 가득 부어주고 그릇이 비면 다시 채워주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방식은 자율급식이 아니라 무제한급식입니다. 무관심한 자율급식은 끊임없는 포만감으로 고양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건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고양이는 개와 달리 아픈 티를 내지 않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식욕으로 파악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자율급식을 하면 고양이가 하루에 사료를 얼마나 먹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식욕저하로 먹는 양이 줄어들어도 초기에 알아채기 힘듭니다. 게다가 사료는 잘 먹지 않아도 간식은 잘 먹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더 식욕부진을 알아채기 힘듭니다. 문제는 고양이는 식욕부진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심각한 간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보호자라면 우리 고양이가 하루에 얼마만큼의 사료를 먹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하루 동안 먹는 평균 사료의 양을 파악했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의 사료를 계량해 그릇에 채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 개별로 급여해야 하는 사료의 양을 다르게 해야 한다면 고양이에게 개체인식 목걸이를 착용시켜 본인 급식기에 접근할 때만 뚜껑이 자동으로 열려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고안된 개체별급식기가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 자율급식을 할 때 주의할 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자율급식을 한다고 하면 보통 사료그릇 한 개에 하루 급여량을 몽땅 부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고양이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급여 방법입니다. 야생 상태에서 고양이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합니다. 집에서도 배가 고픈 상태로 돌아다니면서 여러 곳에서 사료를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사냥법입니다. 그날 하루 동안 먹을 사료를 몇 군데에 분산시켜 놓아주세요. 

 

- 보통 보호자들은 고양이를 혼자 오래 두었을 때,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자신을 반겨줄 때, 도도한 고양이의 애교를 보고 싶을 때... 단지 고양이가 좋아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간식을 줍니다. 그러나 고양이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아무 때나, 아무 이유 없이 주는 간식은 고양이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 저는 보호자들에게 "공짜 간식은 주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간식은 어떤 일을 했을 때 보상의 의미로 인식시켜야 합니다. 매일 사냥놀이를 한 후, 병원에 다녀왔을 때, 목욕을 했을 때, 발톱을 깎았을 때, 문제행동을 교정할 때 등 간식을 줄 타이밍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 사람은 고양이에게 울지 말라고 간식을 주지만 고양이는 울면 간식을 먹을 수 있다고 인지합니다. 결국 줄 때까지 끝까지 울어댑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 고양이의 애교 앞에 무너지면 안 됩니다. 

 

- 맛있는 간식은 삶의 질과 연관이 있을 뿐 영양적으로는 별 이득이 없습니다. 4kg 고양이 기준으로 보통 엄지손톱 크기의 트릿이나 동결건조큐브는 하루 열개 이내, 짜 먹는 액상간식은 네 개 이내 정도면 적당합니다. 긍정 행동에 대한 보상 급여 시 동결건조큐브를 새끼손톱 크기 정도로 쪼개서 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 중요한 점은 어느 날 갑자기 배변과 배뇨 실수가 시작되었을 때의 이유가 사용하는 모래에 대한 거부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모래의 재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참고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배변과 배뇨 실수를 시작한 것이지요. 이럴 경우 다양한 형태의 모래를 준비한 후 어떤 모래에 대소변을 보는지 확인하여 우리 집 고양이의 모래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대부분 길고양이들은 사방이 확 트여 주변을 경계할 수 있고 부드러운 모래나 흙이 있는 곳을 애용합니다. 즉, 집에서도 화장실 위치는 조용하고 주변이 트여 있어 시야와 퇴로가 확보된 곳이 좋습니다. 적합한 장소는 결국 사람이 자주 치워야만 하는 거실이나 방의 안쪽 공간입니다. 막혀 있는 돔형보다 먼지는 날리지만 오픈되어 있는 화장실 형태를 추천합니다. 

 

- 결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집 안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보호자 편의 위주의 화장실을 고양이에게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이 때문에 고양이의 배변과 배뇨 실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수가 시작되었을 때 고양이를 나무라기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장실 환경이 사람 편의 위주로 꾸며진 것은 아닌지 살펴봐주세요. 

 

- 제가 보호자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그릇은 한 군데 이상 놓아줘야 하지만 똑같은 물그릇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요. 고양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물 마시기를 좋아합니다 

 

- 하지만 고양이가 해달라는 대로 무조건 맞춰주면 결국 고양이에게 좋지 않습니다. 보호자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참으며 물그릇의 물은 절대 마시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음수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고양이가 수도꼭지 근처로 오면 바로 물을 잠가버리세요. 그래야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행동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그럼 고양이가 얼마나 물을 마셔야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요? 적정 음수량은 일반적으로 체중 1kg당 50ml입니다. 체중이 4kg인 고양이라면 하루 200ml 정도의 수분 섭취가 추천됩니다. 고양이 보호자의 대부분이 우리 집 고양이는 물을 잘 마신다고 말하지만, 실제 계산된 양을 듣고 나면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습식 사료는 70~80%가 수분이라서 자연스럽게 수분 섭취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짜 먹이는 액상형 간식을 물에 섞어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에 액상형 간식을 반쯤 타서 주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싹싹 핥아먹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 물 마시기도 조기교육이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물을 마시면 잘했다고 엉덩이도 두드려주고 얼굴도 쓰다듬어줍니다. 몇 개월 동안 계속 칭찬을 해주면 물 마시는 건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중간이 아닌 물을 다 마시고 난 이후에 칭찬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호자의 관심을 가장 큰 보상으로 생각하는 고양이의 경우라면 물을 마시다가도 칭찬을 하면 물 마시기를 중단하거나 보호자가 만져줘야 물을 마시는 습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가능하면 첫 발정 전에 중성화수술을 시켜주세요. 보통 첫 발정이 오기 전인 5~6개월령이 적당합니다. 단, 체중은 최소한 2kg가 넘어야 마취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보호자가 고양이를 잘 돌봐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야생성이 많이 남아 있어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이 아픈 티를 내면 어떻게 될까요? 포식자의 표적이 됩니다. 그러니 고양이가 아픈 것을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보호자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 하지만 고양이가 아픈 티를 낸다면 질환이 이미 70~80% 정도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가 평소 고양이의 생활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매일 사료와 물 섭취량을 살펴서 덜 먹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해주며 감자와 맛동산의 모양과 개수를 보고 소변량이 줄지는 않았는지, 소변보는 횟수가 많아졌는지, 설사를 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해 주세요. 하지만 너무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습니다. 2~3일 정도의 미세한 컨디션 변화는 정상으로 보아도 좋습니다.

 

- 건강 검진은 어디가 아파서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문제가 될 부분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건강해 보이는 고양이도 건강 검진을 해보면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고양이는 신장 기능이 70% 이상 망가져도 아무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 전에는 전혀 문제를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장의 경우 질환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 필요합니다.  

 

- 보호자들은 단단한 변을 '예쁜 대변'이라고 생각하는데 고양이에게는 변비 상태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변은 형태는 잡혀 있지만 수분감이 있는 변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쁜 대변'보다는 묽은 상태입니다. 변 끝에 혈액이 묻어있다면 일단 수분 섭취량을 늘리는 노력을 해보세요. 

 

- 소변 횟수는 비슷한데 감자 크기만 작아졌다면 물 섭취량이 줄어든 게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그러니 음수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우선입니다. 만약 감자 크기는 줄었는데 개수가 늘었다면 방광염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소변 횟수가 증가하고 감자 크기도 커졌다면 당뇨 질환이나 신부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이렇게 보니 고양이는 정말 골치 아픈 존재군요. 보호자들은 다 제각각 자신의 고양이에게 맞는 해결법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모두 비슷한 문제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사람은 잠이 많아지고, 어떤 사람은 잠을 못 자고, 어떤 사람은 식욕이 당기고, 어떤 사람은 식욕이 사라집니다. 

 

- 증상은 오만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대부분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어떤 증상이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 "하라는 대로 했더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궁금해요." 
근본적인 원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당신의 고양이는 지금 집 안에서 사는 게 야생의 삶보다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본능, 즉 야생성이 충족되는 삶,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만 충족시켜 주면 행동학적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됩니다. 문제행동 해결의 방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 집안 환경을 야생처럼 풍부하게 꾸며줄 것. 

둘째, 사냥놀이를 재미있게, 주기적으로 충분히 해줄 것. 

셋째, 사료 급여 시 먹이퍼즐을 적극 활용할 것.

 

- 그런데 사례자와 직접 이야기를 해보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금방 알게 됩니다. 바로 '섬세함'입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 책에서 찾아본 방법을 열심히 따라 하기는 하는데 잘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합사 전에 환경을 충분하게 제공해 줬고 격리도 해서 서서히 합사를 시켰어요. 그런데 며칠 문제없이 지내는 듯하다가 싸움이 시작되었죠."
큰 순서만 놓고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 힘듭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합사 실패의 원인이 보입니다. 그럼 춘향이네는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 기본적으로 이렇게 불안감과 경계심이 큰 고양이는 새로운 공간과 고양이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춘향이네 합사 과정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서로에게 충분히 적응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던 게 문제였습니다. 춘향이가 집의 주요 공간인 거실에 적응하여 자신의 영역임을 표시할 수 있는 훈련을 매일 진행하고 이와 동시에 마치 처음 합사를 하는 것처럼 첫인사 단계부터 다시 합사 과정을 밟아나갔습니다. 합사 전에 두세 번밖에 하지 않았던 인사 훈련을 매일 2번씩 일주일 동안 반복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일주일 만에 전쟁터 같던 집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하지도 않고 적당히 서로 무시하며 살게 된 것입니다. 

 

- 합사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고양이도 싸우면서 정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듯 살면서도 합사 상태를 고집합니다. 지금 합사를 포기하고 생활공간을 분리시키면 죽을 때까지 합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호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합사가 실패해서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면 즉각 고양이들을 격리하고 첫인사부터 다시 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빠른 해결법입니다.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격리 날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 가장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리하게 같은 공간에 두어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서로에게 적응시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도 합사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과 투약관리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이때 가장 나쁜 것은 보호자가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흥분 상태에서 특정 고양이를 혼낸다면 이 고양이는 더욱 나쁜 기억만 갖게 되고 상대방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커집니다. 반드시 차분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 고양이들을 달랜다고 간식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먹이 보상은 보호자가 원하는 행동을 했거나,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주어져야 합니다. 싸움이 끝난 후 먹이보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맛있는 간식으로 둘 사이를 풀어주고 싶다면 고양이들이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함께 있을 때가 타이밍입니다. 함께 있으면 맛있는 걸 먹고 재미있게 놀 수 있구나, 이렇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고양이와 개의 합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기본적인 원칙은 고양이끼리의 합사와 동일합니다. 앞의 내용을 참고하여 집안 환경을 재배치한 후 고양이 합사와 같은 순서로 진행합니다. 여기에 추가되어야 할 것은 '개의 매너 교육'입니다. 개는 쫓아다니는 행위 자체가 놀이입니다. 도망가면 더 신나서 쫓아가는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개가 고양이에게 달려들지 못하게 "안 돼", "기다려" 등을 가르쳐야 합니다. 고양이와 개가 서로 적대적이라면 함께 있을 때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 발톱 깎기 재교육을 예로 들어볼까요? 발톱 깎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고양이는 발톱깎이만 꺼내도 기겁을 합니다. 우선 발톱깎이에 대한 거부감을 지워줍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발톱깎이를 보이는 곳에 꺼내놓습니다. 그리고 발톱은 깎지 않습니다. 발톱깎이를 옆에 두고 간식도 주고 사냥놀이도 해주면 발톱깎이를 보고도 긴장하지 않게 됩니다. 그다음에는 발을 슬쩍슬쩍 만져봅니다. 그리고 간식 보상을 합니다. 그렇게 발을 만지는 것에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발을 잡고 발톱을 눌러 노출시킵니다. 물론 이때도 간식 보상을 합니다. 매일 반복적으로 하면 발을 잡고 발톱을 노출시키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집니다. 그다음은 발톱 깎기 실전으로 들어갑니다.

 

- 이런저런 방법들을 시도해 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보호자들이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우리 고양이는 정말 너무 심각해요. 인터넷에서 찾아본 방법대로 다 해봤는데도 전부 효과가 없었어요."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무엇일까요? 며칠 해보고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것입니다. 발톱을 깎는 데 익숙해지기까지 6개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발을 만지도록 허락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한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해줬냐고 물어보면 매일 해줬다는 보호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라고 대답합니다. 매일 두세 번씩 반복해야 합니다. 

 

- 고양이 재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사실 고양이 때문이 아닙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보호자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 몇 개월씩 발톱 깎기나 귀 닦기 등을 가르치는 보호자가 되어주세요. 고양이는 분명 받아들일 것입니다.  

 

- 약 먹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건강 검진으로 초기 만성 신부전증이 발견된 고양이가 있다면, 저는 처음부터 약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부터 하나둘씩 먹이면 도움이 되는 보조제들이 있지만 일단은 약을 먹이는 도구인 필러만 처방합니다. 앞으로 진행할 만성신부전증 관리를 위해 고양이가 약 먹는 행동과 도구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 꼭 먹어야 하는 약이 생겨도 약을 먹이고 나면 토하거나 식욕부진을 보이기까지 해서 아무것도 못 먹이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단 약 먹이는 도구만 처방을 하고 일주일간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습식 사료나 짜 먹는 간식을 주는 도구로 사용하도록 합니다. 

 

- 간혹 가루약을 먹고 나서 거품을 무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거부감이 심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절대 같은 제형으로 약을 먹이면 안 됩니다. 고양이들은 거부하면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므로 맛이 느껴지지 않도록 캡슐에 약을 넣어 꿀꺽 삼키게 해 주세요. 

- 집고양이의 "야옹"은 쉽게 말해 '집사야, 이것 좀 해줘라'라는 소리입니다. 어려서부터 보호자가 금이야 옥이야 키운 고양이들이 이런 성향을 갖기 쉽습니다. 혹시 고양이가 울 때마다 "응, 왜 울었어?", "응, 뭐가 필요해?"라고 계속 대답을 해주지 않았나요? 식욕이 조금만 떨어진 것 같아도 손에 사료를 올려서 먹여주지 않았나요?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상생활이 되면 습관적으로 보호자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관심이 조금 부족해졌다 싶으면 더 관심을 달라고 쫓아다니며 울어댑니다. 

 

- 그러나 24시간 집에서 고양이 옆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고양이는 보호자가 곁에 없는 시간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됩니다. 고양이를 위해서도 보호자를 위해서도 사랑 표현에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합니다. 

 

- 울면 보호자가 해준다는 것을 학습을 통해 배우게 된 고양이는 보호자가 말을 들어줄 때까지 집요하게 요구합니다. 5분이든 10분이든 끝까지 울어댑니다. 지친 목소리로 한 시간을 우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지독하게 고집이 센 고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지독한 고양이로 만든 것은 바로 보호자입니다. 고양이는 한 시간을 울어대야 보호자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만 굴복해도 고양이는 알게 됩니다. 울다 보면 결국 보호자가 해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계속 울어대는 고양이에 대한 대응은 간단합니다.
첫째, 무시한다.

째, 무시한다.

셋째, 무시한다.

- 30분을 울어도 견뎌야 하고 한 시간을 울어도 견뎌내야 합니다. 30분째 못 참고 일어서면 고양이는 30분 동안 울어댑니다. 한 시간째 못 참고 일어서면 고양이는 한 시간 동안 울어댑니다.

 

- 고양이의 간절한 울음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너무 매몰차게 느껴집니다. 고양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끌려다니는 것은 성숙한 보호자의 태도가 아닙니다. 고양이에게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고양이가 울음을 멈췄을 때 보여주면 됩니다. 

 

-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우는 고양이에게는 클리커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는 도구) 훈련이 요긴합니다.  

 

- 고양이의 문제행동을 고치는 매우 효과적인 훈련법을 소개하겠습니다. 클리커라는 제품을 사용합니다. 볼펜의 '딸깍' 소리를 이용해도 됩니다. '그 행동을 하면 이 소리가 나고 보상이 있을 거야'를 알려주는 훈련법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이 소리가 나고 보상이 있을 거야'를 알려줄 수 있습니다. 문제행동을 교정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것저것 떼를 쓰기 위해 우는 고양이라면 재교육이 필요하지만 조용하던 고양이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면 질병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울음소리가 지나치게 심해졌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에 데려갈 필요가 있습니다.  

 

-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들이 사냥놀이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합니다. 고양이가 사냥놀이를 잘하지 않으면 그저 우리 고양이는 사냥놀이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냥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듯 말입니다.

 

- 앞에서도 몇 번씩이나 강조했지만 사냥놀이는 단순히 고양이의 여가 활동 중 하나가 아닙니다. 사냥놀이는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잠을 자는 것처럼 고양이의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바꿔 말하면 고양이 문제행동의 원인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냥놀이에 흥미가 떨어졌다면 식욕이 떨어지거나 불면증에 걸린 것처럼 뭔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는 표시로 이해해야 합니다.  

- 하루 종일 무료했던 고양이에게 가장 자극적인 사냥감은 무엇일까요? 움직이는 손과 발입니다. 보호자가 다니는 길 중간에 매복하고 있다가 사냥감인 보호자의 손과 발이 눈에 띄면 달려듭니다. 이때 고양이를 흥분시킨 것은 움직임입니다. 게다가 공격하면 "아야!" 하고 재미있는 반응이 돌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사냥감이지요.

 

- 고양이가 보호자의 손과 발을 공격하면 최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물고 있는 고양이의 입을 밀어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물리면 당겨서 빼려고 하는데, 이런 행위는 오히려 고양이의 도전정신에 불을 붙일 뿐입니다. 가볍게 밀어낸 후 즉시 그 자리를 뜹니다. 이렇게 반복하면 고양이는 '아, 집사는 사냥감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대응법은 고양이가 에너지를 모두 분출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어주고 사냥놀이를 충분히 해주는 것입니다. 

 

- 새끼 고양이는 뭐든 움직이는 물체만 보면 신나게 잘 놉니다. 그래서 보호자는 시간만 나면 손가락을 톡톡 움직여 놀아줍니다. 손으로 놀아주는 건 쉽고 편하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방법입니다. 사람의 몸을 깨물고 할퀴어도 괜찮다고 배우게 되니까요. 귀찮더라도 사냥놀이는 정석대로 사냥 장난감을 이용해야 합니다. 만약 사회화가 잘 안 된 새끼 고양이가 사냥놀이 중 물거나 할퀴었다면 "안 돼!" 하고 낮고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즉시 사냥놀이를 중단하고 자리를 뜹니다. 그러면 새끼 고양이는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구나', '이렇게 하면 재밌는 놀이가 중단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 행동 교정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생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지나친 공격성을 보이거나 평소 공격성이 전혀 없던 고양이가 갑자기 공격성을 보이기 시작한 경우, 사람이 심하게 다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입니다. 만약 중성화 이전이라면 우선 중성화 수술부터 고려해봐야 합니다.

 

- 일반적으로 고양이 발톱이 박히면 발을 당겨 뺍니다. 하지만 고양이 발톱은 갈고리 모양이라 잡아당기면서 빼면 상처만 깊어집니다. 반대로 고양이 쪽으로 밀어야 빠집니다. 고양이가 입으로 물면 입 쪽으로 밀어냅니다.  

 

- "고양이 비만의 원인은 집에 있는 어머니다."

 

- 고양이는 빈틈을 누구보다 잘 알아챕니다. 누구에게 가야 먹을 것이 나오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요하게 공략합니다. 어머니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면 언제나 성공합니다. 고양이에게 다이어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가족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고 예외 없이 규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합니다. 단 한 명의 구멍이라도 생기면 다이어트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 대소변 실수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처럼 보여도 원인은 훨씬 전에 시작되었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대소변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잘 찾아보세요. 원인을 제거해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고양이가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대소변을 봤다고 혼을 내거나 벌을 주어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대소변을 보면 혼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을 찾거나 보호자가 외출할 때까지 대소변을 참아서 방광염이나 변비에 걸릴 수 있습니다.  

 

- 고양이가 실수한 장소를 찾아내 대소변 냄새를 완벽하게 지웁니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후각이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냄새가 남아 있으면 그곳에 다시 영역 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특수 검출용 라이트(블랙라이트)로 벽과 바닥을 비춰 눈에 보이지 않는 소변 흔적까지 찾아낸 후 냄새를 완벽하게 지웁니다. 이때 반드시 반려동물 대소변 얼룩이나 악취 제거 전용 효소 탈취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 세제로만 닦으면 냄새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습니다. 

 

- 대소변 냄새를 완전히 지운 후, 그곳에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줍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배변 실수를 하던 곳에서 신나게 놀아주고 간식을 주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먹고 노는 곳을 화장실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실수하던 장소에 사료그릇과 물그릇을 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러 군데라면 장소마다 한 개씩 작은 그릇을 놓습니다. 단, 하루 사료 총섭취량을 계산해서 조절해야 합니다. 

 

- 배변 실수가 영역 표시 목적이라면 대소변 실수 장소에 고양이 합성 페로몬제(상품명 feliway)를 뿌리거나 스크래처를 세워둡니다. 합성 페로몬제와 스크래칭을 통해 영역 표시 본능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 스크래처에 발을 대려고 하지 않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양이에게 스크래처가 발톱을 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고양이를 스크래처 앞에 데려다가 앞발을 붙잡고 스크래처에 대고 갈라고 강요합니다. 이때 고양이 머릿속에는 '놓아라!'는 한 가지 생각만 맴돌고 있습니다. 

-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앞발 만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또한 스크래처 앞에서 이런 낭패를 당했으니 그곳은 기분 나쁜 곳으로 인식됩니다. 보호자가 자신의 앞발을 붙잡고 괴롭히던 장소일 뿐입니다. 고양이 앞발을 가져다 긁는 것보다는 고양이가 보는데서 보호자가 직접 부드럽게 긁어보는 게 낫습니다. 긁는 소리를 들으면 고양이도 긁고 싶어지니까요.

 

- 스크래처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소파 옆에 세워두었던 스크래처를 구석으로 옮기지 말아 주세요. 고양이는 환경이 갑자기 바뀌는 것에 불안감을 많이 느낍니다. 

 

- 평소에는 식탁에 올라가도 내버려 두다가 보호자가 밥을 먹을 때만 접근 금지를 시킨다면 고양이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예 식탁은 올라갈 수 없는 공간이라고 처음부터 알려주어야 합니다. 음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식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적인 원칙은 2가지입니다. 
첫째, 사람은 식탁에서만 음식을 먹는다. 

둘째, 고양이는 식탁 위에 올라가지 못한다.

 

- 서로 이것만 지킨다면 평화로운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람이 식탁 위에서만 음식을 먹는 문제는 사람이 알아서 잘하면 됩니다. 

 

- 기존의 생활 루틴이 바뀌고 야생의 본능과 에너지가 충분히 소모되지 않으면 고양이들은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이것이 강박 행동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못하게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보세요. 의외로 아주 기본적인 사항을 놓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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