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제임스 로즈] 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 - How to Play the Piano

일루젼 2023. 8. 2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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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제임스 로즈 / 김지혜
출판 : 인간희극
출간 : 2017.11.15


 

첫 레슨을 받기 전, 선생님과 가볍게 테스트 미팅을 가졌다. 피아노를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결심한 지 이틀 만의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음악 수업을 들었던 게 아마 족히 20년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레스너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라는 믿음으로 너무 해맑은 뇌로 별다른 사전준비 없이 갔다가 동공지진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성인 취미생의 경우 기본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곡과 기본기용 교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간단한 곡들을 연주해보라고 하셨다. 기본 음계까지는 양손 연주가 가능했지만 옥타브가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나의 눈과 뇌와 손은 모두 제각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생님... 잠시만... 저는 오선지 안 음표까지만 초견이 가능하단 말입니다... 

 

그래도 원하던 곡은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셔서 다음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연주가 쉽도록 살짝 편곡해 주시겠다고 했는데, 해서 예습은 할 수 없으니 기초 지식이라도 채워가기로 하고 피아노 관련 도서들을 읽고 있다. 

 

<내 생애 한 번은, 피아노 연주하기>는 정말 극초심자들이 '피아노'라는 즐거움의 맛을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이다. 한국에서는 도레미라는 음계를 주로 사용하지만, 사실 장단조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대표음을 세는 도레미는 위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건반의 위치 CDE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당부한 대로 6주간 읽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음표 하나하나까지 따라가며 읽은 바 꽤 유용할 법한 팁을 발견했다. 바로 낮은음자리표와 기본 옥타브를 벗어난 음표를 즉각적으로 읽는 법이다. 

(지금까지 훑어본 책자들에서 이렇게 알려주는 내용을 발견하지는 못했으니 나름대로 '최초 발견'이라 주장하고 싶다.)  

 

낮은음자리표의 도(C3)는 두 번째 칸에 위치한다. 그리고 높은음자리표는 한 줄 아래의 기본 도(C4)와 네 번째 칸의 도(C5)로 두 개의 도가 있다. C3와 C5의 위치를 잘 살펴보면 첫 번째 깨달음이 찾아온다. 이제 당신은 높은음자리표 오선지만 외우면 낮은음자리표도 곧바로 읽을 수 있다!

 

낮은음자리표는 높은음자리표보다 두 음계 높은 음으로 읽으면 된다.  

 

 

그렇다면 곧바로 7음계와 5선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계산해 볼 수 있다. 낮은음자리표와 높은음자리표가 중간에 기본 도(C4)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연결 지으면, 오선지 사이에는 딱 한 줄씩의 보이지 않는 줄이 존재한다.

 

즉 오선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줄이 하나씩 존재한다.

 

 

C2, C3, C4, C5, C6

 

자, 각각의 도(C)들을 표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 도(C)들의 위치만 확실하게 기억해두면 된다. 기본 도인 C4를 공유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나머지 음계는 기본적인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잘 기억하고 있다면 각각의 도를 기준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옥타브가 달라지는 경우도 간단하다. 높은음자리 악보에서 두 줄 달고 위로 높게 솟은 음표는 C6, 낮은음자리 악보에서 두 줄 달고 깊게 가라앉은 음표는 C2이니 이 도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아아, 속이 시원하다!!! 이제 오선지 밖으로 삐져나온 줄 달린 콩나물들이 두렵지 않다!!

(그냥 외우면 되는 것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읽은 대로 손가락이 잘 따라와주길 바라며.

끝!

 

 

 


 

 

   

 

- 우리나라 음악책을 보면 도레미파솔라시, 다라마바사가나, CDEFGAB가 마구 혼용되어서 쓰입니다. 물론 용어라는 게 나름대로의 역사가 있고 효용도 있지만 무슨 수학책도 아니고 각각의 용어를 변환하고 어쩌고 하다 보면 음악에 다가서기도 전에 높은 장벽을 만난 느낌입니다. 이 책은 영어권 저자가 설명하는 대로 심플하게 CDEFGAB만을 사용하겠습니다. 

 

- 이 책은 바흐의 프렐류드 No.1을 누구나 6주 안에 완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당곡의 악보는 책의 뒷부분에 2장으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으며 저자의 홈페이지(www.jamesrhodes.tv)에서도 언제든지 출력받을 수 있습니다. 악보에는 저자가 직접 필기한 체크사항들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 악기를 배우면 우리가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던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이 열립니다. 음악을 '듣는' 일이 영혼을 위로해 준다면,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깨달음을 얻게 해 주죠. 이 둘의 차이는 공원에서 친구 몇 명과 공을 차는 것과 호날두와 함께 축구 경기를 뛰는 것만큼이나 클 거예요.

 

- 이 책을 통해 단 6주 만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의 명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여러분은 두 손, 눈 한쪽(양쪽 눈을 다 쓰면 좋지만 하나라도 문제 될 건 없어요), 이 책, 그리고 피아노나 전자키보드만 준비하면 됩니다. 전자키보드라면 적어도 4옥타브 이상의 음역에 서스테인 페달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대부분 전자키보드에는 서스테인 페달이 있을 거예요).

 

- 하루에 45분씩만 할애해 연습하면 된다는 사실은 아마 더 반가울 겁니다. 보통 하루 4~6시간씩 연습하는 전문 음악가들에 비하면 별로 힘든 일도 아니죠. 게다가 일주일에 하루는 쉴 수도 있으니, 해볼 만하지 않은가요? 

 

- 저는 요즘 실정에 맞게 단순하고, 즉각적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최대한 쉬운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의욕 넘치는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틴더 tinder인 셈이죠. 이 과정(영적인 경험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각성'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네요)을 끝낼 때쯤이면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의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피아노를 한 번도 쳐 본 적 없어도, 악보를 읽을 줄 몰라도, 음악에 전혀 소질이 없어도(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지만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문제없습니다.

 

- 물론 어려서 악기를 배우다가 포기했다면 상황은 훨씬 낫습니다. 이제는 곡의 박자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선생님이나 음계 연습을 하지 않는다고 끝없이 잔소리하는 부모님의 간섭 없이도 연습할 수 있으니 말이죠.   
      

-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다 마쳐도 라흐마니노프 Rachmaninov의 콘체르토나 쇼팽 Chopin의 소나타는 연주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끝낸 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선생님을 구해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하죠. 저는 이 책이 사람들에게 음악적 발판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계속 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제가 고른 바흐의 '프렐류드 1번 C장조 Prelude No. 1 in C major'는 서른다섯 마디밖에 되지 않는 짧은 곡입니다. 게다가 적당하게도 각각의 마디는 16개의 음표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거의 매 마디에서 8개의 음표가 두 번씩 반복되죠. 하루에 두 마디씩 배운다고 하면 당신이 하루에 연습해야 할 음표는 단지 16개뿐이라는 뜻입니다.

 

- 이 책에서는 피아노 연주의 기본과 악보 읽는 법을 배우는 데 1주, 매일 할당된 마디를 연주하는 데 3주, 그동안 배운 마디들을 한꺼번에 이어서 연주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데 2주를 할애할 예정입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이 말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 거라는 점이에요. 저를 한번 믿어보세요.
 

- 창조적인 활동은 우리의 외면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영혼을 위한 평화로운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트위터를 하거나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지도 않을 테고,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지도, 인터넷에서 고양이 동영상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광고의 홍수에 시달리지도, TV에서 '도전 슈퍼모델'을 보지도 않을 거예요.

 

- 오직 자신에 집중하고 몰입한 상태로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채, 우리의 잠재력을 활용해 각자의 내면에 있는 창조성을 끄집어낼 수 있게 될 겁니다. 명상의 역할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나요? 게다가 단지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해지는 것을 넘어 피아노까지 멋지게 연주할 수 있게 되니, 두 배로 이득을 얻는 셈이죠.
 

-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육학과 교수인 수잔 할람 Susan Hallam이 진행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악기를 배우면 절제력, 자신감, 집중력, 문제해결능력, 언어능력, 문학·수학 능력뿐 아니라 개인적인 행복감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악기 연주는 기억력과 조직관리 기술을 향상시키고, 신체 조정 능력을 강화하며,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호흡기관을 건강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하죠. 음악 연주는 뇌신경을 강화하거나 새롭게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뇌 활동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키며, 이 효과는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다고 합니다(더 설명할 필요 없겠죠?). 지능 지수를 고려한다고 해도 결과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설령 여러분이 완벽한 바보라도 (본인 이야기인 것 같으면 손들어 보세요) 여전히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좀 더 원만하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능력 밖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집어던지기 전에, 피아노는 아무 경험 없는 어린아이들조차도 쉽고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러니 징징거리지 말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도록 하죠. 기본 지식을 익히는 데는 한 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고 배운 것들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적용할 수 있기까지는 몇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하지만 12개의 문자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새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쉬울 거예요. 

 

- 완벽하게 이해될 때까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시간을 들이세요. 이 부분이 피아노를 배우는 데 있어 주춧돌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잘 다져놓지 못하면 그 위에 세울 것들도 쉽게 흔들리고 무너질 거예요. 못된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처럼 고약하게 들릴 거라는 걸 압니다. 어렸을 때 따돌림당하던 사람이 이제 엉뚱한 사람들한테 복수하는 건가 싶기도 하겠지만, 결국에는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 낮은음자리의 줄음표들은 'Good Boys Deserve Food Always'로 외우면 쉽고, 칸음표 들은 'All Cows Eat Grass'로 외우면 됩니다(음악 선생님들은 음식에 무슨 한이 맺혔나 봐요). 낮은음자리 오선의 모든 음은 Middle C의 아래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 높은음자리 오선과 낮은음자리 오선 양쪽 모두에 표시할 수 있는 음표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모두 일곱 개입니다. 이 일곱 개의 음표는 어느 쪽에 있어도 똑같은 음이에요. 이렇게 겹치는 부분이 가끔 헷갈릴 때도 있겠지만, 아래의 악보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제 여러분도 악보를 읽을 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축하해요! 종이 위에 있는 어떤 음표가 피아노위의 어떤 건반에 해당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정말 멋지죠. 설마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부탁인데 다시 뒤로 돌아가서 완벽히 이해한 다음에 돌아오세요. 

 

- 곡 연주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음을 연주하기 위한 적절한 손가락 번호를 찾는 일입니다. 손가락이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연주하는 것은 시간을 끝없이 낭비하는 짓일 뿐이죠. 새로운 곡을 배우면서 처음부터 정확한 손가락 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아무렇게 손가락을 놀리는 것보다 얼마나 효율적인지 알게 되면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적절한 손가락 번호는 곡을 더 쉽게 연주할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게 해 주고 선율이 귀에 더 명확히 들리게 해주기도 합니다. 손의 피로를 덜어주기도 하고요.  
 

- 여러분이 연주하게 될 곡은 J.S. 바흐가 작곡한 48곡의 프렐류드 중 첫 번째입니다. 바흐가 C장조부터 시작해 모든 장조와 단조를 사용해 작곡한 프렐류드와 푸가가 각각 24곡씩 들어간 두 권의 작품집은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The Well-Tempered Clavier>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며, 바흐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예술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흐가 1722년 당시 1권을 '열정적인 젊은 음악학도가 연주하고 배움을 얻어갈 수 있도록' 작곡했었다고 하니, 기본적으로 여러분을 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죠. 

 

- 장엄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간결하고 말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입니다.

 

- 바흐에 대해 평소 자주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를 포함해서 한 열여섯 명쯤 될 거예요) 그가 감정이 메마르고 로맨틱하고는 거리가 멀며 학구적이고 차갑기만 한 사람일 거라고 종종 오해하곤 하죠. 전혀 그렇지 않아요. 바흐는 자식을 스무 명이나 낳고, 결투를 벌이거나 싸움에 휩쓸리고 토요일 밤이면 주로 술통에 빠져 지냈으며, 심각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습니다. 바흐는 형제자매의 대부분을 잃었고, 여덟 살이 되던 해에 고아가 되었으며 학창 시절에는 심한 괴롭힘을 당했고, 자신의 아이들조차 반 이상은 출산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어린 나이에 죽고 말았죠. 게다가 바흐 일생 최고의 사랑이었던 첫 번째 아내는 그가 상사를 따라 스파로 휴가를 떠난 사이 (당시 음악가들은 어디든 상사를 따라다니며 사람들에게 오락을 제공해야 했었어요)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TV 아침프로그램에 나와 비극적인 사연을 털어놓는다면 아마 바흐보다 더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예요. 

 

- 그러면서도 바흐는 투철한 직업의식과 마음가짐으로 음악에 매진하며 엄청나게 다작했고, 3,000여 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습니다. 오르간, 하프시코드, 작곡을 가르치고, 교회 예배에도 열심히 참여하며 성가대를 지휘했고, 궁정·교회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작품들도 계속해서 써냈죠.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우리는 놀고먹는 사람들인 것처럼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예요. 

 

- 정말 중요한 점은 천천히 연주해야 한다는 거예요(미안해요, 이제 사과도 안 할게요). 진지하게, 정말 진짜 천천히요. 피아노를 치다가 짜증이 나서 벽에 머리를 박고 싶을 만큼 천천히 쳐야 합니다. 이 곡을 극도로 천천히 정확하게 칠 수 있게 되면, 나중에 원래 박자대로 속도를 높이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될 거예요. 하지만 지금부터 빨리 치는 데만 신경 쓰면, 절대 제대로 배우지 못할 겁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나중에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걸 명심하세요.

 

 

- 9번 마디의 오른손은 8번 마디와 같습니다. 하지만 왼손 음이 B, C에서 A, C로 바뀌고 손가락 번호도 달라진다는 점을 유의하세요. 10번 마디에서는 검은 건반이 또 나옵니다(똑같이 F#이에요). 그리고 음도 D까지 조금 더 많이 내려갑니다. 여기서 왼손 다섯 번째 손가락을 쓰는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9번 마디부터 곡의 분위기가 약간 달라진다는 점도 주의해서 보세요. 약간 더 속도감이 생기면서, 마치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참고로 플랫이나 샵이 음표에 한번 붙어 있으면 다른 표시가 없는 한, 같은 마디 안에서는 계속 플랫이나 샵이 붙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연주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서 원래는 악보에 없는 샵이나 플랫도 제가 연필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멈추지 않고 연주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연습하세요. 

 

- 이제 적당한 속도로, 크게 머뭇거리거나 틀리는 부분 없이 전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겠네요. 부드럽지만 소리가 뭉개지지는 않도록 페달도 적절하게 사용하게 됐을 테고요. 이제는 단순히 음을 치는 수준을 벗어나 곡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보겠습니다. 

 

- 보통 음악성은 원래 타고나는 것이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저도 그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높은 수준을 언급할 때 한해서입니다.

 

- 저는 음악성이 인간의 기본적인 성질 중 하나이며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는 음악적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의견 또한 동의합니다. 노래나 어떤 음악을 들을 때 특별한 느낌이 든다면 내재한 음악성이 있다는 뜻일 거예요. 당신도 이제 그걸 밖으로 표현해 볼 시간이 온 겁니다. 

 

- 바흐는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연주하라고 정해놓은 경우가 거의 없어요.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비롯한 다른 작곡가들은 박자, 음량, 표현법까지 세세한 것들을 악보에 적어놓지만, 바흐는 박자는커녕 어떤 악기로 곡을 연주해야 하는지조차 적어놓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연주자로서는 오히려 좋은 일이에요. 작곡가의 의도를 거스를까 걱정하지 않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원하는 대로 곡을 연주할 수 있으니까요. 

- 어떤 식으로 연주하는 것이 좋을까를 결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머릿속으로 곡을 연주해 보는 것입니다. 휘파람을 불어도 좋고 노래처럼 흥얼거려 봐도 좋아요.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곡을 연주해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을 찾아보세요(그래도 지하철 안에서는 안 하는 게 좋겠죠?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수도 있거든요). 페달을 많이 쓰고 천천히 연주하면서 로맨틱한 느낌을 내고 싶을 수도 있고, 페달을 적게 쓰고 좀 더 빠르게 연주하면서 활기찬 느낌을 내고 싶을 수도 있어요. 

 

- 왼손으로 연주하는 첫 음들이 주요 멜로디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오른손 마지막 음들이 주요 멜로디가 될 때 가장 듣기 좋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여러 방법으로 다르게 연주해 보세요! 다양하게 연구하고 실험해 보면서 자유롭게 즐겨 보세요. 명상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맞는 방법도, 틀린 방법도 없어요. 

 

- 이 곡을 녹음한 다른 연주자들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세요. 유튜브 YouTube나 스포티파이 Spotify에서 찾아보면 적어도 수십 개는 나옵니다. 마음에 드는 녹음 버전을 하나 골라 그 특정 버전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세요. 박자가 마음에 들었나요? 아니면 연주자가 중간중간 느리게 혹은 빠르게 곡을 연주하는 방식? 표현하는 느낌? 전체적인 음량?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녹음으로는 글렌굴드 Glenn Gould, 프리드리히 굴다 Friedrich Gulda, 그리고리 소콜로프 Grigory Sokolov, 엘렌 그리모 Helene Grimaud 등의 연주가 있습니다(전부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나옵니다). 찾아서 들어보고 박자, 음색, 분위기 등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세요. 그만큼 각자의 개성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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