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정유리] 피아노 잘치는 네가지 방법

일루젼 2023. 8. 18.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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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유리
출판 : 동락
출간 : 2017.12.01


       

피아노에 관심이 생겨 '밀리의 서재'에서 찾아 읽었다. 오타나 오표기가 조금씩 눈에 보이는 점이 아쉽다. 전반적인 내용은 피아노 초심자들에게 무척 좋은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미에 연습용 악보가 수록되어 있는 것은 호불호 요소가 될 것 같다. 저자는 한 권에 기초 정보부터 실용 정보까지 모두 담고 싶었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잘 맞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이 책을 연습용이 아니라 정보용으로 읽었기 때문에 내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 반대로 초심자용 연습 교재를 찾고 계신 분들께는 이 책이 제공하는 교양 정보가 불필요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다.

 

<피아노 잘치는 네가지 방법>의 전반부는 피아노의 역사와 종류, 구매 방법과 관리 방법, 방음법 같은 피아노 자체에 대한 내용과 악보의 구성 요소들과 악보를 읽는 방법 같은 연주에 관한 내용으로 나뉘어져 있다. 후반부에는 쉽게 편곡된 악보와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악보를 함께 수록해 유튜브 영상과 함께 연습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조표로 인한 으뜸음 변성과 나란한 조가 조금 헷갈리는데, 현재로서는 CDEFGABC에 익숙해지거나 연주 시 건반 정확도에만 신경 쓰거나 해야 할 것 같다. 올림표의 으뜸음은 반음 위, 올림표와 반대 순서로 붙는 내림표의 으뜸음은 4도 아래(혹은 5도 위)이다.

(본문 중 올림표의 장/단조 표기에서 가장조가 라장조로 잘못 표기되어 있으니 유의할 것.) 

 

예전에 어떤 책에서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으로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가 있다고 했다. 그 부분을 읽으며 무척 공감했었는데, 지금의 내가 딱 그 케이스다. 어릴 때는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도전해 보는 사람은 철저히 자기가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서 하려 한다. 사실 취미로 즐기려는 사람에게 억지로 고행(?)을 권하거나 지루한 기초만 반복시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성인에게 그렇게 교습할 경우 냅다 도망가버리기 때문이다.) 

 

해서 체르니나 쇼팽, 리스트 같은 교재들은 멀리 치워버리고 (정 듣고 싶다면 대가들의 연주를 듣도록 하자. 엄청난 피아노로 무시무시하게 잘 연주한다.) 내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곡들 위주로 연습해보려 한다. 추가 목표가 있다면 아직은 악보 읽기가 매끄럽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악보만 보고도 머릿속으로 연주하기! (물론 <Faerie's Aire and Death Waltz> 같은 악보는 예외다) 

 

가능하면 한 해에 한 가지씩은 새로운 걸 배우고 나를 보살피는 시간을 꼭 가지려 한다.

매해가 새롭게 설렐 수 있도록, 단 한 번뿐인 그 해의 계절이 더 선명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아. 설렌다.        


 

 

- 피아노를 처음 만든 사람은 악기 기술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tsofori, 1655-1731)'이다. 문서에 따르면 피아노는 17세기에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다. 

 

- 피아노의 전신이었던 쳄발로(하프시코드)는 원래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의 색깔이 반대로 뒤바뀌어져 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지금의 피아노는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이 있지만 처음의 피아노는 모두 흰 건반이었다. 

 

- 오른쪽 사진의 반짇고리 피아노는 건반 아래에 서랍이 달려있어 바늘과 실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소형 피아노이다. 이처럼 18세기 말에는 가정용 소형 피아노가 많이 나왔다. 재봉툴이나 탁자, 책상, 캐비닛 겸용으로 나오는가 하면 책상 서랍처럼 건반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피아노도 나왔다. 

 

 

 

- 지금의 피아노 페달은 2~3개로 되어 있지만 옛날의 피아노는 3~6개 정도로 일정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페달은 각기 음색 변화를 목적으로 쓰였다. 

 

- 6개의 페달 중 가장 왼쪽에 있는 페달은 'Verschiebung'이다. 현재 쓰이는 피아노의 '소프트 페달'과 같은 효과로, 음을 부드럽게 변화시킨다. 다섯 번째에 있는 페달은 현대 피아노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페달과 같은 효과로, 명칭은 'Dämpher'이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페달은 'Pauke'로, 밟으면 북이 울리는 효과가 있다. 주로 행진곡 같은 연주에 쓰인 페달이다. 

 

-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의 페달은 각 세 개씩 있으며 모양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 기능이 다르다. 페달의 명칭과 역할을 알아보자.    


 - 소프트(soft) 페달 : 업라이트 피아노 페달 중 왼쪽에 위치한 페달이다.  해머 전체가 현으로 다가가게 되어 타현 거리가 짧아지며 소리가 부드러워진다.

 

- 머플러(muffler) 페달 : 업라이트 피아노의 가운데 페달로, 약음 페달이라고도 한다. 해머와 현 사이의 펠트 천이 내려와 해머가 펠트 뒤에서 현을 때리게 되므로 음량이 크게 줄어든다. 

- 쉬프트(shift) 페달 : 그랜드 피아노 페달 중 왼쪽에 위치한 페달이다.   건반과 액션이 오른쪽으로 약간 옮겨감으로써 3현을 치는 해머는 2현, 2현을 치는 해머는 1현을 때리게 되어 음량이 줄어들고 음색이 변화된다.

- 소스테누토(sostenuto) 페달 : 그랜드 피아노의 가운데 페달이다. 어느 특정음만 울리게 하는데, 하나의 음이 길게 울리고 다른 음은 또렷한 스타카토를 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 댐퍼(damper) 페달 : 음과 음 사이를 끊이지 않게 이어주는 역할 뿐 아니라 풍부한 음색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해준다. 피아노의 댐퍼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 ‘댐퍼’가 현에서 떨어지게 되어 진동이 연속하여 일어나게 되는 원리이다. 화음과 화음 사이는 꼭 댐퍼 페달을 다시 밟아줌으로써 깔끔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가장 사용을 많이 하는 페달이다. 

 

- 앞서 살펴봤듯이 피아노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개량이 된 악기이기 때문에 옛날 페달 마크 방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좋은 연주라고 할 수 없다. 사실 페달 마크는 미묘한 문제이다. 자신의 연주 방법이나 곡에 따라 소리를 들어가며 밟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일러두고 싶다. 

 

- 중고 피아노를 구매할 때는 브랜드 이름만 보고 속으면 안 된다. 유명한 브랜드 피아노만 좋다는 것이 아니라 모르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사야 한다는 것이다. 겉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 브랜드의 이름이 쓰여 있어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른 브랜드의 이름이 쓰여 있을 수도 있다. 

 

- 디지털 피아노는 보통 25건반, 49건반, 61건반, 76건반, 88건반 순으로 크기가 다양하게 있다. 건반 수가 적을수록 터치가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조율은 정기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새로 구입한 피아노일 경우 20개월이 될 때까지는 4개월에 한 번씩, 그 이상의 피아노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조율 관리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 피아노 소리는 참 아름답지만, 그 소리를 원치 않는 이웃이 있다면 아름다운 소리도 소음이 될 수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웃 간에 마찰이 생긴다면 피아노 연주도 마음 편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웃 간에 마찰도 줄이고, 연습도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방법! 바로 '방음'이다. 방음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효과가 괜찮은 방음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롤피아노

 

- 휴대용 피아노(롤 피아노) : 보통 5옥타브 61건반으로 되어 있으며 다양한 음색과 리듬, 시범 연주곡도 수록되어 있다. 건반 터치를 연습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연습을 하고 싶은데 피아노를 둘 곳이 없거나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도구이다.

 

- 악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코 피아노를 잘 칠 수 없다. 

 

- 들리는대로 피아노를 치거나 내 마음대로 치는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악보를 볼 줄 알면 더 많은 곡들을 원곡에 가깝게 칠 수 있다. 악보에는 이미 정해놓은 규칙과 약속이 있다. 그 몇 가지만 알아 놓으면 어떤 악보를 보더라도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 악기를 연주할 때 악보를 볼 줄 아는 능력은 중요한 일이다. 단지 감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볼 줄 알아야 많은 곡을 연주하고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악보 보는 방법은 무지 간단하고 쉽다. 악보를 보는 방법을 설명하기에 앞서 악보를 이루는 요소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 악보는 오선에 음표와 쉼표가 그려져 있고 조표와 박자표, 그리고 음자리표, 임시표가 있다. 음표와 쉼표를 읽기 위해 음자리표와 음표를 함께 보고, 조표와 박자표를 통한 규칙을 알아놓으면 어떠한 곡이든 연주할 수 있다. 마치 어떠한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이론과 공식을 알기만 하면 대입하여 풀 수 있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는 그보다 조금 더 쉽다. 

 

- 음악을 듣고 바로 연주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오선과 음표를 통하지 않은 코드 악보만 보고서도 연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클래식 피아노를 치려고 할 때나 멜로디와 섹션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경우에는 악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 달 세뇨(Dal segno) : D.S까지 연주한 후 세뇨로 돌아가서 Fine(피네)에서 연주를 마친다.

 

- 올림표 붙는 순서 : 파 - 도 - 솔 - 레 - 라 - 미 - 시

 

- 내림표 붙는 순서 : 시 - 미 - 라 - 레 - 솔 - 도 - 파

 

- 오늘날의 악보는 누구로 인해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11세기 경 이탈리아의 음악이론가 '귀도 다레초'의 작은 발상으로 인해 오늘날 악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보표가 처음으로 도입되어 점차 발전했고, 계이름 역시 그로 인해 발달했다. 아래의 악보는 <너의 시종들이 마음껏>이라는 성가인데 이 곡의 각 구절의 '우트 Ut, 레 Re, 미 Mi, 파 Fa, 솔 Sol, 라 La'의 첫음절을 따와서 음이름을 정하고 성가대가 보다 편하게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 것이다. 당시에는 '도'라는 명칭이 없었기 때문에 '우트'라고 발음했고, 추후에 '도'로 바뀌었다. 

 

 

<너의 시종들이 마음껏> 악보

 

- 그렇다면 남은 계이름 '시 Si'는 어떻게 생겼을까? 악보의 마지막 가사 중 Sancte Joannes의 S와 J를 합친 것이다. 이탈리아 어에서 J가 사라지면서 J를 I로 바꾸어 '시 Si'가 된 것이다. 

 

- 세상에는 신기한 악보들도 참 많다. 너무 복잡해 보여서 과연 연주를 할 수 있는 악보인지, 가능하다면 실제 연주할 때는 어떤 음악인지 궁금증이 절로 생긴다. 이런 악보들은 주로 현대음악에서 만들어진 악보이다. 

 

존 스텀프(John Stump, 1944~2006) 요정의 아리아와 죽음의 왈츠(Faerie's Aire and Death Waltz)

 

- 음표로 가득찬 악보. '죽음의 왈츠'라 불리는 이 곡의 정식 곡명은 '요정의 아리아와 죽음의 왈츠'이다. 컴퓨터로 연주한 음원만 있을 뿐 실제 피아노 솔로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아니다. 이 악보에서 눈에 띄는 그림과 숫자 등으로 인해 얽힌 괴담들도 있지만 왜 이런 악보를 남겼는지에 대해 직접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작곡 의도가 그저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곡이다.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 4분 33초

 

- 총 3악장으로 되어 있는 악보치고는 참 간단하고 짧아보인다. 이 음악의 제목은 '4분 33초’로, 음표는 하나도 없고 'TACET(조용히)'라는 글만 쓰여 있다. 이 곡은 무대에서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다. 공연장에 따라 다른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고, 우연히 들리는 주변의 소리가 모두 '음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조지 크럼(George Crumb) Makrokosmos, Spiral Galaxy

 

 

- 작곡가 조지 크럼은 '대우주'라는 뜻의 '마크로코스모스(Makrokosmos)'라는 주제를 담은 소품 30여 곡을 발표했는데 그중 '나선 은하'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악보를 왼쪽과 같이 표현했다. 바깥쪽에서 시작해 점차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곡의 첫머리에는 '광활한, 고독한, 영원한'이라는 지시어를 주어 그가 표현하고자 한 우주의 모습을 악보에서도, 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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